오늘 저녁 메뉴는 Jazz입니다. 뭐라고요?

Brad Mehldau (Piano), Larry Grenadier(Bass), Jeff Ballard(Drum&Percussion)

 

2009년 3월이었다. 허기와 가방 안에 커피를 잔뜩 쏟아 바지 오른쪽이 척척해진 채로  Brad Mehldau를 보러 갔다. 그가 내 사정을 알았다면 한곡 한곡 연주가 끝날 때마다 두 손 모아 청중에게 인사했듯 내게도 두 손을 모으며 안타까워해 주었을 거다. 건반 끝에 내려앉은 듯 그의 섬세한 연주 모습은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는데, 그에 비해 나는 고무줄로 똘똘 뭉쳐놓은 이쑤시개 다발 같았다.
예술의 전당을 나와 건널목에서 호떡을 사 먹었다. 내 앞의 어떤 일행이 호떡을 사 먹을까, 얼말까 논의 중이라 2000원이라고 말해 주었더니 그중 하나가 날 알아보고 공손히 인사를 해왔다. 몇 달 전 우연히 알게 된 음악 공부하는 친구였다. 우울한 심사여서 내 인사는 형편없이 형식적이었다. 도대체 무슨 회로가 망가져 이 모양일까. 신호가 바뀌었고 우리는 각자 걷기 시작했고 우연도 공식적으로 끝났다.


사무실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담배를 사러 가게에 들어갔다. 특이한 담배를 피우는 통에 이 동네에서 하루에 7번이나 구매 실패한 경험도 있던 터라 나는 반은 포기하며 물었다. "ㅇㅇㅇ 있나요?" 청년의 응대는 세공품처럼 섬세해서 따뜻한 차를 대접받은 듯했다. 어쩐지 이 날은 공손한 사람들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다행입니다. 한 갑 주세요." "이상하게 우리 가게는 특이한 담배를 피우시는 분들이 자주 와서요. 장미도 있고, 라일락도 있고, 한라산도 있고 그래요." "한라산? 아, 그것도 주세요. 그건 얼마죠?"  "2000원이에요." 청년은 고운 미소를 지으며 거스름돈과 담배들을 주었다. 
이 날은 모두가 착한 사마리아인 같기만 해서 내 비뚤어진 걸음걸이를 의식하며 자꾸만 넘어질 것 같았다.  


그리고 7년이 흘렀다. 


Joshua Redman & Brad Mehldau (2016.10.15, LGArts)

 

2012년에도 Brad Mehldau는 트리오 구성으로 내한했지만 내가 그의 공연을 다시 보게 된 건 7년 만이었다. 내가 피던 담배들은 연애의 파국처럼 여러 차례 단종되었고, 나는 오기를 부리듯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7년은 얼마나 긴 세월일까. 기억을 불러내도 잘 걷지 못하는 이런 상태? Mehldau는 지친 중년의 모습이었다. 나도 아마 그럴 테지만 내겐 정확한 거울이 없다. 제대로 된 거울을 앞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다이빙 선수들이 발끝으로 그러듯 의자에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앉아 연주하던 Brad Mehldau. 영화 《Bird》에서 침대 난간에 위태롭게 앉아 있던 찰리 파커의 모습이 스쳐갔다. Ryuichi Sakamoto, Keith Jarrett 공연에서도 느꼈지만, 거장들의 피아노 연주에는 독특한 침묵이 섞여 있다. 공연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공기로 가득 찬다. Brad Mehldau 피아노 연주는 이성적이면서도 날카롭지 않고 감성적이면서도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묘한 절제의 매력이 있다. 관객을 향한 그의 자세와 더불어 이런 연주 스타일 때문에 나는 그를 "친절한 Brad Mehldau 씨"라 부른다. 공연 인상을 통해 나는 Ryuichi Sakamoto를 "자유를 꿈꾸는 수도자", Keith Jarrett를 "신경질적인 천재"라고 부른다.
오늘은 다른 천재를 조우했다. Joshua Redman.
며칠 전 본 《햄릿》에 등장했던 깃털이 무대 위로 간간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걸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연주를 쉬고 있던 Joshua Redman도 그걸 잠깐 바라본 뒤 색소폰을 불기 시작했다. 그는 "전성기의 찰리 파커"로 불렸다.

 

"창조능력은 결코 저 혼자 뚝 떨어져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 능력은 늘 관찰의 재능과 함께 하지요. 그리고 진정한 창작인에게는 늘 자기 주변에서, 가장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것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는 요소들을 발견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음악의 시학 


 

Brad Mehldau 연주야 원래 좋아했던 터라 큰 놀라움은 없었고, Joshua Redman 연주에는 감탄이 계속 터져 나왔다. 이런 연주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테너 색소폰 소리로 말을 하고 춤을 추고 한숨을 쉬는 재능.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다.

“조슈아 레드맨은 때때로 테크닉, 창작 그리고 예술적 재능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인다. 
최고의 연주에서는 그는 소리를 지르고, 경적을 울리고, 빙빙 돌기까지 한다.”
- Evening Standard

하버드를 졸업하고 예일대 법대를 가려다 워낙 출중한 음악 재능 탓에 재즈 연주를 하게 되었다니 전형적인 천재이다. 그에 더해 미셸 푸코를 보는 듯한 외모~

두 사람의 연주는 《Nearness》(2016) 음반으로 들었던 것과 판이했다. 새장에서 빠져나온 새의 날갯짓. 재즈는 특히 Jam(즉흥연주) 때문이 아니라 태어나고 있는 듯한 음악의 마력을 보기 위해서라도 현장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육감도 필요하다. 

 

 "모조품이 넘쳐나는 와중에 진품의 가치를 알아보려면 육감이 있어야겠지요. 우리의 스노비즘이 자기가 갖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악스럽게 질색하는 바로 그 육감 말입니다."
ㅡ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음악의 시학


 

내 육감을 알아보기 위해 이 글을 썼는데, 걸음마라도 뗀 상태이길 바란다. 


Brad Mehldau는 한국 공연은 자신에게 "Treasure"라고 말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당신이 더 보물입니다.' 라고 답했다. 내한 온 뮤지션들이 한국 관객의 열의에 반해 대개 그랬기 때문에 새삼스럽진 않은데, Radiohead는 왜 다시 안 오는가ㅜㅜ.... 우리에게 조금만 더 친절해 달라! 



《음악의 시학》을 쓴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와 《음악의 기쁨》을 쓴 롤랑 마뉘엘은 예술로서의 "음악"에 대해 의견이 같았다. 그들은 예술을 자연적인 것이라든지 균형의 파괴를 뜻하는 혁명으로 보지 않았다. 술은 본질상 구성적이며원리와 규칙의 놀이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즐거움과 새로움을 찾는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인간이고, 받아들이는 것도 인간이다. 그리고 소수이다.

 

 


Joshua Redman/Brad Mehldau Duo - Book now at QP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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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6-10-16 1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벽한 페이퍼! 한 번의 공연은 다시 오지 않는다... 같은 연주자, 같은 관객, 같은 장소라 하더라도 그 시간에 느꼈던 일체감은 다시 오지 않잖아요. 그 특별함이 다시 반복될 수 없다는게 각자의 머릿속에만 남아 있으리라는게 왠지 슬퍼져요. 거장의 침묵이 공연장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그 핀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것 같은 집중과 숨죽임... 아 좋네요!!! 음악의 시학 보니까 롤랑 마뉘엘이 스트라빈스키를 그렇게 도와주었음에도 어디 땡스투에 이름조차 못 올렸다고 하던데... 기억이 맞나 모르겠네요. 역시 거장들은 치사한 듯 해요. 그건 그렇고... 7년 전에 장미, 라일락, 한라산이 여전히 나오고 있었다고요? 놀라운데요...

AgalmA 2016-10-16 14:40   좋아요 2 | URL
깊이 공감해 주셔서 감사해요. 뮤지션들이 공연하고 나서 그렇듯이 관객인 우리도 허탈감과 충만함이 섞인 묘한 상태에 빠지잖아요. 서로의 영감 속에서 공유하는 향유... 책과 애독자도 그런 상태일 테고. 이 중독은 정말 빠져 나오고 싶지 않아요.

거장들의 오만함과 치사함 저도 공감ㅎㅎ

저가 담배는 뭐 랄까. 배려 차원에서 단종 안 시키고 계속 놔두는 듯 싶어요. 그 담배들 파는 데가 많지 않아서 그렇지 아직도 있어요. 1 종류 정도는 사라졌는지도 모르겠네요.

북다이제스터 2016-10-16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콘서트 정말 좋으셨나봐요. ^^

AgalmA 2016-10-16 18:43   좋아요 1 | URL
이번 공연에서는 조슈아 레드맨이 큰 수확이었죠. 워낙 유명해서 몇몇 음악은 알았지만 음반으로 자세히 듣진 않았더랬어요. 제 취향과 맞는 ECM 레이블에서 소개하는 뮤지션에 관심 가지는 정도. 노르웨이 색소폰 연주가 얀 갸바렉을 좋아하긴 하는데, 관악기가 중심되는 음악을 대체로 좋아하질 않았어요. 귀에 거슬려서.... 레드맨 연주는 정말 사람 홀리더군요. 코브라처럼 제가 흔들흔들 그러고 있더라는ㅎ;;;

북다이제스터 2016-10-16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볼 수 없지만 꼭 가 보고 싶은 콘서트는
제겐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 입니다.
넓은 야외 심야에서 있었던 그의 콘서트는
상상만해도 몹시...^^

AgalmA 2016-10-16 19:58   좋아요 1 | URL
키스 자렛하면 모두 쾰른 음반을 두 손 꼽죠^^ 저도 좋아합니다. 키스 자렛 공연은 공연자 성격이 느껴져서 몹시도 바늘 방석ㅎ;;; 예민하게 들어! 안 그럼 나 화 낸다! 막 그런 느낌ㅎㅎ 내한 첫 콘서트 때 사진 찍지 말라고 했는데도 누가 플래시 터트려 사진 찍는 바람에 키스 자렛이 발끈하며 공연 관두고 나가려고 한 걸 직접 본 터라;;;; 공연 말미였기 망정이지ㅎㄷㄷ

북다이제스터 2016-10-16 20:07   좋아요 1 | URL
네, 청중에게 안 친절하죠. ㅎㅎ
특히 쾰른 콘서트 당시 디스크로 몹시 더 예민했단 얘기도 들었습니다. ㅎㅎ

양철나무꾼 2016-10-17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다른 글들도 좋지만, Agalma 님의 이런 페이퍼를 보면 환장하겠습니다.
한개의 보이는 `좋아요`와 백만 개의 보이지않는 `좋아요`를 날리며~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AgalmA 2016-10-17 22:57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통 안나타나서 궁금했잖습니까^^! 이 글이 무슨 환장할 걸 가지고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지만 좋다고 하시니 저도 좋네요^^ `보이지 않는 좋아요 백만 개를 날리다` 표현이 예술이네요! 말 비단 감촉에 졸도하겠어요ㅎ! 사전 만드는 책 읽으셔서 그런가ㅎㅎ~
 

 

 

 

 

 

 

 

 

 

 

 

표는 이미 내 손 안에~ 음반 예습도 열심히 했고!

겸손한 Brad Mehldau 씨 다시 만나게 되어 너무나 반갑고, 그 유명한 Joshua Redman 씨도 만나게 되다니 영광!

 

 

 

 

 

 

 

 

공연 후기는 아마...이따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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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친절한 Brad Mehldau 씨˝라 부르는 이유
    from 공음미문 2016-10-16 05:10 
    2009년 3월이었다. 가방 안에 커피를 잔뜩 쏟아 고픈 배와 바지 오른쪽이 척척해진 채로 Mehldau 씨를 보러 갔다. Mehldau 씨가 내 사정을 알았다면 한곡 한곡 연주가 끝날 때마다 두 손 모아 청중에게 인사했듯 내게도 두 손을 모으며 안타까워해 주었을 거다. 건반의 끝에 내려앉은 듯 그의 섬세한 연주 모습은 그대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는데, 그에 비해 나는 고무줄로 똘똘 뭉쳐놓은 이쑤시개 다발 같았다.예술의 전당을 나와 건널목에
 
 
 

최근 주가가 치솟게 된 밥 딜런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며칠째 Michael의 이 앨범 저 앨범으로 뛰어다니며 무한 반복해 듣고 있다. 버스에서 우연히 다시 듣게 된 Michael Jackson의 노래에 나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졌다. 달 밝은 가을에 Michael과 연애라니! 문워크! 문워크! 이렇게 다시 만나면 공연히 문워크를 춰보게 되고... 연애에도 그들만의 시그니처가 있게 마련이어서 일전에 스치듯 본 어느 드라마에서도 두 사람이 문워크로 연애 분위기에 돌입하는 걸 봤다. 연애하고 싶다 하는 분은 책 하나 옆구리에 끼고 (흰 양말은 빼고;) 문워크로 도전해 보세요. 잘 춰도 못 춰도 점수 딸 것임~ 음치, 몸치여도 막춤 말고 Michael의 기운을 받아 성공할 거라는! 당신이 무뚝뚝한 사람이라면 반전 매력 폭발! 그게 춤의 매력이죠. 몸의 언어. 움직임의 자유. 멋진 캐릭터 되기 참 쉽죠잉~ 나 뭐 픽업 아티스트처럼 말하고 있지;;; 신체 튼튼함을 이성에게 어필하는 진화론의 짝짓기 메커니즘은 이 자리에선 넘어 갈랍니다.

다시 정색하고, 한 곡 한 곡 들으며 아이돌 그룹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줬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혼자 3~4개의 보컬 파트를 다 하고 있는 Michael. 그 특유의 스캣. 국내 뮤지션 중엔 조규찬의 마이클 잭슨 풍이 젤 좋았다.

불안정한 음정에 삑사리도 많지만ㅎ;(아니, 대스타가 왜 이렇게 녹음했지;;) [Off the Wall](1979 발매) 앨범을 가장 좋아한다.
무인도에 끌려? 간다면, Rock with YouOff the Wall은 꼭 가져 가게 해 달라고 빌어야지.

 

 

 

 

 

 

 

Michael Jackson - Rock With You


Michael Jackson - Off The Wall

 

 

 

외로움과 행복을 동시에 다 느끼게 해주는 곡들. Michael 곡은 흥겨워도 이상하게 그렇다. 들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했는지... 인생에 없는 사랑을 노래 속에서 찾았던 사람
오, Michael! 당신 정말 죽은 거 맞아? 차라리 외계인이어서 그렇게 처리하고 돌아간 거라고 말해줘!

좋아하는 곡은 벨 소리로 하면 안 좋은 거 같다. 스팸이나 안 좋은 소식을 좋아하는 곡을 통해 듣는 건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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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6-10-15 0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잭슨이 괜한 전설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의 뛰어난 음악성이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에 감추어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정말 대단한 뮤지션이라 생각합니다. ^^

AgalmA 2016-10-15 01:24   좋아요 2 | URL
내한 왔을 때 갔어야 했는데 말입죠ㅜㅜ! 인파에 치일 게 너무 무서워서;;

2016-10-15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0-15 01:19   좋아요 2 | URL
한국에 미국처럼 총기와 약물이 많이 안 퍼져서 예술가들이 더많이 안 죽은 건 지도 모른다 뭐 그런 뭣대로인 생각을 합니다;;;
이래 피폐하나 저리 피폐하나 마찬가지겠지만...

clavis 2016-10-16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아 왠지 Agalma님 오늘 제목도 글도 넘나 좋아서 댓글을 아니 달 수가 없네용^^고맙습니다

AgalmA 2016-10-17 04:32   좋아요 1 | URL
clavis님도 음악 참 사랑하시죠^^ 그러니 이렇게 글을 남기시게 된 걸 테고. 감사합니다~
음악 속에 행복해지는 이런 느낌 많이 공유하고 싶어요^^
 

 

 

 

 

 

 

 

 

 

 

 

 

 

 

 

 

 

 

 

또 10월이고, 음악을 듣는 이상 나는 그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오늘은 Klaatu 음반을 다시 찾아듣다가 해철을 떠올렸다.

해체한 비틀즈의 비밀 프로젝트 그룹이다 말도 많았던 신비주의 그룹 Klaatu

 

http://music.naver.com/todayMusic/index.nhn?startDate=20140405

 

프로그레시브와 심포니 록이 Klaatu와 신해철의 공통 특징이었다 하기보다 무한궤도 시절부터 신해철이 벤치마킹한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엔 미처 몰랐는데 지금 들으니 보컬 특색마저 아주 비슷하다.

 

 

 

 

Klaatu Hope(1977) - Around The Universe In Eighty Days

 

 

 

 

 

무한궤도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1989) - 끝을 향하여

 

 

 

 

 

신해철 Myself(2, 1991) - 길 위에서

 

 

 

Klaatu 내레이션 곡들은 신해철 개인 앨범 곡들과 닮았고, 코러스가 많이 가미된 Klaatu 곡들은 NEXT 때 곡들과 닮았다. 하나하나 찾아 올라가려다가 그만 두었다. 음악인이 뛰어난 음악인에게 영향 받는 게 당연할 뿐더러 Klaatu 뿐이겠나. 난 참 덕후력이 부족해. 읽던 시집이나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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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스케치북 2016-10-11 16: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계인들이 아니냐는 말도 있었지요? Klatatu를 즐겨 들으셨군요.

프로그레시브를 즐겨 듣던 때가 떠오르네요. museo rosenbach, apotrosi, popol vuh, opus avantra, pierrot lunaire, ange, atoll, mezquita 등을 좋아했지요.

AgalmA 2016-10-11 16:51   좋아요 3 | URL
지구인은 조금만 달라도 외계인 타령ㅎ...저도 예전에 프로그래시브 한참 빠져 있었죠. 요즘같이 하늘이 높은 가을에 특히 어울리는 듯^^
 
침묵과 빛 - 루이스 칸의 언어
존 로벨 지음, 김경준 옮김 / 스페이스타임(시공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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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사라진다 해도 는 어디서든 살아 숨 쉴 것이다. 무엇으로든, 누구에 의해서든.

 

모든 위대한 건축가는 필연적으로 위대한 시인일 수밖에 없다. 그는 자신의 시간과, 시절 그리고 자신의 시대에 대한 위대한 해설가임이 틀림없다.”

프랭크 로이드 이트 (건축가, 뉴욕 구겐하임 박물관이 대표적 작품)

   

루이스 (1901~1974)은 미국에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동시대에 활동한 시인 같은 건축가.예측할 수 없는 것의 만남을 건축으로 생각한 루이스 칸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의 만남을 라 생각하는 시인의 자세와 같다. 그의 건축론은 이 책 제목인 묵과 빛이란 표현으로 집약된다. 칸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예측할 수 없는 것을 침묵”(p62), 이미 존재하는-예측할 수 있는 것을 ”(p62)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위대한 건물은 예측할 수 없는 것으로 시작되어, 디자인 단계에서 예측할 수 있는 수단을 거쳐, 끝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것’(p136)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침묵에서 침묵으로.

 

 

루이스 칸의 건축론은 철학적이며 시적이다. 그것은 풍부한 상상력과 경험에 따른 직관에서 나온다. 그가 성질의 등장을 바라보고, 성질과 상의하며, 성질을 생각하는 풍경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다음은 루이스 칸이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인 1973, 뉴욕 시 프레트 대학의 건축학과에서 강의한 내용이다.

 

내가 종이 위에 잉크를 한번 묻힐 때, 나는 검은색은 빛이 없는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다음에 정말 제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빛이 존재하지 않는 곳, 즉 내가 검게 칠한 곳을 인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에 그 그림은 절대적인 광채를 띠게 되었다. p68,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벽돌은 당신에게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는 아치를 좋아해.” 만약 당신이 벽돌에게 다시 아치는 값이 비싸기 때문에 나는 개구부 위에 콘크리트 인방보를 사용해야 되겠어.”라고 말한다면, 벽돌은 그래도 나는 아치가 좋아.”라고 대답할 것이다. p111, 재료

 

벽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은 지금 나에게 무엇을 하고 있지? 나는 당신을 보호했는데…. 나는 당신이 안전하게 느끼도록 해주었는데. 지금 당신은 내 몸에 구멍을 내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멋진 광경을 보고 싶어, 밖을 내다보고 싶단 말이야.” 벽은 매우 큰 슬픔을 느꼈다. p116, , 기둥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이다. 그것은 도시의 첫 번째 시설이다. 거리는 합의로 구성된 방과 같으며, 공동의 이용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기증한 사람들에게 속한 룸들로 구성된 벽체들로 이루어진다. , 도시에 받쳐진 일종의 커뮤니티 룸인 것이다.

오늘날, 거리에는 거리에 면한 집들과 무관한 냉랭한 움직임들만 있다. 더 이상 거리는 없다. 단지 도로만 있을 뿐이다. p128, 시설

 

 

건축은 존재를 가지지만, 실존을 가지지는 않는다. 단지 건축 작품만이 실존을 가질 뿐이며, 건축 작품은 건축에 대한 제물로 남게 된다. p138, 건축

 

당신이 스스로 자신의 본질을 끄집어내지 않고는 자연을 이해할 수 없다. (중략) 당신이 이해하는 것은 당신에게 속하는 것이어야 하며, 가르치는 단어들은 어떤 식이든 뚜렷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당신이 이해하고 있는 것은 이미 특이성으로 변형된 것이기 때문이다. p148, 선생님

 

      

루이스 칸은 화가가 되길 꿈꿨다. 그는 코르뷔지에(프랑스 건축가), 울 클레(화가이자 음악가)에게서 정신을 더 배웠다고 말한다. 코르뷔지에와 울 클레를 조합해 생각하면 신기하게도 루이스 칸의 특징을 느낄 수 있다.


 

르 꼬르뷔지에 - 찬디가르 고등 연방법원

 

 Paul Klee - House of bridge



 

 루이스 칸 -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

 


루이스 칸은 '사물이 시간이전부터 가지고 있는 질서-존재 의지'(p184)를 볼륨 제로(volume zero)라고 불렀다.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도 포함하는 질서는 궁극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질서를 느끼고 묻고 표현할 수는 있지만 정확히 말할 수 없다. 바람에 대해서, 돌에 대해서, 시간에 대해서, 나에 대해서.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우리 자신이길 바란다. 우리가 만나는 모든 순간에서 가능성을 믿듯이. 그 순간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어김없이 우리의 거울이 된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그것은 사람일 수도, 건축일 수도, 문장일 수도, 詩일 수도 있다.

 

 

   

 

 

 

 

루이스 칸 건축에 대해 더 자세히 볼 책들

 

 

 

 

 

 

예술은 어떤 사물을 침묵에서 빛으로 옮겨주는 수단이다 - 《침묵과 빛》, p187, 존 로벨
모든 물질세계는 그 자체를 소모하는 빛이다 - 《침묵과 빛》, p188, 루이스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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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9-26 0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축가들은 예술적 감각을 타고 난 경우도 있고,예술성을 배워 가는 것도 있고,예술을 동경하는 것도 있는 것같아요!
정말 루이스 칸의 작품은 르 꼴뷔제와 파울 클레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군요!
지향하며 배워간 것이겠죠?
대가들도 늘 배움의 자세! 그리고 창조의 시간!!^^

또 담아가야할 책이 늘었습니다^^

AgalmA 2016-09-26 12:00   좋아요 0 | URL
책읽는 나무님 굿모닝요^^
건축은 프로와 아마추어가 좀 극명하게 나오는 거 같아요. 규모가 커서 그럴까요. 자신만의 철학과 감각이 융합되어 있지 않으면 건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지 못한다고 할까. 기능을 우선시하느냐, 예술성을 더 추구하느냐 세부적인 차이도 있겠지요.

꼬르뷔지에와 클레 붙여놓으니 정말 그렇죠? 책에는 이미지 설명이 없어 읽기만 하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게 되는데, 인터넷으로 두 사람의 이미지들을 겹쳐 보게 되면 루이스 칸이 느껴져서 재밌었어요^^

저는 이 책을 가지고 있어서 보게 됐는데, 2장에 존 로벨이 건축에 대한 걸 개괄하며 루이스 칸 예술론 정리한 게 읽을 만했어요, 작지만 유용한 책^^ 도서관에서 빌려서 가볍게 읽기에 괜찮습니다.
루이스 칸에 대한 다른 책도 좋은 게 많아서 덧붙여 보았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9-26 07: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르 코르브지에 건축은 지붕 보면 딱 알겠네요. ^^

AgalmA 2016-09-26 07:21   좋아요 1 | URL
저도 그런 문장을 쓰고 싶습니다ㅜㅜ!
굿모닝입니다. 북다이제스터님. 즐거운 하루 되세요^^/

북다이제스터 2016-09-26 18:24   좋아요 0 | URL
하루종일 출장 다녀 답글은 굿이브닝이 되었습니다 ㅋㅋ 즐거운 하루 되셨습니까?^^
저는 르 코르브지에 잘 몰랐는데, 건축가 승효상, 서현 등의 책 보면 반드시 꼭 나오는 작품이더라구요. 전 그의 건축물을 작품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

AgalmA 2016-09-26 20:34   좋아요 1 | URL
바쁘셨군요.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 얘기만 나오면 회자되는 왕선생님이시더군요. 드로잉도 멋지게 그리시더라는~
예술이 구원이 될 수는 없지만 코르뷔지에가 도시 계획에 애쓴 거 보면 그런 역할을 한 것 같기도. 그래서 뛰어난 건축가들 작업은 특별히 더 감동스럽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9-26 21:20   좋아요 0 | URL
실용주의셨어요? ^^

AgalmA 2016-09-26 21:45   좋아요 1 | URL
거듭 실패하는 휴머니스트 이상주의자? 가우디나 르 코르뷔지에 같은 이들 보면 개인으로서 이상을 실현하는 모습같기도 하단 말이죠. 심미만이 아니라 육체까지 보듬어 줄 수 있다니 멋지잖습니까.

북다이제스터 2016-09-26 21:49   좋아요 1 | URL
그렇네요. 가장 어려운 부분 꼭 찝으신 거 같습니다. 이상을 추구하나 현실을 구현하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그들의 위대함인 거 같습니다. ^^

2016-09-26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6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6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6 22: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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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6 22: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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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6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6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 2016-09-26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건축 관련해서 읽으려고 생각해둔 책이 <영원의 건축>이었는데, 이 책도 추가해야겠네요 ㅎㅎ
Agalma님 글은 북플이 아니라 서재 통해서 보게 돼요. 레이아웃을 같이 보고 싶어서.. 건축 사진 보니 더 궁금해지네요 ㅎㅎ
그런데 서재 책장에 꽂힌 책은 컨셉인가요? 책장도 검고, 꽂힌 책도 다 새카매서 볼때마다 놀라는..^^;;

AgalmA 2016-09-26 12:44   좋아요 1 | URL
아무님이 고르는 책은 저도 관심갖고 신뢰하는 책이라 좋더라는^^
건축 예술 분야는 미메시스와 안그라픽스에서 나오는 책들이 좋긴 좋더라는. 전문성 면에서나 책 구성면에서 봐도 탁월.
승효상 <건축, 사유의 기호> 경우 건축가 자전적인 걸 많이 다뤄 좀 부족하다 느껴지지만 건축 사진들은 다 매우 훌륭해서 좋더군요.
요즘 제가 읽는 책 중에 <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이란 책이 있는데, 장용순 씨가 4권으로 기획한 시리즈. 어렵지만 철학, 예술, 건축, 과학 모두를 아우르는 독특한 책. 도전 의식을 부르는 책이죠.
일전에 한국건축사 책도 샀는데 A3 판형에 각 장마다 문제까지 풀라는 설정이어서 난감--;; 문제 풀기 싫어서 적극적으로 읽기가 싫어짐....
개인적으로 아무님에겐 수잔 벅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책이 딱 어울릴 거 같은데요^^

책장, 네...제 기분 따라 책장을 꾸밉니다. 요즘은 온통 검은색인 게 편안해요^^; 본의아니게 놀라게 해서 죄송ㅎㅎ;;;
글 레이아웃 꾸미는 것도 글 쓰기만큼 재밌어요^^ 형식을 보는 것도 재밌잖아요. 다른 분 글도 전체적으로 보는 걸 더 선호해서 웹으로 거의 보는데, 요즘 북플에서 문장들이 잘려 나오는 현상 때문에 웹읽기가 필수.

아무 2016-09-26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수잔 벅 모스 책 예전에 읽어봐야지 생각했었는데 어찌 아시고..^^ 벤야민에 대해 알고 싶어서 장바구니에 넣어놨었어요 ㅎㅎ
제목만 봤을 때는 <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이 확 끌리는데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는..
제가 예전부터 책을 느낌적 느낌으로 확 고르는 습관이 있는데, 요즘 확률이 안 좋아요;; 예전엔 7할 정도였다면 요즘은 4할 정도? 알라딘 활동을 하다보니 관심사도 따라가는 듯한.. 여기저기 쑤셔보고 싶은 호기심이 엄청 커졌어요 ㅎㅎ 구매력은 거기 못 따라가고..ㅠㅠ

AgalmA 2016-09-26 17:54   좋아요 1 | URL
수잔 벅 모스는 저도 아직 읽진 않았는데 읽긴 읽을 겁니다. 알고 지낸지 꽤 되면 어떤 책을 읽는지 알고 있으니 기호 파악이 되지 않겠습니까^^
<현대 건축의 철학적 모험>도 미메시스에서 나왔는데, 책 외형도 확 끌리게 만들긴 했어요ㅎ. 장용순 씨가 프랑스에서 들뢰즈를 탐독하기도 하고 알랭 바디우가 스승이라 내가 철학서를 읽고 있나 싶긴 합니다;; 박사 논문이었다니 그럴 만 하지만. 장용순 씨가 예술부터 과학까지 다방면에 관심을 가져서 지적 모험의 향연이긴 합니다. 하지만 4권을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1권 다 보고 결정하려고요.
저도 느낌적 느낌 책사기 해서 실패 경험 있죠. 알라딘 중고매장에 가서 파는 수밖에요;

분야별로 어느 정도 갖췄다 싶어서 요즘은 사는 건 멈추고 안 읽은 책 읽기에 집중하고 있어요. 집에 책 쌓아두는 거 원하지 않는 바라서 신간은 도서관 의지해야죠^^

2016-09-28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8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28 15: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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