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노 뒤몽 감독은 색다른 관점을 보여줬다.
까미유 끌로델이 로댕에게 입은 1차 피해는 익히 알려져 있으니 과감하게 생략되었다. 
천재라는 칭호에 가려져 있는 까미유 끌로델을 보여 준다. 그 시대 남성 엘리트주의와 종교 맹신, 가족의 몰이해가 2차 가해자였음을 보게 만든다. 
1915년 정신병원에 있던 까미유를 만나러 온 작가이자 동생 폴 끌로델은 가톨릭에 깊이 빠져 고통을 신이 내린 시험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병원 생활에 대한 까미유의 하소연을 투정쯤으로 생각할밖에. 게다가 그 시대 널리 퍼진 생각이기도 한 천재들의 불운을 운명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천재 불운 설은 아직도 여전한 풍조인데, 이건 다분히 낭만적인 편견 아닐까. 누릴 거 누리며 천재로 예술가로 호쾌히 살다간 이들은 왜 생각하지 않는가. 단적으로 이 비극의 제공자인 로댕을 생각해보라

1915년 면회에서 의사는 폴에게 까미유의 퇴원을 권유했지만 까미유는 정신병원에서 29년을 더 갇혀 살다가 공동매장되었다. 까미유의 터무니없이 긴 입원도 문제적이지만 폴이 면회는 간간이 왔으면서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에서 나는 큰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자기보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났던 까미유의 몰락을 은근히 구경했던 건 아니었을까. 그가 까미유에게 가졌던 연민은 가족애보다 니체가 말하던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사람이자 한 예술가에게 보내는 우월심리는 아니었을까.

로댕과의 결혼 실패를 너무도 절망적으로 생각한 까미유의 사고방식과 피해의식, 가족에게 의탁했던 당시 여성의 지위, 인습에 갇혀 까미유를 정신병자로 외면한 가족 ... 실연의 좌절을 누군가 옆에서 잘 보듬어 주었거나 예술작업으로 풀어가도록 협조를 해줬다면 그토록 비참한 인생으로 끝나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천재성보다 시대에 갇힌 여성이었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비극이었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준다. 감독은 병원에 갇힌 다른 여성 환자들의 무력함과 비참함도 섬세하게 보여줬다.

누구의 사랑도 이해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조현병 환자들의 아우성을 성당에서조차 피할 수 없어 하루 종일 듣고 겪으며 진저리 치던 까미유를 보는데 마음이 어찌나 쓰리던지.
그림을 그리다 고통에 흐느껴 울면서도 자기 앞에 침을 흘리며 웃고 있는 환자를 챙겨 방에 돌려보내고, 홀로 묵상과 영감에 빠져 있을 때도 환자들이 불쑥 나타나 괴성을 지르며 기괴하게 치근대는 걸 견뎌야 했던 그녀. 자연 앞에서 경탄하며 신을 경배하는 시를 쓰며 성인(聖人)이 되길 바라던 폴 끌로델이 아니라 정신병원에서 절망과 씨름했던 까미유의 삶이 더 인간적이었고 종교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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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12-18 1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이자벨 아자니의 아름답고@_@;;; 슬픈 까미유 끌로델을 보았었는데요. 줄리엣 비노쉬 주연으로도 만들어졌군요. Agalma님 리뷰만 읽어도 마음이 아픕니다.ㅜㅜ 어쩌니저쩌니 해도-_-; 저당시를 여자로 살지 않은 것에 감사합니다요ㅠㅠ;;;;

AgalmA 2016-12-18 22:14   좋아요 1 | URL
저도 그 영화로 까미유 끌로델을 기억하고 있죠. 그 영화는 정신병원에 갇히기까지의 까미유 끌로델을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시간이 흘러 병원에서 중년을 맞은 까미유 끌로델을 보여주죠. 줄리엣 비노쉬 연기는 진짜 까미유 끌로델 조각만큼 섬세하고 아름다웠습니다. 감독이 까미유 끌로델의 예술성을 반영하려 한듯 자연 특히 돌 풍경을 정말 섬세하게 잘 잡아내서 장면 장면 미장센이 훌륭합니다.

어떤 차별도 없는 세상이 인간에게 가능한가 싶어요ㅜㅜ

[그장소] 2016-12-18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장해 놓고보는 영화중 하나! 줄리엣 비노쉬 팬이라~^^

AgalmA 2016-12-18 22:02   좋아요 1 | URL
저도 줄리엣 비노쉬가 나온다 그러면 무조건 봐요^^

[그장소] 2016-12-19 02:08   좋아요 1 | URL
오오~ 저도요! 퐁네프연인도, 잉글리쉬 페이션트도 ~ !! 블루는 ..소장못해 아쉬운 ㅡ

벤투의스케치북 2016-12-18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 줄리엣 비노쉬, 퐁네프의 연인인가의 여주인공인가요? 영화보다 삽입 음악인 코다이의 독주 첼로를 위한 소나타가 강렬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AgalmA 2016-12-18 22:05   좋아요 2 | URL
네, 퐁네프의 연인들 그 여주인공 맞아요.
벤투님도 이 영화 보셨군요. 저는 장면 장면에 심취해 음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12-18 1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20여년 전 본 것 같은 아물아물한 기억이 듭니다. ㅎ ^^^

AgalmA 2016-12-18 22:13   좋아요 2 | URL
1989년 이자벨 아자니 주연의 <까미유 끌로델>를 기억하시는 거겠죠. 저도 그 영화로 기억하고 있었죠. 벌써 27년이 지난 작품이더라고요-ㅁ-
브루노 뒤몽 감독의 이 작품은 2013년도 나온 건데, 줄리엣 비노쉬 나온다 그래서 더 기대했죠. 극장에서 놓쳐서 아쉬웠는데 결국 보게 되어서 만족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이 지루하다, 이게 뭐냐 하는 식이 많아 생각보다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뜻에서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12-18 22:35   좋아요 2 | URL
최근 다시 만든 영화군요. 몰랐습니다. 예전 영화도 아직 기억날 정도로 좋았습니다.

전 어제 라라랜드 본 감동 속에 오늘까지 하루종일 여운이... ㅎㅎ
못 보셨으면 강추합니다. ^^

AgalmA 2016-12-18 22:39   좋아요 2 | URL
라이언 고슬링 나오는 영화는 꼭 챙겨봐서 라라랜드는 제작 때부터 찜했던 영화^^...극장에 나가는 게 문제;;

북다이제스터 2016-12-18 22:43   좋아요 2 | URL
전 엠마 스톤 땜에 봤는데요. ㅎ
하여튼 위플래쉬 충격 그대로 여전히 감독 역량 전해져 엄청 좋았습니다. ^^
부디 영화관 갈 정도 시간은 되셔야 하는데. ㅠㅠ

에이바 2016-12-2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에 이 글 읽고 댓글 남긴 줄 알았는데 없군요... 저는 「시대를 앞서간 여자들의 거짓과 비극의 역사」라는 책에서 까미유 끌로델을 알게 됐어요. 보부아르, 상드 등 예술인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인데 그 책을 읽고 서점에 갔더니 안느 델베의 「까미유 끌로델」이 있더라고요. 그냥 동네 서점이었는데 신간이라 맨 위에 뒀었나 봐요.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슬펐던 기억이 나요. 아자니 영화는 봤던 것 같기도 하고 기억이 안 나는데 비노쉬 버전도 챙겨봐야겠어요... 정신병원에서 갇혀 외로이 삶을 이어나간 까미유가 너무 안 됐어요. 30여년을... 로댕이 나쁜 놈이에요. 로즈와 까미유 두 여자를 착취한 예술이라니...

AgalmA 2016-12-22 23:06   좋아요 0 | URL
사실 예술이 겉보기와 달리 재능이든 생활이든 기생하고 착취하는 사람들이 많죠. 가까운 예로 조영남씨만 해도;;
로댕 뿐만이 아니라 자기 작품 만든다고 연인 이용해먹고 가정 내팽개친 사람들 부지기수잖아요. 하지만 끌로델이 그 재능으로 평생 정신병원에서 썩은 건 정말 너무한 불행.... 고흐는 정신병원에서도 그림 그리더만 끌로델은 그마저도 잘 안되었던 듯....
 

 

Gidon Kremer plays Weinberg - Cello Prelude op.100 No.5 (live, 2016)    

      

 

기돈 크레머의 명성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흐린 겨울 저녁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없었다.

ECM 레이블에서 나온 기돈 크레머의 바인베르크 연주는 마음 속 무언가를 분명히 건드린다.

유대계 폴란드 작곡가인 바인베르크(Mieczysław Weinberg)는 홀로코스트를 피해 소련에 정착했는데,

쇼스타코비치의 애제자였다고 한다. 전쟁의 슬픔이 깃든 듯한 연주가 매우 인상적이다.

 

 

 

  • 1-1. Sonata No. 3 Op. 126 (1979)
  • 1-2. Trio Op. 48 (1950)
  • 1-3. Sonatina Op. 46 (1949)
  • 2-1. Concertino Op. 42 (1948)
  • 2-2. Symphony No. 10 Op. 98 (1968)
  •  

    KREMERATA BALTICA, GIDON KREMER [MIECZYSŁAW WEINBERG] (ECM, 2014)

     

     

     

    사실로 말하면 바인베르크 음악에 대한 관심은 이 앨범의 아트웍 때문이었다. 

    Alexei Vassiliev의 사진을 떠올리게 했다.

    고전적인 초상사진의 명확한 선예도가 Alexei Vassiliev의 사진에는 없다.

    오히려 경계를 지움으로써 더 관심을 사로잡는다.

    공기처럼 부유하는 색들이 인식을 돕지만, 그것은 무엇을 향한 방향인가.

    지워지려는 찰나의 강렬함.

    결코 분리되지 않는 물질들, 세계들.

     

     

     

     

     

     

     

     

     

     

     

     

     

     

     

     

     

     

     

     

     

     

     

     

     

     

    바인베르크의 사라지기 직전의 날카롭고 서정적인 선율과 Alexei Vassiliev의 사진은 그래서 퍽 잘 어울렸다.

    여기 딱 어울리는 말을 한 사람이 있다. 모리스 블랑쇼.

     

     

     

     "반짝임은 소멸을 위한 반짝임이다."

     

     

    "희망은 종종 비탄의 고뇌일 뿐이다. 희망은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절망으로도 만족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예술은 불행의 의식이지 불행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카프카의 엄격성, 작품에의 의무에 대한 성실성, 불행의 의무에의 성실성은 인생에 실망한 많은 나약한 예술가들이 자기만족을 찾는 허구의 천국에서 자신을 구제하도록 하였다. 예술의 목적은 몽상도 '건설'도 아니다. 진실은 알려질 필요도, 묘사될 필요도 없다. 진실은 자기 스스로조차 알지 못한다. 그것은 지상의 구원이란 것은 성취될 것을 요청하는 것이지 그것이 가능한지 질문을 던지거나 그 형상을 그려 보여주기를 원하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술이 설자리는 없다. 엄격한 일원론은 모든 우상을 제거한다. 그러나 바로 이와 같은 의미에서 볼 때, 일반적으로 예술은 정당화되지 않지만, 적어도 카프카에게만은 예술은 정당화된다. 왜냐하면 예술은 바로 카프카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세상의 '밖'에 있는 것과 묶여 있기 때문이다. 또 예술은 친밀성도 휴식도 없는 이 바깥ㅡ외곽의 심연을 표현하며 우리가 우리들 자신과도, 우리들의 죽음과도 가능성의 관계를 더 이상 맺지 못할 때 불쑥 솟아나는 것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이 '불행'의 의식이다. 예술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자, 더 이상 '나'라고 말할 수 없는 자, 그와 동시에 이 세계, 세계의 진실을 상실한 자, 그 유형에 속한 자들, 휠덜린이 말했듯이 신들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신들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이 비탄의 시간 속한 자들의 상황을 묘사한

    다. 예술은 또 하나의 다른 세계를 주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예술에 기원이 있기는 하나, 그 기원은 또 하나의 다른 세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떤 세계라 할지라도 그것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카프카가 예술이 허용하지 않는 도약을 성취하는 곳, 또는 그 도약을 성취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곳은 바로 이 지점이라는 것을 ㅡ 그것이 그의 작품에서라기보다는 그의 종교적 체험을 표현하는 메모에서이지만 ㅡ 우리는 알 수 있다) 이 두 세계를 확정적으로 구분 짓는다는 것 속에는 유혹, 그렇게 쉽게 해결해버리고 싶은 유혹이 있다는 사실을 카프카가 고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Mieczysław Weinberg - String Quartet n°5 op. 2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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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철나무꾼 2016-12-13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의 공간 옆에 모니스 블랑쇼로군요, 엑박 떠요~--;
    어차피 품절인 책이라 어쩌지 못할 테지만 말예요.
    기돈 크레머랑 바인 베르그, 이 쓸쓸한 겨울 저녁이랑 잘 어울립니다, 황량한 것이.

    ‘침잠하지 않도록, 주의‘라고 상기가 필요할 듯 해요, 제 자신에게~!

    AgalmA 2016-12-13 18:22   좋아요 1 | URL
    제가 읽었던 <문학의 공간> 구판도 챙기고 싶어서 엑박이어도 굳이 넣었어요.

    침잠해도 숨쉬러 떠오를 날 있겠죠. 수영을 내내 떠오른 채 할 순 없는 거 잖아요~_~

    양철나무꾼 2016-12-13 18:24   좋아요 1 | URL
    이 댓글 완전 맘에 들어서 챙기려고 댓글 남깁니다. 참 좋습니다, 좋아요~^^

    cyrus 2016-12-14 0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 인물들이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에 등장하는 흐릿한 형체와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

    AgalmA 2016-12-14 08:42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 그림들과도 비슷하죠^^ 이런 주제성을 선호하는 작가들이 있다고 봐야겠죠.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 카이로스의 시선으로 본 세기의 순간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정진국 옮김 / 까치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결정적 순간˝ 미학개념은 그의 사진집 <재빠르게 잡은 이미지>(1952, 파리) 서문을 통해 등장. ˝결정적 순간˝ 사진은 ˝눈 깜짝할 찰나에, 어떤 사실의 의미작용과 형태의 엄격한 조직화를 동시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정의.(p392 참조) 같은 해 미국판 제목이 <결정적 순간>이 되면서 회자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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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almA 2016-12-06 0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0자평으로 꽉꽉 채우려니 말이 몽동발이(딸려 붙었던 것이 다 떨어지고 몸뚱이만 남은 물건) 같은 점 양해 바랍니다;

    五車書 2016-12-06 08:20   좋아요 1 | URL
    중요한 키워드를 잡아내셨다고 생각합니다. 100자평으로 모자람이 없습니다. ^^

    yureka01 2016-12-06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이책은 꼭 읽어야할 책입니다.저를 위해 포스팅한거 같아서 아주 감사드리구요...구독리스트. 업업합니다.

    五車書 2016-12-06 08:19   좋아요 1 | URL
    유레카 님의 글도 참 좋았습니다. 이 책은 날개가 되지 않을까요… ^^

    AgalmA 2016-12-06 13:09   좋아요 1 | URL
    五車書님 말씀처럼 yureka01님 그 글 저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약간의 보완차 이런 글을 올리게 된 것이고요^^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제가 산 책 중에 가장 비싼 책에 속하는데요. 워낙 무겁고 커서 팔까 하다가 막판에 계속 주저주저 되더라고요. 중고로 내놨다가 사려고 하신 분께 죄송하다고 사과드리기 까지;;;

    이 책의 부제로 붙은 ˝카이로스의 시선˝은 이 책에 피카소 미술관장 장 클레르의 글에서 나온 표현인데요.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에 대한 멋진 평론이었습니다. yureka01님이 읽으시면 참 좋아하실 듯^^

    뷰리풀말미잘 2016-12-06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물 카메라로 하루에 수백 장씩 스냅사진을 찍어대다 보면, 가끔 이걸 내가 찍었어? 싶은 게 하나씩 나오잖아요. 결정적 순간이란 전 뭐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유명한 포도주 들고 있는 소년을 찍은 사진 있잖습니까? 저는 그 사진을 좋아하는데 그걸 넋 놓고 보면서 와 저걸 찍으려고 도대체 몇 컷을 날려먹었을까 하는 생각을 주로 한 것 같애요.

    브레송은 허공을 향해서 부단히 셔터를 눌러댔을 터인데, 진실이 그의 노력을 긍휼이 여겨 언뜻 속살을 비춰준 순간에도 그가 예술을 멈추지 않았다는 증거. 그런 순간들이 오늘날 작품으로 남은 것이 아닐까여? 노오력과 우연의 산물로 저는 단순하게 봅니다.

    ˝눈 깜짝할 찰나에, 어떤 사실의 의미작용과 형태의 엄격한 조직화를 동시적으로 인식하는 것˝ 이 문장은 책에 나오는 것인가요? 아갈마님의 것인가요. 제가 좀 딸려서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멋지네요. ㅠ

    나중에 브레송은 “나는 평생 결정적 순간을 찍기 위해 발버둥쳤는데,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라고 했다는데 정말 그런 걸까요? 지금 이 순간 아갈마님은 결정적입니까?

    AgalmA 2016-12-09 19:30   좋아요 0 | URL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은 워낙 유명해서 살짝만 말해도 아, 그 사진 하죠. 네, 그 사진 저도 인상적으로 기억합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나와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필름카메라라면 필름값 때문에 어디 수십 차례 찍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 보면 수 차례 찍었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사진 찍어 보셔서 아실 테지만 나를 사로잡는 결정적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죠. 그래서 셔터 스피드, 조리개 설정들을 그렇게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잖아요? 처음을 놓치면 제2의 결정적 순간, 제3의 결정적 순간인 거죠. 똑같은 순간이 다시 나타나 잡을 수 없기에 브레송의 사진들은 그토록 칭송받는 것이겠죠. 그는 결정적 순간이 나타날 때까지 매의 눈으로ㅎ 기다린 시간이 더 많았을 겁니다. 그리고 사냥 완료. 네잎 클로버는 그게 있는 주변에 네잎 클로버가 또 있는 법이죠(제 실제 경험이기도 함). 브레송은 그 감을 알았던 것. 말년에 그가 한결 느긋한 데생의 길로 간 게 이해되는 지점이죠. 물론 그의 특성이 어디 가겠습니까만ㅎ

    ˝이 세상에 결정적 순간이 아닌 것은 아무것도 없으리라˝ ㅡ 드 레스 추기경

    브레송 말도, 드 레스 추기경 말도 저는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은 좀 다르겠지만 예술에서 우연을 잡는 것은 노오~~력이 없으면 불가능하죠. 그것을 잡아내기 위해 적절한 도구, 감각, 기회들, 기다림이 필요하죠. 브레송이 간디의 암살 직전 등 중요한 순간들을 찍었던 건 그의 노오~~력 없이 가능하지 않았죠. 그가 사진을 찍고 나서 하필 간디가 암살되었다는 게 우연이라 할 지라도. 그가 현장에 있었다는 게 중요. 그래서 사진의 현장성은 늘 중요하죠.
    요즘은 스스로 설정하는 틀로 너무 쉽게 가는 거 아닌가 세간은 그렇게 생각하겠으나 그 또한 저는 노력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예술이 작동해 온 기반이기도 했습니다. 창조성에 있어서 앞선 세대의 예술이 많은 자양분으로 작동하는(다르게 보면 그걸 뛰어넘지 못하는) 건 단점이라 볼 순 없을 듯^^;; 인류는 그런 식으로 진화해 왔으니까요.

    물어보신 큰 따옴표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까치)가 출처입니다. 저 페이지 말고 다른 페이지에서도 인용됩니다. 저 문장은 브레송 ˝결정적 순간˝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되죠.

    오랜만에 나타나셔서 질문 한 보따리ㅎㅎ;;
    반가워요. 뷰티풀말미잘님^^

    뷰리풀말미잘 2016-12-06 18:25   좋아요 1 | URL
    맨날 제 닉네임도 틀리고! 아오!

    AgalmA 2016-12-07 18:52   좋아요 0 | URL
    ㅋㅋ 죄송요. 뷰리풀말미잘님ㅋㅋ 뷰리풀말미잘님 닉넴은 이상하게 번번히 그렇게 적어요; 뷰리풀과 뷰티풀이 비슷해서 그러는 듯. 매번 틀려서 신경쓴다고 하면서도 매번 틀려요...틀려 놓고 해맑게 웃고 있는 저 모습을 보라ㅎㄱ
    이번에 단단히 혼나서 담부턴 꼭 뷰리풀말미잘님이라고 쓸 수 있겠어요^^

    yureka01 2016-12-06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안그래도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책 봐야겠습니다..^^..감사합니다 아갈마님~~~^^.
     
    베를린을 그리다
    에드워드 B. 고든 지음, 노지양 옮김 / 북노마드 / 201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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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워드 B. 고든이 미국의 화가 Duane Keiser 에게 영감을 받아 '하루에 하나의 그림'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해 그가 살고 있는 베를린과 그 인근을 6년 넘게 그린 작품들을 담은 화보집이다. 하루에 하나라는 단순한 퍼포먼스 작업이라고 가볍게 치부할 습작 수준이 아니다. 15×15cm 캔버스라 무리한 작업은 아니었겠지만 하나 하나 내공이 느껴진다. 그것을 6년이나 했다니 그 끈기와 열정은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소셜네트워크 문화가 확산되면서 이야기와 성찰을 담은 사진, 그림 책이 많은 것을 생각할 때,  고든이 매일 그림을 블로그에 올리고 이 책까지 내면서 그런 점은 부족한 게 아쉬웠다. 보들레르가 들라크루와를 비평하듯, 하이데거가 고흐의 신발을 비평하듯, 푸코가 마그리트를 비평하듯, 들뢰즈가 프란시스 베이컨을 비평하듯 하는 거까진 바라지 않고ㅡ자신이 자기 작품을 비평하는 것도 기이할 테니ㅡ롤랑 바르트가 쓴 <카메라 루시다>정도면 어땠을까. 뭐든 무리한 요구일까.


    화가가 당시의 주변 상황이나 대기나 소리, 빠르게 스쳐가는 상념 등 좀 더 풍부히 담으려 했다면? 아마 고든은 순수히 화가 입장에서만 접근해 총체적인 관점의 기록은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그림은 흔한 풍경이나 정물에 그치지 않고 참 많은 이야기를 던지는데, 해석을 독자에게 맡겼다기 보다 나는 창작자가 놓쳤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잠깐, 더 중요한 무언가 걸리는 게 있다. 
    장르만의 성격, 장르만의 완결성에 대해서. 
    지금껏 이어져 온 예술 장르들ㅡ문학, 음악, 사진, 영화, 미술 등등ㅡ 이 모든 걸 다 담을 수가 있었던가. 그것들은 제각각 그 개성에 따른 한계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 가장 포괄적 예술은 영화일 것이다. (게임은 매니악한 상태니 열외) 그럼에도 많은 장르들이 건재한 건 그 장르만의 독특한 개성 때문일 텐데, 고든의 이 책에 대한 내 아쉬움은 과한 요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갑자기, 사라진 예술 장르는 없었을까 궁금해진다.


    빗속에서 춤을

     

     

    (왼쪽) 얼어붙은 그림자  / (오른쪽) 붉은 태양

     

     

    다이아몬드 나무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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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다이제스터 2016-12-02 06: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바일에 엄지만으로 글을 써도 이정도 훌륭한 글이 나오는군요, 정말 대단....^^

    AgalmA 2016-12-02 06:29   좋아요 2 | URL
    예전 메모를 수정한 거라; 양철나무꾼님 1일 1그림에 댓글 달며 문득 생각나서 올려 봤어요^^
    북다이제스터님 밑줄긋기 뽑는 내공에 비하면 제 엄지는 이곳에서 한량인 듯ㅎ;;;
    쌀쌀한데 출근 준비 잘 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새벽에 글을 자주 올리다보니 늦게 자는 이웃,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이웃이 훤히 보이네요ㅎㅎ

    북다이제스터 2016-12-02 06:29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미 출근했습니다. ^^
    날씨 무척 춥습니다. ^^

    AgalmA 2016-12-02 06:31   좋아요 2 | URL
    이 새벽에 출근-0-; 대단! 물론 저도 사무실~ 제 경우는 철야지만ㅎㅎ
    일 안하고 이거 쓰고 있으니 나중에 발등에 불이ㅠ.ㅠ;;;

    북다이제스터 2016-12-02 06:33   좋아요 2 | URL
    둘 모두 자본주의에 착취 당하는 불쌍한 프롤레타리아...?ㅠㅠ

    2016-12-02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6-12-02 15:50   좋아요 2 | URL
    예술은 끈기, 근성 없음 추진이 안되죠^^ 그거 하나로 악으로 버티며 스스로를 끌고 나가는 거 잖아요. 설렁설렁한다면 언제 그만둬도 그만인 취미로 한단계 내려가게 되겠죠. 취미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건 아니고, 예술과 취미의 정도에 대해 비교했단 걸 알아 주세요~
     

     

     

     

     

    2016년11월 24일에 펼쳐진 피에르 로랑 에마르(프랑스, 1957~) 연주는 로베르트 슈만(1810~1856) "갖가지 소품"과 죄르지 쿠르탁(헝가리, 1926~) "게임"을 교차했다. 정형적인 형식을 거부하는 아방가르드가 이번 공연의 특징이었다. 

    죄르지 쿠르탁 "게임" 시리즈는 피아노 솔로와 피아노 앙상블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성격은 비트겐슈타인 "놀이"와 비슷하다. "게임"은 어린이가 처음 피아노를 받아들이며 건반에 반응하며 갖고 노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렇듯 한 곡 한 곡 연주할 때마다 감전된 듯 튀어 오르던 피에르 로랑 에마르. 그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기복이 심한 화성 변화와 서정성이 뭉쳐 있는 음악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그것은 내가 음악에서 특히 느끼는 흥미이기도 하다.
     
    싱긋 미소를 지으며 세 번의 앙코르 연주. 독특한 인문학 강의를 듣는 듯하게 만드는 연주자였다.

     

     

     

     

     

     

     

     

     

     

     

    《메시앙 헌정 앨범》(독일 에코 클라식상), 《바흐:푸가의 기법》(도이치 그라모폰 데뷔 앨범, 황금디아파종상, 쇼크 드 몽드 뒤 라 뮈지크 상,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드뷔시 :24개의 전주곡》은 현대 피아노 음악의 교과서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은 음악을 '카톨릭 신학 교리에의 봉사'라고 생각했다.

    신과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피아노를 통해 '새의 지저귐과 울음소리'로 표현하려 했다. 여러 선법과 불협화음, 인도네시아와 그 외 동양적 리듬, 반복과 반전의 효과 등이 메시앙의 전형적인 기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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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통과 고뇌에 대한 보고서
      from 공음미문 2016-12-04 19:47 
      나는 여러 언어로 누구나 참여해 만들어가는 위키 백과를 인간의 은유로 자주 느낀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탐구해 기록하고 누군가 그것을 보완 수정한다. 이곳 알라딘에 있으면서 나는 같은 느낌을 자주 받는다. 누군가(작가) 썼고 우리(독자)는 그것을 읽고 또 글을 쓴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작가일 수도 독자일 수도)가 또 다른 글(작품일 수도 리뷰일 수도)을 쓴다. 《슈만, 내면의 풍경》을 다시 읽으며 '나를 다시 만나 읽는' 기분이었다. 고뇌가
     
     
    [그장소] 2016-11-27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식인의 항해를 생각나게하는 선곡이네요!^^


    AgalmA 2016-11-27 02:28   좋아요 1 | URL
    연주 스타일도 특이해서 보면서 듣는 재미를 주던 연주자였어요. 동영상 찾아서 보셔도 좋을 듯^^
    이번 공연에는 없었던 드뷔시와 베토벤 연주는 어떤가 저도 찾아 들어보고 있는 중~

    [그장소] 2016-11-27 0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웅 ~ 안그래도 유툽 항해중~ 찾아보려고~^^v

    AgalmA 2016-11-27 19:20   좋아요 1 | URL
    공연 때만 해도 살 수 있는 음반이 꽤 있었는데 어느새 품절이 많아져서 부득이 유튜브 신세 좀 많이 져야 할 듯;;

    [그장소] 2016-11-27 19:30   좋아요 1 | URL
    유투브 갔다가 곡 하나 듣다가 아래게 자동재생 그래서 이것저곳 많이봤네요~^^ 덕분에 ,
    벌써 품절반이 ...많다니 ..링크를 복사해놔야겠네요.

    yureka01 2016-11-27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찾아서 들어야겠어요..아침에는 소개시켜 주신 곡으로 ^^.

    AgalmA 2016-11-27 19:23   좋아요 0 | URL
    아방가르드한 곡도 있지만 서정적이고 친근하게 들을 만한 곡도 많습니다. 품절된 음반이 많아 알라딘에겐 안됐지만ㅎ; yureka01님도 유튜브로 찾아 들어 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