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멘타 하인학교 (무선) - 야콥 폰 군텐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
로베르트 발저 지음, 홍길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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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버리고, 생각을 버리고 하인이 되기로 한다? 괴테나 토마스 만, 니체가 들으면 어의없는 접근법이지 않은가. 그걸 노린 게 로베르트 발저였다.

 

 

 

 

 


 

 

"자유란 겨울 같은 것이다. 오래 견뎌내기 힘든 거야. 우리가 여기서 하고 있는 것처럼 몸을 항상 움직여야 한단다. 자유 안에서 춤을 춰야 해. 자유는 차가우면서도 아름답다. 다만 자유와 사랑에 빠지지만은 마라. 그건 너에게 슬픔만 안겨줄거야. 왜냐하면 자유의 영역에서는 누구나 잠시 동안만 머무를 뿐, 그 이상 오래머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이곳에 너무 오래 있었어. 봐라, 우리가 떠다닌 저 멋진 길이 서서히 녹고 있는 것을. 이제 눈을 뜨면 자유가 소멸해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앞으로도 가슴을 조이는 이런 광경에 자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그 무엇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신에 대한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 신은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신에 대해 생각을 한단 말인가? 신은 생각하지 않는 자와 함께 간다."

로베르트 발저(1878~1956) 『벤야멘타 하인학교ㅡ야콥 폰 군텐 이야기 』中

 

 

 


 

 

재미난 비교가 될 작품 

 

이 작품이 무위에 가까운 마음으로 하인학교로 들어가는 군텐의 내면을 다뤘다면, 공명심에 상류기숙사학교로 진학하는 퇴를레스의 내면을 그린 비슷한 시기의 문제 작가 로베르트 무질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

몰락하는 자와 이제 막 태어난 자의 접점에 있어서의 접근으로는, 토마스 만 『베니스에서의 죽음』

방랑을 통한 깨달음으로 가는 관념적 독일소설의 다른 예로는, 헤르만 헷세 『황야의 이리』,『크눌프』

대중으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스스로 택한 갇힌 세상에서 삶을 영위하는 소년의 삶에 있어 현대적? 다른 극단을 보여주는, 이언 뱅크스 『말벌공장』

이 작품은 희곡적인 느낌이 강한데, 관념성과 작은 존재로서의 의미망에 있어서 체호프의 희곡들과도 유사하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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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펭귄클래식 7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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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보다 명징하고 아름다운 서문도 드물다. 처음 읽을 때는 책(대상)에 매료되지만, 두번째 읽을 때는 세상의 추함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된다. 작품의 전개처럼. 그러나 세번째 읽을 때는 모든 게 슬프게 된다. 오스카 와일드 작품은 이상하게 그렇다.

예술에 대한 작품 개진이 발자크와 얼마나 다른가, 문득. 

 

헨리경과 도리언 그레이는 지킬과 하이드처럼 이성과 야만성을 함께 지닌 나라는 것을 우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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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8

어쩌면 사람은 자신을 가장할 때가 가장 편안해 보이는지도 모른다.

 

(서문)

예술을 드러내고 예술가를 숨기는 것이 예술의 목표다.

(…중략…)

모든 예술은 무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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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없는 사람 문학과지성 시인선 397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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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속에 어떤 치부를 마주하게 될 때 공감해야 할지 따져 물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는데-그것이 나 때문인지 당신 때문인지 세상 때문인지 알 수 없어-그때 詩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된다. 슬픔으로 빚어낸 예술 중 詩 만큼 인간적인 그릇은 없다. 슬픔의 갈증을 채우기 위해 그릇 속에 담긴 것을 벌컥벌컥 마신다. 눈물인지 술인지 기만인지 최면인지 가늠할 새도 없이.

결국에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이길 바랐지 않은가. 살아있는 순간의 비겁함이나 영원함 따위 뭐에 쓰란 말인가.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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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5
앙드레 브르통 지음, 오생근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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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리용 역에서 끊임없이 급격하게 덜컹거리면서, 내가 알기로는

출발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출발하지 않을 기차와도 같습니다."

 

 

 

 #
 역자는 앙드레 브르통이 당시 "사실주의 작가들의 단순한 정보 전달식의 문체와 상투적인 묘사, 결정론적인 심리 분석, 삶의 신비나 인간의 내면에 대한 평면적인 서술"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던 만큼, <나자>가 기존의 사실주의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질서와 무질서, 유기적인 계획과 우연적 요소가 변증법적으로 결합된' 작품이라고 평하고 있다. 또한 브르통이 '의학적인 관찰'의 문체로 삶의 현장과 사건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대로 텍스트 안에서 작가의 주관적 개입을 가능한 한 줄였는데, 그것은 날 것 그대로의 객관적인 텍스트 자료를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일이 독자의 몫임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역자는 말한다.

 

 글쎄,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다 읽고 나서 불.쾌.해.졌.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자면, 초현실주의자들의 '무의식과 찰라의 美에 대한 집착'은 마치 잭슨 폴록식 '액션 페인팅'같은 자세로 '욕망'과 '예술'을 뒤범벅시켜 사정하듯 전위적인 힘을 만들어냈고, 그러므로 <나자>에서 앙드레 브르통은 '나자'를 '팜므 파탈' 로서 작동하게 했다. 그는 '나자' 같은 여자를 기다렸고 만났지만 스스로의 비이성의 세계만으로도 힘겨운 그는 그녀를 감당하지 못했고, 종국에 "나는 누구인가", "나자, 당신인가"라고 읊조릴 수 밖에 없는 결말을 짓게 되었다.

 34년 뒤 추가한 서문에서 그는 "인간의 삶 속에서 주관성과 객관성은 일련의 경쟁 관계에 놓였다가 결국 그 싸움에서 아주 쉽게 곤란한 상태에 빠져버리는 쪽이 주관성"이지만, 좀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표현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으므로, 나는 신뢰 선상에서 독서에 임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객관적이고 정확한 표현"이라는 서사의 줄기는 내게 "조금 솔직해 보려고" 정도로 밖에는 읽히지 않았다. 막스 에른스트의 <남자들은 그것에 관해 전혀 모를 것이다>식으로 말해 보자면, 앙드레 브르통의 <나자>는 "나는 현재 이것밖에는 알 수 없다" 정도랄까. 오히려 그가 삽화식으로 던져 놓았던 에피소드들이 작품에 풍부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위고와 쥘리에트와의 대화, 미완의 형태로 그림을 끝맺을 수 밖에 없는 화가와 그를 지켜보았던 앙드레의 회상, 들루이씨와 방 번호의 일화 같은 것들 말이다.

 

ㅡ 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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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의 어떤 오후
정영문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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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작가의 작품 추이를 따라 가며 읽을 때면 그 작가의 데뷔작에서부터 면면히 이끌어져 오고 있는 근원성이 얼마나 실험배양이 잘 되어 가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책 속의 목차와 별개로, 내 독자적인 목차인 셈이다. 이런 나의 습성은 특히 한국 작가들을 읽을 때 자주 발동되는데, 같은 나라 동시대 사람들의 알리바이는 추적하기가 쉬워 흥미와 자극을 더 부추기기 때문이다.

 

 

 

정영문의 데뷔작 겨우 존재하는 인간(1996)이 한국적 레시피였다면,목신의 어떤 오후(2008)는 서양식 레시피로 변모했을 뿐 요리 재료들은 그다지 큰 변화는 없다.

 

소재(부엉이, 물고기, 개구리, 원숭이, , , 금붕어, 풍뎅이, 개미, 포도, 불가사리, 모자 등)와 상황 설정(공원에서의 만남, 부랑자 or 떠돌이, 산책, 여행, 불면, 꿈속의 환영, 기억의 연상, 환각 등)이 여전히 반복 변주되고 있다.

 

하루키가 자신의 이전 소설 재료들을 모두 가져와 백과사전으로 만들어버린해변의 카프카보다는 정영문의 반복 변주에 대해서 나는 우호적이다.

 

아무튼 이 빙빙빙 돌아 돌아 가는 작가들의 강박적 태도는 그들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심리적 호감도의 작동이기도 하겠지만 대개 언어를 통한 환상(미메시스가 아닌 기표로서의 언어)의 탐닉이 더 큰 요인인 것 같다.

 

그러한 작가군은 세계를 '유령지'로 만들어버리는 현상들이 짙은데, , 나쁘지 않다.

 

 

 

 

ㅡAgalma 


 

 

 

[브라운 부인]

"그들의 동기는 끝내 알 수 없었고, 우리는 거기에는 반드시 동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쩌면 그들은 스스로도 무엇을 원했는지 알 수 없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것은 숲속으로 들어간 살인자 역시 마찬가지였는지도 모른다."

 

 

 

[여행의 즐거움]

"그가 생각하기에 그가 누군가와 갑자기 가까운, 또는 친밀한 사이가 되는 데에는 어떤 예상치 못한 방식이, 다소 이상할 수도 있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여겨졌다."

 

 

 

[목신의 어떤 오후]

"어떤 식물들은 대칭을 참을 수 없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계속해서 옮겨다녀야 하고, 그래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동물들과 달리, 딴 곳으로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이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는 자유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추억의 한 방식]

"모기는 아무리 잡아 죽여도 마치 복제되어 만들어지듯 다시 나타났다."

 

 

 

[닭과 함께 하는 어떤]

"그들의 이야기는 이상하게 들리기도 했다. 한번은 어머니가 다람쥐와 모래와 편지에 대한 어떤 얘기를 했고, 아버지는 이발소와 우체국과 푸줏간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그들이 하는 말은 중간 중간 뒤섞였고, 그래서 다람쥐가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은 뒤에 우체국에서 모래가 들어간 소의 내장을 사 푸줏간에 갖다주면 좋겠다, 와 같은 말로 들리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에 늘 이끌리게 되는 것은 그 시절에만 가능했던 이러한 이상하면서도 매혹적인 장면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그럴 때면 나는 드물게 우리 집에 오는 우편배달부를 떠올리며, 나를 기쁘게 해줄 소식 따위는 필요없으니 그가 올 때마다 고아가 된 다람쥐를 한 마리씩 내게 가져다주면 좋을 거라는 그는 뭐든 들어 있을 것 같은 낡은 우편물 가방을 들고 다녔는데 고아가 된 다람쥐들 역시 여러 마리 들어 있을 것 같았다생각과 함께나는 다람쥐와 함께 떠날 준비가 되었다다음에 그를 만나면 그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곤 했지만 그에게 그런 부탁을 한 적은 없었다."

 

 

 

[목가적인 풍경]

"그의 그러한 점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를 더욱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유원지에서]

"우리가 그것을 배우려고만 든다면 자연은 별것들을 우리에게 다 가르쳐 주었다."

 

 

 

[동물들의 권태와 분노의 노래1-물 속의 알람 소리]

"모래놀이를 하자고 누군가에게 조르는 어른은 없다."

 

 

 

[동물들의 권태와 분노의 노래2-동굴 생활자]

"고양이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고양이가 보인 가장 이상한 행동은 거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왔다갔다한 것이다. 그것은 한참 동안 아주 규칙적으로 그렇게 왔다갔다 했다. 그에 따라 침실에서 열려 있는 문을 통해 보면 똑같이 생긴 수많은 고양이들이 끝없이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동물들의 권태와 분노의 노래3-부엉이의 숲]

"대체로 동물들의 울음소리는, 내게는 자연 속의 사물들에는 웃음이 없다는 사실에 분노한, 혹은 절망한 동물들의 웃음소리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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