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책 지름은 없다. 살아 있는 한


내가 죽을 때도 어디선가 책이 내게 오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물론 굿즈도 함께-ㅅ-;
민음북클럽 온라인 패밀리데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이 겨울엔 반가운 칼비노를 한 보따리 들였습니다ㅎ 
택배 박스도 『이탈로 칼비노 전집』 맞춤이넹ㅎㅎ!

우중충한 일상을 밝혀주는 그야말로 보석 같은 책~
민음사 책 살만한 건 어지간히 샀고 구매할 수 있는 행사 책 범위가 매우 협소해서 지나치려 했다가 최근 『우주만화』 보완한 『모든 우주만화』가 나와서 칼비노를 새로 다 읽어보기로 결심. 내년 독서 계획!
『모든 우주만화』 내고 『우주만화』 절판시켰던데 세트를 이런 식으로 내는 건 굉장히 error
좋아하는 작가 이탈로 칼비노 전집이니까 참습니다.
좋아라 하는 『보이지 않는 도시들』 표지가 황금색이라 아, 눈부신 자태에 현기증~~ 세계문학전집으로 가지고 있는 건 팔아야겠습니다ㅋㅋ 여러 판본의 『우주만화』도 이미 내놨습니다.
책으로 교양과 인테리어를 다 잡겠다ㅋㅋ!
양장본의 위엄! 세트의 위엄! 매우 위엄하구나!

 

 

 

 

 

 

 

 

 

 

 

 

 

 

 

 

 

 

● 혼자 놀기의 달인 - 보라 도서를 찾아라

 

하나하나가 작은 나무 같은 이파리들은ㅡ여기서 프랙털 이론을 말하면 감성 떨어지므로 넘어가자ㅡ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해. 간신히 붙어있던 잎도 다 떨어지고 마는 겨울엔 더 그렇지.
허브 잎으로 엽서 리폼 후 오랜만에 책놀이 발동ㅋ
보라 도서를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별로 없네😑 이러다 나중에 또 발견하고 우쒸~ 하겠지. 벌써 강렬한 보랏빛의 프로이트 『문명 속의 불만』을 발견하고 아차!


 

 

 

 

 

 

 

 

 

 

 

 

 

 

 

 

 

 

 

 

 

 

 

 

 

 

 

 

김상욱 『떨림과 울림』 데스크매트 멋지죠^^!

 

● 겨울밤엔 이런 책 - 김상욱 『떨림과 울림』

 

오, 2018 올해의 책 순위권에 들어가도 손색없을 책.
별 ★★★★ 주고 들어갑니다. 다 읽고 별 다섯 다 줄지 판단하겠습니다.
철학적이면서 문학적이기도 한 물리학 책. 비유력은 좀 떨어지지만(p54 '로미오와 줄리엣과 이몽룡과 성춘향' 비교, p64 '호랑이' 형상) 쉽게 전달하는 건 장점입니다.
부산 편 2에서 예술 애호를 피력했던 게 이해가 됩니다. 대단히 감수성이 풍부한 물리학자.
알쓸신잡 3에서 말했던 내용들도 속속 나오고 있네요ㅎ
미터법 기준, 빅뱅이론에서 허블 vs 조르주 르메르트 얘기, 스티븐 호킹 명언 "만약 우리가 (우주가 왜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의 답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인간 이성의 최종적인 승리가 될 것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시간의 역사』 마지막 문장) 등등

과학적 사고를 마치 사유의 침략자처럼 취급하는 건 대단히 보수적인 태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인간 모독으로 여겼던 것과 같이. 창조론자만이 그런 게 아니었잖아요. 우리는 150년 전 겨우 빛이 무엇인지 파악했습니다. 물리학의 발전에 따라 시공간의 개념도 완전히 바뀌었고요.
과학적 사고는 인간 사유가 나아가는 진화적 양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더욱 그렇게 될 것이고요. 아웅다웅 한들 우리 모두는 원자로 흩어질 존재에 지나지 않겠지만.

 

어두운 겨울밤 이 책과 함께 존재의 떨림과 울림을 느껴 보시길.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 커버도 그냥 종이가 아니라 가죽처럼 탄력성이 있어서 촉감 참 좋군요~ 신경 진짜 많이 쓴 티가 남ㅋ

 

 

 

 

 

 

 

 

 

● 책 유혹은 어디에나 있는데 안 읽을 수 있나. 그럴 수가!


알쓸신잡 3에서 김영하 작가가 유시민 작가에게 엠마뉘엘 카레르 『왕국』 선물한 게 방아쇠가 돼 어째 제가 카레르 전작 읽기를 하고 있습니다ㅎ

 『적』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다양한 시점과 정확하고 간결한 문체가 인상적입니다.『리모노프』도 읽으니 카레르의 특징과 탁월함이 더 잘 느껴집니다. 실화와 실존인물을 재구성함으로써 '문학의 종말' 소리 꺼져라! 하는 듯한ㅎ! 르포를 살린 글쓰기 때문에 조지 오웰과 비견되던데 그럴 만합니다. 그런가 하면『겨울 아이』는 살인과 몽상의 소나타 이중주를 보여주는 탁월한 소설입니다. 이 작가 재능과 인간 심리 탐구에 탄복하며 더더 열심히 읽게 됩니다. 읽어볼 책이 아직 많은 작가라 행복한 겨울입니다.

 

 

 

 

 

 

 

 

 

 

 

● 20년 전 1일 1사진

 

텍스트에 둘러싸여 즐겁냐고요. 아니오.
롤랑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 기록을 찾다가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바르트』만 발견했다.

"나는 모순적이 아니라, 분산된다"

언제 봐도 롤랑 바르트는 참 말 잘해.


"우리는 우리이고, 늘 우리이면서, 한순간이라도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이 우리들 안에서 생겨났다."
- diderot 「헬베시우스의 반박」

그리고 더 많은 발견.

20년 전에도 매일매일 미칠 듯이 찾았고 찍었고 기록했다.
아직도 나도 다른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게 새삼스럽지도 않다. 우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니까. 우린 어쩜 이렇게 비슷할까.


BGM은 신해철 <50년 후의 내 모습>

상상 가능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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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2-05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져요! 이탈로 칼비노 전집이라니요!! 밥 안 먹어도 배부르고 몇일은 커피도 끊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맞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상욱의 책은 저도 한 권 읽었는데, 얼른 <떨림과울림> 읽고 싶어요.
AgalmA님 올해의 책 순위에 들 책이라니 그냥 보낼 수가 없네요.

AgalmA 2018-12-15 00:40   좋아요 0 | URL
이렇게 세트 하나 지르면 배부를 거 같지만 바로 라면도 먹고 또 책을 사고 그러고 있지요;;;
딱히 제 올해의 책이라기보다 서점에서 연말에 진행하는 올해의 책 순위에 들어도 좋을 책이라는 뜻이었습니다. 함량 미달의 책이 늘 20~30% 보이는데 그런 책보다는 이런 책이 훨씬 유익하죠!

곰곰생각하는발 2018-12-05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을거리와 볼거리의 화려한 조화.. 이달의 페이퍼로 추천합니다아..

AgalmA 2018-12-15 00:41   좋아요 0 | URL
그...그렇습니까; 다 제가 즐기기 위해서 하는 거죠 뭐^^; 가끔 혼자놀기도 지나치다 싶고ㅜㅜ;;;

2018-12-12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5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5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6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7 16: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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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7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7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9 0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1일 1사진 - 아직 빛이 있을 때 더 방황하리

 

예쁜 알폰스 무하 봉투에 시집을 담아 산책.
숲에서 읽는 문장은 더 아름답고 깊다.
톡톡 수면을 건드리는 물고기들은 물속 시어(詩語)

 

 

 

 

 

 

 

● 1일 1그림 - 실패를 아는 그림

 

매일 먹고사니즘 그림은 그리지만 내 그림은 한동안 그리지 않았던 터라 감각이 또 무뎌진 걸 느꼈다. 그리는 내내 그랬다. 치즈케이크를 예쁘게 자를 수 없었듯 그랬다. 돌이켜보면 매일 읽으면서 매일 내 그림을 그리지 않은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매일 읽으면서 매일 내 글을 쓰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커피가 쓰다.

"버지니아 울프는 보통 오전 10시에서 오후 12시 30분이나 1시까지 2시간 30분~3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글을 썼다. 그렇다면 과연 그녀는 하루에 1천 자를 썼을까, 2천 자를 썼을까? 1926년 5월 9일자 《등대로》의 초고를 살펴보니 약 535자를 썼고, 그중 73자에 줄을 그어 삭제했다. 그러니 하루에 쓴 분량은 462자였다. 그녀가 하루에 3시간 동안 글을 쓴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삭제한 부분까지 포함해 하루에 약 178자를 쓴 셈이다. 당시 그녀는 창작 능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을 때였다.
ㅡ루이즈 디살보 『최고의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는가』(예문아카이브)

 

※ 오류 지적 : 하루에 178자를 쓴 게 아니라 한 시간에 178자를 쓴 것.

 

 

뭐든 쓰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한다면
, 내가 책을 내면 베스트셀러가 되고 유명 작가가 되리라는 허황 속에 있는 것과 같다. 이 책뿐 아니라 많은 작법서들은 유명 작가들의 재능보다 계획과 노력이 더 중요했다고 말한다. 계획과 노력이 오히려 재능을 키운다. 적어도 작가 되기를 원한다면 내키는 대로 읽고 쓰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취미 생활이라고 위안 삼거나 변명하지 말 것. 자기 내면은 속일 수 없는 법. 꾸준하기 위해선 계획이 절실하다. '빨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제대로'를 위해서. 즉 첫 단추일 거 같은 계획이 완성의 핵심이다.
목표 지향, 난 이게 참 어려워.
오늘도 외계인이 침공하는 꿈을 꿨고 정신없이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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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6 14: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26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알쓸신잡 3

오늘의 알쓸신잡 명언(※기억에 기반했기에 정확한 워딩은 아님)
“자신의 100%를 쓰지 마라.”(김영하)
“인생에서 반전이 있는 사람이 좋다.”(소크라테스와 원효를 좋아하는 유시민)
“우주의 시작을 알 수 있다면 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스티븐 호킹의 말을 인용하며 “처음을 알 수 있다면 만물의 지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김상욱)
    
    
연쇄싸인마 김영하가 속초에서 30년 이상 운영되고 있어 유명한 문우당서림과 동아 서점을 들러 사서 다른 패널에게 선물한 책

김진애에게 - 엘리자 수아 뒤사팽 『속초에서의 겨울』
김상욱에게 - 요시모토 바나나 『바다의 뚜껑』
유시민에게 - 엠마뉘엘 카레르 『왕국』
유희열에게 - 파스칼 키냐르 『음악혐오』

 

 


억))) 『음악혐오』!!! 통영 갔다 온 지가 언젠데 아직도 완독 못한 『음악혐오』가 등장해 왕뜨끔))))
올해 가기 전에 완독할 목록 자동 띠옹~
원효대사 책은 아직 내 수준에는 무리;;
    
책이고 뭐고 양양으로 서핑 배우러 가고 싶다ㅜㅜ!
파도를 보고 또 보며 현재 속에서 충만히 나의 파도를 기다리고 싶다.

지난번 진주 편은 허수경 시인 얘기로 맘을 흔들더니ㅜㅜ

거기다 알쓸신잡 3 너마저 책 좀 완독하라고 독촉을ㅠㅠ

 

 

통영 윤이상 기념관에서(매우 아름다운 곳입니다. 통영 가면 꼭 가세요)

 

 


 ● 도서관 일지

 

내 생일 즈음 책 택배가 늦어 툴툴댔는데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지난 29일 오후 10시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A(57)씨가 몰던 트레일러에 B(34)씨가 치였다.
B씨는 CJ대한통운의 하청업체와 계약한 일용직 노동자로 택배 상차 작업 마무리 후 컨테이너 문을 닫는 과정에서 택배 물건을 싣고자 후진하던 트레일러에 끼였다. 
B씨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0일 오후 6시 20분쯤 끝내 숨졌다.
사고가 난 물류센터는 지난 8월 아르바이트하던 20대 대학생이 감전돼 끝내 숨진 곳으로 사망사고가 난 지 3개월도 안 돼 또다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출처 : http://www.nocutnews.co.kr/news/5053509]

 

내가 도덕을 그것도 기원을 찾아보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우리는 각자 이토록 고독한데도 우리로 사는 법을 배우지만... 조금만 현실을 놓쳐도...

보르헤스는 "나의 모든 시도가 쓸데없으리란 것을 알지만, 기쁨은 해답이 아니라 수수께끼에" 있다고 했다.
허수경 시인의 첫 시집은 도서관에 없었다. 찾아야 하는 수수께끼처럼.

검은 얼룩 고양이가 내 앞을 가로질러 갔다. 가로지르는 것들은 짜릿하다. 마크 로스코의 유작 「Untitled」(1970)의 붉은 가로지름이 나는 슬프지 않았다. 평생 기쁨의 수수께끼를 찾는 이들이여.
가을이 사방을 가로지르고 나는 어디를 가로지르고 있는가.
멈추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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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8-11-10 0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통영알리미 AgalmA님께서 ‘알쓸신잡‘에 대한 팬심을 이번 글에서 아낌없이 보여주셨네요. ㅋㅋ

AgalmA 2018-11-10 04:19   좋아요 1 | URL
많고 많은 시청자 중 하나죠^^; 요즘 이상하게 방황 중인데 알쓸신잡 여행기를 보며 더 발동이 걸리려고 해서 흑흑)))

겨울호랑이 2018-11-10 05:17   좋아요 1 | URL
^^:) AgalmA님께서 가을을 타시나봐요. 갑자기 추워지면서 겨울보다 더 스산해지는 것을 보면 저도 조금은 그런것 같기도 하네요...

단발머리 2018-11-10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김영하 어록이 어제밤편의 어록일까요? 항상 재방송을 보는 1인이라서요 ㅎㅎㅎㅎㅎ 통영사진 너무 좋네요.
저도 기회되면 가보고 싶어요^^

AgalmA 2018-11-10 16:20   좋아요 0 | URL
네 이번 [속초, 고성, 양양 편] ^^ 김영하는 언제나 빛나는 촌철살인 멘트를♥
통영 정말정말 좋죠. 어느 계절을 가도~

북다이제스터 2018-11-10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 가시 전 완독할 독서 목록은 점차 쌓이고... 올해도 정말 얼마 안 남았어요. ㅠ

AgalmA 2018-11-10 16:2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흑흑)))

suegraphic 2018-11-12 0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쓸신잡 fan일인이예요. 저 구절들을 저도 생각했었는데 ㅎㅎ

AgalmA 2018-11-14 03:47   좋아요 1 | URL
이번 주는 부산이라는데 기대됩니다^^
 

 

 

● 오늘의 코디 - 블루

블루 후드 가디건, 블루 체크 머플러, 헤르타 뮐러 매듭 에코백도 챙겼으나 오늘 메인은 이질바퀴 씨의 핸드메이드 티셔츠🎽
이질바퀴 씨 캐릭터 좋아하는데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시나 모르겠네. 관심사가 넓으니 무심하게 되기가 쉽다ㅜㅜ;

맘 같아선 블루 컵도 맞춰서 들고 다니고 싶지만 참자; 아니, 사실은 안 참았지. 테이크아웃 컵에 블루 줄무늬가 들어간 파리바게트 아메리카노를ㅋ 버스 환승 안 놓치려다가 커피 쏟아 앗, 뜨거 슬랩스틱도ʕ-ᴥ-ʔ
무엇보다 코디의 완성은 책이지!

 "마치 그때까지 사랑한 순간의 흔적을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더 이상 그렇지 않게 된 것처럼 무언가를 더 필요로 했고, 그것이 글이었다."

ㅡ 아니 에르노 & 마크 마리 『사진의 용도』

나의 이 기록들도 저런 의미다.
아무튼 아니 에르노는 리베카 솔닛 좋아하는 분들이 좋아할 문체군요. 어머니와의 관계를 글로 쓴 것도 그렇고.

 

 

 

 

 

 

 

 

 

 

 

 

 

 

 

 

● 오늘의 음악 - 가을이니까, 오늘의 날씨는 실패라서

 
♪ 나이트 오프(Night Off)
[Take A Night Off](2018년 6월, single)
「오늘의 날씨는 실패다」

[우리는 매일매일](2018년 8월, single)
「우리는 매일매일」

[예쁘게 시들어가고 싶어 너와](2018년 10월, single)
「예쁘게 시들어가고 싶어 너와」

언니네 이발관의 이능룡과 못Mot의 이이언의 프로젝트 밴드
2달에 한 번씩 single을 낸다는 기획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윤종신에게서 영향을 받은 건가a 매 곡 퀄리티가 상당한데 이번에 나온  「예쁘게 시들어가고 싶어 너와」는 가을 곡 추천으로 굿~👍

♪ 비오(B.O.) [Stay](2018년 7월, single)
「Stay」
알앤비 베이스로 일렉 기타 조합을 멋지게 구사하는 싱어송라이터
"너 하나 말고 변한 게 없는데도 매일이 낯설기만 한 걸"
가사 크~


 

● 매일매일 발견

나는 허만 멜빌 『모비 딕』이 에드가 앨런 포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의 영향을 강력히 받았다고 추측했는데( http://blog.aladin.co.kr/durepos/7624870 ) 이번에 신뢰할 만한 정보를 얻었다.

"허먼 멜빌은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을 읽었어요. 그리고 『모비 딕』을 썼지요. 이 책에서 멜빌은 같은 착상을 활용하여, 주홍색이나 검은색이 아닌 흰색을 가장 무섭고 오싹한 색으로 구상했어요. 우리는 『모비 딕』과 『아서 고든 핌의 모험』, 두 책 모두 흰색의 악몽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답니다."
ㅡ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윌리스 반스톤 『보르헤스의 말 : 언어의 미로 속에서, 여든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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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8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8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11-08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냥 블루도 좋지만 개인적으론 코발트 블루 넘 좋습니다. 지중해라도 가야 할까요? ㅎㅎ

AgalmA 2018-11-10 00:08   좋아요 0 | URL
코발트 블루는 그림 그리기엔 매우 까다로운 색깔이죠. 강렬한 만큼 조심스럽게 써야 그 맛이 사는! 자칫 싸구려 간판 글자 같은 색이 될 수 있어서; 코발트 블루 좋아하시면 무려 작가 이름이 붙은 이브 클랭(Yves Klein) 블루도 좋아하시겠네요^^

북프리쿠키 2018-11-08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의 색깔 포스팅은 독보적입니다^^

AgalmA 2018-11-10 00:09   좋아요 0 | URL
앗; 그...그런가요a; 저는 그저 좋아서 하는 짓이라;;; 카...캄사요~~
 

연말이 다가오니 마음이 조급하다. 어떤 책을 더 읽어야 하나. 그러므로...


 

● 목소리들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사랑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살아남을 사람이?"

"수십 년이 흐른 지금, 대체 나는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이러는 걸까? 어떻게 그런 일이 모스크바나 스탈린그라드 바로 옆에서 일어날 수 있었는지 따져 묻고 싶어서? 아니면 군사작전에 대한 묘사라든지 높고 낮은 언덕들의 이름에서 따온, 지금은 잊힌 전투의 명칭들이 듣고 싶어서? 나는 정말 전선이니 전선의 활약이니 진격과 퇴각이니 그런 이야기, 전복된 열차가 몇 대고, 빨치산의 기습공격은 어땠는지 따위의 이야기가 필요한 걸까? 이미 수천 권도 넘는 책들에 등장하는 그런 이야기들이? 아니,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다. 나는 ‘영혼에 대한 이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모은다. 영혼의 삶이 남기고 간 흔적을 따라가며 영혼을 기록한다. 나에겐 영혼이 걸어간 길이 사건 자체보다 중요하다.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최소한 우선순위를 차지하지는 않는다. 나를 흥분시키고 놀라게 하는 건 다른 것, 즉 ‘대체 거기서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거기서 사람은 무엇을 보고 또 무엇을 깨달은 걸까? 도대체 삶은 무엇이며 죽음은 무엇일까? 그리고 결국 나 자신은 누구인가? 나는 감정의 역사를 쓴다…… 영혼의 역사를 쓴다…… 전쟁이나 한 나라의 역사, 영웅들의 인생역정이 아닌, 그저 평범한 삶을 살다가 거대한 사건의 깊은 서사 속으로,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 작은 사람의 역사를 쓴다."

"그곳에서 내가 빗장을 열고 보게 될 위대하고도 놀라운 한 사람의 삶이. 만약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똑같이 무한하다면, 어떻게 작은 것을 작다고 하고 큰 것을 크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둘을 구별짓지 않는다. 한 사람만으로도 벅차다."

자기 생각과 목소리를 내기 바쁜 작가들 속에 역사에서 잊히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작업은 기념비적이다. 단지 남성 전쟁 역사 속에 희생양이 된 여성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그 시대 속에 섞여 들어간 인간 개개의 선택, 삶과 고통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판단과 해석을 앞에 내세우지 않고 최대한 자신을 뒤에 두는 기록!  우리는 거기서 분명 무언가를 듣게 된다. 저널리즘 문학의 모범이다. 픽션을 압도하는 깊은 감명과 성찰을 준다. 『체르노빌의 목소리』도 맘이 너무 무거워져서 읽다 말았는데 올해 안에 완독해야지!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선물 책으로 꼭 예술 분야로 보내주시는 고마운 이웃이 있다. 이 분이 보내주시는 책으로 인해 내가 야매 미술 평론가라도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캄사합니다♥

이 책은 서울시립미술관 개관 30주년 기념 전시 <디지털 프롬나드>전을 위해 기획된 단행본이다. 회화-이미지의 미디어아트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전시를 봤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어쩔 수 없지. 137페이지 소책자에 13500원은 좀 비싼 거 같은데 이런 책은 동네 도서관에서 잘 들여놓지도 않으니... 전시 도록들이 원래 비싸서 이건 늘 불만이다.


 

"예술의 '아름다움'은 실재적 사물, 상징화에 저항하는 사물의 심연이 외양하는 가면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최악의 접근은 과학과 예술의 '종합'을 목표하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들의 유일한 결과는 심미화된 지식이라는 뉴에이지 괴물의 일종이다."
ㅡ슬라보예 지젝 『신체 없는 기관』

이 책과 온 굿즈들이 더 흥미롭다.
오, 에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할머니 알라딘 선물상자도 있었넹-0- 예쁘다♡

[책과 함께 유럽 박물관 인포그래픽] - 유럽 미술관, 박물관 연표 포스터
『박물관 미술관에서 보는 유럽사』, 『문명의 그물』 수록 내용이 있는데 『문명의 그물』 내용이 재밌어 보여서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해야겠음. 일단 보관함에~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1337~1453) 군사 경쟁 얘기가 아주 흥미롭다.


"1453년 콘스탄티노플의 성벽을 허물었던 오스만 군대의 대포는 원자재를 가지고 가서 현장에서 철을 녹여 만든 것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이중벽을 쌓고, 성 둘레에 해자를 파서 물로 채우며, 성벽에 대포를 설치하여 반격하는 새로운 성을 개발해냈다. 이 기술은 1530년대부터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대포라는 공격 수단과 이에 저항하는 성벽이라는 방어 수단이 유럽에 확산됨으로써 기존의 정치 다원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ㅡ7장 <전쟁의 그물> 중 '대포와 성벽'에서'

 

 ● 2018년 11월 내가 산 책

오랜만에 중고도서


● 로버트 단턴 『고양이 대학살』(문학과지성사)
ㅡ프랑스 문화사 책으로 유명한 책인데 10년 전 도서관에서 읽다가 중단된 책. 이 책을 완독 안한 게 늘 맘에 걸렸다.

● 조르조 바시니 『성벽 안에서』(문학동네)
문학동네에서 내는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시리즈 중 제발트와 함께 꼭 읽고 싶었던 작가. 드디어 입수~

● 사데크 헤다야트 『눈먼 올빼미』
배수아 작가 소설에서 자주 언급되는 소설로, 작품 개요만 봐도 우울이 몰려올 거 같은. 글루미선데이 음악처럼 이 책을 읽고 자살한 사람이 많아 이란에서 출판 금지서이기도 했던. 다자이 오사무처럼 헤다야트도 두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삶을 마감.

배수아 작가 번역으로 문학과 지성사에서도 같은 해 같은 책이 나왔더군; 내가 산 책은 요즘 유행인 누드 제본이라 조금 더 독특한 외관.

 

[가을엔 시집이지!]
● 아르튀보 랭보 『지옥에서 보낸 한철 』(민음사)
황현산 선생은 랭보 번역이 국내에 제대로 된 게 없었다며 자신도 번역하기 어려워 묵혀 둔 게 여럿 있다고 한 랭보 시들.
김현 평론가 번역, 황현산 선생 해설의 완벽한 조합으로 제대로 다시 읽어 보기로.

● 유희경 『오늘 아침 단어』
최근 나온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을 읽고 거슬러 올라가 읽어보고 싶은 시인.

● 박연준 『베누스 푸티카』(창비)
평이 좋은데 구매를 미루다 잊었던. 마침 눈에 띄길래 업어옴.

문학과 지성사부터 민음사, 창비까지 골고루 샀군. 문동 시집은 살 게 없더라공ㅎ
가을책, 가을 분위기 잔뜩이네

but 굿즈 구매는 실패
클래식 레이블 에코백이 내 기대와 무척 달라 반품 예정...흑흑, 좋으면 선물도 할라 했는데. 요즘 알라딘굿즈 에코백 계속 실패네ㅜㅜ

 

 

 

 

 

 

 

 

 

 

● 1일 1사진 - 신비 & 당혹

 

자신이 만든 것의 신비를 정작 본인이 모른다는 데 사물의 신비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은 사물이나 현상 자체의 신비라기보다 인간의 신비인지도.

 

"어쩌면 내가 쓴 모든 것은 사물과 현상에 대한 당혹감이라는 핵심 주제에 관한 은유이거나 변용에 불과한 것인지도 몰라요. 이 경우에는 철학과 시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같은 종류의 당혹감을 나타내니까요. 철학의 경우에는 답이 논리적인 방식으로 주어지고 시의 경우에는 비유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죠. "
ㅡ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윌리스 반스톤 『보르헤스의 말 : 언어의 미로 속에서, 여든의 인터뷰』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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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1-06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문명의 그물> 저도 읽고 있는데. 감탄하면서요. 박식한 사람들 멋있어요. 조홍식 선생님이나 아갈마 선생님 같은....

AgalmA 2018-11-06 15:39   좋아요 1 | URL
절 놀리는 게 아니라면 선생님 같은 소리는 하지 마시고요😰😅
<문명의 그물> 쓴 저자 저는 좀 생소한데 엮는 솜씨가 대단한 거 같은데 syo 선생님도 그러시다니 더욱 신뢰가네요ㅋ!

얄라알라 2019-01-06 21:35   좋아요 2 | URL
syo님 덕분에 ˝아갈마˝라고 읽는 줄 처음 알았어요. 늘 A galm A 이렇게 소리내다보니 붙여 읽어볼 생각을 못했는데 참 어리석었네요^^ ㅋ

AgalmA 2019-01-07 09:07   좋아요 0 | URL
얄라알라북사랑님^^, 제 닉넴이 아글마 같다고 하는 소리도 듣는데ㅎ 부르기 불편해하시는 분이 더러 계시더라고요^^;; 이제라도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사이가 되는 건가요ㅎ;; 알은체 해주셔서 감사요^^

2018-11-06 0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8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8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8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08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11-06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이 호강하고 갑니다~

AgalmA 2018-11-08 16:04   좋아요 0 | URL
저도 여러 분들 글 보며 호강에 겨워 버거워하고 있는 걸요;;; 즐겁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가끔은 너무 시시콜콜한 것도 올리나 싶어서;

단발머리 2018-11-06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고급져서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모르는 작가가 너무 많지만, 아니면 너무 많아서~~~~~
1일 1사진도 너무 근사하고요.
저도 얼른 서둘러 읽으러가야겠어요. 아갈마님 페이퍼 읽고 나니 저도 쪼금 마음이 조급해지는 느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galmA 2018-11-08 16:05   좋아요 0 | URL
조급한 마음, 저만 그렇겠나요ㅎ 독서쟁이들 이맘 때 다 그렇겠지요.
책도 그렇지만 일상의 기록이 하루하루 살아갈 힘을 줍니다.

cyrus 2018-11-06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대학살>을 새 번역본으로 다시 나왔으면 좋겠어요. 개정판이 나오지 않은 게 의문입니다. ^^;;

AgalmA 2018-11-08 16:08   좋아요 0 | URL
개정판 나오겠지 싶어서 나온지 10년 이상 지난 건 잘 안 사게 되더라고요. 사자마자 개정판이 나와 허튼 짓한 경우도 종종 있어서ㅜㅜ
문학과 지성사가 개정판에는 좀 소홀한 거 같아요. 주력하는 시집만 좀 열을 올리고ㅎ
이번에 보니 스펙트럼 시리즈 몇 권도 리뉴얼로 새로 내던데 좀 더 부지런해지셔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