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바다출판사, 2020)

-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를 안 읽을 수는 있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한 권만 읽고 끝날 수 없는 작가!

월리스의 글 특징을 "시대에 뒤떨어진 괴팍한 늙은이로 보일 만큼 깐깐하게 굴면서까지 무언가를 제대로 해내려고 하는 태도, 그러면서도 사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인정하는 태도"로 독자에게 통렬한 즐거움을 안긴다고 말한 토머스 벨러의 평에 적극 동감합니다.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바다출판사, 2018)을 펼쳤을 때처럼 심드렁하면서 집요하고 재밌는 그의 시선과 문장이 격하게 좋습니다. 이 삼 박자가 어우러지기 쉽지 않죠. 심드렁한 문체는 어지간한 독자가 같이 흥미를 느끼기 어렵고, 집요하기만 하면 글이 지루하고 늘어지기 쉬워 재미를 느끼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내게 그는 에세이의 왕!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국내 『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첫 단편)에서 취재차 오른 호화 크루즈 디너 모임에 어울리지 않는 티셔츠 차림이었던 것처럼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거의 떠나온 상태에서 떠나오기』 첫 단편)에서는 일리노이주 축제장 취재를 가 정장과 골프 셔츠와 유럽 슈트 차림인 남자들 속에서 "이 안에서 티셔츠를 입은 사람은 나밖에 없다" 하고 있네요😅😁😅

 

 

 

 

 

 

 

 

 

 

 

 

📘 옌스 페테르 야콥센 『베르가모의 페스트』(열린책들, 2020)

- 알베르 카뮈 『페스트』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궁금할 제목이죠.

이 작가는 19세기 덴마크 자연주의와 상징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되는데, 릴케와 토마스 만, D. H. 로런스, 프로이트, 음악가 쇤베르크 등에 영향을 줬다니 더 기대되지 않겠어요^^

 

 

 

 

📘 그레고리 베이트슨 『마음의 생태학』(책세상, 2013 초판 3쇄)

- 베이트슨(1904~1980)은 유전학의 기초를 마련한 생물학자 윌리엄 베이트슨의 아들이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물학 전공, 인류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인공두뇌학, 유전학, 정신의학, 병리학, 생태학 등 여러 분야를 연구한 사람이라 그의 책을 읽고 싶었습니다. 그의 논문을 모아 1972년 출간한 이 책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해 환경 운동과 캘리포니아 뉴에이지 그룹에 영향을 줬다고 합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만 7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ㅜㅜ

 

 

 

 

 

 

📘 페터 한트케 『시 없는 삶』(읻다출판사, 2019)

- 노벨문학상 영향인가요, 우연히 이리 된 것인가요. 한국에서 그리 인기 있는 작가가 아니라서 그의 시집이 나올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출판사는 우연이었다고 하던데 오우, 대박~

그의 소설을 모두 합친 것 같은 분위기, 한마디로 한트케 풍이라고 할까요? 그의 소설이 시로 변환된 걸 보는 재미가 있어요. 그의 소설 중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과 가장 흡사합니다.

 

 

 

📘 하라 켄야 『디자인의 디자인』(안그라픽스)

- 2007년에 초판이 나왔는데 2017년에 14쇄. 지금이면 16쇄는 넘어갔을 듯. 이 정도면 스테디셀러라 할 수 있죠. 그런데 난 왜 아직까지 못 읽었나-,,-) 이제 읽을라고용.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열린책들, 2020 리커버)

- 책이 있는데도 굳이 산 것은 1차 사은품이었던 어린 왕자 구슬램프(4,200원)와 다른 포즈인 '서 있는 어린 왕자' 2차 사은품이 취향 저격을! 책에 수록된 원작 그림과 흡사해서 수집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T^T

리커버 디자인이 한 손에 쏙 들어오고 귀여운 맛이 있어요. 어린이가 들고 있으면 더 귀여울 듯ㅎ

새로 나온 어린 왕자 클립도 살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ㅜㅜ

 

 

 

 

 

 

 

 

 

 

 

 

 

(※ 동영상은 웹에서만 볼 수 있나 보네요. 북플에서는 안 보여요.)

 

 

지금 알라딘에서 열린책들 브랜드전 하지요.

 

 

 

열린책들 사면서 받은 장 자크 상페 그림의 <승부> 유리컵 예쁩니다. 집에 없는 온 더 록 잔^^

 

 

 

🎁 그 외 알라딘 굿즈

 

 

🎀 본투리드 티셔츠 Vol.4 어린 왕자 화이트(S, 5,000원)

- 안 이쁘다고 투덜댔지만 안 사긴 또 아쉬운 시즌 굿즈. 어린 왕자 마크가 가장 예쁜 걸로 구입해봤습니다. 얇은 여름용인데 곧 변색될 거 같은 느낌ㅎ; 올 한철만 입을 게 아니라면 흰색 사는 건 추천드리고 싶지 않군요.

S 사이즈도 상당히 넉넉하니 여성분은 프리하게 입자고 M 사이즈 사면 망합니다ㅎ! 타이트하게 입고 싶거나 44~55 정도 되는 분은 XS 사이즈 사셔도 돼요.

 

 

 

 

 

 

 

 

🎀 우드 스틱 북마크 모비딕(2,500원)

- 1,500원 정도가 적당할 거 같은데 비싸다고 생각. 문득 아이스크림 바를 리폼이나 해볼까 생각도-,,-)a

 

 

 

 

 

 

 

 

 

🎀 피너츠 북엔드(스누피와 우드스탁, 1,000원)

- 집에 온통 알라딘 북엔드😄

 

 

 

 

 

 

 

 

 

 

 

🎀 본투리드 에어팟케이스+키링(아크릴. 마크 트웨인과 밤비노, 3,000원)

- 케이스보다 키링이 더 예뻐서 구매.

 

 

 

🎀 알라딘 원두 4월 신상이었던 에티오피아 시다모 난세보를 맛보지 않을 수 없어 사고, 콜드 브루 헤밍웨이도 두 병째 구매.

🎀 본투리드 스티키 북마크 죄다 품절인데요. 이리 된 지 꽤 됐는데 왜 빨리 수급이 안 되는 거지요? 결국 포스트잇 플래그로 구매.

 

 

 

 

 

 

 

 

 

 

 

몇 년 만에 만난, 책 안 보는 녀석에게 문장이 적은 책 선물로 뭐가 좋을까 하다가 비닐 안 뜯은 📘 허먼 멜빌(원작), 크리스토프 샤부테(각색, 그림) 『그래픽 노블 모비 딕』(문학동네)을 선물로 줬습니다. 최근에 획득한 모비딕 우드스틱 북마크도 같이 줘서 모비 딕 굿즈가 줄었어요. 흑흑. 이러려고 굿즈 모으면서도 아쉬운 건 아쉬워. 예상대로 녀석은 모비 딕을 완독하지 않았더군요. 다 보고 중고로 팔면 영화 한 편 볼 값은 나올 거라 했어요. 책은 이러저러 유용하다니까요ㅎ 금본위제가 아닌 책본위제 생활자;

보내고 아쉬워서 중고도서로 다시 샀는데 알라딘 중고도서 수급은 정말 놀랍습니다. 내가 사길 기다렸군😅 혹시나 해서 신청한 중고도서 알림으로 단 이틀 만에 만났습니다.

비닐이 없어서 접근하기 쉬워졌습니다. 읽을 책이 쌓여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비닐 래핑 책은 뜯기 아까워서 한참 놔두기 때문이죠.

반려동물 없는 독서가라 모비 딕 실리콘 북램프를 쓰담쓰담 하며 책 읽는데 이게 은근 기분 좋아요😚

🐳🐳🐳🐳🐳

📘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확실성에 관하여』(책세상, 2019년 8월 초판 6쇄)  새 책으로 재영입. 한때 품절이더니 이제 정상 재개군요.

알라딘은 굿즈 맛집에 이어 ☕ 알라딘 커피로 원두 맛집도 되었다. 매달 신상이 나오니 다른 데서 살 일이 없어요. 집에서 먹는 커피가 더 좋아 나갈 일이 더 없고요.

우리 집이 도서관이고 카페ㅎㅎ

 

 

 

 

 

 

 

 

 

 

우연히 youtube에서 50대 미혼 생활을 담은 미쓰리 tv를 보고 비혼 문화에 대해 생각하다 에스터 페렐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을 읽기 시작했어요. 결론의 장벽 중 하나인 불륜을 본격 다룬 책이죠. 많은 것들이 그렇듯 결혼을 낭만주의로 접근할 때 깨어지기 쉽죠. 결혼의 이유만큼이나 경제적 자립, 관계의 피곤함 등등 비혼의 이유도 타당 혹은 당당해지고 있어요. 소비사회 문화로 더욱더. 이런 상황을 파악하지 않으면서 '진실한 사랑', '영원한 사랑' 운운한다면 그의 사랑은 반드시 실패할 겁니다.

 

 

1.

“널 사랑해. 우리 결혼하자.” 역사상 이 두 말은 함께 쓰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낭만주의가 대두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산업혁명으로 사회가 급변하면서 결혼의 의미가 재정립되었다. 결혼은 경제 단위에서 동반자 관계로 서서히 진화했다. 이제 결혼은 책임과 의무가 아니라 사랑과 애정을 토대로 한두 개인 간의 자유로운 계약이 되었다. 작은 마을에서 도시로 삶의 터전이 바뀌면서 우리는 더 자유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외로워지기도 했다. 개인주의가 서구 문명을 무자비하게 뒤덮었다. 현대의 삶에서 점점 커져 가는 외로움과 맞서 싸우기 위해 배우자 선택에 낭만적 염원이 스며들었다.

2.

불륜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망 없는 낭만주의자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매력과 사랑에 기반한 결혼은 물질적 동기에 기반한 결혼보다 훨씬 깨지기 쉽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변함없이 이어지는 결혼 생활이 더 행복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랑에 기반한 결혼은 변덕스러운 인간 심리와 배신이 드리우는 그림자에 ‘더욱’ 취약하다.

나와 상담하는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과 행복을 중요시한다. 하지만 잔인한 운명의 장난인지, 그 결과로 생겨난 의식이 원인이 되어 오늘날 외도와 이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 사람들은 결혼이 사랑과 열정을 담보해 주지 않아서 바람을 피웠다. 오늘날 사람들은 결혼이 마땅히 주어야 할 사랑과 열정, 온전한 관심을 주지 못해서 바람을 피운다.

나는 매일 사무실에서 현대 결혼 관념의 소비자들을 만난다. 이들은 상품을 사서 집에 들고 온 다음 상품에 결함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래서 수리점에 찾아가 박스 겉면에 붙은 사진과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이들은 관계에 대한 자신의 염원(관계에서 얻고 싶은 것과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그리고 낭만적 이상이 전혀 낭만적이지 않은 현실과 충돌하면 화를 낸다. 이 유토피아적 환상에서 깨어난 뒤 환멸을 느끼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당연하다.

3. 낭만 소비주의 시대

“욕구 충족이 안 되고 있어요.” “이 결혼은 더 이상 저랑 안 맞아요.” “전 이런 것에 합의한 적 없어요.” 상담에서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불만들이다. 심리학자이자 작가 빌 도허티Bill Doherty가 말했듯 이 발언들은 “개인의 이득과 저비용, 권리, 손해 보지 않으려는 태도” 같은 소비주의적 가치를 관계에 적용하고 있다. 도허티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헌신적인 관계가 가능하다고 믿지만, 우리 내면과 바깥에서 들려오는 힘 있는 목소리는 결혼 생활에 필요하고 마땅히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적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은 바보라고 말한다.”

소비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새로움이다. 애초부터 상품은 곧 한물간 구식이 되도록 제작되는데, 그래야 새 상품을 갖고 싶은 욕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커플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더 좋고 더 새롭고 더 생기 넘치는 것을 약속하며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하는 문화에 살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더 이상 불행하기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더 행복할 수 있기에 이혼한다.

이제 사람들은 즉각적인 만족과 무한한 다양함을 자신의 특권으로 인식한다. 이전 세대는 삶에 희생이 따른다고 배웠다. “원하는 걸 다 가질 순 없어”라는 말은 반세기 전에는 타당했지만 지금 35세 이하 인구 중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사람들은 좌절의 경험을 악착같이 거부한다. 당연히 독점적 관계에 따르는 구속은 패닉을 불러온다. 선택지가 끝없이 펼쳐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포모FOMO로 괴로워한다. 포모FOMO는 밀레니얼 세대인 내 친구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좋은 것을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을 뜻한다. 이 두려움은 우리를 ‘쾌락의 쳇바퀴’, 즉 더 좋은 것을 향한 끝없는 추구로 몰아넣는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순간 다시 기대와 욕망이 차오르고, 행복하지 않게 된다. 스와이핑 문화(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넘겨 가며 데이팅 앱에서 상대를 고르는 문화-옮긴이)는 끝없는 가능성으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한편으로는 미묘한 횡포를 가한다. 즉시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으면 대상을 부정적으로 비교하고 책임감이 낮아지며 현재를 즐기지 못하게 된다.

서구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인간관계 또한 생산 경제에서 경험의 경제로 바뀌었다. 철학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결혼이 “하나의 제도에서 감정을 바치는 행위로, 외부로부터 인정받는 통과의례에서 어떠한 감정 상태에 대한 내적 반응”으로 변화했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은 더 이상 동사가 아니다. 사랑은 끝없는 열정과 심취, 욕망을 나타내는 명사다. 이제 관계의 질은 곧 경험의 질이다. 함께 있을 때 따분하다면 안정적인 가정과 높은 연봉, 말 잘 듣는 아이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사람들은 관계를 통해 영감을 얻고 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관계의 가치는, 즉 관계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느냐는 관계가 경험에 대한 갈증을 얼마나 잘 채워 주느냐에 달렸다.

현대의 외도 이야기는 바로 이 자격 의식에 따라 움직인다. 오늘날 달라진 것은 사람들의 욕망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욕망을 추구하는 게 마땅하다고(추구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자기 자신을 위하는 것이다.

 

 

 

 

 

 

꼬박꼬박 챙겨 읽는 《Axt》. 2020. 5. 6 이번 호 키워드는 '백신'

 

때가 때인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불안한 시대 분위기, 존재론적 물음, 페미니즘이 잡지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1.

"영화가 의학의 곁에서 바라보는 순간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생명을 가지는 동안 그 몸이 보여주는 이상(異常)한 운동입니다. (중략) 두 번째는 죽은 다음 시체를 자르거나 나누고 분리해낼 때 영화는 곁에서 근육과 뼈, 심장, 창자, 뇌수를 냉담하게 지켜봅니다. 하지만 세 번째, 방금 말한 생명이 몸을 떠나가는 순간, 그래서 시체로 옮겨가는 순간에 가장 관심이 있습니다. (중략) 이 과정에서 의학과 영화는 서로 반대의 방향에서 동일한 일을 했습니다. 의학이 생명을 관찰하기 위해서 몸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동안 영화는 몸을 관찰하기 위해서 생명을 의학이 마음대로 다루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저는 의학에 대해서 질문을 던질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대신 영화에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영화는 몸을 관찰하기 위한 대상과의 거리를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가. 그 거리에서 과학적 거리와 도덕적 거리는 얼마만큼 멀리 있고 또한 가까이 있는가. 만일 이 질문이 성립한다면 이렇게 질문을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화에게 그 거리는 동시에 과학적 거리이자 사회적 거리이기도 한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영화는 그 거리에서 생명에 대해 지니는 거리만큼 죽음에 대해서 다루는 거리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같은 말을 한 번 더 한다면 과학과 도덕 사이의 거리에 대해서 영화는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하는가.

그러므로 결국 마스크를 찍는다는 문제는 몸에 관해 가져야 하는 과학과 도덕 사이에서 그 영화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로 밀고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고다르는 멋진 말을 했습니다. “트래블링은 도덕의 문제이다.” 그 말에 용기를 얻고 이렇게 말해보고 싶어집니다.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동시녹음은 도덕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영화가 몸과 맺는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언제나처럼 문학의 대답이 궁금해집니다. 코로나19라는 상황에서 문학에서는 무엇이 도덕의 문제입니까."

ㅡ 정성일 <도덕의 문제>

 

2.

김성중 <우리는 서로에게 백신이 되어줄 수 있을까>를 읽고 인간이 인간에게 백신이 되는 것을 그린 옥타비아 버틀러 「저녁과 아침과 밤」( 『블러드 차일드』 수록 단편)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3.

"만일 내가 파라노이아 같은 망상증이나 편집증에 시달리는 환자였다면, 지난 2월 18일 31번 확진자의 출현 이후, 두 달여 동안 나와 타자의 경계선은 더더욱 분리되었을 것이다. 약간일지언정 상상의 병을 앓지 않은 자 누구일까. 왠지 늘 미열이 있는 것 같고, 몸이 늘 아픈 것 같고, 이상하게 슬프다. 불행하지는 않은데 행복하지는 않고, 예전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환희는 온데간데없다."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은 서로 다른 자가 아니라 같은 자이다. 이들의 체세포 분열은 어디서 오는가?

‘휴브리스(Hubris)’. 자만심? 아니, 경계를 넘는 과도함이다. 절대 넘어가서는 안 될 영역을 넘어간 자들의 죄명에 붙여지는 이 값진 그리스어는 가령, 루비콘을 ‘넘은’ 카이사르보다 인도의 나체 수행자들을 보고 말의 머리를 돌린 알렉산드로스 대왕에게서 더 큰 위대함을 보는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알렉산드로스를 이상적 모델로 가슴에 품었던 한니발이 알프스 산맥은 넘었으나 로마라는 절대 영역은 끝내 입성하지 못한, 아니 안 한 이유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그의 ‘휴브리스’ 원죄로 ‘괴물’을 탄생시켰다. 내적 분열은 과도함이 빚어낸 파생적 결과이다. 분열로 반영을 갖게 된 이 두 존재태는 가학자와 피가학자로, 창조주와 창조물로 끊임없이 서로를 증오하고 공격한다."

ㅡ 류재화 <전이 공포와 휴브리스 경고: 프랑켄슈타인과 프로메테우스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4. 작가들은 의뢰가 들어올 때만 소설을 쓴다 & 왜 여성 작가에게만 육아의 어려움을 물어보는가, 이 두 이야기가 오롯이 남은 김미월+손보미의 인터뷰

 

5. 이번 호에서는 인상깊은 칼럼은 없었고 백가흠 『아콰마린Aquamarine』(2회) 소설이 제일 재밌었습니다. 한국 사회 분위기, 미제 사건을 잘 반영하고 있다. 어떤 결말을 만들지 기대됩니다.

 

 

햇빛🌞 좋아 데리고 나온 올리버 색스 『모든 것은 그 자리에』(알마출판사)

그가 탐구쟁이가 된 일화들이 펼쳐집니다.

📖 도서관 예찬

"나는 선천적으로 수동적인 게 싫었고, 매사에 능동적이라야 직성이 풀렸다. 내 스스로, 내가 원하는 것을, 내게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배워야만 했다. 나는 좋은 학생이라기보다는 좋은 학습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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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도서관은 뭐니 뭐니 해도 내가 다녔던 퀸스칼리지 도서관이었다. 빼어나게 아름다운 도서관 건물 자체는 크리스토퍼 렌이 설계한 것으로, 난방용 파이프와 선반이 뒤엉켜 있는 지하의 미로에는 방대한 지하 장서가 보관되어 있었다. 인큐내뷸러incunabula라고 불리는 고서들을 내 손으로 직접 만져보다니! 그것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나는 특히 뒤러의 코뿔소 그림을 포함해 경이로운 판화 삽화들이 잔뜩 들어 있는 게스너의 《동물의 역사Historiae Animalium》(1551)와, 아가시의 네 권짜리 화석어fossil fish 전집에 경탄을 금하지 못했다. 다윈의 저서 원본을 구경한 곳도, 토머스 브라운 경의 저서들(《의사의 종교Religio Medici》 《호장론Hydriotaphia》 《영혼의 정원The Quincunciall Lozenge》)을 모두 발견하고 곧 사랑에 빠진 곳도 그곳이었다. 브라운 경의 저서 일부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그 화려한 언어란! 간혹 브라운의 ‘고전古典 실력 뽐내기’가 지나치다 싶으면, 스위프트의 신랄한 풍자소설로 갈아탈 수도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한 책들은 물론 모두 초판본이었다. 나는 부모님이 선호하는 19세기 서적들에 둘러싸여 성장했지만, 대학생이 된 뒤에는 퀸스칼리지 도서관의 카타콤베에서 17~18세기의 존슨, 흄, 포프, 드라이든 문학에 입문했다. 그 책들은 (특별히 자물쇠가 채워진) 희귀본 코너가 아니라 평범한 서가에 진열되어 있어서, 자유로운 열람이 가능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 책들은 처음 출간된 이후로 줄곧 그 자리에 놓여 있었던 것 같았다.) 내가 역사와 모국어인 영어에 정말로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퀸스칼리지 도서관에서였다.

나는 1965년에 뉴욕으로 처음 이사했는데, 끔찍하리만큼 비좁은 아파트를 얻는 바람에 글을 읽거나 쓸 공간이 거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냉장고 위에 원고지를 올려놓고 팔꿈치를 엉거주춤 치켜든 채 첫 책 《편두통》을 쓰는 것이 고작이었다. 나는 널따란 공간을 간절히 원했는데, 때마침 내가 근무하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도서관에 그런 공간들이 많았다. 나는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 한참 동안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가, 간간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가와 선반 사이를 이리저리 누볐다. 나는 아무 곳에나 내키는 대로 시선을 던졌는데, 그러다가 뜻밖의 보물을 발견하고는 ‘이게 웬 횡재냐’ 하고 쾌재를 부르며 내 자리로 가져오곤 했다."

 

 

 

 

이 부분을 읽자마자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tvN 책 읽어드립니다 패턴도 이런 식인 듯.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두 시간도 안 지나 천둥번개 동반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

날씨 이거 뭐여💦

 

 

 

 

 

 

 

 

 

 

 

 

 

비 그치고 시를 읽읍시다.

최승자 『기억의 집』(문학과 지성 시인선 78, 1989년 초판 발행)

이 시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는 「희망의 감옥」

"저 혼자 자유로워서는 새가 되지 못한다"

이상한 역설이지만 이상하게 수긍되고.

사진 찍다 시집이 휙 날아갈 수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다시 만날 거라는 확신. 비 그치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듯 시를 읽는 마음. 시를 쓰고 읽는 것은 희망이 아니라 나의 비관을 곱씹는 일.

시 읽다 커피가 식는 줄도 모르고

담장을 감는 5월의 장미를 기쁘게 바라보다

좋은 순간이 가는 것도 모른다.

이 순간은 내 인생의 어디쯤인가.

우리의 후회와 슬픔은 길게 따르고.

 

 

 

 

 

 

 

 

 

 

 

 

 

앗, 신분증!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약국이 곧 문 닫을 시간이고 집에 갔다 오기엔 너무 멀었습니다. 지난주에도 마스크를 사지 못해 이번 주에는 꼭 사야 했습니다. 주말에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남은 마스크는 간당간당했습니다. 면 마스크는 요즘 더워서 쓰기 싫은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다가 신이시여! "제게는 10개의 카드가!" 아니고 카드 지갑에는 도서관 회원증이 있었습니다. 요즘 도서관도 못 가는데 이건 또 기특하게 들고 다녔네;; 그래, 이거야! 관대한 약사님이라면 봐줄지도 몰라 하고 약국에 들어갔습니다. (주섬주섬) 제가 도서 회원증 밖에 없는데 주민번호 불러 드리고 도서 회원증과 제 이름을 대조하시면 안 될까요? 약사님은 강경하게 안 된다고 하시다가 아무래도 도서관 회원증이라 신뢰하신 건지도 모릅니다. 정보 입력 후 이름 대조하고 정신 차리고 다니라며(😅😅😅할 말 없음) 마스크를 하사하셨습니다😭

살 때마다 매번 마스크가 바뀌는데 어떤 마스크가 제일 좋은 건지ㅎ;

나갈 때 악착같이 책은 들고 다니면서 신분증은 안 들고 다니는 이 사람의 오늘의 해프닝. 마스크를 대량으로 구입해야 하나. 아, 귀찮은데.

딴 나라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

 

「향연」 "아름다움은 징그럽고 징그러움은 아름다워라"

「세바스토폴 거리의 추억」 "우리는 고통에 의미를 부여하는 법은 알지만 그 끝이 무언지 결코 모르지 않던가? (중략) 시를 읽으면, 살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개」 "줄의 길이가 개의 시민권이며"

「난초」 "젊음이 젊음을 못 보듯 지옥에서 시 쓰는 자는 없어"

「산책」 "성스런 계시란 늘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 아닌가?"

「모자이크」"성숙을 멈추고 분열하기 시작한 나의 영혼처럼"

「면사포」"냄새와 비명은 빠져나오지만 형상은 갇혀 있구나 (중략) 시간은 길고 아름다운 두 다리를 갖고 있지"

「피아노」"무인도를 찾아 가출할 궁리를 한다 (중략) 단단한 벽에 부딪혀 이빨이 다 부러진 햇빛이 젖은 바닥에 아픈 주둥이를 비벼대고 있는데"

「寄生現實」"꿈은 결코 실현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꿈이란 예언인 동시에, 그 예언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절벽에서」"매달린 자가 손을 놓아도 떨어지지 않는 절벽은 자기도 언젠가 매달려본 절벽"

「악수 혹은 친화력」"할머니처럼 늙은 사물들은 왜 손을 잡고 우는가? (중략) 오른손이 그리웠던 왼손이 내 머리 속에 슬픔을 만들어 넣고는 마침내 나 몰래, 저희들끼리 악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현기증」"벌레는 어둠 아니면 빛 , 둘 중의 하나에 갇힌 게 분명하다."

 

ㅡ 김중 『거미는 이제 영영 돼지를 만나지 못한다』(문학과 지성 시인선 260(2002))

 

 

 

 

 

 

 

 

 

책장이 아니라 바깥에 있는 책이 나는 더 좋습니다. 같이 삶을 사는 느낌이 생생히 전해지니까요.

모든 벤치엔 책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사람이 머무르는 걸 보겠지요.

이언 해킹 책으로 유일하게 번역된 거 같은데『표상하기와 개입하기 -자연과학철학의 입문적 주제들』(한울아카데미)

'논리 실증주의의 등장 이래로 과학철학에는 두 차례 큰 변혁이 있었다. 하나는 1962년 출간된 토머스 쿤 『과학 혁명의 구조』가 일으킨 변혁이었고, 다른 하나는 1983년에 나온 해킹 『표상하기와 개입하기』가 수행했다'고 평가받습니다. 토머스 쿤 『과학 혁명의 구조』를 읽었다면 이 책도 안 읽을 수 없지요.

 

 

 

 

 

 

 

 

 

 이번 달 책 구매는 이렇게 모였습니다.

 

 

이걸로 이번 달엔 고만 사자하고 마지막으로 산 매기 넬슨 『블루엣 - 파란색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 그 240편의 연작 에세이』(사이행성)

도서정가제 6개월이 지나길 기다려 최상 상태의 중고도서로 풀리자마자 바로 구매했습니다😇 본문 글자도 파란색.

시와 산문, 에세이와 역사, 예술과 철학의 범주를 오가 '독자 발밑의 카펫을 잡아 빼는 비트겐슈타인의 글쓰기'라는 평과 함께 자서전의 한계를 문학 비평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를 들으니 안 읽어볼 수 없죠!

딱 시집 크기와 분량인데 웬만한 시집보다 낫네요💙

미셸 파스투로 『파랑의 역사』와 같이 읽으면 좋을 듯.

blue 💙 블루 💙 파랑을 사랑하는 자들이여, 모여라.

 

 

 

 

알라딘 콜드브루 1병 더! 맥주에도 타 먹어야징😉

※ 향이 강한 에일 맥주류와는 궁합이 안 맞아요.

 

 

 

 

 

 

 

위험한 과학책 이제야 샀는데 예쁜 리커버가 나오다니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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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book 포함 4월에도 책을 여럿 들였다. 이 중에서 종이책 완독은 『2020 제 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뿐이라 부끄럽다😔😔😔 언젠가 다 읽겠죠. 와하하하)))

 

 

 

📘 자크 랑시에르 『자크 랑시에르와의 대화 - 피곤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인간사랑, 2020)

- 인간사랑 출판사로 지젝을 만났던 감사 답례로 랑시에르 벽돌책 영입. 나는 은혜 갚는 책쟁이😉

📘 조지프 J. 탄케 『푸코의 예술 철학 - 모더니티의 계보학』(그린비, 2020)

- 모으자고 들면 끝이 보이지 않는 푸코 관련 책^^;

 

📘함석헌 『바가바드 기타』(한길사, 2003)

- 채사장의 설명은 그야말로 지대넓얕이라 더 깊게 보려고.

 

📘그레이엄 하먼 『비유물론』(갈무리, 2020)

- 테리 이글턴 『유물론』과 비교해보려고 구매.

 

📘 알랭 바디우 『검은 색』(민음사, 2020)

 

 

 

 

 

 

 

 

 

 

 

📕 루이스 캐럴 (지은이), 존 테니얼 (그림) 『가장 완전하게 다시 만든 앨리스』(사파리, 2015)

- 흑백 인쇄였던 구판 팔고 올 컬러 삽화😻인 이 책으로 재구입. 고가라 상태 좋은 중고 계속 기다렸는데 괜찮은 걸로 받아서 흡족. 책장의 붉은색 무척 고급스러워 좋고, 앨리스 그림은 존 테니얼이 제일인 듯.

 

📘 강유원 『책 읽기의 끝과 시작』(라티오, 2020)

- 호평받는 저자인데 나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됐다. 저자만의 읽기와 쓰기 내공을 배울 수 있길.

 

기형도 마니아로서 기형도 배지가 너무너무 갖고 싶어서 문학과 지성사 책 구매

📘 조용미 『당신의 아름다움』

- 매달 무슨 영양제처럼 사고 있는 시집😅 신영복 선생님도 시 많이 읽으라셨잖아요ㅎㅎ

📘 오정희 『저녁의 게임』

- 오정희 선생님 소설은 도서관에서 거의 읽어서 이번 기회에 책으로 구비. 잔잔하면서도 굵직한 울림을 전해주는 작가. 더 많이 알려져야 할 한국의 여성 작가!

📘 사샤 스타니시치 『출신』(은행나무, 2020)

- 나올 때부터 궁금했는데 이제야 샀다.

📘 W G. 제발트 『자연을 따라 기초시』(문학동네, 2017)

- 이것으로 제발트 선집 모두 구매했다😭

 

 

 

 

 

 

 

 

 

 

 

 

 

 

 

 

 

 

 

 

날이 더워지자 마스크 쓰고 돌아다니니 곧 땀이 차 난감하다💦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지....

작년 3월 알라딘 굿즈였던 책모양 에코백 첫 개시했다. 디자인은 딱 내 취향이 아니지만 짐이 많이 들어가 무척 좋다. 알라딘 에코백 중 가장 크다. 알라딘 텀블러 챙겨 나왔는데 용량이 작아서 소용이 없었다. 요즘 커피를 왜이리 많이 주는 거😂💦

 

 

 

 📘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망자들』(을유문화사, 2020)

- 2017년 맨부커상을 받았던 조지 손더스 『바르도의 링컨』(2018, 문학동네), 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2019, 문학동네)이 망자들의 세계를 환상적으로 다뤘던 것과 비교해보고 싶어서 구매했다.  예상대로 좋다.

 

 

 

 

 

 

 

 

 

 

🎁 4월 알라딘 굿즈 파티

없는 크기의 북커버 고르느라 고심했고 본투리드 북커버 데미안(46판, 140x200x35mm, 3,000원)을 먼저 샀다. 북커버는 반양장 작은 책용이다. 메이저 출판사 문고형 시리즈, 양장본은 대부분 안 맞다. 예쁘다고 막 사면 맞는 책이 없어 그림의 떡이 될 수...×ㅋ×)

책이 많다면 맞는 책이 있겠지만😂

※ 아쉬움 : 저번부터 가름끈이 계속 이건데 좀 촌스러워서 바꿔줬으면 싶다. 이 북커버엔 붉은 민무늬인 게 더 나았을 거 같은데 내 취향 문제^^;? 밴드가 몸체 분리형이라 분실 걱정도 되는데 언제나 그렇듯 100% 만족스러운 경우는 없으니.


 본투리드 북커버 데미안에 맞는 책

 

 

 

 

 

 

데미안 1차로 사고 두번 째로 산 본투리드 픽스 북커버 삐삐 롱스타킹 (신국판500, 170x240x37mm, 3,000원)이 클까 봐 염려했는데 생각보다 안 크다. 문학 살 때 주는 밤과 꿈의 뉘앙스 패브릭 북커버(3,000원)는 시집 전용이다! 문지, 문동, 민음사 시집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북커버라 매우 흡족하다.

 

 

 

 

4월에는 알라딘굿즈로 받은 북 커버, 배지로 집이 터질 지경이지만 다 맘에 든다. 으흑.

본투리드 배지_BOOKS ARE MAGIC(2,800원)

문학과지성 시인선 배지 - 입 속의 검은 잎(1,500원)

본투리드 배지+와펜 세트 - 셜록 221B(2,000원)

<책에 바침> 컵 받침(400원)은 가벼워서 휴대용으로도 괜찮고, 금속 참 북마크(데미안, 3,000원)는 고급스러워서 선물용으로 빼놔야겠다.

 

 

 

말괄량이 삐삐 굿즈가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삐삐 머그가 하나도 없는 건 좀🤔

본투리드 긴목 양말 Vol.2_삐삐 롱스타킹(1,000원), 본투리드 발목 양말 Vol.2_푸른꽃(1,000원) 등 맘에 드는 양말을 다 샀다ㅋ

4월 마지막 날에도 샀는데 다음 주 도착할 예정이라 5월 알라딘굿즈 풍년도 이미 예정^ㅇ^;

 

 

 

 

책만 사냐고요. 아니요, 무엇보다 읽는 게 우선이죠.

 

 

 

 

 

2020년 봄은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을 읽어야 할 거 같은 분위기. 책 자체도 4월에 더 의미가 있다. 카슨은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일으켰고 시민 운동까지 촉발시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문제를 다룰 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 의회에서는 1969년 국가환경정책법안까지 통과되었으며, 미국에서 암 유발물질인 DDT가 사용금지 되었다. 1969년 캘리포니아 기름유출 사고도 있었으니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컸다.침묵의 봄』을 읽은 한 상원의원이 케네디 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 순례를 건의했고, 이런 분위기로 1970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이 제정되었다.

 

📘 김병민 『주기율표를 읽는 시간』(동아시아, 2020)

-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책 이곳저곳을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책 커버까지 안팎으로 빈틈이 없어ㅎ0ㅎ)! 이번에 주기율표 완전정복 하겠다능!(의지 불끈) 동아시아 출판사 책은 확실히 공부 시켜준다ㅎㅎ

 

📘 사이먼 윈체스터 『교수와 광인』 읽고 싶던 책이었는데 마침 그의 신간 『완벽주의자들- 허용오차 제로를 향한 집요하고 위대한 도전』(북라이프, 2020)이 나와서 나도 도전~~~ 이 저자 책 제목 짓는 감각이 좋다. 정확성이란 무엇인가. 그 추구가 현재의 문명을 이끌어낸 여정을 좇는다. 이런 주제로 파고드는 책이라면 아무리 바빠도 안 볼 수 없다.

 

도심 거리에서 까치가 참새 파먹는... 영상을 보고 충격 먹고(길고양이가 죽은 길고양이 먹는 걸 본 트라우마도 있다😔) 귀여운 새 그림으로 마음의 정화.... 너도 인간처럼 먹을 게 없어서 그런 게 아닐 거잖아.

📘 (글)이우신/ 구태회 / 박진영 / (그림) 타니구찌 다카시 『한국의 새』(LG상록재단, 2014 개정증보판)

- 야외에 들고 다니기 쉽게 포켓북 스타일. 여름깃, 겨울깃으로 새도 철마다 옷을 바꿔 입는다.

그림 그릴 때 참고 자료로 쓰려고 산 거. 캐릭터 책보다 이런 사실적인 일러스트가 난 더 좋다. 응용할 게 많으니까. 새 그림이 페이지마다 10~20마리가량 되는데 일러스트 작가는 이 책으로 새를 천 마리 넘게 그린 듯. 대단🦜 이 경지까지 오면 지나가는 새가 허투루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공부가 중요하다.

 

 

 

 

 

 

 

 

 

 

📘 필립 k.딕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꿈꾸는가』(폴라북스, 2013)

- 황금가지 출판사 버전, 알라딘 리커버 버전도 샀는데 종이책이 눈에 잘 안 들어와 e book으로 드디어 완독했다. 《블레이드 러너》 영화랑 상당히 다른 내용이었다. 캐릭터 몇몇만 가져오고 스토리 전개와 맥락은 판이하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동명 소설 『솔라리스』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공동 각본까지 하며 만든 《솔라리스》 영화와 비슷한 상황?

 

 

 

 

 

 

 

 

 

 

이 일화는 여기저기서 참 많이 들었지만 엘든 테일러 『무엇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는가』(알에치코리아, 2012,  절판)를 읽으며 좀 더 곰곰이 생각했다.

1985년 주다스 프리스트의 앨범 <얼룩진 수업 Stained Class>을 듣고 자살한 십 대 청소년이 있었다. 보통의 의식 상태에서는 듣는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는 말들이 깔려 있는 음악이었다. 그 가사들은 '잠재 지각'을 건드렸고 그들은 자살을 결심했다. 운동장으로 가 각자 총을 쏘기로 했고, 레이가 먼저 자살한 뒤 그걸 본 제임스는 충격이 컸던 거 같다. 덜덜 떨다 총을 제대로 쏘지 못해 얼굴에 치명상을 입고 살아남았다. 그런 상처와 기억으로 계속 살기는 힘들었던지 약물 중독으로 3년 후 사망했다.

서태지 가사를 거꾸로 들으면 어쩌고 하던 일도 떠올랐다. 세기말의 정서, 질풍노도 시기, 인간관계, 사회적 압박. 우리는 무엇으로든 흔들린다.

얼마 전 무면허 운전으로 한 청년을 숨지게 만든 십 대 청소년들은 자신에게 어떤 잘못과 문제가 있었는지 알까. 앞으로는 알게 될까.

이 책은 말한다. 욕구 충족이나 믿음이 아니라 "마음이 하는 가장 큰 역할은 억제다!"

흔들리는 사람들, 흔들리는 나

현실에서든 책에서든 사실 온통 그 얘기다.

 

 

*

우리가 상실한 이유는 스스로 상실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 레프 니콜라예베치 톨스토이

 

 

 

 

 

『2020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다 읽고 작년만 못하다 싶었다. 가부장제 문제(강화길 「음복)」, 용산 참사와 여성의 사회 위치 문제(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 동성애의 현실 생활 문제(김봉곤 「그런 생활」), 낙태에 대한 여러 관점과 레즈비언 정체성 고민(이현석 「다른 세계에서도」), 사고틀이 현실을 제한하는 딜레마(김초엽 「인지 공간)」, 도로 위 남성성 세계에서 두 여인의 짧은 연대(장류진 「연수」), 세대 갈등(장희원 「우리의 환대」) 등 소재는 다양할지 모르나 스케일이 작고 대부분 풀어가는 방식이 아쉽고 답답했다. 작법에서 강화길 작가가 가장 개성적이라 대상 수상이 수긍 갔다. 내게 가장 눈에 띈 건 이현석 작가였다. 가장 첨예하게 문제를 파고 들어서 앞으로 쓸 소설이 기대된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의 장기화, 도서관 폐쇄 등의 이유 때문인지 중고도서 주문이 하루에 3~4건이 될 정도라 나도 꽤 피곤하다. 올해 들어 벌써 60권의 책을 떠나보냈다. 책장의 빈 공간을 볼 때마다 시원섭섭하다.

조정권 『얼음들의 거주지』(미래사, 1991 초판)를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이 시집은 이전 시집들의 대표 시들을 엮은 편집 시집이다. 30년이 된 시집이라 요즘 시의 감성 생각하면 참 격세지감이었다.

 

 

 

 

 

 

 

 

불면이 여전해 잠이 오면 탐욕스럽게 자는 터라 '시간이란 오래오래 녹여 먹어야 하는 잠 오는 눈깔사탕'이라는 표현이 퍽 공감됐다. 전엔 눈여겨보지 않은 시였는데.

시가 예전 같지 않을 때 슬프다. 시의 역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동네 도서관이 내부 수리 중이라 안 그래도 대출하기 불편했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더 나빠져 집에 있는 책 위주로 읽고 있었다. 현재 우리 동네 도서관은 예약 도서와 희망도서만 대출해 주고 있다. 그나마도 내가 신청한 희망도서 대부분 거절당해 울적했다. 겨우 1권만 받아왔다.

 

다미 샤르프 『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동양북스, 2020)

빌헬름 라이히 계보의 심리치료사이자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의 책이다. 저자는 '인식' 위주보다 '몸'과 '관계' 위주의 치료가 더 효과적이라 보고 '신체 감정 통합 치료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요즘 나는 이론보다는 현장 치료가 더 관심이 가 이 책을 신청한 거였는데 어떻게 풀어나갈지 나도 읽어봐야 알 거 같다.

 

 

 

 

 

📘 정민영 『미술책을 읽다』(아트북스, 2018)를 읽으며 고흐에 대한 정보를 또 몇 가지 얻었다. 책벌레였던 그의 책 목록을ㅎㅎ

 

 

 

 

 

📘 권박 『이해할 차례이다』(민음사, 2019)를 묵혀두다 이제야 읽었는데, 최근 접한 여성 시인 중 단연 돋보인다. 흡사 황병승, 김경주 시인의 출현 때처럼 설레게 한다. 긴 주석 달린 시 쓰기는 김경주 시인이 한때 잘 쓰던 기법이었는데 권박 시인은 또 새롭다. 페미니즘 성격이 강하지만 그것에 갇혀 있지 않다. 이 시집은 꼭 소장해 두 번, 세 번 읽어도 좋을 것이다. 취향 차이는 더러 있겠지만 특히 여성이라면 행간마다 공감할 글의 파워!

 

 

 

 

 

 

주말엔 사람 많을까 봐 공원에 잘 안 가서 몰랐는데 사람이 많았다. 원래 이런 건지 코로나 19로 집안에서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이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난 후자에 속하는 사람. 독서 취미로 혼자 있는 걸 선호해 더 외톨이가 돼가는 거 같다. 각자 책과 돗자리를 가져와 빙 둘러앉아 책 읽는 모임 있어도 재밌겠다. 해지기 전 독서 감상 한 마디씩 하고 bye bye~ㅎㅎ

어쨌거나 책쟁이이자 굿즈쟁이는 책과 굿즈를 벗 삼아 혼자서도 잘 놀아요 시전.

숲속 도서관 근처에서 읽으려고 했는데 주변 조경이 좋은 걸 캐치한 어르신들의 술판이 벌어져 있길래 도망;;; 공원에서 술 냄새, 특히 막걸리 냄새 피우지 마시라고요🤢

내키지 않으면 뭉그적거리는 성격 탓에 읽기로 예정한 독서 계획이 틀어져 스트레스다. 사실 늘 이렇지만. 이 좋은 정취에 여유 있게 시집 같은 걸 못 읽고 딱딱한 책만 읽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요즘 꼭 필요한 지식을 담은 책을 읽는 건 필수.

이 책들은 최근에 본 BBC 근미래 SF 드라마 《years & years》(2019)와 연결되는 게 많다. 이 드라마의 큰 줄기인 가족애, 인류애가 더 붕괴되면 문제가 더 심각할 테지만. 이 시점에서 코로나19는 정말 큰 분수령.

 

 

 

https://youtu.be/9jLbW0CIt88

                            

 

천장이 높은 곳에서 학습 효과가 높다고 한다. 머리 위가 뻥 뚫린 하늘 아래서 책을 보면 마음도 신난다.

오늘은 새소리 들으며 책 좀 읽어 보실까. 새소리는 잠깐이고 심심한 벌🐝이 계속 추근대서 책을 휘두르며💦

이렇게 앉아 책을 읽으면 넓은 길 놔두고 내 근처까지 와서 지나가는 사람이 꼭 있다. 책 제목이라도 궁금한 건지. 이럴 때를 대비해 책 제목이 아주 잘 보이게 북 커버도 하지 않고 다 꺼내 놓고 본다. 혹 궁금하면 사서 보라고ㅋ 나는야 야외책전파단ㅋㅋ 좀 추웠다. 담엔 무릎담요도 챙겨야겠다. 캠핑의자도🤔💡

연못의 자라 가족도 해바라기 중. 너희들도 봄 좋지.

 

 

 

 집에서 선글라스 쓰고 소풍처럼 책 읽기. 이 땐 태양의 협조가 필요하다. 늘 도움이 필요한 존재,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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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4 2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20-05-11 21:06   좋아요 0 | URL
사진에서 제대로 반영이 안 된 거 같은데^^; 검은 색이 아니라 청록색이에요ㅎ;; 아니, 이 굿즈를 모르시다니 보슬비님 너무 건전하게 사시는 거 아닙니까...하려다 책 팔아 술 산다는 말씀이 이어져 푸풉....))))
굿즈 정보 나누면 좋지 않겠나 싶어서 페이퍼 정리하는 것도 일이네요ㅜㅜ
 

 

 

 

4월 1차 메인 굿즈는 끌리는 게 없어서 제일 궁금하고 저렴한 책 2권과 판매용 굿즈를 알뜰살뜰 구매했다. 근데 너희 왜 다 뒷모습이니-,,-

📘 『2020 제11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

어벤저스 신인 작가들의 소설 모음. 이 봄 아니 읽을 수 없다! yes24는 책갈피 주던데 난 알라딘 커피를 좋아하므로 드립백 주는 알라딘에서 구매. 알라딘 드립백이 5개 7000원이니 1개 700원이면 비싼 건 아니다.

 

 

 

 

📘 알랭 바디우 『검은색』(민음사)

- 실패 트라우마로 에세이 사기 두려운 요즘이다. 바디우 어떤 책은 별로였는데 이 책은 블랙 마니아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 터라 책값도 싸서 도전. 첫 장부터 매력적이고 1945년 여덟 살이었던 바디우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맘에 든다. 발터 벤야민 어린 시절 이야기만큼 좋다. 블랙의 장막을 통과할 수밖에 없었던 그 즈음을 살아낸 사람들의 글이 난 참 좋다.

 

 

 

 

 

 


📘 moleskine 2020 diary

블루블루 어린 왕자 에디션 나왔을 때부터 하나 갖고 싶었는데 4월 되니 파격 할인하는 게 있어 덥석 사 버렸다. 보고만 있어도 좋아😭🌠 뜯는 것도 아깝다.

 

 

 

 

 

굿즈 맛집 알라딘을 매달 지나칠 수 없다💦💦💦

🎉 4월 알라딘 굿즈

삐삐 롱스타킹 큐브 메모지

- 740매에 7800원이면 괜츈~ 그런데 쓸 때마다 4면에 있는 앙증맞은 그림들이 사라진다니😱 쓰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으으

 

 

 

 

 

 

 

 

peanuts 마스킹 테이프(2500원)

- 피너츠 마테는 없어서 환한 색깔의 피너츠 야구를 하나 사 봤다. 귀엽귀엽...마치...

 

 

 

 

책도 책이지만 굿즈로 기분 전환, 이 정도면 나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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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품귀 현상인 요즘, 알라딘이 사은품 줄 때 살 걸 후회하면서 알라딘 오프라인 매장 가도 없겠지 하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며 나는 여전히 집(종이책 구역)과 사무실(전자책 구역)을 오가며 책을 본다.

 

 

이 달 독서는 나름 흡족한 성과가 있었다.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 벽돌 책인 로버트 치알디니, 더글러스 켄릭, 스티븐 뉴버그 『사회심리학』,  엘리에저 J. 스턴버그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를 완독한 것!

 

 

📘 명성 자자한 제러미 리프킨의 신간 『글로벌 그린 뉴딜』이 나왔길래 리프킨 책 중 가장 읽고 싶었던 『소유의 종말』을 우선 읽어 보았다. 그의 명성의 첫 신호탄  『엔트로피』(1980)부터  『노동의 종말』(1995) 등을 찬찬히 읽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2000년에 낸 『소유의 종말』도 지금 읽기 정말 시의적절했다. 이 책을 쓰는 데 꼬박 6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350권의 책과 1천여 편의 논문, 5만 장의 색인 카드와 약 2천 개의 주석을 동원한 역량을 독서하는 내내 실감할 수 있었다. 그의 세계 동향 분석은 어떤 분석가보다 포괄적이다. 노동을 상품화하던 산업 시대가 지나고 접속 시대에는 자본주의 톱니바퀴 속에 공공 재산과 문화까지 잠식되는 공포스러운 실상을 잘 드러내었다. 사유 재산은 사라져 가고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만을 허락받는 자본주의 무법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책만 해도 월정액 독서앱 플랫폼의 성장, 10년 대여가 사라지고 90일 대여로 점점 가벼운 소유의 시대로 흐르고 있다. 이러다 일주일 대여 초특가까지 나올 지 모르겠다. ‘지리적 공간에 뿌리를 둔 문화적 다양성을 지켜나가는 것만이 인간의 문명과 건강한 공존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는 한 문장으로 이 책을 설명하기엔 방대한 정보가 있다. 『글로벌 그린 뉴딜』도 조만간 읽어볼 생각이다.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는 명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책이었다. 특히 한국 사회의 고심거리들(병역, 공정성 등등)이 많이 논의되어 한국에서 그토록 인기 많았던 것 같기도. 리뷰도 썼다. https://blog.aladin.co.kr/durepos/11537104 

 

 

 

 

 

 

 

📘 로버트 치알디니, 더글러스 켄릭, 스티븐 뉴버그 『사회심리학』은 재독하고 리뷰로 남길 생각이다.

 

 

 

 

 

 

 

📘 엘리에저 J. 스턴버그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다산북스)

업그레이드 정보가 많아 좋았다.

보통 무의식이 밤에 꾸는 꿈에나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낮에 하는 습관적 행동에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

희망 실현을 허황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심상훈련'은 인간 상상력의 가공할 힘을 입증한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제패한 것에도 나름 기여했을 거 같고.

리뷰 완료 : https://blog.aladin.co.kr/durepos/11558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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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식계와 다르게 무의식계가 따르는 규칙은 여러 가지다. 의식과 무의식은 각각의 시스템에 따라 정보를 처리한다. 그래서 낮에는 의식적이고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고 밤에는 오감의 경계가 사라진 탐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무의식과 의식이 어떻게 기능하고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살펴본 것이 거의 없다. 찰스보닛증후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 대뇌다리환각증의 환각은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겹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런 겹침 현상은 무의식 회로가 만든 꿈이 잠들지 않은 의식에 침입하는 것을 허락함으로써 생겨난다. 그러나 이런 환각 증상은 회로가 고장났기 때문에 나타난다"

2.

"습관 체계를 이용해 행동하면 그 행동에 대한 기억은 사건기억을 이용하는 해마에는 저장되지 않는다. 출근길 운전자가 그날 아침 운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동은 사건기억에 저장되지 않으면 그 행동과 관련된 이미지(옥외광고판 등), 소리, 감정도 기억하지 못한다. 이렇게 이루어진 행동은 습관적 절차를 조용히 강화한다. 그것이 전부다."

3.

"삼각형을 머릿속으로 그리든 실제로 그리든 소요 시간은 거의 같다.

놀라운 발견이다. 보통 상상하는 것에는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무언가에 대한 생각은…… 그저 상상일 뿐이라고, 진짜가 아니라고 여긴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하는 특정 행동에 걸리는 시간과 신체적으로 그 행동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똑같은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상상과 움직임은 뇌에서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심상 훈련은 단순한 상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연습 시뮬레이션이 될 수 있다."

 

 

 

 

 

 

 

 

 

📘 데이비드 롭슨 『지능의 함정 - 똑똑한 당신이 어리석은 실수를 하는 이유와 지혜의 기술』 (김영사 2020-01-23)

온 오프라인 막론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더 극단의 갈등으로 심화되어가는 것 같다. 극단이라고 평가할 만큼 정상적이지도 않고 보수-진보의 대결도 아니며 자기 인지 성향에 맞는 편먹고 편 가르기 진흙탕 싸움이다. 이런 책을 읽고 또 읽어도 문제적 인간은 이런 책에 아랑곳하지 않을 테니 근본적인 해결이 될까 싶다. 물론 혁명도 아주 서서히 시작되어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왜곡 변질되어 오지 않았던가. 이 책을 읽으면 다른 분들 의견도 나랑 비슷하지 싶은데 생각과 지식의 맹점을 지적하는 점에서 대니얼 카너먼이 쓴 『생각에 관한 생각』이나 한스 로슬링 『팩트풀니스』, 스티븐 슬로먼 『지식의 착각』을 떠올리게 된다.

 

 

 

 

 

 

 

 

 

작년 연말부터 계속 세대론 공부가 되어가고 있다.

《조커》, 《기생충》 같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영화계에서 주목받으며 큰 상을 탄 것도 이런 시대 분위기의 반영이자 관심이기도 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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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렌 레이저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2020, 아날로그)

아래 댓글을 남겨 받은 책 선물

"『90년생이 온다』를 읽었는데요. 밀레니얼 세대는 일이나 조직보다 자기 삶의 가치를 더 추구하는 가장 적극적인 세대죠. 임홍택 저자는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가 진취성이 없거나 나약해서 공무원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어디든 만연한 불평등, 한국의 나쁜 조직문화, 안정적인 수입과 여유 시간을 가지기 위한 그들만의 타산 방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죠. 공무원과 대기업 근무자의 임금 비교를 보면 장기적으로는 공무원이 더 수입이 많고 안정적이죠. 방학 시즌이면 해외여행을 하는 교사분들을 자주 만나며 일 년에 자기 시간을 이렇게 여유 있게 가질 한국인도 많이 없지 싶었습니다. 헬렌 레이저는 어떤 시각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분석하고 있을지 읽어보고 싶습니다."

헬렌 레이저가 성소수자 권리 운동과 맑시즘 중심의 좌파주의자라 목차만 봐도 대략 감이 온다.

 

 

 

 

📘 조귀동 『세습 중산층 사회』(2020, 생각의 힘)는 도서관에 희망 도서 신청했다. 임홍택 저자가 간과한 밀레니얼 세대 내에서의 계층 차이와 그 내부에서의 갈등 양상을 짚어낸 것이 흥미로워서. 한국 밀레니얼 세대가 조국 사태에서 분노한 기저를 잘 간파한 듯도. 그런데 코로나19로 도서관까지 폐쇄되어 언제 받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_-

 

 

 

 

 

📘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컬러의 말』(2018)을 빨리 읽으려고 e book으로 사고 되게 후회했는데(멍충이🤢), 캐런 할러 『컬러의 힘』(2019)은 종이책으로 생겨서 좋다. 역시 이런 책은 컬러를 감상하며 이리저리 넘겨 봐야! 데헷~ 미용실에서 머리하면서 재밌게 봤다. 각종 테스트들도 재밌고 내 색깔들도 찾아보고.

 

 

 

 

 

 

2월은 사회에 대한 책들에 관심이 많이 갔다.

 

📘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세계의 모든 조직이 '아웃소싱'으로 굴러가고 있는 한편, 개인도 그와 유사한 각종 '대행' 서비스를 이용한다. 관혼상제 서비스부터 가사 도우미, 대리모 출산까지 원한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다소 기이한 사회 현상이 포착된다. 거품 경기가 꺼진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에서는 매년 10만 명이 실종되고 있는데, , 이 중 8만 5,000명이 스스로 증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 실패, 시험 낙방, 이혼, 퇴사 등의 각종 이유로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사라지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이 현상은 더욱 증가했는데, 『인간증발』의 저자인 프랑스 저널리스트 레나 모제와 그녀의 남편이자 사진작가 스테판 르멜은 우연히 이 사실을 접하게 돼 5년에 걸쳐 도쿄, 오사카, 도요타, 후쿠시마 등을 돌아다니며 슬럼 지역에 숨어들어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일본인과 그들의 사연을 취재했다. 이들의 상황은 증발이 아니라 사실상 추락인 것 같았다. 뾰족한 대안도 없어 보인다. 한국은 '간병 살인' 같은 실태 조사도 전무한데 이런 증발에는 더 관심이 없을 것이다.

 

 

 

 

 

 

 

📘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 에서 “사랑처럼 엄청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시작되었다가 반드시 실패로 끝나고 마는 활동이나 사업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라고 말하며 그렇기에 더욱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의 원초적인 분리 불안은 고립의 공포와 고독에서 끊임없이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여러 합일의 형태들을 찾게 되는데, “과거나 현재에 있어서 사람들이 가장 자주 해결책으로 채택하고 있는 합일의 형태, 곧 집단-그 관습, 관례, 신앙-과의 일치에 바탕을 둔 합일”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사이비 사랑의 형태를 사랑이라 착각하며 사랑한다. 사랑은 자아도취가 아니라 자립적 인간의 자발적인 행동이다. 이 순수한 생산적 활동은 보호, 책임, 존경, 지식을 적극적으로 수반한다. 프로이트는 “사랑을 리비도의 나타남이라고 보고 리비도는 다른 사람을 향하거나(사랑), 또는 자기 자신을 향한다(자기애)고 가정”했다. 자기애를 자아도취적 낮은 단계로만 해석한 프로이트 이론에 반박한 프롬의 지적은 옳다고 생각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에 대한 그의 견해도 전통적 가부장적 해석에서 아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프롬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요소로 ‘전 생애를 통한 훈련’, ‘정신 집중’, ‘인내’, ‘최고의 관심’을 거론했다. 자아도취와 반대되는 겸손, 객관성, 이성의 발달도 사랑의 기술에 요구된다. 자본주의 극복도 중요하다.

 

 

 

 

 

 

 

📘 움베르토 에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이런 책 제목은 어느 시대에나 먹히지 않을까. 내용은 더 그렇다. 미니멀한 일기 형식의 짧은 칼럼 글인데도 자체 지성이 반짝반짝~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기 전에 어리석음부터 해결을 해야... 평생 처리해야 하는 일이니 더욱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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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웃으면서 화를 낼 수 있을까? 악의나 잔혹함에 분개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없지만, 어리석음에 분노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있다. 데카르트가 말했던 것과는 반대로 세상 사람들이 가장 공평하게 나눠 가진 것은 양식(良識)이 아니라 어리석음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안에 있는 어리석음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는 쉽게 만족하지 않는 아주 까다로운 사람들조차도 자기 안의 어리석음을 없애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루에 1시간 45분 정도가 남는 셈이다. 나는 이 시간을 섹스,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 장례식 참석, 병원 진료, 쇼핑, 스포츠, 공연 관람 등에 사용했다. 여러분도 보다시피 나는 인쇄물(책, 기사, 만화)을 읽는 시간을 계산에 넣지 않았다. 모임 장소로 이동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 즉 323시간 동안 페이지당 5분꼴로 독서(페이지 여백에 간단한 주석을 다는 정도의 독서)를 했다면, 나는 3,876페이지를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 봤자 이것은 300페이지짜리 책 12.92권에 해당될 뿐이다. 독서할 시간이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또 하나 있다. 담배 말이다. 하루에 60개비꼴로 담배를 피우고, 매번 담뱃갑을 찾아 불을 붙이고 끄는 데에 30초가 걸린다면 1년에 182시간이 필요하다. 내게는 그 시간이 없다. 아무래도 담배를 끊어야 할 모양이다."(1988)

 

 

 

 

📘 윤이형 『붕대 감기』는 소설보다 심진경 평론가의 해설이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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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지 않은 맨얼굴이 때로는 더 가혹한 가부장제적 규범(왜냐하면 맨얼굴인데 예쁘기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으로 작동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탈코르셋은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과 투블럭 커트 헤어스타일, 노브라로 요약되는, 탈여성화된 외모 규범을 요구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오히려 탈코르셋은 여성들에게 의식·무의식적으로 강요되고 내면화되어온 모든 팬옵티콘적 남성 감시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여성자결권을 획득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얼마나 험난하며 또 얼마나 지지부진할 것인가. 때론 여성주체성 획득이 언제나 정치적으로 올바른 기호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예컨대 1990년대 한국 대중문화가 요구한 새로운 주체적 여성 이미지가 사실은 새로운 소비주체에 대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었다는 사실은, 절대적으로 올바른 페미니즘이란 사실상 불가능함을 암시한다.

(중략)

작가가 그렇게 나이 든 페미니스트와 젊은 페미니스트를 각각 '영악한 여자 꼰대/분노하는 천방지축 어린애'로 대립시키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문제 삼는다. 그 프레임은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인가. 그런데 정말 경혜와 형은의 갈등과 입장 차이는 단순히 세대 간 격차에서 비롯된 것에 불과한 걸까. 여성 내부의 차이에 대한 논의는 지금의 문제만은 아닐뿐더러, 세대 간 갈등에 국한된 것만도 아니다. 성정체성, 계층, 지역, 학력, 직업 등등에 따른 여성들 간의 차이는 예전부터 있어왔으며, 그 차이만큼 페미니스트들 사이에 서로 다른 입장과 견해차는 존재해왔다. 문제는 그러한 여성 내부의 차이와 다양성을 단순히 세대 간 차이로 몰아가면서 더 다양한 페미니즘 논의의 가능성을 제한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늙은 여성/젊은 여성’으로 대변되는 페미니즘 이분법의 프레임은 선악의 마니교적 이분법으로 전화轉化하면서 페미니즘을 ‘좋은 페미니즘/나쁜 페미니즘’, ‘진짜 페미니즘/가짜 페미니즘’으로 나누는 진품명품쇼로 전락시킨다. 그런데 도대체 좋은, 진짜 페미니즘은 어디에 있나.

그런 페미니즘은 없다. ‘진짜 페미니즘’이란 마치 어떤 이상적 형태를 상정하고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텅 빈 기표와 같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고, 그것을 가짜 기원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향수를 느끼는 것”처럼, ‘진짜’, ‘좋은’, 페미니즘이라는 개념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젠더 문제를 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왜냐하면 순수하고 완전한 페미니즘이라는 이데아는 이 현실 세계에서는 실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페미니즘, 혹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당위와 대의명분에서 벗어나, 진짜인지 가짜인지 재단하지 않는, 각자의 복잡한 경험이나 개별 특성을 인정하는, 이분법적이고 대립적인 사고방사고방식을 벗어난,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모순이 공존하는, 잡종적인, 오염된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인지도 모른다.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진정한 페미니즘’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소문자 페미니즘들’을 만드는 일이며, 그럴 때라야 비로소 여성연대는 가능할 것이다. 이때 여성연대란 단수적이기보다는 복수적이고, 통합적이기보다는 해체적이고, 무질서하고 개방적인, 그래서 비非연대처럼 보이는 어떤 것이 될지도 모른다. 윤이형의 『붕대 감기』가 여성들끼리의 화해와 연합이 아닌, 서로 간의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끝나는 것은 이런 인식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 사회 문제에 주목하는 김혜진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9번의 일』 주인공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동자였다. 80년대 경제 성장기의 거품이 꺼진 뒤 새로운 동력으로 IT 산업이 떠오를 때 사회생활을 시작한 486 세대의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에서 자아 만족을 얻으며 살았지만 이젠 그런 시대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워라밸(일과 생활의 조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생계에 대한 부담은 우리 대다수의 고민거리다. 제러미 리프킨 『노동의 종말』을 읽고 이 소설을 읽었다면 더욱 좋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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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더 인간다워진다는 자부가 있었고, 그 자부 안에 함께 성장해온 회사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므로 그에게 회사는 오래도록 살아 있는 어떤 실체에 가까웠다.”

 

 

 

 

 

📘 민음북클럽 선물로 오디오북을 받아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을 다시 읽게? 듣게? 되었다. 말미에 이제훈 배우 해설과 낭독도 실려 있다. 《건축학개론》 이미지 때문인가. 지금 35살인데 여전히 청춘의 이미지.

와타나베가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를 3번 이상 읽었듯 나도 이 책을 세 번째 읽었다.

나오코가 말한다. 1~2년에 한 번씩 들판 한가운데 숨은 '우물'에 사람이 사라지는 얘기를. 문득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을 떠올렸다.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하고 그녀는 말했다.

"뭐지? 그 태양의 서쪽이라는 것은?"

 

"그런 장소가 있어요" 하고 그녀는 말했다.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고 하는 병 들어 본 적 있어요?"

 

"잘 모르겠는데."

 

"옛날 어느 책에선가 그런 이야기를 읽은 일이 있어요.

중학생 시절이었든가. 무슨 책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지만 ...

아무튼 그것은 시베리아에 사는 농부들이 걸리는 병이에요.

있잖아요. 상상해봐요.

당신이 농부고, 시베리아의 벌판에서 홀로 외로이 살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매일매일 밭을 갈아요.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죠.

북쪽에는 북쪽의 지평선이 있고, 동쪽에는 동쪽의 지평선이 있고,

남쪽에는 남쪽의 지평선이 있고, 서쪽에는 서쪽의 지평선이 있어요. 그저 그것뿐.

당신은 매일 동쪽 지평선에서 태양이 떠오르면 밭으로 나가 일을 하고,

그 태양이 머리 위에 올라와 있으면 일하던 손을 멈추고 점심을 먹고,

그리고 서쪽 지평선으로 해가 기울면 집으로 돌아가 자는 거예요."

                   

"그런 생활은 아오야마 부근에서 바를 경영하고 있는 것과 몹시 다른 종류의 인생일 듯이 들리는데."

                                       

"그렇겠죠" 하고 그녀는 말하고 웃었다. 그리고 아주 조금 고개를 기울였다.

                                       

"몹시 다르겠죠. 그런 생활이 계속 몇 년이고, 몇 년이고, 매일 계속돼요."

                                       

"하지만 시베리아에서는 겨울에는 밭을 갈 수 없을 텐데."

                                       

"겨울에는 쉬어요, 물론." 하고 시마노토는 말했다.

"겨울에는 집안에 있으면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지내죠.

그리고서 봄이 오면 바깥으로 나가 밭일을 해요.

당신은 그런 농부인 거예요. 상상해봐요."

                                       

"해보지." 하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어느 날, 당신은 내면에서 무엇인가가 죽어 버리고 말아요."

                   

"죽다니, 어떤 것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몰라요. 무엇인가요. 동쪽 지평선에서 떠올라, 높은 하늘을 질러서,

서쪽 지평선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을 매일매일 보고 있는 사이에,

당신 속에서 무엇인가가 뚝하고 끊어져서는 죽어 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은 지면에다 괭이를 내던지고는, 그대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하염없이 서쪽을 향하여 걸어가는 거예요. 태양의 서쪽을 향해서.

그리고는 무엇에 홀린 듯이 며칠이고 아무것도 마시지도 먹지도 않고 줄곧 걷다가,

그대로 지면에 쓰러져 죽고 말아요. 그게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예요."

                   

나는 대지에 엎드려 죽어가는 시베리아 농부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태양의 서쪽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데? " 하고 나는 물었다.

                                       

그녀는 또 고개를 저었다.

                                       

"난 모르죠.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지도 몰라요.

아니면 무엇인가가 있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아무튼, 그것은 국경의 남쪽과 좀 다른 곳이에요" 

 

언제나 그녀들은, 하루키는 누군가 사라지는 얘기를 한다. 그것은 내가 사랑한 사람들, 끝끝내는 나의 얘기이기도 하다.

최근 나온 은희경 『빛의 과거』는 『노르웨이의 숲』을 벤치마킹한 것을 부인할 수 없을 듯.

 

 

 

 

 

 

 

 

 

📘 강렬한 흑백 콘트라스트 다큐멘터리 사진도 좋았지만 그의 세계관도 좋았던 『이정진』 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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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사진은 결과이기보다는 하나의 도구로서 존재한다. 현실의 재현이나 시각적 아름다움의 재구성이기보다는 근본적인 사색의 바탕으로서ㅡ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한 가지로 주장하거나 강조할 수 없는 생각들, 흐름도 멈춤도 아닌 어떤 찰나, 무한히 열린 공간에서의 단절, 침묵하고 있지만 뜨거운, 일상의 초현실적인 단면들, 은유적인 표현수단으로서ㅡ이미지들이 선택되어 왔다."(「사물」 연작 작업노트에서, 2005)

 

“한때 예술은 내 삶의 ‘절대’ 또는 ‘본질’과의 악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절대는 하나가 아니고 본질은 유동적이다. 그것은 내 인식의 한계일 뿐이다.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 도달한 절대의 높이만큼 다시 추락하기를, 작업을 통해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어쩌면 ‘절대’란 것은 여러 개의 세로 줄이 아니라 끊어지지 않은 하나의 가로 줄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 이정진

 

 뉴욕, '우리는 모두 타인이다', 1988-1989

 

 

 

📘 볕이 좋았던 날 들고나가 읽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비트겐슈타인의 수학의 기초에 관한 강의』(2010, 사피엔스 21)

상대를 후려치는 듯한 비트겐슈타인의 명징한 논박은 늘 정나미 떨어짐과 존경 둘 다 보내고 싶은 심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식으로 사고한다면 황색 언론과 여론에 휩쓸리거나 사이비 종교 신봉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그의 전기를 읽어서 이미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삶은 얼마나 고독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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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디 교수가 나에게 다가와서 "비트겐슈타인, 나는 거대한 발견을 해내었네. 나는 ......라는 것을 발견했다네."라고 말한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게 될 것이다. "나는 수학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나는 당신이 말한 것에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이 어떻게 그것을 발견했는지를 알기 이전까지는 당신이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가 말한 것에 대해 놀랄 권리가 없다. 왜냐하면 비록 그가 영어를 말한다 할지라도, 그가 말하는 것의 의미는 그가 행한 계산들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 이 책 현재 품절인데 그러면 안 될 책이다. 강의집이라『비트겐슈타인의 수학의 기초에 관한 고찰』보다 좀 더 수월하다는데 으허허;;

 

  

 

📘윌 듀런트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이 책 제목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는 자살을 생각하는 어떤 이가 듀런트에게 다가와 건넨 질문이기도 했다.

내게 이 책은 삶의 의미에 대한 답보다 이 책 자체에 있다. 역사가가 정리한 시대를 보는 게 아니라 그 시대를 산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을 직접 읽으며 그 시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시대에도 이런 기획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세계 대변동이 아닌 때가 없었던 것도 같지만 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일상을 헤쳐가기 바쁘고. 나는 삶에는 게으르고 의미를 책 속에서 찾는 바보인 것도 같지만 그럼에도 계속 읽겠습니다.

 

 

 

 

 

 

 

📘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도 빨리 완독하고 싶다!

"한국인이라는 특수한 사상적 지평을 넘어 당신을 인류 보편의 지혜로 도약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으로서 이 책보다 더 쉬운 책은, 단언컨대 없다"는 채사장의 호언장담처럼 정리 요약이 잘 되어 있다. 물리학, 과학, 인문학 책 즐겨봐서 아는데 빅뱅 이전부터 설명하는 책 흔치 않다. 거기다 세계, 자아 등 철학으로의 통합까지 뻗어나가니 채사장 참 대단하다ㅎㅎb

이 책 삽화가 참 재미난데 누가 그린 건지 알 수 없어 웨일북에 문의ㅋ 난 참 쓸데없는 오만 것에 관심을 가지는╭(๑•ㅂ•๑)و

 

 

더 쓸데없을 지도 모르지만 알라딘 스티키 북마크 얇게 만들어 줄 수 없냐고 문의도 넣음🤣 

책 읽으며 수시로 반 잘라서 쓴다. 인덱스용으로만 쓰는데 이 폭은 낭비~

제 의견에 동의하신다면 알라딘 고객센터 1:1 문의 [칭찬/비판/건의] 문의 유형 분류 선택해 참여해 주세요✧(๑˃̵ᴗ˂̵)و

 

 


 

 

 


 

📕 아무튼 사고 사고 또 사고

📘 마르셀 프루스트 『시간의 빛깔을 한 몽상』(민음사 2019-12-30)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기 장작용ㅎ

• 중고도서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휴머니스트 2012-07-12)

-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에 이어 읽고자 한 에리히 프롬 책을 다 완비했다. 『모비 딕』을 멋지게 번역했던 김석희 번역이라 더 믿음이 간다.

📘 성백효 『최신판 논어집주』(한국인문고전연구소 2017-12-26)

- 구판 팔고 재구입. 성현의 말씀이 칫솔질처럼 시원할 때가 있으니까 갖춰놓고 있으면 마음에 안식.

📘 장 뤽 고다르 & 데이비드 스테릿 『고다르 X 고다르 - Jean-Luc Godard Interviews』(이모션북스 2010-11-10)

- 읽고 싶던 인터뷰집이었는데 마침 중고로 보이길래 겟~

📘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까치출판사 1998-02-25)

- 동서문화사와 비교해봐야지. 헉스, 커버가 없다뉘; 양장본 중고 살 때 종종 변수ㅜㅜ

📘 리사 랜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사이언스북스 2015-12-15)

- 리사 랜들의 다중 우주론을 좀 읽어봐야겠기에.

📘 오타베 다네히사 『서양미학사』(돌베개 2017-12-11)

- 요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지만 진중권의 예전 미학사는 꽤 유익했고 재밌었다. 서양 미학자가 아닌 일본 미학자의 관점도 궁금했다.

📘 프랜시스 베이컨 『신기관』(한길사 2016-02-05)

- 고전, 고전, 고전

📘 롤랑 마뉘엘 『음악의 기쁨 3』( 북노마드 2014-12-05), 『음악의 기쁨 4』( 북노마드 2014-12-31)

- 이 시리즈 이제 다 모았다♡

 

 

 

 

 

 

 

 

 

 

 

 

 

 

 

☆ 2월 알라딘 굿즈 - 더블 포켓 파우치(스탠다드)

- 기존의 북파우치보다 크기는 작고 앞뒤 양면 포켓에 속주머니가 여럿 있어 실용성 굿٩(•◡•)۶ 알라딘 다이어리가 쏙 들어가 다이어리 파우치로 써도 좋다.

 

 

 



 

 

 

 


 

📚 중고도서

📘 필리프 아리에스 『죽음의 역사』(동문선)

📘 에드가 모랭 『인간과 죽음』(동문선)

📘 게오르그 짐멜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새물결)

📘 아달베르트 슈티프터 『늦여름 1, 2』(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 알라딘 이벤트 또 당첨

2020년 들어 전자책 할인 행사가 대폭 조정된 이후 e book 이벤트가 색달라졌다. 댓글 기대평 달면 e book 적립금 1000원 or 종이책 선물을 주는 구성의 이벤트가 대세. 알라딘에 책세상 브랜드전이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책세상 하면 니체 전집이죠^0^)b" 남겼더니(다 쓰고 아, 책세상 문고 고전의 세계도 좋은데 깜빡했네 했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종이책 당첨(๑˃̵ᴗ˂̵)و 책만 온 게 아니라 프리드리히 횔덜린 시가 담긴 누드 제본 노트까지 챙겨 주셔서 매우매우 감사했다! 맘에 쏙 들어 문구덕후 감동(❁´▽`❁) 💕


📘 오흥명 『감정의 형이상학』(2019-12-02, 책세상)

탄탄한 철학으로 쓴 글이라 문장 하나하나 맘에 와닿고 멋지다. 어렵지 않게 쓴 것도 장점. 가벼운 에세이에 질린 독자(나?)가 반길 책. 궁금하신 분은 e book 90일 대여 5, 250원으로 봐도 좋을.

 

📖

"철학이 삶과 존재에 대한 성찰이라면, 철학은 철학에 관해서가 아니라 불행에 관해 말해야 한다. 삶과 존재에 대해 말하고 생각하는 이들은 언제나 불행한 사람들이 아니던가.

몸과 정신으로서의 인간이 겪어야만 하는 어두운 감정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일은, 그래서 인간의 삶과 존재를 원형 그대로 되살피는 일이기도 한 셈이다. 그렇게 불행의 감정들은 얼마간 추스르고 나면,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감정들에 관해서도 이야기할 때가 올 것이다. 인간의 불행에 대한 집요한 응시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불행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서문)

 

 

 

 

 

역시 이 달도 e book 포함 30권 구매 이상으로 넘어가 버렸다. 휴... 지쳐서 사진에 못 찍은 것도 많다.

 

📘『셀프 트래블 북유럽』

📘 제임스 테이트 산문시집 『흰 당나귀들의 도시로 돌아가다』(창비)

📘 폴 모랑 『밤을 열다』 『밤을 닫다』(민음사, 쏜살문고)

📘 봉준호 『마더 이야기』(마음산책)

봉준호 영화 중 나는 마더가 가장 좋다. 엄마 없어?" 대사는 정말이지......

 




 

 

 

☆ 2월 알라딘 굿즈

더블 포켓 파우치 스탠다드, 슬림까지는 샀는데 맘에 드는 스퀘어는 품절이라 못 샀다. 각각 다이어리와 미니 노트 파우치 & 필통으로 쓸 수 있어 좋다. 지난달엔 노트 잔뜩 사고 이 달엔 파우치 잔뜩 사고. 알라딘 때문에 내가 미쳐ヾ(。>﹏<。)ノ゙

본투리드 샐러드 포크(모비딕)

 화이트 색상의 앨리스 포크 잘 쓰고 있어서 블루로 하나 더 장만.

 

 

 

 

 

 

 

📘 알라딘굿즈랑 데코하다가 읽어본('완독을 해라' 목록 책) - 리처드 세넷 『무질서의 효용』

청소년기와 도시(공간)이 우리 시대 정체성 형성에 매우 결정적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시공간을 배제한 채 '나의 정체성(자아)'을 말하는 건 명백히 오류다. 무려 25살에 쓴 40년 전 글인데도 그의 '정체성', 공동체' 분석은 요즘 세대론의 빈 곳을 짚어 준다.

 

 

 

 

 📘 어슐러 k. 르 귄 『어둠의 왼손』

작가가 쓴 머리말부터 맘에 쏙 든다.

테드 창도 그렇고 SF 소설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구성하는 세계관을 정확히 알고 쓰고 있다. 일반 문학(?) 작가들에 비해 뛰어나고 존경스러운 장점이다.

인물과 이야기가 이끄는 대로 썼다는 일반 문학 작가들의 변은 문학의 특성이라기보다 구시대적인 문학 작법일 수도 있다. 자유주의적인 나이브함도 포함.

 

📖

"모든 허구는 '은유'이다. 과학소설은 은유이다. 이 과학소설을 고전적인 허구 형태와 달라 보이게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현대생활의 골간을 이루는 어떤 거대한 지배체제-그 가운데는 과학 즉 각 분야의 학문과 기술 그리고 상대주의적이고 역사주의적인 관점 등이 있다-로부터 도출된 새로운 비유들을 사용하는 것과 관계있지 않나 생각된다. 우주여행은 이 은유들 중의 하나이다. 대체역사도 그렇고, 대체생물학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래 역시 또 다른 의미에서 그런 것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허구화된 미래란 그 자체가 곧 하나의 은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은유한다는 말인가?

만일 내가 은유적으로 말하지 않을 수 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장광설을 늘어놓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설도 물론이다. 그리고 조금은 장엄한 투로. 이 소설의 주인공 겐리 아이가 나와 당신에게 진실이란 상상하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 내 책상에 앉아 잉크와 타자기의 리본을 소모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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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2-29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AgalmA님 한동안 안 보여셔서 겨울잠을 주무시나 했는데, 페이퍼를 보니 면벽 독서 수행으로 동안거를 하셨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봄이니 동안거에서 나오셔도 좋을 듯 합니다.ㅋ

AgalmA 2020-03-01 13:47   좋아요 1 | URL
요즘 전국민 자가 격리 조치 시즌이 되어 버렸죠^^;; 음식점, 카페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없어 난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많이 없으니 주말이나 한창 성업할 저녁에도 거리나 버스까지 한산하고, 소설이나 재난 영화에서나 보던 이상한 상황을 현실로 체험하니 밖에만 나가면 계속 비현실적이에요. 봄 내내 이럴 거 같은데 이게 사회를 또 이상하게 바꿀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처럼요.
아무쪼록 겨울호랑이님 가내 두루 평안하시길 빕니다.

페크pek0501 2020-02-29 1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대단히 풍성합니다.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은 페이퍼올시다.
한 번만 볼 게 아니라 저장해 놓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풍부한 정보!!!

˝철학은 철학에 관해서가 아니라 불행에 관해 말해야 한다.˝
배우고 갑니다.

AgalmA 2020-03-01 11:20   좋아요 0 | URL
배가 부르기보다 식음전폐나 소화불량이 되는 쪽에 더 가까운지도요;;
빠진 게 있어서 더 추가해야 하는데 지치네요. 어허허
건질 게 있으셨다니 감사합니다 :)

moonnight 2020-02-29 13: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_@;;; 어마어마한 독서일기 굿즈네요. 부럽고 존경합니다. ^^

AgalmA 2020-03-01 11:23   좋아요 0 | URL
모아보면 한 달이 금세 간 거 같아 제 늙어감을 더 느끼게 됩니다ㅡㅜ);
자본주의 상술에 저도 당할 재간이 없어 이젠 책과 굿즈가 한 팀처럼 느껴지니ㅎㅎ;;

송지미 2020-04-21 0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산 책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리뷰했는ㄹ 보다가 이렇게 재밌고 유익한 리ㅠ는 처음이예요;; 잘봤습니다

AgalmA 2020-05-03 16:00   좋아요 0 | URL
가끔 이런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올리나 싶은 것도 있는데, 도움된다는 분도 계셔서 나름 사명감(?)을 가지고 올리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종이달 2021-10-1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사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지식은 특정한 사회적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그 생산 과정에는 그 사회의 편견과 권력관계가 있고, 자본과 권력을 가진 집단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 양산한 지식을 더 많이 가집니다. 인간의 몸에 대한 지식의 생산 과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김승섭 『우리 몸이 세계라면』은 ‘생산되지 않는 지식과 측정되지 않는 고통’에 집중합니다. 풍부한 고증과 근거를 제시하며 정도를 넘지 않는 충실한 책이었습니다.

 

 

 

 

 

 

 

읽었으나 리뷰를 못 쓰고 있거나 읽고 있는

 

 

 

 

 

 

 

 

 

 


 

하나같이 벽돌 책인 빌 브라이슨 책을 양장으로 안 내는 게 신기한데요. 까치출판사는 대부분 반양장으로 내는 특징이 있죠. 책을 만드는 사람에게도 사는 사람에게도 책값 절감이라는 장점이 되겠지만ㅎ 소화해야 할 정보가 워낙 많아서 양장이면 독자들이 읽기 부담스러울까 봐 그런 것도 같고요😁 반양장이 휴대도 편하고 후딱 펼쳐보기 좋잖아요.

그의 예전 저작 읽어보며 이 재밌는 걸 왜 그동안 집중해 완독 못 했나 자책💦

빌 브라이슨 특징이라면 '현미경 눈을 가진 조물주 시선'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ㅎ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이 세계와 우주와 만물에 관한 파노라마 서술이었다면,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는 시골 목사관 집구석에 앉아(내 표현 아님. 책에서 직접 표현한 거임ㅋ) 1850년 경의 근대부터 현대까지 150년 동안에 폭발적으로 변화한 인간의 사생활을 들여다보았죠.

이번 신간 『바디- 우리 몸 안내서』 (2020. 01.10)는 더 미시 세계인 인간의 몸속으로 마이크로 탐사를 펼치네요ㅎㅎ

2020년 우리 몸부터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 오, 좋은 출발👌

맘과 계획이 있다고 잘 되는 게 아닌데 빌 브라이슨의 탐사 저술 존경스럽습니다😍👍

다음 저서엔 어디까지 더 파고 들어가실지ㅋㅋ

나야말로 뜻하지 않게 빌 브라이슨 탐사가 시작되려는?

1월이 끝나가는데 아직도 완독을 못하고... 이유는 아래에↓

 

 

 

 

 

 

 

 

 

 

한동안 딱딱한 책만 읽었더니 문학 윤활유가 필요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은희경 『빛의 과거』(2019, 8. 문학과 지성사)

무라카미 하루키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제목이 언급되어서 반갑더군요.

40여 년 전 1977년이 무대로 등장하니 많고 많은 후일담 소설 같아 새로울 게 없지만 그럼에도 은희경 작가 글은 흡입력이 대단했습니다.

그래요. 우리는 누구나 여학생과 남학생으로 가득한 세계를 산 적 있죠. 제 대학시절 기숙사 사진을 찾아봤어요. 제 손재주를 발휘해 방을 꾸며 기숙사 오픈하우스 때 2등? 3등? 해서 무슨 상품을 받기도 했어요. 그때 뭘 받았지-.-)a.... 제 동기 하나는 심야에 옥상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해 이마가 찢어지기도😅 내 생애 첫 귀신도 보고 정말 사건 사고 많았던 그곳. 열정과 무모함이 가득했던 그 시기를 통과해 그들은 다 어찌 살고 있는지.

 

 

 

 

 

 

 

 

수 프렌치 『딥스카이 원더스』(2019, 동아시아 출판사)

별을 보며 꿈을 키우던... 진부하지만 쿵쾅거렸던 시절을 지나고 빛이 스러져가는 꿈을 보듯 별이라도 보려고 펼쳤지요. 준전문가급 별지기 안내서라 조금 시큰둥했지만 추운 바깥에서 오들오들 떨지 않고 방 안에서 편안히 별구경 실컷 했어요ㅎ

 

 

 

 

 

 

 

 

 

 

 

앙토냉 아르토의 고흐(추모)론이라 할 수 있는 앙토냉 아르토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2003, 절판)를 읽고서...

미학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앙토냉 아르토는『잔혹 연극론』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책도 현재 절판이지요. 시, 잡지 기고, 연극과 영화 활동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꽃피운 그의 시집을 국내에서 볼 수 있을지도 묘연합니다. 많고 많은 글과 책의 홍수 속에서 특정 작가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긴 쉽지 않죠. 고흐가 많이 알려진 건 한눈에 사로잡는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란 생각이 아니 들 수 없지요. 

 

 

 

 

 

 

 

알고 계신가요.

약 38점에 달하는 고흐 자화상 중에서

왼쪽을 바라보는 프로필이 18점, 오른쪽을 바라보는 프로필이 18점,

 정면을 바라보는 것은 단 2점이라는 것.

 

 

 

새해라 나쁜 습관 좀 바꿔볼까 싶어서 펼쳐든 자기계발서

톰 콜리 『습관이 답이다』

 

저자 톰 콜리는 백만장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아홉 살 때 집안이 파산했습니다. 그는 성인이 된 뒤 5년 동안 233명의 부자들과 128명의 가난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 책을 집필했지요. 이 비교집단을 통해ㅡ사회 제도와 조직과 환경 문제는 무시하고 개인의 책임과 개선만이 답인 것처럼 말하는ㅡ그가 내리는 판단이 합리적이고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습관에 대한 몇 가지 조언은 귀담아들을 게 있었습니다.

제 생활에 가장 필요한 행동방침은 ‘업무 시작 3시간 전에 깨어있기’ 입니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하루, 일 년, 일생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 “할 일을 미루라”는 목소리 잠재우는 5가지 방법

①해야 할 일 작성하기(목표 관련, 목표 무관 구분) ②매일 완수할 일 5가지 끝내기(열정 키우는 데 유용) ③업무 마감일을 설정하고 알리기(다른 사람과 지켜야 할 개인적인 약속이 되므로 일을 완수하려는 마음이 커진다) ④책임감을 주는 파트너 만들기(지켜보는 누군가가 있으면 일을 더 잘하게 된다) ➄“당장 하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기(하기 싫은 일도 하게 만드는 잔소리하는 효과)

 

 

● 습관을 더 빠르게 바꾸는 방법

① 습관 결합하기(걷는 운동을 하며 오디오 북 이용하기 등) ②연상법칙 만들기(당신의 새로운 목표가 책을 더 많이 읽는 것이라면 정기적으로 모이는 독서클럽에 가입하기 등) ③환경 바꾸기(환경이 바뀌면 새로운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④작게 시작하기(유지 확률이 높아진다) ➄새로운 습관을 일과에 넣기(책임감이 생김) ⑥나쁜 습관 차단하기(의지력은 보통 하루가 끝날 때 가장 약해지므로 TV, 인터넷, 정크푸드 간식 등을 일체 차단)

 

 

 

 

산책 가는 공원에 작은 책 공간이 생겼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연못을 내려다보는 위치라 이 사람들 명당을 알아봤네ㅎㅎ 했습니다. 도서관이라고 하기엔 원룸 크기의 소규모입니다. 창가 자리는 1인용 탁자와 의자 하나로 딱 4자리라 차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출은 안 되고 열람만 할 수 있어요. 한밤까지 운영하면(말도 안 되는 상상) 정말 좋을 텐데 아쉽게도 6시까지 운영입니다. 낮은 책장엔 아이들 눈 높이에 맞게 아동도서, 위 칸에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 있더군요. 콘셉트에 맞게 팀 버케드 『새의 감각』(2015, 에이도스) 같은 생물학, 과학 책이 제법 알차게 갖춰져 있었어요.

오픈한지 얼마 안 돼 온통 새 책이었습니다. 오늘 김연수 『시절 일기』를 조금 읽다 왔어요. 위화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처럼 중국 신화의 새 얘기가 서문에 나와서 재밌어했습니다. 비상과 추락을 가늠하는 작가라는 자리.

운동기구도 좋지만 공원마다 이런 작은 책방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생길 정도면 앞으로 더 많아질 거 같죠? 세금은 이런 데 쓰셔야죠😚

여름엔 시원할 테니 사람이 미어터지려나😅

 

 

 

 

 

 

 

 

 

 

한국의 페미니즘, 미투 열풍으로 26년 만에 한국에 소개되었던 수전 팔루디 『백래시』(2017, 12)를 읽었기 때문에 그녀의 필력은 인정하죠. 신간 『다크룸』(2020, 1. 뉴욕타임즈 북리뷰/커커스 북리뷰 논픽션 부문 2016 올해의 책, 2017 퓰리처상 최종 후보작)은 그녀가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가 된 기원을 분석할 자료가 되겠습니다. 물론 이 책의 스펙트럼은 훨씬 넓습니다. 『백래시』 때처럼 손희정 문화평론가 번역이라 믿고 보는😊

10년에 걸친 자료 조사로 완성된 책이라 『백래시』처럼 벽돌책이지만 소설처럼 흥미진진해서 가독이 힘들진 않습니다.

헝가리 태생의 유대인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였으며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이었던 아버지가 70대에 스테파니 팔루디로 트랜스젠더 여성이 된 사연은 너무 쇼킹! 가족인 사람의 블랙박스를 열어보는 심정이 어떠했을지... 휴. 이거 영화감 아닌가요?

 

최근 진도를 못 빼고 있던 젠더, 퀴어, 정체성 공부에 다시 활력을 실어줄 듯.

파워 지식인이었어도 유발 하라리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와서야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에게 '정체성'은 경제력이나 외모보다 더 상위 문젯거리인지도요.

정말 시의적절한 화두를 뛰어난 저널리스트 수전 팔루디의 글로 볼 수 있으니 아니 좋을 수 없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일만으로도 당신은 『백래시』한국판을 쉽게 쓸 수 있을 거예요."

ㅡ 2018년 서강대 세미나에서 수전 팔루디가 들은 말

한국 페미니스트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젠더 갈등에는 국경도 시차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어떤 언론인은 자신이 특정 국가나 특정 시대에 벌어지는 여성의 자유에 대한 적대를 보도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전 세계에 걸쳐, 시간을 뛰어넘어 공명하면서 모든 차원에서 벽을 허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뿐이다.

작업을 마치고 보니, 위에서 이야기한 바로 그 문제의식이 지금 당신이 들고 있는 이 책, 즉 내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의 명시적이면서도 숨겨져 있는 전제다. 거의 90년에 가까운 시간을 살면서 아버지는 종교, 인종, 국적, 정치적 지향, 그리고 결국엔 성적 정체성까지, 모든 경계를 짓밟으면서 어지럽도록 많은 정체성들을 바꿔 버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부다페스트에선 쫓기는 10대 유대인 소년이었고, 아마존에서는 영화감독이었으며, 뉴욕에서는 완전히 미국적인 도시 외곽의 가장이자 험준한 알프스산맥을 오르는 산악인이면서 암벽등반가였다. 공산주의 몰락 후 헝가리로 돌아가서는 마자르인 애국자가 되었고, 태국으로 가서 성별 재지정 수술을 받은 이후에는 동유럽의 트랜스젠더 여성이 되었다. 이슈트반 프리드먼은 이슈트반 팔루디가 되었다가 스티브 팔루디가 되었고, 다시 스테파니가 되었다.

내가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전반 헝가리에서 아버지와 재회해서 그녀의 삶과 시대를 탐구했던 시간은 헝가리에서 우파가 화려하게 부상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다크룸』은 필연적으로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덕분에 이 책의 이야기 역시 시대와 지역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내가 연대기적으로 따라가고 있는 헝가리의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고통은 그 이후로 모든 선진국의 고통이 되었다. 우파 포퓰리즘이 부상하고, 이민자에 대한 분노와 전제적 독재정치가 자라났으며, 여성에 대한 억압을 비롯하여 인종적, 종교적, 성소수자들에 대한 억압이 강해지고 있다. 내가 부다페스트에 있는 아버지를 방문하던 때만 해도 정치적 변칙으로 다가왔던 상황들이 이제는 이탈리아에서 인도네시아까지, 미국에서 터키까지, 그리고 영국에서 미얀마까지, 전 세계의 광범위하고 다양한 문화권을 휘젓고 있다.

이와 같은 정치적 판단이 개인의 회고록에 등장한다는 사실이 이상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계를 부수었던 나의 아버지의 삶에 제대로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이 책 역시 그 나름의 경계 넘기를 시도해야만 했다. 그것은 바로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사이의 경계를 넘는 일이었다.

ㅡ 서문

 

 

 

 

김난도 『트렌드 코리아 2020』, 『김난도의 트렌드 로드』,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등을 읽으며 현 시대의 대세인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임홍택 『90년생이 온다』 는 ‘새로운 세대를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장점을 지녔지만 더 넓은 관점에서의 비판 시각은 약하다는 단점도 큽니다. 김난도의 책은 트렌드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게 탁월하고 시의적절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경향을 뒤좇는 이상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가 하면 글쎄요. 물론 쉬운 일이 아니죠.

 

 

 

 

 

 

 

 

'밀레니얼 세대' 포커스를 20세기 초로 돌려 본다면 이런 소설이 있습니다. ‘앙팡 테리블’은 ‘무서운 아이’라는 프랑스어로, 겁 없는 젊음, 기성세대의 권위와 가치관에 도전하는 젊은 세대, 실력 있는 무서운 신예를 가리킬 때 쓰는데, 장 콕토 『앙팡 테리블』(1929년)에서 유래했습니다. 동성애와 근친애, 약물 중독, 각종 신경증과 비행, 자살과 살인 같은 금기와 일탈 소재 때문에 논란도 많았으나 문학적 전위성으로 상찬도 받았지요. 지금의 폭력성에 비하면 이 소설의 그것은 벨 에포크 시대의 예술적 감수성으로 소프트하게 느껴집니다.

 

 

 

 

 

 

 

 

 

 

 

※ 중고매장에서 책 고를 때 살까 말까 망설이는 책은 장바구니에 일단 넣어놓고 생각하세요❗ 망설이다가 책장에 꽂고 나중에 돌아가니 책이 사라져서 땅을 치고 후회까지는 아니고 입술 삐죽 내밀고 후회.

 

알라딘 '이 광활한 우주점' 직배송 시스템으로 전국 각 매장의 책들을 둘러보며 자괴감이 들었지요. 제가 사놓고 비닐도 뜯지 않았거나 10페이지 미만으로 읽은 출간 6개월 지난 책이 중고매장에 30% 할인된 가격으로 많이 나와 있었어요. 신간을 사지 말아야겠다는 결의를 재차 하고서도 슬금슬금 사고 있어요ㅜㅜ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까치출판사)

- 펭귄클래식 출판사의 e book도 갖고 있으나 까치출판사 종이책의 짜임새와 번역도 좋아 제4판 개역판으로 구입.

채사장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 0』(웨일 북)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재정리한다길래😋

신변잡기의 고만고만한 에세이보다 이런 정리를 난 더 선호합니다. 이만한 지식을 쌓고 정리할 수 있는 이가 별로 없어서 이 시리즈가 이토록 인기이기도 하겠습니다. 레드오션이 된 팟캐스트 끝물에서 채사장이 타이밍을 정말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머그컵 주는 온라인 서점도 있지만(컵은 이제 그만<(-0-)>💦) 전 미니노트(2900원)가 갖고 싶었어요😁

옅은 카키그레이 색상에 무선 노트라 더 맘에 듭니다.

노트는 아무리 많아도 다 쓸데 있는ㅎ

 

에리히 프롬을 집중해 읽고 싶어서 『소유냐 존재냐』(2017, 42쇄)

- 1996년에 초판이 나오고 2017년에 42쇄면 지금은 45쇄쯤 되었으려나요. 와우!

 

박현숙 / 김유진 『프렌즈 동유럽』(2019, 중앙 books)

- 동유럽 여행안내서는 상상출판에서 나온 『셀프 트래블 동유럽』과 이 책이 유일한데, 편집이 조잡한 게 맘에 안 들지만 선택의 폭이 별로 없으니😑... 책까지 사서 보고 있지만 가려고 생각하니 참 귀찮아요. 누구는 여행 계획 세울 때가 제일 좋다고 하지만 난 제일 싫은 단계. 자고 일어났을 때 그냥 도착해 있으면 좋겠어요🙃

기 드 모파상 『기 드 모파상』(세계문학 단편선 09, 2015 초판 3쇄, 현대문학)

- 「비곗덩어리」 등 대표 단편은 읽었지만 수록된 단편이 총 63편이라 모파상 단편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성복 『불화하는 말들』(2015, 문학과 지성사)

- 요즘 시가 너무 눈에 안 들어와 『무한화서』 좋았었으니까 도움이 될까 싶어서 산.

아니 에르노 『세월』(2019, 1984books)

- 문학 소비층이 여성이 많고 페미니즘 계에서 아니 에르노 글을 주목해서 그런지 요즘 한국에서 꽤나 눈에 띄는 작가지만, 아니 에르노의 문학성이 엄청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솔직을 넘어 자신의 치부까지 드러내는 여성 작가의 과감성 때문에 더 점수를 받는 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것도 무시 못 할 개성이긴 하지만요. 그녀의 책을 깊이 많이 읽어보지 않고 평가절하하지 않도록 그녀의 책을 부지런히 보고 있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학회 옮김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 전집』(2019, 솔 출판사)

- 알라딘 오프라인 매장 가서 산 최고 득템!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언제 살까 추이만 가늠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내 손에! 버지니아님, 잘 오셨어요😍

파스칼 키냐르 『심연들』(2010, 문학과 지성사)

-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내 키냐르 컬렉션에서 빠져 있는 책이라 구매.

브루노 슐츠 『브루노 슐츠 작품집』(2013, 을유문화사)

- 폴란드의 카프카 드디어 우리 집에 오셨네요ㅎ

알프레드 되블린 『무용수와 몸』(2019, 민음사 쏜살문고)

- 요즘은 신간 시집보다 쏜살문고 구색이 더 좋아요ㅎ 폴 모랑 신간도 나왔던데 그것도 중고로 기다릴?

 

안 읽힐수록 더욱 사는 시집

유이우 『내가 정말이라면』(2019, 창비)

권박 『이해할 차례이다』(2019, 민음사, 김수영문학상 , 민음의시)

 

 

 

알라딘 양장 노트(앨리스, 무선)

- 1일 1그림이 게을러져서 새 노트 장만. 30절판 양장 노트가 딱 적당하다 싶었는데 현재 이 디자인 품절이네요. 1500원인 가격도 착했는데 빨리 사길 잘했어요. 휴

발밑 러그, 본투리드 젓가락 기타 등등 사은품은 안 샀는데 본투리드 샐러드 포크(2500원, 앨리스)는 샀어요ㅎ

우한이 점점 심각해지는데 미세먼지 마스크(5매, 2500원) 받을 걸 그랬나😑a 넘 비싸서.

 

 

 

 

 

 

 

 

 

 

 

 

 

 

 

 

 

 

 

 

 

앤 카슨 『레드닥>』(2019, 한겨레출판)

- 카슨의 『빨강의 자서전』 좋았죠. 그 후속작이라 해서 샀어요. 시집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는 형식. 좋네요☺️ 『남편의 아름다움』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책 다 읽으면 그 책도 읽어봐야죠. 근데 『레드닥>』 페이지 땡땡이 무늬 저는 참 촌스러워 보이는데 여성 작가, 여성 독자 대상 책은 늘 이런 디자인이어야 하는지. 예쁨 문제는 주관적이니까 차치하더라도 제겐 집중도를 떨어뜨려서 에러예요. 표지 멋스럽게 만들고 이게 뭔지-_-) 여성 대부분은 이런 걸 좋아한다? 정말입니까.

 

 

 

새로 나온 본투리드 sticky bookmark(클림트)

- 클립이 불필요하다 싶었는데 클립 뺀 일반형도 나와 좋아요. 책과 함께 보내면 멋스러운 선물이 될 듯. 무채색만 사다가 차분한 컬러를 보니 새롭네요. 톤 다운된 색감이라 눈 피로가 없어요. 네온으로 나온 건 별로더라고요;

 

 

 

 

 

 

 

금방 다 먹어서 스탬프도 많이 주길래 에티오피아 구지 모모라 200g 구매했는데 자주 먹으니 이것도 질려서 담엔 뭘 사나 하고 있습니다-,-)

 

 

 

 

 

 

 

 

1월을 마무리하며 읽은

유성혜 『뭉크』(2019, arte)

- 큰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좋았던.

도난의 수난이 많았던 옛 뭉크 박물관을 떠나 2020년 피오르드 해안을 내려다보는 새 뭉크 박물관을 개관한다는 소리에 노르웨이 여행 경로를 짜보다가 경비가 너무 들 거 같아서 포기했어요ㅜㅜ 하지만 꼭 가 보고 싶어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행운에 속지 마라』(2019 개정판, 중앙books)

- 역시 탈레브 책은 어떤 걸 읽어도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시니컬한 그의 문체에도 이젠 정이 들었어요ㅎㅎ 새해 경각심을 키우고자 한다면 이 책 추천♡

막스 피카르트 『인간과 말』(2013, 봄날의 책)

- 예전에 읽을 땐 잘 몰랐는데, 다시 읽으니 자의적 해석이 너무 심합니다. 일신론 기독교 주의에 입각한 논리 전개도 상당히 거슬리고요. 멋진 문장에 현혹되기 쉬운데 매우 비판적 독서가 필요한 책.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2019, 허블)

- 두 번 읽고나니 두 번째 소설집이 더 기대되는!

 

허수경 『가기 전에 쓰는 글들』(2019, 난다)

- 구구절절 사무쳤던... 작년 1월에  이제니 『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읽었을 때처럼 좋았습니다.

📎

"시를 쓰던 순간은 어쩌면 그렇게 다른 이가 잊어버리고 간 십자가를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십자가라는 것이 한 종교에 속한 상징이라면 다른 종교에 속한 어떤 상징도 마찬가지이다. 간절한 한 사람의 시간을 붙들고 있는 것, 그 시간을 공감하는 것, 그것이 시를 쓰는 마음이라는 생각을 나는 하곤 한다. 사람의 시간뿐만이 아닐 것이다. 어린 수국 한 그루를 마당에 심어놓고 아침저녁으로 바라보는 일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기 새들이 종일 지저귀던, 늙은 전나무에 있는 새집을 바라보던 시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간절한 어느 순간이 가지는 사랑을 향한 강렬한 힘. 그것이 시를 쓰는 시간일 것이다. 시를 쓰는 순간 그 자체가 가진 힘이 시인을 시인으로 살아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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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9 10: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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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6 19: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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