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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인간이 가능한 것의 끝까지 여행하는 것을 체험이라 부른다"

   -조르주 바타유

 

 

 

「하늘의 푸른빛」

 

  나는 그 남자 앞에서 어떤 불편함을 느꼈다.

  왜 그는 내가 입을 맞출 수도 있을 한 여인과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것일까?

  신성은 존재가 음란함과 잔인함과 조소와 공모할 것을 요구한다

 

  -조르주 바타유

 

 

 

 

 

 

§

유연한 잔인함...

그에 비하면 사드는...  

잔임함은 내려치는 칼날에 있지 않다.

그 뒤 내내 우리 맘 속에 맴도는 정념 속에 있다.

 

 

얼마전 오프라인 중고서점에서 「릴라는 말한다」를 보았다.

그냥 두었다.

눈처럼 떠돌다가 녹아버리게 놔두는 책도 있는 것이다

 

 

ㅡ 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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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들뢰즈 <스피노자의 철학>

 

"스피노자는, 행위와 작품이 모두 완전하다고 하더라도 행위자가 완전한 것은 아니며, 마찬가지로 본질이 완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한다."

 

 

데이비드 린들리 <불확정성>

 

"하이젠베르크는 많은 할 말을 발견했다. 그의 이론은 혁명적이고 심오하기 이를 데 없지만 완전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용어로 다음과 같이 표현되었다. 당신은 입자의 속력이나 위치를 측정할 수 있지만 둘 다 측정할 수는 없다. 혹은, 위치를 더 정확하게 알게 될수록 속력은 덜 정확하게 알게 될 수밖에 없다. 좀더 간접적이고 덜 명확하게 말하자면, 관찰 행위는 관찰되는 물체를 변화시킨다."

 

 

 

#

함께 읽는 책에서 동시에 발견되는 어떤 본질을 만나면, 또렷해지는 게 아니라 아득해진다. 왜 그럴까.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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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남 - 폭발적으로 깨어나고 눈부시게 되살아난 사람들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알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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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는 음악이 생기를 주는 예술이라고 했죠"

"기억을 잃으면 우리는 누가 될까"

"음악을 들려줄 땐 그 사람 가까이 앉아야 해요. 그냥 음악만 들려준다고 되는 게 아녜요.

 내 마음도 열어야해요. 그러면 상대도 마음을 열죠."

 

2014년 선댄스 관객상 수상작인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Alive Inside: A Story of Music & Memory>에서 나오던 대사다.

이 영화는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음악치료를 시도하는 다큐멘타리다.

 

http://youtu.be/5FWn4JB2YLU

 

 

§

 올리버 색스 <깨어남>은, 1960~70년대 뇌염후증후군,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내용이다. 뇌염이나 독감 등을 앓은 뒤 기면증 또는 불면증 등을 비롯해 소소한 신경증이 하나둘 나타나다가 구제할 길 없는 마비 증상으로 빠져드는데, 신체 뿐 아니라 정신 마저 마비시켜 좀비처럼 만드는 병이니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공포 그 자체인 병이다. 행복? 그러한 개념조차 일시에 날려버린다. 환자들의 구체적 이야기는 꿈 속 아득함 같아 실감이 잘 안난다. V는 코를 긁기 위해 팔을 들어 코로 가져가기까지 해가 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본인은 1초가 걸렸다고 생각한다. R은 당시 신약이었던 엘도파 투여 후 35년 만에 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지나간 시간은 수치적 앎일 뿐이고 여전히 20대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외양적으로는 정신병 환자와 거의 다를 바 없지만 그 무너짐 안에서도 돌연 자신을 지켜보는 정신은 있다는 게 오히려 끔찍하게 느껴진다. 얼음마비 상태로 꼼짝 못하던 환자가 옆에서 누군가 살짝만 건드려줘도 가뿐히 움직이고, 인류에게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동물처럼 괴성을 지르며 울부짖던 환자가 음악소리를 듣게 되자 그 음조를 따라 흥얼거리며 차분해진다. 

최근 로빈 윌리암스의 자살 요인이 파킨슨병 초기 우울과 불안에서 비롯됐을 거라는 기사와 함께 이 병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책을 영화화한 작품도 있는데, 페니 마샬 <사랑의 기적>(1990)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파킨슨병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역으로 로빈 윌리암스가 출연했다. 이 얼마나 짖궂은 운명의 장난인가.  

올리버 색스의 이 임상사례들을 보며 현실 속의 우리는 정말 깨어있는 것일까, 어디까지 깨어있는 상태가 나자신일까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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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공간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 번역총서 5
오토 프리드리히 볼노 지음, 이기숙 옮김 / 에코리브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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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현상학 관련 서적을, 읽은 후에는 『공간의 시학』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인지하고 인식하는 과정에 감각이 빠질 수 없고, 현상학자 메를로 퐁티는 그 지각작용의 뿌리를 "원초적인 공간성"에서도 보았다. 백과사전 크기의 메를로 퐁티『지각의 현상학』은 일반 독자가 접근하기 어려우니 현상학 개론서를 선택해서 보면 좀 더 풍부한 독서체험이 될 것이다. 아니, 책 하나 읽자고 예비로 책을 더 읽으라니 무슨 말인가! 싶다면 칸트, 스피노자, 하이데거, 질 들뢰즈 등등의 입문서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 보시라. 아무튼 현상학을 살짝 깨닫고 이 책을 보면, 상세한 예제들을 보며 정리하는 기분이 든다. 물론 이 책만으로도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칸트, 하이데거, 메를로 퐁티, 바슐라르 등 많은 석학들의 탁월한 지론과 문학작품들, 정신분석 사례가 풍부하게 인용되고 있어 소화는 쉬운 편이다.

이 책은, 공간에 대한 고찰이 전방위적이고 치밀하여 공간분석 입문서, 필독서로 추천할 만 하다. 그 인식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공간개념부터 시작해 수학적 공간인식/자연적 공간인식 등을 꼼꼼히 짚어 나간다.

보통, 인간을 시간 노예라고 하지만 공간의식에 의한 행동도 만만치 않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가령,

 

『인간과 공간』 p305

'마음이 답답하고 좁아짐'을 뜻하는 불안(Angst)은 우리를 둘러싼 온 세상을 수축시키고 세계 속에서 우리가 활동할 여지를 좁힌다…(중략)…우리가 마음의 불안이라고 일컫는 것이 바로 세계와 하늘에 제한에 있으며, 거꾸로 세계와 하늘의 제한은 우리 마음의 불안 속에 있다

 

같은 문장들에서, 요즘 사람들이 툭하면, "이민 가야 된다니까." 말하는 충동 저변을 명확히 알게 된다. 그리고 집이나 국가 영토 침해 상황시 우리의 불안과 거부감은 우리의 확장된 공간 소유의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저자는 둘이 만드는 공간이 최상(ㅎ;)이라고 전한다. 1인 가구가 늘어가는 한국을 바라볼 때 자기만의 공간 인테리어에 열광하기에 앞서 이 책을 읽고 공간에 대한, 나 자신에 대한 여러 성찰을 먼저 해보면 좋겠다. 물건 하나, 동작 하나 예사롭게 생각하지 않게 될 테니...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슈트라우스 박사의 소리/춤 공간분석이었다.『점 선 면』에서 칸딘스키의 미술 분석을 보듯이.

 

『인간과 공간』p19~20

"살아가는 공간은 자아에게 구체적인 실현의 매개체이고, 대항형식이자 확장이며, 위협자이자 수호신이고, 통로이자 피난처이며, 타향이자 고향이고, 물질이고, 실현 장소이자 발전 가능성이며, 저항이자 한계이고, 자아가 존재하고 살아가는 짧은 현실에서 그의 신체 기관이자 적수이다" 

ㅡ 뒤르크하임

 

§§

공간에 관한 철학서로 『공간의 시학』(1957)은 빠지지 않는 책이다. 공간에 대한 명확한 정리보다는 바슐라르의 풍부한 문학적·시적 감식력에 탄복하며 아쉽게 독서가 끝난다.(내 경험;) 이 책을 권한 이유는 볼노의 실증적 접근과 바슐라르의 문학적 아우름을 겸비했을 때 공간을 생각하는 우리의 관점이 더욱 풍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바슐라르가 가져오는 문학 인용들이 볼노보다 훨씬 절묘하고 감동적이다. 미셸 투르니에는, 집은 좀더 풍부한데 바슐라르의 집은 '다락방과 지하실' 밖에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지만ㅎ.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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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 - 이후 오퍼스 10 타인의 고통 1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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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핵심은 이 페이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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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3

뭔가 행동을 하는 것이 꼭 더 나은 것도 아니다. 감상적인 감정이 무자비함이나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즐기는 취향과 완벽히 양립할 수도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대표적인 예로서, 저녁에 퇴근해 아내와 자식들을 다정하게 껴안아 준 뒤 저녁식사가 준비될 때까지 피아노 앞에 앉아 슈베르트의 곡을 연주했다는 아우슈비츠 사령관의 사례를 상기해보라). 사람들은 자신이 본 것(만약 본다는 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알게 되는 적절한 방법이라면)에 금방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어마어마한 양의 이미지들이 그들에게 쏟아지기 때문이다. 감정을 무디게 만드는 것은 수동성이다. 냉담한 것으로, 혹은 도덕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무감각한 것으로 묘사된 상황은 따지고 보면 감정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분노의 감정, 좌절의 감정일지라도 연민을 자아내기에는 너무 단순할 수도 있다. 어떤 이미지들을 통해서 타인이 겪고 있는 고통에 상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텔레비전 화면에서 클로즈업되어 보여지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특권을 부당하게 향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일련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준다. 비록 우리가 권력과 맺고 있는 실제 관계를 또 한 번 신비화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주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연민은 어느 정도 뻔뻔한(그렇지 않다면 부적절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우리가 상상하고 싶어 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의 부가 타인의 궁핍을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 고통스러운 이미지들은 최초의 자극만을 제공할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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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고통에 처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각종 매체를 통해 보는 혹은 실제 겪는 고통들 속에서 무감각과 외면을 방어기제로 삼고 있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고통 앞에 자신의 무능력함과 무고함을 반추하고만 있지 않고 행동에 나선다. 수전 손택은 고통받는 이들을 1차적으로 돕는 것을 넘어 고통의 배후에 있는 악랄한 정치를 향해 주먹을 들 것을 권한다.

 휴버트 드레이퍼스, 숀 켈리 공동저작 [모든 것은 빛난다](2013)에서 저자들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우리의 본능과 행동의 동기유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들은 우리 속 허무주의를 깨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의 해법 제시는 의식적인 부분이라 문제해결의 즉각성을 바라기는 어려움이 있다.

 수전 손택은 [사진에 관하여]란 책도 출판했는데, [타인의 고통]이란 책과 더불어 생각해 볼 사건이 생각난다. Kevin Carter의 자살(관련해서 영화 [뱅뱅클럽]도 있다). 당신도 기억할 것이다. 굶주려 쓰러져 있는 소녀 뒤에 독수리가 기다리듯 바라보고 있는 사진 말이다. Kevin Carter는 그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여론은 즉각 그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죽어가는 소녀를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은 행위에 대한 도덕적 지탄이었다. 그는 3개월 후 결국 자살했다. 그 사진은 아프리카 기아에 지대한 관심과 대책을 불러 모았지만 Kevin Carter 자신은 구하지 못했다. Kevin Carter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들은 Kevin Carter의 죽음 앞에서 이제 뭐라고 말할텐가.

 언제나 시대는 문제를 알고 있다. 그러나 너부터 잘 해라, 너는 그러고 있나. 나하나 챙기기도 벅차다, 라며 혀를 차거나 한숨이나 쉬면서 공범의 연대를 만들려고 한다. 내가 나만 넘어서면 즉각 타인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수전 손택의 말처럼 우리는 쉽게 수동적이 된다. 유니세프에 기부하는 것으로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나. 타인의 고통은 한 끼의 식사가 아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씩 도운다고 것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이지도 않다. 빠르고 현명한 타인의 고통 해결법은 모두가 나서 이 땅에 정치, 사회적인 토대를 바꾸는 데 적극적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실행되고 유지되어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 오래된 정답은 아직도 숙제처럼 그렇게 있다. 우리의 본능적인 배타성, 공간 점유의식, 탐욕은 이성적인 해법으로는 대처하기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고통은 스스로가 탈출하는 것이 아니라 다같이 구출해내는 것. 인간애, 그것을 오래 생각해본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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