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리커버 특별판)
벨 훅스 지음, 이경아 옮김, 권김현영 해제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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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계란 노른자를 좋아합니까, 흰자를 좋아합니까. 이런 식성 취향을 물을 때 대체로 대답은 명확하다. 노른자와 흰자를 다 좋아한다고 해도 되고 계란을 싫어한다고 해도 된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싫어요 보다 그게 뭐죠?라는 무관심이 더 난감할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 한 번씩 받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물음에 성 구분이 있었는지, 대답에도 인접한 성에 대한 선호가 있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어머니, 아버지가 다 일을 하는 상황인 요즘, 사회생활로 가족을 건사하는 전통적 부권 가장 이미지와 권위는 많이 퇴색되었지만 가부장제 뿌리는 사회 곳곳에 여전하다. 여성은 아이를 낳는 특성 때문에 고용에서 꺼려지는 존재가 되기 일쑤고 여성의 양육 재능이 생물학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편견도 만연해 사회생활보다 가정으로 더 내몰린다.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신경 쓰는 게 차별로 돌아오는 악순환이다. 생명공학 발전으로 성 구분이 희미해지고 임신과 출산이 여성만의 몫이 아니게 되면 이 문제는 바뀔까. 페미니즘은 그게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 벨 훅스는 페미니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마주치며 그들이 대개 “페미니즘 하면 남자처럼 되고 싶은 한 무리의 성난 여자들”을 떠올리고, “그들이 아는 페미니즘은 십중팔구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것일 뿐이며 페미니즘 운동이 실제로 무엇인지 거기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본 적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벨 훅스는 요령부득한 학술용어만 가득한 기존의 페미니즘 책이 아닌 쉽고 대중적인 이 책을 썼고, ‘페미니즘은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이라는 간결한 정의와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 벨 훅스의 이 책이 나오기 9년 전인 1991년 출판돼 페미니즘 고전으로 여겨지는 수전 팔루디 『백래시』도 대중에게 쉽고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사례 제시를 풍부히 했는데, 80년 대 미국 여성의 노동자로서의 실태, 상업주의 소비자로 혹은 상품으로 공략되거나 제외되는 현상, 여성이 정신질환자나 아이 낳는 기계로 치부되는 상황 등 여성의 기본권조차 무시되는 것을 고발하는 르포였다. 이후 나온 이 책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은 여전히 무시되고 있는 문제와 남성 연대를 강조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훅스는 페미니즘 혁명을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을 ‘가부장제, 인종 차별, 계급 엘리트주의, 제국주의 & 자본주의’라고 했다. 체감하기 쉬운 키워드를 뽑은 건 이해하지만 나는 더 깊이 들어갔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정체성 형성은 오랜 역사와 진화 속에서였다. 혼자 있는 여성이 험악한 인상에 체구가 큰 남성을 만났을 때는 경계와 공포를 본능적으로 느끼게 된다. 피부색이 지표가 아닌데도 낯선 유색 인종일 때는 인종 차별적인 경계심, 나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면 위계에 의한 위축감 등등 편견과 상황적 판단을 한다. 우리는 생각만큼 정의롭거나 합리적이지 않으며 감정적인 영향도 많이 받는다. 이건 남성이냐 여성이냐 구분을 뛰어넘는다. 신체적으로 연약한 포유동물은 자연스레 무리 생활을 하게 되었고 인간의 공동체 생활도 그런 연장이다. 그 속에서 인간은 국가, 종교, 각종 문화들이 구축했다. 중앙 집권적 이러한 체제들에서 무리에서 힘이 센 남성들이 지도자의 자리를 거의 차지했고, 지배와 착취의 수단인 폭력성을 사회 통제 수단으로 허용하는 지배 문화와 함께 가부장제는 내면과 외면에 걸쳐 단단히 뿌리를 틀었다. 체제와 공동체 결속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민족주의가 국가, 자본, 종교와 만나 문제는 더욱 얽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2017년까지도 여성이 운전을 하지 못했다. 아직도 많은 이슬람 사회에서는 전통과 문화 상대주의를 내세우며 여성에게 히잡, 차도르, 부르카 착용을 강요한다. 종교적 풍습에서 유래된 할례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여성의 낙태 문제만 해도 바로 종교계와 부딪힌다.
여성 신도를 지배하고 유린하는 사건과 사회적 차별이 건재한 ‘종교’는 여전히 위세가 막강하다. 종교 문제를 건드리면 어찌 되는지 잘 알기 때문에 벨 훅스는 이 책에서는 어쩌면 거론하지 않은 것도 같은데 이것이야말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결에서 과학적인 진화론이 우세한 거 같지만 실제로는 무신론자보다 종교 신자가 더 많다. 신자가 많은 종교만 추산해도 기독교 23억, 이슬람교 18억, 힌두교 10억, 불교 5억에 달한다. 무신론자는 대략 11억으로 추산되고 있다. 종교의 힘이 많이 약화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회가 어렵고 힘들수록 종교에 의지하려는 심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인간의 전면적인 의식 개혁 없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만들어진 신’이 존재하는 한 ‘만들어진 여성’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룬 좀 더 현실적인 얘기들을 말해보자.

브래지어를 태우는 등의 여성 항의 운동을 공정한 시각으로 잘 다루지 않는 대중매체, 자본주의-가부장제적 이데올로기를 탑재한 패션업계와 화장품 업계, 드라마, 상업 영화, 광고 등이 퍼트리는 여성 이미지 때문에 페미니즘은 오해와 지탄을 받기 쉽다. 초기 페미니즘이 남성중심주의에 분노해 대항한 건 사실이지만 페미니즘=反남성주의로 해석되어 페미니즘이 '남성에게 적대적인 일부 여성들의 운동', '시끄럽고 나쁜 페미니스트'로 매도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혁명적 페미니즘’ 의식을 가진 여성들은 다수가 레즈비언이고 노동자 계급 출신이어서 주류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고, 학계에 포용되고 난 이후에는 대중과의 소통이 더 어려워졌다. 기존 구조를 유지하면서 젠더 평등을 강조하는 ‘개혁적 페미니즘’은 계층 이동의 수단에 천착해 하위 계급 여성을 착취함으로써 가부장제와 성차별주의와 동맹을 맺었다. ‘라이프 스타일 페미니즘’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여성의 수만큼 다양한 페미니즘이 존재할 수 있다"라는 개념으로 페미니즘의 정치성을 흐리게 만들었다. 페미니즘이 경력을 쌓는 도구로 변질되면서 기회주의로 이용되다 보니 페미니즘 정치의 의식화 과정도 선명해지지 못했다. 남성중심주의나 젠더 평등에 대한 문제 직시 없이 분노 표출에 집중하거나 “내면화된 성차별주의를 직시하지 않은 채 페미니즘의 기치를 든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과 부딪히는 과정에서 페미니즘을 배반하곤 했다.” “모든 여성은 어떤 식으로든 남성중심주의의 피해자라는 현실 인식만을 토대로 세워진 유토피아적 자매애는 계급과 인종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 무너져버렸다.” 혁명적 페미니즘 운동에서는 “남성의 페미니즘 의식화가 여성의 의식화 만큼이나 중요하다.” 남성과 연대해 투쟁하지 않고 페미니즘 운동은 전진할 수 없다는 훅스의 말에 동의한다. ‘페미니즘 이론이 남성성에 대해 좀 더 해방적인 비전을 제시했다면, 페미니즘 운동이 반남성주의 성향을 띤다고 호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부장제 문화에서 남성들의 유대는 인정과 지지”를 받았다. 가부장제에서 여성들은 수용 외에 유대가 불가능했다. 한국 사회의 ‘시월드’라는 갈등 구조도 이에 기인하는 게 크다. 페미니즘은 “여성들의 유대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섹슈얼리티에 대한 결정권, 효과적인 피임, 임신 선택권, 임신거부권, 강간과 성희롱 근절, 고용 차별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단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사도우미 고용을 이해관계로 보는 일례에서 착취와 억압 체계에 기초하는 계급주의와 가부장제, 성차별주의 영향을 보지 못한다면 ‘자매애’의 연대와 지속은 어렵다.

여성학이 자리를 잡은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문제점도 있었다. 학계 엘리트주의와 출세지상주의가 맞물려 학계 밖 여성, 남성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고, 대중 기반의 교육 운동을 일구는 데 실패했고, 페미니즘 사상이 학문으로 고착되어 탈정치화가 진행되면서 페미니즘 운동의 급진성이 약화되었다. 그러니 현실에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쉽지 않다. 임신 선택권과 임신 중단권 즉 여성의 자기 선택권 문제는 1960년대 후반부터 아직까지 쟁점이 되고 있다. 피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 조심스럽지 못했다거나 문란한 성생활을 하는 여성의 잘못으로 보는 시선, 생명 존중을 모르는 범죄자로 모는 사회적 지탄 등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이런 상황에서 현실 정치로서의 페미니즘은 절실하다.

“건강한 자존심과 자기애를 키우지 않으면 여성은 절대 해방될 수 없다.” “페미니즘의 개입으로 의복과 인체 혁명이 촉발되면서 여성은 우리 몸이란 본디 타고난 그대로 사랑받고 추앙받을 만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여성이 치장하지 않기로 한 이상 아무것도 더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비쩍 마르고 금발인 여자들’이 미의 표준 인양 등장하는 성차별주의적 이미지들, 여자들의 자기 몸에 대한 혐오는 좀체 사라지지 않는다.

현대 페미니즘은 사회에 만연한 폭력 문화를 가시화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누구나 젠더, 여성 문제를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그게 페미니즘 관점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너무 축소해서 보는 것일 수 있다. ‘국가, 종교, 애국심, 인권’ 등도 우리가 구축하는 허구 이야기라고 말하는 유발 하라리의 주장이 주목되듯이 우리의 인식은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더 폭넓게 보려 하고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 운동은 여성과 아동에 대한 여남 모두가 관여된 폭력 문제를 직시할 수 있는 "문화혁명"을 일으켰다. 훅스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페미니즘 담론이 지닌 한계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 정치는 여전히 이론과 실천의 결과로서 상호 간 행복의 비전을 제시하는 유일한 사회운동”이라고 말했다. “유일한”이란 표현이 좀 과도하다 싶지만 불평등과 불화가 만연한 지금 이 시대에, 페미니즘이 지향하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공동체 추구'는 유혈 없는 21세기의 훌륭한 혁명정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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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8-10-17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갈마님, 잘 지내고 있으시죠? 저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바쁘고 고단한 일이 많아 최근 이 곳도 접속을 못하고 있네요. : ) 신카이 마코토 애니메이션 보면 각각 우주의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두 주인공의 애틋한 교신에 대해서 나오는데요. 추석 후 보름은 지나서 명절 인사를 나누고, 다시 또 보름은 지나서 그 답을 드리는 우리의 사정도 못할 바는 없군요. 종종 갈마님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읽고, 쓰시겠지 하고 들어와 보면 역시 그렇게 계시는군요.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번에 올린 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끄덕끄덕 하면서요. 벨 훅스의 책은 저도 탐독 했었는데, 갈마님 리뷰로 새롭게 보이네요.

2018-10-19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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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오일러수를 푸는 구글의 독특한 (비밀 채용) 광고판을 보고 도전해 기회를 잡는 반면, "대부분 우리는 잠시 무언가에 호기심을 느껴 궁금해하지만 그때뿐, 바쁜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 하던 일에 집중하거나, 체내 에너지의 23퍼센트 이상을 먹어치우는 1.4킬로그램의 폭식꾼 ''에 과부화가 걸리지 않도록 뇌를 최소한으로만 쓰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정재승은 10년간 진행해온 여러 뇌과학 강연 중 12편을 뽑아 구글의 그 광고판 효과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냈다. 이 책은 '의사결정, 창의성, 놀이, 결핍, 습관, 미신, 혁신, 혁명 등 인간의 다양한 행동과 그것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통해 인간을 다각도로 이해"하고자 하고,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시대, 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 혁명' 같은 기술 문명의 변화에 우리가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묻는다. 그렇기에 전방위로 공부하고 책을 펴냈던 움베르토 에코에서 영감을 받아 이 책 제목을 '(인간이라는 경이로운 미지의 숲을 탐구하면서 과학자들이 내디딘) 열두 발자국'으로 지은 것은 퍽 어울린다.


 

의사 결정과 선택

호모 사피엔스는 경제적 이득, 사회적 관계, 과거의 경험, 주의 집중, 편견과 선입견, 도덕과 윤리 등 많은 요소를 두루 고려하고 판단하면서 최종 의사결정을 한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나 데이터 스모그’, ‘선택의 패러독스에도 걸리며 생각은 물론 의사 결정도 어렵다. 패자부활전이 줄고 있는 사회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때문에도 그렇다. 불교에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화엄경핵심사상)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라고 하듯이 캐럴 드웩 교수는 마인드셋’(mindset, 마음가짐)을 말한다.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성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실패의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는 반면,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결과를 중시하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해서 잘하는 일만 하려고한다. ‘햄릿 증후군’(빨리 결정을 내지리 못하고 오랫동안 고민하는 사람들의 증세, 1989년 에드리언 밀러와 앤드루 골드블랫 책에서 처음 등장)이 사회현상처럼 퍼져 있고, 상품 구매 결정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큐레이션’(curation)이 마케팅 패턴으로 등장했다. 햄릿 증후군은 선택의 폭이 늘어나서 생긴 결정장애보다는 고정 마인드셋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한 개념인데,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지나쳐 과순응적인 병적 상태로도 볼 수 있다. 단 무능해서 결정을 못하는 우유부단과 결정장애는 구분해야 한다.

오지 않은 무언가를 준비하고 계획하느라 시간을 소비하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기 보다 실행을 통해 배우기를 정재승은 강조한다. 마시멜로를 가장 높이 쌓는 대회인 마시멜로 챌린지가 있다. 마시멜로 탑 높이가 가장 높았던 건 분야 전문성을 갖춘 건축가와 엔지니어였고, 단일그룹으로는 창의적인 유치원생이었다. 이 실험에 상금이 걸릴 때 시야가 좁아져서(터널 비전 현상) 결과가 나빠지는 게 흥미롭다. 이 결과에서 우리는 인센티브에 너무 민감하지 말 것, 계획에 너무 매몰되지 말 것”,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좋은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간은 합리적 의사결정자 가설(‘호모 이코노미쿠스’),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라는 가설(‘게임이론’)을 이제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충동구매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없고, “사람들은 게임이론가들의 예측과 달리 수학적으로는 기댓값이 작더라도 안정적인 현금을 더 선택한다. “인간의 뇌는 원시적인 상황에서 생존과 짝짓기에 필요한 선택을 하기 적절한 정도로 진화되어 왔고 이 성향은 여전히 남아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도 종종 비합리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아주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는 의사결정’(말콤 글래드웰 블링크가설)이 유용할 때도 있고 직관을 믿지 않는 심사숙고가 필요할 때도 있어서 참 어렵다, 정재승은 시간 제한 “70퍼센트 확신이 들면 실행하라”(미국 해병대 ’70퍼센트 룰‘) 그렇게 해도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조정”,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기는) 새로운 환경이 좋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한다.

 

 

결핍과 놀이 그리고 우리는 정말 새로운 걸 원할까

경제학자들은 오랫동안 결핍을 희소성이라는 개념과 연계시켜 연구했지만, 정재승은 심리학적 관점에 더 주목한다.

결핍은 성취동기 부여’, ‘의욕’, ‘(집중력이 높아져 갑자기 효율이 늘어나고 결과가 좋아지는) 마감효과’, ‘삶의 성장 에너지같이 긍정적인 기능도 있지만, 지나친 결핍은 생각을 좁게 만들고 자기 조절능력을 떨어뜨리며 타인과의 관계를 왜곡시키는부정적인 면도 있다. 결핍은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을 찾고 매진할 때 가장 빛난다. 그렇다고 살인, 사기 같은 걸 생각하면 곤란하다-_-);

 

놀이는 인간의 내재적 본능이며 심지어 뇌의 여러 영역을 발달시켜주는 창조적 행위인데 사회에서 이걸 터부시해서는 안 된다. 히피 정신을 강조한 실리콘밸리의 놀이 문화와 철학을 이해하지 못한 채 놀이가 창의와 혁신에 도움이 된다만을 표면적으로 따라 하는 한국 기업과 사회 시스템을 정재승은 비판적으로 본다.

 

그 어렵다는 선택! ‘짜장면이냐 짬뽕이냐짜장면, 짬뽕, 둘 다 먹을 수 있는 짬짜면이 있어도 짬짜면을 선택하는 사람의 비율은 15퍼센트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행동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실행에 옮길 때 뇌의 두 영역이 특히 활발히 작동한다. ‘목표 지향 영역내가 지금 이걸 해서 월 얻을 수 있는지 그 목표를 생각한 다음에 가장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는 선택지를 찾아서 선택한다. ‘습관 뇌 영역일상적 과제를 반복적으로 수행할 때 목표의 결과 값을 높이기보다 인지적인 노력을 줄이려애쓴다. 우리 뇌는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기 위해 되도록 습관적인 선택을 통해 인지활동에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 노력한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게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전략이다. 그러나 우리는 에너지를 쓰면서 특별한 기쁨을 누리려고도 한다. 삶의 진폭을 넓히는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뻔한 일상과 나쁜 에너지로 인생 타령하기 쉽다. “우리 뇌는 습관이라는 틀을 벗어나기가 매우 어렵게 디자인돼 있지만, 새로운 목표를 즐겁게 추구하도록 디자인돼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믿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미신이란 인과관계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비이성적인 믿음을 말한다. 잔인한 마녀사냥, 빨간색 펜으로 이름을 쓰지 않기, 돼지꿈은 복권, 7은 행운의 숫자 등등 우리는 많은 미신에 빠져 살아간다. 여러 이유가 있다. 통제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실수(‘사실은 아닌데, 맞다고 판단하는1종 오류-긍정 오류, ‘ 맞는 걸 아니라거나 있는데 없다고 판정하는2종오류-부정 오류)


1종 오류를 범하는 사람은 그냥 바보나 웃음거리, 혹은 겁쟁이가 되면 됩니다. 세상에 귀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 신이나 외계인이나 전생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나중에 설령 그런 것들이 없다고 판명되더라도 치명적인 피해는 없습니다. 살면서 조롱거리나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고 비과학적인 삶을 살게 되는 오류를 범할 수는 있어도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하지만 뭐든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은 위험에 빠질 수 있어요. 귀신이 없다고 믿었는데 나중에 있는 걸로 판명 나면 치명적일 수 있죠. 그래서 우리는 제2종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고 하는 반면, 1종 오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편입니다. 그것이 바로 미신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입니다.”(p172)

 

월급날 월급이 들어올 때보다 지금 강연장을 나가다 복도에서 5만 원짜리 지폐를 주웠을 때 더 기쁜 것처럼, 행복은 보상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고 기대와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행복도 사라질 겁니다. (중략)미신과 징크스는 미래를 통제하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되지만, 미래를 통제하는 것이 결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인생은 알 수 없기에,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에 흥미진진한 그리고 견딜 만한 탐험인 것입니다.”(p179~180)

 

 

좋은 습관으로 창의성만들기

타인의 얼굴을 보며 감정을 읽는 방식에 있어 동양인과 서양인은 서로 다르다.’ 서양 사람들은 주로 타인의 입을 보면서 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반면, 동양 사람들은 주로 눈을 본다. 그래서 서양인과 동양인이 이모티콘을 쓰는 것도 차이가 난다. (스마일: 서양([:)], 동양[^^])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다를까?

지능은 기존 지식과 절차를 빠르게 습득하는 능력이고, 창의성은 지식과 절차를 모를 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1만 시간의 법칙’(말콤 글레드웰)이 말해 주듯이 창의적인 사람은 많은 지식을 머리에 저장하고 중요한 기술은 훈련을 통해 학습하고 체화하면서 중요한 순간에 인지적 에너지를 발휘한다. 뇌과학으로 보면 창의성은 전전두엽 같은 가장 고등한 영역에서 만들어지는 기능이 아니라, 뇌 전체를 두루 사용해야 만들어지는 능력이다. “‘창의적이라 함은 많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과는 매우 다른 방식을 사용해서 일반적으로 얻게 되는 결과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수면, 독서, 여행, 사람들과의 지적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자극받는 것에 능동적인데, 일단 난 운동이 싫어ㅜㅜ;(동양인이라 눈으로 표현?)

 

 

미래를 위한 균형

요즘 실리콘밸리의 최대 관심사는 스마트폰 다음에 과연 어떤 테크놀로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라고 한다. 테크놀로지는 일상몰입 기술’(빅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지향하고 있어, 정재승은 “‘아직까지 우리가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이 언제인지를 살펴본 다음에 그 시간에도 비트 세계로 접속하게 해줄 편리한 스마트기기를 만든다면, 그 기기는 모두가 하나씩 소유하는 새로운 혁명의 기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4차 산업혁명사물인터넷을 통해 아톰 세계(실제 시공간을 점유하는 현실 세계)를 고스란히 비트화해서 비트 세계와 일치시키면 이 빅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 안에 저장해서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아톰 세계에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산업으로의 전환을 말한다.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의 일치(‘가상 물리 시스템’)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로서는 우버나 카카오택시가 가능하게 된 구글 어스(google earth) 프로젝트’, ‘포켓몬 고’, 자율 주행 자동차같이 교통 시스템에 기반해 있지만 제조업과 유통업으로 더 확산되면 본격적인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리되면 직업보다 작업이 더 중요해진다. 우리는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만이 아니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디아밸)이 필요한 시대로 한층 더 다가가고 있다. “아날로그든 디지털로그든 대면접촉과 사회적 관계 맺기를 증진시키는 경험”, ‘몸과 뇌의 균형(바브밸)’도 중요시해야 한다. 창의성의 기원은 주로 몰입에서 설명돼 왔지만, “우리에겐 목적적인 사고를 하는 몰입의 순간과 목적에서 벗어난 비목적적 사고의 시간이 모두 필요하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려고 하는 의지, 노력, 능력 이 모든 것이 만나야 혁명은 이루어진다.’

 

 

요즘은 기승전창업이 대세? & 성공에 대한 틀린 통념들

책 말미에 창업으로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이 각각 어떤 전략을 취했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온다. 재정적인 궁핍이 직장을 계속 다니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높은 소득자가 창업에 더 전념할 가능성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창업에 전념한 사람들은 자신감을 가진 위험 감수자들이고,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준비한 사람들은 위험회피자들이었는데, 이 결정의 차이는 위험에 대한 개인의 성향을 보여주는 의사결정 문제이지 성공과 실패 기준은 아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준비했느냐 아니냐보다, 창업자가 위험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가의 성향과 좀 더 관계가 깊다. 이 결과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위험 감수자들일 거라는 통념과 달랐다. 창업의 성패, 혁신은 창의적 발상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사 결정을 어떻게 하느냐, 위험에 어떻게 대응(모호한 상황과 위험한 상황 구분)하느냐도 중요하다

확률을 계산할 수 없는 상황은 어떻게 행동하든 무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흥미로운 건, 많은 사람들이 이 두 상황을 굉장히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 상황을 잘 알고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는 게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심지어 성공 확률을 따져 보려고 하지도 않아요. 게다가 어떤 사람은 70퍼센트를 굉장히 높은 확률이라고 여기고 안전한 상황이라고 판단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여깁니다. 이런 결정을 담당하는 뇌 역역에서는 이성적인 판단과 감성적인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런 판단은 그 사람의 지능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순전히 그 사람의 성향이나 사고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p322)

성공과 관련해 또 하나의 널리 알려진 틀린 통념이 있다. “보통 창의적인 사람은 20~30대에 걸출한 사회적 성취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올리버 우베르티가 ‘1300년 이후 출생한 과학자, 시인, 작곡가, IT기업 창업자 등 뛰어난 인물 대상으로 그들이 언제 자신의 대표작을 발표했는지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20~30대에 일어난 성취가 40퍼센트, 40대 이후에 일어난 성취는 60퍼센트로 나타났다. 과학사회학자들이 지난 100년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이 노벨상 수상 업적을 처음 생각해낸 시기를 조사해보았더니 평균적으로 약 41세였고, 화학과 생물학은 좀 더 늦었다. 정재승은 자기 합리화가 삶을 견뎌내는 유용한 기제이기도 하지만 도전을 미루는 것을 나이탓으로는 돌리지 마시라고 웃음^^;

 

순응하지 않는 독창적 혁신가들’(애덤 그랜트 오리지널스’)확산적 사고(창의적 아이디어를 낼 때 막 쏟아내는 성향)와 수렴적 사고(아이디어 중 의미 있는 것만 추려내 현실에 맞게 바꾸는 과정) 다 할 줄 알며, 집단지성을 잘 활용하고, 비판도 합리적으로 수용할 줄 아는 솔직한 소통을 하는 사람들이다. 기업이 구성원에게 아이디어만 쥐어짜려는 노력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잘 검증해서 내보내는 프로세스를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정재승은 조언한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우리 뇌는 생존에 유리한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리더가 되기보다 재빠른 추종자전략을 더 선호한다. 이건 참 많은 걸 시사하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추종부터 끼리끼리 어울리는 관계 맺기 등등.

우리 뇌는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회피적 성향과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이익을 추구하려는 보상적 욕구 사고를 원시 시대부터 가지고 이어져 왔다. 합리적이고 혁신적인 의사결정이 나 자신과 미래를 바꿀 건강한 실행력이 되어 줄 텐데, 그렇기에 우리는 삶에서 모두 탐험가다. 자유의지도 없는 인간이 진정 탐험가냐 하고 물을 수도 있어서 마지막 열두 번째 발자국에 실린 정재승의 답변을 인용하며 이 리뷰를 마친다.

 

 

정재승 : 여러분은 자유의지를 믿습니까? 자유의지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의사결정을 했는데 결정 1초 전에 어떤 결정을 할지 뇌 활동만으로 알 수 있다면 자유의지가 있는 건가요? 만약 1초 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면 어떨까요. 현재는 10초 전에 예측을 했거든요. 그러면 자유의지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런 것도 가능해요. 여러분이 지나가는 길에 5만 원짜리 지폐를 놔둬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저는 여러분이 5만 원을 가져갈 거라고 예측하죠. 대개의 경우 5만 원을 가져가겠죠? 그래서 제가 굉장히 예측을 잘한 상황이 됐어요. 그러면 여러분은 자유의지가 있는 걸까요, 없는 걸까요. 굉장히 애매한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은 난데없이 자리에서 일어서거나 하는 즉흥적인 행동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게 자유의지의 존재를 증명하는 건 아니다, 상당히 많은 생물학적 뇌의 조각이 먼저 일어났고 그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다, 뇌 활동을 조작하면 자유의지대로 했다고 생각하는 행동조차도 조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우리 모두가 자유의지대로 행동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상황으로 옮겨오고 있는 거죠. 그런데 이것이 윤리적 질문과 맞물려 있습니다. 살인이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생물학적 결함 때문에 한 것이라면 그 사람을 윤리적,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요. 따라서 이것은 과학자들이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소수가 연구하고 있는 주제입니다.”(p369)

 

 

 

“인간의 지적 능력은 얼마나 많은 방법을 알고 있느냐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로 알 수 있다.” ㅡ 존 홀트(John H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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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2 1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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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2 2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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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2 13: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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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2 2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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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2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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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2 2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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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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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펼쳐지는 7~80년대 미국 여성과 남성의 노동계 대립을 보며 ‘러다이트 운동(노동자에 의한 기계 파괴 운동, 1811~1816)’이 생각났다. 지금은 인공지능과 4차 산업 혁명으로 인간 대 기계의 싸움 2차전을 맞이하고 있는데 우린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점점 더 남녀노소 세대를 가리지 않는 각축전이 되어가고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러다이트 운동 때는 ‘착취’의 문제였다. 공장 식 기계 도입으로 노동자들은 편해지기보다 더 착취당했다. 그때의 기계 파괴 운동은 자본가들에 대한 항의이자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이었다. 그때 여성들은 어디 있었고 얼마나 되었나. 권리를 말할 수라도 있었나. 여성이 노동계에 본격 진출하게 되자 여성 대 남성의 권리 투쟁이 되었다. 남성들이 점유하는 일일 때 더욱 그랬다.


▒ “사회학자 바버리 레스킨의 직업 통합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의 직종에 가장 많이 진출한 10여 개의 직종(조판, 보험 청구 사정, 제약업 등)에서 여성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일의 보수와 지위가 크게 하락해서 남성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이었다. 가령 컴퓨터화가 진행되면서 남성 식자공들은 타이피스트로 좌천되었고, 드럭스토어 소매 체인점이 등장하면서 독립적인 약사들이 저소득 점원으로 전락했다. 은행 경영에서 여성의 진보에 대한 다른 연구들은 남성 일색이던 지점 경영자직이 여성들에게 넘어가게 된 건 대체로 그 일의 임금과 권력, 지위가 크게 하락해서 남성들이 그 일을 더 이상 원하지 않기 때문임을 밝히기도 했다.”
 
백인 남성이 노동력에서 50퍼센트 미만이 된 것도, 더 이상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도, 대학 등록자 중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것도, 여성의 50퍼센트 이상이 일자리를 가지게 된 것도, 기혼 여성의 50퍼센트 이상이 일자리를 가지게 된 것도, 일자리를 가진 여성 중 자녀가 없는 여성보다 있는 여성이 더 많은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서 공식적으로 가장을 남편으로 정의하지 않게 된 해가 1980년이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

여성이 드물었던 도로 관리인 일을 한 다이앤 조이스는 주위 남성들의 조롱과 위협, 배척에 시달려야 했고, 위험한 안료를 다루던 아메리칸사이안아미드에서 일했던 여성들은 그들을 내몰려는 공작인 걸 알면서도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불임 수술을 자발적으로 했다. 부양해야 할 가족들과 삶을 위해 스스로 여성성을 포기해야 했다! 정부나 사회는 당신들이 선택한 거 아니냐고 차갑게 응수했다.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나. 여권 신장을 말하며 포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여성들은 판매업, 청소 서비스, 음식 준비, 비서, 행정 업무, 접수 업무, 간호사, 교사, 사회복지사등에 많이 분포해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의 호전적인 낙태 반대 운동, 역차별 소송, 강간과 성폭력, 직장 내 성차별, 남녀 급여 차별 등도 2018년 한국에서도 여전하다. “사회 진보와 변화 등에 대한 대중의 반발을 뜻하는『백래시』를 수전 팔루디가 1991년에 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계 뿐만이 아니다.


▒ ​혁명적인 태도에 가장 적대적인 건 상업적인 태도라는 수백 년 전 토크빌의 주장대로 소비 시장이 페미니즘으로 구사한 유인 상술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1929년 광고계의 한 저명한 남성은 5번가에서 여성 참정권을 예찬하는 의미에서 여성들에게 마음껏 담배를 피우라고 촉구하는 자유 행진Freedom March’을 조직했다. 아메리칸타바코사American Tabacco Company의 홍보 담당자였던 그는 선도적인 페미니스트에게 자유의 횃불을 뻑뻑 피워 대는 여성 대오의 선두에 서 달라고 설득했다. 좀 더 최근인 페미니즘 두 번째 물결 이후, 광고업체들은 샴푸에서부터 나일론 스타킹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건을 팔기 위해 여성의 혁명정신을 갖다 붙였다. 하네스*에서는 전미여성연맹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 NOW의 한 임원에게 해방적인팬티스타킹을 홍보해 달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이런 전략은 이 책이 처음 출간될 즈음엔 일반적인 관습이 되어 버렸다. 얼마 가지 않아 나 역시 청바지나 하이힐, 심지어는 가슴 확대 수술 브랜드에 내 페미니스트 인장을 박아 달라는 상인들의 숱한 권유를 처리(하고 거절)하게 되었다.
이런 노골적인 광고는 오늘날 세련된 판매 전략으로 훨씬 더 발전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페미니즘의 기본 정신들이 상업적 방식으로 재구성되어 마치 세 개의 황금 사과처럼 우리 발밑을 굴러다닌다. 경제적 독립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구매력이라는 황금 사과가 되었다. 그리고 이 구매력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카드 빚과, 터져 나갈 것 같은 옷장, 그리고 절대 끝나지 않는 허기를 안겨 줄 뿐이다. 허기가 절대 채워지지 않는 건 물질적인 것을 넘어선 무언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결정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자기 계발이라는 황금 사과로 변신했다. 이 자기 계발은 주로 외모와 자부심, 그리고 젊음을 되찾으려는 헛수고에 바쳐진다. 그리고 공적 주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언론의 관심이라는 황금 사과로 탈바꿈했다. 이제는 이 세상을 얼마나 많이 바꾸는지 보다 이 세상의 틀에 얼마나 멋지게 맞춰 사는지에 좌우되는 인기를 좇고 있다.” ▒

싱글 여성들에게는 노처녀”, 직장 여성들에게는 불임 여성”, “나쁜 엄마딱지를 붙이는 풍조와 여성들에게 도망치라고 조언하는 트렌드와 다시 돌아오라고 떠다미는 트렌드가 짝을이루며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게 만든다.
     
여성의 자리는 없고 폭력물만 난무하는 지금 한국 영화 산업이 80년대 할리우드 영화 산업과 똑같은 건 정말 신기할 정도다


 

​▒ “1980년대 말 이런 류의 많은 영화에서 남성과 여성은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더 이상 끝까지 노력하지 않을 뿐 아니라 똑같은 영화에서 함께 어울리지도 않는다. 반격 성향의 1950년대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여성들은 결국 스크린에서 밀려남으로써 침묵당한다. 1980년대 말에 만개한 터프가이 영화에서 남성 주인공은 남자밖에 없는 전쟁 지역과 황량한 서부로 향한다. 끊임없이 생산되는 전쟁 영화와 액션 영화의 폭력 수위가 올라가면서(프레데터, 다이하드, 다이하드 2, 로보캅, 로보캅 2, 리썰 웨폰, 폭풍의 질주, 토탈리콜) 여성들은 말 없고 부차적인 캐릭터로 축소되거나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1980년대 말 갑자기 나타난 성인 남성과 남자아이의 몸이 뒤바뀌는 영화(18 어게인(1988), 하몬드가의 비밀Like Father, Like Son(1987), 그리고 가장 기억할 만한 영화로는 Big(1988))에서 남성들은 여성에게서 해방된 소년기에서 피난처를 찾는다. 그리고 또 다른 집합의 영화에서 남성 캐릭터들은 그보다 훨씬 멀리 나아가 아버지의 부활이라는 전적으로 남성적인 환상에 빠져든다. 꿈의 구장Field Of Dreams(1989), 인디애나 존스 : 최후의 성전, 아버지의 황혼Dad(1989), 스타트렉 : 최후의 결전같은 영화에서는 어머니가 죽거나 아예 등장하지 않고 (때로는 죽었다가 부활하기도 하는) 아버지와 아들만 남아서 영적인 유대를 복원한다.
미국 배우협회Screen Actors Guild1990년 할리우드의 여성 배역을 계산해 보고서 지난 2년간 여성의 수가 급락한 사실을 알게 된 건 별로 놀랍지도 않다. 배우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이제 남성 배역이 여성 배역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아졌다.
남성들이 꿈을 꾸듯 남성성이 과장되게 흘러넘치는 환상의 나라로 떠나는 동안 아직 죽지 않은 여성 캐릭터들은 훨씬 폭력적인 시련에 혹사당했다. 1988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여성 중 한 명을 제외한 전부가 피해자 역을 맡았다.” ▒

의학계도 여성을 강간을 즐기는 사람, 정신 질환자, 아이 낳는 기계쯤으로 대접하는 건 예사였다.


 

▒ “1980년대 스타일 후기 빅토리아시대에 처음으로 등장한 마조히즘의 정신의학적 진단에 따르면, 마조히스트는 고통에서 성적인 쾌락을 얻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이 말은 여성의 정신을 입맛에 맞게 규정하는 표현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그 많은 여성들이 학대를 당하는 건 여성들이 학대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말이다....(중략)....정신분석 전문의인 캐런 호니Karen Horney1920년대에 처음으로 지적했듯, 소위 자연스러운여성 마조히즘은 많은 여성들이 순종적인 태도를 채택하게 유도하는 성차별주의적인 사회의 상벌 시스템이 낳은 부자연스러운 산물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정신 질환 진단 통계 편람은 표준적인 참고서라서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환자를 진단할 때 이 책에 의지했고, 연구자들은 정신 질환을 공부할 때 이 책을 사용했으며, 민간 및 공공 보험사들은 치료 보상비를 산정할 때 이 책이 반드시 있어야 했고, 법원에서 정신이상 참작 탄원과 자녀 양육권 판결을 할 때 이 책을 참고해야 했다.
그해에는 테레사 베르나르데스Teresa Bernardez가 미국정신의학회 여성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위원장의 역할은 여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제안 일체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진단의 기초를 마련한 패널들은 굳이 베르나르데스나 다른 여성위원회 위원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미국정신의학회가 이 진단을 표결에 부치기 직전쯤 베르나르데스는 우연히 이 소식을 멀리 사는 친구에게서 듣게 되었다. 자초지종을 캐 들어간 그녀는 학회 패널들이 여성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진단을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추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이 세 가지 모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 가지 중에서 두 번째는 월경 전 불쾌 장애라는 진단이었다. 월경 전 증후군이 단순한 내분비 계통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 질환이라는 주장이 그렇게 오랫동안 망신을 당했는데도 다시 고개를 쳐든 것이다. 세 번째 진단은 성도착적 강간 장애였다. 학회 패널들은 이 진단명을 강간이나 성희롱에 대한 환상을 꾸준히 표출하고 이런 충동을 반복적으로 실천하거나 이런 충동 때문에 눈에 띄게 힘들어하는모든 남성(혹은 이론적으로는 여성)에게 적용할 생각이었다. 이것이 승인될 경우, 워낙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에 돈 많은 변호사만 고용하면 강간범이나 아동 추행범도 손쉽게 정신이상 참작 탄원을 할 수가 있었다. 이 점이 워낙 자명해서 미국 법무부 장관실은 이미 반대 의사를 밝힌 적도 있었다.”
 
낙태 합법화 판결에 대한 한결같은 대중적 지지는 미국사라는 큰 맥락에서 살펴봐야 이해가 가능하다. 이 역사적인 판결은 그저 원상태로 돌아간 것뿐이었다. 19세기 말 마지막 50년 전까지만 해도 (식민지 시대부터 어떤 형식으로든 시술이 이루어지던) 낙태권은 한 번도 제한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이전까지만 해도 태동’(착상 후 7개월) 전에 하는 임신중절에는 도덕적 오명이 씌워지지도 않았다. 산아제한 역사가 크리스틴 루커Kristin Luker 말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엄청난 비방의 대상이 된 1973년 대법원 낙태 판결 Roe 웨이드Wade’ 법적인 낙태 규정을 3개월 단위로 구분하지만, 이는 미국인 대부분의 생각보다는 낙태에 대한 전통적인 처우와 훨씬 더 맞닿아 있었다.
1800년 낙태는 모든 주에서 합법이었고, 낙태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중립적이었다. 낙태가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 건 여성운동이 등장한 19세기 중반 이후부터였다. 여성들이 (아내가 건강상의 이유로 성관계를 자유롭게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자발적인 모성같은 간단한 가족계획 방법을 요구하고 나서자 의사, 입법가, 언론인, 성직자 들은 모든 형태의 산아제한에 반대하는 훨씬 극단적인 방법으로 반격에 나섰다.” 
    
태아 보호 정책들은 건강을 의식하는 기업들의 진보적인 노력으로 포장되었지만, 20세기 초에 확산된 후진적인 노동 보호 정책들과 공통점이 더 많았다. 당시의 노동 보호 정책들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의 형태와 노동시간, 수당을 제한했고, 이로써 여성들을 최소한 6만 개의 일자리에서 배제했다. 이 정책을 지지했던 사람들 역시 여성들이 앞으로 가지게 될 아이들에 대해 자애로운 관심이 있는 척했지만, 이들 중 많은 수는 남성 일색의 영역을 보호하려는 남성 노조 지도자들과 입법가들이었다. 담배 제조 국제 노동조합 Cigarmakers International Union 1879년 연례 보고서에서 우린 여성을 일터에서 끌어낼 수는 없지만, 공장법을 통해 여성의 일일 노동 할당량을 제한할 수는 있다 노골적으로 밝혔다.” ▒

태아 보호 정책을 우선한 병원 당국과 법원이 카더 앤절라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제왕절개한 일화가 나온다. 태아와 앤절라는 다 사망했다. 이 이야기는 NBC의 드라마 에피소드 소재가 되기도 했는데 산모는 죽고 태아는 살아서 판사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결말이어서 유족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섬뜩하다.
 
책 읽는 내내 이 현실의 참상에 침울했는데 수전 팔루디는 우리에게 반격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걸 잊지 않았다.


 

▒ “여성들에게 논쟁의 힘으로 남성들을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행실이나 외모로 남성들을 기쁘게 해 주라는 조언이 지배적이던 반격의 시대에도 남성들이 정서적 주도권을 모두 쥐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대체로 망각했다. 여성들에게 남성이 필요한 만큼, 남성들 역시 여성이 필요하다. 남성과 여성 간의 유대는 끊어질 수 있고, 여성을 억압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실제로 그렇게 이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서로에게 이로운 성장과 변화를 촉발할 수도 있다.
반격이 지배하던 1980년대에 여성들이 대단히 적극적이고 당당한 전략을 구사했던 얼마 안 되는 사례에서 이들은 결국 공적인 분위기를 바꿔 놓았고 자신들의 언어로 의제를 설정했으며 많은 개별 남성들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1989년 다시 활기를 찾은 낙태 선택권 옹호 운동이 낙태를 둘러싼 정치를 180도로 바꿔 놓은 사건이 여기에 부합하는 교과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198949일 자신의 몸을 통제할 권리를 옹호하는 여성 50만 명이 국회의사당에서 행진을 하며 워싱턴 D. C. 최대의 시위를 벌였고 낙태 클리닉 문에서 낙태 반대 시위대와 맞붙었다. 1960년대 반전 행진에 참여했던 여성 대학생보다 낙태 선택권 옹호 시위에 참여한 여성 대학생이 더 많았다. 이 엄청나게 많은 시위대는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여성의 출산권을 완전히 묵사발로 만들어 놓을 것 같았던 낙태 반대 운동을 수적으로 압도해 버렸다." ▒

최근에도 이러한 반격의 힘을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20183월 스페인에서는 여성의 날에 여성 노동자 530만 명이 총파업으로 뭉쳤다. 실리 없던 이목 끌기가 아닌 원하지 않는 세상을 멈출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아파트 발코니마다 국기처럼 앞치마가 내걸려 있던 게 장관이었다. 언론에서는 이걸 크게 부각하지 않았지만 더 나은, 모두를 위한 세상을 위해 이런 반격,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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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3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8-09-13 13:16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풍습이 좋아야 그 의미가 살 텐데 악습 같아지는 게 많아져서 참.
명절 때 가족들이 만나 싸우고 범죄가 일어나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세상의 온갖 편견과 각박이 그림자처럼 사람들에게 제게 드리워져 있는 걸 느낄 때마다 몸서리쳐져요.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X민주주의』- 1강 「'톰과 제리'는 적대관계지만 섹스하지 않는다」에서 저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p17, p24) 하며 겸양 조로 말하지만 이어지는 정희진 저자의 문장 뼈대에는 한국사회 속 여성 피해 의식이 가득 녹아 있다. 그것은 잘못이라 말하기 어렵고 사실을 포함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동조를 바라는 논법이지 모두를 설득할만한 논리를 담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유시민 저자가 논객으로 해일이 몰려오는데 조개를 줍고 있다” 고 한 발언은 ‘그때의 성폭력을 지금 논하기엔 사소하다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고 나도 생각한다. 정치적인 걸 더 우위에 둔 건 분명하다. 한데 정희진 저자는 한발 더 나가 해일이 몰려오는데 조개를 줍는 사람의 방어기제와 회피 기제를 거론하며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끌어들이는데 상황 비유로 말한 유시민 저자의 맥락을 벗어난 너무 자의적 해석이다. 이러면 유시민과 마찬가지 상황 아닌가.

 

정희진 저자는 남녀 구분하지 말자며 양성평등을 거론하지만 정작 자신도 피하지 못하고 남녀 구분 심하게 하면서 논의 펼치고 있는 건 아는지.

은근 슬쩍 까는 화법도 거슬리지만 피해자 중심주의로 이미 기울고 시작하잖습니까.

이 책 다 읽을 때까지 문장 하나하나마다 논리 비판적으로 읽어야 될 조짐이다.

수전 팔루디가 백래시를 균형감각 있게 잘 썼다는 걸 실감했다.

 

이 책 읽고 쾌히 동조할 분들 생각하니 아득하다. 페미니즘 내에서도 "우리 편을 비판하면 적"이라는 패거리주의로 이 책을 읽지 않길 바랍니다. 이 책도 비판적으로 읽어 주시길.

 

 

강연록 현장성 살린다고 이런 내용을 다루면서 "(웃음)" 지문을 그대로 살린 건 편집 미스라고 생각한다. 우리들끼리 나누는 (비웃음)으로 느껴질 때가 많았다. 

 

 

 

허점조차 큰 무리가 없던 유발 하라리가 그립다ㅜㅜ

 

 

 

  

터리스 휴스턴 왜 여성의 결정은 의심받을까

 

지금 여기의 페미니즘X민주주의논의 전개, 화법이 너무 맘에 안 들어 혹시 내가 여성 저자들 얕보는 건 아닐까 싶어 자가점검으로 읽었다.

 

여성들은 감성적인 직관에 의존하고 남성들은 논리적으로 분석한다는 편견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다는 걸 밝히는 책.

남녀 차보다 상황과 사회적 요구로 인한 차이가 더 크다는 걸 과학적 정보 분석, 사례 연구로 차곡차곡 반박하며 논리 정연하다.

이런 페미니즘 책을 바랍니다! 말꼬투리 잡거나 엇나간 해석과 멋진 비유로 설득하려는 언어 배틀 말고!

 

여성/남성 사고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사고의 다양한 작동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90일 대여 4740. 샀어도 좋았을!

 

 

기억할 사항

1. 여성의 직관은 여성의 고유하고 강력한 선택 방식으로 간주된다.

2.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전문가의 직관은 빠르고 통합적이고 무의식적이며, 이 직관이 유용한 것이 되려면 명확한 피드백이 주어지는 연습을 숱하게 해야 한다.

3. 사람들은 자신의 직감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들의 직감이 자주 즉각적이고 명확한 피드백을 받지 못해 본인이 생각하는 만큼 정확하지 않을 것이다.

4. 여성은 적어도 남성만큼 자주 사려 깊고 계획적이고 의식적인 분석을 사용한다.

5. 여성은 남성에 비해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과 몸짓언어에서 감정을 더 정확히 해독하는 법을 익혔다.

여성은 다양한 집단 구성원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으므로, 팀을 구성할 때 여성의 수를 늘리고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면 팀의 집단적 지성을 높일 수 있다.

사실 이것은 여성의 직관이라기보다 하급자의 직관으로 불려야 한다.

 

 

실천할 사항

1. 뭔가에 얼마를 지불해야 할지 결정할 때 닻 내림 효과를 인식하라.

2. 당신의 직관을 기점으로 삼고 데이터를 찾아라.

3. 어려운 결정에 맞닥뜨렸을 때는 마음이나 직감에 따른다고 생각하지 말고 머리를 쓴다고 생각하라. 그런 태도가 더 명료한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4.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뒤엉킨 난마에서 자신의 감정을 자유로이 풀어내려면 미래의 시점에서 돌아보라.

5. 인력을 채용할 때 전형적인 비구조적 면접을 사용하지 마라. 이런 면접으로는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지 몰라도 적임자를 가려낼 수 없다.

신뢰할 수 없는, 무의식적 호불호의 감정에 따를 것이다.

지원자들이 실제로 할 일을 주고, 그 수행 능력에 따라 채용하라.

 

  

테스트

당신은 직관으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는 직관적인 사람인가, 두뇌로 결정하는 걸 선호하는 분석적인 사람인가?

 

1. 나는 포괄적인 설명과 개념보다 정밀한 사실과 도표를 접할 때 편안하다.

2. 내 직관은 주의 깊은 분석만큼 의사 결정에 좋은 근거가 된다.

3. 나는 의사 결정을 할 때 여러 단계를 거치는 분석적인 접근법을 택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4. 나는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기보다 요점을 찾아 훑어보는 경향이 있다.

5. 나는 즉흥적인 사람들과 함께할 때 일이 가장 잘 된다.

6. 나는 즉석에서 결정할 때가 거의 없다.

7. 순서에 따른 논리적 접근이 필요한 프로젝트는 나를 구속하는 느낌이 든다.

8. 나는 자료를 수집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걸 선호한다.

9. 나는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안할 때가 많다.

10. 어떤 과제를 수행할 때 지나치게 조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11. 사람들이 가끔 당신은 생각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라고 한다.

12. 수행할 과제의 순서가 명확할 때 가장 능률이 오른다.

13. 후회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안전한 게 낫다고 생각한다.

14. 다양한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생각하다 보면 최선의 해결책이 나온다.

 

점수를 계산해보라. 2 · 3 · 4 · 5 · 7 · 10 · 14번 항목 중 라고 답한 경우 점수를 1점씩 준다. 1 · 6 · 8 · 9 · 11 · 12 · 13번 항목 중 아니요라고 답한 경우 1점씩 준다.

점수를 다 더한다. 0~14점 사이 낮은 점수는 당신이 문제를 해결하거나 의사 결정할 때 분석적으로 접근한다는 뜻이고, 높은 점수는 당신의 인지 유형이 더 직관적임을 의미한다. 중간에 해당하는 6~8점은 상황에 따라 분석적 방식과 직관적 방식을 섞어가며 각 요소를 활용하는 유형으로, 연구자들이 적응적 유형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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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9-11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녀가 구분되지만 어디까지 구분되는지 항상 궁금한 사람입니다. ^^
남녀를 떠나 그나마 한 사람으로서 반듯한 정신 갖고 있는 사람이 정희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냥 그의 페미니즘 책 단 한 권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의 의견입니다. ^^

AgalmA 2018-09-11 22:18   좋아요 3 | URL
화성 남자, 금성 여자 타령 정말 싫어하는데요. 이런 구분법이 현실을 얼마나 재단하는지...휴.

정희진 저자에게 저는 개인적 반감 없고 주변 호평으로 오히려 호감을 가졌는데요. 저는 단지 글의 모순을 말하고 싶었어요. 이 저자 글에 저는 너무 두통을 느낍니다ㅜㅜ 순서대로 읽는 습관상 여기서 걸리니 이 책 진도가 너무 안 나가요.

2018-09-12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3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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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H 역사란 무엇인가를 다시 읽으며 역사가로서의 유발 하라리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절대적 객관성은 없다
카는 절대적일 뿐만 아니라 영원하기도 한 객관성이란 없고 그것은 일종의 비현실적 추상이라고 말하며, “역사에서 필요한 것은 역사가가 받아들인 어떤 객관성의 원칙이나 규준에 따라서 과거에 관한 사실을 선택하고 배열하는 일인데, 그 일에는 반드시 해석의 여러 요소가 포함된다라고 했다. 이 말에서 우린 이걸 유추할 수 있다. 유발 하라리는 이념과 가치문제에서 손대기 까다로운 영역인 민족, 종교, , 정체성, 자유, 인권등등이 우리가 만든 허구 이야기라고 말하며 전작 사피엔스에서 구체적인 해석을 제시하였다.
 
역사가의 역할
말이 끄는 마차 시대나 초기의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로 돌아갈 수 없듯이, 로크의 이론이나 자유주의 이론에서 말하는 소규모의 개인주의적 민주정으로, 19세기 중반에 영국에서 부분적으로 실현된 그 민주정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고발에 대한 진짜 답변은 앞에서 말한 폐해들이 그 나름대로의 교정책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치료방법은 비합리주의를 숭배하거나 근대 사회에서의 이성의 확대된 역할을 부인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성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점점 더 철두철미하게 의식해야 한다는 데에 있다.”(역사란 무엇인가)
개별 분야 연구자들로부터 비판과 논쟁의 화살을 맞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유발 하라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광범위한 분야를 넘나들며 일반 독자와 소통에 힘쓰고 있다. 역사가로서 그는 정말이지 이성이 수행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E. H 카가 ‘1880년대의 역사가보다는 1920년대의 역사가가, 1920년대의 역사가보다는 오늘날의 역사가가 객관적인 판단에 더 근접해 있다고 말하고 있듯이 사망한 카가 하지 못한 역사가의 역할을 유발 하라리가 지금 잘 해주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명기술과 정보기술의 혁명은 기술자와 기업가, 과학자 들이 만들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결정이 어떤 정치적 함의를 갖는지 거의 알지 못하고, 어느 누구도 대표하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세계화, 블록체인, 유전공학, 인공지능, 기계 학습등의 수많은 신비한 단어들과 현상 속에서 점점 자신이 사회와 무관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역사가로서 이 시대 인간으로서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 인간이여! 그에게서 모자란 점은 다른 누군가가 또 해주겠지!
 
해석의 순환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말미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진보를 ‘역사 서술의 근거가 될 과학적인 가설이라고 본 액턴의 설명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원하기만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역사 외적이고 초이성적인 힘에 과거의 의미를 예속시킴으로써 역사를 신학으로 바꿀 수 있다. 원하기만 한다면 여러분은 역사를 문학의미도 중요성도 없는, 과거에 관한 꾸며낸 이야기와 설화들의 묶음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 이름에 걸맞은 역사는 역사 그 자체 안에서 방향감각을 찾아내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만이 쓸 수 있다. 우리가 어딘가로부터 왔다는 믿음은 우리가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믿음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미래의 진보 능력에 대한 믿음을 상실한 사회는 과거의 진보에 대한 관심도 이내 포기할 것이다. 내가 첫 번째 강연의 첫머리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의 역사관은 우리의 사회관을 반영한다. 지금 나는 사회의 미래에 대한 그리고 역사의 미래에 대한 나의 믿음을 밝힘으로써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인류 3부작 완결 편인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대해 앞선 저서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재탕이라는 평을 자주 듣는데, 역사가는 메시아가 아닐뿐더러 역사가 그렇듯이 우리의 사고도 직선적 진보가 아니라는 걸 카의 저 말이 대변해준다. 우리는ㅡ인간이 만든 직선적 인과틀일 뿐인ㅡ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톺아보며 살아가는 존재다. “민주주의는 유권자가 가장 잘 안다는 생각 위에 서 있고,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고객은 언제나 옳다고 믿으며, 자유주의 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도록 가르쳤지만 지금 이 현실의 모습이 말해 주듯이 '절대적 가치'도 합리적 개인’도 우리의 환상 기대치일 뿐이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인간 개인의 합리성이 아니라 대규모로 함께 사고할 수 있는 전례 없는 능력 덕분이었다"라고 말한다. 같이 생각하자. 
   

 

21세기의 우리
유발 하라리는 인류의 세 가지 주요 과제가 "핵 전쟁, 기후변화, 기술 혁신에 따른 파괴"라고 보았다.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질문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나느냐"이다"라고 하며 추상과 경험의 대비를 보여줬지만 그것들이 우리 인간을 이뤘듯이 나로선 그게 크게 다른 말이 아니다. 우리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렵기에 그럼에도 살아야 될 의미를 찾는다. 둘 다 어렵고, 의미(허구 이야기 - 민족, 종교, , 정체성, 자유 등등)를 찾는 것과 고통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평생 시행한다. 혼동과 혼돈 속에서 오간다고 할 수 있겠다. 유발 하라리는 다음 말로 이어간다. "모든 허구적 이야기를 포기하면 이전보다 훨씬 명료하게 실체를 관찰할 수 있다. 자신과 세계에 대한 진실을 안다면 아무것도 당신을 비참하게 만들 수 없다. 하지만 물론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로서는 나라는 육체와 정체성이라는 인지적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에겐 참 어려운 일이다. AI가 전방위적으로 유입되면 더욱 혼란해지겠지. 그래서 하라리는 그전에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유발 하라리는 <한국인을 위한 77>에서 '고통'(감각적 경험)'괴로움'(정신적 반작용, 쾌락에 가까운 실체의 거부)은 다르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책 참조)
 
불교에서 세상을 "()"로 보듯이 유발 하라리는 이 책 내내 실체와 허구를 구분해 파악하는 방법으로 "고통" 살피기를 강조한다. 흡사 부처가 생로병사를 목도하고 대오각성해 출가한 것이 연상되었다. 실재/현실의 비참에서 현실적 초월의 길을 만들자는 것. 이 또한 종교적이고 사상적이지. 그러나 이 유발 하라리 교(?)는 "희생, 영원, 순수, 구원"을 들먹이지 않는다. 그보다 "Do It Yourself", "호쿠스 포쿠스(Hocus Pocus) XY!(XY로 변하게 할 때 외는 주문)”
 
말미에 "명상" 수련 얘기가 나와서 역시 불교적 세계관이 있었어 했다. AI 맞대응 중 하나로 이걸 거론할 줄이야; 나도 한땐 정말 이 방법으로 해탈을 하고 싶었죠ㅜㅜ
푸코와 트럼프도 명상을 좀 했더라면...
뭐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방안이고 큰 틀에서의 해법은 부족적 사고방식 tribal mindset에서 벗어난 "전 지구적 사고"가 모아져야 한다는 것. 미래는 AI 데이터 vs 인간 지성 싸움이랄까. 『호모 데우스』에서도 했던 얘긴데, 문제는 정부나 소수에 의한 디지털 독재,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결합, 불평등의 심화로 슈퍼휴먼 계층 출현 상황이면 "전 지구적 사고"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지금도 이미 고전적으로 말하면 '부르주아 vs 프롤레타리아' 상황이니까. 인간의 어리석음은 끝이 없고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공감과 유대, 헌신, 사랑, 인권 등도 허구 이야기다. 그걸 실행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답 없다. 점점 심화되는 국가주의, 테러, 종교 분쟁, EU 연합의 흔들림, 브렉시트, 난민 문제 등의 현재 시점의 큰 흐름이 아니더라도 무수한 사회 문제에서 우리는 그걸 보고 있지 않은가.
 
 
한 가지 의문 왜 그는 젠더를 다루지 않았는가
유발 하라리는 이 책에서 환멸, , 자유, 평등, 공동체, 문명, 민족주의, 종교, 이민, 테러리즘, 전쟁, 겸손, , 세속주의, 무지, 정의, 탈진실, 공상과학 소설, 교육, 의미, 명상이라는 21가지 제언을 다루었다.
정부가 젠더 문제를 왜 무시하는지 짧고 굵게 언급하고 지나가는데 자신도 차별받는 성소수자이면서 왜 중요한 젠더 문제를 챕터로 안 다뤘을까. 생명 공학 발전으로 그런 구분이 무의미해질 거란 전망도 했지만 당면 시점에서 문제 해결 조짐이 안 보이면 내 예상에 그건 책으로 따로 낼 거 같다. 미셸 푸코가 그랬듯. 제발 내주길.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정체성. 우리는 외부 세계를 통해 나라는 관념을 종합하며 다시 외부를 규정하는 순환 구조에 있다. 각자가 정립한 정체성으로 인한 충돌이 지금의 현재를 만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나는 유발 하라리가 미셸 푸코(& 아감벤)에서 답보 상태인 생명정치의 새로운 열쇠를 가지고 온 거 같다.
이들이 한 쌍으로 묶일 줄 상상도 못했다.
     
    


     
    
책 편집 오류
오타 (p345)
진 지구적(x) -> 전 지구적(o) :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진 지구적 차원의 문제들로 고통받으면서도 전 지구적 공동체는 이루지 못한 상태다
문장 중복(p441) : “파시즘은~” 부분 중복된 거 같음
간단히 말하면, 민족주의는 나의 민족은 고유하며 나는 내 민족에 대한 특별한 의무가 있다고 가르치는 데 반해, 파시즘은 내 민족이 가장 우월하며 나는 내 민족에 대한 배타적인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파시즘은 내 민족이 그저 특별할 뿐 아니라 가장 우월하며, 나의 유일무이한 정체성도 민족 정체성뿐이고, 나는 내 민족에 고유한 의무를 넘어 배타적인 의무를 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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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8-09-11 18: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카의『역사란 무엇인가』를 인상 깊게 읽은 1인입니다.
<호모데우스>를 다 읽고 나면 사려던 책을 님은 벌써 리뷰를 올리시다니... 빠르다 빨라... 아니 제가 느린 것이겠지요?
저는 또 자극 받고 갑니다. ㅋ

AgalmA 2018-09-11 18:30   좋아요 0 | URL
<역사란 무엇인가> 몇 번을 더 읽어야 허점을 찾을지 까마득하구만요ㅎㅎ;;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를 저는 꽤 늦게 읽은 편이었는데 그때 제대로 반해서ㅋㅋ 신간 나올 때마다 부리나케 읽게 돼요^^♥

북다이제스터 2018-09-11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읽고 충격받아 며칠 간 사경^^ 헤매던 1인으로서 크게 공감합니다. ㅎㅎ

AgalmA 2018-09-11 18:31   좋아요 1 | URL
사경에서 돌아와 무섭게 이성의 칼날과 무정부주의로 중무장하시게 된 건가요ㅎㅎ

단발머리 2018-09-11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라리 신간 장바구니에만 넣어두고 아직인데 서둘러야겠어요!!!
오늘의 문장 : E. H 카 『역사란 무엇인가』를 다시 읽으며 역사가로서의 유발 하라리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한 번 읽고, 또 읽으셨단 말이예요! 진정한 고수 바로 AgalmA님!!


AgalmA 2018-09-11 22:15   좋아요 0 | URL
양이 많으면 질적 팽창이 이뤄진다고도 하지만 적극적인 비판의식과 사고 과정 없이 많이 읽는 건 큰 의미 없는 거 같아요^^; 많이 읽고 배우셨다는 분들의 괴리 우리 많이 보잖습니까. 그렇기에 읽고 생각하고 말하고 쓰는 게 늘 힘겨운 거지만요.

고수 나물보다 존재감이 없어서 고수계에서 저는 하급 아닌가 싶은데요ㅋ

겨울호랑이 2018-09-11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발 하라리의 뛰어난 통찰은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실체‘와 ‘허구(또는 관념)‘으로 이분화하여 바라보는 관점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제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오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호모 데우스>에서 비극으로 끝나는 결론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면에서는 희망적이라 느껴지네요^^:) 순간적으로 유발 하라리와 미셀 푸코가 변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봤습니다...ㅋ

북다이제스터 2018-09-11 21:41   좋아요 2 | URL
주인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답글 다는 걸 용서해 주세요. ㅎ
저도 말씀에 동감합니다. 실재와 허구 구분이 넘 이분법인데요, 간혹 현 상태가 넘 심각하여 독은 독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말이 옳다고 본다면, 현재 극단의 설명과 해결을 위해 극단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현재가 넘, 너무 심각하다고 생각됩니다. ^^

AgalmA 2018-09-11 21:27   좋아요 1 | URL
인간이 ‘실체‘와 ‘허구‘를 혼동하며 현실을 이뤄가니 부득이 그런 구분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쉽고 간명한 글이 좋다고 우리 모두 생각하지만 어떤 추상성은 추상성으로밖에 다룰 수 없듯이요^^;; 언어로 언어를 설명해야 하는 아이러니처럼. 2가 왜 2인지 설명하는 건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희망적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 다들 할 걸요^^;;;


하라리와 푸코는 대머리여도 섹시해서 좋겠어요ㅎ

겨울호랑이 2018-09-11 21:37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무엇보다 제언이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작은 실천이라도 이뤄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미래에 다가올 ‘보이지 않은 위험‘보다 현재 우리 앞에 드러낸 위협을 해결하도록 노력하며 한 걸음씩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정말 바로 가고 있다면 ‘허구‘는 ‘허언‘으로 끝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에고, 제가 책을 읽지도 않고 너무 넘겨 짚었습니다.ㅋㅋ 두 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글사랑 2018-09-1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란 무엇인가>는 번역이 별로입니다. 읽다가 읽다가 포기하고 결국 두 배로 시간이 걸리는 원본으로 읽고 있어요. 기회 되시면 영어로 한번 보세요. 어쩌면 이해의 폭이 확 넓어지실 수도 있어요. 한국에서 인기 있는 책들 중에 정말 번역 이상한 책들 중 하나에요. 저도 어제 이 책을 시작했는데 리뷰 보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AgalmA 2018-09-12 05:59   좋아요 0 | URL
평소에 유럽 역사, 역사학, 철학 등을 공부하시는지요?
저는 문장이 어려웠던 게 아녔어요. 이번에 두번 째 읽었고, 처음 읽은 이후 그 동안 여러 공부를 했고, 유시민 저자의 <역사의 역사>에서 왜 이 책이 난해하게 읽히는지 설명하는 대목을 듣고 어려웠던 이유에 대해 아하~했어요.
카가 거론하는 ˝액턴, 랑케, 트리벨리언, 크로체, 부르크하르트, 콜링우드, 마이네케, 기번˝ 같은 서구 저명한 역사학자들이 뭘 주장했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카의 비판을 파악하자니 힘들었고, ˝맬서스, 스미스, 헤겔, 마르크스, 니체, 프로이트, 포퍼˝ 등 유럽 사회과학자와 철학자 들도 대거 소환하기 때문에 생각할 게 한 둘이 아닙니다. 깐깐한 카가 정확성을 위해 비판하는 이들의 원문들을 가져와 설명하고 있지만 그들 이론에 대한 제반 지식이 풍부해야 카의 논의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영문으로 읽는다 해도 이들에 대한 기본 이상의 지식, 당시 유럽 역사학 상황과 정치 상황을 잘 모르면 여전히 어려울 겁니다. 모르면 일일이 구글링, 위키백과를 찾아본다 해도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아무튼 하라리는 그런 고역은 안 하게 하는 역사가죠^^; 재밌게 읽고 계시겠네요. 신나게 다 읽고 나니 섭섭해요. 텀을 좀 두고 담에 가물가물할 때 <사피엔스>부터 또 읽어 봐야겠어요^^

AgalmA 2018-12-27 16:13   좋아요 0 | URL
저번에 말씀하신 게 생각나서^^...
유발 하라리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한 책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사>가 2019년 김영사에서 출간 예정이네요^^
연말연시 평안히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많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