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지배 동문선 현대신서 67
피에르 부르디외 지음, 김용숙 옮김 / 동문선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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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적 질서 자체가 이미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이 정당화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다시 말해서 남성 중심적 관점은 마치 중립적인 것처럼 강요됨으로써 그것을 합법화시킬 목적으로 담화 안에서 재차 서술될 필요가 없다. 사회적 질서는 그 토대가 되는 남성 지배를 시인하려 드는 거대한 상징적 기계처럼 작용한다. 즉 노동에 대한 성적인 구분이 그러하며, 각 성에 주어진 활동과 장소, 시기 도구들에 대한 엄격한 분배가 그러하다."

Pierre Bourdieu, 『남성지배』 19p.

피에르 부르디외의 가부장제 연구, <남성지배>

제가 지속적으로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를 소개해 드리곤 했습니다. 부르디외는 철학도로 학문을 시작해서, 인류학을 거쳐 사회학자가 되었습니다.

제가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인류학의 성과들 때문입니다. 언젠가 소개해드릴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의 <세 부족 사회에서의 성과 기질> 같은 인류학 작업들은 다양한 부족 사회에서의 성적 차이들을 연구하면서 우리가 '여성적인 것', '남성적인 것'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이 초역사적이고,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부르디외 역시 북아프리카 카빌리족을 연구해서 이론을 구축했는데 그것을 기반으로 남성지배라는 책을 저술합니다. 부르디외는 인류학 연구에 자신의 이론인 하비투스, 고대로부터 구축된 여/남성적인 것이 신체에 각인되고, 자연화됩니다. 부르디외는 이것들을 탈역사화하고 구조를 변동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부르디외의 이론틀은 <젠더 트러블>로 유명한 주디스 버틀러도 중요하게 다루지요. 이 책은 '대가'랄 수 있는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젠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으로, 부르디외의 관점으로 해석된 젠더 연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몇몇 번역어들이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게 번역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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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새로운 서양 문명의 역사 세트 - 전2권 새로운 서양 문명의 역사
로버트 스테이시 외 지음, 손세호 외 옮김 / 소나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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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서양사 개설서, 새로운 서양 문명의 역사 상하(2014, 소나무)

서양사를 이해하는 일은 인문사회를 공부할 때 무척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철학을 하든, 문학을 하든, 사회과학을 하든 근대의 뿌리가 이른바 서구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또 어떤 분야이든 그 분야를 개설할 수 있는 좋은 개설서, 개론서를 만나 길을 안내받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이 책, <새로운 서양 문명의 역사>는 이미 미국대학에서 유명한 서양사 개설서로 자리잡은 책이고, 한국에 번역된 뒤에는 국내 사학과에서도 개론서로 널리 쓰이고 있는 책입니다. 아마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서양사 개설서 중에 최고의 책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번역이 훌륭하게 되어있어 읽기가 매끄럽고, 다양하고 풍부한 시각자료가 첨가되어 서양사를 공부할 때 유익한 책입니다. 저는 구판인 <서양 문명의 역사>도 가지고 있는데, 구판과 신판이 개정이 많이 됐기 때문에 구판을 소장하시고,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서양의 역사를 공부하고 싶으신 분들께 기본교재, 교과서로 추천드리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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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이야기
박건웅 지음 / 우리나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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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의 육아일기, <제시 이야기>

책을 읽지 않을 이유는 많습니다. 귀찮아서, 비싸서, 시간이 없어서, 어려워서 등등. 하지만 그만큼이나 책을 읽어야 할 이유도 많습니다. 책을 읽을 여러 이유 중에 몇주년 기념 독서도 좋은 이유죠. 예를 들어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었고, 2018년은 맑스(Karl Marx) 탄생 100주년이었고, 올해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그래픽 노블 전문서점 가까운 책방 @nearbook 에서 구매한 <제시 이야기>입니다. 제시 이야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요간부로 활동했던 양우조, 최선화 부부의 딸 제시의 육아일기를 토대로 역사적 고증을 거쳐 탄생한 그래픽 노블입니다(원본은 '제시의 일기'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제시의 아버지인 독립운동가 양우조 선생님은 당시 미국 MIT공대에서 공부했을 정도로 수재이기도 했고, 큰 돈을 번 사업가이기도 했지만 조선인을 위해 귀국해 사업을 하고, 독립운동까지 투신하신 분입니다.

이 책은 육아일기이지만 당시 중일전쟁 때문에 피난다니던 임시정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식민지배된 조국과,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 이역만리 땅에서의 향수와 애환, 끊이지 않는 일제의 공습과 공포, 그 속에서 태어난 제시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이 그런 환경에서 자라는 모습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그리고 그 환경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살아가던 독립운동가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여러부분 의미있는 장면이 있었지만 조소앙 선생의 아버지가 자살하는 장면이 기억납니다. 독립운동가들도 사람이었구나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만큼 생생하고 날 것 그대로를 담고 있는 책이 바로 <제시 이야기>입니다.

희망하지 못할 상황에서 무언가를 희망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였을지, 제시라는 생동하는 생명이 그 희망은 아니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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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원근대 - 한국 근대화와 근대성의 사회학적 보편사를 위하여 인문정신의 탐구 16
김덕영 지음 / 길(도서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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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의 환원근대, 헬조선에 관한 하나의 해명

헬조선이 대두된 지도 벌써 4년 전이 지났습니다. 헬조선에는 굉장히 다양한 의미들이 함축되어 있었지만 근본적인 질문은, "도대체 대한민국은 왜 이럴까?"하는 헬조선의 원인으로 귀결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 환원근대가 그에 관한 하나의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대성은 사회학의 주요한 연구대상이기도 하고, 몇몇 학자들은 사회학이 근대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서 한국의 근대성을 규명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존재했습니다. 추격형 근대화, 식민지 근대화론, 압축근대, 동원된 근대, 중층근대 등이 대표적인 논의들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다양한 한국의 근대성에 관한 해명 중, 환원근대와 생존주의 근대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하나인 환원근대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전에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 정신>에 관해 말씀드리면서 김덕영 선생님을 소개해드렸습니다. 김덕영 선생님은 사회이론가로서 독일 괴팅엔에서 베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하시고, 베버와 짐멜에 관한 연구로 독일 카셀대학교에서 교수자격논문(하빌리타치온)을 획득하십니다. 이후 독일학계에서 인정받는 사회학자가 되십니다.

환원근대에서 김덕영 선생님께서는 한국 근대성을 '환원'이라고 특징지우고, 전에 포스팅에 언급한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국 근대성을 규명하는 작업을 진행하십니다. 김덕영 선생님은 루만의 기능적 분화 개념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합니다.

루만에 의하면 신분사회였던 전통사회와 달리 근대사회는 기능에 따라 사회가 분화된다고 봅니다. 기능에 따라 분화된 사회에서는 체계가 발생하는데, 구체적으로 정치, 경제, 법, 과학(학문), 종교, 예술, 교육 등의 체계로 분화됩니다.

이 체계들은 코드, 프로그램, 매체를 통해 자신의 고유한 기능을 수행해나갑니다. 각각의 체계들의 서로에게 독립적(폐쇄적)입니다. 그러니까 '진리/허위'라는 이항코드를 가지고 '새로운 인식생산'이라는 기능을 담당하는 과학(학문)체계에서 합법/불법(법체계), 야당/여당(정치체계), 소유/비소유(경제체계)의 이항코드는 외부화됩니다. 기능 분화된 사회에서 학계는 법정이 아니고, 연애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닌 것입니다. 이렇게 루만이 본 근대사회는 사회의 하위시스템(체계)들이 고유의 논리를가지고 사회의 기능을 담당하는 그런 사회입니다. 기능분화된 사회에는 정점도 중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루만의 이론처럼 사회의 각각 체계들이 제 기능을 하는 사회와 다르게 한국의 근대성은 박정희 정권에서 주조된 '국가재벌동맹자본주의'가 한국 근대성의 심층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한국의 근대는 각각의 체계가 고유의 기능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체계가 경제적인 것으로 환원된 경제적 근대성입니다. 대중매체도, 교육체계도, 학문체계도 경제성장이라는 목적으로 환원되고, 정치가 종속되면서 동맹을 결성한 근대성인 것입니다. 이 정점과 중심에는 정치권력과 경제논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경제, 정치체계의 과잉에 의한 환원근대에서는 네 가지 원리가 추출됩니다. 첫 번째, 경제가 곧 근대이며 경제성장이 곧 경제다. 두 번째, 국가와 재벌이 곧 경제다. 세 번째, 경제가 근대화 되면 경제 외적영역도 근대화 된다. 네 번째, 전통은 근대의 토대가 되어야하거나 근대에 자리를 내주어야한다.

한국인들이 해외에 영향력을 미치면 꼭 따라나오는 기사가 '누구의 경제적 가치' 따위의 기사입니다. 예술가이든, 가수이든, 스포츠스타이든 모든 가치가 경제적으로 환원되는 것이죠. 김덕영 선생님은 경제적 근대가 아닌 사회의 다양한 영역이 고유의 가치를 가지고 고유의 작동을 하는 '사회적 근대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합니다. 대한민국은 왜 이럴까에 관한 한 해석이 담긴 <환원근대>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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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 - 개정증보판 현대사상신서 6
에드워드 W. 사이드 지음, 박홍규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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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하신 분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는 '오리엔탈리즘'에서 광의, 그러니까 넓은 의미로서 오리엔탈리즘을 “서양이 동양에 관계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합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사이드는 다시 한번 오리엔탈리즘을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억압하기 위한 서양의 방식”이라고 구체적으로 정의합니다. 이를 조금 풀어서 이야기한다면,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이 구성한 동양에 관한 담론들, 예술과 학문 등을 통해 문화적으로 침투시키고, 제도화해서 동양에 대한 지배를 정당화하는 과정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로 사이드는 플로베르(마담 보바리의 작가)가 이집트인 창녀에 대해 서술하고 그것이 기반이 되어 그것이 유럽사회에 광범하게 영향을 미친 동양여성의 모델이 되었다고 서술합니다.

이에 더해서 오리엔탈리즘에 관해서는 두 가지 정의가 가능할 텐데, 첫 째는 오리엔탈리즘 자체가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 백인 남성'들이 다른 세계에 대해 열등하게 정의하고 우월한 자세로 관계했던 그때의 역사적 사실 자체이고, 둘 째 오리엔탈리즘은 현재도 지속되는 서유럽, 미국 등의 서구가 다른 세계와 관계하는 경향성을 의미합니다. 몇 년 전 유럽에서 진행된 한 설문지에서 대다수의 유럽인들은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인들이 본인들보다 진화가 덜 되었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자료를 보면 오리엔탈리즘 자체가 역사에 속박되어 없어져버린 담론이 아니면, 여전히 존재하는 경향성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양인 한국은 어떨까요? 오리엔탈스푼이라는 음식점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태국,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 음식을 파는 곳입니다. 오리엔탈리즘에서 가리키는 동양은 실은 중동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이미 한국인들도 자신이 속한 아시아를 '오리엔탈'이라고 표현합니다. 더불어 한국 고유의 음악은 '국악'으로 타자화 됐습니다. 우리가 음악할 때 떠올리는 것은 근대 서구에서 발전한 근대적 기보체계를 가진 '서양음악'이지 전통음악이 아닙니다. 또 한국이 서구가 아닌, 저개발국가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와 상대하는 방식은 어떨까요?

오리엔탈리즘 역시 현대의 고전이며 근대의 합리주의가 서구 백인 남성의 관점은 아닌지를 성찰케해주는 책입니다. 탈식민담론에서 중요한 책입니다. 또 이 책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책입니다. 근대 유럽인들이 자신과 다른 존재들과 어떻게 관계하고 생각했는지 궁금하거나, 지금껏 우리가 아무런 문제없이 받아들이던 시각을 성찰해보고 싶거나, 지배적인 시각을 상대적인 것으로 생각해보고 싶으신, 그런 문제들에 관해 관심있는 분들께 이 책을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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