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익히며 배우는 생활 보안 첫걸음
마스이 토시가츠 지음, 손정도 옮김 / 한빛미디어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손으로 익히며 배우는 생활보안 첫 걸음>은 제목에 담긴 것처럼 ‘IT 입문 첫걸음’을 위한 책이다.



따라서 주요 대상 독자는 IT에 관심은 있으나 전혀 모르는 비전공자나, 기본을 알고자 하는 이공계 학생 또는 창업자, 그리고 무엇보다 보안의 기본기를 익히고자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출판사에서는 좀 더 심화된 내용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 네이버 카페 (cafe.naver.com/codinghello) 도 운영하고 있어서,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상호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 저서에서는 우선 최신 보안 정보 사례를 설명하면서 공격 동향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2장에서는 가장 기본적이라 할 수 있는 가정 집의 인터넷 상에서의 보안에 대해 공격의 종류, 위험성, 그리고 대책을 설명한다. 3장과 4장은 한발 나아가 웹 서비스와 네트워크의 보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며, 5장에서는 암호와 인증의 종류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6장 및 별첨에서는 웹 어플리케이션의 보안 위험에 대해서 논하면서 보다 안전한 대책에 대해서 기술적으로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마지막 7장에서는 일반 개인 독자에게는 큰 관련이 없을 수 있으나 일종의 심화 학습으로서 서버의 보안을 이야기한다.


특이한 점은 막 챕터 말미에 연습문제가 있어서 해당 챕터에서 설명한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단지 연습문제를 푸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책 전반에 걸쳐 실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어, 어렵지만 꼭 알아야만 하는 보안에 대해 한 걸음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책 후반부에서는 다소 기술적인 부분도 많이 담겨 있어, 첫걸음을 내딛는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차근차근 따라오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보안’에 대해서 조금은 자신감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우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실제 책의 대상이  IT와 보안의 지식 정도를 5단계로 나눈다면 2~3단계 정도 수준의 독자에게 더 적합할 것 같다. 물론 1단계인 완전 초보에게도 도움이 될 내용이 풍부하지만 일부 내용은 첫걸음 치고는 다소 어려운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편, 많은 예제와 실습을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 아쉽게도 MS Windows OS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도 아쉽다. Mac OSX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부분이 제법 있을텐데 이 부분은 보완이 되면 더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IT계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블록체인(Blockchain)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암호와 인증을 다루고 있는 챕터 5에서 이에 대한 언급을 기대하였으나 전혀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반인들에게 블록체인의 인증 방식은 낯설고 생소할 수 밖에 없을텐데 간략하게나마 설명을 해주었으면 좀 더 시의성 있는 내용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전국민 스마트폰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공유기에 대해서 기술적인 부분은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 사용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금융회사 보안카드를 사진 찍어서 갤러리에 넣고 다니다가 공개 와이파이를 통해 해킹 당하는 사례가 여전히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보면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직도 네트워크와 클라우드의 확산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크게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는 것 같다. 한편 사용자의 파일을 암호화 걸어놓고 댓가를 요구하는 랜섬웨어도 아주 짧은 시간 사이에 전세계에 확산이 되어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최대 극장망인 CGV의 키오스크가 감염되는 등  그동안 랜섬웨어에 대비한 보안에 기업과 개인 등 사회 전반적으로 얼마나 취약했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랜섬웨어 개봉박두!>



또 최근에는 중국산 홈 CCTV 캠에서 해킹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악의적인 공격에야 100% 대비하기는 어려울지언정, 구매 당시의 아이디/패스워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보안 의식 고취와 철통 방어는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일개 개인이 모든 보안 위협에 100% 철벽 방어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서서 사물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기 시작하였고,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는 스마트홈과 전기 자동차가 빠르게 확산된다면 공격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바로 지금이야말로 보안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을 지점이 아닐까? 본 <손으로 익히며 배우는 생활보안 첫걸음>을 통해서 이렇게 각종 보안 위협의 종류에 대해 알게 되고, 각각의 위험성과 거기에 맞는 대응 방안을 알게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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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업분석이 처음인데요 - 꼼꼼한 생초보의 기업분석 입문기, 완전 개정판 처음인데요 시리즈 (경제)
강병욱 지음 / 한빛비즈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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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최근 사람들은 무언가를 살 때 최저가 검색을 해보고 다른 소비자의 리뷰를 읽어보면서 가격 그 이상의 가치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것저것 따져보지 않고 사는 것도 있다. 주변 사람으로부터 좋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덜컥 샀다가 가격보다 낮은 가치, 심할 경우 아예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수준의 피해도 입곤 한다. 바로 주식이다.

책 첫머리에 이런 의미의 말이 적혀있었다.

보는 순간 뜨끔했다.사실 주식의 기본 대상이 되는 기업에 대한 분석은 필수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등한시 여기고 소위 감으로 투자하거나 심지어 주변의 풍문을 듣고 묻지마 투자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저는 기업분석이 처음인데요>의 완전 개정판은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 초반부터 어느새 15년 정도 주식을 해왔지만, 진지하게 기업과 산업과 나아가 국내외 환경을 분석한 뒤 매수매도 결정을 내린 경우는 그리 많지, 아니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의사결정 중에는 뜻하지 않게 큰 재미를 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번에 10을 벌었어도 11번에 걸쳐 매번 1씩 잃었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는 -1의 수익을 내오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장님 코리끼 다리 만지듯 투자할 것이라면 돈이 돈이 아니라 사이버 머니만도 못한 게 되지 않을까?!

책은 총 7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일광 씨의 Grow Up으로 시작하는데, 각 장의 개괄 역할을 하면서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워밍업을 시켜준다. 각 장의 본문은 장에 따라 다르지만 여러 개의 챕터로 나뉘어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각 장의 마지막에서는 일광 씨의 Level Up이 있는데 일종의 Q&A 형식을 빌려서 생생한 방법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는 분석비법 배우기 코너에서는 워렌 버핏, 피터 린치 등 대가들의 노하우를 소개하면서 독자도 대가가 될 수 있다는! (언젠가는)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본문의 전체적인 구성은 마치 깔때기와 같이 짜여져 있다. 1장에서는 기업 분석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워밍업을 하고 있다. 2장에서는 거시경제 관점에서의 이자율, 통화량, 환율 등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다. 3장은 한단계 좁혀서 어떤 산업군에 우량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4장에서는 기업의 전략 관점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경영철학, 경쟁우위 등을 분석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책이 전반적으로 탄탄하게 짜여져 있는데 특히 5~7장은 자칫 어려울 수 있는 재무, 회계적 개념을 다루고 있는데 쉬우면서도 핵심을  잘 풀어내고 있어서 말그대로 기업분석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할 것 같다(나를 포함해서...). 재무제표 읽는 법, 할인률, 배당금, 잉여현금흐름 등 뿐만 아니라 PER, PBR, EV/EBITDA 분석 등 기업의 ‘가치’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덧) 최근 한미약품이 지연 공시를 해서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안기는 일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조사를 받은 담당 인원이 몇 일 째 연락두절이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하였다. 이 경우에는 매우 특수한 사례이긴 하나, 일반적으로 기업의 공시는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이기 때문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말미에는 별책부록으로 공시를 읽는 18가지 핵심 키워드를 설명하고 있는데, 포괄적 의미에서 기업 분석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팁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다보니 몇 년전 읽었던 또 다른 주식투자 책이 떠올랐다. <주식을 사려면 마트에 가라>가 그것이다. 예를 들면, 아웃도어 열풍이 크게 휘몰아칠 때 단지 백화점에 가서 새로 나온 등산 잠바를 하나 살 것이 아니라, 왜 아웃도어 열풍이 부는지, 그리고 어떤 브랜드가 인기인지를 눈여겨 보고나서 그 브랜드의 주식을 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그 책을 읽고 몇몇 인사이트를 얻어서 나름 재미를 본 경우도 있었기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추천을 해준 기억이 있다. 그 책을 통해서 소비자 관점에서의 시장 분석 능력을 키우고, 이 책을 통해서 기업 관점에서의 분석 능력을 키운다면... 

이제는 계좌 잔고가 늘어나기만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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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문예론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정수윤 옮김 / 한빛비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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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본 문학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좋아하는 작가가 두 사람이 있다. 무라카미 류(하루키가 아니라)와 히라노 게이치로이다.

무라카미 류는, 20대 초반에 그의 대다수 작품을 읽으면서 우울하면서도(역시 하루키와는 다른 의미의) 퇴폐적이면서도 희망적이고(아마도 하루키와는 다를!) 소설들에 흠뻑 빠지기도 했고 ‘남자는 소모품이다’와 같은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그만의 독특한 사상과 시니컬하면서도 잘난척하면서도 의의로 수줍은 성격에 존경심을 느끼기까지 했었다. 한편, 히라노 게이치로는 우연히 지인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읽게 된 ‘일식’부터 시작해서 ‘책을 읽는 방법’과 ‘소설을 읽는 방법’ 등 작가에 앞서 한 명의 책벌레로서 그의 생각에 동조하게 되었고 한국에 방문했을 때는 모 온라인서점 이벤트에 당첨되어 홍대 북까페에서 직접 그를 만나는 기회를 갖기도 했었다.

무라카미 류와 히라노 게이치로는 데뷔부터 공통점이 있다. 젊은 나이에 데뷔했다는 것(20대 초반),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나 게이치로의 ‘일식’처럼 그 시대와는 다소 맞지 않는 충격적인 데뷔작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두가지 공통 사항으로 인해 두 사람 사에는 커다란 교집합이 존재하게 되었다. 바로 일종의 신춘문예상 격인 ‘아쿠타가와 상’ 수상자라는 점이다. 아쿠타가와 상은,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무나 주지 않는다. 문단에 의미가 있는 젊은 (천재)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20년 이상을 건너 뛴 채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류와 게이치로의 책이 꽂힌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저 두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고, 둘 다 젊은 나이에 (내게도) 의미 있는 작품으로 데뷔를 했지. 그리고, 그래서, 그 결과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했고. 그런데, 대관절 정작 아쿠타가와는 무엇 또는 누구이길래 저 두사람이 같은 상을 받은 걸까?’ 라고.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아쿠타가와는 사람 이름이고, 이미 한 세기 전에 인정 받은 젊은, 그리고 요절한 천재 작가라는 것을.

이 책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소설은 아니다. 단편집 또는 작품선이라는 이름으로 시중에 이미 몇 권의 도서과 나와 있다. 이 책은, 그가 쓴 독백이자 자기 성찰이며 비판이고 비관이자, 아쿠타가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일종의 에세이집이다.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다. I부 창작에 대해는 본인 자체의 작품 활동과 배경에 대해 논하고 있다. 2부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에서는 본인의 작품 세계를 넘어 전반적인 문학 풍조와 평론을 논하고 있다. 3부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다시 조금 더 개인적인 관점으로 돌아와서 그를 둘러싼 선후배와 동료 등을 가벼운 조로 이야기한다. 특히 내게 흥미로웠던 것은 1부였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무라카미 류와 히라노 게이치로가 어떻게 신인 작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대답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슬프다. 정신병을 앓는 어머니 밑에서 태어나고 이모에게서 자란 유년기를 딛고 촉망 받는 작가로 성장한 그의 이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세기말-20세기초의 동서양 많은 예술가가 그러했듯이 아쿠타가와 역시 개인적인 갈등, 고민 그리고 한계라는 어려움과 동시에 가족 내에서의 문제와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이 짧은 글들 구석 구석에 날카로운 칼날처럼 담겨져 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결국 스스로 택한 죽음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오늘날의 독자인 나로서는 그의 투쟁과 체념이 더욱 가슴 아프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능력 있고, 촉망 받는 젊은 작가였지만 스스로 죽음을 택한 아쿠타가와.
그를 기려서 일본 문학계에서는 ‘아쿠타가와 상’을 제정했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작가 두 사람이 그 상을 수상했다.
그래서 이 책은 100년 전 일본 땅에서의 소설가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무라카미 류나 히라노 게이치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한다(최근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작가 중 또 다른 수상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 편협한 문학 취향 내에서는 오직 두 사람밖에 모르는 관계로 더 이상의 소개는 생략한다...). 

또 한 가지. 이 책을 읽다가 떠오른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한국 사람이다. 작가이다. 아쿠타가와와 매우 많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상이다. 젊은 천재, 우울증, 요절,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권위 있는 문학상. 마치 쌍둥이 같고 형제같다.

궁금한 마음에 찾아보았더니, 이상이 아쿠타가와를 동경했다고 한다. 이상의 ‘날개’에서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첫 구절,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의 대상이 바로 아쿠타가와라는 이야기도 있었다(진위 여부는 내 부족한 식견으로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면, 이 책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은 난해한 천재로만 교과서에서 배웠던 이상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는 한 장에 몇 엔 몇십 전 하는 원고료 제도를 벗어날 수 없다. 많이 받고 적게 받음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물론 불공평한 일이다 (p.60)

예술가는 비범한 작품을 위해서라면 부득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기기도 한다. 나도 물론 충분히 저지를 수 있다는 뜻이다. 나보다 힘들이지 않고 저지르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p.25)

우리는 비록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어느 틈엔가 앞사람의 발자취를 뒤쫓는다. 우리가 독창적이라고 하는 건 앞사람의 발자취를 살짝 엇어난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끽해야 한 발짝 정도, 아니 한발짝이라도 나와 있으면 그야말로 시대를 풍미하는 작품이다(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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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
신기주 지음, 최신엽 그림 / 한빛비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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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남자는 왜 사는가(buy)
 
‘경기도 사는 40대 남성, 로또 1등 확률 높네요’.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지난 8월 31일 발표한 2016년 상반기 복권 판매 동향을 소개한 기사의 헤드라인을 보고 눈이 확 끌렸다. 경기도에 살고, 남성이라는 점에서 이미 66.7%의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우스개로 하는 말이지만 서울에 살아서 아쉽다거나 여성이라서 아쉽다거나 하는 주변 사람들의 말보다도, 내게 가장 와닿았던 것은 “40대”라는 점이었다. 
경기도에 사는 40대 남성은 무엇을 지키고자, 무엇을 얻고자, 무엇을 버리고자 OMR카드와 싸우는 것일까? 경제적인 이유가 상당수를 차지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내재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마침 최근 읽은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 남자는 누구인가
 
대한민국 정통 남성지 중 하나의 피처 디렉터인 신기주 씨는 다양한 성격의 매체에서 여러 분야의 글을 기고하고 있다. 수많은 남자를 만나왔을테고 남자를 위한 글을 써왔을 저자가 ‘남자는 무엇으로 싸우는가’라는 도발적인 화두를 던지다니. 그가 봐온 사회 여러 계층의 남자들, 특히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의 남성을 다룬 이야기라면, 곧 불혹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갈대처럼 흔들리는 나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일 수 밖에 없었다. 저자가 책에서 다루는 대상은 역시나 남성 잡지 에디터답게 성공한 남자들이다. 특히 영웅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흔한 영웅이 아니다. 여기서의 영웅은 대중문화를 다뤄온 저자의 영역을 십분 살린 사람들이다. 배트맨, 조커, 윤대협, 닥터 하우스 등 현실이 아니라 대중문화 속 영웅들이다. 
 
‘남자들’과 ‘그 남자’는 구분되어야 한다.
 
남성을 논하면서 사실 자기 자신을 논하는 에세이로서의 성격(책의 80%)은 흥미로웠다. 대중문화 캐릭터의 특성을 바탕으로 남성의 성공담과 때로는 실패담을 논하면서도 저자 본인의 자기 성찰을 다루었다가 다시 대중문화로 돌아오는 일종의 교차 편집을 통해서, ‘나’에 대해서도 돌이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의 20%에 대해서만큼은 공감하기 어려웠다. 대중문화를 넘어 정치, 역사와 철학 등을 가져오면서 남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교조적이거나 현학적이거나 아니면 지나친 자기변호적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챕터 중간 중간에 일종의 ‘남자는 왜’라고 구성되어 있는, 철저하게 구분하고자 위함인지 이 부분은 까만 바탕에 인쇄되어 있다, 부분들이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 남자는 왜 - 뮤즈가 필요한가, 길을 묻지 않는가, 여왕에게 충성하는가, 수염을 기르는가, 미식에 빠지는가, 근육을 키우는가, 허세를 부리는가, 정치판을 기웃거리는가, 피규어를 사 모으는가 - 시리즈는 본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이 시대 남성을 비판하거나 변호하고 싶은 건지에 대해서 그 성격이 너무나 애매모호하다.
 
당신(저자)과 나는 남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뿐, 전혀 다른 사람인데 ‘남자는 왜’라는 이름으로 집단화시키고 진단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사는 40대 남성이라고 모두가 로또 1등에 당첨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이라고 - 40대이건 아니건 - 다 같지 않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미 집단과 세대를 논하는 시기를 넘어서 나 자신의 개인이 모두에게 중요한 시기로 접어든지 오래인 2016년에, 남성’들’이라고 논하는 것은 나머지 ‘들’에게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 흥미로운 찌라시를 읽었다. 증권가에서 40대후반~50대초반 386세대와 20대후반~30대초반 밀레니엄 세대는 완전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나 존재하는 세대 차이가 아니라, 아예 인종 차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온 환경과 문화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밀레니엄 세대부터는 아예 다른 인종으로  진화해버린 것이다. 그 누구보다 트렌드와 세대에 대해 밝은 저자가 를 몰랐을리도 없을 테고, 온라인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서 만든 편집 기획의 미스였거나 아니면 저자가 - 미안한 이야기지만 - ‘너희들 그리고 우리’에 대해서 무엇인가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는 부채의식을 지닌 아재가 되어가고 있거나.
 
그럼에도 ‘남자들’은 싸우고 싸워야 한다.
 
서문에서 신기주 씨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가장 개인적인 에세이집이라고. 남자의 인생을 논하다보니 소재는 본인 인생이 되었고, 본인 나이를 생각하다보니 결국 40대 자기에 관한 이야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은 모름지기’같은 집단론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목소리에는 울림의 힘이 있다. 

내가 감히 누구의 인생을 평할 자격은 당연히 없지만, 50대의 신기주 씨는 지금보다도 더 멋지고 행복하게 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40대, 그리고 나의 50대, 나의 60대는 ‘내’가 걸어온 길보다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그럴 것이며 그래야만 할 것이다. 히스 레저나 신해철처럼 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뒷방 늙은이처럼 정점에서 조금씩 밀려나더라도 진짜 즐거움을 알아가는 <슬램덩크>의 윤대협과 같은 선배가 될 수도 있고, 외로움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동시에 더 큰 외로움이 자기에게 들이 닥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철갑을 두르는 토니 스타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서 그 무엇이 되던 간에, 결국 우리는 조금씩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가만히 있으면서 슬픈 죽음을 맞이하기엔 40대도, 30대도, 50대도, 20대도, 60대도, 혹은 10대도, 아직은 너무 젊다. 싸우고 싸워야 한다. 왜 싸우고, 무엇에 대해 싸우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이 책은 저자 개인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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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14기에 이어 운좋게도, 다행스럽게도 알라딘 신간평가단 15기에도 참여할 수 있어서 큰 기쁨이었습니다.


이번 기수에 읽은 책 중에서 개인적인 베스트는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드링king의 리뷰 http://blog.aladin.co.kr/drinkfast/7674420


였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전기자동차에 관심을 갖고 있고, 나아가 에너지 산업에 반쯤 다리를 걸치고 있기에 세계적인 혁신가로 주목 받는 일론 머스크가 과연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흥미진진한 내용과 구성에 빠져들었습니다. 


남아공에서 자란 모험과 고난을 동시에 경험한 어린 시절부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이야기, 페이팔 마이파로서의 큰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본격적인 허황된 꿈을 꾸기 시작한 현재까지의 약 40여년의 역사가 쉴 틈 없이 빠른 호흡 속에서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름철 하계 휴양 도서로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휴가지에서 읽기엔 아까운 책입니다.



일론 머스크 전기를 포함하여,15기 활동 중에서 best 5로 꼽는 나머지 4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무작위 순)


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

박정호 지음 / 한빛비즈 / 2015년 2월

http://blog.aladin.co.kr/drinkfast/7485797


단 - 버리고, 세우고, 지키기

이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http://blog.aladin.co.kr/drinkfast/7432008


하드씽 - 경영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

벤 호로위츠 지음, 안진환 옮김 / 36.5 / 2014년 12월

http://blog.aladin.co.kr/drinkfast/7386061


경영의 모험 - 빌 게이츠가 극찬한 금세기 최고의 경영서

존 브룩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동기 감수 / 쌤앤파커스 / 2015년 3월

http://blog.aladin.co.kr/drinkfast/7562176


4권 모두가 읽으면서 한번 두번 곱씹어 볼만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매달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2번 연속 좋은 기회를 준 알라딘 및 담당자분께 감사 말씀 드리며, 지각쟁이 파트원을 챙기느라 고생하신 파트장님께도 감사 말씀 올립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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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8 22: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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