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경제학 - 인간은 왜 이성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가
피터 우벨 지음, 김태훈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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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서의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주창하는 고전 경제학에 대해서, 인간의 합리적이지 못하고 이성적이지 못한 현실적인 모습을 증명해내기 시작한 행동경제학이 아직까지는 경제학의 지극히 미미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던 현실속의 인간의 여러 모순된 반응을 더 그럴듯하게 설명하며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모습을 보면 많은 영역에서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기존 경제학이 해내지 못한 더 그럴 듯한 해결책들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이미 일반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학책을 통해서 기존의 연구성과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어서, 이제는 이 분야의 책을 대하게 되면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행동경제학의 면모를 알려주는 연구결과나 여러 용어들에 대한 설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내용들을 기대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행동경제학을 현실속에서 어떻게 활용하여 삶을 더 개선시킬 것인가라는 면에서 기존의 책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동과학자이며 결정심리학자이자 의사이기도 한 저자는 행동경제학이 말하는 인간의 비합리성과 비이성성에 대한 주장을 기존의 논문이나 실험결과들에 근거한 이론적인 면에서만이 아니라 실제 자신이 현장에서 치료한 비만이나 중독 환자들의 치료 경험과 연관시켜서 설명함으로써, 먼저는 행동경제학이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그리고 비만환자들에 대한 여러 행동경제학적인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한 발 더 나아간다면 행동경제학이 기존의 경제학이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훌륭하게 제시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아담 스미스에서 시작된 고전경제학의 자유시장이론이 엄청난 부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부가 인류에게 풍부함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지만, 행동경제학자의 눈으로 보면 시장의 기적을 가져온 무한한 자유에는 이성적이지도 못하고 합리적이지도 못한 나쁜 결정을 내리고 고집할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저자는, 비만의 경우 자유시장주의자의 눈으로 보면 이성적인 선택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여러 근거들로 가득하겠지만, 행동경제학자의 눈에는 사람들이 그들의 주장만큼 이성적이지 않아 보인다는 말로 1부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이성적이지 못한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모습을 밝힌 행동경제학의 역사, 즉 커너먼과 트버스키에서 시작되고, 리처드 탈러에 의해서 경제학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되었으며, 실험실의 설문지나 교묘한 실험에서만이 아니라 현실 시장에 존재하는 소비자의 비이성적 행동을  실례로 보여준 이베이의 낙찰방식 등의 현실적인 증거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또한 행동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연금저축이나 장기기증과 같은 문제에 부드러운 개입주의를 적용하여 우아하게 해결한 결과를 바탕으로, 행동경제학이 우리 눈앞의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인간의 이성적인 측면과 비이성적인 측면 모두를 고려한 훌륭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3부에서는 비만과 연관된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즉 이성적이지 못한 식욕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고 있고, 마지막 4부에서는 인간의 비이성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만이나 흡연등의 중독에 대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이유들에 대한 고민과 함께,  기존의 행동경제학이 보여주었던 부드러운 개입주의를 뛰어넘는 세금정책이나 금전적인 유도, 식당의 규제, 자유의 제한 및 자제력의 교육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저자가 물론 부드러운 유도 이상의 적극적인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자유를 희생하지 않는 부드러운 개입이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 더 효과적인 적극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시험하고 평가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기존의 행동경제학 서적들에 비해 한 발 더 나아갔다고 할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람들의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 제한을 가하고, 적극적인 간섭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비만이나 중독이라는 문제를 통해서 좀더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비만이 각 개인의 이성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비이성적인 욕구와 환경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트랜스 지방을 금지하거나 식품 내용물에 대한 표기를 강화하는 등의 부드러운 개입주의를 넘어선 '적극적인 간섭', 즉 건강을 유지하는 사람에게 세금의 일부를 돌려주거나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만드는 회사에 대해서는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등의 세금정책, 독극물용기에 경고를 위해 해골표시를 하듯이 건강에 해로운 식품의 용기에 반감을 일으키는 이미지를 표시하게 하는 정책, 건강한 식습관을 기르기 위한 연구 및 문화적 환경의 조성, 그리고 학교에서의 자제력의 교육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먹고 제대로 운동하지 않는다면, 또한 담배를 끊지 못하고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으며 좋은 습관을 기르기 위해 시간은 투자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그런 문제를 초래한 자유시장 정책을 장려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동시에 잘살 권리도 있다. 자유와 복지가 충돌할 때는 세심하게 조정한 선에서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작은 대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열린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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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블루슈머 - 미래를 지배할 12가지 골든 마켓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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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슈머(Bluesumer)란 경쟁자가 없는, 잠재가능성이 높은 시장을 뜻하는 블루오션(Blue Ocean)과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의 합성어로 경쟁이 없는 시장의 새로운 소비자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여기저기 검색해 본 결과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하는 콩글리쉬랍니다.^^-  2007년 통계청에서 '한국의 블루슈머 6'로 이동족, 무서워하는 여성, 20대 아침 사양족, 피곤한 직장인, 3050 일하는 엄마, 살찐 한국인 등의 6개의 소비자 그룹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여 유행어의 반열에 올라섰다고 하고, 2009년에는 다시 통계청에서 '국가통계에서 찾아낸 2009 블루슈머 10'이라는 자료를 발표했는데, 그 안에는 백수 탈출, 똑똑한 지갑족, 나홀로 가구, 녹색 세대, U-쇼핑시대, 내나라 여행족, 자연愛 밥상족, 아이를 기다리는 부부, 거울보는 남자, 가려운 아이들 등 10가지 소비자 그룹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통계청 자료가 우리나라 안에서의 블루슈머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면, 이 책은 시선을 나라 밖으로 돌려서 세계 시장에서의 트렌드 변화를 살펴보고 그 안에서 블루슈머라고 할만한 12가지 잠재가능성이 높은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시장, 또는 신흥국 시장 등 지역적인 구분에 의해 시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트렌드를 보이는 소비자 그룹을 하나의 시장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이슬람의 여성들과 베트남 신세대의 경우를 예로들며 경제적인 주도권을 쥐고 실제 소비에 있어서도 중심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여성들이 만들어내고 선호하는 시장, 일본의 초식남이나 영국과 대만의 싱글족이 대표적인 예로 거론된 골든 싱글족 등.... 비슷한 트렌드를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나름의 독특함을 지닌 소비집단을 열두가지 주제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습니다. 애완동물 시장이나 실버 세대, 아름다움을 찾는 남자, 맞벌이 부부를 겨냥한 시장, 건강과 다이어트 시장 등은 새롭다기보다는 이미 우리에게도 어느정도 익숙하고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알려진 것들이지만 아직까지 가능성만큼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또는 아직도 틈새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습니다. 종교시장 같은 경우는 미처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휴대폰에 코란을 읽을 수 있게 해서 히트를 친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는 했지만- 부분이기도 하고, 이국적 문화도 시장이 된다는 부분은 한류를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되고, 아마 그러한 경험과 자신감이 일과성으로 몇몇 지류에 국한되지 않고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준비와 소개로 꾸준히 이어진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외에 날씨를 이용할 수 있는 시장, 미국의 히스패닉 등의 성장하는 비주류의 시장, 일본이나 네덜란드 등의 즐기는데 돈을 쓰는 사람들이 형성하는 시장에 대해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이 언급하는 블루슈머 시장은 개인들이 읽고 실제 생활에 유용하게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내용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최소한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가능성 있는 시장에 대해서 고민하는 경영자들이나 기업의 담당자들에게나 어울린다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들어가는 말에서 언급한, 미국에서 히스패닉 인종의 모습을 한 인형이 대박 상품이 되었고, 영국에서는 대형 가전 제품에 대비해 싱글족들을 겨냥해 만들어낸 미니 가전 제품들이 꾸준히 팔리며 짭짤한 재미를 주고 있다는 사실은 존재하는 시장이 아닌 트렌드를 읽고 창의적의 아이디어로 만들어내는 시장에 대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블루슈머 시장에 대한 실마리를 담고있고, 그러한 실마리가 각 개인에게는 세상의 트렌드에 대한 안목과 주변의 세상의 흐름에 대한 열린 눈과 귀, 그리고 마음을 갖을 수 있는 계기를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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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의 법칙
이몬 버틀러 지음, 김명철 옮김 / 시아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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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market)'이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받아들이는 의미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재래시장'이라는 표현에서처럼 물건이 거래되는 구체적인 장소를 가르키는 말로 사용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말의 자취를 따라가다보면 이러한 구체적인 장소를 나타내는 것보다는 훨씬 더 추상적인 의미로서의 '시장'을 만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주식시장' 또는 '주식시장이 강세다', '신흥국 시장' 또는 '선진 시장', '물건을 시장에 내놓는다',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등등..... 오늘날에는 이러한 추상적인 의미로서의 시장이 훨씬 더 귀에 익은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유시장경제의 울타리 안에 사는 우리들은 은연 중에 시장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부분적으로나마 몸으로 체득하며 살고 있다고도 하겠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앞서가거나 따라가지 못해서 시장에서 물을 먹는(?) 경우들이 종종 있고, 말로 확실히 설명하지도 못하고 또한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가 체험적으로 시장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나의 기억으로 경제에 대해서, 그리고 수요와 공급이 공존하는 시장경제에 대해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것은 아마도 고교시절의 사회과목과 관련된 시간이 처음이었던 듯 합니다. 그 유명한 수요와 공급곡선에서 시작하여 '균형가격' 이론과 수요와 공급 탄력성 등에 대한 내용들을 머릿속에 차례로 구겨넣었던 기억이 아직까지 어렴풋이나마 내 기억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처음 대하는 용어들이 난무하는 시간이었고 시험을 위해 억지로 암기하는 고통스런 시간도 추가되어야 했지만, 그래도 지금 되돌아보면, 싱싱한 머릿속에 그러한 지식을 채우던 시간들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은연중에 깨닫는 즐거움이 공존하던 시간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이후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시장과 경제에 대해서 부분적인 지식과 경험들은 쌓았겠지만, 체계적이거나 깊이있게 공부를 하거나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나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그런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고 있었던 듯도 합니다.  

 이 책의 원제가 'The Best Book on the Market'입니다. 우리나라 식으로 생각한다면 저자가 상당히 '거시기'하게 제목을 붙였다는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책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라고 하더라도 동양적인 사고에 젖은 내게는 과대망상을 가진 사람처럼 느껴지고, 말로 먼저 그렇게 허풍을 떠는 것이라면 실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니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책제목에 동의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시장경제에 대해서 너무도 쉽게, 하지만 정말 중요한 사항들을 콕콕 짚어가며 들려주는 저자의 솜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시장경제에 대한 조각지식들이 멋지게 연결되고 정리되어 시장의 작동원리와 방법을 지금까지보다 훨씬 훌륭하게 이해하게 된다고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별다른 근거없이 시장에 대해서 상당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자신감의 훌륭한 기초석 하나를 마련한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중국 란저우의 뒷골목 시장에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한 소녀를 통해 자신의 헤진 바짓단을 수선했던 멋진 경험에서 저자는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시장은 세상의 모든 곳에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여 그러한 시장이란 어떤 세계인지, 시장이 발전하고 부를 생산하는 원천이 무엇이었는지, 시장에서 가격의 역할이 무엇이며, 시장의 정교한 메시지를 교란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시장에서 경쟁이 어떤 결과는 가져오는지, 시장에서의 규칙과 윤리는 어떤 것이며 이러한 시장의 실패를 초래하는 요인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시장은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마주 익숙한 재료를 요리하듯이 이리저리 뒤적이며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읽는 이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의 이야기에 몰두하다보면 시장경제에 대한 중요한 토대들을 이내 익히고 즐기고 있는 스스로를 보게 됩니다. 책표지에 적힌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아주 실용적인 길잡이'라는 말이 결코 틀리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고교시절 어려운 용어들 속에서 억지로 알려고 했던 내용의 중요한 요점이 이 책에서는 하나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어린 학생들로부터 나이 지긋한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시장경제에 대한 훌륭한 소개서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The Best Book on the Market'이라는 제목이 결코 과장된 자신감이나 실없는 허풍으로 붙여진 것이 아니라고 동의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도 저자는 자신의 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확고히 믿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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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 세계 경제를 비추는 거울
도시마 이쓰오 지음, 김정환 옮김, 강호원 해제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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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실제 본인이 한 것인지 많은 의심을 받긴 하지만, 어렸을 때, 최영 장군의 전기 또는 그의 일생을 거론하는 이야기에 빠지지 않던 말입니다. 여기서 황금은 재물 또는 부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옛이야기를 보면 '금은보화'라는 말로 부가 표현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영광스러웠던 이스라엘 왕국을 대표하던 솔로몬 성전은 황금으로 기둥을 입혔고, 기타 여러 고대 유물이나 왕국의 번성을 이야기할 때, 금으로 만든 유물이나 금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거론되고는 합니다. 현대의 일반인들에게는 황금이 자신의 부에 대한 척도라기보다는 아이들의 돌잔치에 등장하는 반지나 여성들이 치장할 때 사용하는 장신구로서의 의미가 더 강하겠지만, 여하튼 옛부터 황금은 부와 권력의 중심부에 위치했던, 지금의 의미로 말한다면 한 사회의 경제력 또는 번성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근대에 이르러서는 금본위제에 의거한 화폐제도가 실시되면서 금은 말 그대로 경제의 중심 그 자체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에 이르러서의 황금의 경제적인 의미는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인가? 이젠 자국의 화폐가치를 금에 연동시키는 금본위제를 실시하는 나라는 없어졌고, 흔들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달러라는 강력한 기축통화가 한 시대를 풍미하며 세계 경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고, 또한 그 흔들리는 틈새를 또 다른 통화인 유로나 엔, 위안화가 호시탐탐 노리며 세력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지금, 일반인들이 실생활에서 그 영향력을 느끼기에는 거리가 있지만 세계경제가 출렁일 때마다 금값 폭등이라는 소식이 그나마 아직까지 금이 우리의 경제에 무언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듯 합니다. 최근의 금값이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했다는 뉴스들같은 소식들이 말입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는 금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경험적인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책에도 언급되었듯이 IMF 위기때 거국적으로 실시된 금모으기 행사를 통해서 모든 국민이 국가가 처한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힘을 모았던 사건은 아마도 금이 가진 경제적인 가치를 우리 모든 국민들에게 몸으로 느끼게한 사건이었던 듯 합니다. 아이의 돌반지, 귀걸이와 목걸이, 팔찌와 여러 장신구, 그리고 금으로 만든 치아 등등.... 물론 그 중에는 금으로 만든 돼지니 거북이니 하는 것도 있었겠지만, 국민들의 장롱 구석에서 서랍에서 나온 금은 그런 형태의 물건들이 대부분이었던 기억이고, 그것들이 모여서 -물론 상징적인 의미가 더 컷을수도 있겠지만- 나라의 중대한 위기를 헤쳐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현대에도 여전히 황금이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옛날에는 떠들썩하게 경제적인 부를 나타내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소리없이 강하다'는 어떤 차의 선전문구처럼 조용히 자신의 가치를 품고서 중요한 순간순간 내공을 보이고는 하는 황금..... 이 황금이 현대에 이르러 지니고 있다고 평가되는 경제적인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중심내용입니다. 

  저자는 세계금협회 한일지역 대표로, 스위스 은행의 귀금속 딜러였고, 현재는 세계금협회에서 금에 대해 조사연구 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런 경력을 가진만큼 저자는 서문에서 금시장에는 전 세계의 정치, 경제 동향이 응축되어 있는 '세계 정세을 투영하는 거울이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말을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표현하면 달러나 다른 통화들의 가치변동, 원유나 기타 원자재, 또는 곡물 등의 상품 가격등에도 동일하게 표현될 수 있는 말이기는 하지만, 2000여년간 경제의 중심에서 그 역할을 감당해 오던 금에 대한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분명 금에 필적할 만한 다른 것은 없다고해도 될 듯 합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금이 아직까지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화려한 매력이 있다거나 주식이나 기타 원자재처럼 현대적인 의미의 투자상품으로서의 일반인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위세를 발휘할 때는 뒤로 물러났다가 세계정세가 불안해질 때마다 그 중심에서 묵묵히 가치를 지닌 무게중심으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곤 하던 시장에서 금이 가졌던 가치에 대한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그러한 사건들에 담긴 금의 경제적인 가치와 의미에 대해 독자들에게 차분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즉 투자상품으로서의 매력을 지닌 황금, 또는 잘 투자하면 대박을 안겨줄 수 있는 황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금 가격 변동의 배경에서부터 시작하여 다시 금이 통화의 기본으로 주목받는 이유, 그리고 금시장을 움직이는 세력들과 나라들이 누구이며, 앞으로 금시장에 영향을 끼칠만한 변수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 여전히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금에 대해 그 진면목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고 하겠습니다.   

 인류가 '교환을 기반으로 한 경제생활을 영위하기 시작한 뒤 다른 물건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가치척도로서의 역할을 해왔'던 금이, 달러가 시대를 풍미하던 시절에는 경제의 뒷전으로 어정쩡하게 밀려나 있다가 경제적인 위기시에나 겨우 자신의 존재가치를 조금 과시할 수 있었듯이, 앞으로도 세계정세의 변화나 각국의 정책방향에 따라 현재 치솟는 금의 가치가 예전처럼 곤두박질 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때 금본위제 시대에 누렸던 화려한 영광은 지금의 어느 나라도 과감하게 그러한 시대로 돌아가고자 하지 않을 것이기에 다시 누리기는 어려운 과거의 기억일 뿐입니다. 그래서 '영원한 안전자산'이라는 표현에 의문이 생기기도 하지만, 저자가 누차 강조하던 '유사시의 금'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금을 경제의 측면에서는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차분에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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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심리학 가위바위보 - 일상 속 갈등과 딜레마를 해결하는
렌 피셔 지음, 박인균 옮김, 황상민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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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로섬 게임만 아니라면 서로 협력하는 해결책만 찾을 수 있다면, 언제나 쌍방이 승리하는 게임으로 전환할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나 '공유지의 비극'등의 개념은 우리가 서로 협력할 때는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이기심의 덫에 빠져 협력을 포기하고 상대를 속이거나, 양측이 모두 서로를 속일 때 발생하는 딜레마 상황에 대한 것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딜레마 상황에 대한 개념을 우리가 사회생활에서 겪는 갈등과 딜레마 상황으로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즉, 가족이나 직장생활, 기타 여러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형성되는 개인이나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갈등 상황들을 게임 이론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또한 게임이론을 통해서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대면하는 사회적 딜레마의 덫을 일곱가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개인과 개인의 갈등 속에서 발생하는 '죄수의 딜레마', 집단 내 여러 쌍의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공유지의 비극', 사람들이 공동체의 자원에 기여하지 않고 이용하려고만 할 때 발생하는 '무임승차', 벼랑 끝 협상으로 표현되는 '치킨 게임', 나머지를 위해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아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지원자의 딜레마', 각자가 원하는 것을 따로 하는 것보다는 서로 함께 하려고 했을 때 발생하곤 하는 '성 대결', 그리고 집단 구성원이 서로 협력하면 보상이 큰 모험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협력을 깨고 단독으로 행동하면 보상이 작지만 성공이 확실한 경우를 말하는 '사슴 사냥', 이상의 일곱가지 상태를 딜레마의 상황으로 파악하고 먼저는 이러한 덫이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우리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신뢰와 협력', 저자가 앞에서 언급한 일곱가지 딜레마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으로 말하는 해결책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형성하고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말인데,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발적 이행 합의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나 상대방이 배반을 생각하지 않고 나를 믿어도 된다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자발적 이행 전략의 전형이 바로 책의 제목으로 쓰인 '가위, 바위, 보' 게임으로, 저자는 자연계에 분포하는 절묘한 3의 균형에 대해서 살피고, 그 안에 담긴 자발적 이행 전략에 의한 균형의 상태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의식적으로 협력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각각의 딜레마 상황에서 상대편으로부터 신뢰와 협력을 얻어내고, 또한 그러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저자는 신뢰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실제로 상대방에게 우리가 한 약속이 믿을 만한 약속임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러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필요한 전략으로 '변심할 경우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만들'거나 '빠져나갈 구멍을 계획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을 통해 상대편이 신뢰할 만한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상대편이 그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하는 협력 유지를 위한 게임의 법칙으로는 영혼이 없는 가상세계에서는 상대편이 협력할 때는 협력을 유지하고 배반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가하는 '맞받아치기 전략' 이지만, 실생활에서 우리의 행동방식과 좀더 가깝고 또한 전략적으로 맞받아치기 전략보다 우세한 '이기면 머물고 지면 움직이라 Win-Stay, Lose-Shift' 전략이라고 합니다. '이기면 머물고 지면 움직이라'는 전략과 '맞받아치기 전략'의 중요한 차이점은 이전 상황에서 서로가 배반으로 손해를 보았다면 대립을 유지하기 보다는 다시 협력을 제안하여 상대의 협력을 얻어낸다면 다시 협력을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전략 외에 저자가 소개하는 협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게임을 바꾸는 방법으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것과 양자 게임이론의 적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게임이론을 바탕으로 우리가 실생활에서 대하게 되는 여러 갈등 상황에 대한 근본원인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저자가 소개한 '일상생활에서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유용한 열 가지 비법' 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기면 머물고 지면 움직이라. 

 2. 다른 참가자를 영입하라. 

 3. 일종의 상호 협력 관계를 형성하라. 

 4. 협력에서 이탈할 경우 손실을 입도록 미래의 선택권을 제한하라. 

 5. 신뢰를 주라. 

 6. 손해보지 않고 혼자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라. 

 7. 추가 보상을 제공하여 협력적 제휴를 구축하고 유지하라. 

 8. 일곱가지 치명적인 딜레마를 알고, 여러 참가자의 이득과 비용을 재구성하여 딜레마가 사라지게 노력하라. 

 9. 재화, 책임, 일자리, 불이익까지 분배하여 불만이 없게 하라. 

 10. 큰 집단을 더 작은 집단으로 나누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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