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험 - 바이오스피어 2, 2년 20분
제인 포인터 지음, 박범수 옮김 / 알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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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인 탐사선 피닉스가 화성 표면에 안착했다는 소식과 함께 실린, 피닉스가 전송해 온 사진을 보면, 화성의 표면은 언뜻 보기에 지구의 어느 황량한 벌판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만듭니다. 나무나 풀은 보이지 않고, 돌멩이가 섞인 울퉁불퉁한 대지가 끝없이 펼쳐지고 지평선 너머의 잿빛하늘은 다른 행성이라는 느낌보다는 우리가 자라면서 어디선가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풍경이었습니다.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도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제일 가능성이 많은 첫 행성으로 언급되는 곳은 아마도 화성인 듯 합니다. 여러면에서 지구와 비슷한 점이 있고, 또한 거리도 크게 멀지 않다는(?) 장점도 있구요. 물론 가장 가까운 공전궤도를 가정한다고 하더라도 화성까지 갔다 오는데는 2-3년이 걸릴거라고 하니 아직까지는 상상속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탐사선 피닉스가 오늘 보내온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 먼 미래의 상상은 아닐거라는, 아니 상상이라기보다는 가까운 미래의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인간이 달에 발을 디딘 후로 아직까지 사람이 그 너머의 행성이나 위성에 가본 적은 없습니다. 물론 무인 탐사선으로 얻은 정보들은 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달을 넘어 다른 곳에 간다는 것은 냉정히 생각해 보면 달에 간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더구나 다른 행성에 가서 산다고 하면 그것은 거기에 간다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요. 달은 며칠간의 식량과 항해로 갈수 있겠지만, 화성에만 간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며칠이나 몇주가 아닌 6-8개월이 걸리고 왕복하려면 2-3년이라고 하니 그것은 곧 단순히 우주선과 우주복 등의 단순한 과학적 성과이상, 즉 지구밖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라는 문제가 걸려 있는 훨씬 난해하고 복잡한 일일거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좀더 빠른 우주여행의 방법이나 비행선이 개발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런 진보와 함께 필요한 것이 지구밖의 환경에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여건에 대한, 지속가능한 환경의 구축이 필수적인 부분의 하나가 될거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더더구나 그러한 행성에서 인간이 살아간다고 가정한다면 몇 세대를 거쳐서라도 지속가능한 그런 환경이나 인공 생물권의 모델이 필요할거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단순히 우주선을 타고 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말하는 '바이오스피어 2'의 의미가 있다고 먼저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구라는 생태계와는 완전히 분리된 인공 생태계를 조성하고 -물론 모두가 차단된 것은 아니고 지구가 태양에서 에너지를 받아들이듯이 전력과 태양의 에너지는 외부에서 공급되고, 그리고 통신은 가능하게 설계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여덟 명의 사람이 자급자족하며 2년간을 생활하도록 설계된 바이오스피어 2는 아리조나의 사막 1.275헥타르의 면적에 다섯개의 야생 생물군계 (열대우림, 사바나, 사막, 습지, 대양)과 인간에 의해 변형된 생물군계 (인간 거주 구역과 집약 농업 구역)로 구성된 인공 생태계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각 생물군계에 적합하리라고 생각되는 동식물을 채집해서 실험구역들을 채우고 외부와는 완전히 밀폐된 상태에서 먹을 식량에서부터 숨쉴 산소농도의 유지, 이산화탄소 농도의 유지 등 지속가능한 그리고 자족적으로 생존가능한 환경에 대한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목적은 다른 행성에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한 최소한의 생태계 구성을 위한 이상적인 결과물을 바라고 실시한 실험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러한 것들에서 파생된 것들은 현재의 지구와 우리가 사는 자연환경을 이해하고 그것들에 접근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결과를 놓고 보면 처음 실시한 이 실험이 성공적인 것이었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점점 줄어드는 산소 농도와 불충분한 식량 생산량과 같은 심각한 기술적인 문제가 있었고, 또 한가지 고립에 의해 발생하는 정서적, 심리적 문제점들도 결코 무시하지 못할 문제점으로 남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문제들이 개선할 수 없는 것도 아니기에 다른 행성에서의 생존가능성에 대한 실험 혹은 생태학 연구 수단으로서의 바이오스피어 2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그리고 개선된 인공환경을 위한 첫걸음으로 그리고 인간이 다른 행성에서 산다는 낭만적인 꿈에 아마도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한 첫 프로젝트로 기억되고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목과 책소개를 보며 처음에는 인공 생태계 -즉 다른 행성에서 지속적이고 생존가능한 환경단위-의 완벽한 구성을 위한 과학적인 접근과 분석을 기대하며  이 책을 처음 접했습니다. 과학서적이리라는 생각으로 대한 것이지요. 물론 책의 바탕이 되는 것은 바이오스피어 2의 그러한 측면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책 내용의 많은 부분은 그러한 과학적인 사실들과는 관계가 없는,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과정이나 바이오스피어 2가 건설되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사람들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기조는 인공생태계의 완성이라는 과학적인 목적을 가진 것이지만 책의 구성은 그런 과학적인 면에서의 기록이 아니라 바이오스피어 2의 역사라는 측면이나 그 안에서 2년을 견디어 내었던 저자의 자전적인 기록이라는 측면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느낌이 바이오스피어 2를 읽기전에 기대했던 '다른 행성에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과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꺽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글을 통해서 이러한 실험이 개선되면 좀더 효율적이고 좀더 지속가능한 완벽에 다가선 환경을 구축해 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러한 것들에 대한 세세한 지식을 얻을 수 없어서 아쉬움이 많기는 하였습니다. 또한, 엄청난 자금을 들였지만, 공공이 아닌 개인의 투자로 이루어진 프로젝트이기에 지속되지 못하고 여러 문제점들을 노출하며 중단되어 버렸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프로젝트가 국가가 나서서 시행했다면 훨씬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되었을텐데하는 아쉬움도 있구요. - 개인적인 희망사항일 뿐이겠지만 말입니다.

 물론 미국의 NASA나 다른 나라의 우주센터들이 추구하는 화성이나 다른 행성으로의 유인우주선에 의한 왕복이나 삶의 터전의 건설은 바이오스피어 2가 실현하고자 했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투자와 집념으로 시행된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우주를 바라보면서 막연히 상상의 세계에 머물러 있을 다른 행성에 식민지(?)를 개척한다는 꿈에 대한 좀더 현실적인 시각을 제공해 주고, 또한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지구라는 수억년을 지속적으로 생명의 삶의 터전으로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는 바이오스피어 1에 대한 놀라움과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귀중한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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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창조와 욕망의 역사
토머스 휴즈 지음, 김정미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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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핸드폰을 통해서 집의 냉/난방을 조절하고, 애완동물에게 먹이를 주고, 보안상태를 점검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테크놀로지가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살고 있을 것이라고 보여주는 세상살이의 한 단면입니다. 적어도 '테크놀로지'하면 이러한 첨단 무선통신이나 컴퓨터, 인터넷 등을 먼저 생각하고 그러한 세계로 한정짓는 것이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일 듯 합니다. 또한 그러한 것들로 인한 편리함의 증가나 꿈으로만 여기던 또 다른 세상의 열림은 염려보다는 열광과 환희로, 그리고 열심히 따라 익혀야 할 문화의 첨단으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인 듯 합니다. 이 책은 테크놀로지에 대해 그러한 단편적인 생각에 빠져있는 나 같은 이들에게 테크놀로지가 무엇이며, 그러한 과학과 문명의 발달, 그리고 문화의 변화 등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몇 가지 대답들을 들려주는 책입니다. 단순한 정보통신의 발달이라는 의미 이상의 것들에 대한 고찰과 역사적인 흐름에 대한 세밀한 조사, 그리고 각각의 발달에 따른 사회문화의 변화에 대한 의미와 세상의 가치관 등에 대한 변화까지를 아우르고 있기에 읽어내고 이해하기에 간단하지 않은 책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어지럽고 복잡하고 이해하거나 정의하기에도 난해한 테크놀로지.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테크놀로지란 '기술자, 기계 전문가, 발명가, 엔지니어, 설계자, 과학자들이 각종 도구와 기계, 지식으로 세상을 재창조하고 인간이 만든 이 세계를 통제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보통신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정보통신이 나타나기 오래 전부터 발휘되었던 '인간의 독창성 및 발명 능력과 관련된 창조적 과정'을 테크놀로지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인간이 도구를 만들어 다른 동물과 차별화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어떤 의미로는 테크놀로지가 존재했다고 할수도 있겠습니다. - 물론 이것은 저자의 생각과 정의를 내 자의적으로 부풀려 해석하고 확대한 것입니다-

 서문을 제외하고 다섯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테크놀로지를 통해 거친 신세계의 황무지를 에덴동산으로 바꾸려는 야심가득한 희망을 품었던 미국의 이야기를 담은 '테크놀로지와 두번째 창조', 미국인이 꿈꾸었던 두번째 창조를 통한 에덴의 재건이 아닌 산업혁명이라는 기계혁명을 통해 절정을 이루었던,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기체로서의 인간의 위기의식이 발현되게 되었던 과정을 이야기 하는 '기계로서의 테크놀로지', 단순한 기계적인 시스템의 복잡해지며 통제권을 벗어나려는 테크놀로지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시스템을 통재하려는 시도 속에서 발생한 폭발적인 정보혁명을 다룬 '시스템, 통제, 정보로서의 테크놀로지',  테크놀로지의 창조성과 인공세계에 대한 긍정을 통해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 간 건축가와 예술가, 또는 그에 항거하고 유기체로서의 인간을 소망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테크놀로지와 문화',  그리고 가속화 되는 인공세상과 테크놀로지 시스템 속에서 유기체로서의 인간이 지속가능한 삶, 자연과 인공세계의 조화를 위한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담은 '생태환경의 창조'에 각 장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테크놀로지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나 인간의 편리함의 증대 등 만을 뜻하는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테크놀로지의 창조성은 인간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지만, 바벨탑을 쌓은 인간들의 교만함의 끝이었던 자연과 자기 파괴라는 무서운 독도 함께 품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우리의 문화와 사상 그리고 환경마저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바꾸고 사람들이 가치관과 기술적인 변화에 대항하지 못하고 결국은 순순히 투항하게 만드는 위협적인 요소도 함께 지니고 있고, 그러한 위협은 더더욱 확장하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위협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 '이 책의 독자로 하여금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것에 더욱 큰 책임을 느끼고 인간이 테크놀로지로 구축한 이 세계의 특징을 더욱 깊이 숙고하'고,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를 통해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들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될', 테크놀로지에 의한 '가치관의 변화와 기술적 변화에 대한 실천가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자세를 위한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 것이구요.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어쩌면 우리는 테크놀로지라는 달콤한 사탕에 막연히 기대어 영혼을 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조금은 으시시한 것이었습니다. 기술발전의 편리함과 화려함, 새로움 등에만 취하지 말고 그 이면의 의미와 결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숙고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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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 수컷들의 위대한 사랑
마티 크럼프 지음, 이충호 옮김 / 도솔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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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텔리비젼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서, 어른이나 아이나 할 것 없이 흥미롭게 보곤 했던 '동물의 왕국'을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당시는 볼것도 읽을거리도 많지 않았던 때라 동물들의 야생생활을 들여다 보는 것 자체가 큰 흥미를 주는 일이었지만, 아직까지도 텔리비젼에서 동물의 생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노라면 그때 받았던 그런 흥미와 재미를 느끼곤 합니다. 단순히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된 기쁨보다는 한단계 더 발전한, 감정적인 공감의 시간을 갖는다고나 할까.... 여느 동물들의 삶이 사람과 많이 다른 듯 하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삶과 너무 닮아 있거나, 어찌보면 사람들보다 더 인간적인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기도 하다는 의미에서의 공감..... 때문이지요.

 이 책은 동물들의 그러한 모습들을 담아놓았습니다.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도, 참 아름답기도 하고 처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사람들보다 더 사람같은 모습으로, 또 한편으로는 사람이 상상하지도 못하는 방법으로 일생을 살아가는, 또는 생의 한 부분을 장식하는 동물들의 이야기입니다. 몸집이 큰 포유류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거미나 작은 곤충이나 파충류, 그리고 더 나아가 무척추 동물의 세계 - 읽는 이의 입장에서는 조금 어려웠던 부분이었습니다- 에까지 작가의 세심한 손길이 닿아 있습니다. 내용은 위대한 수컷들의 애타는 구애를 담은 것에서 부터, 지극한 새끼 돌보기, 먹이를 구하기 위한 노력들,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기 위한 동물들의 독특한 변장술과 방어술, 짝짓기를 위한 신기하고 처절한 노력들에 대한 관찰의 기록입니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 자신이나 동료들의 '과학적 관찰 사실 가운데서 보통사람들이 즐겁게 읽으면서 새겨볼 만한 뜻이 있는' '기묘하고 놀라운 이야기를 골랐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즉 학자적인 시각에서가 아닌, 보통사람의 눈높이로 보았을 때, 신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었다는 이야기겠지요. 물론 중간중간 나오는 동물들의 이름자체부터 난해한 경우-예를 들면 군대개미의 일종인 '에키톤 부르첼리'나 광절열주조충, 유구조충 등의 경우-도 있지만, 각 동물들의 독특한 삶에 대한 내용만으로 보면 충분히 저자의 노력을 읽을 수 있습니다.

 코끼리 물범의 하렘에서 이슬람의 하렘을 생각하고, 짝짓기를 성공하기 위해서 다른 새들의 둥지를 부수고 훔치기를 서슴치 않는 바우어새 수컷의 모습에서 물질주의에 찌든 인간의 그림자를 보고, 암컷의 흉내를 내 짝짓기 기회를 노리는 쥐며느리나 갑오징어 등의 이야기를 통해서 황소로 변신해 바람을 피운 로마신화속의 유피테르의 일면을 지닌 인간의 모습을 지적해 내는 등 저자의 번뜩이는 인간사와 동물사에 대한 관찰과 탐구는 분명 저자의 의도대로 보통사람의 눈으로 보기에도 신기하고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그런 인간사와 직접 연관시키지 않은 많은 부분들도 관심있게 읽다보면 단순한 흥미를 넘은 자연의 가르침을 주는 것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황제펭귄의 자식 돌보기나 자신의 주검을 후손에게 먹이로 제공하는 거미의 희생과 같은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지요. 또 한가지 미처 알지 못하던 깨우침을 주는 부분이 있는데, 끝맺는 말에 저자가 언급했듯이 '아무 관계가 없는 다양한 동물들이 ...이러한 ... 행동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를 들면 둥지가 새들만의 발명품이 아니고 거미나 흰개미, 딱정벌레 곤충 중의 일부, 그리고 일부 물고기나 양서류, 파충류 등도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키우는 것이나 신체의 일부를 떼었다가 재생할 수 있는 바닷가재와 게, 불가사리, 도룡뇽, 도마뱀의 경우, 그리고 섹스의 대가로 먹이를 선물로 바치는 동물들, 도둑장가를 드는 동물들의 경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동물들이 서로 비슷한 전략이나 행동을 공유하는 양상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생존에 유효한 전략이나 행동은 종을 초월한다는 의미가 아닐는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렇기에 아마도 이러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신기함과 흥미로움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자신의 그림자도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다양한 동물들의 삶속에 비친 사람의 그림자를 보며, 결국 사람도 그 자연이 이룬 다양성의 일부라는, 그래서 그 자연속에서 스스로만 뛰쳐나와 거스리며 살 수는 없으리라는 그러한 저자의 암시까지 느끼게 된다면, 이 이야기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얻기를 바란 저자의 소박한 바람에 대한 과민반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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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조상을 찾아서 - 제노그래픽 프로젝트
스펜서 웰스 지음, 채은진 옮김 / 말글빛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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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DNA (혈통 - 이브)

하플로그룹 M

이브 -> L1/L0 -> L2 -> L3 -> M -> M7b2

Y Chromosome (혈통 - 아담)

하플로 그룹 O2

아담 -> M168 -> M89 -> M9 -> P31

 일반인들에게는 암호처럼 느껴지는 위의 표시가 책에 소개된 한국인의 혈통에 대한 유전학적인 계통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물론 한국사람들이 반드시 모두 이러한 계통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는 이와는 전혀 다른 혈통을 지니고 있을 수 있고, 충분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더욱 다양한 모습의 계통도가 완성되겠지만, 이 책에 '한국'이라고 언급한 계통도만을 찾아서 적어본 것입니다.

 인류의 '조상'을 찾아서. 책 제목을 보면서 처음에는 인류의 기원에 대한 언급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즉 인간은 어디에서 분화되었는가, 과연 인간이 원숭이와 다르지 않은 존재인가 하는 등의 문제들에 대한 좀더 명확한 대답을 기대했다고 해야겠지요. 하지만 이 책의 초점은 그런 기원의 문제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기원보다는 최초의 인류의 조상이 어디에서 살기 시작하였고, 어떤 경로를 거쳐서 세계에 퍼지게 되었을까? 하는 각 개인 또는 민족의 원류를 찾는 부분에 초점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들이 사용한 방법은 현대과학과 유전학의 발전에 따른 유전자에 대한 연구 - 미토콘드리아 DNA (mt DNA)와 Y 염색체의 돌연변이 - 를 토대로 한 것입니다. 즉 사람들이 세포안에 인류의 최초의 조상으로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염색체의 변이를 연구하여 각각의 분포를 파악하고, 고고학이나 지질학이나 지형, 기후 등의 영향을 고려하여 인류의 이동을 추론해 내는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위치에 이르게 된 경로를 탐구해 보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의 연구가 가능하게 하는 한 것은 인간이 지니고 있는 두가지 유전학적인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즉 남자만이 지니고 있는 Y 염색체를 통해서 - 다행히 이 염색체는 다른 염색체들에 비해서 돌연변이가 심하지 않습니다- 남성의 혈족 '아담'의 이동을 관찰할 수 있었고, mt DNA는 오로지 어머니를 통해서만 자식들에게 유전된다는 점을 통해서 mt DNA의 변이를 통해서 '이브'의 이동경로를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현대는 다양한 이동수단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거주한 지역에서 전세계로 이동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통해서 얻은 자료는 세심하게 다른 학문들과 연계하여 해석하여야 하는 부분이 있고, 또한 의미있는 자료가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샘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단 몇사람의 자료를 가지고 대표성을 이야기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저자들이 밝힌 내용중에서 몇가지 재미있는 사실들이 있습니다. 우선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야기 된 부분이지만, 인류의 첫조상인 아담이나 이브는 모두 아프리카에 살았다는 것과 그들은 흑인이었을 거라는 겁니다. 현재의 인종의 구분은 아마도 5만년전 이후로 인류가 전세계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적응과 선택의 결과였을 거라고 이야기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세계적으로 뿌리깊은 인종갈등이나 민족우월주의라는 것이, 기나긴 지구의 역사나, 그보다는 짧지만 인류의 기원을 따지면 몇백만년을 따지곤 하는데, 그러한 긴 시간과 무관하게 근래 5만년이후의 환경에 의한 변화를 가지고 서로의 잘남을 따지는 부질없는 짓이라는 -즉 인종이나 민족우월주의라는 것이 아무 근거가 없는 동일한 조상에서 파생된 다른 환경에 적응한 집단일 뿐이라는- 사실일 듯 합니다. 그리고 유럽의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에렉투스는 현생 인류의 혈통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멸종한 일족이라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의 최신 지식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학창시절 배우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시작되는 인류의 계통도에 대한 기억으로 쓰는 것이니까요-. 또 한가지 여자의 첫조상으로서의 이브는 17-20만년전에 아프리카에 나타났지만, 남자의 첫조상으로서의 아담은 5-6만년전에 아프리카에 살았던 남자일거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전에도 이브의 파트너로서의 남성이 있었겠지만, 분화를 시작한 남성의 조상이 5-6만년근처로 나타나는 것은 모든 남성이 후손을 남길 수 없었던 특성 -강한 일부의 남성만이 여성을 통해서 후손을 남겼던 당시 사회의 특성 -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며, 그 후로 일부가 중동으로 옮겨갔고 거기서 농업과 연관된 정착민으로 살던 이들이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아메리카로 이동하였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인류의 도구를 사용하고 언어를 사용하고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역사는 아마도 그 이후에 이루어진, 어찌보면 5만년전 후에 이루어진 근래의 역사일거라는 사실도 말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들이 이야기하는 연구 방법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류가 발견되고, 해석상의 잘못들이나 고고학 등의 실질적인 유물에 의한 반론들이 제기될 수도 있겠지만, 현대 과학의 진보에 따른 가장 타당한 모습의 인류의 시작과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지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신화와 전설속에 매몰되어 있는 선사시시대의 이야기를,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있으니까요. 저자들은 아직도 더 많은 샘플이 필요하고, 지역에 따른 관심사항의 다양함도 해결해야할 것들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더 많은 이야기거리가 생기겠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프로젝트의 가장 큰 기여는, 외모의 차이로 서로를 차별하고, 나라와 종교의 차이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기를 주저하지 않는 세상사람들에게 그러한 차이의 너머에는 그리 멀지 않은 때에 서로에게 공통된 조상이 있었다는, 서로가 동일한 증증증...증조부나 증증증...증조모를 지닌 가족이었으리라는 또렷한 일깨움을 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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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 101가지 이야기 - 누구나 알아야 할
프레데만 슈렌크 외 지음, 배진아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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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지구의 역사 가운데서 아이들이 가장 열광하는 부분이 중생대의 공룡시대일 듯 합니다. 사나운 티라노사우르스에서 시작하여 거대한 디플로도쿠스나 브라키오사우르스, 특이한 모양의 트리케라톱스나 안킬로사우르스 등이 등장하는 공룡시대는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또한 탐구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닌 것이 사실이고, 어렸을때 한동안 그러한 공룡들에 심취(?)하지 않는 남자아이들이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우리집의 둘째도, 지금도 공룡인형을 가지고 놀고 가끔씩 공룡에 대한 책들을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조금 더 어렸을때는 공룡책이라면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사달라고 조르기 일쑤였고, 어디가서 공룡인형을 볼라치면 기어이 그걸 손에 들고 오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덕에 공룡이름이며 그 당시의 지구에 대해서는 어른인 나보다도 몇수 위에 있기도 합니다. 공룡들이 멸망당한 이후에 나타난 스밀로돈이나 매머드 등에 대한 것들로 관심분야가 넓혀지기도 했지만, 어른의 눈으로 보는 그러한 관심은 실제라기 보다는 상상의 세계에 가까운 꿈속 이야기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한 실제 반, 상상 반의 세계로 생각하고 있던 선사시대에 대한 이 책을 처음 대할 때, 진지하다기 보다는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던 호기심 어린 시선이 더 강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에게 선사시대에 대해서 좀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부터,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거리는 없을까, 얼마전 텔리비젼에서 본 고대 잠자리는 엄청 크던데 그게 사실이었을까.. 등등.... 이 책은 제목이 말해 주듯이 선사시대에 대한 101가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대적으로는 현재에서 거슬러 올라가서 신생대의 충적세를 커쳐 중생대, 고생대, 하데스대를 거쳐, 지구의 탄생전인 태고 이전까지로, 시간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물론 거기에는 사라졌다 멸망한 많은 동식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지구의 변화, 대륙과 대양의 변화, 기후의 변화, 지구의 탄생과 암석과 물의 생성, 생명의 기원과 진화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형식은 단순한 질문 101가지에 대한 답변의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거기에는 단편적인 시간의 흐름과 지구 생물의 변화에 대한 기술이 아닌 그 이상의 것이 담겨 있습니다. 즉 과거의 이야기로서의 선사시대가 아니라 거기서 우리가 미래를 생각하며 배울 것이 무엇인지, 현대 사회의 발전을 그러한 과거 역사에 비추어 진화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는 없는지, 지구의 반복되는 빙하기와 동식물의 멸종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등의, 글로 기록된 역사시대를 돌아보며 우리가 배우고자 하는 것들과는 또 다른 의미의 물음과 깨달음을 함께 전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그러한 호기심을 넘어선 깊이는, 저자가 정리한 방대한 자료에 더한 자신이 쌓아온 학문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서 온 것이겠구요.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호기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란 무엇인가, 진화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인간의 미래는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또는 아직도 우리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과 우리가 땅속에 묻힌 것들과의 대화속에서 알아 듣지 못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인간의 지식너머에 있는 지구의 비밀이 인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등의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갖게 합니다.

 이 책을 읽는 것이 단순한 지구의 과거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하더라도, 아마도 대부분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진지하게, 땅속에 묻힌 비밀들로만 인간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지구의 과거 선사시대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고 하면, 호기심을 채울만한 지식 이상의 지혜를 얻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책으로 써내려온 인간의 역사에서 보다도 더 많은 배울거리들이 아직도 우리의 발밑 땅속에 숨겨져 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갖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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