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생각의 한계 - 당신이 뭘 아는지 당신은 어떻게 아는가
로버트 버튼 지음, 김미선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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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느껴지든지 간에, 확신은 의식적인 선택도 아니고 사고 과정조차도 아니다. 확신과 '우리가 뭘 아는지를 알고 있는' 유사한 상태들은 마치 사랑이나 분노처럼, 이성과 무관하게 작용하는 무의식적인 뇌의 기제들로부터 일어난다. - p12 

 위의 글은 저자가 말하는 '확신' 또는 '안다'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전제이자 이 책의 중심 주제입니다.  즉 확신이나 신념이라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순수하게 신중하고, 논리적이고, 의식적인 선택'의 결과물이 아니라, 겉보기와는 다르게 이성과는 무관한 무의식적인 뇌의 숨겨진 층에서의 은밀한(?) 작업의 결과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실에 대해서 '안다' 또는 '확신한다'는 생각 -또는 느낌-을 가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믿듯이 어떤 확실한 증거나 과정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뇌의 기본작동 방식인 수많은 뉴런을 통한 입력이 뇌의 숨겨진 층이라고 할 수 있는 상호 작용에 대한 처리과정을 통해서 자각되는 것으로, 결국 모든 '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은 그러한 사람이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적인 과정을 통해서만이 생성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확신이라는 것 또는 불신이라는 것은 우리가 믿는 처음부터 끝까지 투명하게 알 수 있는 고유하고 순수한 이성적인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라, 무의식의 과정이라는 불수의적인 감각을 통해서 그리고 그러한 과정은 한 개체의 유전적 소인이나 태어나서 주변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배우게(?) 된 여러 인자들에 의해 독특하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으로, 그러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순수하게 객관적인 앎이라든가, 결코 오류가 없는 진실 또는 이성이라는 것은  그 동안 사람들이 쌓아온 신화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저자는 생물학적인 우리의 신경망을 단순화하여 입력, 숨겨진 층, 출력의 과정으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빛이 눈으로 들어가면 망막이 그 섬광을 전기 데이터로 바꾸어 시신경을 따라 뇌로 보내는 입력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데이터가 아무런 변형없이 순수하게 뇌에 도달하여 의식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잠재의식의 대기역으로 가서 그 동안의 모든 생물학적인 성향과 과거 경험들을 대변하는 문 뒤-의식의 뒤, 즉 무의식의 과정-에서 주어진 데이터에 대한 조사와 평가, 논의가 이루어진 뒤에 슬며시, 하지만 매끈하고 세련되게 합의된(?) 데이터가 의식의 세계로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의 세계로 흘러들어온 데이터를 통해서 자기가 본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안다고 느끼게 되는데, 실제로 각각의 사람들이 가지는 신경망의 구조는 그 사람의 유전적인 소인과 환경 요인에 의해서 차이가 나고, 그 차이라는 것은 결국 문 뒤에서 작용하는 숨겨진 층 -무의식의 영역-이 주어진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를 낳게 되므로, 결국 우리가 안다는 것은 아주 객관적인 것,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각 개인의 앎의 차이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같은 빨간 색이라도 각 개인이 동일한 색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것, 같은 글을 읽고 그림을 보고 노래를 듣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통해서 각 개인이 느끼는 감각이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고, 그 영역을 더 확장해서 생각한다면 종교와 과학간의 대립, 이성과 직관간의 대립 등도 결국은 그러한 차이에서 연유하는 것이지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됩니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껴 두번째 읽어보지만, 기본적인 개념들을 어느정도 알 듯하다가도, 더 읽어가다보면 어느 순간에 머릿속이 혼란스럽게 엉켜버리는 듯한 느낌을 자주 가질 수 밖에 없었었습니다. 이 책이 말하는 개념들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내용들은 뇌의 작동방식에 대한 생물학적인 이해가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에 덧붙여 '인지부조화, 신경망과 인공지능, 모듈과 창발, 학습과 기억, 보상과 중독, 본성과 양육, 의식과 무의식' 등의 인지과학의 영역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며, 그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대면하는 신앙과 과학, 객관과 주관, 이성과 직관 등에 대한 창의적인 사고를 적용할 만한 능력까지 요구하는데서 오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내용을 완전하게 이해하는데 어령움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저자가 독자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자각시키는 것이지 않을는지...... '확실성은 생물학적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불쾌함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과학은 우리에게 개연성이라는 언어와 도구를 주었다. 우리에게는 어떤 의견이 맞을 가능성에 따라 그 의견을 분석하고 순위를 매기는 방법들이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200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그로스의 '지식의 가장 중요한 산물은 무지다'는 말....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유명한 말 '너 자신을 알라.' 다시 책의 주제로 돌아와서 '안다, 맞다, 확신한다, 확실하다는 느낌들은 신중한 결론도 의식적인 선택도 아니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정신적인 감각들일 뿐이다.'....'당신이 무엇을 아는지를 어떻게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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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전쟁 - 생명 연구의 최전선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윌리엄 F. 루미스 지음, 조은경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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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학 그 중에서도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 국민들 대부분은 황우석 박사 사건이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최초로 염색체가 제거된 사람의 난자에 체세포의 핵을 투입해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발표가 나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국민 대다수는 다른 선진국에 앞서서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첨단을 걷게 되었다는 사실에, 불치병이 곧 치료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그러한 성공이 가져올 경제적인 이익이 어떤 것인가 등에 대해서 열광하였으니까요. 사건의 결말은 엉뚱하게도 논문이 조작되었고 우리 대부분은 백일몽 속에서 몇 개월을 헤메었다는 허망함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낯설기만 하던 난자에 체세포를 집어넣는 기술에 대해서, 그리고 줄기세포와 그것을 이용한 질병의 치료 등에 대해서 이해하고 어려운 용어들을 사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지식의 이해못지 않게 우리들에게 일어난 더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지닌 몇몇 도덕적인 문제들이 지적되었다는 것과 그러한 면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을 일깨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이란 것이 단순히 남들보다 기술 경쟁에 앞서서 막대한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는 수단이 아니고, 그에 대한 연구는 모든 면에서 도덕적,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난자와 정자의 조작이나 유전자 조작 등 생명 현상에 대해 인위적인 조작을 가할 때는 생명의 가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한계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는 사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윤리적, 도덕적 또는 정치적인 면에서의 생명 현상에 대한 논란을 논하는 책은 아닙니다. 생물학자의 입장에서 순전히 생물학적인 관점-개인적으로는 도덕이나 윤리, 정치적인 생각이 배제된 순전한 생물학적인 관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라도 생물학적 사실에 근거한 관점이라는 의미-에서 생명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그러한 생명에 대한 현대의 조작, 그리고 생명의 미래에 대해서까지 저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 및 유전학 등의 발전으로 생명체에 대한 이해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각종 생식세포나 유전자에 대한 조작, 생명의 발생과정에 대한 인위적인 관여가 가능해진 현대에 이르러서는 낙태나 안락사, 인공수정과 같은 문제 외에도 배아줄기세포, 유전자 치료, 유전자 조작 식물에 대한 논란이 있고, 결국 언젠가는 인간복제라는 문제도 논란거리가 되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1장에서 4장까지에서 저자는 생명의 가치, 인공수정, 배아줄기세포, 유전자 조작 및 인간 게놈 정보 등, 생물학의 첨단분야에서 야기되는 생명윤리에 대한 논란들을 생물학적인 사실들에 근거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부분의 4개의 장이 이 책이 가진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낸 부분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후의 5장의 '사회생물학', 6장의 '의식'과 뇌, 사고와 기억, 7장의 '생명들의 사회학적 게임'에 대한 부분은 아무래도 지금까지 생물학이라는 관점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접해보지 못해 낯설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과도한 주제의 확장으로 인해 산만함, 또는 단편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8장의 '생명의 기원에서 인간의 진화까지'의 내용은 진화론이 생명의 탄생에서 현재까지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기는 하지만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불완전하거나 추측에 의한 부분들까지도 완벽하게 사실처럼 -아직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이어서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로 재구성하고 있어 불편함마저 느껴집니다. 9장의 '소멸할 것인가 생존할 것인가'에서는 생물학자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인류공동체를 위한 생물학을 이용한 생활개선, 지구 오염과 인구 팽창에 대한 위기감의 표현과 이에 대한 대책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세계 인구를 현재의 1/3 수준으로까지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인구 증가가 가져온 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짚어보게 하는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극단적이라거나 공허(?)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느낌은 지구 오염과 인구 팽창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저자만큼의 혜안이 없기에 순전히 한 개인의 느낌으로 치부할 수 밖에 없겠지만..... - 

 낙태나 안락사 문제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논쟁거리 중의 하나입니다. 정답을 말할 수 없는 문제이고, 한편으로는 여러 특별한 각각의 상황이 존재하기에 하나의 대답을 만들기가 힘든 문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생명에 대한 생물학적인 사실들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이러한 문제에 접근한다면 좀더 나은 논쟁을 할 수가 있고, 또한 자신과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여유와 설득하기 위한 기회를 더 가질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배아줄기세포, 유전자 치료, 인간게놈의 활용, 인류의 지속을 위한 미래의 계획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쟁의 현장에도 종교적인 신념이나 윤리 도덕적 판단,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기위한 정치적인 판단에 이르기까지 올바른 판단을 위한 근저에는 기본적으로 생물학적인 사실 자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언급하는 생명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은 매우 유용하고도 도움이 되는 것들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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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브레인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놀라운 무의식의 세계
샹커 베단텀 지음, 임종기 옮김 / 초록물고기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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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숨겨진 뇌'는 우리가 깨닫지 못하지만 우리를 조정하고 있는 다양한 영향력을 가르키는 간단한 용어이다. 어떤 면에서 숨겨진 뇌는 마음의 지름길이나 휴리스틱(heuristic)이라는 보편적 문제와 관련되어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기억과 주의관심이 작용할 때 나타나는 오류들과 관련이 있다. 또한 숨겨진 뇌는 사회적 역학이나 사회적 관계와도 관련이 있다. 이 모든 것에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우리가  이 힘들의 영향력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신활동을 우리가 인식하는 정신활동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활동으로 단순하게 구분하면, '숨겨진 뇌'라는 용어는 현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개념들, 이를테면 무의식, 잠재의식, 암시성(the implicit)와 같은 개념들을 포괄하게 된다. -서문, p14-15 

 태평양을 표류하는 버려진 배 위에서 오갈  데 없던 강아지 한마리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후원금을 내고, 방송사 여기저기서 야단법석을 떨고, 결국은 해군과 해안 경비대까지 출동하여 한 달여간을 온 바다를 뒤지면서 찾아나선 정부와 사람들과 방송이 백만명이 학살된 르완다 사태나 다르푸르(Darfur)에서의 집단 강간 및 살인사건에는 말을 꺼내기도 민망하게 무관심하고 수수방관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9.11 테러때 같은 회사의 한 층의 직원들을 거의 대부분 생존했는데 그 윗층의 사람들을 대부분 사망했다면 이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유치원생에 불과한 어린 아이들이 단지 피부색깔에 따라 흑인에게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백인을 긍정적인 편향을 나타낸다면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의식적으로는 결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닌 어른들에게서조차도 나타나는 무의식적인 인종 편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제도적으로는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존재하는 성차별적인 사회현상이나 구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실제로 비만과 자살, 흡연으로 인한 폐암으로 죽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도 살인이나 테러에 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무엇이고, 통계적으로는 비행기가 자동차보다 더 안전한 데도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동차 운전보다 비행기를 타는 것에 더 공포심을 가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면, 우선은 의식적이고 이성적인 답을 찾아내려고 힘쓸 것입니다. 적어도 인간의 이성과 의식적인 행동결정을 신봉하는 사람이라면, 그 안에서 이러한 질문에 대한 각각의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저자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의 배후에 존재하는 공통적인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이유가 의식적이거나 이성적인 것은 아니라는 데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첫머리에 언급했던 '숨겨진 뇌'라는 개념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의 본질은 결국 의식적인 행동이나 선택의 결과라기보다는 사람들이 결코 깨닫지 못한 영향력에 의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결코 자각하지 못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의도와 불일치한 상황에 처하게 만드는 '무의식적인 편향'이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행동을 이러한 무의식적인 편향이라는 맥락에서 살펴보면 달리 설명할 수 없었던 수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내용들은 바로 앞에서 제기했던 여러 문제들과 같은 우리의 일상사에 숨겨진 무의식적인 편향에 대한 증명과 그것이 우리의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것들입니다.  

 프로이드가 무의식의 세계를 언급한 이후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는 방식에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한부분으로서의 무의식의 존재에 대해서는 흔쾌히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최근의 행동경제학의 소개과정에서 자주 언급되는 휴리스틱도 그러한 무의식적인 세계의 단면을 우리에게 깨닫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숨겨진 뇌'라는 세세한 부분에서는 개념의 차이가 조금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러한 숨겨진 뇌의 기능을 진화의 산물로 이해하는 듯 합니다. 인간이 무수한 세월의 진화의 과정에서 주변 환경에 용이하게 적응하기 위해 주변정보를 적절하게 가공하여 결론에 이르기 위한 마음의 지름길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물이 바로 숨겨진 뇌의 본질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저자가 이러한 무의식적인 편향에 의한 여러가지 폐해들을 언급했다고 숨겨진 뇌의 작용을 부정적으로만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3장의 전측두엽성 치매 환자의 예를 통해서 숨겨진 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의 난감한 상황에 대한 언급을 보면, 숨겨진 뇌가 우리를 매번 실수나 위기로 몰아가는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악당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각할 수 없기에 우리의 생활 곳곳에 배어있는 숨겨진 뇌에 의한 무의식적인 편향의 폐해가 지대하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편향의 지배로 인해 일상사에 심각한 위기 상황이나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지적이 이 책의 주된 관심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언급한 '숨겨진 뇌'에 대해서 우리가 이 책을 통해서 자각했다고 해서, 우리가 일상사에서 자아성찰을 통해서 숨겨진 뇌의 영향을 온전히 깨닫을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지적하는 문제점들에 귀기울여 읽는 이의 입장에서는 이 책이 지적한 숨겨진 뇌의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물음에 다다르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도 무의식을 자각하기가 어려움에 대하여, 합리적인 마음이 숨겨진 뇌의 책략을 감당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 누누히 강조하고는 있지만, '이성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외에는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언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숨겨진 뇌'의 영역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고, 그것의 본질에 대한 더 많은 자료와 연구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으로 아직 우리가 어찌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그럴듯한 답들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어쩌면 숨겨진 뇌가 원시의 삶에서 현재에 이르는 과정까지 인간을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할 수 있게 만든 것만큼의 시간이 미래로 흘러야만 우리의 의식이 숨겨진 뇌를 훨씬 잘 조절하는 방식을 배우고 우리의 이성이 무의식의 영향력에서 더 많이 벗어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국은 시간과 적응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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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적평형 - 읽고 나면 세상이 달라져 보이는 매혹의 책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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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박사가 다람쥐와 사자를 교배해 스온은 만들었다. 스온은 다람쥐처럼 작고 귀여운 외모를 가졌지만 사자처럼 용맹하고 강했다. 이것을 보고 부러워하던 식물학 박사 친구는 포도와 멜론을 교배시켜 포론을 만들고자 결심했다. 멜론처럼 크고 과즙이 풍부하면서 포도처럼 풍성한 송이가 열리는 그런 과일을 말이다. 하지만 완성된 것은 포도처럼 작은 열매가 멜론처럼 조금밖에 열리지 않는 그런 식물이었다......p109, <스온>이라는 작품의 줄거리 

 저자가 4장에서 예로 든 이 이야기는 '<생명>이란 무엇인가' 또는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현대과학이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시각이 무엇인가에 대한 지적과 함께 생명이란 결코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데카르트가 생명현상을 모두 기계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데서 비롯된 기계론적인 메카니즘으로서의 생명에 대한 이해는 물론 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이 사실이고, 지금 우리 주변에서의 '미래는 생명공학의 시대'라고 외치기도 하고, '국가적으로 미래의 우리의 먹거리는 생명공학에 달려있다'고 공언하는 모습들도 결국 그러한 데카르트의 기계론적인 메카니즘에 함몰된 시각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명이란 여러가지 부품으로 이루어진 기계처럼 여러 세포와 장기의 합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기계론적인 생명관이 밑바탕에 깔려있기에, 유전자를 특허화하고 장기를 매매하고 세포을 조작하여 줄기세포를 만들어 내려하고,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질병을 정복하려 하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그러한 생명관이 효율적으로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서 서둘러 죽음을 선고하는 법을 만들어내고, 줄기세포 확립을 놓고 선점 경쟁을 벌이는 식의 왜곡된 제도와 모습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현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결에 받아들이고 있는 이러한 데카르적인 생명관이 부분적으로는 많은 과학적인 발전과 이득을 가져왔을지는 모르지만, 결코 옳은 것이 아니라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질병을 극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왜곡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라는 이전의 책에서 저자는 이미 생명에 대해서 '자기 복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며 '동적인 평형상태에 있는 시스템'이라는 정의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서  DNA를 발견하고 그 구조와 기능에 대한 탐구를 통해 생명의 자기 복제의 방식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제는 일반인들도 자기 복제가 가능한 시스템이라는 정의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수긍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개념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독자로서는 데카르트주의자들이 말하는 기계론적인 메카니즘으로서의 생명에 대립하는 개념으로 저자가 말하는 생명관을 이해하기 위해서 '<동적평형>이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겠는데,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주된 논점도 그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자신의 우울한 보스 실리 박사와 바이오 벤처기업의 흥망이라는 머리말에서 시작하여 엔트로피 증대의 법칙과 생명의 노화와 죽음에 대한 마지막 부분의 이야기까지, 언뜻 서로 크게 연관이 없어 보였던 이야기들은 결국은 '생명은 동적평형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줄기차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저자가 세밀하게 짜가는 직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정란의 발생을 시작으로 생명현상을 따라간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타이밍에 여러가지 구조물이 발생하고 발달하여 서로 연결되고 기능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저자는 소화효소를 분비하지 못하게 만들어 영양실조를 유발하려던 생쥐가 아무런 탈이 없이 자라는 모습을 통해, 생명 현상이란 단순한 기계적인 조작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어떤 한 부분이 기능을 못하게 되었을 때 그에 대한 백업기능이나 우회도로를 통해 그러한 결함을 극복하는 기계와 다른 다이너즘 -유연성과 가변성, 그리고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을 지닌-을 지닌 상태로 표현하며 그것을 '동적인 평형상태'라고 부릅니다. 이와 일맥상통하는 생명현상의 동적 평형 상태에 대한 이해를 위해 중요한 부분은 '생명의 과정은 시간의 함수이며 그것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일 듯 합니다. 즉 인간 게놈 계획에 의해서 알려진 약 2만 개의 유전자를 유전공학적으로 합성하여 섞는다고 결코 생명체가 될 수 없는 것은 바로 생명에 있어서의 시간 관념, 즉  '(생명발생과정의) 타이밍과 (생명을 이루는) 부품은 시간을 따라 조직화 되고, 각각의 시점에서 발생하는 그 모든 것은 그 순간에만, 단 한번 나타나는 현상이며 불가역적이다'는 사실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재의 복제기술이나 유전공학은 이러한 생명의 시간함수라는 측면을 억지로 헤집어서 재프로그래밍을 하려는 시도이며 어디선가는 시간에 조작을 가한만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 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동적평형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그 구성성분들은 분자단위로 분해되어 흡수되고 또다시 배설되기를 반복합니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이러한 분자의 유입과 유출과정을 통해서 유지되고, 분자적으로 본다면 우리의 몸은 수개월 전의 우리와 전혀 다른 존재가 됩니다.  분자는 환경에서 와서 한때 우리 몸에 머물다가 다시 환경속으로 분해되어 가는데, 그러한 과정도 우리 몸이 물을 담는 그릇처럼 일정 형태를 이루고 있는 상태에서 분자들이 관통하는 것이 아니라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 몸자체도 '끊임없이 통과하고 있는' 분자가 일시적인 형태를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명이란 바로 그러한 흐름 자체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이 바로 '살아있다'고 표현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생명이란 시스템이 물질적인 구조 기반, 즉 구성분자 자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이 유발하는 '효과'라는 사실과 그러한 생명현상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항상 움직이며 그 움직임은 '흐름', 혹은 환경과의 대순환이라는 고리안에 있어 환경과의 사이에서 일정한 평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간과 흐름, 그리고 동적평형상태와 같은 말들이 저자가 말하는 생명현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단어들이고, 동적평형상태라는 말에는 이러한 시간과 물질의 흐름, 그리고 지속가능함 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명현상에 대한 단순한 이해보다는, 생명을 단순한 부품의 합으로 생각하는 현대의 기계론적인 생명관으로 인해서 잃어버린 것들, 또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회복하는 것에까지 나아가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그러한 노력이 시대의 흐름이 되기 위해서는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말한 것들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사고의 전환과 노력과 과학적인 연구들이 뒷받침 되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이 책의 생명에 대한 신선한 시각이  읽는 이에겐 생명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멋지고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생명, 자연, 환경-거기에 살아 숨 쉬는 모든 현상의 핵심을 풀 수 있는 키워드, 나는 그것을 '동적평형(dynamic equilibrium)'이라 생각한다. 끊임없이 흐르면서 정교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 끊임없이 파괴하고 항상 재구축하는 것 외에 손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생명은 그런 모습과 행동을 선택했다. 이것이 '동적평형'이다. - p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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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은 없다 - 투명인간, 순간이동, 우주횡단, 시간여행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미치오 가쿠 지음, 박병철 옮김 / 김영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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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보다 백만 년 앞선 문명이라는 것이 대체 어느 정도로 발달한 문명인지 감이 잡히는가? 지구에서 라디오망원경은 불과 수십 년 전에 처음으로 만들어졌으며, 지구에 기술문명이 싹튼 것도 기껏해야 수백 년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지구보다 수백만 년 앞선 문명인이 우리와 마주친다면, 그들은 마치 우리가 원숭이를 대하듯이 바라볼 것이다. - p23, 칼 세이건 

 우주를 나는 우주선에서 광선포가 뿜어져 나오고, 사람들은 광선총을 쏘아 대는 장면은 이젠 SF 영화에서는 먼지가 쌓인 구식이 되어버린 면이 있습니다. 공간이동을 하고 광속으로 우주를 날아가는 장면도 흔한 이야기의 하나가 되었고, 영화 속에서는 인간과 비슷한 로봇이나 외계인이 스스럼없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해리포터에 나오던 투명망토는 머지 않아 세상의 현실이 될 것처럼 매스컴에 이런 저런 기사가 소개되기도 했고, 아직도 여기저기서는 영구기관을 만들었다거나 거기에 필적하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기관을 만들었다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과학이라는 바다에 인간의 무궁한 상상력이 덧씌워진 이러한 것들은 진실여부를 떠나서 그것을 보거나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것이 현실이 아니더라도 영화속에서 또는 상상속에서는 현실처럼 작동하면서 또다른 세상에 대한 꿈을 꾸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움 주는 것들입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스타워즈>나 <스타트랙> 등과 같은 공상과학영화 속의 미래에 나오는 이러한 여러가지 상상의 결과물들에 물리학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그것이 과연 영화속에서처럼 미래에 실행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 있습니다. 가능성과 불가능에 대한 판단은 저자 개인의 주관이 좀더 강하게 작용하는 부분이기는 하겠지만, 우리가 생각으로만 상상하는 것들에 대해서 저자는 현대 물리학의 여러 분야의 발전 가능성과 과학적으로 타당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으로 그것들의 실현 가능성을 찾고 있기에, 훨씬 더 현실적인 답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그러한 것들이 현실성 있는 것들인가에 대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더 과학적인 근거위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면이 있음을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저자는 쉽게 쓴다고 했겠지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좀 싸매야 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있다고 해야 겠네요.^^- 저자는 불가능의 정도를 세가지 부류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제1부류 불가능>은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물리학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아서 21-22세기 안에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들입니다. 영화에서 보던 보호막으로 쓰이던 역장, 투명망토 등의 투명체, 레이저 빔이나 광선총 등의 무기, 바이러스 등의 간단한 물질의 공간이동, 텔레파시, 염력, 인간과 같은 로봇, 외계인 과 UFO와의 조우, 우주선, 반물질 엔진 등이 저자가 생각하는 1부류 불가능에 속합니다. <제2부류 불가능>은 물리법칙에 위배되는지 불분명한 것들로, 위배되지 않는다면 수천 내지 수백만 년 후에 실현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것들로, 시간여행, 사람의 공간여행, 평행우주의 발견 및 웜홀 등을 이용한 타임머신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제3부류 불가능>은 물리학의 법칙에 위배되는 것들로 물리학의 근본이 바뀌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 것으로, 저자는 영구기관과 예지력을 들고 있습니다. 결국은 우리가 영화 속의 일이라고만 상상하는 것들이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 후에는, 우리 후손들 중의 누군가는 그것들을 일상에서 누리고 살 수 있으리라는 이야기인데,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카락이 쭈뼛거리는 듯 합니다. 

  거꾸로 돌아보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일상 속에는 지금부터 백여년전의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한 것들이 가득합니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원시시대로 돌아간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현재의 가능한 범위에서 우리가 미래를 상상하고 미래세계를 그린다는 것 자체가 별의미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천체물리학자 니콜하이 카르다셰프는 에너지 소비량으로 외계문명의 수준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고 합니다.(p235-236) I단계 문명은 행성에 전달되는 태양열을 100% 활용하고, 화산에서 분출되는 에너지늘 활용하고 날씨를 조정하며 천재지변을 제어하고 바다에 도시를 건설할 수 있는 문명, II 단계 문명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모든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고, 그 양이 I단계 문명의 100억배에 달하고, 모행성이 파괴되더라도 다른 적절한 행성을 찾아 이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문명, III단계 문명은 은하 전체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문명으로 II단계 문명의 100억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사용하고, 수십억 개의 태양계를 식민지로 거느리고, 블랙홀의 에너지도 이용할 수 있고, 은하 모든 곳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문명을 말합니다. 한 문명의 에너지 사용량이 매년 수 %씩 증가한다면 수천~수만년 이내에 다음 단계 문명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는데, 지금 우리의 수준은 0단계라고 합니다. 물론 여기서 각 단계의 문명에 대한 정의 또한 '존재한다면'의 가정으로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그 규모와 발전 단계를 상상해 본다면, 지금 우리의 모습은 칼 세이건의 말처럼 그들이 보기에는 우리가 지금보는 원숭이보다 더 나을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지금 우리의 과학문명의 한계 안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시간이 충분히 흐르고 더 많은 비밀스런 것들이 알려지고 나면 훨씬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들이 되어 있을 것이고,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것들은 더 많이 등장하겠지요. 동굴 속에서 살던 우리의 옛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것들이 여전히 현실보다는 상상의 세계에 속하는 것이고, 이 책처럼 과학적인 바탕위에서 공허한 몽상과 실현 가능성이 있는 상상속의 현실을 구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지금까지의 여러 책들이 과학이라는 학문을 통해서 현재의 세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는데 기여 했다면, 이 책은 눈길을 미래로 돌려 과학이 미래에 이룰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현실감 있는 상상을 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커다란 매력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붙임- '4장 공간이동' 편에서 공간이동에 관한 최초의 기록을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인용한 신약성경의 사도행전 8장 36-40절의 이야기에서 에티오피아의 내시에게 성경을 풀이해준 인물은 '베드로'가 아니라 '빌립'인데, 어디선가 잘못된 것 같네요. 그리고 그 부분을 공간이동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며 읽으니 -문자적으로만 이해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또한 그럴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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