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우울증 - 역사를 바꾼 유머와 우울
조슈아 울프 솅크 지음, 이종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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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위인들의 전기라고 하면, 한 사람의 삶을 연대기 순을 나열하면서 그 중에서 의미있는 사건이나 업적들을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식일 것입니다. 이 책도 어떤 면에서는 링컨의 삶을 다룬 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익숙한 전기문과 다른 점은 기존의 전기문이 한 사람의 삶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서  그의 일생을 조명한다면, 이 책은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통해서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고 또한 그것을 이겨내고 훌륭한 업적을 이루게 되었는가에 대한 조금은 독특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위대한 인물로서의 링컨 대통령을 단순히 자수성가한 인물이나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 해방이라는 업적을 남긴 사람으로서 정형화시킨 그런 이야기가 아닌, 심각한 우울증을 앓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고난과 좌절을 통해서 단련되고, 심각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유머를 익히고 사용하며 주어진 목표와 일에 열중하여 성공을 거두고, 그 안에서도 겸손을 잃지 않는 성품을 유지하였던 그러한 과정이 우울증을 앓던 링컨이라는 한 사람이 남북전쟁을 이끌고 노예해방을 이뤄낼 수 있는 저력을 지니게 만든 것이라는 밑그림을 통해서 그의 일생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통해서 링컨의 삶을 조명하는 내용은 기존의 전기문이 추구하는 형식을 피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정형화된 스토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즉,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이루고자 하는 야망을 지닌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 한데, 그 질병은 일반적으로 그가 이루려는 야망에 심각한 방해와 위협이 될 수도 있고,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을 때는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도 있는 병이다. 그는 그 질병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부침을 반복하다가 스스로 질병을 극복하거나 견디거나 다스리는 나름의 방법을 배우고, 또한 심각한 질병을 통해서 지혜와 인내와 겸손 등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고, 결국은 그러한 과정이 밑바탕이 되어서 훌륭한 일을 이루어낸다'는 어디에선가 들어본 듯한 스토리의 형식을 느끼게 만드는 면이 있습니다. 여기서 질병은 우울증이라는 일반적인 질환보다는 더 극적인 면이 있는 소재였고, 주인공의 삶은 기대보다 훨씬 드라마틱 했고, 그가 이룬 업적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탁월한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다른 형식으로 다룬 그의 삶이 읽은 이로 새삼스러움을 느끼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링컨이라는 인물을 단순히 우울증이라는 질병만을 통해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현명한 접근법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치밀한 고찰과 자료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링컨의 일생은 결코 우울증이라는 질병의 영향을 배제하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삶에 깊이 영향을 끼쳤고, 또한 그가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견디고, 모든 사람이 우러를 수 있는 업적을 남길 수 있게 단련하고 인내하게 만든 것 또한 우울증을 앓는 과정에서 얻어진 것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분명 깊이있게 들여다 볼 만한 주제인 것만큼을 사실이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그러한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로서 우리는 링컨 대통령만큼은 아니겠지만 우리의 앞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들 -질병이든 사회적인 위치나 배경이든-을 단순히 힘겨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또다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계기나 보물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는지.....   물론 링컨 대통령처럼 그러한 어려움을 감당하고 이겨내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들을 거친다면 말입니다. 자신의 약점이 될 수도 있었을 우울증을 철저히 관리하고 이겨낸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링컨 대통령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과 평가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한 사람의 처절했었을 수도 있는 삶을 깊은 애정을 지니고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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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 - 중국 간신 19인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역사의 경고
김영수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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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간신과 충신..... 역사에 기록된 많은 이름들 중에 가장 극적인 대조를 이루는 인물 유형일 것입니다. 글로 기록된 역사에는 항상 이 두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이야기가 어지럽게 얽히고 설켜있고, 많은 충신과 간신들이 한 시대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삶의 행적은 시대의 변화나 시간의 흐름 또는 한 인간의 죽음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라는 기억속에 각인되어 현실보다 더 준엄하게 판단을 받곤 합니다. 의로웠고 충성스러웠던 이들은 후대에도 위인으로 추대받으며 책으로, 소설로, 드라마로 반복하여 사람들에게 칭송되지만, 간신이나 역사의 배반자로 낙인찍힌 이들은 두고두고 비난과 무시 속에서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이 책은 역사의 심판에도 불구하고 시대마다 반복되며 지속되는 간신들의 모습과 이미지를 (중국역사 속에서) 찾아 고발하고, 현실속의 우리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며 그런 과거의 역사속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격정어린 주장을 담은 책입니다.  아마도 저자는 독자들에게 우리 시대의 모습이 자신이 살펴본 중국 역사속의 간신들이 활보하던 시대상과 닮아있다는 염려와 일정 부분 과거의 간신현상이 우리 주변에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고와 함께 간신들은 자신이 살던 당시만이 아니라 죽어서까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교훈 -경각심-을  알리고자 한 듯 합니다. 

  자신의 권력과 욕망의 성취를 위해 자식을 삶아 바친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 때의 역아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권력을 위해 기꺼이 한 나라를 말아먹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명나라 숭정제 때의 온체인에 이르기까지 19명의 이야기..... 이들의 특징은 왕이나 황제의 심기를 홀려 한 나라를 뒤흔들만한 권력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그 권력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 나라에 해가 되는 짓도 서슴치 않았다는 것, 또한 주어진 권력을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사리사욕을 위해 기꺼이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 등등 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나라를 쇠퇴하게 하고 안에서부터 무너지게 만든 치명적인 내부의 적, 바로 간신들의 악행과 기행, 그리고 그들의 최후 및 역사의 심판 등에 대한 이야기인데, 책의 부록에 담긴 중국역사속에서 화려하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다한 간신들 중에서도 선택된 19인이니, 간신중에서도 스타급 간신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이 역사속에 활보했던 간신들에 대해 단순히 기록하여 알리는 것이 아니라, 간신들이 출현하고 세력을 키우고 나라의 기초까지 흔들리게 만드는 천편일률적인 수법에 담긴 반복되는 닮은 꼴 역사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면에서도, 이 책의 의도는 단순히 역사를 돌아보는 것을 넘어, 저자가 염려하였던 우리 사회에 넘치기 시작하는 간신 현상에 대한 염려와 경고를 함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 공자가 경계한 나라와 백성을 해치는 다섯가지 간신 유형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통치자가 제거해야 할 인물은..... 첫째가 마음을 반대로 먹고 있는 음험한 자이고, 둘째가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데 달변인 자이고, 셋째가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이고, 넷째가 뜻은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이고, 다섯째가 비리를 저지르면서 혜택만 누리는 자이다...." 그리고 그들의 특징으로 마음속에 '진실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고, 그들은' 나라를 뒤엎을 자'들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자의 말을 따른다면 저자의 말처럼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불행의 싹이 보이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렵고, 사방에 간신의 망령들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인지 몰라도 저자는 본문의 한 곳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넘쳐나는 간신배들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치판의 간신 정간은 기본이고, 이들에 빌붙어 알랑거리는 언론계의 언간, 배운 것을 왜곡하여 학문적인 양심은 물론 자신의 영혼마저 저당 잡히길 서슴지 않는 학간, 권력마저 돈으로 살 수 있다며 열심히 권력자의 비위을 맞추는 상간, 심지어 무인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기본기마저 망각한 채 더러운 권력의 쓰레기 더미를 향해 킁킁거리며 달려가는 무간, 종교라는 권위에 빌붙어 세상을 밝히기는 커녕 악취만 풍기고 다니는 목간, 여기에 대중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하던 딴따라가 하루아침에 권력자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아양을 떠는 뭐라 이름 붙이기조차 민망한 간신들까지." 이러한 저자의 열변은 누구를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정말 그렇다고 수긍할 만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역사속에서 만난 간신배들의 모습을 우리의 현실에 연결시켜 보고자하는 열정이 넘치기는 하나, 저자가 말하는 이 시대의 간신이랄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지적이 분명하지 못해서, 책을 보는 어떤 이는 적어도 나는 아니라는 식의 회피를, 그리고 어떤 이는 그렇다면 이런 지적에 걸리지 않는 이는 누구냐는 자책에 이르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간신 현상을 지적하고 경고하고자 했지만, 매번 현재 우리사회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나 사건보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끝내는 수준이어서, 결국 읽는 사람으로서는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 해당되는 이야기, 또는 나를 포함한 모두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자의 가르침이나 저자가 예로 든 19명의 삶을 들여다보면, 분명 우리시대에는 각 개인에게 은연중 권장되는 세상살이에 대한 교훈들이 과거의 간신들을 키우던 토양하고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게 만드는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더 많은 부나 경제적인 발전을 위해서 작은 것이나 소수의 삶은 과감하게 무시해버리는 경제정책들, 내 의견의 관철을 위해서 상대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마저 마다하지 않는 정치권과 사회 여러 분야의 갈등 현장들, 자신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서 영혼이 죽은 수단과 방법을 설파하는 자기 계발서들 등등..... 역사의 기준으로 보면 분명 간신이 되기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리 생각한다면 이 시대에 사악한 간신배들이란 누구를 말해야 하는 것인지..... 그 막다른 골목에서 스스로에게 공자님의 다섯가지 유형을 되물으며, 저자의 이 책이 다른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하는 도구의 하나가 되지 않기를..... 먼저는 스스로를 비춰보고 정결케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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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조선인물실록 - 역사적 인물들, 인간적으로 거들떠보기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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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지금까지 배웠던 역사와 역사속 인물들에 대한 이미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기존의 역사적인 시각이나 평가에 길들여진, 어느정도 정형화된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속의 위대한 인물들이나 성인들은 매번 우리의 기억속에서 출력될 때면 훌륭하고 도덕적인 사람들일 뿐이고, 주변에 해를 끼쳤던 인물은 매번 사악한 인물로 반복하여 기억될 뿐이고..... 역사에 기록되고, 때로는 각색되고 꾸며지기도 하고, 그러한 기록을 의심없이 다시 그대로 배우면서, 한 시대를 현실로 살았던 이들은 기록된대로 박제화되고, 생기를 잃고, 책에 기록된 이미지대로 기억되고, 세대를 이어 그러한 이미지가 이어지게 됩니다. 텔리비젼의 사극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 시각화된 이미지로 역사속의 인물들의 삶이 다시 그려진다고 할지라도, 그 안에서 이야기되는 것은 실제 한 인간의 현실적이고 생기발랄한 삶이라기보다는 역사속에서 이어져온 형상을 강화시키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로 꾸며져 있을 뿐,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것이 역사이고, 역사속에 기록된 사람들에 대한 우리 이해의 한계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문득 이 책을 잡고 읽다보면, 전통적인 역사해석의 틀을 뛰어넘어, 그러한 한계를 잠시 열어젖히고, 너무 진지하지도, 너무 열성적이지도 않은, 사람 냄새가 풀풀나는 역사속의 인물들을 만나는 듯 한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내 옆집 아저씨나, 윗층 가족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한 이야기들..... 저자는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을 역사책 속에서 데리고 나와 그런 식으로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비록 역사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역사가 미처 말하지 못했던 여러 인물들의 생동감 있는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가 뭐래도 우리 역사의 넘버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성군 세종대왕이 며느리 문제와 아들들의 여성편력도 성군처럼 다루었을까? 역사책에서는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지만, 아마도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을 부모없다는 부모로서의 정과 안타까움이 그러한 문제를 대할 때면 그의 내면에 가득하지 않았을는지..... 그러한 부모의 마음과 빗나간 자녀들의 행동을 요즈음 우리의 현실감 있는 언어로 읽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3대 악성이라고 기억되는 박연, 하지만 저자는 악성이라는 그의 이면에 가려져 있는 고위 공직자 박연의 모습을 드러내 이야기하면서 한 인간의 공직자로서의 성공과 실패, 타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이 바로 역사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았던 삶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말하고 있지만, 여기에서의 느낌은 그러한 당연함을 넘어선 신선함과 자극이 있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바라고 있는 것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확인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닌, 현실에 비춰서 역사속 인물들의 삶을 느껴본다는 것, 바로 그런 것이 아닐는지..... 그러한 저자의 의도는 열하일기의 박지원을 북경 친구 사귀기에 집착한 모습으로 그려내고, 목화씨를 가져온 문익점의 신화를 깨뜨리고 진실을 드러 내는 면밀한 역사에 대한 고증에서도 드러난다고 하겠습니다. 역사가 그대로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서 미화되거나 왜곡되어 기록되고, 그것이 곧 진실이란 듯이 알려지게 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고, 그들의 삶 이면에 가려진 사실들을 날카롭게 파고들어 실상을 재구성해 내는 저자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포함하여 이 책에 담긴 19가지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자가 풀어내는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는 역사라기보다는 세상을 살면서 겪었던 경험담이나 어딘가를 여행하고 돌아와서 들려주는 생생한 기행담처럼 느껴집니다..... 

 뭔가 진지하고 역사다운 것들을 바란다면 아마도 이 책을 읽는 것이 실망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역사의 다른 이면을 기대하거나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이해하는 것들에 대한 열린 마음이 있다면 저자가 보여준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역사적인 사실이나 인물들에 대한 이해를 위한 훌륭한 첫걸음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듭니다. 이미 기존의 엽기 시리즈로 알려진 저자의 이력이 읽는 이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겠지만, 이러한 저자의 노력이나 열매로 나온 책들이 단지 역사에 대한 가벼운 농담거리 같은 책읽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훨씬 진지하고 통찰력있는 역사이해에 대한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재미있고, 신선한... 그리고 뒤따라오는 역사에 대한 진지함까지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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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 지음, 김철 옮김 / 이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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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fteen Years Among The Top-Knots>이라는 제목으로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것이 1904년이라고 하니까, 우리나라의 외교권이 일제에 의해 강제로 박탈된 을사조약이 체결되던 1년전에 출간된 것이고, 지금부터 1세기전에 한 미국인 여선교사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와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당시 우리나라가 서양문물에 눈뜨기 시작한 시기였고, 천주교의 전래와 기독교의 전파 등이 실제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을 깨이게 하는데 어느정도 기여를 한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정치가나 학자가 아닌 기독교의 전파를 위해 조선 땅에 발을 디딘 선교사였다는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이력에 대해서 조금의 이해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목적으로는 책의 본문을 먼저 보는 것보다는 책뒤에 있는 <편집자의 글>이나 <역자의 말>을 먼저 읽은 후에 본문을 읽는 것도 종교적인 편견이나 오해를 피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자 릴리어스 호튼 언더우드 여사는 1851년 뉴욕의 알바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기독교적인 생활에 충실하였고, 어머니가 딸의 대학진학 등을 꺼려해서 31세가 되던 해까지 교회와 관계된 일들을 하며 소일하다가, 선교 의사가 되어 인도로 가기로 작정하고 시카고 여자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의학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 후 '에리 톰슨'병원에 근무중 장로교 선교본부에서 선교 현장으로 조선을 택해줄 것을 요청받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기꺼이 그 요청을 수락하여 1888년 2월 23일 (편집자 글에는 3월로 되어있음)에 조선에 도착하여, 제중원의 부인과 제2대 과장 및 왕비의 시의를 겸하며 궁중을 출입하였습니다. 1889년 3월에는 자신보다 빠른 1885년 4월 조선에 도착하여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언더우스와 결혼을 하고 조선의 북부지방으로 신혼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후일 그녀가 쓴 이 회고록은 그녀가 조선에 도착하여 받았던 인상에서 시작하여, 왕비와의 교류, 신혼여행에서의 이야기들, 그리고 조선이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 부분은 저자가 선교를 목적으로 조선땅을 밟은 만큼 개신교 선교사로서의 여러 활동과 성과에 대한 기록이고, 두번째 부분은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신혼여행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세번째 부분은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속절없이 무너져가는 조선의 쇠락에 대한 안타까움과 신앙안에서의 소망이 진하게 묻어나는 기록입니다. 그러한 큰 틀을 벗어나더라도 저자가 느끼고 생각하는 아일랜드 사람들과 비교한 조선 사람들에 대한 솔직한 느낌의 표현이나 조선의 상투에 대한 해학적인 이해, 조선 사람들의 식습관에 대한 재치있는 표현, 명성황후와 고종 등에 대한 사적인 관찰과 느낌의 기록, 왕비의 죽음에  대한 당시 일반에 퍼졌을 생생한 전언의 기록, 명성황후의 장례식 장면에 대한 기록 등은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내용이고 또한 매력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입니다. 또한 선교사로서 조선의 미래에 대한 소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신앙안에서 미래를 그리는 모습을 통해서는 그녀가 신앙인으로서 조선을 위해 무엇을 바라고 소망하였는지 그리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엿볼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신앙인의 입장에서는 그녀와 같은 초기 선교사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서까지 소망을 버리지 않고 선교의 사명을 다하여 섬겼던 조선이라는 쇠락하던 나라가 이리 다시 건강하게 살아나서 어엿한 열매를 맺었으며, 이제는 그들이 감당하였던 것처럼 우리 교회가 그러한 선교의 열심을 감당하기 시작했다는 대목에 생각이 이르면 많은 감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이 책은 한 선교사의 조선 선교에 대한 회고록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리고 그러한 점이 크리스쳔들에게는 아니더라도 기독교와 무관하거나 비판적인 일반인들에게는 편견이나 주저함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부분에 대한 마땅치 않음을 조금 뒤로 미뤄두고 읽는다면, 벽안의 미국 여인의 조선생활 회고록 정도로 익힐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단순한 회고록이 아닌, 얼굴이 하얀 외국인을 신기해하며 구경거리를 삼던 우리 조상들의 순전함-저자에게는 무척이나 무례한 일이었겠지만-과 쇠락해가는 백성으로서의 처량함, 새로운 소망을 찾아 신앙에 기대어 오던 꺼질듯 버티며 소망을 키우던 민중의 힘, 그리고 곳곳에 배어있는 당시의 생활상 등이 담긴 소담스런 이야기들을 대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슴터지게 만드는 위정자들의 무력함과 배반의 기록도 함께 있지만, 이 안에는 이 민족을 사랑하던 한 이국 여성의 애정이 함께 담겨 있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이 책이 단순히 종교적인, 아니면 한 서양여인의 콧대높은 시선이 담긴 글 -역자나 편집자가 염려했던--이 아닌 저자의 고백처럼 '동양의 모든 나라 가운데서 가장 독특하고 흥미로운 한 나라에서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함께 보낸' 한 여인의 삶의 이야기로 순수하게 읽힐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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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클리닉 - 비뚤어진 조선사 상식 바로 세우기
김종성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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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누구나 이건 역사 왜곡을 넘어선 망언이라고 흥분하게 됩니다. 중국의 동북공정, 우리뿐 아니라 주변국의 역사를 훔치는 파렴치한 것으로 치부하곤 합니다. 하지만 역사는 항상 새로이 해석되고 또한 힘있는 자들의 손에 의해 새로 만들어지기도 -단순히 새로운 해석의 의미를 넘어선 조작- 합니다. 결국 힘있는 자들의 역사, 살아남은 자들의 역사가 지금 우리의 뇌리 속에 남아있는 역사적 사실이나 기록들의 의미가 아닐는지 하는 의문표를 달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분명 어떤 의도를 가지고 왜곡되거나 과장된 역사는 시간이 흐르고 여러 사료들에 의해서 수정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한번 사람들의 머릿속에 굳건한 사실로 착시현상을 일으킨 극적인 이야기들 -고려장이나 행주치마처럼-은 오랫동안 살아남아서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주변국과의 역사분쟁으로 인해 미디어를 통한 여러 역사극들이 사람들의 열렬한 호응속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라는 측면에서는 두손 들어 환영할 일이지만, 실제 역사와 드라마를 위한 극적인 요소의 도입이라는 측면에서의 비틀기는 한편으로는 위험스러운 줄타기의 수준을 넘어선 것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사실보다는 재미를, 진실보다는 감동을 택하는데는 그만큼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모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우익정치인들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을 주관하는 관변학자들만이 아니라 우리안에 있는 무수한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역사를 왜곡하고 이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역사를 이야기하는 이들에게는 좀더 치열한 사료에 의한 고증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성실한 고찰과 고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또한 그러한 사실들에 대한 논쟁과 지적을 받아들이고 수정할 만한 용기와 열린 마음이 함께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비틀린 역사적 사실에 대한 바로잡기의 의도로 씌여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의 뇌리속에 사극과 영화, 여러 이야기들을 통해서 역사적 사실과 함께 덧씌워진 각색되고 꾸면진 역사적 장면들에 대한 진위 가리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즈음은 조선사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조선왕조실록이 데이타베이스화 된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시각을 가진 책들이 가능하게 된 것도 역시 방대한 실록의 데이타베이스화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다양성 속에서 염려스럽게 여겨지는 것중의 하나가, 역사 이해에서 중요한 것은 시대상이나 사회상과 같은 맥락을 숙고하는 것인데, 그것은 놓쳐버리고 어떤 사건들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을 때 생기는 오해나 비틀기, 과장 등의 문제입니다. 흥미롭게 또는 자기 입맛에 맞게 사실들을 재배열한다면 분명 사실로서의 역사라기보다는 각색된 역사, 꾸며진 역사라고 해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비정상적인 역사는,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정상적인 사료와 그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서 바로잡아져야 할 것입니다. 저자는 그러한 단편적인 역사이해에 대해서 여러 맥락과 시대상, 사회상을 고려한 재해석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이 책을 통해서 그러한 예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선이 사대주의 국가라는 지적에 대한 고찰, 청백리 신화 뒤에 담긴 배경, 드라마에 등장하는 고려 복원세력에 대한 고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맞불로 등장한 대마도 영유권 주장의 허실 등의 정치/외교 분야에 대한 오류와 바로잡기를 통해서 읽는 이로 일천한 역사인식에 대한 반성에 이르게 합니다. 또한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좀더 깊이 있게 역사를 응시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외에도 풍속과 문화, 임금과 왕실, 인물과 사건 등 50여가지의 조선사에 대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들의 오류나 단편적인  지식에 대해서 깔끔한 정리와 자료를 통한 이해와 해석의 과정을 거친 올바른 역사인식의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의 역사인식이 전문적인 연구자들의 수준에 이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어렵고 고리타분해 보이는 사료나 기록에 의존하기보다는 영화나 텔리비젼 드라마, 소설 등의 각색된 역사에 더 익숙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서 더더구나 그릇되거나 오해하고 있는 사실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한 상태의 일반독자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단순한 관심과 흥미로서의 역사 인식을 넘어서 역사적 사실을 올바로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단순한 과거 기억이 아닌 현재와 미래로 가는 길의 교훈을 얻기 위한 토대'라는 것에 생각이 이르게 된다면, 이러한 책을 읽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단순한 사실이나 고정된 역사 이미지가 아닌, 그 안에 담겨 살아 움직이는 역사의 생동감을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요.....^^ 각색된 역사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함께 바른 역사 인식을 위한 세심한 고찰과 통찰력이 담긴 해석을 담은 이와 같은 책을 받아들때마다 느끼는 그러한 팔딱거리는 역사의 생동감이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의 토대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는 뿌듯함과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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