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 랜스 암스트롱, 삶으로의 귀환
랜스 암스트롱.샐리 젠킨스 지음, 김지양 옮김 / 체온365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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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스 암스트롱, 다행히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은 모르지만, 그의 자서전인 이 책을 대하기 전에 그의 운동선수로서의 천재성을 다룬 책을 먼저 읽을 기회가 있어서, 상당한(?) 사전지식을 가진 상태에서 이 감동적인 책을 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뚜르 드 코리아(?)' 대회를 위해 그가 우리나라에 왔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 띠지에는 이 이야기가 영화화 될거라는 문구도 눈에 띄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집어든 내게는 그러한 이야기들 보다는 내가 조금 알고 있는 그의 삶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더 기대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암과의 싸움과 완치, 그리고 나서 이룬 뚜르 드 프랑스 7연패라는 과정에 대한 암스트롱 자신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

 <17세 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고,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랐던 아이,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모든 장애물을 기회로 만들어라'는 좌우명을 심어주고, 그녀 스스로도 그러한 삶을 살아갑니다. 7살때 처음 자전거를 탔고, 수영을 통해 처음 운동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그후 철인3종경기를 통해 운동에서의 가능성을 보였던 아이, 15세에 텍사스 철인3종 경기 신인상 수상, 16세에 아동부 철인 3종 경기 우승, 21세에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세계 사이클 챔피언십 우승, 25세에 암 진단 받음, 집중화학요법으로 암 극복, 1999~2005년 뚜르 드 프랑스 대회 연속 우승 7회의 신기록 수립, 1997년 암 치료를 위한 '랜스 암스트롱 재단' 설립> 이상이 이책을 읽기 전, 내가 알고 있었던 그에 대한 단편적이긴 하지만 그의 인생을 요약한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불우한 환경과 암의 극복, 그리고 뚜르 드 프랑스 7연패에 대한 부분이지요.

 암스트롱은 책의 처음 부분에서 자신이 사이클 선수이고 뚜르 드 프랑스 우승자이고, 그러한 결과가 자신을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겠지만, 이 책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 가장 의미있는 일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죽음의 문턱까지 데려가 인생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알려준 암과 그것에 맞서 투병하고, 또한 완치된 후에 겪은 여러 정신적인 후유증을 통해서 얻게 된 많은 경험들에 의한 것들임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 자신은 그러한 것, 즉 인생에 대한 것을 더 많이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암이 제게 무엇보다도 확신을 준 한 가지 사실은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겐 위기 상황에서만 발휘되는 미처 알지 못하는 능력들이 모두 있습니다."

이리 말하는 그는 마지막까지 자전거 경주의 우승과 암중에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암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경주는 자신이 승리자이고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지만, 암은 그 고통속에서 그것보다 더 크고 의미있는 것들을 느끼고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아마도 그가 단순히 암을 극복한 사람으로 끝났다면 세상에 많은 암 완치자들 중의 하나로만 남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가 먼저 뚜르 드 프랑스를 7연패 한 다음에 암에 걸려 극복하였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을 거구요. 그가 암에 걸리지 않고 다만 뚜르 드 프랑스를 7연패 했다고 한다면, 그는 훌륭한 사이클 선수로 역사에 길이 남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많은 감동적인 부분은 불행한 어린시절의 정신적인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챔피언의 교만하고 분노에 찌든 언어들로 대체되고 없어져 버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 그에게 암이 없었다면 그는 영원히 뚜르 드 프랑스 경기의 우승자 자리에 그 이름을 새기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암에 걸렸고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고통을 이기고 암을 극복하였고, 암 극복 후에 오는 정서적인 갈등까지도 완벽하게 극복하고 다시 사이클을 시작해서 뚜르 드 프랑스를 7연패합니다 -책에서는 2연패한 부분까지 나옵니다.- 그가 다시 자전거에 올라서 경주에 집중했다는 사실은 그가 다시 단순하게 사이클 선수가 되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전혀 다른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항암요법과 수술, 그리고 정신적인 후유증으로 심신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다시 일어나 사이클을 시작했다는 말이고, 그것은 곧 새롭게 태어난 인간 암스트롱이 예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의 삶이 주는 감동과 희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가 세상에 준 메시지는 비단 선수로서의 메시지뿐만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을 극복하고 그 과정을 포기를 위한 변명으로 삼기보다 내면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로 삼도록 했다.'는 말에 그러한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암을 극복하게 된 그의 모습은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오로지 의지만으로 되는 일을 아니겠기에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운으로 돌린다고 하더라도 그는 삶을 통하여 운이 자신의 것이 되게 하는 모습을, 즉 삶에 있어서의 불굴의 의지와 그것속에 깃들인 소망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었고, 그러한 의지와 소망을 그를 바라보고 있는, 아픔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다는 사실이 바로 그의 삶이 주는 감동일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눈앞에 그런 삶을 살고 보여준 랜스 암스트롱만이 아니라, 그의 이야기를 듣고 소망을 가지고 자신의 아픔과 장애를 이기고자 마음을 다잡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부디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서의 경주에서 모두 승리자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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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소아정신과 최고 명의가 들려주는 아이들의 심리와 인성발달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1
노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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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자녀를 키운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그것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독립적인 존재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정의해도 좋을 듯합니다.

 책 내용의 처음을 시작하는 부분입니다. 아마도 저자가 말하는 내용의 핵심이겠지요. 책의 나머지는 여기에 대한 설명들일 거구요. 아직은 어리지만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 둘의 부모로서 이런 자녀교육이나 양육에 대한 책들을 보면 쉽게 넘어가질 못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내가 모르는, 아직 깨닫지 못한 것들이 있지는 않을까, 또는 내게 필요한 또다른 어떤 현명한 조언들을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나 기대가 생기곤 하기 때문이지요. 모든 부모들이 느끼는 것이겠지만,  아이를 바라보며 살다보면, 그리고 아이에게 뭔가를 해주기를 원하다 보면 어느샌가 우리 아이만큼은 나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똑똑한 아이로, 그리고 남들보다 더 나은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욕심이 스멀스멀 마음속으로 기어들어와서 구렁이처럼 똬리를 틀고 있음을 수도 없이  느끼며 헛웃음을 짓고 하였던 기억이 새삼스럽습니다. 아니 아직도 그런 미련이 남아 있겠지요. 하지만 냉정히 생각한다면 결국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아이 앞에서 부모로서의 능력을 과시하거나 앞길의 잡초를 모두 밟아 치워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자립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겠지요. 그래서 나름대로 과학적이거나 심리학적으로 정리된 책들의 대부분은 그러한 전제하에 아이들을 관찰하고 미래를 기대하며 써내려간 내용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독립적인 존재로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는 방법, 즉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이 이 책의 근간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그에 대해 다음의 10가지 덕목을 말하고 있습니다.

 1. 부모와 자녀는 무조건 친해야 한다.

 2. 가정에 민주주의를 도입하라.

 3. 만 3세 이전에는 주 양육자를 바꾸지 마라.

 4. 아이 때문에 화가 날 때는 '일단 멈춤' 하라.

 5. 때려서는 아이의 나쁜 행동을 고칠 수 없다.

 6. 가정에 재판 절차를 도입하라.

 7. 학원에 보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8. 과잉보호는 아이의 정서적 성장을 방해한다.

 9. 컴퓨터 하는 꼴은 봐야 한다.

 10. 사춘기 자녀들은 부모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

 위의 단문으로는 그 속깊은 의미까지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저자의 설명을 듣노라면 타당한 이야기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들을 실천하기 위한 가장 큰 전제는 앞에서도 저자가 말했던, 부모의 인생이 아닌 아이의 인생을 아이가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 것이겠지요.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이 아이를 자립할 수 있게 도와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겸손히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면 위의 열가지 대부분은 아마도 강박관념을 가지지 않고 아이와 즐겁게 실천하고 나눌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욕심을 비우고, 마음을 가볍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저자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배운 -새롭게 깨달은- 몇가지가 있습니다. 먼저는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한 전략에 대해서 저자가 몇번 언급했던 것인데, 잘한 것을 칭찬하도록 하고, 잘못한 것은 너무 강조하거나 혼내서 아이에게 심하게 각인 시키지 말라고 한 내용입니다. 즉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게 하려면, 동생과 다툴때마다 혼내며 다투지 말것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동생과 사이좋게 지낼 때 일부러라도 칭찬을 많이 해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체벌의 부작용에 대한 내용을 보며, 아이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체벌만큼은 피해야 할 이유를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잘못에 대해서 아무 교정의 효과도 없고, 오히려 공격성을 더 키우고, 다시 자신의 아이를 때리는 부모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내 자신이 아이들을 대했던 자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타임아웃 방법의 적용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것도 지혜를 주는 부분이었습니다. 화장실이나 의자 등으로 아이를 추방(?)할 때는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인 상태에서 아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고 타임아웃을 끝낼수 있는 자발성을 부여하라는 것, 즉 아이를 타임아웃시키면서 '내가 나오라고 할 때까지 나오지마!'라는 식이 아닌 '너 스스로 생각해 보고 나와도 될거라고 생각하면 나와도 좋아! 그때까지 밖에서 기다려 줄께'라는 식의 지혜를 발휘하라는 저자의 이야기는 아이를 존중하며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달음을 다시금 내게 주었고, 앞으로 아이를 대할 때 내게 좋은 자산이 될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 부분입니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김춘수 님의 시 '꽃'을 언급하며 모든 부모에게 자녀들이 '꽃'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합니다. 그의 의도를 따진다면 아마도 좋은 부모, 아이를 잘 키운 부모란 자신의 자녀들을 꽃처럼 대해주는 그런 부모라는 의미가 아닐는지....  마음에서 우러난 정성과 사랑으로 꽃을 키운 다는 것이 아닐는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부모는 그 꽃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수정을 돕는 조력자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의 가정에도 어여뿐 꽃 두송이가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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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 지식과 교양을 디스플레이하다
고전연구회 사암 엮음 / 포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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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는 책이 귀한 시절이었습니다. 학교 도서관도 변변챦았고, 그곳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도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책을 빌리러 가면 공부를 하지 않고 책이나 본다고 타박을 맞던 시절이기도 하였지요. 하지만 어린 마음에 이런 저런 읽을 거리들이 재미있었고, 특히 친구중에 누가 만화책 -월간잡지-이라도 가지고 나타나면 서로 보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시절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딱히 누가 더 책을 많이 읽고, 누가 독서를 좋아한다고 따질 일도 별로 없었던 기억입니다. 그러던 내가 자라면서 마음 한 구석에 나만의 서재를 가지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 아마도 대학생때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방 하나에 책을 몽땅 쌓아놓고, 그것들 속에 묻혀 살고 싶다는 것을 나만의 서재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듯 합니다. 어떤 책에선가 일본인이 자기 집과는 별개로 온통 책만 쌓아놓고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 나가는 이야기를 대하고 나서는 나도 아예 그런 공간을 하나 가지고 싶다는 조금은 허황된(?) 꿈으로 발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것들이 아직도 마음속에 꿈으로만 남아 있지만, 언젠가는 내 앞에 현실이 되리라고 믿는 마음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습니다. 아니 벌써 방 한구석을 메우고 있는 책장과 쌓인 책들이 내 꿈의 한 단면을 이루어 가는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서재>라는 이 책을 대하기 전까지는 소박하게 그 꿈을 이루어 가는 것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었던 듯 합니다. 하지만 조선 선비들의 서재를 소개한 이 책을 읽은 다음에는 내게 있었던 꿈이란 단순히 책을 쌓아두는 책방을 갖고 싶어하는 그러한 욕망에 지나지 않았다는 부끄러움이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단지 책을 쌓아두고 혼자서 틀어박혀 그것들을 읽는다는 것외에는 아무 의미나 마음이나 목적을 담지 못한 공간에 대한 욕심만이 내게 있었다는 자각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서재란 단순이 책이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였습니다. 하면 '옛 선비들에게 서재란 어떤 공간이었을까?'에 대한 탐구가 이 책의 목적이고 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에는 30곳에 달하는 옛 선비들의 서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이야기 곳곳에는 선비의 곧은 절개와 심성이 담겨 있고, 하늘이 내린 순수한 본성을 지키고자 자연의 덕성을 담고 있는, 그리고 선비로서 자신들이 바라고 찾았던 삶과 마음이 담겨 있는 서재의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그들에게 서재란 자신을 수양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치열한 지적활동이 전개되던 공간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서재에 자신이나 또는 스승의 뜻을 담아 새길만한 이름을 지어 걸었고, 그에 합당한 서실에 부치는 글을 구하여 간직하기도 하였습니다. 고협재, 소완정, 명경신당, 통곡헌..... 연서당, 입암정사, 돈간재, 독락당..... 삼사재, 삼환재, 억만재, 취몽재, 구서재..... 의미는 다르지만 각각의 이름속에는 선비로서의 지조와 절개, 그리고 품격을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멋스럽게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향과 모습을 그대로 담고 또한 행하기 위한 의지를 담고 있는 이름들입니다. 그래서 각각의 서재에 부치는 글을 읽고 있노라면, 글쓴이의 소원만이 아니라 서재 주인의 품성과 삶의 모습까지도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서재의 화려함이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서재 주인의 삶과 정신이라는 사실이겠지요. 살아숨쉬는 서재를 느낀다는 표현을 할 수 있다면 그들의 서재에 대한 감상을 그리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요즈음은 책읽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해도 될 듯 합니다. 물론 많은 부분은 아이들이나 학생들의 교육이나 논술에 대한 관심의 간접적인 영향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하지만 어른들도 책에 대해서 -여전히 책을 멀리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도 늘고 있겠지요. 이러한 독서에 대한 관심을 계기가 어떻게 되었든지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그러한 모습에 좀더 원하는 모습이 있다면, 단순한 독서의 즐거움이나 논술등의 공부를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옛선비들처럼 책읽기를 통해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곳에 대한 자각을 가지고 자신을 수양하고 자신의 뜻을 다듬어가는 지혜도 함께 키워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나도 이제부터라도 내 책방에 내 삶과 마음을 담은 이름하나를 달아주고 싶습니다. 멋진 이름이 아니더라도 내 삶이라고 다른이들이 인정하고 끄덕여 줄 수 있는그런 이름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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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를 화나게 만든다 - 부모와 자녀의 심리 비교 분석
이정숙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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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이를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당신의 아이를 얼마나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까?' ' 아이가 보이는 행동을 자신의 감정이나 기준에 의해서가 아닌 아이 입장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 본적이 있습니까?' '당신의 기준과 욕심으로 아이를 재단하면서 키우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이가 해맑게 웃고 있는 순간에도 그 마음은 아픔에 울고 있을 때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있습니까?' '화나게 만드는 아이를 보며 당신이 아이를 화나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지는 않았습니까?' 등등.....

 책을 읽고 나서 저자가 내 마음 속에 끊임없이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면서, 화를 내고 꾸짖었던 시간들에 대해서 참으로 부끄럽게 만드는 시간입니다. 물론 아이가 모든 것을 다 잘 했다거나, 그러한 행동이나 말들이 옳았다는 의미에서의 부끄러움은 아닙니다. 다만 부모로서 -조금 냉정히 말한다면 아이보다 더 힘을 가진 자로서, 그리고 더 세상을 오래 산 경험을 가졌다는 자로서의 횡포 일수도 있습니다.- 나의 기준과 가치관으로 아이를 재단하며 평가하던 경향이 너무도 많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한다고 한 시간도, 아이를 사랑한다고 하던 시간도, 그리고 아이를 위해서 뭔가를 하던 시간도 결국은 많은 부분이 나의 욕심과 기준을 아이가 충족시켜주기를 바라며, 아이를 한 쪽으로 몰아가던 교묘한 순간들이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눈에 보이는 아이의 행동을 보지 말고, 그 이면에 숨은 아이의 심리를 고려하고 숙고하라고 이야기 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옳다고 강요하는 것들이 부모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바른 길이라고 하더라도, 아이에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서는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주고 반항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자녀들의 반항이나 상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가 부모의 헌신과 사랑을 이해하고 부모의 말을 따르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지혜, 그러니까 서로 의견이 상충될 때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 부모와 자녀간의 성차이나 세대차이로 인한 문제들에 대한 이해와 해결책, 자신의 아이의 특성을 고려하여 대화하는 방법 등에 대한 실례를 들어서 설명하고 그 실례에 대한 해결책및 예방책에 대한 것들을 일러주고 이해시키는 것이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주된 부분입니다. 책은 아이의 능력에 대한 신뢰, 자녀도 인격을 가진 존재로 존중하는 것, 자녀의 특성에 맞는 대화법, 아이의 심리적인 면을 고려할 것 등 4가지 주제로 나누어져 있고, 각각의 소단원은 한가지 소주제에 대한 설명과 아이와 부모 입장에서의 각자의 생각, 그리고 저자가 생각하는 그러한 상황에서의 해결책, 마지막으로 소주제에 대한 정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가지 사건에 대해서 저자는 아이의 관점과 부모의 관점을 기술하여 놓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이리도 다르게 같은 사건을 이해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마음에 새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어리지만 나의 아이들에게도 그들만의 고유한 관점이 있고, 그것들은 부모인 나도 결코 억지로 침범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가 부모를 화나게 만들고 있다면, 아마도 그 상황은 역으로 부모가 아이를 화나게 만들고 있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지금 나의 아이가 나에게 화를 내거나, 말대답을 하거나, 딴청을 부리고 있거나, 반항을 하고 있다면 나에 대해서 아이 나름의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 이유라는 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말입니다-   그리고 한 아이의 부모로서 사는 사람이라면 너무도 당연하게 그러한 이유들에 대해서 숙고해보아야  하겠지요. 먼저 화를 내고, 매를 들고, 그 어린 마음에 상처를 내기 전에 말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지만 살면서 잊고 살았던 것들입니다. 물론 저자가 책에서 제시했던 실례들이 내가 처한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면들이 있고, 그리고 사람의 심리라는 것을 너무 단순하게 정형화 시키려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모든 아이의 행동과 말에는 그에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근본적인 것이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그리고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좀더 영리하고 지혜로운 부모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좀 더 공부하고, 한 번 더 생각하고, 그 마음을 잠시만이라도 헤아려 보는 부모가 되라고 저자는 내게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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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 산다는 것
오동명 지음 / 두리미디어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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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보니 요즈음은 가족, 그 중에서도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해 돌아보는 책들이 많이 출간된 것을 봅니다. 모 제약회사의 캠페인성 광고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버지, 어머니가 주제이고, 요즈음 영화에도 다시 아버지가 돌아왔다고 -과거처럼 권위적인 모습이 아니라 이리 채이고 저리 깨지는 희화화된 아버지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하기도 합니다. 결국 세상살이에서 마지막 정서적인 안정과 쉼을 허락하는 울타리가 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면 거기의 기둥은 당연히 아버지와 어머니, 바로 부모입니다.

 <부모로 산다는 것> 책의 제목을 대하면서 부모가 된다는 것과 부모로 산다는 것의 의미의 차이가 무엇일까에 대한 한없는 상념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그 생각은 계속되었지만, 결론은 내가 괜한 말장난이나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싱거운 결말이었습니다. 책속의 글들을 읽으며 부모가 되는 순간이 곧 부모로 사는 순간의 시작일 뿐, 괜한 현학적인 구분이나 의미의 구별을 하고자 한것이 우스워보일 뿐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아들과 살아오면서 겪고 느끼고 깨달은 것들에 대한 자전적인 기록으로 보입니다. 물론 다른사람의 이야기와 삶도 곁들여져 있지만 저자가 부모로서 살면서 자식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부모로서의 마음, 부모가 되어서 돌아보는 부모님에 대한 단상, 지난 세월에 대한 성찰과 반성,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저자의 글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라면서 갖게 되는 양육과 교육에 고민스러워하는 나의 모습과 대비되어, 문득 첫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리고 아이가 자라면서 가졌던 즐거움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린 아이가 말똥말똥한 눈동자로 쳐다보며 웃었을 때, 우유를 다 비우고 멋있게(?) 머리위로 던졌을 때, 처음 뒤집고 기기 시작했을 때, 엄마 아빠를 처음 말했을 때, 막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을 때, 처음 유치원에 갔을 때, 학교에 갔을 때 등 단지 자라는 모습 그 자체만으로도 기쁨이 되던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간들은 부모로서의 욕심이 들어간 양육에 대한 욕심이나 부담 -잘 키워야한다는-들로 힘들어 하던 순간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다음의 중국 하얼빈의 14세 소녀가 썼다는 글은 저자만이 아니라 내게도 많은 상념을 하게 만듭니다

 '누구에게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 것이다. / 올해로 당당히 14세가 된 나도 그런 꿈이 있다. / 천사 같은 밝은 미소와 따뜻한 손길로 / 학교에 갈 때면 희망을 담아주고 / 훌륭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 /  나의 꿈은 누구에게나 있는 '엄마'가 되는 것이다. // .............만약 내가 커서 엄마가 된다면 / 아침마다 맛있는 반찬과 / 구수한 밥을 준비할 것이고 / 태어나는 순간부터 늘 곁에 있어주는 엄마 / 우리가 걱정되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엄마 / 행복이 넘치는 가정에 꼭 있어야 할 엄마가 될 것이다. / 엄마! / 나의 꿈이자 들으면 눈물이 나는 두 글자다. /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람 / 나는 나의 꿈을 꼭 이룰 것이다.

 어머니가 없이 아버지에게서 자란 14세의 소녀가 썼다는 이글은 '모든 부모는 어린아이에게 꿈이고 소망이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부모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잠잠히 말하고 있습니다. 내가 부모가 되고 부모로 산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자식을 진정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를 깨우치고 있습니다.

 내가 나의 아이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가치있는 것들을 새로이 깨닫게 되고, 소유하게 되었는가를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내 품에 안은 소중한 나의 아이들로만으로도, 이들의 부모로 산다는 것만으로도 난 이미 이 세상의 대부분을 소유한 부유한 자임을 고백합니다.

 안타까움 하나. 많은 유익한 이야기들 속에 숨어있는, 옥에 티와 같은 오자와 탈자, 어색한 문맥, 그리고 책의 서술형식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했더랬다'는 식의 표현 -나만의 불편함인가?- 들이 보이는데 다음번 인쇄시에는 세심한 교정의 손길이 더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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