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와 친구들 플랩 사운드북 토마스와 친구들 15
월버트 오드리 지음, 아동문학 편집부 옮김 / 아동문학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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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스와 친구들', 솔직히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는 많이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외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 -그러니까 지금부터 2-3년전만 하더라도- 는 TV에서 하는 애니메이션에 심취하곤 했었지요.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TV 보겠다고 조르고, 끝날때까지는 시선을 화면고정 모드로 유지했던 프로그램중의 하나였으니까요. 그리고 아직도 토마스의 둥그런 얼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짓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들면서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이걸 책이라고 해야하나 장난감이라고 해야하나.... 토마스가 휴가를 가면서 함께 떠나는 친구들과 여행을 하면서 지나는 곳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니 이야기 책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플랩을 젖히며 숨은 그림 찾기를 하고 또한 버튼을 눌러 친구들이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으니 장난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어찌보면 아이에게는 그런 구분이 필요가 없겠지요. 그냥 재미가 있으면 될테니까요. 그리고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눈과 귀와 손을 이용해서 아이가 한참을 재미있게 놀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삽화는 선명한 색감을 잘 살려 놓았고, 이야기를 읽으며 매 페이지마다 숨겨진 등장인물들을 찾아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형식이, 글을 아직 읽지 못하지만 이제 책에 대해서 아이의 관심을 유도하고자 하는 부모님들에게 독서라는 훌륭한 습관을 시작하는 책으로는 그만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이런식으로 책을 대하게 되는 아이들은 책도 자신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일종으로 받아들이겠지요. 딱딱하게 앉아서 글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 끙끙거리는 모습이 아니라, 즐겁게 놀수 있는 도구처럼 느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글을 모르는 아이라도, 굳이 읽어주지 않더라도, 그림을 보고 플랩을 젖히고 버튼을 눌러 등장인물들의 생생한 소리를 들으며 놀다보면 책이라는 물건(?)을 대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질거고, 이제 막 글을 더듬거리는 아이들에게는 글을 배우고 읽는 재미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경험도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입니다. 아이가 가지고 노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토마스처럼 웃음짓게 하는 매력이 숨겨진 이 책은, 힘겨운 글읽기가 아닌 흥미로운 놀이를 가득 품고 있는 책(? 장난감)입니다. 자! 이제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아이와 함께 토마스를 타고 여름 휴가를 떠나 볼까요!!!!! 가는 길에 버티와 헤롤드와 디젤도 찾아서 함께 데려가도록 해 보지요. 멋진 소리로 인사를 나누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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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만화 한자 교과서 2 되기 전에 시리즈 11
권욱 글 그림, 박원길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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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의 많은 부분이 한자어에서 비롯되었기에 한자에 대한 지식이 곧 생활의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책을 읽고 이해라는 것도 한자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훨씬 수월하고 깊이를 더할 수가 있고, 특히 전문적인 분야에 들어갈수록 많은 용어를 한자어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구요. 또한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우리 주위의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나랏말이 한자가 중심이 되어 형성되어 있는지라, 한자를 안다는 것은  우리와 같은 한자 문화권의 여러나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겠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로 이제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한자에 대한 공부를 하게 하는 부모도 많고, 나도 그러한 부모 중의 하나입니다. 아이들에게 카드를 사서 익히게 하기도 하고, 학습지 비슷한 것들을 골라서 시키기도 해보고, 때로는 방문 학습지를 시도하기도 하였고.... 이런 저런 기회를 아이들에게 줄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더디고, 생각만큼 체계적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던 듯 합니다. 하여간 이거저거 배울 것이 많은 요즈음 아이들에게 한자학습을 한다는 것도 무거운 짐 하나를 더 지는 것이지, 결코 어휘가 늘고, 생각이 깊어지고, 이해의 범위가 넓어지는 그래서 결국은 삶의 범위와 깊이가 더해지는 즐거운 여정이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만화 교과서가 그나마 그런 우리 아이들에게 희소식일려나요.^^

 이미 '중학생이 되기전에 꼭 읽어야 할 ....' 만화 교과서 시리즈는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책이고, 부모들에게도 학습을 위해 신중하게 고려된 기획으로 많은 관심과 함께, 만화라는 형식상의 문제로 인한 염려도 받는 책이지요. 분명 곁에서 지켜보면 아이들은 만화로 된 내용을 훨씬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시리즈를 비롯해서 나름의 장점을 가진 많은 만화학습서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한자에 대한 만화 학습서들도 이미 여러가지를 구경한 기억입니다. 다 장단이 있고, 어떤 것은 훨씬 만화라는 형식적인 면에 치중한 것도 있고, 이 시리즈처럼 학습이라는 측면이 강조된 것도 있구요. 만화한자교과서 두번째 책인 이 책은 네 글자에 담긴  옛 사람들의 지혜와 철학, 그리고 우화가 담긴 고사성어에 대한 내용입니다. 고사성어를 배우고 적절한 곳에 사용하여서 지식을 뽐내는 것이 한자를 배우는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재미겠지요. 성질이 급한 친구를 달랠 때 '서두르지 말아라'고 하는 것보다는 '연목구어하지 말아라'고 하든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오르고 성장하는 친구에게 '너 공부 열심히 했구나'라고 하기 보다는 '네 실력이 일취월장 하는구나!'라고 하고, 오래된 친구를 소개할 때 '내 초등학교 친구야'하는 것보다는 '내 죽마고우야'라고 하며 으쓱해하는 것이 바로 한자를 배운 보람을 느끼는 순간 중의 하나겠지요. 이런 일상에서의 상용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딱딱한 고사성어 사전이나 책처럼 한자어를 무작정 따라하며 뜻을 외우는 고집스런 전통적인 한자 책보다는 이리 만화로 되어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며 익히게 하는 책들이 훨씬 효과적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만화 이야기 속에서 그러한 고사성어가 사용되는 자연스런 상황과 또한 거기에 배인,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에는 조금 모호한 뉘앙스까지 익힐 수도 있을테니까요. 분명 그러한 면에서는 이러한 만화교과서와 같은 형식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책의 구성은 우선 중학교 수준의 133가지 고사성어를 9가지 주제에 따라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자를 배운 세대라면 이미 한번쯤 듣고 익혔을 만한, 반포보은, 죽마고우와 같은 사람과 관계에 관련된 고사성어에서부터 감탄고토, 박장대소와 같은 말과 행동을 표현하는 고사성어; 청출어람, 일취월장 같은 가능성과 능력과 연관된 고사성어; 계란유골, 연목구어와 같은 성공과 실패; 곡학아세와 같은 거짓과 욕심; 절치부심, 격세지감 같은 희노애락과 감정; 내우외환, 백척간두, 풍전등화 등의 고통과 위기, 노력; 교언영색, 배은망덕 등의 태도와 모습; 구우일모, 일목요연 등의 상태와 상황을 나타내는 고사성어까지 100여개가 넘는 각각의 고사성어가 한 페이지에서 네 페이지에 이르는 요약된 내용의 만화로 설명이 되어있고, 또한 각각의 고사성어에는 따로 뜻풀이와 비슷한 말, 예문 등의 설명란을 두어 조금 더 다양하고 깊이있는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재미있고 쉽게 이해되는 내용들이기에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즐거움이 함께하는 배움의 시간이 될 수 있겠지요. 또한 많은 아이들에게 힘겨운 공부시간이 아닌 즐거운 독서시간 또는 어른들이 말하는 만화보는 시간이겠지요.^^ 이렇게 만화로 보고 나서도 어김없이 그 내용을 실생활에서 풀어내는 이들이 또한 아이들이기에 훨씬 능률적으로 한자를 익히는 시간이 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많은 어른들의 염려스러운 시선이 항상 따라 붙는 것은 결국은 그래도 만화라는 형식의 문제인데, 아이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이러한 만화교과서를 통해서 즐겁게 익히고 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듯이, 만화가 아닌 이것과 관련된 책들도 이러한 계기를 통해 익힌 지식을 바탕삼아 진득하게 앉아서 소화해 낼 수 잇는 아이들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나의 아이들이 만화에서 느끼는 재미만큼, 글자로 가득한 책속에서도 독서의 재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지요. 여하간 이 책이 다른 만화교과서처럼 어렵게 외우지 않고도 아이들이 깊은 의미가 담긴 한자어를 수월하게 익힐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책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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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변신 수학에 풍덩 빠지다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19
세야마 시로.박영훈.고광미 지음, 다테이시 다이가.김수현 그림, 오병승 감수 / 웅진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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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물흐물 세계를 둘러보다 보면, 무슨 마법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커피잔과 도넛이 같은 성질을 가진 물체라고 한다면 선뜻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흐물흐물 늘어나고 모양을 바꾸어 가던 커피잔이 어느새 도넛의 모양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흐물흐물 세계의 마법이 걸린 것이지요. 아버지가 위상 기하학에 대해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게된 두 주인공 민호와 민지는 흐물흐물 꿈나라로 나비(고양이 이름)를 찾아 떠나는데, 심술궂은 흐물흐물 세계의 신이 둥굴게 부푼 풍선모양의 고양이, 튜브처럼 구멍이 하나 뚫린 고양이, 구멍이 세개나 뚫린 고양이를 보여주면서 나비를 찾으면 돌려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고양이가 흐물흐물해지면 어떤 모양으로 변하게 될까요? 참고로 앞에서 도넛과 거피잔은 구멍이 하나씩이었습니다. 모양은 다르지만 위상기하학의 눈으로 보면 성질이 같은 즉 연결 상태가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찰흙처럼 흐물흐물하게 만지다가 보면 같은 모양을 만들어 낼수가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이처럼 흐물흐물 세계라는 마법같은 세계를 통해서 위상 기하학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고 있는 책입니다. 수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용어부터가 낯선 것이 사실인데 책 뒷표지를 보니까 초등 2학년의 '도형과 도형 움직이기'와 연관된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2학년때 같은 모양을 뒤집어도 보고 회전시키기도 하는 식의 단원이 있었는데, 바로 그 내용과 연관된다는 것인 듯 합니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괜히 머리만 복잡스럽게한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그 내용은 아마도 위상 기하학의 가장 기초적인 내용이었을 것 같습니다.-잘은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이 위상 기하학에 대해서는 교과서보다 훨씬 재미있고 흥미롭게 씌여진 것이 사실이라는 생각입니다.

 삼각형과 사각형, 또는 커피잔과 도넛처럼 연결상태가 같은 것을 같은 무리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기존의 사람의 감각에 의존해서 세상의 물건을 구분하는 방식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런 점이 신기하고 마법에 걸린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구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우리가 상상하면 세상을 보는 눈은 참으로 다양할 수가 있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마법같은 위상 기하학의 눈으로 물건을 분류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상상으로 구축했던- 세계가, 지도를 그리고 네온사인의 글자를 만들고 복잡한 전기회로도를 그리게 되고 컴퓨터를 통한 다양한 입체영상의 세계와 연결된다는 사실은 그러한 상상의 세계나 마법같은 세상이 실제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우리의 삶을 훨씬 풍요롭고 다양하게 만들어준 기초였다는 깨달음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로 진행되는 흐물흐물 세계로의 탐험을 통해 위상 기하학이라는수학분야가 만들어내는 새롭고 신비로운 세계를 둘러봄으로써, 상상력이라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통해 나오는 창조성의 세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다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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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 벌타령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2
김기정 지음, 이형진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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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래동화를 읽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자라던 때 만큼 그런 이야기가 재미있지는 않는가 보다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다양한 책들을 대할 수 있고, 책이 아니더라도 닌텐도 게임이나 영화, 텔리비젼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볼거리와 읽을거리에 노출된 아이들, 더구나 현대의 최첨단 놀이기구나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 등을 활용해서 만들어진 영화나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는 부모 세대가 어릴때 전래동화를 읽으면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은 아무래도 고리타분한 넋두리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읽었던 콩쥐팥쥐나 혹부리 영감님 등의 이야기가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관심을 끌고, 재미있게 익히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지요. 우리 아이들을 보아도 여전히 책장 한쪽의 전래동화에 손이 가고, 한번 앉으면 몇권씩 바로 읽어 치우기도 하니까요. 책의 종류나 내용이 다양해진 만큼 우리 전래동화에 대한 이야기들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는데, 그러한 다양하고 재미있기도 한 책들 속에서 우리의 전래동화의 가치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끔은 오래된 이야기의 반복처럼 들리고, 권선징악이라는 큰 구도를 형성하면 아이들에게 교훈을 전하는 이야기의 진행이 뻔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는 현대의 창작동화들이 단숨에 이루지 못할 것 즉 우리민족의 역사와 정서가 녹아 있다는 사실이지 않을까요...... 우리 조상님들의 삶과 해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등이 숨쉬고 있다는 그래서 우리의 뿌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그런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게으름뱅이 가로진이가 어머니에게 타박을 받고 나무 한짐을 하러 산으로 가지만 천성은 어쩌지 못해 지게를 한쪽에 놓아두고는, 산구경 하늘구경 나무구경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가져간 개떡으로 배를 채우다가 어두워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어머니가 무서웠는지 집에 가다가 뭔가 떌감을 찾아보다 힘써서 뽑은 것이 하필이면 동네 입구의 천하대장군입니다. 마을의 액운을 막아주고, 길가는 사람에게 길을 안내하고, 간절한 소원을 비는 이에게 귀기울여 들어주던 영험한 장승을 뽑아온 것이 일의 시작이 되어 팔도강산 방방곡곡의 장승들이 호출됩니다. 장승을 땔감으로 쓰겠다는 배운망덕한 인간을 혼내주자고 모여든 전국의 장승들.... 그들의 출신만큼이나 말속에 묻어나는 사투리들이 정겹고, 또한 이름들도 다양하네요..... 모여든 장승들이 가로진이를 혼내기 위해 온갖 병을 집어 넣지만 그런 아들도 사랑하는 어미의 마음으로 이내 병고침을 받고, 게으름으로 혼장난 가로진이는 이젠 장승들이 집어넣은 팔만가지 병이 낫는 중에 게으름 병도 덩달아 나아버렸습니다.....

 이제는 장승도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이 아니라, 보고 싶으면 어디론가 찾아나서야 하는 특별함을 지닌 존재가 되어버렸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우리 조상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장승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동네 어귀에 서서 마을 사람들을 보살피고, 나쁜 귀신을 물리치고, 병을 막아주고, 도적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나그네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어졌던 장승, 아마 거기에는 우리 조상들의 자신들의 삶에 대한 소원이 덧입혀져 있었다고 해야겠습니다. 평화롭게 살고 건강하게 살고 사이좋게 살기를 바라는 그러한 소망의 한 단면이 장승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이겠지요. 그리고 아이들이 이러한 우리의 전래동화나 이야기를 읽으면서 배워야 할 것은 권선징악이나 부모를 공경하고 효도하는 모습 등도 중요하겠지만, 조금더 살펴서 그 안에 담긴 우리 조상들의 삶과 해학, 가치관 등에 대해서 이해하고 또한 마음에 새기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 많은 우리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우리 조상으로부터 전해지는 정서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러한 우리 전래동화의 의미 중에 하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책에서도 책 말미에 장승에 대한 소개가 담겨 있는데, 아이들이 그러한 내용을 읽고 장승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로진이와 어머니, 그리고 장승들 간의 이야기를 읽는 중에 여기에 담긴 우리 민족의 정서를 느끼고 즐거워할 수 있다면 그보다 저 좋은 것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조상의 삶이 그러하였다는 마음속에 남는 깨달음이나 느낌 하나만으로도 이러한 우리 전래동화의 가치는 충분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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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의 섬 뒹굴며 읽는 책 5
윌리엄 스타이그 글 그림, 송영인 옮김 / 다산기획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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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윌리엄 스타이그, 어린이 책을 좋아하는 또는 아이들을 키우며 책 좀 보았다는 사람이라면 귀에 익은 이름입니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치과의사 드소토 선생님'이 먼저 떠오르고, '아프리카에 간 드소토 선생님' '멋진 뼈다귀' '당나귀 실베스타와 요술 조약돌' '부루퉁한 스핑키'등의 작품이 뒤따릅니다. 하지만 여기 저기를 뒤져보고 영화 '슈렉'의 원작이 되는 '슈렉'이라는 그림책도 그렸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됩니다. 그의 그림책을 보면 다른 그림책들에 비해서 소박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화려한 원색보다는 자연스러운 색감을 더 많이 느낄 수가 있고, 세밀하고 자세하게 표현한다기 보다는 간략하게 특징적인 부분들을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는 그림들이 많습니다. 또한 멋진 동물들과 기발하거나 신비로운 이야기가 그의 글속에 함께 실려, 보는 이에게 다정하게 속삭입니다. 그래서 그의 책들을 읽다보면 물씬 풍겨나오는 정감을 느낀다고 한다면 나만의 감정적 편견일까요..... 만화가로서의 삶을 더 많이 살았다는 그의 작품속에서 느끼는 그러한 편안함과 정감이 그의 책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으로까지 발전한 듯 합니다. 그래서 이 책도 손에 들게 되었지요.

 도회지의 부유한 집에서 자란 생쥐 아벨은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랑입니다. 한데 예쁜 신부와 소풍을 나갔다가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겨우 동굴속에 피하게 되지만 사랑하는 아내 아만다의 스카프가 바람에 날려가는 것을 주으려다 -순전히 아내에 대한 사랑(?)때문에- 폭풍우에 휩쓸리고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가면서 죽을 고비를 넘기기를 몇번하고 나서, 물에 잠긴 섬에서 솟은 자작나무 꼭대기에 의지해 겨우 생명을 부지합니다. 폭풍이 지나고, 강물이 빠진 후에 남은 것은 황량해진 섬에 아벨 혼자뿐입니다. 사랑하는 아내 아만다도 포근한 보금자리였던 저택도, 친구와 부모, 그리고 편리하던 도회지 생활도 모두 아득한 일이 되어버리고, 아벨은 몸에 걸친 옷가지와 구두 그리고 아만다의 스카프만 몸에 지닌채 외떨어진 섬에 표류하고 맙니다.- 어렸을 때 로빈슨 크루소우를 생각하면서 참  대단하다거나 나도 한번 그리 해볼까 하는 낭만적이지만 어리석은 생각을 한적이 있기도 하지만, 내가 지금 아벨의 입장이라면 로빈슨 크루소우가 결코 낭만적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몇번의 탈출실패를 겪고 아벨은 추워지는 날씨속에 겨울을 날 준비를 합니다. 추위와 이따금 나타나는 올빼미의 공격을 이겨내며 겨울을 넘기는 아벨..... 중간에 운이 좋게 책과 회중시계를 얻어 나름의 위안도 얻지만 그래도 그 생활은 여전히 어렵고 고달픈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벨은 여전히 집으로 가리라는, 사랑하는 아내 아만다를 다시 보고, 그녀의 스카프를 돌려주리라는 삶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섬에서 나갈 방법들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물어진 날씨에 낮아진 강물의 수위를 발견하고는 드디어 힘겨운 탈출에 성공을 합니다. 물론 집으로 오던 길이 탄탄한 것만은 아니어서 고양이에게 죽을 뻔도 하지만, 그러한 역경도 아벨의 의지를 꺽지는 못하네요. 하지만 멋진 마무리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아벨, 나 같으면 무작정 집으로 들어갔을 테지만, 아벨은 더 멋진 모습으로 아만다를 맞이하기 위해서 해학이 넘치는 약간의 거드름을 피우네요....... 멋지게 스카프를 돌려주고, 소파에 편안하게 누워 아만다와 포옹을 하는 아벨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단순히 내용을 따라 가다보면 생쥐의 무인도 표류와 몇가지 사건과 설정이 섞인 모험담처럼 느껴지는 구석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단순한 모험담이나 영웅담이 아닌 읽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이유는 아마도 아벨이 표류하게 되고, 또한 섬에서 살아남고, 올빼미나 고양이의 습격에도 당당하게 맞서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이면에 있는 자신의 아내 아만다에 대한 사랑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폭풍우에 날리는 스카프를 향해 몸을 던질 수 있었고, 또한 외로움과 고통, 추위를 물리칠 수 있었으며, 몇번의 탈출실패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의연하게 다시 일어나 시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천적인 고양이와 올빼미와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었을 것이구요. 이러한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이 이야기 속에 담겨 있기에, 그리고 영웅이 아닌 평범한 생쥐로서의 아벨의 용기와 인내가 담겨 있기에 읽고 마음속에 묵힐 수록 이야기의 맛이 우러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살았던 삶 뿐만이 아니라 현재 자신에게 닥친 어려운 삶과 미래의 희망이 담긴 삶까지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작가는 바로 아벨이 자신의 어려움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 아만다와 멋진 재회를 이룬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 들려주고 싶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 봅니다. 그리고 작가는 마지막 재회의 우아함을 통해서 그러한 삶의 아름답고 고상함을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구요. 자신의 가족과 자신의 삶을 사랑한 아벨의 모습이 나와 우리 아이들 모두의 모습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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