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쪽빛그림책 2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백순덕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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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야기에 어울리게 차분하고 깔끔한 색채로 파리의 곳곳의 풍경과 를리외르 아저씨의 작업실과 작업하는 모습이 그려진 이 책은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식물도감이 망가져서 그것을 고치고 싶어하는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소녀는 새로운 책보다는 자신이 귀하게 여겼던 책을 다시 고치고 싶어서, 파리의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를리외르 아저씨를 만나게 됩니다. 를리외르가 제본가라는 의미라고 하니까 책의 제목은 "나의 제본가 아저씨"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내부가 뒤죽박죽인 아저씨의 작업실에서 소녀는 아저씨가 책을 낱낱이 분해해서 다시 말끔하게 제본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책에 새 생명이 불어넣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손으로 하나하나의 과정을 정성들여 처리하고, 마지막으로 표지를 만들 가죽을 얇게 펴는 모습까지 본 뒤에 소녀는 를리외를 아저씨와 공원을 산책하며 공원의 아카시아 나무의 나이 만큼이나 오래된 아저씨의 를리외르라는 가업에 대한 이야기도 듣습니다. 소녀에게 이름을 묻고 헤어진 아저씨는 소녀와의 만남을 통해 책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마법을 지녔던 아버지의 손과 가르침을 기억하고선, 아마도 그런 마법을 이젠 자신의 소녀의 책에도 부여하고 싶었던지 밤늦게까지 작업실의 불을 켜놓고 일을 하셨습니다. 소녀가 새 싹이 난 화분을 가지고 아저씨의 작업실에 들렀을 때, 소녀의 책에도 새 생명이 불어넣어졌습니다. 다 망가져 버려질 뻔한 책이 "ARBRES de SOPHIE" - 소피의 나무들-이라는 멋진 금박 글씨에, 파릇한 아카시아 그림의 표지를 입고 다시 태어났답니다. 소녀는 새로운 자신만의 책속에서, 들고 온 화분 속의 싹이 아카시아라는 사실을 찾아내고선, 어느 새 잠들어버린 를리외르 아저씨의 손에 조용히 전해 드립니다.... 아저씨가 마법을 부려 생명을 준 책은 다시는 뜯어지지 않았고.....  소녀는 이제 식물학 연구자가 되어 를르외르 아저씨와 함께 보았던 그 아카시아 나무앞에 책을 펴들고 서 있습니다. 

  다 읽은 후 내내, 를리외르 아저씨가 책을 다시 제본한다는 것, 그래서 책에 다시 한번 새 생명을 덧입힌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적어도 400여년을 장인으로서 이어져 온 가업을 성실하고 묵묵하게 계속하는 를리외르 아저씨의 모습속에서 그리고 그 책을 통해서 새싹의 이름을 찾고, 또한 식물학자가 된 소녀 소피의 모습속에서, 책이 제본가의 손을 통해서 매번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의미가  단지 겉표지가 멀쩡해졌다거나 너덜거리던 책장이 다시 정상적이 되었다거나 하는 단순함을 넘어선, 한 사람의 삶이 되고 미래가 된다는 그런 속깊은 이야기를 작가는 이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하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를리외르 아저씨가 다시 제본을 한다는 것은 책을 다시 분해하고, 크기를 맞추기 위해 가장자리를 자르고, 너덜거리는 책장을 실로 땀땀이 떠서 다시 꿰매고, 풀칠을 하고... 하는 등의 눈에 보이는 일련의 과정에 담긴 정성과 장인의 혼,  그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깨달음을 아마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을 듯 합니다. 
 
  60여 페이지가 채 못되는 그림과 짧은 이야기 속에, 그 그림과 이야기가 겉으로 말하는 것 이상의 많은 의미와 따뜻함이 담겨 있음을 느낍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는 하지만, 이 안에 담긴 작가의 정성과 따뜻한 시선, 그리고 를리외르 아저씨의 제본가로서의 묵묵한 삶은,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을, 다 읽고 나서도 내내 마음속에 남겨줍니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이가 어린이든, 청년이든, 장년이나 노년의 영혼이더라도 나와 동일한 울림을 가슴으로 느끼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감히 해 봅니다. 그의 마음 문이 열려 있기만 하다면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서는 이야기 속의 를리외르 아저씨처럼 제본을 하는 책을 찾기도 어렵고, 한편으로는 소피처럼 책 한권을 귀히 여기기에는 책이 너무 흔한 시대가 되어버렸지만, 내 손에 쥐어지는 책에 대해서 그리고 그 책에 내 손때가 묻어간다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나의 아이들에게도 내게 들려준 그런 속깊은 이야기를 속삭여 주리라는 엉뚱한 기대를 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부디 내가 들은 이야기보다 더 풍성한 속삭임을 나의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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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첫발 - 초등학생이 처음 읽는 미술책
정명숙 지음, 조행희 그림 / 문공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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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하면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 그림입니다. 그래서 미술을 한다는 것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으로 생각이 연결되는 것이겠지요. 이러한 모습이 다 학교 다니면서 배운 미술 교육의 부실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겠지만, 실제 미술이라는 것은 그림을 그리는 회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요. 회화라는 부분만 놓고 보더라도 너무도 상이한 다양한 분야들이 섞여 있는 것이 사실이구요. 그래서 미술이란 무엇일까? 미술하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라는 물음에 질문을 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하게 됩니다. 그 안에는 단순한 아이들이 선을 그리고 색칠을 해대는 작품에서부터 시작하여, 회화와 조각, 건축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다양한 분야가 담겨있기에 내 지식으로는 뭐라고 정의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서문에 저자가 말한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자라면 누구나 미술가가 될 수 있지요'라는 말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었습니다. 어떤 형태의 작품들에서 미술이라는 분야를 정의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에 눈을 맞추면 미술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듯 합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미술이란 '아름다움을 찾아나서는 탐험'이자 '우리가 대하는 일상과 사물등에 '새로움'을 부여하는 '마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술 첫발>, 아마도 옛날에 제목을 붙였다면 <미술 첫걸음>이라고 했을 것 같은 이 책은 초등학생들에게 미술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책입니다. 그래서 미술이란 무엇일까? 라는 주제의 첫 장을 시작으로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만들까? 에 대한 이야기들로 이어집니다. 1장 미술이란 무엇일까?에는 미술에 대한 간단한 정의와 역할에 대한 설명과 미술의 기본이 되는 선, 색, 그리고 형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2장 무엇을 그릴까? 에는 초상화, 풍경화, 풍속화, 정물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3장 어떻게 그릴까? 에는 그리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관찰과 원근법, 구도, 생략과 상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4장의 무엇을 만들까? 에서는 회화, 조각, 디자인, 건축 분야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각각의 소단원은 각 주제에 어울리는 작가나 작품의 설명과 이해를 통해서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미술에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한 화가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란도 덧붙여져 있습니다.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집중력을 기울일 만한 분량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가는 글솜씨에서, 아이들 눈높이에서 미술에 대해서 간결하지만 요점을 전달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고를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노고가 들어간 만큼 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위한 짜임새 있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아마 아이들이 다 읽고 나면, 미술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나와 같이 그림 그리는 것이라는 식의 단편적인 대답을 하는 아이는 없을 듯 하고, 나같은 어른들에게도 복잡한 개론서 종류를 피하여 쉽게 미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덤을 주기도 하구요.

  아이들의 창의력 배양에 좋다고 한창 미술교육이 인기를 누릴 때가 생각이 납니다. 낙서 하나를 하더라도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으로 즐겁게 하는 것을 버리고, 어떤 규격화된 미술 교육을 따라가는 순간, 아마도 아이들에게 좋다던 창의력 배양은 땅에 떨어져 버렸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미술학원의 벽에 걸린 정말 사물들을 베낀 듯이 세밀하게 그려낸 아이들의 작품을 보면서 왠지 모를 안타까움을 느끼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말 잘 그리기는 했는데, 거기서는 따뜻함이나 사람냄새가 나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솔직히 피카소의 그림들이나 현대 회화, 현대 조각 등의 난해해 보이는 작품을 훌륭하게 볼 만한 안목을 가지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미술이라는 것이 새로움을 부여하고 아름다움을 찾아나서는 여행이라는 저자의 말을 보고 있노라니, 그러한 과거의 기억이 더 또렷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런 아이들에게 보기 좋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눈과 마음으로 느끼는 새로움과 아름다움을 찾아 나서는 미술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하얀 백지위에 낙서를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서도 즐거워하는 미술가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난 아이는 그런 시간에도 자신을 미술을 하고 있다고 어른들에게 당당히 이야기 하겠지요!  '아름다움을 찾는 자는 누구나 미술가래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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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듯 말듯 우리말 바루기 - 어휘력이 자라는 초등 교과서 낱말편
이상배 지음, 최남진 그림, 김선철 감수 / 뜨인돌어린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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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다 보면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씩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국어시간에 배웠던 기억은 있고, 한동안은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며 살다가도, 어느 순간 이건가 저건가 혼란스러워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말이 쉬운 듯 하지만, 제대로 알고 쓰려면 그만큼 까다로운 것일수도 있겠고, 다른 이유를 찾는다면, 우리말을 바로 알기 위해서 그만큼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마도 영어공부하듯이 했다면, 이러지는 않았을테니까 말입니다. 한동안 우리말에 대한 책들 -어려운 교양서가 아닌 가볍게 읽을 만한 책들-을 자주 대할 수 있었던 기억입니다. 사람들에게 우리말에 대한 신선함을 안겼던 책-국밥-도 있었구요. 이 책도 일부분은 그 책의 영향을 받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첫째장에 나오는 초등 교과서 핵심낱말 바루기에서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 즉 어떤 비슷한 듯한 낱말의 바른 쓰임에 대한 설명 형식이 닮아 있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느낌이 드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가장 반가웠던 부분은 다른 책에서  대할 수 없었던 몇몇 부분의 내용때문입니다. 아이들 책이지만 어른인 내게 먼저 다시한번 정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부분인데요, -거야와 -꺼야, 그러므로와 그럼으로, 대와 데, 되와 돼, -든지와 -던지, -로서와 -로써, -오와 -요, 쟁이와 장이에 대한 설명을 해 놓은 2장의 뜻이 다른말 코너였습니다. 제대로 알고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솔직히 조금 헷갈려서 뒤죽박죽인 부분도 있었으니까요.  또한 습관적으로 쓰는 우리말 부분의 '간이 붓다' '걸음아 나 살려라' '깨가 쏟아지다' 등에 대한 내용은 아마도 이제 추상적인 말의 의미들을 배워가는 저학년들에게는 정말 좋은 내용이 될거라는 생각입니다. 우리말의 재미도 느끼게 될거구요. 3장의 살려 써야 할 우리말 바루기 편에 나오는 낱말들은 정말 우리 생활속에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단어들이 채워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나브로'라는 낱말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데 이 단어도 소개되어 있더군요. 개밥바라기, 곰비임비, 곱다시,낙낙하다, 달구비, 달구치다, 두루뭉수리, 따따부따, 보깨다, 설레발, 시나브로,어기차다, 옹송그리다, 용심, 자발없다, 쥐락펴락, 짬짜미, 추렴, 푸지다, 휘뚜루마뚜루 등, 뜻을 짐작이라도 할 수 있는 단어보다는 이게 뭘까하는 단어가 좀더 많았는데,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포근함을 느끼게 만드는 구석이 있는 단어들이었습니다. 뜻을 하나 둘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였구요.

 집에서 아직 저학년이지만 만화 국어교과서를 심심하면 들쳐보고선 나에게 우리말의 쓰임에 대해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강의(?)를 하곤하던 두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새삼스럽게 울립니다. 그 책이 문법이나 철자법에 대한 내용이 주였는데도, 신기한 듯 열심히 읽혔던 아이들의 모습도 눈에 선하구요. 내 생각에는 이 책이 그 책보다는 더 아이들 우리말 공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듯 한데, 내 아이들이 다시 한번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우리말 강의'를 힘찬 목소리로 들려 줄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두 아이중 누군가의 입에서 '시나브로 어둠이 내린다'라거나 여름날 장마비를 보고 '달구비가 내린다'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우리말에 대해서 알아가는 기쁨도, 동화책을 읽는 것이나 만화책을 읽는 것 속에서 얻는 재미 못지 않은 면이 있음을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우리말에 대해서 '푸지게' 배워서 '어기차게' 사용할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보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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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에 떠나는 미래 직업 대탐험 1 - Future 1013
한상근 글, 이우일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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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 한장을 주고 생각나는 직업을 적어보라면 몇개쯤 적을 수 있을까요? 직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50-60개쯤은 적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어림짐작이라서 오차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정도는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직업의 세계에 대한 소개서 입니다.대상이 어린아이들인고로 그만한 눈높이에서 100가지 직업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는 직업의 세계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여섯대륙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꼼꼼대륙, 씩씩대륙, 펀펀대륙, 곰곰대륙, 당당대륙,  그리고 친친대륙으로 나누고 각각의 직업을 하나의 나라로 이름을 붙여서, 이 여섯대륙에 나눠 놓았습니다. 예를 들면 전문비서의 나라를 척척해내리아로, 은행원을 뱅커리움이라는 나라로 표현해 놓았습니다. 각 직업에 붙인 나라이름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그 재치발랄함에 마냥 미소짓게 만드는 힘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직업을 각 대륙별로 구분한 것에도 나름의 기준에 의해서 분류가 되어 있습니다. 꼼꼼대륙에 속한 나라(직업군)은 매사에 빈틈없이 정확하고 조심스럽게 일을 챙기는 사무형 직업이고, 씩씩대륙의 경우는 통솔력과 설득력이 뛰어난 열정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의 기업가형 스타일의 직업군입니다. 이렇게 여섯대륙 100개국을 고구미와 깜자를 따라서 여행을 하다보면 각 직업의 특징, 미래, 현직 종사자의 조언, 그런 직업을 가지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미리 그런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 어딘지를 소개받을 수 있고, 또한 그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흥미유형검사라는 부록이 있어서, 6가지 유형 60개의 문제를 통해서 아이들이 자신의 흥미와 관련된 흥미 대륙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재미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꿈을 물어보면 어떤 아이는 하나의 꿈을 계속 간직하기도 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시간에 따라, 그리고 환경에 따라 바꾸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론 아주 어렸을 때,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확고히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겁니다. 아이들에게는 그 만큼의 다양성이 숨어 있고 아직 나타나지도 않은 무한한 가능성이 그 내면에 잠겨 있을 것이기에 어느 하나의 꿈이나 직업을 이상형으로 고정시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가 꿈을 말할 때, 매번 구체적이고 그에 대한 건설적인 의견교환보다는 피상적인 말과 이야기로 그 꿈을 묻어버릴 때가 참 많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첫째는 그런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고, 다음은 그러한 직업들에 대해서 경험에서 얻은 피상적인 지식외에 좀더 실질적인 자료를 찾아보지 못했기 때문일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책이 다룬 백가지 직업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값어치 있는 시도라는 생각을 합니다. 방대한 직업에 대해서 다뤄야 하기에 두페이지에 한가지 직업을 간단하게 소개하는 형식이어서 너무 단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각각의 직업에 대한 소개에서부터 무엇을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며, 그 직업의 미래는 어떻고, 그러한 직업을 체험하거나 볼 수 있는 곳에 대한 소개와 현재 그 직업에 종사하는 이의 입을 통해서 그 직업의 장점과 매력,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조언 등을 담아 놓은 것은 아이가 자신의 꿈을 막연히 표현하는 데서 더 나아가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지는 않더라도 아이가 자신이 관심있는 직업을 찾아서 읽게 된다면, 자신의 꿈에 대해서 훨씬 구체적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테니까요.....

 이 책의 여섯대륙 100 나라를 여행하다 보니까, 첫아이는 일편단심 펀펀대륙의 페인트리아(화가) 국민이 되기를 염원하고 있는데, 둘째는 당당대륙의 플레이움(운동선수)에서 시작하여 씩씩대륙의 폴리시리아(경찰관), 곰곰대륙의 닥틸란티스(의사), 펀펀대륙의 카투스탄(만화가)까지 여행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들이 자꾸만 펀펀대륙으로 눈을 돌리는 것을 보니, 곰곰대륙에 살고 있는 아빠, 엄마는 아무래도 눈에 들어오지 않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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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낙원을 찾아서 - 내 마음속 가장 아름다운 그곳
림헹쉬 지음, 백은영 옮김 / 가야북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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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심코 책장을 넘겨대다가, 문득 책장이 너무도 수월하게 넘어가는데 재미를 느끼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언제부턴가 책의 내용을 곱씹고 음미하기보다는, 오로지 빨리 읽는 속도에 중독된 사람처럼, 눈으로 잽싸게 읽어 내리는데  더 열중하고 있었나 봅니다. 이 책도 작가의 글을 통해 그의 의도를 잡아내려는 듯이 그림들은 거의 무시하고 눈으로 열심히 글을 읽어내리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의 대목에 이르러서야 내가 무언가를 두고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천리 밖을 걸어서야

 비로소

 마음을 가져오지 않았음을 발견했다.

 몸으로만, 눈으로만 책을 읽은 것이지요. 빨간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하늘을 날고, 저전거를 여유롭게 타고, 작을 배를 떠나 보내고,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그런 모습이 담긴 그림들을 무심한 눈길로 스치며, 작가가 쓴 글의 내용에만 정신이 팔려, 눈으로 책을 읽어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문득 내 마음이 어렸을 때, 파란 하늘을 눈망울에 담고 있었던 순전한 마음이 빠져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내게 작가는 조용한 속삭임으로 묻고 있습니다. 곱던 마음을 어디에 두고온지도 모른 채, 어이 그리 바삐 사느냐고.... 마음을 열고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나의 속삭임은 들리지 않느냐고...

 그래서 다시 처음부터, 이번에는 그림만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습니다. 글로 읽었던 처음보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면서 말입니다. 그림속의 소녀와 눈을 마주치고, 표정을 살피고, 행동을 바라보며 작가의 생각들을 되뇌여 봅니다. 아주 천천히 말입니다..... 아마도  수백 페이지를 빽빽한 글자로 채운 책을 읽을만큼의 시간을 들여 이 책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잃어버린 낙원에 대해서 작가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게되고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의 삶속에 그 만큼의 마음의 공간과 시간의 여유가 남아 있다면 ..... 

 유년의 놀이터에는

 아직도 지난 날 웃음이 울려 퍼지는 것만 같아.

 내가 언제부터 이 놀이터의 손님이 되었을까?

 시간이 나를 따라다니던 유년의 어디쯤에선가부터 내가 시간을 따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아마도 놀이터의 손님이 되고 말았고, 거기쯤 어딘가에서 나의 낙원도 함께 잃어버렸던 것 같습니다..... 마음의 문을 열고 내 유년과 다시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내 유년의 벗들과 파란 하늘을 머금은 맑은 눈동자를 가진 놀이터의 주인공이 서 있던 그 자리로.....

 이 책은 말레이시아의 그림작가의 작품입니다. 말레이시아라는 나라와 문화에 대한 낯섬이나 설레임 같은 것을 처음에는 기대했는데, 결국 거기서도 우리의 감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 살고 있음을 느끼게 된 시간입니다. 잃어버린 어릴 적 꿈, 동심, 눈동자.... 그리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또 다르게 써내려가는 삶의 이야기들은 거기서도 여기처럼 눈이 시리도록 커다란 아쉬움을 담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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