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 -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좋은 사람들에게
바바라 베르크한 지음, 장윤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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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이 안 쓰여져있는 책 표지가 있었던가, 손가락 이미지로 대신했다. 

독일 작가가 말하는 "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 부제는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좋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받자마자 한 생각은, 일단 내가 그 부제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_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아니라는 말이다. '아니'라는 말은 단순한 거절 그 이상이다. 이를테면 경계선을 긋는/경계를 짓는 일이다. 경계선 긋기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서 늘 일어난다. 자신의 영역에 무엇을 들여보내고 무엇을 영역 밖에 둘지 우리는 매 순간 결정을 내린다. (p.11, 머리말)


책 소개를 해보면, 1장에서는 나의 삶은 오롯이 나 자신의 것이며,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2장은 내면의 내가 나에게 하는 목소리와 잘 싸울 것을, 3장에서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연습노트와 전략을 이야기한다.  



사실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우리 가까이에 아주 많다. 특히 회사에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아니'라고 말하던 사람조차 말을 못하게 되거나. 아니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위로 못 올라가는 걸지도 모른다. (하아. 이거 내 이야기 아닌가.)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사람들 말고, 일상을 생각했다. 일상에서 '아니'라고 말 못하는 사람들, 전화가 오면 다 받아주고, 쇼핑할 때도 직원들의 추천을 마다하지 못하고, 그런 사람들. 삶의 즐거움을 누리려면, 아니라고 말을 해야 한다고, 자신에게 부담을 지우거나 불편할 때는 말해야한다고 조언한다.  



내가 가진 자원이 몇 안되지만, 이 조차 탐내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럴 때 진지하게 '아니'라고 해보자. 그러면 상대방의 눈빛은 말해줄 것이다. 나에게 무엇을 기대했는지, 그리고 내가 아니라고 말함으로 인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 책은 무조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 외에도, '그래'를 함께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아니와 그래가 공존하는 것.



그래 또는 아니, 이 모든 삶의 결정 역시 '삶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다. 나만의 경계선을 잘 만들어 지키는 일, 요즘 세상에서는 특히 필요한 일이다. 그 경계선을 스스로 잘 아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그래야 네, 아니오 대답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경계가 없다면 사람들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계속 더 원한다. 우리는 날마다 우리를 향한 타인의 기대와 마주한다. 주변의 동료나 이웃은 자신의 문제와 요구 사항을 우리 앞에 내놓고 우리가 여기에 매달려주기를 기대한다. - P17

아니라는 말로 당신은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킬 수 있다. 어쩌면 주변 사람들은 당신에게 특정한 호의를 제공받는 것에 익숙해졌을지 모른다. 여태까지 당신은 거절하지 못하고 늘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며 당신이 무엇을 허용하고 내줄 수 있는지를 주변에 무엇으로 드러냈다. - P141

우리는 왜 아니라고 말하는가? 우리는 왜 경계선을 긋는가? 우리는 자신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 자신을 괴롭게 하는 것들을 막아내거나 없애기 위해서 ‘아니‘라고 말한다. 부담이 되는 것을 막거나 없애면 우리가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우리는 인생의 본질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즉, 삶의 즐거움을 더욱 많이 누리게 된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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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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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역사의 밝은 면은, 믿을 수 없이 똑똑하고 지식에 목말라하는 이 놀라운 과학자들과 그들의 지식 협력이다. 양자역학은 그 누구도 혼자 힘으로 발견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기이한 이론이었다. 그들은 양자역학을 탄생시키기 위해 협력하고 경쟁하고 친구이자 적이 되어야만 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썼던 편지, 메모, 연구 논문, 일기, 회고록에서 양분을 얻어 이 책이 탄생했다. (p. 479, 에필로그)


물리학, 어려운 학문이라 크게 관심가져본 적 없었다. 양자역학 이야기가 나오면, 이해하지 못할 문제의 하나로 여기고 그냥 지나쳤다. 가끔 책을 읽어도 그때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있다. 과학자의 사생활을 읽다가, 양자역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알게 되는, 물리학의 역사를 통해 이해하게 되는 책. 바로 이 책이 그렇다. 사생활은 재미없을 수 없고, 양자역학의 발전사는 양념처럼 버무려 나온다. 


과학자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1. 과학자가 모두 수학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 닐스 보어가 유명 물리학자이지만 "아주 형편없는 수학자"라는 사실, 철학적 성찰이 우선이었던 그는 수학적 재능이 있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 공식을 정리했다고 한다. 

2. 인연은 중요하다.
- 닐스보어는 조지프 존 톰슨과 맞지 않았고, 어니스트 러더퍼드를 만나면서 그를 제2의 아버지처럼 생각한다. 심지어 그의 넷째 아들 이름을 '어니스트'로 할 정도
- 하이젠베르크는 수학자가 되고 싶어 린데만을 만났지만, 맞지 않았고, 아르놀트 조머펠트를 만나 원자물리학의 길로 들어선다.

3. 과학자들의 치열한 배틀
- 콤프턴이 X선이 양자로 이동한다는 실험을 논문에 게재했을 때, 아인슈타인은 환호했지만 보어에게는 충격이었다. 아인슈타인과 보어가 전차를 함께 타고 이동중에도 계속 이 문제를 논하느라 같은 구간을 여러번 오갔다고 하니, 그들에게는 심히 중요한 문제였던 것이다.   
- 과학자들은 자신의 이론을 정립하고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함으로써 세상에 알린다. 이 때 이론에 환호하는 과학자와 그 이론을 받아들일 수 없는 과학자가 나뉘어 배틀이 시작되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우리 과학이 발전할 수 있는 동력 아니었을까.


물론 이 책에는, 유명과학자의 사생활이 디스패치 기사처럼 담겨있기도 하다. 아인슈타인이 내연녀에게 쓴 편지를 비롯하여, 그가 군대가 너무 싫어서 독일 국적을 버리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했다는 것, 이후 다시 독일 공무원이 되었다는 기이한 일들. 그의 의붓딸이 자신의 아버지는 스위스 국민이라고 노벨위원회에 메달을 스위스 대사관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학문은 어렵지만,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물리학자 이야기를 통해 물리학을 접했더라면, 좀 더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학창시절로 돌아가도 물리학은 여전히 어렵겠지만)


두께에 비해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책이다. 디스패치를 통해 연예인 기사 읽는 것처럼, 이 책 역시 그런 기분이다. 세계 유명 물리학자의 사생활을 통해, 그 시대를 가늠해보고 물리학의 발전까지도 엿볼 수 있는 유용한 책. 저자의 참신한 기획, 그리고 스토리텔링까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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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브레비티 -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바이블
짐 밴더하이 외 지음, 윤신영 외 옮김 / 생각의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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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에 적응하라. 그리고 당장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꿔라. 스마트 브레비티와 함께라면 빠르게 해낼 수 있다. (p.13, 들어가며)

내가 좋아하는 뉴스 미디어 기업 '악시오스', 공동 창업자들이 책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이 책은 무조건 읽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 #생각의힘 #차현지 마케터님께서 내 마음을 읽은 듯 제안해주셔서 책을 읽게되었다. 감사합니다!

즐겨읽는 모닝브루 뉴스레터와 악시오스, 이 둘의 공통점은 간결함이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헤드라인 역시 전략이다. 

_ 스마트 브레비티는 더 분명하게 생각하고,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여 자신과 다른 사람의 시간을 줄이는 체계이자 전략이다. (p.21)


이 책은 챗GPT가 따라할 수 없는 간결하고 명확한 글쓰기에 대해 알려준다. 물론 다 읽고나면 이 또한 Axios HQ에 대한 마케팅인가 싶다. (악시오스HQ는 커뮤니케이션을 돕는(글쓰기를 돕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나만 해도 이 책을 다 읽고 악시오스HQ 홈페이지를 둘러봤다. ㅎㅎ 


_ 이메일이든, 페이스북이든,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읽든 바쁜 사람들은 단편적인 것만 기억한다. 그들은 여러분의 사색을 훓으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읽지 않는다. 대신 두가지 질문에 답하려고 한다. 
- 도대체 이게 뭔가? 
- 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는가? 
(p.97)

어쨌든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대로 작성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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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요한가?
챗GPT가 알려주지 않는 간결하고 명확한 글쓰기, 오늘날 소통의 방식이다. 이렇게 말하고 글쓰고 생각한다면 성공가능성은 높아진다.

요약
가장 중요한 요점만, 문장은 모두 직설적으로. 불릿으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볼드체로 강조하라.

큰 그림
사람들은 콘텐츠를 단지 훑어만 본다. 만약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싶다면, 소화하기 쉽고 먹기 좋은 방식으로 담아내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 방식으로 소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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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알려준 방식은 이메일, 회의, 연설 등 다양하게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구구절절 장황한 글보다 몇마디 안되는 간결한 문장이 힘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것 역시 연습해야하는 일이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의 21년 서한은 3만2,000단어, 악시오스에 스마트 브레비티를 활용해 독자들에게 공유할 수 있겠냐고 제안했고. 악시오스는 3만 420단어 짧은 뉴스레터로 대박났다는 사실. 


TED강연은 18분을 넘지 않는다. 사람들은 동영상 역시 2배속으로 보거나, 숏폼에 익숙하다. 짧고 간결하게, 그것만이 답이다. 


스마트 브레비티, 궁금하지 않은지. 이 책을 한번 펼쳐보시길! 
(사실 저만 알고 싶은 책입니다. 그런 책 다들 있으시죠?! 나만 알고 싶은 맛집같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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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세계 - 미국의 100개 팩트로 보는 새로운 부의 질서와 기회
스콧 갤러웨이 지음, 이상미 옮김 / 리더스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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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난 일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가는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번영하거나 쇠퇴한다. (p.13, 들어가며)

자본주의와 탄탄한 중산층이 균형을 이루었을 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다고 이야기하는 스콧 갤러웨이. 그 이상에서 벗어나 표류하고 있는 미국을 이책에서는 100가지 지표로 팩트폭격을 한다. 다시 올바르게 나아갔으면 하는 저자의 바램과 달리, 지표를 보고나면 우울해진다. 


총 10가지 챕터로 되어있다. 주주가치라는 신흥 종교, 미국이 만든 질서, 우상이 된 혁신가, 헝거 게임, 초연결 시대의 경제학 등등, 특히 부의 불평등을 보여주는 지표가 굉장히 많아서 초부유층과 사다리가 끊긴 청년층의 불편한 현실은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_ 아메리칸드림은 열심히 일해서 부모님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그들 부모가 같은 나이였을 때만큼 잘살지 못한다. 새로운 아메리칸드림은 부자로 태어나는 것이다. (p.103)

특히 젊은 세대에게 할당된 부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수치심, 좌절, 분노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근성과 야망이 부족해서 가난하다는 잘못된 사회 프레임은 더욱 기회를 박탈하는게 아닌가 싶다. 

 
또한 돈이 땀보다 귀한 사회, 실물경제와 금융경제가 단절된 사회에서는 금융화의 혜택을 받는 자산가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갭을 더 키운다. 


CEO와 노동자의 임금 격차 역시 어마무시한데, 주주가치, 주가 상승이 유일한 신처럼 맹신되는 사회에서 CEO는 그에 대한 인센티브를 챙겨감으로써 강세장의 혜택을 누리는 한편, 기업의 이익만큼 직원은 보상받지 못했다. 이러한 흐름을 돌릴 수 있을까.

  
결국 가진 자들이 세금과 각종 정책으로 자신의 부를 움켜쥐게 되면, 젊은 세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창조적 파괴라는 이름으로 혁신적인 무언가를 해서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 뿐이다. (암호화폐가 그래서 등장했나 싶기도. ㅎㅎ)


어쩌면 과거에는 직장에 들어가 일하는 것이 당연했던 것처럼, 요즘에는 오히려 창업을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중간 낀세대로서 두 세대를 바라보고 있자면, 삶의 태도가 달라진 것은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닌, 이러한 환경의 영향도 크게 한몫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에게는 최소한 금융 교육과 기술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무엇보다 자신의 관점을 잘 견지할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한다. 스마트폰으로 초연결된 세상은 연결보다는 오히려 각자 선호하는 관점만을 강화하고 단절되는 세상을 만들었다. 좋은 의도와 달리 자본주의 생리에 맞게 발전하는 표류하는 사회에서 스스로를 잘 지키려면 필요한 힘이랄까.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를 위해 국가가 최소한의 정책 이행을 하지 못한다면, 가진 자들의 편에만 서있다면, 사회는 지금처럼 흘러가지 않을까. 국가는 어떻게 이러한 위기에 대처할 수 있을까. 


책을 덮고나니 우울하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상황은 별반 다른 것 같지 않고, 그 대안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_ 인터넷은 더 연결된 세상에 대한 약속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실제로는 정반대 효과를 가져왔다. 우리는 각자의 에코 체임버에 갇혀 더 이상 화합하지 않는다.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성공한 민주주의는 일반적으로 강력한 제도, 공유하는 역사, 매우 신뢰할 수 있는 광범위한 소셜 네트워크에서 나오지만, 소셜 미디어는 이 세 가지 모두를 악화시킨다고 말한다. 멍하게 글을 게시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리트윗하는 가운데 우리는 길을 잃었다.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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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4-22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었던 도서라 관심을 갖고 읽어 보았어요.
 
위대한 지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의식, 실재, 지능, 믿음, 시간, AI, 불멸 그리고 인간에 대한 대화
마르셀루 글레이제르 지음, 김명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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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인문학자들은 능수능란한 이야기꾼들입니다. 그들은 소설과 예술적 창의성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정의인지, 왜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이야기합니다. 이 새로운 내러티브를 창조하려면 둘(과학과 인문학)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만으로는 안됩니다. 사람들이 귀 기울이지 않을 테니까요. 과학뿐 아니라 과학하는 사람들의 인간 본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내러티브에 왜 인류 전체가 이런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건 우리의 집단적 미래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p.396)


이 책은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마르셀루 글레이제르가 5년간 철학자, 신경과학자, 인문학자 등 여러 석학들과 진행한 8번의 대담을 모은 결과물이다. 원래 나는 인터뷰나 대담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좀 어려웠다. 과학자와 인문학자의 대담도 이해하는게 쉽지 않으니, 과학자의 언어란 대중에게 소통하기 어려운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 면에서 과학의 대중화에 앞서고 있는 과학테이너들이 더 존경스럽다. 


_ "인공지능을 계속 연구해야 하는가, 하지 말아야 하는가, 우리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과학과 인문학이 어떻게 교차하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예입니다. (p.110)


챗GPT 열풍을 가져온 이후 AI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도 함께 했다. AI개발을 늦추자던 일론 머스크는 얼마 안되 인공지능 회사를 설립하였으니. 기술이란 그런게 아닐까. 이로움보다는 결국 돈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이용되는 것. 인문학과 철학은 이럴 때 도움이 된다.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치 판단이다. 그런 이유로 AI개발에 있어 윤리의식 역시 중요하다. 그러나 시장 선점에 대한 경쟁으로 기업들은 가치판단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인공지능 윤리사회팀 직원을 해고한 것만 봐도, 영리기업에게 가치판단은 사치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려스럽다. 우리 사회가 인문학적 혹은 철학적 사고는 등한시하는게 아닐까 싶어서. 


트랜스휴머니즘에 관한 대화 역시 우려스러웠다. 기술이 발전한다 하더라도, 초부자들만이 인간존재를 초월해 이용할 수 있다면 그러한 불평등은 옳은 것일까. 물론 마음을 기계에 업로드하고 불멸의 삶을 내가 아닌 어떤 기계가 살아간다는 상상은 여전히 와닿지 않지만, 이미 존재하는 구조적 불평등은 더 심화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니까.


기술이 발전할 수록 가치 판단의 문제는 점점 더 많아지기 때문에, 과학과 인문학의 협업은 필수적이다.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전문화를 더 하는 것도 좋지만, 서로가 지적 협력을 통해 인류가 가야하는 방향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는게 좋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이 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우리는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과 함께 협력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과학자이면서 철학자이고 인문학자였던 고대 석학들이 떠올랐다. 인간의 본질적 삶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려는 그 사상은 오늘날 여전히 필요하다. 어쩌면 챗GPT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우려하는 것보다, 우리는 어디까지 가야할까, 이 방향이 맞는 것일까 함께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속도에 매몰되어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면 말이다.


과학이 사실을 말하는 데는 우월할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을 아는 데 만족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더 절실히 알고 싶은 것은 가치 판단(무엇이 중요한가)입니다.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인간적 관심은 거기에 있습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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