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좋은 어린이책 <떨어질 수 없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유지현 (책방 사춘기 대표)

《떨어질 수 없어》는 완전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하나로 태어났어요.”

 

표지를 넘기면 유리창 너머 상점 안에 놓인 신발들이 보입니다. 모두 한 짝씩만 진열되어 있는데 유일하게 완전한 한 쌍으로 놓인 것이 있어요. 이 신발은 한 소녀의 것이 됩니다. 신발과 소녀는 함께 달리고, 뛰놀고, 춤을 춥니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언제나 함께인 ‘우리’는 떨어질 수 없지요. 그러다 나뭇가지에 걸려 신발 한 짝이 찢어집니다. 둘이 하나로 태어난 신발은 한 짝이 멀쩡해도 다른 한 짝이 찢어지면 신을 수 없어요. 신발은 결국 쓰레기통에 버려집니다. 신을 수 있는 것과 신지 못하는 것으로 나누어진 신발은 난생 처음 하나가 아닌 둘이 됩니다. 한 짝은 떠나게 되고, 한 짝은 남겨지지요. 아마도 남겨진 것은 찢어져 쓸모없어진 신발일 테고요.

 

“우리는 짝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쓸모란 무엇일까요? 이야기는 또다시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신발 한 짝은 또 어디론가 옮겨져요. 이번에는 초록 양말 한 짝과 함께요. 둘로 태어나 하나였던 것들, 짝이 없는 물건은 아무 쓸모가 없으니 당연히 버려질 거라고 생각하지요. 예상과 달리 신발과 양말은 깨끗하게 단장된 채로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의 제목은 《떨어질 수 없어》이지만 작가는 ‘떨어질 수 없는’ 것들을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짝으로 존재해야 완전하거나 쓸모 있다는 우리의 편견을 뒤집습니다. 부족하기 때문에 더 큰 가능성을 지닌 ‘불완전함’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보여 주지요. 흠을 없애거나 부족함을 채우는 게 아니라 불완전함 그 자체에서 완전함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도록 이끌지요.

 

효용과 쓸모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완전함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약간의 부족함이나 흠은 포용이 아니라 배척의 대상이 되지요. 그래서 우리는 불완전함을 두려워하고 사회가 정한 완전함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러나 부족함을 채우는 것만이 완전해지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완전하지 않아도, 쓸모가 없어져도 괜찮습니다. 그건 세상의 기준이 말하는 완전함과 쓸모일 테니까요. 버려진 신발이 새로운 쓸모를 찾고 완전해졌듯이, 여러분도 스스로를 충만하게 만드는 자신만의 쓸모, 완전함의 의미를 찾아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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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좋은 어린이책 <나의 미술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미술관은 작품만을 위한 공간일까? 피카소, 마크 로스코, 헨리 무어 등 20세기 최고의 명작들을 전시한 이 미술관에서 <나의 미술관>은 대가의 작품보다 미술관을 방문한 아이의 순수한 시선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미술관은 작품 자체보다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모습과 자연과 만나 만들어지는 공간의 온기를 소개한다. 무엇보다 아이가 발견한 미술관 곳곳의 장면들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예술 작품과 평행하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예술은 어디에나 있고, 발견될 수 있다는 믿음. 이 믿음으로 우리는 나만을 위한 아름다움을 담은 집을 지을 수 있다. - 정다영(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종종 미술관에 갑니다. 전시 설명을 들여다보며 이해하려고 애를 써보지만, 조용하고 진지한 공간에 놓여있는 예술 작품들은 멀고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오늘은 그림책 속 아이를 따라 미술관에 갔습니다. 아이가 바라보는 작품들은 함께 인사하고, 떠들고, 신나게 놀 수도 있습니다. 생각지 못한 작품들을 발견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미술관 밖으로 나와 바라보는 노을은 정말이지 예술이었어요. 그러고 보면 세상은 정말 큰 미술관 같습니다. 우리 마음을 움직이는 것 모두가 예술 작품이 되니 말이에요!  - 서현(그림책 작가 <눈물바다> <간질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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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좋은 어린이책 <크다! 작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영민 《행복한 에너지》 저자


《장자》를 펴면 먼저 새가 나온다. 넓이가 ‘몇천 리’나 되는 붕새다. 인류가 만든 가장 큰 배인 항공모함도 따라갈 수 없는 거대한 크기다. 고대인들이 보여주는 상상력의 배포가 대단하다 싶은데, 장자가 첫 장에 붕새 얘기를 꺼낸 것은 매미나 비둘기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크기’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큰 것이 좋다는 뜻일까?


그런데 붕새는 큰가? 아니다. 붕새는 작다. 그가 날려면 거대한 날갯짓을 받아줄 공간이 있어야 한다. 붕새는 그가 휘젓고 다니는 하늘에 비해서는 작은 새에 불과하다. 항공모함이 제아무리 크다 한들 저를 띄워줄 바다보다 클 수는 없다. 장자 말대로 ‘물이 깊기에 큰 배가 뜰 수 있는 것’이다. 크다는 것은 작다는 것을 전제하며, 무엇에 비해 크다는 제한적 의미에서만 성립되는 진술이다.


분홍고래 출판사의 '알쏭달쏭 이분법 세상' 시리즈는 상대적 가치를 지니는 것들을 절대적 가치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상식을 깨트리는 책들이다. 그 세 번째 책인 《크다! 작다!》는 거대한 붕새가 참새처럼 작은 새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열어주는 책이다. '크다/작다, 많다/적다'를 큰 주제로 하는 이 책은 현대인들이 빠져 있는 거대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큰 것과 많은 것을 좇는 현대인들이 빠져 있는 편견, 놓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거대한 빌딩, 거대 기업, 거대한 부, 거대 과학기술……. 모두 인류 문명의 발달과 위용을 보여준다. 하지만 책은 그 거대한 성과 속에서 역으로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을 압도하는 거대 빌딩 속에 쓰러져간 노동자들, 거대 기업의 부품으로 소비되는 개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경제 성장이 제일의 가치로 추구되는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낙오자로 밀려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편향된 주장이라 보기 어렵다. 오늘날의 환경 위기, 식량 위기가 거대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마찬가지다.


크고 많은 것에 매달리는 거대주의 문제는 큰 차, 넓은 아파트 같은 물질적인 것에 한정될 수 없는데, 책은 이 점을 놓치지 않는다. 정상/비정상을 구분하는 생각은 다수의 방식과 다수의 생각을 정상으로 세움으로써 나타난다. 다수에 속하지 않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은 비정상으로 낙인찍혀 배척되는데 이 역시 거대주의 문제로 본다. 책은 이런 지적을 민주주의 논의로 이끌어간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는 통속적 이해방식을 따르면서 사회의 다양한 주장과 요구들이 억압되고 배제되는 현실을 거대주의와 연결해 생각하라고 요구한다.


책을 읽다 보면 거대주의가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의식과 생활에 꽤 넓고 깊게 퍼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이 책의 미덕이 거대주의를 비판하는 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책은 큰 것, 많은 것을 모조리 비난하고 배격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크고 많을수록 좋은 것도 있음을 주장한다. 삶의 의미와 가치를 중시하는 ‘큰 정신과 마음’이 그것이다. 장자가 붕새를 통해서 강조하려 한 것이 외형적 크기가 아니라 '큰 지혜'인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크고 많은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그 일면을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를 대변하는 민주주의에서 찾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진정으로 큰 것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서술에서 볼 수 있듯이 ‘크다/작다’의 관계를 잘 포착한 것이다. 책은 ‘크다/작다’가 왜 상대적 관계인지를 밝히는 데 집중하지 않지만, 그것이 사회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작은 참여가 큰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한다는 진술이 특히 그렇다.


카프카는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했다. 《크다! 작다!》는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채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 거대주의를 추종해 온 우리의 의식을 깨는 한 자루의 도끼가 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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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책 <내 멋대로 나 뽑기>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정해왕(동화작가, 어작교 대표)

 

내 멋대로! 내 뜻대로?
제비뽑기든 인형 뽑기든 장난감 뽑기든 무언가를 뽑는 일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뽑기의 묘미일 것이다. 내 맘대로 고르되 내 뜻대로 풀리지만은 않는 일. 그러하기에 더욱 설레는 일.


최은옥 작가는 앞서 자신의 마음이 선택하는 대로 두 번의 뽑기를 시도했고, 다행히 그 결과는 독자의 뜨거운 반응으로 나타났다. 이제 그가 세 번째 뽑기에 도전한다. ‘친구’와 ‘아빠’에 이어 ‘나’를 뽑기로 한 것이다.


모름지기 동화 속에서 판타지가 벌어지기 위해서는 비범한 공간이나 비범한 물건이나 비범한 존재가 필요하다. 그래야 독자들이 ‘그럴싸하다’고 넘어가 주기 때문이다. 최은옥 작가는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서도 이야기 흐름에 잘 어울리는 비범함을 연출해 낸다. 이번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극히 평범한 여자아이 민주는 비범한 천막 안에서 뽑은 비범한 카드의 도움으로 ‘그림 잘 그리는 나’에다가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는 나’에다가 ‘예쁘고 날씬한 나’에다가 ‘춤 잘 추는 나’에다가 ‘친구들한테 인기 많은 나’까지를 한 몸에 얻게 된다. 평소 자신이 부러워하던 여러 친구들의 장점을 두루 갖추게 된 셈이다.


이제 더 바랄 게 없다 싶은 그 순간에, 전혀 뜻밖의 상황이 벌어진다. 내 멋대로 뽑았으나 내 뜻대로 풀리지만은 않는 뽑기의 조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 조화는 민주를 자꾸 궁지로 몰아가고, 결국 민주는 애초의 천막으로 달려가며 난생처음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진짜 나는 누구일까?’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이미 정해진 착한 주제를 향하여 나아가는 ‘착한 동화’다. 주제가 뚜렷하게 정해져 있기에 자칫 뻔한 흐름에 빠질 위험도 크다. 하지만 최은옥 작가는 그 뻔함의 함정들을 슬기롭게 피하면서, 어린이 독자들이 흥미진진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간다.


세월이 흐를수록 세상은 점점 더 간교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꼬드긴다. 너 자신을 남과 비교해 보라고. 너 자신을 잘 포장하여 더 값나가는 상품이 되라고. 그 꼬드김에 넘어간 사람들은 남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하여 우울함에 빠지거나 우월감에 도취된다. 어린이라고 해서 결코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비교로 인한 부작용은 어린이들에게 더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위험천만한 비교의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작가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야.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멋져!”


부모님도, 선생님도, 다른 어른들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리 말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 말하기가 영 쑥스럽거든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어 보시라. 비교의 시대에는 뽑기에 묘미에 빠져 봄도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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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좋은 어린이책 <용감한 젊은이와 땅속 나라 괴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정경 :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이야기
아주 먼 옛날, 글이 없거나 글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이야기 듣기를 좋아했습니다. 그 이야기들 가운데 몇몇은 지금까지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우리 곁에 남아 있지요.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를 주제로 한 《용감한 젊은이와 땅속 나라 괴물》 이야기도 이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 젊은이가 땅속 나라 괴물에게 잡혀간 공주들을 구하는 이이야기는 특히 인기가 많았답니다. 조금씩 다르게 전해오는 이야기가 수십 편이 있을 정도로요. 이 옛이야기를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마도 사람들은 인간보다 힘이 센 괴물을 평범한 젊은이가 물리치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젊은이는 괴물이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곤경에 빠진 공주들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이들을 구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젊은이의 이 무모한 도전을 응원하게 되죠. 또한 사람들은 머리 아홉 달린 땅속 나라 괴물을 물리치는 데 지혜를 발휘하는 공주들의 활약에도 손뼉을 칩니다. 공주들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땅속까지 찾아온 젊은이가 괴물을 물리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자 ‘장수되는 물’을 가져다주고, 괴물을 속여 약점을 알아내며, 무쇠칼에 잘린 괴물의 아홉 머리가 다시 몸통에 붙지 않도록 재를 뿌립니다. 가만히 앉아서 젊은이가 구해 주기만을 기다리는 공주가 아니라 땅속 나라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법을 궁리하는 모습이 멋져 보이지 않을 리 없지요.


여기에 더해 이 옛이야기는 용기를 갖고 옳은 일을 하면 결국 하늘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실현되는 모습을 보여 주죠. 젊은이와 함께 길을 떠난 무사들이 배신해 땅속 나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젊은이는 산신이 남긴 말을 타고 땅속 나라에서 벗어납니다. 젊은이가 무사들을 처치하고 거짓을 바로잡는 장면은 옛이야기의 틀이기도 한 착한 이는 복을 받고, 악한 이는 벌을 받는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그리고 있지요. 이는 우리 모두가 바라는 바이기도 해요.


《용감한 젊은이와 땅속 나라 괴물》은 땅속 나라 괴물과 싸우는 용감한 젊은이와 씩씩한 공주를 응원하는 우리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야기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를 읽고 비슷한 마음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바라보니, 우리는 언어가 다르고 사는 곳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친구가 될 수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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