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사쿠라>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조진석(평화로운 아시아를 위한 나와우리 사무국장)

 

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꽃구경하려는 마음은 벌써 분주하다. 언제 피었는지 모르게 꽃 떨어지고 지기 바쁜 게 어디 벚꽃뿐일까 싶지만, 벚꽃 만개 소식을 듣고도 꽃구경을 하루 늦추고 비라도 내린 밤을 지나 찾아보면 환하던 벚꽃대궐은 오간 데 없고 바닥에 초라하게 흩어진 꽃잎만이 화려했던 어제를 추억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덧없이 왔다 가는 모습이기에, 하이쿠(排句)에서 벚꽃에 빗대어 인생을 노래한 작품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연 현상으로 보는데 그쳤음에 좋았을 것을, 인생을 비유한 하이쿠 작품으로 남겨두었음에 좋았을 것을, <사쿠라>에도 드러나 있듯이, 천황을 위해 산화하는 꽃처럼 “진홍빛 사쿠라인가 옷깃의 계급장/꽃잎은 요시노에 세차게 흩날린다/야마토 사나이로 태어났다면/산병전(散兵戰)의 꽃으로 져라”, “너와 나는 한 나무에 핀 사쿠라꽃/같은 군사학교 뜰에 피었다/피어나는 꽃이라면 질 것을 각오하자/훌륭하게 지는 거다 나라를 위해”노래하였기에, 어느새 벚꽃은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사쿠라꽃이 되어 버렸다.

 

 <사쿠라>에서 사쿠라꽃 피는 계절에 태어난 주인공은, 자국인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두고 중국을 침략한 줄도 모른 채 군국소년으로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 전쟁 마지막 해 병든 아버지는 약도 쓰지 못한 채 죽고, 일본은 오키나와 패전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후 갑작스러운 종전(終戰)을 맞는다. 주인공은 종전 후 전쟁에 진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전후(戰後) 가난과 고난 속에서 일본과 아시아와 세계 사람들이 전쟁에서 억울하게 죽은 것을 문득 깨닫고는 전쟁에 의문을 품고 마침내 사쿠라나무 그늘 아래에서 평화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은 이러한 주인공의 인생 여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작품은 탄생과 성장과 고통과 현재의 자신에 이르기까지, 살아온 인생 전반을 이야기하는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생애사 구성으로, 뒤안길로 이어지는 그 시절을 회고하고 새로 태어난 후손들 앞에 놓인 평화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얻은 것인지 훌륭히 드러냈다. 더해서 평화를 희구(希求)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한 소년의 성장에 맞추어서 적절히 전쟁의 확대와 전개와 파괴와 파탄을 배치하였다. 이로 인해 군국소년이 어떻게 평화를 깨닫게 되는지 잘 보여 준다. ‘문득’은 전쟁의 잘못을 깨닫는 순간을 뜻하기도 하지만 소년이 평화를 고민하는 어른으로 비약하는 것을 나타내는 단어가 아닐까? 아울러 일본 문학 작품과 일본 땅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사쿠라가 주인공과 함께 삶의 고난을 겪어내고 나서 평화로운 시절을 보낸다는 점에서 소재를 통한 설득력 또한 빛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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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 책 <군화가 간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엄혜숙(어린이문학 평론가)

 

전쟁으로 얼룩진 과거를 돌아보며 평화로운 미래를 다짐하는 그림책


<군화가 간다>는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 가운데 여섯 번째 책이다. 현재까지 일곱 권이 출간되었는데, 한국작가의 작품이 두 권, 중국작가의 작품이 한 권, 일본 작가의 작품이 네 권 출간되었다. 이 가운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일본작가의 작품 네 권 중에 세 권이 전쟁의 끔찍함과 비참함을 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는 전쟁터에서 죽은 병사의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죽이는 전쟁의 끔찍함을 폭로하고, <군화가 간다>는 군인이 신는 군화를 통해 전쟁을 일으킨 쪽도 역시 비참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사쿠라>는 전시 하에 살았던 소년을 통해 일상생활에 미치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

 

<군화가 간다>는 소리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화면에서 군화 소리를 시각적으로 보여 주고, 세 번째 화면부터는 그것이 곧 군인들의 모습임을 보여 준다. 군화는 전쟁을 하러 가는데, 바다를 건너가서 이웃 나라 사람들을 "짓밟아 뭉개 버"리고, 다음 전쟁터로 가서 이웃 나라 사람들을 "짓밟아 슬픔의 구렁텅이로 떠밀어 버"린다. 이렇게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에서 군화도, 전쟁 명령을 내린 국가도 "너덜너덜해지고" 만다. 나아가 "수많은 군화들"이 "돌아오지 못"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쟁의 피해자로서 전쟁의 공포와 비참함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쟁을 일으킨 나라에서도 일반 사람들은 역시 전쟁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 군대와 군인은 얼굴이 보이지 않고, 군화로만 표현된다. 이러한 제유법적 표현을 통해, 전쟁이 인간 개인을 말살하고 도구로서만 존재하게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군대는, 또 군인은 대개 남자로 구성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표지와 마지막 장면에는 어린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이 여자아이들은 전쟁터가 아닌 일상생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표지의 여자아이는 전쟁 시기의 아이로, 구급낭을 메고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의 여자아이는 평화로운 시기의 아이다. 머리에는 밀짚모자를 쓰고, 앞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의 미래를 살아간다. 나의 미래에 전쟁 따위는 필요 없다." 미래의 평화를 다짐하는 것이다. 그 다음 화면에는 꽃들이 가득 그려져 있다. 또 이어진 뒤표지에는 여자 아이가 쓰고 있던 밀짚모자에 꽃들이 가득 담겨 있다. 평화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죽음이 아닌 생명을 상징하는 꽃이다. 이 꽃은 곧 군화를, 전쟁을 반대하는 강력한 메시지이다. 전쟁을 겪었던 작가가 평화의 시대를 염원하는 꽃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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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 책 <벼알 삼 형제>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원종찬(아동문학평론가, 인하대 교수)


우리 땅에서 거듭 살아나는 볍씨들의 이야기

<벼알 삼형제>는 소설 <사랑손님과 어머니>로 잘 알려진 주요섭 작가의 동화입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쯤에 처음 나온 것인데, 오늘날 멋진 그림과 함께 새로운 생명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흥미진진한 줄거리와 풍부한 상상력이 어우러진 판타지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논에서 태어난 벼알 삼형제가 제각각 세상구경을 하고 다시 만나는 과정이 마치 옛이야기처럼 펼쳐집니다. 벼알은 한해살이풀로 논에서 자라는 벼의 열매 곧 씨앗을 가리킵니다. 볍씨라고도 하지요. 이 볍씨가 어떻게 생겨나서 쌀이 되고 밥이 되고 떡이 되고, 또 논에 뿌려져서 다시 벼로 자라게 되는지를 동화의 상상력으로 멋지게 풀어냈습니다.


벼의 열매가 달리는 부분을 이삭이라고 합니다. 벼알 삼형제는 처음에 벼이삭으로 시작합니다. 농군이 봄부터 애써 보호하고 가꾸어 주어 벼이삭이 보기 좋게 익었습니다. 농군은 가을에 벼를 거두는 추수를 합니다. 베어진 벼는 나락으로 묶이게 되지요. 줄기에서 떨어져 나온 벼알 삼형제는 서로 다른 자루에 담겨져 제각각 여행을 떠납니다. 이 삼형제가 겪게 되는 일들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맏형님은 도시의 정미소에서 껍질을 벗고 하얀 쌀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먹는 밥은 이 쌀로 짓는 거지요. 그런데 아이가 밥투정을 하는 바람에 맏형님은 사람의 뱃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쓰레기가 되어 겨울을 납니다. 가운데형님은 볍씨 그대로 곳간에서 겨울을 납니다. 농군이 봄에 논에 뿌려서 벼를 키우려는 것이지요. 막내는 시골의 정미소에서 껍질을 벗은 다음에 가루로 만들어져 떡이 됩니다. 그리고는 농군의 뱃속으로 들어갑니다. 막내는 농군의 튼튼한 근육에 스며들어 겨울을 납니다.


자, 다시 봄이 되었습니다. 맏형님은 빗물에 녹아서 강물로 흐르다가 고향마을의 논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막내는 농군의 몸으로 논에 나가서 맏형님을 만납니다. 곳간에 볍씨로 남아있던 가운데형님은 어찌되었겠습니까? 네, 농군이 논에 볍씨를 뿌리지요. 이렇게 해서 삼형제가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논물과 농군과 벼가 되어서 말입니다.


한 해 동안 벌어진 벼알 삼형제의 여정은 우리 땅에서 이뤄지는 농사일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것이라 매우 정겨울 뿐 아니라 뜻도 깊습니다.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모습이 이 이야기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 아들의 아들의 아들로 이런 모습은 계속 이어지겠지요. 벼알 삼형제의 긴 생명력은 곧 이 이야기의 긴 생명력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어린이들은 농사일을 잘 모르지 않을까요? 농사일과 관계되는 논, 벼, 나락, 낫, 방아, 떡메, 곳간 같은 말들이 기억 속에 없으니까 이 이야기가 몸으로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와 함께 그림이 눈앞에 훤히 펼쳐지게끔 책을 꾸민 것이라고 봅니다. 생생하게 펼쳐지는 그림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도와줄 것입니다. 벼알 삼형제의 여정을 자기 일처럼 아주 실감나게 겪어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좋은 이야기는 즐거움을 주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잘 알게 해줍니다. 그림책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벼알 삼형제>가 대대손손 이어지는 할머니의 옛이야기처럼 오래도록 사랑받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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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 책 <소나무 씨 뭐 하세요?>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한아름(파주자유학교 선생님)


소나무 씨가 살고 있는 마을의 사람들은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좋아하는 색깔도 모두 다르다. 그런데 소나무 씨의 집이 있는 포도나무 길에는 뾰족한 지붕에 굴뚝과 창문, 문의 위치까지 똑같은 하얀 집 50채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똑같이 생긴 집에 사는 서로 다른 사람들. 


그러던 어느 날 소나무 씨는 어느 집이 우리 집인지 모르겠다며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자기 집을 꾸미기로 마음먹고 즉시 마당에 소나무를 심는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이 한 둘 모이더니 마당에 심은 나무가 멋지다고 하나같이 칭찬한다. 다음 날, 소나무 씨는 마당에 소나무 한 그루씩 심어진 똑같은 하얀 집 50채를 보게 된다.  


이렇게 시작되는 <소나무 씨 뭐하세요?>는 읽는 내내 흥미롭다. 과연 소나무 씨는 소나무 씨가 하는 것이라면 똑같이 따라하는 이웃을 두고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자기 집을 꾸미는데 성공할 것인가. 집을 꾸미기 위해 꼼꼼하게 준비하고 차근차근 실천하는 소나무 씨에게 생기는 또 다른 소동들은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궁금증을 더해가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책장을 덮고 나면 현실에서 만나기 어려울법한 이야기가 매우 생생하게 다가오며 오히려 현실성 있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왜 그럴까? 왜 이 길지 않은 저학년 동화가 이렇게 생생한 느낌으로 다가올까? 아마도 그 이유가 이 책의 강점이고 특징일 테다. 그래서 여기서 정리해본다.


일단 <소나무 씨 뭐 하세요?> 책은 쉬운 낱말과 길지 않은 문장으로 읽기 쉽다. 또 문장이 반복구조로 잘 짜여 있어 전개되는 이야기의 인물, 상황이 달라지더라도 어떤 표현이 반복해서 나올지 예측 가능하다. 그리고 반복되는 표현은 운율이 있어 입에 쉽게 붙는다. 바로 글말이 입말이 되어 노래처럼 나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예측 가능한 장면과 이야기는 단조롭기보다 안정감을 주며 운율이 있는 표현은 계속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두 번째 이 책의 강점은 단순한 선과 발랄한 표정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그래서 그림은 친근하고 아이들로 하여금 ‘나도 이 정도는 그릴 수 있어. 나도 그려볼래.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또 <소나무 씨 뭐 하세요?> 그림책에서 사용한 색은 그림을 그리는데 사용한 검은 색과 각 그림의 한 면만 채우는 보라색이 전부다. 텅텅 비어 있는 공간이 많을수록 통통 튀는 표현의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글자와 그림이 묘하게 한 데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글자도 그림 같고, 그림도 글자 같다.


그런 매력만으로도 참 괜찮은 책이지만 내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으로 꼽는 것은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여러 가지 궁금증이 떠오르며 지속된다는 것이다. 가령 왜 소나무 씨는 갑자기 문득, 자기 집이 다른 집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어쩌면 텅텅 비어 있는 포도나무 길에 소나무 씨가 처음 이사를 와 집을 지었는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소나무 씨를 따라 똑같이 집을 지은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왜 나이도 성별도 생김새도 좋아하는 색깔도 다른데 소나무 씨가 하는 집 꾸미기 행동은 그대로 따라하는 것일까? 남과 다르고 싶지만 남과 다르면 정작 불안했던 건 아닐까? 그렇게 계속 따라하던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하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각각의 색깔로 집을 꾸며보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을까? 자기 개성대로 자기 집을 꾸며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소나무 씨를 통해 알게 된 걸까? 마을 사람들이 각자 자기 집을 페인트 칠 하려고 페인트 가게를 갔을 때 마을에서 유일하게 자기 생각을 줄기차게 말하는 페인트 가게 들이대 씨는 여전히 자기 생각을 열심히 말했을까? 그리고 똑같이 큰 통으로 아홉 통의 페인트를 주었을까? 저마다 자기 집에 페인트칠을 하겠다고 마을 전체가 북적거릴 때 그냥 가만히 하얀 집 그대로 놔 둔 사람은 누렁 씨 말고 얼마나 될까? 그들은 왜 가만히 있었을까? 우당탕 넘어지고 자빠지는 소동을 겪었는데도 불평하지 않고 화내지 않는 소나무 씨는 어떤 사람일까? 포도나무 길의 똑같은 하얀 집 50채가 각각 색깔을 입고 변하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렸을까? 바로 이런 생각들이 독자로 하여금 이 책의 이야기를 자기 개성대로 풍부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힘이며 그 힘은 글과 그림과 이야기의‘비어 있음’이 아닌가 싶다.


책 서평을 부탁받고 아이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궁금하여 초등학교 0학년(7세), 1학년(8세), 2학년(9세)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들은 내가 읽은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복되는 표현을 노래처럼 앞 다퉈 말하고 다음 장면을 궁금해 하였으며 소나무 씨가 겪는 소동을 보며 깔깔 웃었다. 이윽고 소나무 씨가 그토록 원하던 집 꾸미기의 성공을 기뻐하였으며 책장을 덮자마자 삼삼오오 모여 아이들끼리 읽는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책을 보며 따라 그려보는 아이, 종이를 한 데 묶어 <○○ 씨 뭐 하세요?>라고 제목을 쓰고는 슥삭슥삭 그림책을 만드는 아이, 같이 식사 할 때 책에 대한 뒷이야기를 묻는 아이 등 다양하다.


이렇게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고, 빈둥거릴 때 문득 ‘나의 집을 꾸민다면? 등의 생각을 궁리하게 하고, 왜? 왜? 왜 그랬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책은 언제나 반갑다. 여러 영감을 떠오르게 하고, 수많은 정보, 넘쳐나는 글자와 말, 지나치게 많은 색깔에 지친 나에게 단순하고 쉬운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일깨워 준 소나무 씨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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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좋은 어린이 책 <회색 아이>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향(키다리출판사 편집팀장)


너는 어떤 색깔을 가진 아이니?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차릴 때 우리는 어떤 감각을 사용할까요? 우리가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가장 빠른 방법은 상대방의 얼굴, 표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표정에 언어가 더해진다면 우리는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좀 더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겠지요.


여기 ‘회색 아이’가 있습니다. 아빠 집안의 불그스름한 새우색깔도 아니고, 엄마 집안의 진한 풀색도 닮지 않은, 머리부터 통통한 발가락까지 온통 회색인 아이이지요. 어마어마하게 많은 의사 선생님들이 회색 아이, 마르틴을 살펴보았지만 얼굴빛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마르틴은 얼굴만 회색인 아이가 아니었지요. 울지도 않고, 한숨을 쉬거나, 웃거나 하지도 않았어요. 학교 운동장에서 사냥꾼 아저씨의 개들 때문에 소동이 나도, 엄마 아빠와 하얀 고래를 보러 남극으로 여행을 갔을 때도, 화산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보아도 마르틴은 마음의 동요가 없습니다. 엄마 아빠는 이런 마르틴이 영원히 회색아이로 살게 될까 봐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마르틴에게도 변화가 찾아옵니다. 바로 마르틴이 ‘조금 재미있다’고 느낀 햄스터 구스타보 때문입니다. 씨를 갉아먹다 목에 걸린 구스타보가 회색으로 변해 누워버렸지요. 구스타보가 위험해지자, 마르틴은 처음으로 ‘감정’을 느낍니다. 무언가 흘러넘칠 것 같더니, 울음이 터져 나왔지요. 또다시 울음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 구스타보가 벌떡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이번엔 웃음을 터트렸지요. 선생님이 개구리 옷을 입고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나 계속 웃다가, 학교에 처음 갔던 날이 떠올라 울기도 하고, 사냥개 소동이 있던 날을 생각하며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마르틴이 감정을 느끼기 시작하자, 아이의 얼굴에서는 회색이 아닌 다른 색들이 비치기 시작합니다. 점차 아이의 얼굴에서 회색이 덜어지더니, 마르틴은 아빠를 닮은 새우색 아이가 되었고, 엄마를 닮은 진한 풀색의 머리카락도 갖게 됩니다. 그리고, 마르틴이 웃고 있네요!


감정이 닫혀 있던 아이가 마음을 열고,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을 유머 있는 그림과 글로 담은 <회색 아이>는 어쩌면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마르틴처럼 날 때부터 회색 아이가 되기도 하고, 경쟁이나 비교 등 부정적인 사회적 경험으로 회색 아이로 변하기도 하지요. 어떤 경우이든 아이를 회색으로 만드는 것은, 아이가 아닌 어른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각자의 성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부모 중 한 명의 성격과 똑 닮은 아이가 태어나기도 하고, 반반씩 섞인 아이가 태어나기도 하지요. 하지만 누구도 닮지 않은 본인의 성향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도 있습니다. “얜, 누굴 닮아서 이래.”, “엄마, 아빠는 하나도 안 닮았네.” 하는 말은 육아가 힘들 때, 아이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부모가 무심코 던지는 말입니다. 엄마는 아이가 까다로워서 힘들다고 하지만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성향에 맞게 대해주지 않아 힘이 들지요. 이럴 경우, 관계의 약자인 아이는 엄마보다 먼저 마음을 닫게 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요즘의 아이들은 처음부터 회색 아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의 마음대로 아이의 성향을 정해 주고, 길러진 회색 아이요. 아이의 얼굴이 자기 고유의 색을 갖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아이에게는 수많은 변화를 보여주기보다 ‘진심어린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단 한 가지가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큰둥하고 감정이 메말라 버린, 어쩌면 마르틴 같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회색 아이>가 눈물 한 방울 떨구어 낼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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