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좋은 어린이책 <반달>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고정순(그림책 작가)

 

도깨비 소녀가 보내온 편지
어릴 때 우리 집은 오락실을 했다. 오락실이 망하고 도망치듯 서울로 이사를 오기 전날 컴컴한 가게에 앉아 있던 엄마의 등을 본 적이 있다. 성장 영화나 소설을 읽을 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아이는 어른의 뒷모습을 보며 자라는 게 아닐까.


<반달>에는 가난과 죄책감으로부터 도망치는 ‘아빠’의 뒷모습을 기억하는 도깨비 소녀 ‘송이’가 나온다. 무엇이든 적당히 잘하고 똑똑한 아이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 송이는 지하 술집에 산다. 그곳에서 송이는 아빠의 뒷모습을 기억하며 치졸한 어른들의 속내를 목격하고 외로운 친구들의 아픔을 간직하며 ‘엄마의 바쁨’을 먹고 자란다.


무책임한 아빠와의 재회와 추한 선생님의 모습을 통해 어른일 수 없는 어른들의 단면을 그린다. 작가는 어두운 그늘에서 피는 이름 없는 꽃을 보듯 아이들의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길고 긴 지하의 계단을 올라
햇빛을 보면 눈이 부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나는 도깨비> 중에서

 

주인공 송이는 장마다 펼쳐진 그림과 글을 통해 담담하고 아름답게 성장한다. 소녀의 성장은 커다란 깨달음이나 대단한 발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자신과 닮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별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키가 한 뼘씩 자란다. 자신보다 더 어둡고 깊은 불행의 지하실에 웅크리고 있는 친구를 보고 처음으로 소리 내어 운다. 작가 김소희 유년의 이야기는 힘없이 자기 연민으로 머뭇거리지 않는다.

 

숙희는 나보다 조금 더 아래
더 컴컴한 불행의 지하실에 있는 느낌이었다.
<숙희> 중에서

 

미안함과 이별의 아픔을 마주한 소녀는 빛이 드는 집에서 지난날을 회상한다. 작은 창으로 드는 그리움처럼 고요하게 빛이 든다. 그림에서 혹시나 온기가 느껴지지 않을까 싶어서 손으로 조심스레 만져 보았다.

 

식구들은 아무도 어둡고 축축했던 지하의 카시오페아나 그곳에 떴던 반달 모양의 무대와 창고 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졸업>중에서

 

작가의 모든 이야기는 자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전적이라는 단어를 서두에 꺼내며 시작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어렵고 아프기 마련이다. 모르긴 몰라도 많은 망설임 끝에 첫마디를 뗐을 것이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 누군가에게 건네는 안부 인사처럼 말이다.


담담하게 시작한 유년의 이야기는 반달의 따뜻한 온기처럼 외로운 이들의 등을 쓸어주며 끝을 맺는다. 길을 걷다가 밤하늘에 뜬 달을 볼 때가 있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일부러 고개를 들어 달을 찾는 날이면 무언가 바람이 있어서다. 아마 작가의 바람은 지난 시간 속에 만났던 모든 사람들의 안녕이 아니었을까. 달은 참 신기하다. 살면서 내내 보아온 모습인데 늘 어여쁘다. 둥글게 차오를 때도 스스로 몸을 비워 갈 때도 언제나 곱다. 김소희 만화책 <반달>의 반달은 내가 본 달의 모습 중 가장 선명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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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좋은 어린이책 <착한 괴물 쿠마>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최세옥(서울시 노원구 다운복지관 권익옹호지원팀 사회복지사)


저는 다운증후군 장애인을 위한 전문 복지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입니다. 다운증후군 장애인들은 개인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는, 매우 순수한 분들입니다. 다운인들은 비장애인들보다 특정 질병에 취약하고 지능이 낮으며 수명이 짧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점만 제외하면 우리와 똑같은, 오히려 더 사랑스럽고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들입니다.


이전에는 장애인 부모님들이 아이를 집안에 격리시키고 사회에 내보내기를 주저했는데, 요즘 부모님들은 다운인 자녀들도 일반인들처럼 당당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길 원합니다. 그래서 저희 복지관이 지향하는 다운인 교육은 통합교육입니다. 이것은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인 학우들과 모든 학교생활을 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합교육을 받은 다운 증후군 장애인들은 세상에 나갈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고, 비장애인들과 상호 교류하고, 직업을 가지고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이나 직장에서 다운인들은 여전히 높은 편견과 오해를 경험할 때가 많습니다. 꿈과 의지로 세상에 나갔던 친구들이 상처받고 풀이 죽어 찾아 올 때마다 저 역시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높은 벽을 실감하곤 합니다.


제가 읽은 <착한 괴물 쿠마>의 주인공 쿠마 역시 오해와 편견으로 마음에 상처를 받아 사랑했던 마을을 떠나고 있습니다. 마을을 괴롭히는 나쁜 괴물들과 싸우다 다치기까지 한 쿠마의 착한 마음은 인정받지 못합니다. 괴물같은 그의 외모만 보고 사람들은 쿠마를 ’나쁜 괴물’로 믿어 버립니다. 심지어 마을 입구에 큰 동상까지 세우고 잘못된 편견을 대대로 물려줍니다. 우리 사회에도 어른들이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이 마을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착한 괴물 쿠마> 그림책을 읽으며 저는 매일 오해와 편견과 싸우며 살아가는 우리 다운인 친구들과 그 부모님들을 떠올렸습니다. 많은 비장애 아동들이 이 책을 통해 나와 조금 다른 친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같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착한 괴물 쿠마>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우리 복지관 친구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사는데 어려움이 없는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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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좋은 어린이책 <점동아 어디 가니?>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한원주(‘성천상’ 수상 93세 현역 여의사)

 

여자가 의사가 되는 일은커녕 학문을 배운다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던 시절에 태어난 김점동은 의사가 되겠다는 꿈과 소망으로 바다 건너 미국의 의과대학에 입학해 마침내 의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선으로 돌아와 자신의 몸을 혹사해 가면서까지 처참한 의료 환경을 개선하며 환자를 살리는 데 일생을 바쳤습니다.


'무엇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하겠다'는 비전을 실천한 김점동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들려주는 이 책은 어린이 여러분이 품은 작은 소망도 언젠가는 커다란 무엇인가를 해낼 소중한 씨앗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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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좋은 어린이책 <여기는 함께섬 정치를 배웁니다>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임성열(광주동초등학교 선생님)

 

초등학생들이 사회를 싫어하는 이유가 뭘까요?

내용도 쉽지 않은데, 내용을 설명하는 단어들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치는 딱딱한 개념어나 전문 용어가 많다 보니, 머릿속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것이지요.
어렵고 지루한 정치,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기는 함께섬 정치를 배웁니다>는 개념어를 내세우거나 주입식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야기 속 함께섬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 주며, 자연스럽게 민주주의 원리들이 생겨난 과정과 배경을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으며 딱딱왕의 권위적인 태도에 화내고, 뚝딱아저씨의 정의로운 모습을 응원하게 될 것입니다.


학교 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께도 이 책을 추천합니다. 사회과에서 정치 분야를 공부할 때 온작품읽기 교재로 써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 책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민주주의의 역사적 사건, 다수결의 원칙, 법의 중요성, 선거의 4원칙(보통, 평등, 직접, 비밀), 삼권 분립, 정치에 참여하는 방법, 지방 자치 제도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2015개정 사회과 교과서 3~4학년군의 '지역의 공공기관과 주민 참여', 5~6학년군의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에서 활용이 가능합니다. 책을 소재로 교육 과정을 재구성한다면, 훨씬 재미있고 역동적인 학생 참여형 수업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정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정치를 이해하면 사회를 바라보는 건강한 눈이 생기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정치를 배운다는 것은 가정, 학교, 사회에서 참여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한 준비이자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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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좋은 어린이책 <카시오페아 : 악몽을 쫓는 소녀>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김선희(동화.청소년소설 작가)

 

주인공 하라가 꿈속으로 들어가 악몽을 퇴치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꾸는 악몽이 사실은 나쁜 거미 때문이었고, 그 거미를 퇴치하는 비밀 조직이 있다는 발상이 특이하고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꿈이 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주인공의 문제와 연결되어 갈등이 고조되는 지점이 흥미롭고, 꿈과 현실을 왔다 갔다 하며 사건을 해결하는 하라의 활약도 무척 생동감 있게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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