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좋은 어린이 책 <처음 만나는 날씨 그림책>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박은호(어린이책 작가, 일곱 살 아이 엄마)
어른인 나에게 날씨는 생활이다. 비 오면 다니기 불편하고, 추우면 난방비 걱정에, 아침마다 날씨를 살피며 일곱 살 딸 아이 입혀 보낼 옷을 챙긴다. 그럼 일곱 살 아이에게 날씨는 무엇일까?
아이는 날씨에 따라 여러 질문을 던진다. 먹구름을 신기해 하길래, 비를 내리는 구름이라고 했더니, 그럼 왜 비 색깔이 검지 않느냐고 질문을 해 온다. 천둥소리를 궁금해 하길래, 구름이랑 구름이 부딪혀 나는 소리라고 하니, 구름은 폭신한데 왜 큰 소리가 나느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본 어느 아침엔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보다 꼼꼼하게 색칠을 잘했네.” 하고 감탄한다. 아이에게 날씨는 신기한 세상이고, 끝없는 궁금증이다.
하지만 아이가 날씨에 호기심을 가질 때마다 적당한 답을 찾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날씨에 대해 과학적 설명을 할 자신도 없고, 아직 어린 아이에게 어려운 과학책을 찾아들고 설명하기도 쉽지 않았다. 아이의 끊임없는 날씨 질문에 시달릴 즈음 만나게 된 『처음 만나는 날씨 그림책』은 그래서 아주 반가운 책이다.
이 책은 아이가 내게 퍼붓던 날씨에 관한 질문을 거의 모두 다루고 있다. 날씨의 원리를 깊이 파고들기보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날씨의 모습을 담아내며 궁금증을 슬쩍슬쩍 풀어주고 있어서 중간에 재미없다고 책을 던질 일이 없다. 때론 과한 욕심이 아이의 호기심을 꺾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가 알고 있을 법한 자연 현상이 먼저 나오기 때문에 더 재밌어하고 책을 읽으며 종알종알 말도 많아진다. 그리고 장마다 가득 찬 귀여운 그림은 한 눈에 알기 쉽게 원리를 풀어준다. 아이는 스스로 날씨의 원리를 깨치는지 그림을 한참 들여다본다.
물론 아주 쉬운 애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름, 비, 눈, 얼음, 바람 등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일기도나 온난화, 오로라, 날씨 예보 같은 더 나간 정보까지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더 넓은 날씨의 세상으로 안내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길을 걷다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빛을 볼 때 아이를 톡톡 치며 ‘저기 좀 봐, 와 예쁘다’라고 하고서는 더 할 말이 없었는데, 이제 아이와 ‘천사의 사다리’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또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며 책에서 보았던 다양한 구름들을 하나 둘 찾아보며 지혜로운 인디언이 된 양 구름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는 놀이도 할 수 있다.
나는 어린이를 위한 지식그림책을 주로 집필하는 작가이다. 지식그림책을 만든다고 하면, 가끔 어떻게 하면 아이가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는지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내 생각에 과학은 생활을 관찰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아이는 어른보다 관찰력이 뛰어나다. 나도 어린 시절에는 그랬겠지만 어느덧 이제 세상 모든 삼라만상은 당연한 것이 되어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이 삼라만상이 다 궁금한 일곱 살 딸 아이와 이야기하다 보면 ‘정말, 난 왜 저게 궁금하지 않지?’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아이에게 주변 생활은 모두 신기한 세상이고 관찰할 것 투성이이다. 깊은 산 속 천문대에 가지 않아도, 잠수함을 타고 깊은 바닷속을 내려가지 않아도, 날이면 날마다 자연이 우리에게 펼쳐주는 날씨를 관찰하고, 책으로 알아가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이것이 과학 정신을 키워주는 첫걸음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날씨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하는 일곱 살 우리 아이와 이 궁금증을 설명해 주어야 하는 내게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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