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좋은 어린이 책 <박원순의 어린이를 위한 응원>의 전문가 추천사입니다.
글 : 이광희(어린이 한국사 전문 작가)
《어린이를 위한 박원순의 응원》이라는 책제목을 보니 먼저 이런 생각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어쩌다 우리가 어린이에게도 응원이 필요한 시대에 살게 되었을까? 찬찬히 읽어보니, 어린이에게 성마르게 성공을 기원하거나, 하다못해 잘 버텨줄 것을 기대하지 말고 이제는 응원을 좀 해주자는 이야기였다. 우리 아이들이 온전히 어린이일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책을 펴고 보니 가치니 뭐니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처음 걱정은 쏙 들어갔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니,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었다. 아! 이 책 너무 순진해 빠진 것은 아닐까? 아직도 팔자 좋게 어린이들에게 꿈과 행복을 이야기해도 좋은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은 뻔뻔하게도 뻔한 이야기를 요목조목 잘도 풀어 놓았다.
하지만 어린 시절은 무언가를 결론내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기초체력을 기르는 시기이다. 어린이란 배우고 익힐 뿐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예쁠 존재이다. 열심히 무언가를 하기 전에 왜 그것을 해야만 하는지 이해하고 납득하고 체득해야 하는 시기이다.
암기해야 할 것과 준수해야 할 것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사색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칙과 기본이다.
이 책은 박원순에 대한 인물론이라기 보다는 아름다운 ‘가치’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가장자리, 상상력, 용기, 꿈, 배움, 나눔, 실패, 멘토, 비움, 열정, 시민, 재미, 더불어, 도덕성, 행복 등 열다섯 가지의 가치를 어린이들에게 소개 하고 있다.
이 책은 밥 같은 책이다. 그것도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흰 쌀밥이나, 2분이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밥이 아니라,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 잡곡밥 같은 책이다. 가치란 수수, 기장, 율무, 귀리, 콩, 조, 찹쌀, 팥, 보리쌀, 검은쌀 등 각각의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곡식 같은 것이다. 해와 달, 하늘과 땅, 비와 바람, 무지개와 구름의 숨결이 담긴 그런 밥 같은 이야기이다. 지금 이 땅의 어린이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정직한 밥과 건강한 가치가 필요하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어른, 원칙대로 살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책이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박원순이라는 한 인간이 부여잡고 살아낸 가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더 넓게는 이 시대에 어른으로 살아가는 우리가 어린이에게 들려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계기가 되는 책이다.
《어린이를 위한 박원순의 응원》은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에 가격표가 붙는 오늘날, 새삼스럽게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주 용감무쌍한 책이다. 가격과 가치는 다르다, 가격으로는 따질 수 없는 아름다운 가치를 만들자는 것이 이 책의 중심생각이다. 가치 있는 삶을 우리의 손으로 만들고 지키자며, 우리 모두의 손을 잡아끄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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