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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한 것도 없는데 시간은 왜 이리 빨리 가는지...! 

큰 행사를 하나 끝내고 며칠 넋놓고 있다 보니 어느새 11월 하고도 4일이다... 

주목 신간 페이퍼 쓰는 날짜는 왜 이리 빨리 다가온단 말이냐.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고, 후쿠시마에서는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이후로 일본 사회도, 바다도, 그리고 동아시아도 알게 모르게 바뀌고 동요하고 있지만, 원전 사고에 대해 워낙 일본 내부의 '금기'가 작동하고 있어서인지 드러내놓고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토론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높은 곳으로 달려!>는 쓰나미를 뚫고 살아남은 가마이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표지의 빨간 모자 쓴 아이는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로 뛰고 있다. 겁에 질린 소녀의 얼굴,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아버지의 얼굴... 모든 것이 눈물겹다. 

나는 이 책을 먼저 사서 읽어 보았다. 씩씩하고 즐거운 그림으로만 기억하는 화가 이토 히데오 아저씨가 이렇게 슬픔이 뚝뚝 묻어나는 그림들을 그려내었네... 그림도 좋지만, 이 그림책의 글 한 문장 한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글작가 사시다 가즈는 한신 대지진의 피해를 다룬 책도 썼고, 히로시마의 아픔을 다룬 책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이 된 가마이시 시에 살던 친척이 피해를 입은 것을 계기로 그곳에 가게 되었고, 현재도 복구를 도우며 취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하지만 바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자연은 원래 그런 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먹고 살게 해주었으니 고마운 바다이기도 해."

 "인간은 바다의 은혜를 입기만 할 뿐, 바다와 사귀는 방법을 잊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걸 너희들이 가르쳐 주었어. 

  살아만 있으면, 앞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법이란다."


쉬운 말인 것 같지만, 이런 말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슬픔과 절망의 깊은 곳에서 끌어낸 이런 말들이 참 고맙다. 


  <바늘땀 세계 여행>. 바느질로 한 땀 한 땀 만든 책이다. 15개 나라의 국기와 대표 이미지를 양모 펠트와 패브릭, 색실, 단추, 레이스, 비즈, 스팽글 같은 재료로 꾸몄다고. 선명한 사진이나 일러스트레이션은 아니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와닿을 것 같다. 

 나태주 시인은  ‘이름을 알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면 친구가 된다’ 했다고 한다. 다른 문화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알려주려고 하기보다는 그 나라 고유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줄 것 같아 한번 보고 싶은 책이다. 


 <2천만원으로 시골집 한 채 샀습니다>. 참으로 단도직입적인 제목일세.

 요즘 출판 트렌드 중의 하나는 직접 집 짓기, 시골집, 리모델링... 같은 건데, 베이비붐 세대 혹은 그 이후의 세대가 자기 자산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을 어디선가 잠깐 본 것 같다. (더이상은 아파트를 통한 자산 증식이 가능하지 않으니까...) 

 어쨌거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충남 서천에 시골집을 마련하고 개조한 전 과정이 담겨 있는 책이라니, 제주에 와서 앞으로 어느 동네에서 어떻게 살아볼까 고민하는 나에게도 유용한 정보일 것 같다.

 아, 제주도는 지금 집값 땅값이 장난 아님. 이 책에 나오는 것 같은 시골집은 5년쯤 전만 해도 4, 5천만원이면 매입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어림도 없다. 물건도 없고, 나온다고 해도 9천만원 선에서 막 거래가 돼 ;;  

 지금 제주에는 시골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들이 IMF 이후 서울에 치킨집이 생기듯 솟아나고 있다. 협재해수욕장 근처 일주도로에는 진짜 과장 아니고 세 집 건너 한 집이 카페와 음식점... 앞으로 3년쯤 뒤에 어떻게들 되려는지 좀 걱정이다. 


 아나운서 위서현의 <뜨거운 위로 한 그릇>. 블로거, 연예인에 이어 아나운서들이 책의 저자가 되는 일이 워낙 많아서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아주 가볍게만 쓴 책은 아닌 것 같다. (두께가 얇은 책인 건 맞음. 게다가 양장본...) 

 "다만 문장만을 섭생했을 뿐인데 뱃속이 따뜻해진다."는 김소연 시인의 추천사가 보인다. 한번 맛보고 싶어진다. 









  '떠먹는 피자'라는 게 인기가 있다고 했을 때, 나는 기겁을 했다. 아니, 쭉쭉 늘어나는 치즈가 그렇게 잔뜩 먹고 싶으면 걍 션하게 모짜렐라 치즈를 녹여서 퍼먹지 그러나. 토핑을 잔뜩 얹어 준다고 그게 자랑은 아닌데... 

  소스가 흥건해서 마치 국밥같아 보이는 한국식(?) 파스타도 참 괴상하다. 우리가 '까르보노라'라고 알고 있는 파스타는 그냥 '크림 파스타'이고, 원래 까르보나라는 계란과 치즈에 파스타를 살짜꿍 비벼 먹는 건데... 오리지날 까르보나라를 내놓으면 이게 뭐냐고 하겠지... 끙...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외식으로 먹고 있는 서양 음식에 관한 지식과 교양을, 외식 코스의 시작인 빵에서부터 마지막 코스인 칵테일까지 아울러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고 한다. 자, 제대로 알고 먹어봅시다.  정체불명의 음식들이 '정통'이라고 판치는 거, 그건 정말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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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1-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모두 보고 싶은 책들!!
 
[세계와 만나는 그림책]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다른 나라, 다른 민족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제주에 살고 있는데, '육지' 사람이 제주로 살러 내려오는 것을 '제주 이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제주의 언어와 문화는 참 독특한 데가 많다. 집 구하는 법, 새로운 식재료 다루는 법, 대인관계... 등등 새로 배워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제주 사람들은 폐쇄적이야'라면서 투덜대기도 쉽고, 그런 마음을 가지면 가질수록 제주에서 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어쩌면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가보지 않은 다른 나라에 대해, 다른 문화에 대해 편견을 더 많이 가지게 되는 것도 같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중국인들이 엄청 많이 찾아오는 제주에 살다 보니 솔직히 중국에 대해 점점 더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고, 험한 뉴스를 워낙 많이 보다 보니 인도에 대해서도 그렇게 된다. 미국도 점점 싫어지고, 그런가 하면 북유럽에 대해서는 반대로 이상한 호감도(?)가 자꾸 높아지려고 하고... (디자인, 인테리어 분야의 북유럽 열풍이라니...!) 이런 편견 많은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다. 


  이번 서평단 평가대상 도서인 <세계와 만나는 그림책>은 호기심은 많고 편견은 적은 아이들에게 권해 주기 정말 좋은 책인 것 같다. 

 국내 저자가 쓴 지식정보책의 경우 '스토리텔링'을 워낙 중요시해서, 중심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고 그 주변으로 서사를 엮어가는 식으로 해서 정보를 전달하는 책들이 많은데, 책읽기를 너무 힘들어해서 그런가... 하지만 일부러 만든 이야기가 그닥 재미있을 리도 없고... 아이들은 이래도 저래도 책읽기가 지겹다.


 <세계와 만나는 그림책>은 딱히 어떤 이야기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세상에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에 얼마나 재미난 일들이 많은지, 우리가 모르는 신기한 사실들이 있는지를 경탄과 함께 들려준다. 평소에 삶이 시큰둥한 나에게도 큰 활력이 되었다, 하하하.


이 책에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섭섭해할 분들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왜 초밥은 있는데 김치는 없냐, 우리나라 도자기가 더 나은데 왜 중국 도자기를 소개하냐 등등), 다른 나라 사람의 시선을 통해서 우리나라 국력이나 문화적 지위를 실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난 괜찮다고 본다. 우리가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것들이 있는데 바로 옆 나라 사람이 소개 안한 거라면 그 이유가 뭘까,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는 것은 우리 몫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 책도 참 좋았다. 

 새롭고 신기한 지식정보들이 계속 전달되고 있지만, 저자가 나를 미주알고주알 '가르치려고 든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럴 때 독자로서 존중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 아이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분명한 문장으로 떠먹여 주듯 얘기하지 않아도 ‘마을’이라는 것이 왜 만들어지게 되었으며, 같은 민족, 같은 문화란 어떻게 생성되는 것일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세상에는 아파트와 빌라와 연립주택만 있는 게 아니고, 사람들은 세계 곳곳 다양한 환경 아래서 그에 맞는 방식을 취해 현명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어떤 방식이 더 좋고 나쁘고는 결코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까지도. 

 이런 깨달음을 얻어 가는 것이 바로 ‘배움’의 즐거움 아닐까. 정말 재미있는 책은 “어때요, 참 재미있죠?” 하고 자기 입으로 얘기하는 법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책에서는 이 문장을 얼마나 자주 만나는지... ㅜㅜ ) 



 <세계와 만나는 그림책>의 저자가 쓴 또다른 책 <세계 지도 그림책>도 한번 찾아봐야겠다.











아, <세계와 만나는 그림책>에서 음식 소개 페이지를 보다가, 미국에서는 뱀 통조림을 판다는 걸 보고는 '정말???' 하면서 얼마에 파는지 찾아봈다 ㅋㅋ

아마존닷컴에 갔더니, 정말로 이 책에 나온 것과 똑같이 생긴 통조림이 판매가 되고 있었다!! 꺄악~ 훈제 방울뱀 통조림의 가격은 1.5파운드(680그램 정도)에 $ 20.95... 악어 통조림이랑 같이 사면 두 개에 $ 35.45 랍니다...;; 판매자 명은 고기 매니아. 하하하하, 신기한 세상!


"함께 사는 지구. 서로 다르니까 더 재미있어."

<세계와 만나는 그림책>의 의미심장한 마지막 문장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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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0-22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진진한 리뷰 잘 보고 갑니다!
 
[해피투게더 3 : 야간매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해피투게더 야간매점
KBS <해피투게더> 제작진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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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을 매겨야 하는 '마이리뷰'로 쓸까, 페이퍼로 쓸까 망설이다가,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았다는 리뷰들 사이에 나의 리뷰를 그래도 끼워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페이퍼 아닌 리뷰로 쓴다.


밤에 배가 고파져서 냉장고와 찬장을 주섬주섬 뒤져서 뭔가를 해먹어야 할 때는 요리의 ABC 같은 걸 따질 겨를이 없다. 라면을 부셔서 스프를 뿌려 먹든, 찬밥에 참치 통조림을 끼얹어 먹든 허기를 해결하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나는 그런 요리를 먹느니 차라리 물 마시고 얼른 잠을 자는 편을 택하는 사람이다. 시판 냉동만두로 군만두를 해먹더라도, 얹어먹는 소스만큼은 최선을 다해 만드는... 그러니 이 책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 것도 당연하고, '우리 아이한테도 해줄래요'라는 누군가의 기대평에 기함을 하기도 했다. 어머님, 저... 정말입니까? 평소엔 뭘 해먹이시죠? ) 


야간매점에 등록되었다는 메뉴들을 살펴보자.

맨 처음 소개되는 것이 개그맨 장동민이 소개했다는 '장스밥'. 쌀밥에 라면스프를 뿌리고, 참치캔을 따서 넣고, 달걀을 넣어서 비빈다. 끝. 뭐야, 이게?!

같이 사는 짝꿍에게 "여보, 이게 맛있어 보여? 야간매점 대표 메뉴래." 했더니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서 먹을 거 없을 때 해먹던 거야."라는 대답. 아... 피난민 시절 먹던 음식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의 향수 같은 건가??


건빵을 부수어서 우유에 타먹는 '건플레이크'도 있다. 군대에서 먹었음 직한 간식이라 짝꿍에게 또 물어봤다. "이거 다시 먹으라면 먹겠어?"  

대답은 "아니. 미쳤어, 이걸 먹게?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최고 인기였다는 '지성만두밥'은 또 어떤가 보자.

즉석만두를 전자레인지에 찐 다음 으깨고 밥과 함께 비빈다. 끝.

이걸 잡채밥 맛이라며 다들 좋아했다고... ㅠㅠ  아, 나 눈물 좀 닦고... 


메뉴도 메뉴지만, MC 들이 시식하면서 했다는 말들이 나는 너무 믿어지지 않았다.

'비빙죽'이라는 메뉴가 있다. (248p)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비비ㅂ 이라는 아이스바를 3등분해서 냄비에 끓인다! 국물이 졸아들 때까지 계속 저어주면... 정말 맛있는 단팥죽이 된다는 것... "유명 팥집에서 파는 팥죽 맛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고 한다. 와, 정말 이 사람들은 자기 입맛에 얼마나 확신이 있길래 이런 과감한 평가를 내리는 거지? 그럼 앞으로 그 팥죽 집에 줄 서지 말고 아이스바 끓여다가 드시지 그러세요.


재미삼아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책으로 소개할 수도 있고,

그걸 뭐 가족들과 함께 만들어 먹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독자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 책의 기획과 만듦새에 대해서는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다.


이 책의 탄생 과정은 이랬을 것이다.

'야간 매점'을 가지고 책으로 만들자는 기획안이 통과된다 --> 회사는 KBS 와 계약을 한다 --> KBS 가 원고를 만들어주나? 아니다. 책에 들어갈 모든 글과 사진들은 편집자와 고스트라이터와 만화가, 디자이너의 손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빠른 시일 내로. --> 여기 등장하는 수많은 연예인들의 얼굴을 그려대느라 만화가는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며칠뿐이었을 것이다. 캐리커처의 퀄리티를 보면 답이 나온다. --> 누군가는 열심히 화면 캡처를 해서 요리 과정샷을 만들어낸다. 화면을 캡처하니까 자막까지 그대로 쓸 수 있네?! 글 쓰는 수고를 좀 덜 수 있어서 홀가분하다,고 누군가는 생각했을 것이다. --> 디자인은 최대한 <해피 투게더> 풍으로 화려하고 알록달록하고 커다랗고 (유치하게). 


이 책은 '요리'책으로 보기에는 빵점이다. 그러나 <해피 투게더>라는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시청자가 프로그램 관련 상품으로서, 혹은 <해피 투게더>를 보지 못할 때도 프로그램을 떠올릴 수 있는 '오락'적 기능으로서는 그나마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진지한 독서를 하실 분이 이 책을 구입하실 일은... 없겠지...  

하지만 앞으로 이런 책은 계속 나오겠지. 그럴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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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0-22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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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 어린이책에도 '추리물'이 조금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고재현의 '방구 탐정' 시리즈도 재미있었고,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스무 고개 탐정과 마술사> <다락방 명탐정> 같은 책도 이런저런 문학상을 받으며 출간되었다. 


  정은숙 작가는 귀여운 강아지 탐정이 주인공인 <명탐견 오드리>라는 책을 낸 적이 있다. 꽤 재미있었는데~ ^^ 

  이번에 나온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는 배경이 일제시대이다. 비너스 미용실 딸 김영서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라는데...!  주된 스토리 라인도 흥미로워 보이지만, 일본과 서양의 신문물이 들어오는 가운데 새로운 세상에 눈떠가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어떻게 그렸는지도 무척 궁금하다.

  







  김중미 작가와 '기차길 옆 작은학교'의 아이들이 제주 강정마을에 관한 책을 펴냈다. 문정현 신부님이 강정마을로 옮겨가신 뒤부터, 김중미 작가도 두어 달에 한 번씩은 제주에 드나들면서 이 작품을 써냈다.

 제주 강정마을의 상징이었던 구럼비는 이제 반 이상이 파괴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슴이 아픈 것은, 해군기지 건설 찬반을 놓고 마을사람들이 대립하느라 '공동체'가 깨져 버렸다는 사실. 

 제주는 '괸당'이라고 불리는 친인척 간의 유대가 정말 공고한 곳이어서, 마을 괸당이 깨진다는 것은 타지 사람들로서는 정말 상상하기 힘든 충격과 고통이다. 이렇게 책으로나마, 그림으로나마 다시 평화가 깃들이기를 기원해 본다. 작은 염원이라도... 



파괴되기 전의 구럼비 모습을 사진으로 다시 불러와 본다. 강정에서 활동하는 송동효 선생님 작품이다.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너럭바위가 지금은 다 깨졌다...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이라는 시리즈의 새 책, 정치 제도 편이다. 

  일베라는 사이트에서 '민주화'라는 말이 엉뚱한 의미로 변질되고 놀림감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황망한 기분이었는지... 

 어떤 조직을 새로 만들고 의견을 수렴하는 일을 하다 보면, '아, 관료제라는 건 정말 굉장한 발명품이군.'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 민주주의라는 건 정말 어렵고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왜 우리가 민주주의를 배우고 지켜야 할까. 외국 책을 번역한 것이고, 토론용으로 기획된 것이라 우리 실정에 얼마나 쏙쏙 잘 들어맞을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이 혼란스런 우리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을지 한번 기대해 본다. 




  이번 달 서평대상 도서로 선정된 책 가운데 음식 책이 하나 있는데, 지금 대충 한번 훑어보고 나서 매우 절망스러워하고 있는 참이다. 세상에, 괴식도 이런 괴식이 없다. 냉동만두와 즉석밥을 전자렌지에 넣고 데운 다음, 한데 섞어 비비고 간장을 뿌려 먹는다고? 이게 잡채밥 맛이라고? 최고의 야식으로 선정됐다고? 그... 그래... 음식문화를 누리는 우리의 수준이 이 정도구나... 

 싱싱한 햇볕이 느껴지는 <토스카나의 우아한 식탁>을 보면서 마음을 정화하고 싶다.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식탁에 대해 상상하고 싶다. 

  외국 사례가 멋지고 우리 문화는 후지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먹을거리에 대한 태도라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가 무얼 먹을지 결정하고 장을 볼 때마다, 우리는 그 음식에 '투표'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괴상한 음식, 조미료와 합성 향료와 싸구려 식재료로 범벅된 음식에 투표를 하면 할수록, 우리는 그 음식들에 점점 더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인데...! 



 '재활용'이 아니라 '새활용'이라고... 

 버려질 물건을 가지고 그럴 듯한 생활용품을 만드는 건 아무나 할 만한 일은 아니고, 재활용 혹은 새활용 좀 해보겠다며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쌓아두는 것도 어쩌면 거대한 낭비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이 책에서 알려주는 소소한 리사이클링 팁들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있으면, 새것을 사지 않고도 내 소용에 닿는 괜찮은 물건들을 만들어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용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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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0-06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신간소개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또치 2013-10-07 11:45   좋아요 0 | URL
네, 또 한달간 애써주세요 ^^
 
[피카이아]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피카이아
권윤덕 글.그림 / 창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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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이아>를 이달의 리뷰 대상 도서로 적어내면서도, '흐아... 이 책 리뷰 쓰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하는 예감을 했다. 하지만 다른 알라딘 독자들이 이 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듣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망설이다가 적어냈는데... 선정이 되었네!  아, 어려운 과제를 자청했구나... 털썩! <-- 이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음. 


막상 받아든 <피카이아>는 낯설고 무거웠다.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이렇게 두꺼운 책인지 몰랐고, 이렇게 다양한 아이들의 아픈 사연들이 담겨 있는 줄 몰랐다.

첫번째는 글 중심으로 읽었다. 아이들이 감당하기에 이 세상은 얼마나 힘겨운 곳이 되었나 하는 슬픔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글자 하나하나는 결코 쉽게 쓰이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또렷한 서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 글이라서 독자로서 천천히 오래오래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뭔가 안심이 되고 포근했다. 따뜻한 피가 나의 척추 속으로 도는 것 같은 실감이 났달까...살아 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에 대한 새삼스런 깨달음,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모여 있는 마지막 장면에서 받은 안도감...


두번째 읽을 때는 그림들이 비로소 눈에 세밀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그림들이 불편하고 아팠다. 리뷰를 쓸 때 인상 깊었던 그림들을 함께 올릴까 생각했지만, 어떤 것이 가장 인상깊었나를 정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도 꼭 하나만을 꼽자면, 

공원 화장실에서 '끈적이 오빠'를 만나던 윤이가 환한 햇살 속으로, 세상 속으로 나아가 혁주에게 가 닿는 장면. 그래, 윤이야, 너는 곧 자랄 거야. 아주 크고 환하게 자랄 거야, 하고 소리쳐 주고 싶었다.


작가 권윤덕은 왜 이런 책을 만들게 되었을까.

하나의 서사로만 이루어진 그림책으로 담기에는, 아마도 2013년 무렵의 우리가,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 팍팍하고 고통스럽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사연들, 그림 하나하나들은 그야말로 '작가'의 눈으로 기록한 2013년 대한민국의 어떤 순간들인 것 같다. 도대체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것 같은 순간에도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으며, 견뎌내고 있으며, 아이들은 서로의 텅빈 마음 한구석들을 바라봐주면서 서로를 버텨주고 있는 것이다. 그 슬프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이 책에 담겨 있는 것 같다. 


<피카이아>는 보통의 그림책에서 표현하는 인물, 사건, 내면 서술 기법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을 취했다. 어떻게 보면 '책'보다는 '영상물'로 표현할 여지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면 참 아름답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셸 공드리가 만드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영상들이 막 떠오르기도 하고... 


낯설고 어려운 책이었지만, 작가에게 고마웠다. '어린이다운 인물'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어리고 서툴기 때문에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어떤 감정들과 순간들을 작가가 깊이 헤아리고 그 이상으로 표현해준 것 같아서 말이다.


사실은 아직도 생각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안 되어서 리뷰가 좀 왔다갔다 횡설수설이다.

언젠가는 이 책에 대해, 작가 권윤덕에 대해 좀더 긴 이야기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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