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 - Song Book : Play With Him (2CD) - 초도 2만장 한정 종이박스 케이스
윤상 노래 / 예당엔터테인먼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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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대중음악의 2008년 현재를 '윤상'을 통해 정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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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부터 13살까지의 나를 홀린 것은 조용필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조용필 노래제목 30여 개를 엮은 짧은글짓기(?)를 해 라디오프로그램에 엽서를 보내고, 그 덕에 방청권을 얻어 혼자 KBS홀로 가서 차마 소리도 못 지르고 공연을 보고 올 만큼 좋아했다. 13살짜리의 마음에 무슨 서글픔이 그렇게 있었길래, 한바탕 인생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간 듯한 조용필의 서정에 푹 빠졌었을까... 

14살부터 19살까지는 팝음악과 함께 살았다.
여기서도 웃긴 것은, 음악 좀 좋아한다는 친구들이 딥 퍼플이 좋냐 레드제플린이 좋냐 하고 있을 때... 나는... Earth, Wind & Fire 와 Motown 가수들이 좋다고... 차마 말을 못했다. AFKN에서 American Top 40를 주말마다 기를 쓰고 듣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1986년...! 고등학생이 된 나를 사로잡은 것은 Petshop Boys. (이거 점점 알 수 없다...) 시니컬하고 음울하면서도 늘 가슴 콩닥거리게 만드는 최고의 그루브를 선사하는 이 오빠들에게 나는 지금까지 충성을 바치고 있다.

대학에 들어간 다음부터는, 뭐, 그 당시 그랬을 수밖에 없었지만, 민중가요가 아니면 죄다 씰데없는 노래로 들렸다. 20살부터 22살까지는 거의 라디오도 안 듣고 살았던 음악의 암흑기랄까...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동자노래단, 조국과 청춘 아니면 노래 같지가 않던, 그런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 윤상을 알게 됐다. 1집 <이별의 그늘>이었다. 이건 분명히 대중가요인데... 아이씨, 그냥 흔한 사랑 노래인데...! 이런 통속에 빠져들면 안 된다고 부르짖던 얼치기 운동권(?) 또치씨는 <이별의 그늘> 바이올린 선율에 곧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고급스런 트럼펫 소리가 울러퍼지던 <한 걸음 더>는 그 당시 얼마나 '있어' 보였나. "변해 가는 건 변해 가야지 또다른 시간들을 남기며 표정 없이 어디에서든 잊혀지는 거지" 하던 <잊혀진 것들>의 체념은 또 얼마나 나를 덩달아 슬퍼지게 했나.
2집 <가려진 시간 사이로>도 대히트시키고 그는 군대에 갔다. 그리고 그 사이 나도 (무사히) 졸업.

직장에 다니기 시작하고, 음반도 막 사고, 공연에도 막 다니고, 방배동을 떠나 서교동으로 옮긴 96년 무렵부터 홍대 앞 클럽에도 즐거이 들락거리고, 클래식과 국악의 현장까지 찾아다니기 시작하면서 나의 잡식성 음악취향은 끝간 데 없이 뻗어나갔지만, 생각해보면 내 마음 속엔 늘 윤상(적인 것)이 있었다.

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윤상의 음반은 2000년 작 <Cliche>, 2002년 작 <이사>이다.
<Cliche>에서는 먼 나라의 바람 냄새 같은 향기가 났다. <바람에게> <나를 친구라고 부르는 너에게> 같은 노래를 들으면 낯설지만 익숙한 서글픔이 느껴졌다. <결국... 흔해 빠진 사랑 얘기> 또한 지독하게 쓸쓸해서 좋았다.

<이사>는 적어도 나의 음악사에서 길이 남을 명반이다. <Cliche>에서 이미 남미 리듬을 들여왔던  그는 <이사>에서 좀더 '쎄게' 그걸 밀고 나갔다. 그런가 하면 정훈희가 부른 <소월에게 묻기를> 같은, 지극히 익숙한 정서(우리 음악 특유의 뽕기,라고 하면 실례?) 또한 첼로 선율을 깔고 세련되게 담아 냈다. 그래, 윤상의 음악을 말할 때 제일 많이 얘기할 만한 단어는 '세련미'인 것 같다. 그전시대 음악에서는 없었던, 도저한 세련미.


이제 후배들의 Tribute 앨범이라 할 만한 이런 음반도 나왔다.
물론 나도 덥석 샀다. 윤상의 온갖 세계를 온갖 방식으로 재해석해낸 재미있는 음반이다.

음... 가장 흥미로웠던 건 '소녀시대'가 있다는 건데, 윤상이 만들었던 댄스그룹 알로(Halo)가 불렀던 <랄랄라>를 다시 불렀다. (여자 보컬이 너무 인형같이 예뻤는데... <잠자는 숲속의 왕자>가 타이틀 곡이었고, <랄랄라>도 인기를 째끔 얻었었다) 그래, 소녀시대가 부를 만한 노래지. 근데, 오랜만에 원곡을 들어보니, 역시 원곡이 낫다. "이렇게 어렵지 않은 수고로도 가벼워져 버릴 만큼 난 강해져 있어 ~~ 아무렇지도 않게 콧노랠 부르며" 라는 쉽지만은 않은 가사를, 소녀시대는 너무 매끈하게만 부르더이다...

안트리오의 Lucia 와 Casker의 이준오(juno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눈치를 보아하니 그가 맞을 듯?!)가 싹 새로 다듬은 <이별의 그늘>도 흥미롭고, '천재소년'으로 불리던 정재일이 장구와 꽹과리 소리를 감칠맛 나게 사용한 <El Camino>도 가슴이 두근거리게 좋다. (원곡에서보다 정재일 버전에서 국악기 비트가 더 강해진 것 같다.) 배우 이선균이 살짝 서툴게 부른 <소년>도 참 예쁘다. 아, 물론 이 노래는 아무나 쉽게 부를 만큼 만만한 노래는 아니다. 이선균이 부르니까 정말이지, 말하는 것처럼 노래하더라. 
정재일의 <El Camino> 다음 트랙이 W & Whale 의 <소리>인데, 그룹 W가 한국대중음악상 받을 때 '아시아 최고의 일렉트리카'란 칭찬을 들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는 멋진 편곡이다. (난 사실 W 가 무조건 좋아~~)
* W가 Where the Story Ends 이름으로 내놓은 첫 앨범 <안내섬광>에는 윤상에게 바치는 <기도>라는 예쁜 곡이 있다.

강수지가 불렀던 <흩어진 나날들>은 원곡의 슬프다 못해 처연한 감성을 걷어내고, Casker가 보사노바 풍으로 다시 만들었다. 이거 멋지다. 그야말로 cool 한 재해석이다!  그런가 하면, 윤상이 신해철과 함께했던 No Dance("우리 둘다 춤이 안된다"는 뜻이었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앨범의 명작 <질주>는 Astro Bits가 그야말로 질주하는 느낌으로 휘몰아치는 편곡을 했다. 다다다다다~~ 몰려오는 비트가 사람을 아주 몽롱~하게 만드네.

워낙 기본이 좋은 노래들이라 다 듣기 좋은데, 나는 대체로 연주곡들이 더 좋네. 이렇게 한국 대중음악을 넓고 깊게 만드는 사람들이 계속 잘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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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8-12-20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롱한 곡을 좋아하는 우리 또치 씨, 서재질의 시작글을 아주 알차고 화려하게 쓰셨네! 웰컴 투 서재!
 

선생님, 보고 싶어요... 어머니 계시는 그 나라에서, 편히 잘 지내세요. 저도 언젠가는 선생님이랑 같은 곳에서 또 만나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이 이땅에 와주셨던 것, 선생님을 한번이라도 뵐 수 있었던 거 모두 너무 고맙습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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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시
권정생 지음 / 지식산업사 / 2000년 10월
7,000원 → 6,650원(5%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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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보고 싶을 때 나는 이 책 봐요" 하면서 싸인해주신 책. 슬픈 시, 재미난 시가 너무 많은 책. 저도 이제 선생님 보고 싶을 때 이 책 볼게요.
한티재 하늘 1
권정생 지음 / 지식산업사 / 1998년 11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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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싸인해주신 책이 있어요. 아, 이 책은 두번 읽기 괴로워요. 한줄 한줄에 선생님의 눈물이 있어서 울지 않을 수가 없어요...
몽실 언니- 반양장
권정생 / 창비 / 2000년 4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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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대하소설 같이 느껴져요. 너무 큰 이야기입니다. 감당할 수 없으리 만치 컸어요.
우리들의 하느님
권정생 지음 / 녹색평론사 / 1996년 12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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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느낌표'에 선정되었지만 거부하셨던 선생님... 그 뜻이 무엇인지, 세월이 가야 제가 깨닫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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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연꽃이나 목단 같이 큼지막한 꽃이 좋아진다. 그런가 하면 꽃마리같이 2mm 남짓한 작은 꽃도 좋다. 철따라 꽃피고 나무가 많은 곳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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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 자연에서 찾은 우리 색
백지혜 글.그림 / 보림 / 2007년 4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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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곱다. 꽃도 곱고, 결 고운 비단에 정성껏 채색한 작가의 손길도 참 곱다.
오소리네 집 꽃밭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7년 1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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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둘레에 아무렇게나 피어 있는 것 같은 꽃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발견.
철따라 피고 지는 꽃무리를 만들어 살고 싶다. 오소리 아저씨네처럼.
The Happy Day (Paperback)- 『모두 행복한 날』원서
마크 사이먼트 그림, 루스 크라우스 글 / HarperTrophy / 1989년 1월
10,000원 → 6,100원(39%할인) / 마일리지 130원(2%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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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킁킁'이라는 한국어판 제목보다 원제가 더 좋다. 꽃 한송이가 얼마나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 간명하게 이야기해주는 책.
무슨 꽃이야?
도토리 기획, 전의식 감수 / 보리 / 2003년 5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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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말이면 시골에 가서 이 책 들고 다니며 꽃을 찾아보던 시절이 있었다. 어리석던 연애의 기억에서 꽃과 나무, 바람과 풀냄새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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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뭐가 되고 싶나, 하는 질문을 받으면 전에는 '고래'라고 대답했는데 얼마전부터는 '나무'라고 대답한다. 사람들 때문에 망해 가는 지구에 나무는 묵묵히 산소를 뿜어주고 새싹과 잎사귀와 열매까지 내주고, 가지를 땔감으로 주기도 한다. 아, 나무가 어찌 좋지 않을 수 있나. 죽어서라도 쓸모있게 나무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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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좋다
재니스 메이 우드리 지음, 마르크 시몽 그림, 강무홍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6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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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고를 처음 본 편집자는 "소가 한 마리 있고, 아이가 누워 있고... 아니 뭐 그냥 '나무가 좋다'라고만 하는 웃기는 글이 하나 있어요" 라고 했단다. 그러나 존경하옵는 어슐러 노드스트롬은 그 웃기는 원고를 가지고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만들었다.
신갈나무 투쟁기- 새로운 숲의 주인공을 통해 본 식물이야기
차윤정.전승훈 지음 / 지성사 / 1999년 9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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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한살이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이건 정말 한편의 가슴 찡한 드라마로군! 진심으로 나무가 존경스러워지게 해준 책.
나무의 죽음- 오래된 숲에서 펼쳐지는 소멸과 탄생의 위대한 드라마
차윤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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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삶을 이야기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죽음'을 이야기한다. 아아, 죽음마저 거룩한 나무라니! 죽어도 죽는 게 아닌 나무...
궁궐의 우리 나무
박상진 지음 / 눌와 / 2001년 9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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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궁궐이 아니라도, 우리나라 정원에 심어진 나무들에 대한 정말 좋은 정보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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