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른 1집 - 흐른
흐른 노래 / 파고뮤직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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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로스'를 좋아해서 '튠테이블 무브먼트'라는 레이블을 알게 됐고, 그래서 '흐른'의 1집도 듣게 되었다. 2006년에 냈다는 EP를 먼저 들어보았고, 음색이 참 좋아서 정규 1집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 노래들 참 좋다. 장르상 '포크'인 건 맞는데, 기타 하나에 의지하지 않고 아주 다채로운 전자음 소리들의 향연 속에 흐른의 차분하고 담백한 목소리가 어우려져서 참 듣기가 좋다.  

2, 4, 6, 8, 10번 짝수 트랙이 이상하게 더 좋다. (나 왜 홀짝을 나누고 있지...? ㅋㅋ) 특히 6번 트랙 You Feel Confused As I Do 는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약간 빠르게 흘러가는 summer mix 버전(6번)에서 들리는 소리들이 아주 다채롭고 풍요로워서 마음에 쏙 든다. 이런 편곡이 아니었다면 그냥 밋밋하고 평범한 포크 음악이구나, 했을 텐데 감정을 한껏 고조시켜 주는 비트가 얄밉도록 예쁘다. 

4번 트랙 <어학 연수>는 머나먼 나라에 가서 신문을 보고 TV를 보고 웃어보아도 계속 "입에선 오래된 단내만이" 나는 쓸쓸한 마음을 담은 가사에 아마도 공감하는 분이 꽤 많을 거고, 8번 Global Citizen 도 가사가 좋다. 지랄맞은 세상에서 들려오는 펫샵보이즈의 평온한 노랫말 "I think it's gonna be alright" 을 들으며 "당신들 순진한 건지 아니면 득도한 건지" 헷갈려 하다가도 ... 정말 그렇게 다 괜찮았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6, 7, 8번 트랙으로 넘어가는 흐름이 이 음반의 하이라이트인 듯!  

멋 부리지 않고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도 자기 세계가 확실하게 느껴지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등장이다. 그리고 이 음반은 프로듀싱에도 점수를 많이많이 주고 싶다. (물론 내 취향이라 객관적이지는 않지만) 우리 포크 음악을 세련되게 진화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을 만큼 !

로로스를 시작으로 해서, 그림자궁전도 들어보고 이렇게 흐른까지 쭉 들어보았는데, 한마디로 규정할 순 없지만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색깔도 참 좋다. 튠테이블 대표님은 눈뜨고 코베인 공연이랑 붕가붕가레코드 레이블 공연에서 기타 도와주러 등장하는 청년으로 보아 왔는데, 추구하는 음악세계 멋있으시네! 이렇게 다양하고 재미난 레이블들이 계속 좋은 음악 만들고, 장사도 잘해서 신나게 음악 만들어갔음 좋겠다. 두손 모아 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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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가 추천하는 '명작 중의 명작' (2CD)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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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11시 <세계의 유행음악>, 두시엔 <두시의 데이트>, 밤 8시 <황인용의 영팝스> 그리고 새벽 두시(였나?) <전영혁의 음악세계>가 내 음악 선생이었다. 음,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배철수와 유희열 정도가 남은 것 같다... 아, EBS FM의 <세계음악기행>도 있긴 하구나.  라디오가 아니라 다른 매체들을 통해서 음악을 접하기가 더 쉬워진 시대이기는 하지만, 나는 아직도 좋은 노래를 찾으려면 그냥 라디오를 틀어놓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FM마저도 너무 시끄럽다 ;; 좀 조용한 CBS FM은 옛날 노래만 나오고...  그래서, 정말 최신음악을 원없이 듣고 싶을 때는 Virgin Radio나 BBC Radio를 인터넷으로 틀어놓고 듣는다. 아, 꼭 이래야 하나 ㅠㅠ 

중학교에 입학하는 친구(?)에게 이 음반을 선물한다. 적어도 다섯 곡 이상은 마음을 지~~잉 울리는 노래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그러면 거기서 가지를 쳐나가면서 훌륭한 음악들을 찾아서 듣고, 가사도 음미하고 공부해보고, 그러면서 적극적인 문화 향유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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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0 1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치 2009-03-1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허~ 와주셔서 감솨함다 ^^

무해한모리군 2009-03-2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조카한테 선물해야겠어요.
 
장기하와 얼굴들 - 1집 별일 없이 산다
장기하와 얼굴들 노래 / 붕가붕가 레코드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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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구매하면 3월 3일에나 받을까봐 콘서트 현장에서 사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콘서트 예매도 쉽지 않았다. 약 45분 만에 매진! 휴,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드디어 오늘(아니, 어제구나) 상상마당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가 있었고, 나는 노구를 이끌고 다녀왔으며, 기쁨과 감동에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서 지금 목이 다 아프다. 집에 와서 앨범을 듣고, 잠시 잠이 들었다가, "모두 잠든 새벽 네시반쯤 홀로 일어나" 앨범을 다시 들으며 리뷰를 쓴다.  

공연도, 첫 정규 앨범도 다 기대 이상으로 좋다. 아, 살면서 나에게 이만큼 위로가 되어준 게 뭐가 있었나... 생각해보면, 가장 가까운 기억으로는 작년 6월말 시청 앞에서의 시국미사가 있다. 그렇다, 이 앨범, 힐링 효과 굉장하다. (과장 아니냐 할 사람도 있겠지만... 난 정말 '위로'가 절박한 것 같다 ... 그래서 진심으로 '장교주'라고 부른.. ;; 쿨럭;; )

무슨 노래가 젤로 좋습디까? 하고 묻는다면... 음... 현재로서는 타이틀 곡인 <별일없이 산다>를 꼽겠다. CD를 사들고 공연장으로 들어가서 부클릿에 적힌 가사를 먼저 읽었는데, 아아, 탄식이 터져나왔다.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 뭐냐 하면 / 나는 별일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 오늘밤 절대로 두다리 쭉 뻗고 잠들진 못할 거다 (...) 이건 니가 절대로 믿고 싶지가 않을 거다 / 그것만은 사실이 아니길 엄청 바랄 거다 / 하지만 / 나는 사는 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그리고, 드디어 노래를 듣는 순간, 울컥했다. 그래, 앞으로 몇년, 난 이렇게 살 테다. 한국대중음악상에 지원을 끊어도, 미디어악법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지랄발광을 해도, 난 너희들 따위에 내 삶을 타격받지 않고 내 식대로 느리게 걸으면서, 재미있게 살 것이다...! 부르르 주먹을 쥐었다. 

이 노래에서 장기하는 마치 협박하듯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중얼거리다가 "별일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하는 부분은 메롱~ 하듯이 경쾌하게 뽑아낸다. 보컬 일품이다. 공연 현장에서는 킹스턴 루디스카의 이종민씨가 파워풀한 건반 연주를 해주었는데, 열기가 대단했다. CD 로 듣는 맛은 또한 그것대로 좋다. 

이제 비로소 제대로 된 녹음으로 듣는 <달이 차오른다, 가자>도 무지 좋다. 그동안 음원도 없이 공연 동영상으로만 떠돌았던, 흐느적거리는 '촉수춤'  때문에 약간은 유머 코드로 소비되었던 이 노래가 사실은 엄청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노래란 걸 알게 될 것이다. 오늘 공연에서 들려주던 것과도 완전히 다른 맛이다. 가장 아름다운 트랙이라고 말하고 싶다. 장기하가 프로듀싱도 정말 잘했구나, 하는 걸 이 노래를 들으며 여실히 느꼈다. (프로듀싱을 잘했다는 건, 베이비페이스 같이 명프로듀싱을 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욕심 내지 않고, 딱 자신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소박하면서도 촘촘하게 했다는 거다. <달이 차오른다...>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는 정말 아름답다. 기타 소리가 특히.)

어떤 노래가 가장 인기를 끌게 될까. 서정적인 것, 유머러스한 것, 세태풍자적인 것, 펑키한 것 등등 곡들마다 개성이 다 강해서 잘 예측은 못하겠다. 그러나 단언할 수 있는 것은, 10대든 60대든 이 음반에 누구나 한번쯤은 공감할 만한 노래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장기하 노래를 듣다 보면, 이 친구한테는 할아버지의 영혼이 깃들여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가사에서 느껴지는 정서도 그렇고, <느리게 걷자> 같은 노래에서 노래 중간에 추임새 넣는 부분에선, 여러번 들어도 새삼 화들짝 놀랄 때가 있다.) 


이분들은 오늘 처음 등장한 인디계 최초의 성악 코러스 '목젖들' 되시겠다 ^^  

<아무것도 없잖어>라는 노래는, 인디언 옛이야기를 듣고서 만든 노래라고 하는 걸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요즘 세태에 딱 맞는 풍자를 들려준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처음 들었을 때, 야, 이거 MB 얘기네! 했는데, 하하, 오늘 공연장에는 선거유세하는 정치인을 연상케하는 복장의 '목젖들'이 묵직한 코러스를 들려주었다. 이 분들 나와 노래하는 순간, 관객들 정말 뒤집어졌다.  


여전한 포스의 미미시스터즈. 다채로운 의상과 헤어스탈을 선보이시다. 물론 재미난 새 안무도!

이제 나는 한동안 이 음반을 들을 것이다. 그리고, 보란 듯이 별일없이 재미나게 잘 살아남을 것이다! 고맙소, 장기하!! 당신 덕에 사는 게 그나마 즐겁다오~!  

へ(●_●)ノへ(ㅁ_ㅁ)ノ へ(●_●)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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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3-0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장기하 팬입니다. ^^
ㅋㅋ 미미 시스터즈의 안무가 느껴지네요. ^^
김창완이 다시태어난 것 같죠. ㅎㅎ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위하여 - 이대근 기자의 한국정치 읽기 우리시대의 논리 8
이대근 지음 / 후마니타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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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아침 작전은 서둘러 무리했고, 소방차 한 대 없이 무대비였습니다. 시너에 대한 정보 준비도 없어 무지하고, 좁은 데 병력을 밀어넣어 무모했습니다. 용산에서 벌어진 컨테이너형 트로이 목마 기습작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졸속 그 자체였습니다. 법과 질서라는 목표에만 쫓긴 나머지 실행 프로그램이 없었고, 특히 철거민이건 경찰이건 사람이라는 요소가 송두리째 빠져 있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2009. 1. 20. 클로징 멘트)  

그날, 박혜진 앵커가 앞의 두 문장을, 신경민 앵커가 나머지 문장을 또랑또랑하게 다 읽었을 때, 나는 이미 울고 있었다. '나'와 다름없는 그들의 죽음 앞에 이보다 더 슬픈 시, 더 처절한 조사(弔詞)가 있었을까. 신경민 앵커가 직접 쓴다는 마지막 멘트는 뉴스 보기를 이젠 '두려워'하기까지 하는 나에게 가끔은 죽비가 된다. 그래서 아프지만, 기다리게 된다. 

내가 이렇게 기다리는 것이 또하나가 있다. 경향신문의 이대근 칼럼이다. 2주에 한번씩, 이분이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하실까, 유난히 큰 사건이 있는 때면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이대근 칼럼의 존재를 알게 된 건 2006년 11월이었다. (문제의 칼럼 날짜를 보니 그렇다.) <포용정책은 유죄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고... 울었다. (그렇다, 난 잘 운다, 우쒸.)   

" 북한의 군사적 요충지인 금강산과 개성에서 남한 사람이 북한 사람의 서비스를 받으며 온천욕과 등산을 즐기고, 북한 노동자가 남한 기업의 냄비, 시계, 신발을 만들고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포용정책 때문이다.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폭락하지 않았다면, 남한에서 사재기가 없었다면, 그것 역시 포용정책 때문이다. (...) 포용정책은 북한이 예쁘고 착해서 보상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제재와 대결이 우리에게 바로 돌아오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 포용정책은 운명이다. 북한은 우리의 일부다. 버릴 수도 없고 떠날 수도 없다. 봉쇄하고, 굶겨 죽이고, 압박하고 폭격할 수 없다. 무겁다고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이다. 북한의 기아, 위기, 고통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 우리 마음 구석에서 꿈틀거리는 한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 우리는 포용정책의 포로다. 바꿀 것도 수정할 것도 재검토할 것도 없다." (책 248쪽에 있다)

더할 수 없이 냉정하게 말하다가 결국엔 확 감정을 건드리기까지 한다. 그러고는 더없이 강한 논조로 마무리. 글 참 무섭게 쓰신다고 생각했다. 누구신가, 이 양반은...?  그러다가, 죄송하지만 잠시 잊고 있었다. 2007년 5월 <권정생, 그의 반역은 끝났는가>를 만날 때까지.    

"가난하고 늙고 병든 아동문학가는 이 사회에서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잘못이다. 버림받고 병들고 가난한 자가 세상과 잘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기만이다. 그는 매우 위험하고 불온한 사상가였고 반역자였으며 혁명이 사라진 시대의 혁명가였다. (...) 지지배배 짖던 작은 새가 숲 속으로 날아가듯 그는 그렇게 가버렸다. 가장 치열하게 싸운 전사에게만 돌아가는 휴식이다." (36-37쪽)

이 글은 권정생 선생님을 아는 모든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나도 권정생 선생님 보고 싶어질 때면 이 글을 보면서 울고 또 울었고, 선생님의 평온한 휴식을 위해 기도하곤 했다. (이 칼럼은 권정생 선생님의 1주기에 출간된, 권정생 작가론 격의 글 모음집 <권정생의 삶과 문학>에 실리기까지 했다.) 

이 무렵부터 이대근 선생님의 지난 칼럼까지 싹 찾아서 읽었고, 2주일마다 이 양반이 주시는 위로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 위로란 것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 쓰다. 불편하기도 하다. 하지만, 권정생 선생님도 말씀하셨었다.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글이 정말 좋은 글"이라고. 이대근 칼럼은 우리 사회의 비틀리고 불편한 부분, 목에 걸린 가시 같은 것들을 건드리면서 냉정하게 말한다. 부디, 눈 똑바로 뜨고, 정신 차리고, 무엇을 할지 앞을 보라고. 

사실, '시사성'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신문칼럼이 '책'으로 나온다고 하면 "인터넷에 다 있는데 찾아서 읽으면 되지 뭘 책으로...?" 하는 반응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도 이런 시선에 대해  "범행 현장을 다시 찾은 범인처럼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머리말에서 고백한다. 그러나 이런 독자들에 대한 '써비스'가 있다. 칼럼 말미마다 2009년 현재의 상황에서 덧붙인 짧은 코멘트가 있고, 독자들에게 건네는 매우 긴 머리말, 그리고 말미에는 '한국 정치에 대한 긴 대화'라는 제목의 묵직한 대담이 실려 있는 고다. 아아, 저는 책을 산 보람이 충분합니다아 !!

지난 5년간의 칼럼을 묶은 이 책은, 원고지 11매에 긴장감 있게 꽉꽉 눌러쓴 훌륭한 문장들로 가득차 있고, 정말이지 롤러코스터 타는 것보다 더하면 더했을 국내외 정치에 관한 차분한 일별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나 제3부 '평화'에서는 북한, 일본, 미국을 바라보는 '냉정과 열정이 결합된' 이대근 선생님만의 혜안을 얻어갈 수 있다. (사실, 차가운 척하지만 본질적으로 '열정'이 더 승한 분 같기는 하다 ^^ )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왜 우리가 그토록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정치 행위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 너무나 원론적인 것을 우리는 냉소와 허무에 빠져 잊고 있었음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이런 체제가 불만스럽다면, 원하는 다른 체제를 우리는 가질 수 있다. 혁명이 아니라도, 정상적인 정치적 과정을 통해 가질 수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매력이며, 정치의 힘이다. (...) 서민들이 자기들의 고통과 불만을 정치적으로 조직하기만 하면, 정치는 그들의 것이 될 수 있다. 다수의 힘으로 보수 헤게모니를 깰 수 있다. 그런데 이 신나는 일을 왜 아무도 하지 않는가." (15쪽. 밑줄은 내맘대로 친 것.) 

그러게요. 이런 거야말로 학교에서 주입식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말이죠...

목청 높여 소개하고 싶은 칼럼들이 많지만, 관심사에 따라 감동을 받는 글은 각자 다를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 이분의 차가워서 더욱 아름다운 문장을 좋아하든, 논지전개법을 좋아하든, 어떤 정당에 대한 생각을 같이 하든, 좋아하는 부분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참고로, 나같이 감성적이기 짝이 없는 인간이 읽고 울었던 가장 최근의 칼럼은 2008년 8월의 <전국노래자랑> 이며(구글링해서 찾아 읽어보세욥. 얼마 뒤 당신은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을 것입니다), 푸학! 대폭소하며 뿜었지만 역시나 씁쓸했던 칼럼은 <부시, "이명박은 최고의 지도자">이다.  

_ 책이 도착하자마자 빛의 속도로 읽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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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칼럼. 이렇게 써라 - 이대근, &lt;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위하여&gt;
    from Fly, Hendrix, Fly 2009-03-16 18:33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위하여 - 이대근 지음/후마니타스 글쟁이들은 고민한다. 자신만이 읽을 글이 아니라면 언제나 고민할 수밖에 없다. 누가 읽게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때는 어느 순간에서 끊을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한다. 물론 학술논문을 쓸 때에야 상세한 설명과 정확한 뒷받침 문장을 구비해야 할 때가 있다. 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긴박하게 한 방의 임팩트를 가지고 글을 써야할 경우가 있다. 저널리스트의 글쓰기가 그렇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 우리는 깨끗하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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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몽롱하고 나른한 일렉트리카 음악을 좋아한다.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이 첫번째 음반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한국말로 듣는 이런 일렉트리카라니... 멋지다.

이 음반을 사게 된 결정적 이유는 유튜브에서 이들의 독특한 뮤직비디오를 보고 난 뒤 유난히 이 가사가 귀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바로 그 노래, <도시 생활>의 가사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도시에서만 살기는 젊음이 아깝잖아."   

이들의 음악은 도시를 유랑하는 현대의 히피의 읊조림 같다. 재킷부터 속지까지의 아트웍도 딱 그렇다. 요즘 쌈지에서 만들고 있는 '농부' 프로젝트의 아트웍과 비슷한 느낌이다.

노래하는 '조부라웅'의 목소리는 참 나른하고 곱다. 펫샵보이즈의 닐 테넌트 목소리와 비슷한 데가 있다. 뉴 오더랑 비교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보니까 Blue Monday 같은 곡을 공연에서 커버해 부르기도 하네요. 암튼, 그런 게으른 듯 졸린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노래한다. "숨을 쉬고 노래하다가도 문득 나 / 왜 이렇게 됐나 / 왜 이렇게 됐나 생각해" ...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가, 이런 순간이. 왜 이러고 여기서 살고 있나 생각하게 되는 순간...! 이런 노래를 들으면 갑자기 좀 덜 외로워진다.  

(호곡, 이젠 앨범 품절이네... 팬으로서 기뻐해야 맞긴 한데, 팬이 된 지 얼마 안돼서 약간 안타까운 마음이 더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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