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gen Heap - Ellipse
이모젼 힙 (Imogen Heap)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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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힙,인데 왜 이모 힙,으로 쓰시나요, 알라딘? 한글로 검색했다가 음반 없는 줄 알고 실망했잖우...)

이모겐 힙,이란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2004년 여름이었다. Hide and Seek 이란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던 것. 거의 목소리만으로 이루어진, 아니 듣다 보면 그녀의 목소리만 귀에 꽉 차는 환상적인 노래였는데, 듣는 순간 홀딱 반해 버렸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도 거의 무슨 합창단 급의 포스를 느끼게 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장르는 일렉트릭 팝이어서 사실 밑에 깔린 사운드는 굉장히 복잡다단한 것 같은데, 두성(頭聲)이라고 하나? 머리 전체를 울려서 내는 높고 서늘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환상적인 꿈을 꾸고 난 듯 압도 당해 뭔가 복잡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목소리가 무엇보다 훌륭한 악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사실 노래 하나하나도 굉장히 극적이고 스케일이 크다.

앨라니스 모리셋의 힘있는 노래를 좋아하고, 에니 레녹스의 몽환적인 목소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모겐 힙도 분명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http://www.myspace.com/imogenheap 에서 노래들을 들어볼 수 있으니 한번 가보시길 권함. 이 모든 노래를 다 직접 쓰고 만들었다.

뭔가 아름답게 묘사하고 싶은데, 지금은 듣고 나서 일단 압도당한 나머지 입만 벌리고 있는 상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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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9-03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이건 처음 들어보는데 일단 담고 보자. 일렉트릭 팝도 좋아요.

또치 2009-09-07 21:52   좋아요 0 | URL
아프님은 '예쁜' 여자 좋아하는 거 같은데?!
히히, 이모겐 힙은 '여신' 과는 아니고 약간 '마녀' 과 가수인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09-0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왜 전 또치님 음반 페이퍼만 보면 솔깃할까? 팔랑팔랑 귀~

또치 2009-09-07 21:53   좋아요 0 | URL
히힛 ^^ 휘모리님 이 음반 좋아할 거 같아요!

치니 2009-09-04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팔랑귀, 들어보겠사옵니다.

또치 2009-09-07 21:54   좋아요 0 | URL
히힛 ^^ 치니님도 좋아하실 거 같아욤!
 
윤상 6집 - 그땐 몰랐던 일들
윤상 노래 / 지니(genie)뮤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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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은 밥은 그냥 소금간만 해서 주먹밥으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 <-- 윤상 6집을 듣고 난 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비유다 ^^ 

(예상 못한 바는 아니었지만) 1, 2번 트랙을 듣는 순간 너무 '미니멀'해서 약간 놀랐는데, 뭐랄까, 군살 하나 없는 멋진 중년남자 같다고 해야 하나, 알흠다운 멜로디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면서도  얄밉도록 깔끔하게 욕심을 정리해낸 노래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까지 윤상의 3집과 4집을 가장 좋아하긴 한다. 그때의 처연한 젊음의 정서가 이제는 싹 가셔버린 것이 처음에는 약간 아쉬웠다가, 6집을 세번쯤 듣고 난 지금에는 '나이 들수록 이렇게 세련되고 멋있어지기도 참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며 혼자 므흣해하고 있다. 

처음 들었을 땐 '어째 이번 앨범에는 killing track 이 없는 거 같다...' 싶었는데,  이젠 생겼다.  

2번 <소심한 물고기들> - 6집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인 것 같다. 미려한 멜로디, 단순한 리듬, 점점 고조되고 깊어지는 여러 겹의 음. 눈을 감고 듣다 보면 내가 마치 한 마리 물고기처럼 바닷속을 유영하는 아득한 느낌.   

6번 <편지를 씁니다> - 멜로디와 가사는 4집에 있는 <소월에게 묻기를>과 비슷한 서정을 담은 것 같은데, 리듬 프로그래밍이 굉장히 독특하다. 멜로디와 박자가 계속 묘하게 어긋나는데, 실험적인 음악인데도 사람을 끄는 마력이 있다.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는 haihm 이라는 여성 뮤지션이 프로그래밍도 맡았다고 하는데, 참 멋지다. 실컷 하고 싶은 대로 한 것 같아서 ^^ 

짝꿍 박창학의 가사도 여전하고, 윤상의 멜로디도 여전하지만, 너무나 겸손하게 어깨에 힘 빼고 만든 담백한 음악들... 아, 이런 뮤지션과 함께 호흡하며 나이 들어갈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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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7-15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류이치사카모토는 누군지 모르겠지만 윤상이 훈늉한 건 맞아요. ^^

또치 2009-07-16 09:18   좋아요 0 | URL
익을수록 고개 숙이기가 쉽지 않을 텐데, 윤상은 정말 훈늉한 사람인가봐요 그죠.

무해한모리군 2009-07-1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솔깃해 솔깃해 땡투도 날리고~~

또치 2009-07-16 09:19   좋아요 0 | URL
히힛 고맙습니다아~

다락방 2009-07-15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터가 좋은가봐요. 네꼬님과 또치님, 두분 다 이렇게 글을 맛깔스럽게 쓰시다니! 이건 분명 터가 좋아서인것 같아요. 저는 윤상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훈늉한 리뷰에도 그의 음악이 '땡기지는' 않지만, 이 리뷰만큼은 정말 땡기네요. 추천 누릅니다.
:)

또치 2009-07-16 09:2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근육질 남자를 좋아하니까 이런 야들야들한 오빠는 안 좋아지는가보다 헤헤~

다락방 2009-07-16 10:51   좋아요 0 | URL
(속삭이자면, 윤상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에게 돌맞겠지만, 저는 있잖아요, 웬지, 윤상이, 머리를 잘 감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뭐예요!ㅎㅎ 이런 말 한다고 저 때리시기 없기예요!! -아, 물론 머리 안감는 것과 음악과는 상관은 없지만!- )

Arch 2009-07-16 11:11   좋아요 0 | URL
그 말 들으니까 나도 문득 정말!이란 생각이^^
또치님 너무 살랑이는 리뷰여요.

또치 2009-07-16 13:45   좋아요 0 | URL
다락님 // 사실은... 나도 머리 잘 안 감아요 ;; 오늘도 안 감고 나왔는데 ... 찔린다 ㅠㅠ
Arch님 // 흑, 다락님 말에 공감하시다니... 이럴 수가!

2009-07-21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치 2009-07-21 13:11   좋아요 0 | URL
냐핫 감솨~
이번주는 금욜 저녁밖에 시간이 안 되구 ㅠㅠ
다음주는 월욜만 빼고 다 괜찮아요~

무해한모리군 2009-07-21 13:26   좋아요 0 | URL
아 그럼 우리 다음주에 한번 만나는 일정을 짜봐요~ ^^

2009-07-21 17: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2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 리플라이 1집 - Road
노 리플라이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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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틀 동안 출퇴근길에 노 리플라이 1집만 들었다. 아, 정말 잘 만든 가요다. 어쩌면 이렇게 멜로디가 유려하고 편곡도 촘촘한지... 인디씬에서 이 정도 퀄리티의 노래를 만들고 있다면, 대형기획사들은 정말 땅을 치고 통곡하며 반성해야 한다. (하긴, 퀄리티가 무슨 상관이냐. 걍 잘 팔리는 되는 거지.)  혼자 듣기 아까워 회사 후배에게도 들려주었더니 "헉, 이게 지금 1집 낸 사람들 음악 맞아요?" 하며 놀란다.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하는 권순관, 기타를 연주하는 정욱재 두 사람으로 구성된 노 리플라이. 물론 음반에는 내로라하는 세션들이 참가해 고급스런 연주를 들려주는데, 쭉 들어보니 건반의 역할이 상당히 도드라지게 들린다. 2번 트랙 <시야> 같은 노래 도입부는 Keane 같은 밴드의 '피아노 rock' 이 연상되기도 하고.    

패기 넘치는 1번 트랙 <끝나지 않은 노래>, 라디오에서 꽤 자주 듣게 될 것 같은 웰메이드 가요인 3번 트랙 <그대 걷던 길>(음반소개 자료에서처럼 "코드 진행이 유려"하다. 그래서 조용한 발라드인데도 굉장히 극적으로 들린다), 오지은과 함께 부른 8번 트랙 <오래 전 그 멜로디> 등이 듣기 좋았다. 전반적으로, 아날로그적인 편곡(12인조 리얼스트링을 썼다네) 덕분인지 굉장히 듣기 편하고, 기분 좋은 잔상이 남는다. 여름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같이, 청량하고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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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07-03 0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들어보고 싶어지는데요. 또치님 음반 리뷰는 정말 멋져요!

또치 2009-07-03 09:19   좋아요 0 | URL
앗, 아치님! 반갑습니다~ 제 글을 보고 계셨군요 *^^* 칭찬 감사~ 히힛

치니 2009-07-03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것도 보관함에 퐁당! ^-^

또치 2009-07-03 15:21   좋아요 0 | URL
^^ 손해 보지 않을 선택이라 사료됩니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 고질적신파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노래 / 붕가붕가 레코드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엉뚱한 얘긴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을 거느리고 계신 SM 에서 새 노래를 발표할 때마다 나는 "아으, 유영진 이사님이 이번엔 또 어떤 종류의 손발이 오그라드는 가사를 쓰실까나" 하며 지레 몸을 배배 꼬게 된다. 역시나, 최근엔 슈퍼주니어의 < Sorry Sorry > 라는 대박(이라 쓰고 '병맛'이라 읽는다) 가사를 발표하셨음. 하긴, 옛날 BoA의 노래들부터,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고 무슨 내용이라는 건가... 하며 한국어로 밥 벌어먹고 사는 나의 입을 쩍 벌어지게 하셨으니 뭐...  

예전엔 잘 몰랐는데, 특히나 한국말로 된 노래에 대한 내 선호도의 기준에는 '가사'가 무척 중요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거의 인디 아티스트들 노래만 듣게 되는 것 같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초록색 옷 입은 사람이 리더인 조까를로쓰. (이미지는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에서 갖고 옴. 아, 저 문방구 멜로디언으로 어찌나 연주를 잘하는지 모른다!)  

장기하와 얼굴들, 아마도 이자람 밴드 등이 소속되어 있는 '붕가붕가레코드'에서 내놓은 또하나의 야심찬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은 가사가 정말 탁월하다. 특히나 어떤 서사적인 내용을 그려내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11번 트랙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인데, 마치 김기덕 감독이 노래를 만든다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소름이 쫙 돋는 가사였다. 어떤 찌질한 '하류인생'의 비극, 죽으려 해도 끝내 죽지도 못하고 끝내 식구들에게 폐를 끼치며 '삶을 계속해나가는' 하찮은 마초 사내의 일생을 마치 영화처럼 담아냈다. 

그런가 하면, 이 앨범에는 후크송도 있다! ㅋㅋㅋ 

"요즘 후크송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난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노래 지을 때 제목부터 정하고, 그 제목을 후렴구에서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소녀 대리운전>. 가사를 쓰기 전에 제목을 미소녀 대리운전으로 하자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의 인터뷰 가운데서)

"뭐... 요새 대중음악은 후크송밖에 없다고... 대중가요의 희망을 인디밴드에서 찾는다... 뭐 그런 소리들 하는데요,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 (...) 저도 그래서 후크송 만들어봤어요. <석봉아>입니다." (지난 4월 16일, 장기하와의 조인트 공연에서. 받아적은 사람은 또치 ^^) 

유리상자에 몸을 집어넣을 수 있었던 기예단 여인의 초라한 말년을 그린 <원더기예단>, 아마도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여중생의 복수극 <싸이보그 여중생 Z >, 왠지 조승희 사건이 연상되는 <몸소 따발총을 잡으시고>,  밑바닥 인생의 구질구질한 최후를 그린 <불행히도 삶은 계속되었다> 같은 비극적 신파조의 노래에서는 '어어부밴드'의 영향이, 동요 <악어떼>의 가사를 패러디해 "나는 악어떼가 너무 두려워 알아서 길 수밖에 없었네"라고 노래하는 <악어떼>, 전래동화의 온갖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너는 글을 쓰고 나는 떡을 썰고" 하는 랩이 깔리는 <석봉아>, "함께 가요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내가 쏘리라" 하는 식으로 라임을 맞춘 <시실리아> 같이 웃긴(공공장소에서 듣다간 의아한 눈길을 받을 수 있음) 노래들에서는 '황신혜 밴드'의 그림자가 보인다. 실제로 이 밴드의 리더 조까를로쓰가 좋아한다고 밝힌 밴드들이기도 하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패러디했음이 분명한데도 아니라고 우기고, 얼터너티브 라틴 밴드라고 하다가 지금은 또 그것도 아니라고 하고, 유명해지면 골치 아프다며 정규앨범 나오기 전에 발표한 EP는 딱 1,000장만 만들고... 암튼 이 친구들은 타고난 반골이다.

이 사람들의 음악이 "웃긴 거냐?" 하고 묻는 친구에게 나는 "아니, 슬프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비꼬는 대중가요 후크송의 현실도 나는 슬프고, 이들이 그려내는 찌질한 밑바닥 마초들이 작은 꿈 하나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는 가사도 슬프고, 블랙코미디 같은 세상을 묘사한 것이 옛날 '어어부밴드'를 들었을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도 나는 슬프다.  

어쨌건 나는, 엉터리 마초 조까를로쓰와 그의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 

너무 좋다! 

아아, 내가 이런 마초의 음악을 좋아하다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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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7-0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지난주에 이거 듣다가 기절했는데
아 역시 또치님 짱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반가울수가!!!!!

또치 2009-07-02 09:43   좋아요 0 | URL
글게요. 울다가, 웃다가... <석봉아 - 열정 version >의 랩 진짜 눈물나게 웃겼어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07-02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저도 좋아요~
앨범 자켓도 참 개성있군요.

또치 2009-07-02 09:44   좋아요 0 | URL
조까를로쓰 = 화가 조문기인데요, 아주 걍 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한 재킷인 거 같아요 ㅋㅋㅋ

치니 2009-07-02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치님 글만 읽으면 제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밴드도 다 다시 생각해보게 되어요.
사실 이 친구들의 음악은 티비에서 한번 보고 별로라고 생각하고 접었었거든요.
그게 티비였기 때문일 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네요.
다시 들어보겠음! ^-^

또치 2009-07-02 13:46   좋아요 0 | URL
흐, 괜한 분 하나 낚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
근데, 클래식도 국악도 모든 음악이 다 그렇지만, 인디 밴드들 공연은 정말 실제로 보면 다 사랑하게 되는 거 같아요. '열정' 때문에라도 말이죠.
 
Pet Shop Boys - Yes
팻 샵 보이스 (Pet Shop Boys) 노래 / 워너뮤직(팔로폰)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현재까지 20년도 넘게 이들의 팬이므로 이 리뷰는 매우 편파적임) 

Pet Shop Boys 의 West End Girls 를 처음 들었던 순간부터 이 앨범에 실린 노래들을 듣는 순간까지, 이들의 노래에 대해 느끼는 기분은 대동소이하다. 엄청 부드럽고 달콤한 멜로디가 좋다 --> 그런데 보컬의 목소리는, 낭창낭창 아름다운 것 같기는 한데 뭔가 심상찮은 서늘함이 느껴진다 --> 가사를 들어보면, 역시나, 시니컬하고 똑똑한 영국 밴드로구나. 뭐 이런 순서.  

이번 앨범에 대해서 레이블 담당자는 "우리가 펫 샵 보이스에 대해 가장 좋아했던 부분이 모두 담겨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딱 맞는 말이다. 앨범 재킷부터 노래 하나하나가 최고치로 시니컬하고 암울한 향기를 냈던 지난번 Fundamental 앨범의 자취는 간 데 없고, 마치 그들의 노래를 처음 듣던 시절의 분위기로 돌아간 듯하다. 그러나, 뭐랄까... 나는 이번 앨범에서 노회한 뮤지션의 '달관'을 들었다. 

"감정을 느낄 줄 아는 기계인간의 목소리 같다"는 평가를 받는 닐 테넌트의 목소리는 여전한 것도 같지만, 4번째 트랙 Did you see me coming 에서 받는 느낌은 Love comes quickly 같은 비슷한 분위기의 예전 히트곡에서보다 훨씬 더 달콤해졌다. 편하게 풀어진 느낌이다. 누가누가 더 딱딱하게 서 있나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았던 예전 뮤직비디오에 비교하면,  Did you see me coming 의 비디오 클립에선 무려 손동작으로 을 추기도 하니까. (흑, 하지만 나같이 예민한 사람이 아니면 발견 못할 만큼 소소하기 짝이 없는 움직임이다...) 

가사는 여전히 좋다. 달콤한 멜로디에 실려오는 냉소적인 가사. 이게 바로 펫 샵 보이스에 대해 우리가 좋아하는 부분이니까! 

권력과 부를 갖고 살 필요는 없어 / 아름다울 필요도 없어. 하지만 그럼 도움은 좀 되지 / 비벌리 힐스에 집을 사거나, 그 돈을 내줄 만한 아버지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야 / 더 필요한 게 있지, 더 필요한 것. 그것은 사랑. -  Love etc.  

완벽한 나를 꿈꾸는 건, 판타지일 뿐일까 / 난 아름다운 사람처럼 살고 싶어 / 아름다운 사람들처럼 베풀고 /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 Beautiful People 

쳇, 해석해놓으니까 이상하군.  

예전 히트곡 Rent 에서처럼 "당신을 사랑해요. 내 집세를 내주잖아." 하고 뒤통수를 치는 가사는 없지만, 20여 년을 고집스럽게 신스 팝 한우물을 파온 우직함 + 늘 이상향을 꿈꾸며 진지한 성찰을 멈추지 않은 자신들에 대한 자부심까지 느껴지는 앨범이다.  

1번 트랙부터 4번 트랙까지 연달아 듣고, 특히 4번  Did you see me coming 을 듣고 나서는 앉은자리에서 그냥 녹아내리는 줄 알았다. 얇은 시폰 천을 열 겹, 스무 겹 레이어링한 듯한 부드럽고 풍성한 사운드 + 냉정하지만 가슴을 쿵쿵 두드리는 비트에 오늘 저녁도 나는 넋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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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6-18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우웃, 저도 이거 사서 들을래요 ~
너무 멋진 가사와 거기에 더 멋진 또치님의 리뷰를 읽으니,
음악을 들어보지 않고는 못 베기겠어요.

또치 2009-06-19 10:31   좋아요 0 | URL
치니님은 뿅뿅거리는 음악 별로 안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헤헤, 편견이었나?
암튼, 제 리뷰는 편파적이에요 ;; 낚이실 수 있습니다. ^^

치니 2009-06-19 11:46   좋아요 0 | URL
뿅뿅도 가끔 좋아하고, 뽕짝도 가끔 좋아하고, 제 음악취향은 오지랖 취향.
흐흐

무해한모리군 2009-06-19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그룹은 절대 내한을 안해요 ㅠ.ㅠ

또치 2009-06-19 10:32   좋아요 0 | URL
으흑... (손을 잡고 웁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6-19 18:26   좋아요 0 | URL
아무 고딕밴드나 와도 좋을듯..
아 더 나이먹기 전에 고딕분장을 하고 콘서트 장에서 몸을 흔들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2009-06-22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9-06-2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자켓 맘에 들고요 ㅎ 오늘의 음악 낙점 ㅋㅋ

또치 2009-06-24 09:45   좋아요 0 | URL
왠지 웬디양님이랑 잘 어울릴 듯한 음악! ^^

웽스북스 2009-06-25 10:11   좋아요 0 | URL
후훗. 어느덧 또치님의 음악을 무한신뢰하고 있는 웬디씨
아. 그집 사람들은 다 왜이렇게 좋아요? 네?

또치 2009-06-25 10:40   좋아요 0 | URL
저희 집에 놀러오세요오오오~~ 젖과 꿀이 흐르는 네꼬와 또치의 집이랍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