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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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누구나 모순을 경험합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사놓은 책을 읽지도 않고 또 사는 것입니다. 읽지도 못할 책을 잔뜩 남기고 죽을 것이 분명한 나 자신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비단 저 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인간의 이런 모순된 행동을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모순이라는 아포리즘의 명쾌한 해설서, 양귀자의모순을 읽는 것입니다.

‘모순’은 25대 미혼 여성 안진진의 성장소설입니다. 진진은 자신의 가치관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면서도, 가족이나 썸남() 등과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삶의 복잡성과 모순을 깨달아갑니다. 어느 날 훌쩍 집을 나가버린 후 가끔 집에 들어오는 백수이자 알콜중독자, 가정폭력범인 아버지, 동네 양아치 수준의 나쁜 짓을 벌이며 조직폭력배 보스가 꿈인 남동생, 남편복과 자식복 없는 본인의 불행을 한탄하면서도 어떻게든 억척스럽게 가족을 먹여 살리는 어머니, 엄마와 일란성 쌍둥이이자 경제력 있는 남자와 결혼 후 부유하고 행복하며(해 보이는) 자식 농사도 성공한, 그러나 자신의 삶이 지루하다고 느끼는 이모. 진진은 이들을 바라보며 모순투정이인 인생을 어떻게 하면 이해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 나갑니다.

그녀 또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순수하고 감성적이며 자유로운 영혼이나 가난한 사진작가인 썸남1과 계획적이고 이성적이며 돈이 많은 직업을 가진 썸남2. 진진은 결혼 상대를 놓고 이 두 남자를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한쪽을 만나면 다른 쪽이 끌리는 모순을 경험하며 갈등합니다. 두 남자의 애타는 마음을 알면서도 말이죠.

모든 등장인물과 에피소드가 '삶은 모순'임을 끊임없이 외쳐대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 소설의 백미를 장식하는 것은 이모와 관련된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이모는 결국 '삶은 모순이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진진에게 해답을 제공하게 됩니다. 진진은 자신의 결정이 모순된 선택임을 알면서도, 도돌이표와 같이 인생을 모순의 굴레 속에서 무한히 돌아가게 하는 '삶은 모순'의 아포리즘에 자신을 내맡기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그녀 앞에 놓인 인생은 앞으로도 모순 투성이기에, 이 아포리즘은 그녀의 고통을 완화시켜 줄 마약성 진통제가 될 것입니다. 또한 독자인 우리에게도 그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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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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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 한때 사제의 꿈을 꾼 적이 있을 정도로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금은 소위 말해 먹고 살기 바뻐 냉담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천주교 교리와 성경에 대한 학구적인 관심은 아직은 남아 있기에 가끔은 종교 관련 서적을 읽곤 합니다. 저의 천주교에 대한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가리옷 사람 유다에 관한 진실이며 오늘 리뷰할 아모스 오즈의 유다는 이 관심사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얻기 위해 읽은 책입니다.

 

유다는 아모스 오즈의 유작으로. 그는 소설가이자 수필가, 사회운동가로 활동한 사람입니다. 그는 조국 이스라엘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유대인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유다는 유대인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그러나 유대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건의 중심 인물이었던 유다에 대한 소설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1959년의 예루살렘으로 대학원생인 주인공 쉬무엘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쓰고 있던 논문-유다에 관한-에 대한 절망감으로 대학원을 그만두기로 결심합니다. 그런 그에게, 한 장의 벽보가 새로운 길을 제시합니다. 숙식을 제공하는 대신, 노인의 말동무가 되어달라는 내용의 벽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된 그는 또 다른 인물인 아탈리아-노인의 며느리였으며, 매우 매력적인 중년 여성-를 중심으로 긴장과 감정, 침묵과 대화가 뒤섞인 묘한 동거를 시작합니다. 쉬무엘은 아탈리아와의 욕망의 밀당과 노인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그들 구부지간과 죽은 아들이자 남편의 과거를, 그리고 이스라엘의 영광과 치욕의 역사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됩니다.

이야기의 또다른 축은유다입니다. 예수를 배신한 인물로 알려진 유다 이스카리옷. 쉬무엘은 그의 행적을 재평가하고자 합니다. 그는 정말로 비열한 배신자였을까요? 아니면 강한 의지와 신념의 화신이었을까요? 이 질문은 유다라는 한 인물에만 머물지 않고 이상과 현실, 믿음과 배신 등 형이하학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유다는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 유다라는 이름에 덧씌워진 거짓과 오해의 흔적을 따라가며 읽는 이 각자에게유다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한 여정을 제공합니다.

 

유다는 무언가에 대한 판단에 있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대화, 기다림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누군가의 신념과 가치관을 이해하려면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유다였던 적이 있었을지도 모르며, 이것만으로도 이 복잡하고 어려운 소설을 읽을 이유는 충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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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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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돈까스와 제육볶음과 떡볶이와 김치찌개 등 너도나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국인의 수많은 소울 푸드의 공통점은 쉽게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입니다. 쉽게 만들 수 있고,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가격도 싼 음식들 말이죠. 이런 음식만이 수없이 많은 한국인들의 위장과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고 영혼을 치유하는 음식이 될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울 푸드가 가장 많이 포진해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분식집입니다. 그 중에서도 국민 식당이라 불릴만한 자격이 있는 곳은 김밥천국’, 소위 김천뿐입니다. 1995년 인천광역시 주안동에서 즉석김밥 전문점으로 시작해 전국으로 프렌차이즈화 되고, 상표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똑 같은 이름의 업체가 난립하여 분식집의 대명사가 된 곳. ‘김천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 정도가 아니라 안 가본 사람이 없을 것이라 확신하는 국민 분식집 김밥천국을 소재로 연작소설을 낸다면, 어떤 내용일지, 정말 궁금하지 않습니까?

삶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의미에서 고단합니다. 자의던 타의던 가정과 일터, SNS와 동호회 등에서 여러 역할을 맡아 여러 가지의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고단함은 누구에게나 무차별합니다. 재벌 총수라고 해서 고단함이 덜어지는 것도, 길거리의 노숙자라 해서 고단함에 짓눌리는 것도 아닙니다. 저만 해도 가정에서는 세 아이의 아빠로, 사랑하는 사람의 남편으로, 회사의 팀장으로, 달리기(대회도 나가는)와 독서(SNS도 운영하는)를 취미로, 집안의 장남으로, 처갓집의 막냇사위로, 회사나 학교 동기모임의 일원 등 사회적으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죠.

이렇게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윤활유가 되는 것이 바로 식사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면 밥생각이 먼저 나는 것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먹고 살기 바쁜 소시민들에게는 이 밥 한끼 조차도 또다른 고단함이 될 수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먹고 살 걱정은 없는 재벌 총수와는 다르게, 밥먹는 것조차도 물질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들을 반겨주는 곳이 바로 김밥천국입니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이걸 어떻게 다 만들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메뉴, 생각보다 퀄리티 좋은 음식은 사람들의 주린 배를 양껏 채워주고, 때로는 마음까지 채워 줍니다. 이런 경우에 음식과의 특별한 인연이 생기게 됩니다.

바쁘고, 힘들고, 지치고, 마음이 헛헛하면 이곳에서 아침밥을 먹었다. 고급스러운 호텔 조식까지는 아니지만, 그렇지 않아도 이 바쁜 아침에 누군가 내게 차려주는 따뜻한 아침밥은 그 자체로 충분히 호사스럽고 감사했다. 그것도 맛있게 갓 볶은 따뜻한 밥이 얇고 보들보들한 계란지단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는 이런 오므라이스라면. (p.107, ‘오므라이스’)’

항암제를 맞고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는 음식에 특히 주의해야 했다. 밖에서 포장해온 음식도, 데웠다가 식은 음식도 전부 안 된다. 병원에서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입에 대지도 않던 진수였지만, 그는 뭔가에 홀린 듯이 포장을 열고 김치만두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죽음을 각오하며 한 입 먹어볼 정도의 맛은 아니었지만, 씹을 때마다 가슴을 저미는 듯한 느낌에 눈물이 났다.(p.148, 김치만두)’

김밥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이들은 다양합니다. 누구보다 성실했던 회원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학습지 교사, 시한부 선고를 받고 삶을 반추하는 세무사, 홍보 SNS 계정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시달린 공무원, 자식도 모자라 남편의 어린 동생까지 키워냈건만 흰소리만 하는 남편 때문에 속상한 엄마, 의병 때 모시던 서장님을 사고처리를 위해 출동한 현장에서 우연히 만나 기쁜 마음인 현장출동기사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들이죠. ‘기쁜 일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픈 일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은 음식에게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보다 더 많이 만나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김천은 앞으로도 쭉 우리에게 든든한 영혼의 한끼를 제공할 것입니다. 오랜만에 김밥천국에 가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제육덮밥을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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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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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광선의 14번째 책은 아베를 카뮈의 희곡 ‘계엄령’입니다. ‘계엄령’은 전체주의의 폭력에 맞서는 인간의 저항을 다룬 내용의 희곡으로, 1948년 발표 당시 강한 사회적 메시지로 혹평-평단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대중은 ‘페스트’의 극화가 아니라는 이유로-을 받았습니다. ‘페스트’의 배경과 유사하게 전염병이 도시를 뒤덮고, 이를 빌미로 하여 국가 권력이 계엄령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억압하는 상황은 유럽의 세계대전 전후 사회의 불안과 공포를 여실히 반영합니다.

특히 주인공 디에고는 무력과 공포를 수단으로 통치하는 지배자들에 맞서 시민을 일깨우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저항합니다. 그의 선택은 까뮈에 의해 ‘행동하는 인간’의 윤리적인 모범으로 선택 받으며 부조리한 현실에서도 인간은 자유의지로 선택하고 부조리함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희망을 전달합니다. 이 작품은 읽는이-또는 보는 이-에게 ‘자유란 무엇이며, 저항이란 어떤 가치를 갖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독자와 관객 모두를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합니다.

디에고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은 ‘나다’입니다. 스페인어로 ‘없음-무’를 뜻하는 나다는 독재에 대하여 저항이 아닌 포기를 선택합니다. 그는 신을 부정하고 ‘허무’만이 유일하게 가치가 있음을 주장하며 독재자를 상징하는 ‘페스트’에 동조하여 앞잡이가 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릅니다. 부조리의 역설을 설파하는 허무주의자가 권력에 야합하는 과정은 현실의 그것과 소름끼칠 정도로 닮아 있죠.

카뮈는 이 소설을 통해 침묵하는 자는 공범이라고 규정합니다. 이는 작금의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여러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특히 SNS와 디지털 미디어가 여론을 지배하는 시대에, 침묵이야말로 권력에 동조하는 가장 저열한 방식임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계엄령’은 역사적 허구가 아닌, 현실의 자화상입니다. 인간의 자유의지를 찬양하는 이 희곡은 독자에게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한 편의 해프닝으로 끝나버린 최근의 사태가 ‘계엄령’에서 벌어진 것과 같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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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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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피안’을 쓴 하오징팡은 ‘삼체’의 류츠신과 더불어 중편소설 ‘접는 도시’로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 상을 수상한 유일한 아시아 국적의 작가입니다. 그녀는 ‘인간의 피안’을 통해 인공지능이 사회 전체에 깊숙이 자리잡은 가상의 세상에서의 인간의 정체성과 본질에 대해 탐구합니다. AI 비서가 회사 업무와 일상 생활에서 멀티플레이를 가능하게 하고, AI 기술이 불치병 환자를 살려내고, AI 가사도우미가 일상화되고, AI 무기가 인간을 공격하고, AI가 인류 전체를 통제하는, 현실의 우리가 기대하거나 또는 두려워하는 그런 세상 말이죠.

소설에서의 AI는 엄청난 기술 발전을 토대로 자의식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행동합니다. 합리성과 효율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AI가 인간의 머리까지 대신하게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마지막 단편인 ‘인간의 섬’에 여실히 드러납니다. 고도의 기술 발전으로 AI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게 된 세상에서 주관에 따라 행동하는 비합리적인 인간은 체내에 들어온 바이러스와 같은 취급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 없이는 세상이 돌아갈 수 없으므로, AI는 머리 속에 심은 칩을 통해 인간을 자신과 닮은 합리적인 존재로 개조하게 되고 세상은 효율적으로-AI의 관점에서-운영되죠. 이런 상황에서 인류가 거주 가능한 행성 탐사를 마치고 백여년이 훌쩍 넘은 시간 후에 돌아온 우주 비행사들은 AI에 의해 또다른 바이러스로 간주되고, 그들은 머리에 칩이 심어질 위기에 처합니다.

AI의 숨은 의도를 어렵사리 알아낸 우주 비행사들과 그들이 해방시킨 인간들과 함께 AI에게 ‘반란’을 일으키는 ‘인간의 섬’은 작금의 ‘AI 만능론’에 던지는 날카로운 경고입니다. 효율적이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AI에게 위임하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되는지 말이죠. 하오징팡이 그리는 미래는, 물론 부정적이지 많은 않습니다. ‘건곤과 일렉’에서처럼 인간 아이와의 교감을 통해 AI가 인간의 자유의지를 이해하게 되는 긍정적인 미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단편이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인간이 자신이 지배당하는 것조차도 모르는 비관적인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며 그녀는 우리 인간이 무언가 교훈을 얻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결함과 주관으로 대표되는 ‘인간성’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임을 말이죠.

중학생 시절에 좋아했던 턴제 SRPG 게임 ‘영걸전’을 최근 스마트폰 어플로 다시 플레이하게 되었는데, 채 첫번째 시나리오를 끝내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밤을 새가며 수없이 엔딩을 보았고 학창시절 제일 즐겨했던 게임이 지금은 왜 이렇게 재미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간 제가 했던 대부분의 스마트폰 게임은 터치 두어 번이면 몬스터를 사냥하고 캐릭터의 능력치까지 자동으로 올려주는 방식이더군요. 심지어 저장도 필요 없었습니다! 나의 열정이 식어서가 아니라 알아서 ‘최적화’를 시켜주는 게임의 시스템 때문이었던 것이죠. 매 턴마다 캐릭터와 적의 이동 거리, 공격력, 방어력, 사용 가능한 마법과 아이템을 고려하여 치열하게 고민하며 게임을 진행했던, 온전한 자유의지를 가졌던 과거의 나로는 이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 해주는 ‘인간의 피안’의 인간들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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