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우리는 괴로움에 처하면 그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존재니까. 확실히 용서받을 방법이 있다는 것만 알면 그 어떤 짓이라도 저지르고 말고.” (p. 267)
혹시 내가 기적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꺠닫고 있는 것일까? 그래, 진정한 기적이라면, 그
까닭 같은 건 있을 수 없으니까. 기적이란 이성과 합치될 수 없으니까.
기적은 인간의 인과를 초월하여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생겨나는 법. 합리적인 기적은 기적이
아니니까. 그러자 문득 기쁨과 위안이 찾아왔다. 정말이지
세상이란 특이하고 괴상한 곳이라 생각하며, 그는 다시금 유쾌하게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p. 331)
중세 영국의 한 수도원의 한쪽에 있는 허브밭과 약제실을 관리하는
온화한 노수사 캐드펠은, 십자군 전쟁의 퇴역 군인이라는 과거를 숨기고 은둔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캐드펠은 부수도원장 등 다른 수사들과 함께 수도원의
명망을 높이기 위해 성인의 유골을 안치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인근 시골 마을의 성녀 위니프리드의 유골을 가져오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평화롭던 이 시골 마을은 수사들의 등장으로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수사들의
생각보다 반대가 격렬했던 것. 이러던 와중에 반대파를 대표하던 마을의 영주 리샤르트가 살해당하는 비극이
벌어집니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 문제 없어 보였던 마을 내부의 갈등이 성녀 유골 회수 건과 맞물리며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 것이죠. 살해당한 영주의 상속녀의 숨겨진 연인이었던 외부에서 온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받는 가운데, 사건의 폭풍 한가운데에 있게 된 캐드펠은 사건을 풀어가기 시작합니다.
다른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추리 장르 소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셜록 홈즈나 에르퀼 푸아로, 필립 말로 등 탐정이 직업이자 사건 해결이 주된 내용인 이른바 ‘프로
탐정’ 소설과 미스 마플, 브라운 신부, 명탐정 코난, 한나 스웬슨처럼 본래의 직업이 있으나 우연히 사건에
휘말리거나 뛰어난 추리력으로 주변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아마추어 탐정’ 소설이 그것이죠. 한때는 프로 탐정 소설만 읽던 저를 다른 세상으로
이끈 작품은 G. K. 체스터턴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였습니다. 셜록 홈즈와 같은 강렬한 캐릭터가 아닌, 범죄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순박해 보이는 늙은 ‘신부님’이,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엄청난 통찰력과 뛰어난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제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 있었고, 수 차례 완독할 정도로 이 시리즈에 열광했었죠.
이후로도 추리/탐정
소설을 종종 읽었고 셜록 홈즈나 아르센 뤼팽도 다시 읽어 보았지만 그때의 감정으로 좀처럼 돌아갈 수 없었던 차에 인스타 피드에서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성직자가 주인공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를 계속 보게 되었으나, 좀처럼 읽을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집 서가에 높다랗게 쌓여 있는 ‘읽을 책들’과 항상 ‘대출중’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첫 권을 핑계로). 그러던 차에 도서관에 들를 때마다 항상 찾아보던 이 책이 드디어 서가에
꽂혀 있는 것을 보게 되었으니,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냉큼
집어와서 재빨리 읽어 보았습니다. 제 점수는요… 온화한 힘숨찐
수사님이 엄청난 지력과 (이후 시리즈에서는 무력도..?) 경험치를
바탕으로 오리무중 살인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데, 여기에 중세 유럽의 문명사와 정치사까지 덤으로 준다고? 갓벽작…! 당장 전 시리즈를 구매 소장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올해 책정된 예산은 이미 한도 초과입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저는 어서 빨리 2권을 읽어 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인스타그램/네이버 블로그/알라딘 서재에서 ‘도란군’ 계정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유골에대한기이한취향
#캐드펠수사 #캐드펠수사시리즈 #엘리스피터스 #북하우스 #추리
#소설 #문학 #미스터리
#서평#책 #책리뷰
#책읽기 #독서 #독서리뷰
#도란군 #도란군의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