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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속 아이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2월
평점 :
* 이 글은 서평단에 선정되어 주관적으로, 그러나 진심을 담아 작성한 글입니다.
오늘 리뷰할 ‘미로 속 아이’의 작가 기욤 뮈소의 출세작인 ‘구해줘’가 오랫동안 저의 집 서가에 있었음에도 계속 보지 않았던 이유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선입견-높은 대중성에 반비례할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성-으로 인해 이 책이 저의 독서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연이 있음에도 이 책의 서평단을 신청한 것은 양산형에 가까운 다작 및 지나친 상업성 등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작품들이 항상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너무나 궁금해서 였습니다. ‘지나치게 현학적인 독서만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라는 자아비판에 따른 대안이기도 합니다. 어떤 글이든 나름의 가치는 있기 마련이므로, 편견을 버리고 진중한 마음으로 ‘미로 속 이야기’를 읽어보았습니다.
이탈리아 유명 기업의 상속녀가 자신의 요트에서 잔인하게 타살되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장르 스토리의 전형을 충실히 따라갑니다. 기업의 승계를 둘러싼 내부의 권력 투쟁,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 살해당한 주인공의 어릴 적 트라우마, 한때는 열정적이었으나 개인적인 상처로 이제는 다 때려치우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살인 사건의 담당 팀장, 역시 과거의 아픔이 있지만 유능하고 일중독자인 팀장의 과거 상사였으나 지금은 부하 직원인 형사, 또다른 용의자로 의심되나 그 정체가 모호한 남편의 내연녀(로 의심되는)인 젊은 여성 등이 그것입니다. 추리, 미스터리, 서스펜스, 심리 스릴러, 치정극, 휴먼스토리, 로맨스, 반전 스토리 등 대중적인 장르 소설의 매력 포인트가 집대성된 작품이죠. 기욤 뮈소에 대한 세간의 비판(극단적으로 ‘양판소’ 작가라는)을 매우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약 1/3 지점까지 읽었을 때는 딱 ‘기대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3 지점까지 읽고 난 후에는 세간의 평가가 너무 혹했던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 두 개만 짚어보면, 대중성을 폄하하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한 가지 치명적인 오류 중의 하나는, 이 대중 속에는 수준이 높은 사람들도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평균의 함정’에 빠지는 것입니다. 예술을 고답적으로 인식함에 따른 오류인 셈이죠. 오늘날에 널리 읽히는 고전 소설의 다수가 당대의 ‘대중 소설’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다수결은 ‘정의’가 아닐 수는 있지만, 선택한 이들에게 대부분은 최선의 선택으로 인도합니다. 다음으로는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한 수많은 장르들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하게 다른 장르적 문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기욤 뮈소는 이를 유기적으로 엮어, 강한 흡인력으로 독자를 매혹합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그에 대한 수많은 비판들은 수많은 독자가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면, 다수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은 선택일 수 있겠죠.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상업 영화를 본 것과 같은 느낌으로 ‘미로 속 아이’를 다 읽었습니다. 소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반전 결말의 기승전결도 매우 좋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소설 내에 펼쳐진 장르의 세상이 좀 더 좁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혼합된 장르 소설을 대중적으로 성공시켰다면 분명히 하나의 장르 소설에서도 그의 진가는 발휘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집에 있는 ‘구해줘’를 어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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