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기도>

 

 

   서쪽인가, 북쪽에서 바람이 분다.

   그 바람에 보리수가

   몹시 흔들리며 아픈 소리를 낸다.

   그 나뭇가지들 사이로 언뜻언뜻

   달빛이 새어나와 내 방으로 들어온다.

 

   그것을 보며 나는 긴 편지를 쓴다.

   나를 버리고 떠난 애인에게.

   다 쓰고 보니 너무 허무하다.

   달이 조명처럼 그 편지를 밝힌다.

 

   복받쳐 오르는 슬픔에 눈물을 흘린다.

   그녀와 함께 했던 많은 추억들

   달빛에 비추어보니 자꾸 눈물이 난다.

   아, 하늘이시여!

   오늘의 저녁기도는 눈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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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글은 순전한 허구(虛構)이며, +19의 내용이 다소 있으므로 읽으시려는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에이지(英治)는 그곳을 둘러보다가 <카츠라야(桂屋)>라고 간판을 내걸고 있던 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그 상점의 내부는 약 4평(坪-1평은 3.3058㎡=약 13㎡) 남짓...

 그때 손님 두 명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주방이라고 할 수 있을 요리대(料理臺) 앞에서는 머리가 희끗한 주인 남자와

 그의 딸로 보였던 젊은 아가씨 한명이 부지런히 요리를 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에이지(英治)가 들어가자 주인 남자가 먼저 알아보고 이렇게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그러자 또 딸로 보였던 젊은 아가씨도 이렇게 인사를 하고는 잠시 에이지(英治)를 뚤어져라 쳐다봤다.

 그러자 에이지(英治)는 두 사람의 인사를 가볍게 받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 먼저 와서 술을 마시고 있던 남자 두 사람은 이미 취한 상태였다.

 그들은 에이지(英治)가 안으로 들어가서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자 에이지(英治)를 음흉하게 쳐다봤다.

 하지만 잠시 후, 그 중의 한 남자가 그 젊은 아가씨의 이름인지 "오이, 카츠라(桂) 쨩(ちゃん)!"하고 불렀다.

 그리고는 그때부터 야비하게 유혹하는 말을 난발하기 시작했다.

 "카츠라 쨩은 보면 볼수록 예뻐지고 있단 말이야? 응? 흐흐흐..."

 그러자 또 다른 남자가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럼, 저 정도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도미(鯛)라면, 누가 먹어도 맛이 있겠지? 헤헤헤..."

 "그렇지! 그러니 내가 카츠라 쨩을 보면 침을 흘리지 않을 수 있나? 으---- 핫핫핫핫!----"

 "그럼, 그럼! 저렇게 맛있게 생긴 것을 그냥 보기만 해야 하다니! 그것이 바로 지옥이 아니고 무엇인가? 하하하!..."

 그러나 에이지(英治)는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주인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여기, 술 한 병 주시오! 그리고 안주도 하나 빨리 맛있게 만들어주시고!"

 그러자 주인 남자가 가볍게 머리를 숙이면서 에이지(英治)를 쳐다보고는
 그 젊은 아가씨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어이, 주문 들어왔다!---------"
 "넷! 주문 받았습니다!--------"

 그러자 젊은 아가지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주인 남자가 아마다이(甘鯛-玉돔) 한 마리를 꺼내서 급히 손질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카츠라(桂)라고 불렸던 아가씨도 재빨리 술병에다 데운 술을 붓기 시작했다.

 

 그 사이...

 

 앞의 두 남자가 마치 에이지(英治)가 자신의 말을 끊었다는 듯이 힐끗힐끗 훔쳐보듯이 쳐다봤다.

 하지만 에이지(英治)의 주문이 끝났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그 아가씨에게 음탕한 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어이, 카츠라(桂) 쨩! 말이 나온 김에 우리 함께 촉촉하게 뒹굴어보는 것은 어때?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가 유곽(遊廓) 앞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여자들보다도 두 배는 더 쳐줄 수가 있는데! 응? 흐흐흐..."

 그러자 또 그 옆에 앉았던 다른 남자가 마치 그 말에 장단을 맞춘다는 듯이 또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럼, 그럼! 여자 나이 20세, 아무리 질 낮은 차(茶)라도 향기를 뿜고, 닿는 손길마다 향기로움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바보같이 그 아름다운 때를 놓쳐서야 되겠는가?! 헤헤헤!..."

 하지만 카츠라(桂)란 아가씨는 얼른 귀를 물로 씻고는 상대도 해주지 않았다.

 에이지(英治) 역시도 그런 것을 보고서도 혼자 고소(苦笑)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카츠라(桂)란 아가씨가 시킨 것을 내왔다.

 그리고는 에이지(英治) 쪽으로 다가왔을 때였다.

 그때 갑자기 앞의 두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한 사람은 그 아가씨의 뒤쪽으로 슬그머니 빠졌고, 나머지 한사람은 카츠라(桂) 앞에 섰다.

 그리고는 앞에 섰던 사람이 망설임도 없이 카츠라(桂)의 가슴에다 손을 넣었다.

 "악!---------------------"

 그리고 또 그때
 뒤에 섰던 남자는 카츠라(桂)의 치마를 걷어 올리고는 자신의 몸을 밀착했다.

 "악!---------------------"

 
그러자 카츠라(桂)란 아가씨가 자지러질듯이 놀라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얼른 가져왔던 것을 에이지(英治)의 탁자에 놓았다.

 

 그런데 그때...

 

 주인 남자의 안색이 확 변하던 모습을 에이지(英治)가 봤다.

 그러자 에이지(英治)는 그 주인 남자가 카츠라(桂)의 실부(實父)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아버지라도 그 상황에서는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는데, 그런데 또 그때였다.

 카츠라(桂) 앞에 섰던 남자가 카츠라(桂)를 돌려세우듯이 하면서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자 또 그와 동시에 뒤에 섰던 남자도 카츠라(桂)에게 더욱 바짝 자신의 몸을 밀착했다.

 "아!----------------------"

 그러자 다시 카츠라(桂)란 아가씨가 이렇게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데 또 그때였다.

 "아, 악!------------"

 하고 카츠라(桂) 앞에 섰던 남자가 이렇게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또 바로 그 순간에 카츠라(桂)가 그 남자의 손을 이빨로 씹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 년이?! 귀엽다고 봐줬더니, 감히 남자의 손을 물어?! 용서할 수 없다!-----------"

 그러자 그 남자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는 허리에 차고 있던 복대(腹帶)에서 끌(鑿-망치로 한쪽 끝을 때려서 나무에 구멍을 뚫거나, 겉면을 깎고 다듬는데 쓰는 연장)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금방이라도 그것으로 카츠라(桂)를 내려찍을 듯이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악!------------------------"
 "아!------------------------"

 그러자 그와 동시에 두 소리가 이렇게 터져 나왔다.

 그 한소리는 당연하게 위기에 처했던 카츠라(桂)가 내질렀던 비명이었다.
 그러나 그 뒤의 소리는 그 광경을 목격하면서 어찌할 수 없었던 심정에 내뱉었던 주인 남자의 탄성이었다.

 하지만 또 바로 그때였다!------------

 "어이! 이젠 그만하지! 정말 못 봐주겠군?!"

 하고 에이지(英治)가 말을 했다.
 그리고는 들었던 술잔을 탁자 위에 <탁!--->하고 놓았다.

 그러자 두 남자가 에이지(英治)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그 중의 한 남자가 또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뭐랏?! 방금 뭐라고 했나?!"

 
그러자 또 나머지 남자가

 "뭐야? 지금 같이 한번 놀아보겠다는 건가, 응?!"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카츠라(桂)를 잡았던 손을 놓더니 슬금슬금 에이지(英治)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 끌을 에이지(英治) 쪽으로 향하고는 이렇게 소리쳤다.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을 한 놈이군! 너, 우리가 누군지나 알고 그렇게 주둥아리를 함부로 놀렸는가?! 응?!------"

 그러자 에이지(英治)가 또 이렇게 말을 했다.

 "나야 당연히 당신들이 누군지 모르지! 그렇지만 두 장정이 나약한 여자 한명에게 그따위 짓을 하는 것을 보니까, 뒷간의 쥐새끼보다 못한 자들이란 것 정도는 알겠군?!"
 "뭐랏?!----------- 이게 건방지게?!------------"
 "암튼! 당신들 안됐지만, 오늘 아주 좋은 재밋거리가 되어줘야겠어? 아마도 당신들은 일생(一生)에 한번이나 볼까말까 한 일이 아닐까 몰라?"

 그리고는 자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에이지(英治)가 그 거구(巨軀)를 갑자기 일으켰다.

 그리고는 곧바로 그 두 사람의 하복부를 좌우 다리로 차례로 차올렸다.

 "욱!------------------"

 "악!------------------"

 그러자 그 두 사람은 이렇게 비명을 지르고는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그 뒤의 벽에 가서 등을 부딪치고는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는 기절이라도 한 것인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에이지(英治)는 그 두 사람 쪽으로 다가가서 복대(腹帶)를 열고는 그 안에서 한 푼(分)짜리 은(銀)을 두세 개 꺼내서 조리대(調理臺)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이 정도면, 저 두 사람이 먹은 것이 계산되겠습니까?"

 라고 물었다.
 그러나 주인 남자는 오히려 벌벌 떨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네, 그렇기는 하지만, 그보다 저 두 사람은 제니야스구미(錢安組)의 사람들인데, 그래서 후환이 두렵습니다만?!..."

 그러자 또 에이지(英治)가 그 주인 남자를 안심시킨다는 듯이 이렇게 말을 했다.

 "아, 그건 걱정 마십시오! 그건 전부 내가 책임질 것이니까요!"

 
그리고는 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원래 자신이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그러자 주인 남자는 에이지(英治)가 먹을 안주를 만들기 위해서 손길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이지(英治)는 그렇게 앉아서 카츠라(桂)가 가져온 술부터 마시기 시작했고, 잠시 후에 카츠라(桂)가 준비한 안주를 가져왔다.

 "좀 전엔 감사했습니다, 선생님(先生)..."

 

 그리고는 머리를 숙이며 이렇게 말을 했다.


 "아! 신경 쓰지 말아요!"

 그러자 에이지(英治)가 이렇게 말을 했다.
 그리고는 카츠라(桂)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다시 술잔을 들었다.

 그런데 또 그때였다!---------------

 갑자기 가게 앞이 소란스럽더니, 이어서 소속 야쿠자 표시()를 옷에 붙였던 한 남자가 가게 안으로 상반신을 <쑤욱>하고 디밀었다. 그리고는 가게 안을 살폈다. 하지만 곧 에이지(英治)를 알아보고는 놀라더니 금방 사라졌다. 그러자 에이지(英治)가 가게 주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저 자들이 제니야스구미(錢安組)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는 모리(森)라고 불러주십시오."
 "아, 네! 그럼, 현재 저 자들이 이 근처를 장악하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또 있습니다!"
 "?!..."

 그러자 가게 주인 모리(森)가 바깥을 의식한다는 듯이
 문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을 했다.

 "이곳은 토우켄구미(唐犬組)와 제니야스구미(錢安組)의 천하(天下)죠..."

 ※ 참고: 토우켄구미(唐犬組)는 원래 토우켄곤베에(唐犬権兵衛-생몰불명. 에도시대의 협객)를 수령(首領)으로 했던 마치얏코<町奴-에도시애에 화려한 옷차림으로 에도 시내를 횡행하던 츄우닌(町人) 출신의 협객(俠客)들을 말함>의 組織을 말했음. 그러나 여기서는 同名의 조직임.


 "
응? 토우켄구미(唐犬組)?----------------"

 그러자 에이지(英治)가 이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또 주인 남자 모리(森)가 가게 문 쪽을 계속 주시하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네! 저 앞 항구와 이리에마치(入江町)가 그들의 주 무대죠..."
 "그렇군요!"

 그런데 또 그때였다. 가게 앞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그러나 에이지(英治)가 다시 술을 마시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여기, 술 한 병 더!"

 하지만 그 사이에도 가게 앞에서는 어지러운 발걸음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었다.

 그러자 또 그와 동시에 가게 주인 모리(森)의 얼굴도 사색(死色)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또 물론, 그 카츠라(桂)란 아가씨도 그때부터는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선생님! 일단 피하시는 것이!..."

 그러자 카츠라(桂)가 그 긴장감을 참지 못하고 기어이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러자 또 그와 동시에 주인 남자 모리(森)도 이렇게 거들었다.

 "네, 조금 전에 저희 딸아이를 보호해주신 것은 고맙습니다만, 그러나 저 사람들이 저렇게 쓰러진 것을 알면 저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 딸아이 말대로 일단 몸부터 피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기 뒷문이 있습니다만?!..."

 하지만 에이지(英治)는 여전히 관심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술만 마시고 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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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글은 순전한 허구(虛構)이며, +19의 내용이 다소 있으므로 읽으시려는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살아서 말해다오!  運命劍 ! 

 


 

 

 

 

 

 

 그리고 또 당시 <나라시노가하라(習志野が原-옛날 치바현 北西部의 지명으로 이나게마을 근처)>에서부터 <시모시즈가하라(下志津が原)>까지는 막부(幕府)의 텐료우(天領-직할영지)였다. 그리고 그곳의 다이캉(代官-대리)은 <사카이사다유키모리(酒井定之守)>란 사람이었고, 그는 또 그때는 장군 직에서 물러나서 오오고쇼(大御所)가 되어있었던 <토쿠가와이에나리(德川家齊)>의 총신(寵臣)이었던 <니시마루 파(西丸派)>의 <하야시타다후사(林忠英)> 등에 줄을 대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또 그때, 그가 관리하고 있었던 그 텐류우(天領)에는 이나게(稻毛) 마을도 들어있었고, 그래서 또 <사카이사다유키모리(酒井定之守)>의 저택 중 한 곳도 그 안에 있었다. 그리고 또 그때, 그 이나게(稻毛) 마을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은 <사카이사다유키모리(酒井定之守)>에게 뇌물(賂物)을 바치고 있었던 야쿠자(やくざ)들이었는데, 그래서였던지 그들은 그 마을을 마치 자기들 것인 양 무법(無法)천지로 만들고 있었다...


 

<林忠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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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미야모토에이지(宮本英治)>가 그렇게 걸어서 뒷골목이었던 나가야(長屋-집들이 길게 늘어선 곳)와 시모타야(仕舞た屋-원래 상점이었다가 장사를 그만둔 집 또는 여염집)의 좁은 길을 빠져나가서 인파(人波)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던 키와타마치(木綿町) 상점가로 나갔을 때, 갑자기 그의 눈 앞에 사(四)거리가 펼쳐졌다. 그리고 또 그때, 그가 섰던 왼쪽 편으로는 시바이고야(芝居小屋-歌舞伎 등을 흥행하는 건물. 극장)와 진쟈(神社)가 있었는데, 그런데 그 진쟈(神社)의 경내(境內)에서는 대낮부터 벌써 토바(賭場-도박장 또는 노름판)가 벌어지고 있었다.

 에이지(英治)는 그런 곳들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잠시 더 그렇게 앞으로 걸어갔을 때, 인파(人波)들 중에서 얼굴에다 먹(墨)과 붉은(紅)색으로 칠을 했던 무법자(無法者-불량배) 일단(一團)이 설쳐대던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때, 그들은 화려한 자색(紫色)의 키모노(着物)와 도색(桃色)의 나가쥬우방(長襦袢-일본옷의 겉옷과 같은 기장의 속옷. 여자용은 화려한 색상의 무늬가 있음)의 끝을 걷어 올려서 마치 얏코(奴-에도시대 武家의 奴僕)처럼 손발을 높이 흔들어 올리면서 걷고 있었던 것이, 마치 자기들만 잘난 것처럼 하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참고: 아시는 분은 <아와오도리(阿波踊り)>에서 남자들이 추는 춤을 상기하시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함.

 

 

<奴 재현 모습 중 하나>

 

 그리고 또 그때, 그들은 일부러 길을 걸어가던 사람들에게 몸을 부딪친다든지, 3척(尺)이나 되어보이던 장도(長刀)에서 칼을 반쯤 뺐다 꽂았다 하면서 행인들에게 겁까지 주고 있었다. 그러자 또 그 중에서는 그들과 어떤 식으로든 엮였던지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돈까지 바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 * *

 에이지(英治)는 그런 그들도 유심히 쳐다보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들과 몇 발까지 가까워졌을 때, 그들 중 누군가가 이렇게 에이지(英治)를 불러 세웠다.

 "오이! 거기!--------------"

 

 그러자 또 다른 자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야! 여기는 제니야스구미(錢安組)의 영역이다! 우리는 비쩍 마른 개는 발로 차서 죽여주지! 우후후후후!--------"

 그리고 또 그때, 그들은 3명...
 그러자 에이지(英治)가 가볍게 비웃는 듯이 입술을 조금 삐쭉거리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재밌겠군! 어디 한번 볼까?"

 그러자 무법자(無法者)들은 마치 기가 찬다는 듯이 뒤를 한번 힐끗 돌아다보고는 건방지게도 바로 장도(長刀)를 뽑았다. 그리고는 칼을 위에서부터 한번 후려쳐서 내리더니 또 마치 개가 짖듯이 자신들의 이름들을 밝혔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오른쪽으로부터 마무시(殺母蛇) 곤타(權太)...
 그 다음이 쿄우켄(狂犬) 야스사부로우(安三郞)...
 마지막이 무카데(百足-지네) 진쿠로우(甚九郞)...

 그리고 또 그때, 사람들은 곧 싸움이 일어날 것을 예상했던지 이미 그 거리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었고
 그래서 또 상점 안에 있던 사람들만이 그 장면을 훔쳐보려는 듯이

 숨을 죽여서 창을 통해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에이지(英治)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고소(苦笑)를 흘렸다.
 그리고는 다시 조용히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럼, 내가 여기서 귀하(貴下)들을 벤다고 하더라도 정당방위를 인정하겠는가?!"

 그러자 마무시(殺母蛇) 곤타(權太)라고 밝혔던 자가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뭐랏?! 시끄럽다! 터진 입이라고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지 마랏!--------------"

 그러자 나머지 두 사람도 그때부터 마치 미친 듯이 칼을 허공에 휘둘러댔다.

 "도무지 말귀를 못 알아듣는 자(者)들이로군?!"

 그러자 에이지(英治)가 이렇게 말을 하고는 공격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또 그와 동시에 3인의 무법자(無法者)들도 에이지(英治)와 맞설 자세를 취했지만, 그러나 그때 에이지(英治)의 몸놀림이 그들보다 조금 빨랐다. 그래서 에이지(英治)는 자신의 말이 끝났던 것과 동시에 그들 쪽으로 달려가면서 오른손을 마치 뱀처럼 구부려서 장도(長刀)의 손잡이를 잡았고, 그리고는 그 세 명 중에서 중간에 서있던 쿄우켄(狂犬) 야스사부로우(安三郞)의 왼쪽어깨로부터 시작해서 오른쪽 겨드랑이까지 힘차게 칼을 후렸다.

 "악!----------------------------"

 그러자 야스사부로우(安三郞)란 자의 상체(上體)가 거의 절단되었다.

 그래서 야스사부로우(安三郞)는 이렇게 단말마(斷末魔)를 내질렀고

 그와 또 동시에 혈무(血霧)가 허공에 분수처럼 흩뿌려졌다.

 하지만 에이지(英治)는 거기서 멈추지를 않았다.
 그런 다음, 그는 다시 칼을 고쳐 잡고는 마치 섬광(閃光)처럼 좌우의 무법자들을 공격했다.
 그러자 무법자들의 팔은 칼을 쥔 채로 몸에서 잘려나갔고
 그와 동시에 단말마(斷末魔)들이 허공을 울렸다.

 "악, 악!----------------------------"

 그리고 또 그때, 맨 처음으로 당했던 야스사부로우(安三郞)의 배에서는 그 잘린 면으로 내장이 꾸물대면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뒤에 당했던 두 사람의 팔 절단면은 마치 참치를 자른 듯이 반듯했는데, 그러자 두 사람은 미친 듯이 절규하고 발광하면서 자신들의 상처를 입으로 계속해서 빨고 있었다.

 "악! 악! 악!---------------------"

 그러자 에이지(英治)는 천천히 걸어가서 먼저 죽은 야스사부로우(安三郞)의 옷에다 피 묻은 장도(長刀)를 닦았다. 그런 다음, 장도(長刀)를 잘 갈무리하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던 길을 계속가기 시작했는데, 그런데 그때 상점 안에서 그 모습을 전부 지켜봤던 사람들 중에는 실신하는 사람도 있었다.

 * * *

 잠시 후, 그는 상점가를 그렇게 걸어가서 <보우소우(房總)가도(街道)> 끝에 다다랐다. 그러자 항구로 이어지던 수로(水路)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또 그때, 그 수로(水路)에는 무수(無數)한 작은 배들이 정박하고 있었는데, 그 옆으로는 색이 벗겨져서 오래되어 보이던 창고들이 나란히 서있었으며 바다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에이지(英治)는 마치 그런 모습들을 감상이라도 하는 듯이 하면서 수로(水路) 가를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또 얼마 가지 않아서 항구가 나타났고, 그 옆에는 물고기나 새우 등을 적재해놓은 곳이 나타났다. 그곳에서는 훈도시(ふんどし-일본남자들의 음부만 가리게 입는 폭이 좁고 긴 천)에다 테카기(手鉤-큰 물고기를 찍어 올리는 데 쓰는 긴 자루 끝에 단 갈고랑이나, 짐 등을 끌어당길 때 쓰는 짧은 자루 끝에 단 갈고랑이. 여기서는 後者)를 찬 남자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바다에는 당선(唐船)이 세 척 있었는데, 그 배들은 그때 모두 닻을 내리고 있던 중이었다.

 * * *

 잠시 그런 풍경들을 둘러봤던 에이지(英治)는 다시 항구에 접해있던 이리에마치(入江町)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수백(數百) 채에 달하던 유곽(遊廓)들이 줄지어 있었으며, 대낮부터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그 마을 입구의 처참했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에이지(英治)가 그 안으로 들어갔을 때 유곽(遊廓)의 홍각격자(紅殼格子-붉은색으로 칠한 사각의 틀) 안에서 얼굴에 백분(白粉)을 짙게 발라서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던 여자들이 나란히 앉아 있다가 에이지(英治)가 그 앞을 지나가자 마치 앵무새처럼 얼굴의 표정도 없이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무관심한 저 남자!... 잠시 들어왔다 가신다면?!...>
 <우리에게 무관심한 저 남자!... 잠시 들어왔다 가신다면?!...>

 <우리에게 무관심한 저 남자!... 잠시 들어왔다 가신다면?!...>


 

 

<요시와라 유녀들-메이지 시대>



 하지만 에이지(英治)는 그런 소리는 듣지 못했다는 듯 계속해서 가던 길을 갔다. 하지만 그런 길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그곳의 가게 간판들은 모두 그런 것과는 상관도 없다는 듯 <요리찻집>이라거나 <캇보우(割烹-요리점)찻집>, <물찻집(水茶屋)> 등의 이름을 내걸고는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판매하는 것은 모두 여자들이었다.

 그리고 또, 그 중에는 특히 남색(男色)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카게마(蔭間)찻집>도 있었고, 그리고 아주 큰 <요시다 집(吉田屋)>이란 요정(料亭)도 있었는데, 그런데 그곳에는 <팔주취체출역양어정숙(八州取締出役樣御定宿)>이라고 쓴 큰 막(幕)이 길게 내려져 있었다.

 * * *

 참고: 關八州取締出役에서 칸핫슈(關八州)는 관동(關東)8주(州)를 의미하는 것이며

 관동(關東)8주(州)는 다음과 같다. 단, 한글표현은 하지 않음.

 

 武蔵国(むさし) 江戸・岩槻・川越・大宮・行田・飯能・秩父・熊谷・所沢・八王子・青梅・拝島・府中
 相模国(さがみ) 戸塚・鎌倉・小田原・厚木
 上野国(こうづけ) 館林・高崎・前橋・安中・沼田
 下野国(しもつけ) 宇都宮・手生・鹿沼・太田原・黒羽・烏山
 常陸国(ひたち) 土浦・笠間・下館・水戸
 下総国(しもうさ) 結城・古河・銚子・佐倉・成田
 上総国(かずさ) 佐貫・大滝
 安房国(あわ) 館山・勝山

 <위치는 아래 그림 참조>

 

 

                                    
 

 

 그리고 그 핫슈우토리시마리슈츠야쿠(八州取締出役)는 분카(文化) 2년(1805)에 칸죠우부교우(勘定奉行-금전출납 담당직)의 명(命)으로 특별한 행동이 허가되었던 관리였다. 그래서 그들은 에도를 둘러싼 8주(州)의 마을들을 순찰했으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그 범인을 체포할 수 있는 경찰권도 있었다. 그리고 또 그 당시에는 그 관리를 핫슈사마(八州樣)라고도 불렀는데, 그래서 팔주취체출역양어정숙(八州取締出役樣御定宿-의미가 없으므로, 한글로 표현함)이란 그 핫슈사마가 당시 정식적으로 또는 단골로 묵었던 여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 * *

 그리고 그 <칸토우핫슈우마와리(關東八州回り)>란, 무법자들을 단속하기 위해서 8주(州)를 돌아다니는 경찰 같은 자들로, 다이캉(代官)과 군다이(郡代-에도시대에 각 지방의 幕府 직할지를 다스리던 관직)가 임명하고 있었다.

 * * *

 그리고 또 그때...

 

 그 <요시다 집(吉田屋)>에서는 사미타이코(三味太鼓) 소리와, 여자들이 내질러대던 높은 교성(嬌聲)들이 어울려서 왁자지껄하고 있었다. 그런데다 그것도 모자라서 일단(一團)의 게이샤(藝者-기생)들까지 그곳을 들락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앞의 막에 써두었던 <토리시마리(取締)>와는 전혀 상관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 * *

 

 아무튼...

 에이지(英治)는 그런 것들을 다 둘러보고는, 이번에는 <텐마쵸우(傳馬町-옛 驛站에서 공용으로 쓰던 驛馬 또는 把撥馬를 관리하던 곳. 驛站동네)>로 가보았다. 그런데 그곳 역시도 온통 사창굴(私娼窟)과 술집들, 심지어는 도박장들이 잔뜩 모여 있었고, 길가에는 <메시모리온나(飯盛女-역참여관의 여자 또는, 江戸시대에 역참의 여인숙에서 손님의 시중을 들고, 매춘도 하던 여자)>를 전시해둔 여관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恋川笑山 - 東海道五十三次에서 小田原의 메시모리온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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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 글은 순전한 허구(虛構)이며, +19의 내용이 다소 있으므로 읽으시려는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살아서 말해다오!  運命劍 ! 

 


 

 

 

 

 

 

 1. 


 때는 텐보우(天保) 9년(1838년)!...

 중국에서는 아편전쟁(阿片戰爭)이 일어나기 바로 2년 전이었고, 일본에서는 <모리슨 호(號) 사건(Morrison Incident-1837년에 일본인 漂流民(音吉 등 7人)을 태웠던 미국의 상선(당시에는 영국)을 일본 측에서 대포로 포격했던 사건. 상세한 것은 후술 또는 생략함)>이 발생했던 그 다음해, 바쿠후(幕府)의 장군(將軍)이었던 <토쿠가와이에나리(德川家齊)>는 장군직에서 물러나서 <오오고쇼(大御所-江戸幕府 시대에 征夷大将軍職을 물러나 은거에 들어간 前 장군을 높여서 부르던 말)>가 되었고, 그리하여 그 전 해였던 텐보우(天保) 8(1937)년에 장군직을 이어받았던 <토쿠가와이에요시(德川家慶)>가 일본을 통치하고 있었을 때, 텐보우(天保) 4년(1833年)에 시작되었던 소위 <텐보우다이키킨(天保の大飢饉)> 또는 <천보(天保)의 대기근>이 일본 전토(全土)를 유린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에요시(家慶)>는 텐보우(天保) 연간(年間)에 진행되고 있었던, 소위 <바쿠후(幕府) 사이코우(再興)> 또는 <막부(幕府) 재흥(再興)>을 목적으로 했던 <텐보우노카이카쿠(天保の改革)> 또는 <텐보우의 개혁>에 박차를 가하려고 했지만, 그러나 <이에나리(家齊)>의 총신(寵臣)이었던 <니시마루 파(西丸派)>의 <하야시타다후사(林忠英)> 등의 반대를 받아서 개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에요시(家慶)>와 당시 로우쥬우(老中-장군직속으로 국정을 통괄하던 직)였던 <미즈노타다쿠니(水野忠邦)>가 그런 상황을 지켜보만 있었던 가을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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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시모우사시모시즈(下總下志津-現 千葉縣) 평원에는 아침안개가 잔뜩 깔려있었다.
 그런데 그 안개는 마치 땅과 하늘을 분리하고 있는 듯 했고

 그 때문에 평원은 아주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는 것만 같았다...

 

 * * *

 

 <히히히이이이이-----ㅇ...>

 그때...

 

 침묵을 깨고 주변에 잔뜩 깔려있던 갈대밭 너머에서 갑자기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후, 한 필의 말이 안개를 헤치고 달려 나왔다. 그 말 위에는 일견에도 약 6척(尺-1尺은 한 치의 열배로, 약 30.3cm. ∴약 181.8cm) 정도는 충분히 되어보였던 거대한 사내가 타고 있었다. 사내는 언뜻 보아서는 양인(洋人)이 아닐까 싶었을 정도로 조각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강한 인상에 야성미가 넘치는 미남자로 보였다.

 그의 나이는 32세...
 이름은 <미야모토에이지(宮本英治)>!------------------

 그는 원래 아와하치스카(阿波蜂須賀) 번(藩)의 가신(家臣)이었던 <미야모토쥬우베에(宮本十兵衛)>의 3남으로 알려져 있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유 모르게 그 몇 년 전부터 낭인(浪人)이 되어서 일본 전국(全國)을 떠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전날 오후에 에도(江戶)에서 출발해서 그곳으로 오고 있었던 중이었다...


 

 참고: 일설에 의하면 <미야모토쥬우베에>는 일본 전설의 劍聖 <미야모토무사시(宮本武蔵- 江戸時代 初期의 剣術家兵法家芸術家로, 二刀를 사용해서 二天一流 兵法의 開祖로 알려진 사람이었으며, 상세한 것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소개함>의 양자로 알려졌던 미야모토이오리(宮本 伊織)의 자손이라고 알려졌지만, 확실한 것은 불명이다.

 

 * * *

 아무튼, 잠시 후...

 긴 늪가에 도착했던 그는 말의 발이 젖기 시작하자 말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갈대가 심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쓰쓰쓰쓰쓰!--------------->

  "?!..."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곳을 쏘아 보았다. 그러자 금방 그 갈대 속에서 인내심이 부족한 검은 그림자 하나가 급히 튀어나왔다. 그것은 순록만큼이나 컸던 아주 큰 사슴이었다. 그리고는 아주 가뿐한 몸동작으로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곧장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흠!..."

 그것을 본 에이지(英治)가 이렇게 가볍게 소리를 내고는 급히 허리에서 단검(短劍)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또 그때, 그 사슴은 이미 약 20여 미터정도는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는데, 그러나 그는 이미 그런 것에는 익숙하다 듯 재빨리 들었던 그 단검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슴을 향해서 <휙!--->하고 던졌다. 그러자 그 단검(短劍)은 은색(銀色)의 일선(一線)을 허공에 그으면서 날아가기 시작했고, 금방 사슴의 목덜미에 가서 꽂혔다.

  <케!...>

 그러자 그 사슴은 이렇게 외마디 단말마(斷末魔)를 허공에 뿌리면서 맥없이 옆으로 넘어졌다.

 

 * * *


 잠시 후...

 에이지(英治)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사슴은 마지막 숨을 거칠게 내뿜고 있었다. 그때, 사슴의 입에서는 백탁(白濁)한 액체가 마구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그 사이로는 긴 혀가 아무렇게나 흐르듯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러자 에이지(英治)는 마치 <왜?> 또는 <당신이 왜 나에게 이러는가?> 하듯이 불신의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던 그 사슴을 잠시 내려다본 뒤, 가볍게 합장을 하고는 사슴의 목덜미에 꽂혔던 단검(短劍)을 빼냈다. 그러자 사슴이 단말마처럼 버둥거렸다. 그리고 또 그때, 그 단검이 꼽혔던 자리에서 피가 죽, 하고 흘러내렸는데, 그러나 잠시 후에 사슴은 그 큰 눈을 뜬 채로 숨을 거두었다.

 

 * * *

 그 단검(短劍)의 이름은 <무라마사(村正)>!--------------


 

 

<아와타쿠치요시미츠의 작품 중 하나- 에이지의 것은 이것보다 조금 작은 것임> 


 

 

 당대(當代) 일본에서는 최고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도신(刀身)이 제법 넓었던 것으로, 원래는 아와타구치요시미츠<栗田口吉光-13世紀頃, 카마쿠라(鎌倉)時代 中期의 유명했던 刀工>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그가 어떻게 자신의 손에 넣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에이지(英治)는 그 칼로 사슴의 목을 자른 후에 분출(噴出)하던 피를 손으로 받아서 마셨다.

 그러자 밤새 야로(夜露)에 적셔져서 식어있던 몸이 금방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에이지(英治)는 사슴의 피를 마시고 몸이 풀리는 것이 느껴지자, 그 사슴의 머리를 잘라내고 내장을 꺼내서 버렸다. 그러자 사슴의 무게는 약 7관(貫-1관은 3.75킬로그램이므로, 26.25킬로그램)정도로 되었다. 그러자 에이지(英治)는 끈을 꺼내서 그 사슴의 네 다리를 묶은 후에 말 위에다 올렸다. 그리고는 <무라마사(村正)>의 피를 닦은 후에 그곳을 떠났다.

  * * *

 그로부터 약 3정(町-108미터)정도 갔을 때, 에이지(英治)는 늪으로 흘러들어가던 냇가를 만났다.
 그러자 그는 말에서 사슴을 내려서 그 물에 대충 씻었다.
 그런 다음, 자신도 몸도 씻었다.

  * * *

 잠시 후...

 에이지(英治)는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던 한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주위를 살피다 적당한 자리 한곳을 발견하고는 그곳에다 사슴을 내려놓고 불을 피울 땔감을 구해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그 땔감에 불을 붙이고는 그 땔감이 충분히 탈 때까지 <무라마사(村正)>로 사슴의 가죽을 벗겼다. 그리고 잠시 후, 불이 제법 거세지자 자른 사슴고기를 작대기 끝에 걸어서 굽기 시작했고, 그렇게 해서 배를 넉넉히 채운 후에 식사를 끝냈다. 그리고는 나머지 고기를 끈으로 잘 묶은 다음, 그것을 쿠리게(栗毛-밤색 털을 가진 말)의 등 위에다 올려놓았다.

  * * *

 잠시 후, 에이지(英治)는 식사를 끝낸 포만감 때문에 잠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불을 껐던 그 자리 위에 사슴 가죽을 깔고는 그 위에 누워서 눈을 감았다.

 그러자 불을 피웠던 자리의 온기 때문에 등 쪽이 따뜻해져왔고, 그것을 느끼면서 그는 금방 잠이 들었다.

  * * *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시간은 이미 오후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또 그때는 이미 안개도 걷혀있었는데, 그러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적당한 나무 하나를 골라서는 그 위로 올라갔다.

  * * *

 그 나무의 위에서는 주변의 조망(眺望)이 아주 좋았다. 그래서 그 앞의 늪은 물론이었고, 그 앞 2리(里-일본의 1里는 약 3.9km이기 때문에, 7.8킬로미터)정도까지도 시야에 전부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또, 그곳은 분세이(文政-日本 元号의 하나로, 文化의 뒤, 天保의 앞이며, 1818년부터 1829年년까지의 기간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 시대의 日王은 仁孝)에 들어서면서부터 급격한 발전을 이루어서 이야기 현재의 텐보우(天保) 시기에는 보우소우(房總) 수일(隨一)의 항구도시로 1만호(萬戶)를 헤아리고 있었던 곳이었고, 그 옆으로는 또 이나게(稻毛-千葉市 北西部 区名) 마을과 그 너머의 납빛(鉛色) 바다까지도 다 보이고 있었다.

<이나게 마을 위치도>


  
 잠시 후, 나무에서 내려왔던 그는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쿠리게(栗毛)가 그곳으로 걸어왔다.
 그러자 그는 능숙하게 말 위로 뛰어올라서는 고삐를 힘껏 쥐었다.

  "핫!--------------"

 그리고는 이렇게 고함을 지르자
 쿠리게(栗毛)는 그때부터 바람처럼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 *

 그로부터 얼마 후...

 그렇게 달려갔던 에이지(英治)가 이나게(稻毛) 마을에 도착했다. 그러자 그때, 그 마을의 입구에 있던 반쇼(番所-일종의 검문소)에서는 코야쿠닌(小役人-하급관리)들이 열탕(熱湯)에 찐 노라이누(野良犬-들개)를 철제(鐵製) 대야에 묵묵히 담고 있었다. 그러다 에이지(英治)가 나타나자 그 중의 한명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치 여자의 나신(裸身)을 훑어보듯 에이지(英治)의 모습을 한번에 쓰윽 하고 훑어봤다. 하지만 그의 몸이 너무 컸던 탓에 기가 죽었던지 곧 시선을 거두고는 자신들이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 * *

 그런데 그것은 당시로서는 별로 놀랄만했던 일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계속되고 있었던 기근(饑饉) 때문에 사람들은 먹을 것이 부족해서 수육(獸肉)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일부의 사람들은 인육(人肉)까지도 먹는 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당시에는 일본의 많은 곳에서 걸식(乞食)을 하는 걸인(乞人)들이 넘쳐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나게(稻毛) 마을에서도 걸인들이 넘쳐나고 있었는데, 그들은 대부분 다른 곳에서 굶주림에 못 견디다 못해 그곳으로 흘러들어왔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또 당시, 원래는 외지(外地)에서 들어오던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을 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그러나 그때는 마구 유입(流入)되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반쇼(番所)에서는 속수무책으로 그런 그들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당시의 상황을 표현했던 그림 중 하나>

 아무튼 잠시 후...

 에이지(英治)는 그런 모습들을 천천히 둘러보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다가

 한 무리의 거지들이 앉아있던 곳 앞에서 말을 세웠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일제히 에이지(英治)에게로 몰렸다.

 

 그들은 모두 10여명정도는 되었다.

 그 중에는 여자들이 몇 명이나 되었고

 어린아이들도 몇 명이나 있었다.

 그것을 지켜봤던 에이지(英治)가 그들 중 한사람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그는 처음에는 그 눈짓이 무슨 뜻인지를 몰라서 어리둥절해하더니

 하지만 곧 말 위에 사슴고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슬금슬금 다가왔다.

 "조금 전에 잡은 것이라 아직 싱싱할 거요. 그러니 가져가서 먹어요!"

 에이지(英治)가 이렇게 말을 하자, 그때서야 전부 에이지(英治)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그것을 내려서는 한구석으로 옮겨갔다.

 "아이들과 여자들에게 많이 주시오!"

 "네, 감사합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그러자 에이지(英治)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는 여관(旅籠屋)이 보이자 그 앞에다 말을 세웠다.

 그러자 그 여관의 종업원인 듯 했던 자(者)가 급히 뛰어나와서 그에게 이렇게 인사를 했다.

 "어서오십시오, 손님!"

 

 에이지(英治)가 봤을 때, 그는 거지나 다음 없는 몰골을 하고 있었다.

 거기다 천박하고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나이는 약 4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이 말을 좀 맡기고 싶은데, 선금(先金)을 내야 하는가?"
 "네, 네!"

 그러자 그는 주머니에서 일분(一分)의 은(銀)을 꺼내서 그 자(者)에게 주었고, 그것은 또 당시 1/4량<(兩은 옛날의 화폐단위로, 1량은 百文 또는 4分 정도였으며, 현재의 가치로는 1량이 약 8만엔(万円) 정도이므로, 2만엔 정도> 가치의 돈이었다. 그러자 후했던 에이지(英治)의 선금에 기분이 좋아졌던지 그 남자 종업원이 입이 찢어지게 웃으면서 연신 허리를 숙이며 에이지(英治)에게 이렇게 인사를 했다.

 "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다른 것도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헤헤..."

 그러자 에이지(英治)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그 종업원이 말고삐를 쥐고 안쪽으로 들어가던 것을 다 보고나서

 마을의 중심부를 향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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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을 찾으시는 분들을 위해서

일본소설 한 편을 올려드립니다.

 

이 글은 앞의 <점보>에 이어서 올리는 글이며

2차 소설임을 밝힙니다.

 

그럼, 인연이 있으신 분들에게

유익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살아서 말해다오, 운명검!...>

 

 

내가 아주 힘들었을 때...

 

우연히 보았던 일본 소설책에

 

누군가 이렇게 적어두었다.

 

그래서 나도 살기로 했다.

 

그 당시...

 

나는 인생을 포기하기 위해 죽을 자리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다시 살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살아서 이런 글까지 쓰게 되었다.

 

그러므로 혹시라도 이 시간...

 

누군가 그때의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지금은 살아서

 

나중에 그때를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란다...

 

 

 

2020. 07. 22. 새벽에...

 

묵혀 두었던 것을 다시 꺼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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