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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왜 그랬을까. 왜 다짜고짜 패고 죽였을까. 사람을 잡아족쳐야 되는 개쯤으로 생각했던 것인가.

강풀 웹툰 <26년>이 복수에 집중했다면 봄날은 광주의 비극적 상황을 재현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불과 30여년 전 이 땅은 야만과 무법이었다.

 

 

 

2권

본격적인 살육이 벌어지고 민중들은 저항에 나선다.

어렸을 적 집 가까이에 있었던 성당에서 살육의 결과들만을 보았을 뿐, 항쟁의 동기와 전개과정을 이렇게 현장감 넘치게 들어보긴 처음이다. 책에서도 인용되는 민중항쟁의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이라던데 어디서 들춰라도 봐야겠다.

80년 광주는 생지옥이었구나.

 

 

 

3권

살육의 시간이 지나고 본격적인 저항이 시작된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던 광주항쟁의 과정과 전말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그저 국지전이 아니었다. 십만이 넘는 민중들의 거대한 항쟁이었다. 착검에 이어 발포가 시작되는 시점까지 이어진다.

무기력한 언론 기자들의 모습, 절망하면서 군중의 힘과 에너지에 감격하는 사람들, 비겁한 도지사, 열정에 찬 젊은이들, 나약한 사람들, 번민하는 군인들, 악마같은 군인들의 군상들이 교차되고 있다.

새벽까지 책장을 넘기게 한다. 분통이 터져서.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4권

5월 21일 13시 엄청나게 몰려든 시민들에게 결국 발포. 4권에서 이때의 상황을 보여준다.

임신8개월 임산부도 조준사격으로 머리를 쏘아 죽인다. 광주 모든 병원에는 시신과 부상자로 넘친다.

결국 인근 지역에서 총기와 폭약을 탈취한 시민군이 계엄군에 맞서게 되고,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계엄군은 철수한다.

시민대책위원단이 꾸려지고 투사회보를 발간하던 윤상현 등은 계엄군과 협상 하는 이들 위원회의 안일한 인식에 절망하지만 항쟁이 시작된 이후 붙잡히고 흩어진 사회운동가와 단체들이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는 명분이 없음을 한탄한다.

 

 

 

5권

그들이 끝까지 남아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무석이 미순을 남겨두고 죽은 건 안타깝다. 그것까진 안타까워서 개연성이 있었지만, 마지막에 무석이 아버지와 전화로 화해하는 설정은 (군에서 통신을 차단하여 실제 그렇게 하지 못했으리라는 걸 감안하지 않더라도) 좀 작위적이 아닌가 싶다.

나약하고 사변적이며 총칼 앞에 나서지 못하던 신부들과 대조적으로 짧지만 강렬했던 까까머리 청년의 죽음이 기억에 남는다. 자기한테 일이 생기면 나주 다보사에 알려달라고 할 때 자기를 승려라고 하던데 스님들은 자신을 '중'이라고 부르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간결하고 거침없이 망설이지 않고 신념을 위해 목숨마저 내던지며 중생을 구하러 달려 나가던 그 장면은 최고의 장면이었다. 정말로 광주민주화항쟁 때 죽은 승려가 있나 궁금해서 '광주사태사망조서'를 국가기록원에서 다운받아보려 했으나 '요청하신 페이지에 사용권한이 없습니다'라고 하더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 중에 혹 승려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까까머리 청년 이야기는 분명 작가의 상상이었을 듯하다.

 

 

 

다큐소설로서 광주항쟁의 전모를 이해하기에 좋다. 하지만 좀더 압축하여 썼다면 어땠을 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간간이 나오는 '~마다에' '다름 아니다' 등 일본식 말투가 쓰인 것은 사소한 단점이긴 하지만 좀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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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다섯 권 다섯 글자 요약:

닥치고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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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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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박해와 흑산도로 귀양간 정약전의 이야기.

건조하고 관조적이며 직설적이고 염세적인 김훈의 문체는 여전하다.

 

정순왕후도 황사영도 박차돌도 마노리도, 그리고 정약전도 다 자기 앞에 주어진 각자의 삶에 절실했겠지.

그들은 모두 존중 받아야 마땅할 인간들이었다. 이들은 비장하고 유머가 없다.

칼의 노래에서처럼 스러져 간 인물의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는 듯한 문장들이 책에 있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천주교 박해라는 사건이 아니라 그 시대 이념의 첨단 위에서 대립한 인간들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유교와 천주교와 무교의 신봉자들과 동네 노인들은 갖가지 인간 현상들에 대한 나름의 해석들을 내놓는다.

감정에 대한 묘사보다는 행동에 대한 묘사가 대부분이고, 그 행동으로써 인물들의 성격과 감정들을 빗대어 드러냈다.

 

김훈의 글은 이런 종류의 생과 사가 엇갈리는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문체임은 분명하다.

한가한 감상이나 먹고 싸는 것에 관계없는 사소한 일탈 같은 것들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칼의 노래가 그랬고, 남한산성, 현의 노래가 다 그랬다.

그 진중함과 각박함이 어쩔 때는 숨이 막히다가도 자꾸 찾아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단순함과 고요한 관조의 시각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이랄까.

 

 

 

몇몇 밑줄 쳐둔 구절들.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정약현은 급제해서 출사한 동생들의 高談에 끼어들지 않았고,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만 했다. 정약현은 집안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말할 때는 가끔씩 이야기에 끼어들어서

- 억지로 키우려고 공들이지 말고 스스로 되도록 공들여야 한다. 키워서 길러내는 것은 스스로 됨만 못하다.

는 말을 했다. (166)

 

......오빠, 저문다. 집에 가자.

하던, 그 아침가리 화전밭의 여동생이었다. 박차돌은 여동생의 시체를 지게에 지고 잠두봉 중턱으로 올라갔다. 멀리, 허연 강이 보이는 자리였다. 박차돌은 삽을 휘둘러서 땅을 팠다. 박차돌은 누이동생 박한녀의 시체를 구덩이 밑에 내려놓았다. 염도 없고 관도 없었다. 얼굴을 위로 향하게 하고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해주었다. 고운 흙부터 덮어나가서 모래와 돌멩이로 마무리를 했다. 봉분은 없었다. 묻기를 마치고, 박차돌은 그 자리에 쓰러져서 해가 뜰 때까지 울었다. (240)

 

흑산에 대한 무서움 속에는 흑산 바다 물고기의 생김새와 사는 꼴을 글로 써야 한다는 소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물고기의 사는 꼴을 글로 써서 흑산의 두려움을 떨쳐낼 수도 없고 위로할 수도 없을 테지만, 물고기를 글로 써서 두려움이나 기다림이나 그리움이 전혀 생겨나지 않은, 본래 스스로 그러한 세상을 티끌만치나마 인간 쪽으로 끌어당겨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고기의 사는 꼴을 적은 글은, 詞章이 아니라 다만 물고기이기를, 그리고 물고기들의 언어에 조금씩 다가가는 인간의 언어이기를 정약전은 바랐다. (337)

 

마노리는 황사영 선비한테서 천주교라는 걸 처음 들었을 때도, 본래 그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쉽고 편안하게 들렸다.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 그처럼 분명한 것을 황 선비는 어째서 두려운 비밀처럼 싸안고 소리 죽여 귓속말을 하는 것인지, 마노리는 물어보고 싶었지만 선비에게 먼저 말을 걸 수는 없었다. 주린 사람이 꾸며서 배고파하지 않고 추운 사람이 억지로 떨지 않는 것과 같아서, 그 까닭을 물어봐도, 물어보나 마나 한 말이 될 것이었다. 선비들이란 그렇게 뻔한 것도 공력을 들여서 생각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었다.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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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임철우 지음 / 살림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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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마도 이 책을 20년 만에 다시 읽는 게 아닌가 싶다.

가지고 있던 책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도서관에서 찾아 보니 한 권이 있더라.

2004년에 재판을 했는데 35쇄나 찍었으니 어지간히 많이 읽힌 책이다.

 

재미있고 따뜻한 소설이다.

어렸을 적 이만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이라니 부럽기만 하다.

청년이 되어서도 임철우는 광주에서 살면서 민중항쟁을 몸소 겪었다고 한다.

<봄날>이라는 소설은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거라지. 읽어봐야겠다.

오늘날의 도시 아이들은 작가가 얘기하듯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온종일 갇혀 자라고 있'으니 과연 어떤 이야기를 마음 속에 담을 것인가.

 

아이는 아파트에서 태어났고, 또 지금도 역시 그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온종일 갇혀 자라고 있었다. 풀 한 포기, 흙 한 줌, 돌멩이 하나 만져볼 수 없는 차가운 콘크리트 상자. 스위치만 누르면 요술처럼 열리고 닫히는 엘리베이터의 철문, 햇볕 들지 않는 이 이상스런 응달에서만 자라나야 하는 아이들의 눈에 장차 저 바깥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과 의미로 비치게 될 것인가. (268)

 

 

나 또한 유년과 청년 시절의 추억이 빈곤한 처지라 이렇게 책으로 간접 경험이나 해 보는 일에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동화도 아닌데 난데없이 사람은 모두 별이라니. 그렇지만 그리 낯 간지럽지 않다.

오히려 나 또한 아이에게 작가의 할머니처럼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아빠이길 바라니까.

 

"악아, 내 귀한 손주 철이야. 사람은 말이다. 본시는 너나없이 모두가 한때는 별이었단다. 저 한량없이 넓고 높은 하늘에서 높고도 귀하게 떠서 반짝이다가, 어느 날 제각기 하나씩 하나씩 땅으로 내려 앉아서 사람의 모습을 하고 태어나는 법이란다. 그래서 어떤 별은 부잣집에 태어나고, 또 어떤 별은 가난하고 궁색한 집 처마 밑에서 생겨나기도 하는 거여. 또 가령, 서울이나 목포 같은 대처로 내려오는 별이 있는가 하면, 우리처럼 이렇게 쬐그맣고 바람 많은 섬 같은 델 찾아 내려오는 별도 있는 법이제. ...... 그러니까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별 아닌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단다. 못생긴 얼굴이건 이쁘고 잘난 얼굴이건, 가난뱅이든 천석군 부자이건간에, 사람은 알고보면 죄다 똑같이 귀하고 소중한 별이란 말이여...... 그런디도, 세상 사람들은 그런 사연일랑 깡그리 잊어먹어 버렸단다. 제가 본시는 저기 저 높은 하늘나라에서 살다가 잠시 내려와 있는 귀하고 착한 별이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저 서로 아등바등 뜯고 싸우기만 하면서, 평생 동안 악착같이 허덕이고 살기만 하다가 끝내는 가련하게 죽어가곤 하는 것이제......" (1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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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구운몽 최인훈 전집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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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후 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1960년에 발표된 이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쳤다고 한다.

 

주인공은 철학 전공의 대학생 이명준인데, 북에 있는 아버지 때문에 생고생을 하다가 즉흥적으로 월북한 뒤 6.25 때 인민군으로 전쟁에 참여했다가 포로가 되고, 전쟁 후에 중립국으로 망명하는 배 위에서 고뇌하다 제 몸을 바다에 던져 죽는, 그런 얘기다.

 

이 남자는 남한에서는 윤애, 북한에서는 은혜를 사귄다.

북에서 만나다 헤어진 은혜는 낙동강 전쟁통에 극적으로 다시 만나 동굴 속에서 줄곧 몸을 섞었고, 여자는 아이까지 갖게 되지만 연합군의 폭격에 전사하고 만다.

 

초장부터 쉼표가 한 문장 안에 시도때도 없이 등장한 탓에 읽기가 힘들었다.

쉼표를 잘 쓰면 매우 세련된 문장이 되지만 너무 많이 쓰면 겉멋만 든 문장이 된다.

어떤 문장은 뭔 소린지 모르겠는 것도 있었다.

자의식과 지루한 사색으로 가득 찬 만연체의 글들은 뭔 소린지는 알겠는데, 어떤 부분은 무슨 한 사람의 대사가 이리도 길고 어려우며 심각한지 읽다가 지친다. 여자들 얘기라도 없었으면 어떻게 다 읽었겠나 싶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에도 지식인들의 대화에서 이런 대사가 꽤 나왔지만 그나마 읽혔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건 왜 이렇게 더 현학적으로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내가 사고력과 문장력이 한참 딸려서 그런가 보다.

 

관촌수필을 읽고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하나 더 읽어보고 싶어서 고른 건데, 좀 적응이 안 된다.

함께 실린 <구운몽>은 처음엔 술술 읽히더니 독고민이 어떤 찻집에 들어가 시인들의 대화를 듣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읽기를 포기했다.

두 편 다 읽진 못했지만 어쨌든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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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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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읽기 시작한 지는 좀 됐는데, 다른 거 읽다가 이제서야 다 읽었다. 이제 책을 여러 권 돌려가며 읽는 게 일상이 되었다.

 

 

한 마디로 자유시장경제는 이제 다시 생각해야 하고, 국가의 규제나 복지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복지를 해야 계층이동도 활발하고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희망을 품는다는 거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을 더 게으르게 만드는 게 아니고, 부자에게 증세를 하고 기업을 규제하는 게 결코 그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돈 놓고 돈 먹기 이제 그만하고 제조업과 같은 실물 경제를 되돌아 보자는 얘기고.

하기사 아이슬란드 망하는 거 보고도 금융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간 큰일 나겠지.

 

 

시장의 자유는 아름다움과 마찬가지로 보는 이의 견해에 따라 달라진다. (21)

이기심은 대부분의 인간이 지닌 가장 강력한 본성 중의 하나이지만, 유일한 본성도 아니고, 많은 경우 인간 행동의 가장 중요한 동기도 아니다. 사실 세상이 경제학 교과서에서 묘사하는 이기심 가득한 사람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중략) 세상이 지금처럼 돌아가는 이유는 인간이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이 믿듯이 전적으로 이기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70)

사람들이 자유 시장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완전히 이기적으로만 행동하면 기업들, 더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76)

더 중요한 것은 이기적인 개인만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보상과 제재라는 장치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79)

일본과 독일의 문화는 경제 발전과 함께 크게 변했다. 더 규범을 잘 따르고, 계산이 더 치밀하고, 다른 사람들과 더 잘 협력하지 않으면 고도로 조직적인 산업 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문화라는 것은 경제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게 아프리카가 되었든 유럽이 되었든 문화를 경제 저성장의 원인으로 거론하는 것은 잘못이다. (168-169)

세상은 너무도 복잡하고, 그런 세상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224)

한 나라의 번영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교육 수준이 아니라 생산성 높은 산업 활동에 개인들을 조직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사회 전체의 능력이다. (238)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구성원 개인의 교육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각 개인을 잘 아울러서 높은 생산성을 지닌 집단으로 조직화할 수 있느냐에 있다. (250)

많은 수의 규제들이 기업 모두가 사용하는 공유 자원을 보존하고, 장기적으로 산업 부문 전체의 집단적 생산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업 활동을 장려하는 기능을 한다. (262)

우리가 시장 하나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소금이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소금만 먹어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275)

차를 빨리 몰 수 있는 것은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가 없다면 아무리 능숙한 운전자라도 심각한 사고를 낼까 두려워 시속 40~50킬로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실업이 자기 인생을 망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300)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어디든 재빨리 옮겨갈 수 있는 바로 이 효율성 때문에 금융이 경제의 다른 부문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314)

단기적인 자기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되면 우리는 전체 시스템을 파괴하게 될 것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누구에게도 이롭지 않다. (332)

'물건 만들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334)

 

 

이런 글들을 보면 이 책은 단순히 경제 실용서라기보다는 경제 철학을 바탕으로 국제 정치학까지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기업이나 무역에 대한 규제의 긍정과 그 순기능을 말하는 부분은 자유시장경제에 망조가 든 요즘 매우 적절한 주장이다.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도 새겨들을 만하다. 특히 심각한 고용불안으로 인해 청년들이 직업적 안정이 보장된 의사나 법률가 같은 직업을 크게 선호한다는 분석은 아주 날카로웠다.

심심하고 조금 지루해지는 듯할 때마다 적절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비유들이 나와서 생소한 분야의 책이지만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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