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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증의 탄생 - 글쓰기의 새로운 전략
조셉 윌리엄스.그레고리 콜럼 지음, 윤영삼 옮김, 라성일 감수 / 홍문관(크레피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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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올 한 해 여러 가지 글쓰기 책들을 골라 읽어봤지만 이 책만큼 정교하고 치밀하게 논증(논리)에 대해 설명한 건 없었다.

다만 초보자들보다는 논문이나 칼럼과 같이 논증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를 조금이라도 해본 이들에게 더욱 가치가 높은 책일 것이다. 자신이 써왔거나 생각해왔던 문제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부끄러워질 때도 있고, 아니면 자긍심이 생길 수도 있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536페이지에 이르는 이 텍스트를 정독한다면 지금까지 자기가 썼던 글들을 다시 볼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글들을 좀더 신중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밑줄 친 부분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모두 인용하는 건 어렵다. 전체 다섯 파트 중 포인트만 정리해본다.

 

part 1: 논증이란 무엇인가?

- '작가의 에토스'라는 개념은 거의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독자들에 호소하는 작가의 에토스-로고스-파토스가 있다. 편협하고 급하고 공격적이고 독설을 내뿜는 에토스는 사람들이 싫어한다.  

- 독자가 계속해서 "그래서 어쨌다고?"라고 따져 묻는다고 상상하라. (110)

- 독자들이 관심 없는 주제로 논증하지 마라.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논증하라.

 

part 2: 논증을 전개하는 기술

- 어느 순간이 되면, 마음 속 어두운 편안함에서 글자의 차가운 빛 속으로 가설을 끄집어내야 한다. (174)

- 지나치게 확신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자신이 없지도 않게.

- 이유(reason)와 근거(evidence)는 다르다. - 근거는 '바깥세상'에서 끌어온 것이고 이유는 우리가 생각해낸다. 논증은 '이유+주장'이다.

- 자신이 쓴 글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판단하려면 인용과 데이터를 진술하는 문장을 모두 찾아 밑줄을 그어라. ① 밑줄 친 부분이 글 전체에서 3분의 2가 넘는다면 근거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② 밑줄 친 부분이 글 전체에서 3분의 1이 되지 않는다면 이유를 뒷받침할 만큼 근거가 충분하지 못한 것이다. (223)  

- 전제를 생각해야 한다. 이유와 주장을 이어주는 보편적인 원칙이 전제이다. 누구나 동의하는 전제인가, 저자 혼자만 설정한 전제인가?

- 글을 쓸 때 독자들도 자신과 같이 생각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지 말라.

- 언제나 반론을 수용해야 하며, 스스로 반론을 예상하고 반박을 준비해야 한다. 또 자기 가설에 부합하는 근거만을 찾아서는 안된다.

 

part 3: 논리적 사고에 대한 논리적 분석

- 현실에서는 대개 문제에 대한 가능한 해법을 어느 정도 예측한다. 이러한 잠정적인 해법을 우리는 '가설'이라고 한다.

- 문제해결에 능한 사람은 말도 조심스럽게 한다. 

 

■ 문제해결에 능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말하는 습관을 비교연구했다. 그 결과,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확실성과 완전성을 드러내는 말을 자주 썼다.

'절대로' '반드시' '언제나' '예외 없이' '꼭' '모두' '전부' '무조건' '틀림없이' '분명히' '확실히' '오로지' '아무것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불확실성을 드러내고 범위를 한정하는 말을 자주 썼다.

'가끔씩' '일반적으로' '때때로' '보통' '대개' '다소' '특별히' '약간' '어느 정도' '아마도' '있을 법한' '의심스러운' '그 중에서도' '다른 한편' '~할 수 있다.' '~할지도 모른다.' '~할 것이다.' 

 

- 정의와 의미는 다르다. "정의는 우리가 만들 수 있지만 의미는 만들 수 없다."(336)  

- 의미를 문제 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는 가치와 감정을 놓고 벌이는 갈등이 숨어있다. (대리논증)

- 의미를 실제 땅에 비유한다면 사전의 정의는 지도에 비유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요소가 생략된다.

- 원인과 결과 문제: 진짜 '원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자.

- 인과관계 분석법: ① 원인으로 추정되는 요인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 그 결과가 더 자주 발생하는가?(유사-차이원리) ② 원인이 존재하지 않을 때 결과가 대부분 나타나지 않는가? ③ 결과의 빈도가 원인의 빈도와 비례하는가?  

- 말 속에는 가치 판단이 숨어 있다. 똑같은 사실에 어떤 어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저자의 가치가 드러난다.

 

part 4: 논증의 언어

- 명확한 글쓰기의 6원칙: ① 주요행위자의 이름을 주어자리에 놓아라 ② 주요행위자의 동작을 동사로 서술어자리에 놓아라 ③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장요소는 최대한 가까이 놓아라 ④ 독자에게 친숙한 정보로 문장을 시작하라 ⑤ 낯설고 복잡한 정보는 문장의 뒷부분에 놓아라 ⑥ 전체 글의 주어들을 일관되게 유지하라

- 간결함과 생생함: ① 최소한의 글자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라 ② 지시대상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하라

예, 근거, 설명은 구체적이고 뚜렷하고 생생한 언어로 진술해야 설득력이 높아진다.

- 보편적인 원칙, 가치, 가정은 보편적인 언어로 진술해야 설득력이 높아진다.

- 주어를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방향이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어휘 하나하나에 언제나 민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483)

 

부록

- 글쓰기 체크리스트: 나중에 활용할 것! (494~512)

- 스토리보드를 활용하자: 글을 단위별로 템플릿을 마련 각각 종이에 개요와 반론수용/반박을 적고 이유, 근거 등을 적는다. 그리고 이들을 벽에 붙이거나 나열하여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 오류를 검토하라: ① 명백한 오류 = 어긋난 추론, 제자리 논증(주장=이유), 동의하지 않는 걸 기본 전제로, 무지에 호소, 힘에 호소하는 것 ② 상황적 오류 = 부당한 응수(뚜꿔꿰), 미끄러운 비탈(레두띠오아드압수르둠), 양자택일, 은유를 문자 그대로, 대중에 호소(아드뽀뿌룸), 권위에 호소(베레꾼디암), 인신공격(아드호미넴), 연민에 호소(아드미세리꼬르디암)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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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료를 대하는 연구자의 자세
    from 突厥閣 2015-07-13 18:39 
    아래는 <학술논문작성법>에서 옮겨 온다. 이 책은 <논증의 탄생>의 전문가 버전인 듯하다. <논증의 탄생> 앞 부분에서는 저자의 에토스를 강조했는데, 이는 일반 독자들은 글쓴이가 그 글을 쓸만한 사람인가를 중시하기 때문일 거다. 반면 학술논문은 어차피 '선수들'끼리 돌려보는 글이므로 <학술논문작성법>에서는 에토스 관련 부분이 빠져 있다. 우리는 우리의 주장을 확인시키는 자료와 주장은 쉽게 찾아낸다. 그렇지만
 
 
 
글쓰기의 전략 - Reading & Writing
정희모.이재성 지음 / 들녘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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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정도 수준에서 글쓰기에 참고할 수 있는 책이다.

나 또한 성급한 단정과 오류로 가득 찬 잡문이 아니라 냉철한 논리가 살아 있는 글을 써야하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에 문장 다듬는 12, 13장 부분은 논문을 퇴고할 때 꼭 필요한 부분이다.

주어와 서술어를 맞추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하나의 주어에는 하나의 서술어를 쓰고,  영어식으로 서술어가 먼저 나오게 쓰던가 아니면 우리말처럼 서술어를 뒤로 보내던가 하라는 얘기다. 또 능동과 수동을 잘 구별해서 써야 문장이 쉽게 읽힌다고 한다.

 

책에다 되새길 부분들은 표시를 해 두었으므로 불필요하게 긴 인용은 생략하고 몇 구절만 옮겨 본다.

 

 

 

글쓰기는 순전히 노동으로 이루어진다. 직접 글을 쓰는 것도 그렇지만 이를 준비하는 것도 노동이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글을 쓰기 위한 학습도 당연히 고된 노동이다. (20)

 

글쓰기 학습 역시 이론의 영역이 아니다. 수없이 반복되는 연습만이 글을 잘 쓸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거기에 요령을 조금 덧붙이면 숙련 시간이 단축된다. 글쓰기는 '헤파이스토스'(노동의 신)의 영역이며, '뮤즈'(예술의 신)의 영역이 아니다. (21)

 

사실 글을 쓰는 행위는 끊임없이 글을 읽는 행위를 수반한다. (34)

글은 읽어가면서 써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251)

 

글을 좀 써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이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료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글에서 자료 찾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글이 영감이나 천재성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준비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76)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글감을 넉넉히 장만하는 일이다. (81)

 

글감의 선택은 내가 아니라 문장의 논리가 결정한다. (85)

 

좋은 화제란 일상에도 있지만 책이나 자료에도 많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155)

 

서두에 들어갈 수 있는 주된 내용은 '화제', '과제', '개념', 이렇게 세 가지이다. 우선 이 세 가지를 기억해두자.

화제: 글을 시작하기 앞서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 위해 독자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관심 거리.

과제: 글을 통해 풀고자 하는 문제.

개념: 대상에 대한 정의나 개념, 원리, 적용 등을 풀이하는 것. (194-195)

 

뛰어난 작가나 편집자, 칼럼니스트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인용노트나 독서노트를 만들어보기 바란다. 뛰어난 작가의 경우 인용노트나 독서노트를 만들어 인용할 경구를 미리 준비해둔다. 독서만 하고 중요한 인용구들을 기록해두지 않으면 그것을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쓰임새가 있는 구절을 메모해둔다면 나중에 글쓰기를 위한 큰 재산이 된다.

인용구를 사용할 때 기억해둬야 할 것은 적절한 인용구의 선택과 함께 그 인용구를 해석한 부분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흔히 인용구는 인용구 단독으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너무 뻔한 사실인데도 이것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용구는 인용구의 부분과 해석의 부분이 항상 결합되어 있어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다(인용+해석). (201)

 

(결말을 쓸 때) 주의할 것은 요약을 할 때 서두나 본문에서 썼던 말을 그대로 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220)

 

수정은 작성된 글의 문장과 구성, 주제에 문제점이 없는가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글은 이런 수정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253)

우선 소리를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끝으로 자신의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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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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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원서로 읽어보려고 했던 책인데 어려운 거 같아서 관두고 번역본으로 봤다.

내 글쓰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회의가 많았는데, 이 책을 보니 그 이유를 조금 알 것도 같다.

저자가 말하는 것에 공감하면서 이런 다짐을 했다.

 

 

싫어하는 것과 악담하기 위해서 글 쓰지 말자.

쓰려면 애정을 갖고 쓰자.

글쓰기는 만만한 게 아니다.

생각이 완성되고 글이 나오는 게 아니라 글을 쓰고 고치면서 생각이 완성되는 것이다.

초고는 다듬지 말고 빨리 써서 뼈대를 갖춘 다음에 수정하자.

사람과 장소: 논픽션의 두 뿌리.

사람이 '그곳'을 가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아래는 책에서 인용.

 

 

글을 쓴다는 건 힘든 일이다. 명료한 문장은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심지어는 세번째까지도 적절한 문장이 나오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절망의 순간에 이 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글쓰기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글쓰기가 정말로 힘들기 때문이다. (24)

 

 

이 이야기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언제나 써야 할 것보다 많은 자료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글의 힘은 가장 도움이 되는 일부분을 추려내기 위한 여분의 자료가 얼마나 많으냐에 비례한다. 평생 자료만 수집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느 시점에서는 조사를 마치고 글쓰기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59)

 

 

이런 종류의 여행기를 써보는 연습을 하자. 그렇다고 모로코나 몸바사까지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의 쇼핑몰이나 볼링장, 탁아소도 좋다. 다만 어느 장소건 그곳만의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있을 만큼은 자주 가보아야 한다. 그 특별함은 대개 그 장소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조합된 것이다. 집 근처 볼링장이라면 내부 분위기와 주로 찾아오는 사람들, 외국의 어느 도시라면 고대의 문화와 현재의 주민들이 그 특별함을 이룰 것이다. 그것을 찾자. (105)

 

 

미국의 실업계는 쉬운 말을 편안하게 사용하는 곳이 아니다. 글 한 줄 한 줄에 허영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 지위가 높건 낮건 관리자들은 문체가 단순하면 생각이 단순하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사실 단순한 문체는 고된 노력과 사고의 결과다. 문체가 엉망인 글을 쓴 사람은 자기 생각을 제대로 가다듬지 못할 정도로 생각이 뒤죽박죽이거나 오만하거나 게으른 사람이다. 글은 여러분에게 거래나 돈이나 선의를 제공할 누군가에게 여러분을 알릴 유일한 기회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글이 현란하거나 거만하거나 모호하면 여러분도 그런 사람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글을 읽은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157)

 

 

좋은 평과 좋은 비평에 모두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은 제시할 수 있다.

먼저, 비평가는 자신이 평가하는 매체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 영화는 죄다 시시하다고 생각한다면 영화에 대해 써서는 안 된다. 독자는 지식과 열정과 편애를 키워줄 영화광의 글을 읽을 권리가 있다. 비평가가 모든 영화를 다 좋아할 필요는 없다. 비평이란 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니까. 그러나 비평가는 모든 영화를 보러 갈 때 그 영화를 좋아하게 되기를 바라야 한다. 즐거울 때보다 실망할 때가 더 많다면, 그것은 그 영화가 최선의 가능성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이든 곱지 않게 보는 것을 자랑으로 삼는 비평가의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 그는 '카프카적인'이라는 단어를 입 밖에 내는 것보다도 더 빨리 싫증을 느낀다. (162-163)

 

 

 

이 비평은 최고다(위). 멋지고 비유적이고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 글은 우리의 신념 체계를 건드리고 그것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비평은 대개 그래야 한다.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열쇠구멍이라는 적확하고도 신비한 은유다. 그러나 한 나라의 가장 강력한 매체가 자국이 수행하고 또 확대하고 있는 전쟁에 대해 자국민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했느냐 하는 근본적인 질문은 그대로 남는다. 이 칼럼은 미국인 대부분이 아직 베트남전쟁을 지지하던 1966년에 연재되었던 것이다. 만일 텔레비전이 열쇠구멍을 넓혀 물결치는 옷자락뿐 아니라 잘려나간 목과 불에 타버린 아이를 보여주었더라면 사람들은 더 일찍 전쟁 반대로 돌아섰을까? 답을 알아보기에는 너무 늦었다. 하지만 적어도 비평가 한 사람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비평가는 우리가 자명하다고 여기는 진실이 더 이상 진실이 아닐 때 그것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169)

 

 

모트 살(Mort Sahl)은 미국이 조용히 안정을 누리려던 1950년대 아이젠하워 시대에 깨어 있었던 유일한 희극 배우였다. 많은 사람들이 살을 냉전주의자로 보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이상주의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누군가를 비판한다면, 그것은 내가 나쁜 것을 바꿀 좋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비트제너레이션(1950년대 미국에서 대두한 보헤미안적 문학 예술가 세대)처럼 '난 개입하지 않을 테니 딴데 가보시오'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여기 있으며 개입한다(If I criticize somebody, it's because I have higher hopes for the world, something good to replace the bad. I'm not saying what the Beat Generation says: 'Go away because I'm not involved.' I'm here and I'm involved)."

진지한 유머를 쓰고 싶다면 "나는 여기 있으며 개입한다"라는 말을 신조로 삼자. 유머 작가는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시사적인 문제에 깊이 뛰어든다. 그들은 대중과 대통령이 듣고 싶지 않은 것을 말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비위에 맞지 않는 일을 해야 한다. 아트 버크월드와 개리 트루도는 매주 한 번 용감한 일을 감행한다. 그들은 일반 칼럼니스트들은 차마 할 수 없지만 할 필요가 있는 말을 한다. 다행인 것은 정치인들은 유머에 능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보다 더 어리둥절해한다는 것이다. (181-182)

 

 

이 글이 왜 끔찍한지 애써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한마디로 조잡하고, 진부하고, 장황하다. 언어를 깔보는 태도가 있다. 가식적이다(나는 '아시겠지만'이라고 쓰는 사람의 글은 더 읽지 않는다). 그러나 성긴 글에서 가장 딱한 점은 제대로 된 글보다 읽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글은 독자의 여행을 편하게 만들어주려 한 나머지 천박한 속어, 조악한 문장, 내용 없이 철학자인 체하기 같은 이런저런 방해물을 길에 늘어놓고 만다. 화이트의 글은 훨씬 읽기 쉽다. 그는 문법이라는 도구가 오랜 세월 동안 그저 우연히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안다. 문법은 독자들이 알게 모르게 크게 의지하는 버팀목이다. E. B. 화이트나 V. S. 프리쳇의 글이 너무 훌륭하다고 해서 읽기를 그만두는 독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글쓴이가 자신을 깔본다고 느끼면 책을 덮어버릴 것이다. 선심 쓰는 체하는 필자를 참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상의 언어에 대한, 그리고 최상의 독자에 대한 경의를 품고 쓰자. 성긴 문체를 쓰고 싶은 충동이 너무 강하다면, 자신이 쓴 글을 큰 소리로 읽어보면서 자신의 목소리가 듣기 좋은지 직접 느껴보자. (205)

 

 

여기에서 논픽션 작가가 얻을 만한 교훈은, 자기 과제에 대해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듀본』에 쓰는 글이라고 해서 꼭 자연에 대한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카 앤 드라이버』에 글을 쓴다고 해서 꼭 자동차에 대해서만 쓸 필요는 없다. 써야 할 주제의 범위를 넓혀서 그것이 여러분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보자. 자신의 삶을 거기에 가미하자. 여러분이 쓰기 전까지는 여러분의 이야기가 아니다. (221)

 

 

논픽션 작가라면 비행기를 자주 타야 한다. 흥미로운 주제가 있으면 쫓아가야 한다. 다른 지역이든 다른 나라든 찾아가봐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찾아오지는 않는다.

먼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정하자. 그리고 하기로 결정하자. 그리고 하자. (257)

 

 

아버지에게서 선물을 하나 더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내 길을 떠난 한참 뒤의 일이었다. 그것은 좋은 품질은 그 자체가 커다란 보상이라는 뼛속 깊은 신념이었다. 나 역시 글을 팔기 위해 돌아다닌 적이 없다. 집 안에서 글을 좋아한 분은 어머니였지만 -책 수집가, 영어 애호가, 현란한 편지 문장가로서- 내가 장인의 윤리를 배운 것은 사업의 세계에서였다. 오랫동안 일하면서 고쳐 쓴 것을 끊임없이 고쳐 쓰고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는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글을 쓰려고 애쓰는 자신을 볼 때면, 셸락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내 속에서 들여온다.

최선을 다해 잘 쓰는 것 외에도, 나는 최대한 재미있게 쓰고 싶었다. 야심만만한 작가들에게 어느 정도는 자신을 엔터테이너로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카니발이나 곡예나 광대를 연상시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즐거운 글을 써서 신문이나 잡지에서 돋보여야 한다. 여러분의 글쓰기를 엔터테인먼트로 끌어올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대개 독자들에게 즐거운 놀라움을 주는 것이다. 유머, 일화, 역설, 뜻밖의 인용, 강력한 사실, 특이한 디테일, 우회적인 접근, 단어의 우아한 배열 등 어떤 것이든 좋다. 사실 재미를 위해서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것들이 바로 여러분의 문체가 된다. 우리가 어떤 작가의 문체가 좋다고 할 때, 우리는 그가 종이 위에 표현하는 그의 개성을 좋아하는 것이다. 함께 여행할 친구를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는 대개 여행을 밝게 만들어줄 만한 사람을 택하게 마련이다. 작가는 우리에게 함께 여행을 가자고 권하는 사람이다. (275)

 

 

성실한 필자에 대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정의는 조 디마지오에게서 얻은 것이다. 그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말이다. 디마지오는 내가 본 최고의 선수이며, 누구도 그만큼 편안하게 경기하는 이는 없었다. 그는 외야에서 광범위한 수비 영역을 책임졌으며, 우아한 걸음으로 움직였고, 언제나 공보다 앞서 와 있었으며, 가장 어려운 공도 아무렇지 않게 잡았고, 타석에서 엄청난 힘으로 공을 쳐내면서도 전혀 애를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의 힘들이지 않는 듯한 모습에 감탄했다. 그것은 매일같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어떻게 하면 늘 그렇게 잘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늘 제가 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관중석에 적어도 한 명은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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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실전적 문장비법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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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가 말하는 낱말 찾기, 속성 찾기, 본성 찾기 같은 준비 작업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이것이 꼭 픽션을 쓰는 작가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겠지.

 

반납 전에 몇 마디 옮겨 적는다.

 

나쁜 놈은 좋은 글을 쓰지 못한다.

어떤 놈이 나쁜 놈일까.

나는 딱 한 가지 부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바로 나뿐인 부류다. 그러니까 나뿐인 놈이 바로 나쁜 놈이다. 개인적으로는 나뿐인 놈이 음운학적인 변천과정을 거쳐 나쁜 놈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남들이야 죽든말든 자기만 잘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들은 무조건 나쁜 놈에 속한다. (52)

 

허영 중에서도 글쓰는 사람들이 특히 매력을 느끼는 허영이 지적(知的) 허영이다. 여기에 빠지게 되면 창작을 하더라도 보고서나 논문을 연상시키는 문장들을 구사하게 된다. 소화되지 않은 학문, 소화되지 않은 철학은 글쓴이를 위선자로 만들기도 하고 읽는 이를 청맹과니로 만들기도 한다. 허영은 국어사전 그대로 겉치레에 불과하다. 알맹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된 문장. 끊임없이 열거되는 전문용어. 철학적인 사고나 지적인 이론으로 점철된 문장. 지나치게 남발되는 외국어. 이런 허영들을 도구로 사용해서 자신이 돋보이기를 바라지 말라. 허영은 자신의 정신적 빈곤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가식이나 욕심과 마찬가지로 문장의 생명력과 설득력을 말살시킨다. (111)

 

그대가 고작 밥을 먹기 위해서 글을 선택했다면 단언컨대 그대는 밥조차 먹기 힘든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대의 의식을 밥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 채우지 말고 그대의 의식을 글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채우라. (145)

 

스케치의 단계는 바둑에서 포석의 단계와 같다. 포석의 단계를 무시해 버리고 다짜고짜 전투를 감행하면 대부분 하수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스케치는 친한 친구에게 말하듯이 구어체로 거침없이 써내려 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가급적이면 정치법에 의거한 단문을 사용하자. 이 단계에서 간혹 헛소리를 늘어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나중에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고 결말에 이를 때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써내려 가도록 하라. (162)

 

다양한 수사를 구사하는 것보다 정확한 수사를 구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설픈 수사를 구사한 문장은 차라리 죄악에 가깝다. 어설픈 수사법을 구사하느니 담백하고 정직한 문장을 구사하다. 그대가 문장을 꾸미고 싶을 때 수사가 그대를 도와줄 것이다. 그러나 어설픈 겉멋이 그대를 수렁에 빠뜨릴 우려가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라. (176)

 

직유법이 음료수와 흡사하다면 은유법은 발효차와 흡사하다. 직유법은 문장을 경쾌하고 신선하게 만들어주고 은유법은 문장을 심오하고 운치 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적절하게 활용할 경우에만 그러하다.

직유법과 은유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싶다면 먼저 속성찾기와 본성찾기에 주력하라. 직유법은 속성에 근거를 두고 있고 은유법은 본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178-179)

 

활유법: 무생물을 생물처럼 표현하는 기법이다.

- 날이 저물자 산그림자가 마을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의인법: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처럼 표현하는 기법이다.

- 전봇대가 밤새도록 치통을 앓고 있었다.

- 봄바람에 머리카락을 풀어 헤치고 둑길을 허청허청 걸어가는 수양버들. (180-181)

묘사적 문체는 감각의 정밀성을 요구한다. 평소 사물을 건성으로 보아 넘기는 습관을 버려야만 묘사적 문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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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처럼 써라 - 헤밍웨이, 포크너, 샐린저 외 18인의 작법 분석
윌리엄 케인 지음, 김민수 옮김 / 이론과실천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읽는 거 참 오래 걸렸다. 여러 번 연장해서 겨우 마쳤다.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 아무래도 여러 작가와 작품들을 분석한 책이라 한숨에 다 읽게 되지는 않는다.

 

픽션을 어떻게 써야하는가, 거장들의 위대한 작품들은 왜 읽히며 왜 찬사를 받는가 알려준다.

나아가 픽션작가가 되려면 이들의 작품을 모방하여 쓰라고 말한다.

거장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준 문체와 이야기 전개방식, 복선, 상징, 미스터리, 서스펜스 등등을 그대로 차용해서 내 작품에 사용하라는 것이다.

 

물론 소설을 쓰기 위한 참고서로도 훌륭하지만 그 소설들이 '왜' 재미있는지, '어떻게' 쓰였는지 분석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나면 소설을 읽어도 좀더 분석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학 비평가나 비판적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겠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구입해서 두고두고 밑줄 치며 읽어야 할 것이며, 그저 독자로서 소설을 즐기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읽어보면 괜찮을 거 같다.

소설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거 관심 없고 그저 감정이입되는 상태를 즐기는 사람한테까지 권하고 싶지는 않다.

 

몇 군데 책에서 옮겨 본다.

 

멜빌을 공부한 작가도 멜빌과 똑같은 문학적 장치를 시도해볼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기억하라, 권투선수들은 결코 "오, 나는 잽은 사용하지 않을 거야. 그건 무하마드 알리의 기술이거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67)

 

언젠가 몸은 젊은 작가들에게 이런 충고를 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인생의 모든 우여곡절을 겪어 봐야 한다. 우여곡절은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찾아오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서 찾아라. 때로 정강이가 까질 수도 있지만, 그런 경험을 언젠가는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몸이 서른 편의 희곡을 포함하여 엄청난 분량의 작품을 쏟아낼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수많은 인생 경험과 매일매일의 규칙적인 글쓰기가 있었다.

몸은 명상에도 관심이 많았다. 여러 가지 명상법 중에서 몸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명상을 수행하는 방법을 글을 쓸 때 적용했다. 작가는 책상 앞에서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하루 종일 쓴다. 생각에 잠길 때나 책을 읽을 때, 그리고 무언가를 경험하고 있을 때 작가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글쓰기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작가는 항상 자신이 받은 인상을 가슴 속에 저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글쓰기와 연관시키는 습관은 훈련과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146-147)

 

요컨대 작가에겐 여과 시간이 필요하다. 여과 시간이란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심사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머릿속에서 충분한 리허설을 거치고 나면 실제 작품을 쓸 때 힘들이지 않고 더 빨리 쓸 수 있다. (375)

 

흥미진진한 소설을 쓰고 싶다면 (톰) 울프의 예를 따르라. 당신의 등장인물을 아기처럼 살살 다루지 마라. 특히 주인공을 부드럽게 다뤄서는 안 된다. 작가가 주인공(대개 작가 자신의 무의식적인 정신세계를 대변하는 인물)에게 지나치게 많은 연민을 품게 되면 울프가 찰리에게 그랬던 것과 달리 당신의 주인공을 고통에 빠트리는 데 망설이게 된다. 주인공이 수치심과 모욕, 불안과 동요, 추락을 경험케 하라. 그렇게 하면 독자의 관심은 주인공에게 쏠릴 수밖에 없고,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독자 자신이 처한 상황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효과를 거두려면, 즉 주인공을 갈수록 정신적으로 비참하게 만들고 사나운 운수가 목을 조여 오게 만들려면 주인공의 무의식 속으로 침투하여 내면 깊은 곳에서 느끼는 고통을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일단 주인공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법을 배우고, 그런 다음 주인공 옆에 바짝 붙어 다니며 그의 머릿속을 낱낱이 파헤칠 줄 알아야만 비로소 소설가나 작가로서 최고의 작품을 써낼 수 있다. 캐릭터의 본질에 도달하는 것이야말로 글쓰기의 본질이다. 이는 문학이 음악이나 영화, 연극보다 훌륭한 매체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캐릭터의 본질에 도달하는 것은 글쓰기의 본질에 도달하는 것이다. 울프는 이 명제를 가장 훌륭하게 증명하는 작가다. (395-396)

 

 

인용해 두고 싶은 글들이 매우 많지만 세세한 기교에 대한 설명들이라 너무 길고 번거롭다.

다만 책에 소개된 작가들 가운데 작품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진 이들만 나열해 보자.

 

찰스 디킨스, 허먼 멜빌, 레이 브래드버리, 플래너리 오코너,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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