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위영공 편에서 공자는 말했다.

 

더불어 말할 만해도 더불어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인재를 잃게 되고, 더불어 말을 하지 못할 만한데도 더불어 말을 한다면 말을 잃게 된다. 지혜로운 사람은 인재를 잃지 않고, 또 말을 잃지도 않는다.

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知者不失人, 亦不失言. (김, 283)

 

더불어 이야기할 만한데 더불어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다. 더불어 이야기할 만하지 않은데 더불어 말하면 말을 잃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을 잃지않고 또한 말도 잃지 않는다.

(해설)… 바른 사람을 만났다면 바른 말을 적극적으로 전달하여 널리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바른 말임에도 불구하고 타자와 소통하지 않고 자신만이 간직한다면, 말은 그대로 간직할 수 있으나 바른 말이 전파될 수 없고 사람마저 잃은 꼴이 된다. 그릇된 사람이라면 아예 말을 꺼내지 않아야 한다. 그릇된 사람에게 바른 말을 던져 봐야 왜곡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 어떤 말을 던질 수 있는지, 의사소통의 맥락은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신, 376)

 

 

살다 보면 같이 말을 섞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 그런 경우 가장 올바른 처신은 아예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나도 알고 있고, 또 실천하려고 노력도 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말을 잃지는 않았지만 사람까지 얻지는 못했다. 공간과 시간의 제약으로 사람들 만나는 게 쉽지가 않다. 

말을 잃지 않는 것은 어찌어찌 나 혼자 해 볼 수 있겠지만, 사람을 잃지 않는 것은 나 혼자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 더 어렵다. 사람도 잃지 않고, 말도 잃지 않으려면 좋은 벗을 만나서 이야기해야겠다.

 

좋은 벗이 알아서 나에게 찾아와 주지 않는다. 내가 찾아 나서야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사람을 찾아 나설 처지가 아니라면 책이라도 찾아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책 속에는 사람이 있고, 말이 있으니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쌩 2015-05-28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한권 읽을 때 마다 새로운 벗을 사귀고 대화하게 되니,그만남이 현실에서 만나는 군상들보다 못할게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많이 좋은 책과 만나고 연애하시길 바랍니다 ^^

돌궐 2015-05-28 23:54   좋아요 0 | URL
덕담 감사합니다. 제가 쓴 이 글이 위선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cyrus 2015-05-28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사람을 만나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좋은 사람인줄 알고 만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그 사람의 면모를 잘못 알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허무하죠.

돌궐 2015-05-28 23:57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러면 힘들겠죠. 가장 가까웠던 사람한테서 실망을 느낄 때도 있더라구요.ㅜㅜ
 

 

 

 

 

 

 

 

 

 

 

 

 

 

 

변지의 군이 천 리 길을 걸어서 나를 찾아왔기에 그 뜻을 물어보니 문장 공부를 해 보겠다고 하였다.

마침 이날 우리 집 아이가 나무를 심기에 나는 그 나무를 가리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사람에게 문장이란 나무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를 심을 때 우선 뿌리에 북을 주고 줄거리를 바로 세워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이 무성해지면 거기에서 꽃이 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무를 잘 가꾸지도 않고 꽃만 보려고 서둘러서는 안 된다.

나무뿌리를 북돋우듯 자기 마음을 바로잡고, 줄거리를 바로 세우듯 자기 몸을 수양하고, 진액이 통하듯 경전을 깊이 연구하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듯 학식을 넓히고 기교를 연마하여 마음속에 든든하게 쌓은 다음에 마음에 품은 것을 표현하면 곧 글이 되는 것이며, 사람들이 보고 훌륭한 문장이라고 말할 것이니, 이것이 진정한 문장이다. 문장의 길만을 따로 떼어서 성급하게 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대 돌아가서 탐구해 보면 자신에게도 훌륭한 스승이 있을 것이다."

 

- '변지의에게 주는 말[爲陽德人邊知意贈言]'에서, 『여유당전서』

 

 

<우리 겨레의 미학 사상> 330-331쪽에 나오는 정약용 선생의 이야기다.

가만히 따져 보니 나는 아직 진액도 제대로 안 통하는 수준이다. 그러므로 '뿌리에 북을 줘야' 하겠는데, 여기서 말하는 북을 준다는 게 무슨 말인지 몰라 사전을 찾아보니 '흙으로 뿌리를 덮어준다'는 뜻이었다. 

과연, 뿌리가 흙 속에 있지 못하고 허공에 드러나 있으면 양분을 제대로 흡수할 수가 없겠지.

땅 속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야 진액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연암의 글쓰기 특강
    from 突厥閣 2015-06-07 01:32 
    자기 전에 읽는 책에 <우리 겨레의 미학사상>도 포함시켜서 조금씩 읽고 있는데, 조금 전에 잠깐 박지원 글을 읽다가 빨려들듯이 그의 글들(228-291쪽)을 모조리 다 읽다. 내처 초록 작성까지 마쳤다. 박지원 선생에게 공부와 글쓰기에 대한 핵심적인 조언을 들은 기분이다. 몇 줄 옮겨 본다. 글이란 것은 뜻을 나타내면 그만일 뿐이다. 제목을 놓고 붓을 잡은 다음 갑자기 옛말을 생각하고 억지로 고전의 사연을 찾으려 뜻을 근엄하게 꾸미고 글자
 
 
 














에이미 커디는 말한다. 

"몸은 마음을 바꾸고 마음은 행동을 바꿀 수 있습니다. 또, 행동은 결과를 바꿀 수 있습니다." (143) 


(에이미 커디가 석사과정을 그만둔다고 하자) “자네는 절대로 그만두지 않을 걸세. 왜냐하면 내가 그쪽에 걸었거든.” 지도교수가 답했다. “계속 공부하게. 그것이 자네가 할 일이네. 잘하는 척하게. 앞으로 해야 할 모든 발표를 그렇게 하게. 그냥 하면 돼. 긴장해서 토할 것 같고 몸이 안 움직이고 이른바 ‘멘붕’이 와도, 잘하고 있는 양 그냥 하고 또 하게.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로 잘하고 있는 자신을 볼 걸세.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어머나 세상에, 내가 잘하고 있네. 잘하는 사람이 되었네. 정말로 잘하고 있네!” (145-146) 

* 이하 영문은 TED에서 찾은 연설 원문에서 옮김. 

"You are not quitting, because I took a gamble on you, and you're staying. You're going to stay, and this is what you're going to do. You are going to fake it. You're going to do every talk that you ever get asked to do. You're just going to do it and do it and do it, even if you're terrified and just paralyzed and having an out-of-body experience, until you have this moment where you say, 'Oh my gosh, I'm doing it. Like, I have become this. I am actually doing this.'"


“여러분께 드릴 말씀은, 그렇게 할 수 있을 때까지 그런 척 말고,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될 때까지 그런 척하라는 겁니다.” (146) 

And so I want to say to you, don't fake it till you make it. Fake it till you become it.

 

#

Amy Cuddy TED 연설 동영상

http://www.ted.com/talks/amy_cuddy_your_body_language_shapes_who_you_are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쌩 2015-05-13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고 긍정하고 행복한 사람처럼 행동하다보면 어느덧 그런사람이 될 수 있겠네요ㅎ
갑자기 은사님 이야기가생각나네요.늦은나이에 유학와서 힘들다,죽네사네 하셨고
음악도 허구헌날 슬픈음악만 들었더니,어느덧 노래가사가 자기 삶이 되어있더라네요.
평소품는 생각이란게 정말 중요한것 같아요~

돌궐 2015-05-13 06:58   좋아요 0 | URL
말씀 듣고 나니 좀더 행복하게 힘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굽혔던 허리도 다시 펴고, 가슴을 펴고, 목소리도 크게 내야겠어요.^^
 

 

 

 

 

 

 

 

 

 

 

 

 

 

 

블랙 씨가 말했다. "언젠가 러시아의 한 마을에 취재차 간 적이 있었단다! 도시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예술가들의 공동체였지! 마을 곳곳에 그림들이 걸려 있다고 들었어! 온통 그림으로 덮여서 벽이 안 보일 정도라고 했지! 천장이며, 접시며, 창문이며, 전등갓에까지 그림을 그린다는 거야! 그건 반역 행위였어! 표현 행위이기도 하고!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문제가 아니었어!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세상에 그 얘기를 전해야 했어! 그런 것들을 취재하는 게 내 삶의 목적이었지! 그런데 스탈린이 그 마을을 찾아냈어! 그는 내가 도착하기 불과 며칠 전에 자기 부하들을 보내서 화가들의 팔을 모조리 부러뜨렸지! 그들한테는 차라리 죽는 편이 더 나았을 거야! 끔찍한 광경이었단다, 오스카! 조잡한 부목을 팔에 대고 앞으로 똑바로 늘어뜨린 좀비 같은 꼴이라니! 그들은 손을 입으로 가져갈 수가 없어서 밥도 먹지 못했단다! 그들이 어떻게 했을 것 같으냐?" "굶었나요?" "서로 밥을 먹여주었어! 그게 지옥과 천국의 차이지! 지옥에서는 굶주린단다! 천국에서는 서로 먹여주지" "전 내세를 믿지 않아요." "나도 안 믿는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믿어!" (225-226)

 

아빠는 오스카에게 센트럴 파크에 대해 구라를 치면서 이런 얘길 한다.

"흠 잘됐구나. 반박할 수 없는 증거란 없거든. 믿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을 믿게 만들 방법은 없단다. 하지만 믿고 싶어 하는 사람이 믿음을 잃지 않게 해줄 실마리는 무수히 많지." (3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성제(苦聖諦): 괴로움의 진리

 

사성제(四聖諦)란 괴로움[苦]과 괴로움의 원인[集]과 괴로움의 소멸[滅]과 괴로움을 소멸하는 길[道]에 대한 가르침이다. 그래서 이를 줄여서 고·집·멸·도,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 즉 사성제라고도 한다. 이 네 가지는 서로 원인과 결과를 이루며, 고통의 세계와 고통을 여읜 열반의 세계가 대비를 이루고 있다. 


먼저 고성제를 보자. 그것은 괴로움에 대한 성스러운 진리라는 의미이다. 왜 고통이 성스러운 진리일까? 그것은 고통을 바로 보고 느낄 때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인에서도 설명했듯이, 인간은 생로병사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에게는 이 네 가지 고통 외에도 여러 가지 고통이 있다. 생로병사의 고통을 네 가지 고통이라고 해서 사고(四苦)라고 한다. 이 네 가지 고통에 더하여 여덟 가지 고통이 있는데, 그것을 팔고(八苦)라고 한다. 그것은 사고(四苦)와 더불어 원증회고(怨憎會苦), 애별리고(愛別離苦), 구불득고(求不得苦), 오취온고(五取蘊苦)를 말한다. 원증회고는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고통이요, 애별리고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이다. 구불득고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고통이요, 오취온고란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생존 그 자체가 고통이라는 의미다.

-『불교개론』, 113-114쪽.  

 

 

 

사는 것은 다 고통이다. 사랑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모두 괴로움의 원인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보고 싶고, 보고 싶은데도 보지 못하니 괴롭다.

죽을 만큼 보고 싶은데도 볼 수 없는 괴로움. 그건 아무도 위로할 수 없는 거다.

이미 떠난 사람을 그들의 품으로 되돌려놓기 전까지는.

 

어쭙잖게 돌아간 이들을 추모한다며 경거망동 말자.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을 씻어내기 위해 아무리 요란한 굿판을 벌인들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

내가 해야 할 일들이나 똑바로 하고 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