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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하게 가르치지 않는가 - 지나친 관용으로 균형 잃은 교육을 지금 다시 설계하라
베른하르트 부엡 지음, 유영미 옮김 / 뜨인돌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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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을 본 순간, 난 이 책을 읽으며 반성을 많이 하게 될 거라 확신했다. 162 페이지의 얇은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20개 넘게 붙였다. 사실 더 붙이고 싶었지만 이 책 자체가 나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인정하기로 했다.


4살 여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나는 사실 방목형에 가까웠다. 그냥 두고 볼 때가 많았다. 물론 이런 방향을 가지게 된 것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난 결과이다. 요즘 육아 트렌드는 엄하게 가르치는게 아니다. 오히려 자유를 중시하고, 부모가 편해야 하고(부모가 편해야 아이도 편할 수 있다는), 아이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며,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키우는 것이 요즘 육아 트렌드다. 나도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하나의 인격으로 생각하고 부모의 방식을 주입시키지 않는. 하지만 육아에는 정답이 없듯 이것도 정답은 아니었다.


자유를 준다. 그리고 내가 편해야하기 때문에 무질서해진다. 예를 들면 TV를 보여주는 건 아이가 좋아하고 내가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죄책감이 든다. 내가 그 시간에 아이와 놀아줬다면, 이렇게 되면 TV를 보여주는 룰을 정해도 지켜지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일관성 없는 육아를 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엄하게 가르쳐도 괜찮다고 말한다. 부모는 권위가 있어야 하며, 아이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모든 문제를 아이와 상의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벌을 주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요즘은 아이가 잘못했을 때 엄하게 설명하는 엄마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많다. 나 또한 그랬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엄마가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런 부분은 자칫하면 부모의 권위를 떨어뜨릴 수 있다.


p.20

세 살배기 아이가 떼를 쓸 때, 아이에게 손을 대지 않고 견디려면 상당한 자제력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떼를 쓰고 울더라도 금방 양보하지 않고 장소와 무관하게 원칙을 끝까지 밀고 가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슈퍼마켓, 식당, 전철이나 기차에서는 부모가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양보하기 쉽습니다.


p.33

힘들게 일한 아버지가 퇴근하면 자녀들은 아버지의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원합니다. 시간을 낸다는 것은 아이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 주고, 함께 뭔가를 만들고, 책을 읽어 주고, 게임을 하고, 그냥 뒹굴며 노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을 읽으며 편히 쉬고 싶지만,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에는 이런 꿈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들을 위한 시간에 자리를 내주어야 합니다.


절대로 아이들에게 지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복종과 지배는 아이를 키우면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아이가 싫다고 하는데 뽀뽀를 한다거나, 아이의 의사와 반하는 것을 강압적으로 명령을 하기도 한다. 작가는 복종과 지배라는 단어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지만 진정한 권위가 만들어 내는 지배는 누군가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게 아니라 합당한 리더십으로 누군가를 완벽하게 보호해 주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부모의 힘은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권위가 된다. 이 책에서는 특히, 보호라는 측면에서 복종과 지배를 이야기한다. 권위는 두려움이 아니라 신뢰를 만든다고 말한다. 그 신뢰는 아이를 안정되게 하고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만든다고.


질서를 만들고,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벌을 만든다. 벌은 아이들에게 반드시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만든다. 그래서 규칙을 지키려고 애쓰고 학교나 가정의 질서가 유지된다. 벌은 예방의 효과도 있지만 용서의 기능도 있다. 잘못에 대해 벌을 받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하고 그에 따른 벌을 받게 된다.


부모의 자녀 양육의 목표는 아이들을 가능하면 일찍 자립시켜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예쁜 걸 어떻게 시집을 보낼 수 있냐고 말하는 나에게 경종을 울린다.


이 책이 다 옳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요즘 육아 트렌드와 비교하여 읽어볼 만 한 책이다. 아니, 읽어봐야 할 책이다. 부모가 잊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다시 상기를 시켜준다. 왜 엄하게 가르지치 않는가에 대해서 부모에게 묻고 있다.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게 아니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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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이 뒤바꾼 자폐의 삶
존 엘더 로비슨 지음, 이현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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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사실에 기반한 소설인가, 아니면 경험담을 쓴 책인가, 연구 보고서인가? 헷갈렸다. 무려 443 페이지의 책을 읽었는데,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자폐에 대한 관심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소제목으로 짧게 나누어진 책의 구성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은 자폐의 진단을 받고도 여러 방면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음향, 자동차 엔지니어일 뿐 만 아니라 책도 쓰고, 사진도 찍고, 강연도 하고 돈도 많이 벌고, 심지어 결혼도 3번을 한다. 일반 사람(자폐 진단을 받지 않은)도 하기 힘든 일을 해 냈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폐의 삶은 아니다.  


p.37

감정적인 반응이 결여됐다는 사실이 무관심 또는 도덕적 관념의 부재와 같은 의미는 아니다. 물론 나는 선악의 구별은 잘했다. 다른이에게도 최대한 올바르게 대했다. 단지 내 감정적 능력이 제한적이라 남들의 기대에 맞게 행동하지 못할 뿐이었다.


자폐 진단을 받은 사람을 종종 보게 된다. 자폐 그리고 우울증, 기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 사람들은 감정이 둔마된다고 한다. 감정이 없거나 감정이 부적절하다. 하지만 주인공이 말했던 것처럼 무관심이나 도덕적 관념의 부재는 아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 대인관계가 지속되지 않는 것보다. 대인관계 자체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p.94

뇌과학을 잠깐 공부해서 알아낸 게 있다면, 뇌 속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원인을 찾아내고, 해결방법을 찾아내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인공도 TMS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건 해결방법에 있어 뭔가 새로운 걸 찾아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둔마된 감정을 다시 찾게 되고(완전하진 않지만) 그 감정을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좀 더 성숙해 진다. 하지만 완벽한 치료법은 찾을 수 없다. 주인공이 말했듯 뇌 속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p. 214

나는 인간의 마음 한편에는 매우 논리적인 사고가, 또 다른 한편에는 감정적 반응이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둘이 연속체를 이루는 거다.


주인공은 매우 논리적인 사고가 주를 이룬다. 감정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TMS 프로젝트를 하면서 감정을 찾게 된다. 원래부터 감정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감정을 담당하는 뇌가 자극되지 않아서, 혹은 감정을 담당하는 뇌를 논리적인 부분으로 다 써버려서..... 여러 방면으로 분석해도 딱 떨어지는 답은 없다. 주인공은 논리적인 사고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두 번째 결혼한 부인의 우울증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고, 아이러니하게 이런 상황이 결혼을 지속시키기도 했다. TMS 프로젝트 이후 감정을 찾게 되면서 부인의 우울증에 대해서도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고 이혼을 하게 된다. 특히, 타인의 감정을 알아채고 받아들이는 것도 다 좋은 게 아니라는 것.


p.406

결국 문제는 모든 차이점을 장애로 단정 짓는 데서 온다. 그건 틀렸다.


병을 진단을 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진단을 하게 되면 그 병명으로 사람을 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문제만 찾게 되고 문제만 보인다. 다름에서 오는 부분을 인정하기가 어려워 진다. 특히 자폐는 어떤 영역에 특출한 경우가 있는데, 치료의 입장에서 보니까 그 부분을 자꾸 억누르게 된다. 정신과적 질환은 양상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지금 있는 진단 안에 다 넣기도 어렵다. 그리고 보호자의 말, 환자의 말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진단을 하기 때문에 진단하는 것도 쉽지 않고 진단을 하더라도 그 진단이 100% 옳은 것도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너무 신기했던 건, 한 사람이 자신에 대해 관찰, 통찰, 분석하는 과정이 대단하다는 점이었다. 내가 한 말, 내가 한 행동, 내가 살고 있는 모습 등에 대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분석한다. 처음에는 이성적, 논리적으로만 탐구하다가 TMS 프로젝트 이후로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도 탐구하게 된다. 한 사람이 성숙해지는 과정은 병명이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자신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것 같다. 또한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자신을 내던지는 주인공을 보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자폐에 대한 치료방법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해, 자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는, 지금까지의 삶이 180도 바뀔지도 모르는 TMS 프로젝트에 기꺼이 들어간다. 흥미진진하다. TMS를 한 번, 두 번..... 하면서 주인공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믿겨지지 않는다. 작가가 자폐라는 것도. 훌륭한 책이다.


자폐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 주변에 자폐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한다. 뇌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도 꼭 읽어보길 바란다. (TMS 총 책임자 알바로 교수는 정말 일관적인 태도로 주인공을 대한다. 친절하게, 자세하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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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 노회찬이 꿈꾸는 정치와 세상
노회찬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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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나는 한 정치인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내 기억에 남는 사건이었다. 사실 난 정치를 그리고 정치인을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노회찬 죽음 이후에 사람들의 반응, 특히 서민들의 반응은 노회찬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남편에게 물었다. 노회찬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주 조금 알게 되었다. 너무 늦었지만 말이다.


책 표지에 있는 손석희 JTBC 앵커의 말이 마음을 울린다. '노회찬은 앞과 뒤가 같은 사람이고,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입니다.'


이 책을 통해 노회찬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졌다. 책은 생전에 노회찬이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부분, 노회찬의 지인의 회고록, 노회찬의 연설문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사실, 인터뷰 내용은 정치를 잘 모르는 내가 읽었을 때 쉽진 않았다. 하지만 어떠한 사안에도 노회찬의 대답에서 서민을 향한 마음이 있다는 건 확실히 느껴졌다. 사람들이 노회찬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서민의 삶에 들어가 서민의 이야기를 듣고 서민들을 위해 일했다는 것이 이 책에 잘 씌여져 있다.


p.137

대학 서열과 학력 차별이 없고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받을 수 있는 나라, 지방에서 태어나도 그곳에서 교육받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데 아무 불편함이 없는 나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나라, 인터넷 접속이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국민이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는 나라 


노회찬은 차별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삶에 대해서 그리고 기득권의 수많은 문제에 대해서도 파헤치고 알리는 일에 대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득권은 나누고, 서민들은 살만한 세상이 오길 바랬던 것 같다. 서로 돕고 사는 사회. 삼성이 가지고 있는 재산은 우리나라 경제 하위 30%의 재산과 맞먹는다고 한다. 이 얼마나 큰 일인가.   


p. 152

노동 해방을 꿈꾸며 대학을 뒤고 하고 공장으로 떠나간 한 20대 초반 청년의 뜨거운 삶은 결국 아파트 계단 앞에서 종료한다. 그 과정을 생각하면 가슴에서 진한 감정이 들고,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노회찬이 별로 그렇게 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 같다.(우석훈, 경제학자)


자살을 했다고 해서 노회찬의 업적이 다 소용없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자살을 옹호하고 싶진 않다. 자살 자체는 매정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자살하기까지 그 사람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매우 외롭고 힘들다. 그리고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도 든다. 노회찬이라는 사람이 없는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해도 할말이 없지만 그래도, 아마도, 노회찬은 국민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다시는 정치인이, 아니 어떤 사람이라도 자살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너무 몰아가지 않았으면, 어떤 방법이라도 제시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난, 조금 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며, 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것이 진실인지에 대해서도. 노회찬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 노회찬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 노회찬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 노회찬이 정치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바라봤는지 알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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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하는 시간 - "삶이 힘드냐고 일상이 물었다."
김혜련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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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밥 하는 시간이라니, 이 시간은 나에겐 부정적인 상황인데 작가는 어떨까. 느낌으로는 밥 하는 시간이라는 제목이 작가에게는 부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난 어렸을 때에는 엄마가 밥을 해줬고, 대학교 다닐 때에는 내가 밥을 해 먹었고(물론 거의 밖에서 먹었지만.), 그리고 직장을 다닐 때엔 직장에서 먹고,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내가 밥을 하는 횟수가 늘었다. 지금은 아이를 보며 집에 있기 때문에 밥을 하는 일이 내 삶에서 최고인 시점이다. 나는 밥을 하는, 요리를 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빨리 만들고 얼마나 빨리 치우냐는 것이다. 밥 한끼에 대한 나의 인식이 어떤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생각이다. 식재료에 대한 이해도 없고, 요리에 소질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밥을 할래? 설거지를 할래? 라고 묻는다면 나는 고민없이 설거지를 택한다. 밥하는 일이 나에겐 즐겁지 않다. 아이 때문에 겨우 밥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p.19

"내가 하는 일이 곧 내 자신이다.를 집을 통해 알았다. 집을 청소하는 일이 나를 맑게 하는 일이고, 집의 고요가 나의 고요이며, 집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 나를 아름답게 하는 일임을 경험으로 체득한다." 


작가는 이혼을 하고 아이와 떨어지게 되는 상황, 건강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서 정신적으로도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내가 나의 몸을 돌보지 못했음에 대해 발견하고 삶의 방향을 다시 정하게 된다. 나 또한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하고 있는 모든 일이 너무 하찮게 느껴졌다. 그래서 바로 슬럼프가 왔고 온 가족이 힘들었다.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작가는 내가 하는 일이 곧 내 자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가 의미를 부여해야한다고 말한다.


p. 54

내 삶의 과제는 다른 아닌 밥을 하고 몸을 돌보는 일상의 사소한 일. 아무것도 아닌 일을 의식을 치르듯 경건하게 해내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밥 한끼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지에 대해서 알게 된다. 밥 하는 일이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지도. 내 스스로 밥 하는 일에 대한 가치가 낮기 때문에 그 행위도 의미가 없는 일이 되고, 발전하지 않으며, 노력하지 않았다. 한끼 때우는 것에 급급해서. 오히려 혼자 밥을 먹을 때 식탁은 가장 초라해 진다. 밥 하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 은은하게 다가온다.


나는 시골에서 사는 삶을 꿈꾼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나는 그렇다. 그리고 남편도 마찬가지고.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시골로 내려가 빡빡한 학교가 아닌 작은 시골학교에서 자유롭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뭐 해 먹을 거냐고 물으면 집 앞마당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 작은 농사를 짓고 싶다고 말하고, 자급자족의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내가 해보지도 않고 쉽게 말한 말들이 이 책에서는 실제로 일어난다. 밥 한끼 만드는 일도 의미가 없는데, 시골에 내려가 사는 일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인지에 대해 새롭게 느꼈다. 작가는 모든 걸 하나하나 이뤄간다. 그러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또한 사람들과 연대한다. 자신을 챙기고, 자신이 하는 일을 소중히 여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p.118

밋밋한 행위에서 빛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에 빛이 들어오기는 어렵다. 삶의 90페센트는 그런 밋밋한, 보이지 않는 것들이 지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할까? 당분간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 집안일을 해야한다. 질풍노도의 시기는 지나갔지만 내 마음 속에는 아직도 피해자의 느낌이 있다. 이 느낌을 더 지울 수는 없을까?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해 밋밋하다고 해도 의미를 부여하고 즐겁게 할 수 없을까? 이건 오로지 나와의 싸움이라는 것을 느낀다. 작가의 글에서 용기를 얻어 한 번 해보자. 내 삶이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읽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이 책에 나에게 더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일상을 자신의 언어로 쭉 써내려간 책이지만 기존의 에세이처럼 설렁설렁 읽혀지지 않는다. 뭔가 깊은 뜻을 찾아내며 읽어야 한다. 난 이런 책이 좋다. 쉬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책은, 육아로 인해 자신을 포기했던(포기했다고 생각한) 아이 엄마들, 자연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무언가에 지쳐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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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공무원 어쩌다 글쓰기 - 출퇴근길에서 만나는 노무현 대통령 막내 필사의 생각 모음
장훈 지음 / 젤리판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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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글을 쓰는 사람은 참 멋있다는 생각을 한다. 저자는 글을 쓰긴 하지만 자신은 알려질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가? 책을 읽고 나니 참 욕심이 없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공무원이 되고, 또 어쩌다 공무원이 되었다는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글쓰기를 계속 하기만 하면 아무 문제 없다는 듯.


책을 읽다보면 글을 어떻게 작성해야할지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알려준다. 그 중에 저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짧게 쓰라는 거다. 단문이 이해도 쉽고, 힘이 있다고 한다. 주어 하나에 술어 하나의 구조. 그래서 그런지 책이 시처럼 쓰여 있다. 간단하고 명료하다. 저자가 생각하는 것, 독자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게 바로바로 와닿는다. 나는 기껏해야 생활 글쓰기지만 자꾸 기교를 넣으려고 한다. 그래야 뭔가 있어보이고, 멋있게 보일테니까. 이게 바로 초보티를 내는 거라는 걸 모른 채.


이 책은 직장생활을 오래한 사람도, 사회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도 모두 읽어도 좋을 책이다. 생각해보니 저자는 욕심이 없어 보이는 것도 있지만 정도 많아 보인다. 자신이 걸어온 사회생활을 되돌아 볼 줄 알고, 알려주고 싶은 것도 많다. 청년들의 힘듦을 안타까워 한다. 그리고 도와주고 싶어 한다.  


p.191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인지 모른다.

"요즘 애들은 기초가 부족해."라고 흉보지 않고

선배들의 경험을 성심껏 알려주는 것이다.

"요즘 애들은 열정이 없어."라고 비판하지 않고

그 열정이 나올 수 있도록 동기부여해 주는 것이다.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라고 방치하지 않고

그들이 끝까지 할 수 있도록 옆에 있어 주는 것이다.

"요즘 애들은 불만만 많아."라고 냉소하지 말고

그들이 공정하게 느낄 수 있도록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회생활하면서 대인관계에 지친 사람도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통해 대인관계를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우리가 한 번 쯤 느꼈을만한 것들. 내가 대인관계에서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어 뜨끔했다. 난 생색내기 좋아하고 다시 받기를 좋아하는데 말이다.


p.148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배려는 배려로, 호의는 호의로 끝나야 하는데

그에 상응하는 상대방의 태도를 기대하게 된다.


공직에서 일을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욕심이 없어보이는 저자의 성향 때문일까? 저자는 투명함은 당당함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내가 참 마음에 들었던 문구다. 자기 일에 당당할 수 있다면 투명해지고, 더 투명해질수록 당당함은 커진다고 한다. 거짓이 없는 삶, 투명하게 나를 내보이는 일은 어렵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 삶으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나는 항상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력없이는 힘드니까.


노무현 대통령 가까이에서 일을 했다는 것도 참 부러운 일이다. 책 속에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추억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던 기억들이 가끔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참 반가웠다. 노무현 대통령이 저자에게 마지막으로 하셨던 말로 내 서평을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p.317

어디서든 잘 살아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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