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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유령들 ㅣ 안녕 청소년 문학 2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 지음, 김정하 옮김 / 풀빛미디어 / 2024년 10월
평점 :
작가의 전작 <도서관을 훔친 아이>를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믿음을 갖고 이 책을 선택했다. 제목과 책 표지만 봤을 때는 뭔가 복잡한 사건이 이어지는 시리즈물의 첫 권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뒷 표지에 적힌 "나침반을 잃고 마음속에 부유하는 수천 개의 질문에 휘둘릴 때 중심을 잡게 하는 '자기 신뢰'에 관한 소설"이라는 글을 보고 내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겠구나 싶었다.
그렇다. 이 책은 한 고등학생의 성장기를 담은 소설이다. 누구나 부러워 할 만한 부유한 집안의 막내 아들이며 남들이 인정하는 좋은 학교에서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고 거기다 멋진 여자친구까지 갖고 있는 주인공은 갑자기 예상치 못한 혼란에 빠진다. 바로 아버지의 구속이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구속이라는 사실보다 아버지가 유죄인가 무죄인가 하는 것이었다. 아무도 그에게 사실을 알려줄 생각은 없고 그저 누리고 있는 것을 지키고 싶다면 무조건 가족의 뜻에 따르라는 요구만 존재한다.
무엇을 고민하는가. 다 가진 자의 배부른 투정 쯤으로 치부할 것인가. 혼란스럽기만한 주인공의 머릿 속을 잠재워 주는 것은 늘 단단한 중심을 갖고 있는 여자 친구의 존재이다. 여자친구는 마치 주인공의 양심 역할을 하듯 주인공의 혼란을 바로 잡아 준다. 주인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의 일원으로서 사실을 직시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를 위해 몸부림치던 주인공은 마침내 알을 깨고 한 발짝 나아간다.
가족의 울타리는 안정적이고 많은 것을 보장해주지만 그 안에서 '자유, 결정, 앎, 혼자'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울타리는 주인공에게 철장과도 같은 것으로 변질될 뿐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 받고 살아간다. 언젠가 이 울타리를 부수고 한 발짝 나아갈 때가 올 것이다. 두렵고 혼란스러울 그 때, 이 책이 용기와 안정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