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글오글 씁니다
감지원 외 지음 / 시간여행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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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의 교사들이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쳐낸 책이다. '교사'라는 공통점이 이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엮어준다.

마음을 나누는 학교에서, 은밀하고 사적인 퇴근 후에, 글과 마주하는 책상에서 라는 세 주제 두고 여러 선생님들이 둘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것 같은 책이다. 글을 읽다보니 나와 비슷한 상황,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선생님의 이야기도 있었고 나는 겪어보지 못한 삶을 살아낸 선생님의 이야기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로 다가왔고, 마치 그 모임 안에 나도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일상을 쓴다는 것, 지나간 나의 삶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묵묵히 그 일을 해낸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들과 나의 차이점은 말로만 하고싶다를 연발하는 것이 아닌 펜을 들고 책상에 앉는 것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싶다. 새해가 밝았다. 작년부터 꾸준히 쓰고 있는 일기에서 좀더 발전하여 나도 일상을 쓰고 지나간 삶을 한 줄이라도 써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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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교에 대처하는 방법
김희정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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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의 세계는 복잡 미묘하다. 단순한 이유로 절친이 되었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원수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 '왜' 라고 물어본다면 '그냥'이라고 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는 거다. '내 마음 나도 몰라'의 시기인 사춘기 여학생이라면 이야기는 좀더 복잡해진다.
이 책의 주인공은 중 2이다. 흔히 중2병이라도 하는 무서운(?)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딱히 증상이 드러나지도, 병세가 심각해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절친에게 절교를 당한 상황에 놓여있다. 주인공은 이 난관을 극복하기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절교를 선언한 상대방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이유라도 알았으면 좋겠는데 그마저 녹록치가 않다.
다행인 것은 주인공이 왕따를 당하는 상황이라거나 주변에 친구가 없어 곤란을 겪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름의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의 학교 생활도 성실하게 하는 가운데 풀리지 않는 단 한가지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의 처지에 감정이 이입되어 절교의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그 친구 관계는 회복될 수 없을지 함께 끙끙대었다. 아쉽게도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마지막 두 장을 남겨두고도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조금 당황했지만, 짠~ 하고 문제가 해결되면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 절교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말그대로 '절교에 대처하는 방법'을 만들어 내는 주인공의 모습이 오히려 좋았다. 문제를 없애야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문제 상황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할 지를 생각해 내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문제해결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공은 긴 시간을 쓸데없는 일에 허비한 게 아닌가 후회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생각과 갈등을 해내면서 분명 성장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누구의 도움없이 한 발짝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기특했다.
중 3이 된 주인공은 분명 더 건강한 친구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도 한걸음씩 건강하게 성장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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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유령들 안녕 청소년 문학 2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 지음, 김정하 옮김 / 풀빛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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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 <도서관을 훔친 아이>를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있어서 믿음을 갖고 이 책을 선택했다. 제목과 책 표지만 봤을 때는 뭔가 복잡한 사건이 이어지는 시리즈물의 첫 권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뒷 표지에 적힌 "나침반을 잃고 마음속에 부유하는 수천 개의 질문에 휘둘릴 때 중심을 잡게 하는 '자기 신뢰'에 관한 소설"이라는 글을 보고 내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겠구나 싶었다. 


그렇다. 이 책은 한 고등학생의 성장기를 담은 소설이다. 누구나 부러워 할 만한 부유한 집안의 막내 아들이며 남들이 인정하는 좋은 학교에서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고 거기다 멋진 여자친구까지 갖고 있는 주인공은 갑자기 예상치 못한 혼란에 빠진다. 바로 아버지의 구속이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구속이라는 사실보다 아버지가 유죄인가 무죄인가 하는 것이었다. 아무도 그에게 사실을 알려줄 생각은 없고 그저 누리고 있는 것을 지키고 싶다면 무조건 가족의 뜻에 따르라는 요구만 존재한다. 

무엇을 고민하는가. 다 가진 자의 배부른 투정 쯤으로 치부할 것인가. 혼란스럽기만한 주인공의 머릿 속을 잠재워 주는 것은 늘 단단한 중심을 갖고 있는 여자 친구의 존재이다. 여자친구는 마치 주인공의 양심 역할을 하듯 주인공의 혼란을 바로 잡아 준다. 주인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의 일원으로서 사실을 직시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를 위해 몸부림치던 주인공은 마침내 알을 깨고 한 발짝 나아간다. 


가족의 울타리는 안정적이고 많은 것을 보장해주지만 그 안에서 '자유, 결정, 앎, 혼자'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 울타리는 주인공에게 철장과도 같은 것으로 변질될 뿐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 받고 살아간다. 언젠가 이 울타리를 부수고 한 발짝 나아갈 때가 올 것이다. 두렵고 혼란스러울 그 때, 이 책이 용기와 안정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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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 사이에서 철학하다 사이에서 철학하다 3
다나카 마치 지음, 최진영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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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어떤 실용서보다 인간 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과 다른 이의 마음을 바르게 들여다 보게 해서 결국 너와 나의 사이를 바르게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1인칭에서 벗어나 내 안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 가상의 캐릭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타인과의 대화에서 서로의 약점을 잡는 것이 아니라 약점을 받아들이라는 조언은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저자가 갖고 있는 풍성한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쉽게 들려준다는 점이었다. 책 안에는 꽤 많은 영화와 책이 소개가 되는데, 그 내용을 적재 적소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알려준다. 그 중 가장 와 닿았던 대목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내용을 인용한 부분이었는데 '인생에서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 인생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느냐'로 인생에 대한 질문의 관점을 바꾸라는 부분이었다.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알기 쉽고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내어 좋았다. 

작가가 거북이를 키우며 깨닫게 된 '기대하지 않는 의사소통'에 대한 내용도 좋았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산 다는 것을 인정하고 관계를 대등하게 하며 거래로 이루어지지 않은 관계를 유지할 때 서로에게 기대하지 않고 오히려 신뢰하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청소년 대상 책이라고 하지만 어른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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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산 수색대 - 제12회 스토리킹 수상작 비룡소 스토리킹 시리즈
김두경 지음, 아인 그림 / 비룡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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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산 수색대라는 제목을 봤을 때 아무리 생각해봐도 옷산이 무산 뜻일지 떠오르지 않았다. 말그대로 '옷으로 만들어진 산'이라는 뜻일줄이야. 제목부터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옷산 수색대는 2024 스토리킹 수상작으로 많은 어린이 심사위원들에 의해 선택받은 책이다.

일 년 동안 수천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 최악의 바이러스인 스케마 바이러스가 유행한 뒤 사람들은 전염병의 근원이자 바이러스가 숨어있을지도 모를 옷들을 죄다 버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버려진 옷들은 산처럼 높이 쌓인 '옷산'을 만들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지담이는 언제부턴가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꺼려하는 은둔형 되톨이이다. AI 시스템인 아르스만이 대화의 상대일 뿐. 그런 지담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옷산수색대라는 게임에 접속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우연히 옷산수색대에서 바이러스로 죽은 엄마가 만들어줬던 조끼를 발견하게 되고, 이 옷을 찾기 위해 옷산수식대가 있는 페누리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면모가 드러나게 되고, 이렇게 숨겨진 이야기들이 드러나면서 더욱 흥미진진해 진다. 어떤 한 사건 뒤에는 누군가의 탐욕이 숨어있고, 어떤 한 사람의 모습 뒤에는 그 사람의 사연이 숨어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상황이나 사람을 보이는 단면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다가도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따뜻함도 발견하게 되어 더욱 재미있게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미래의 언젠가 있을 수도 있을만한 이야기. 그 때에 잊어서는 안될 마음가짐들을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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