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삼국지 하룻밤 시리즈
나관중 원작, 표정훈 편역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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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삼국지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한두번은 읽어보았을 작품이다.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라는 예전부터 내려오는 말때문에라도 누구나 시도했을 작품이 삼국지이나, 쉽게 와 닿지 않는 장대한 10여권에 해당하는 도서인 바, 아주 독한 마음을 먹고 책을 잡지 않는 한 마무리짓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나 역시 만화나 단행본이나 심지어 삼국지 일본만화(조조가 주인공이져^^)까지 탐독을 하나 아직도 헷갈리는 것은 도데체 누가 삼국을 통일한 것인지 조조가 과연 악한인지 영웅인지 등 애매모호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그 느낌이 마치 고등학교 시절 수없이 성문종합영어을 시도하고 포기하기를 반복하여 명사편은 도사가 되었으나 뒤에 동사편은 아는게 하나도 없는 느낌과 비슷하다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하룻밤에 읽는 삼국지]는 우선 이러한 긴박한 의구심을 풀기 위해서 집어들었다. 잘 기억나지 않는 마지막 상황정리를 말끔하게 끝내고 싶다라는 욕심이, 그리고 최근 유비와 조조를 대비하는 여러 상황설정을 재해석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참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여러 도서에서 제갈공명에 대한 해석이 대두되는 현상이 이 도서를 찾게만든 동기가 되었다.

저자 스스로 밝혔듯이 이 책은 삼국지의 요약본이라기 보다는 복잡한 삼국지를 미리 스케치해보는 자습서나 전과의 성격이 훨씬 강하다.  기대와는 달리 책의 대부분이 삼국지를 요약하는 부문에 치우쳐저 있으나 그것도 삼국지를 Quick Scan하기를 원했는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는 않는다.  주요한 대사나 상황은 여지없이 드러내놓고 있어 요약서라기 보다는 잘 정리한 한 편의 영화처럼 만들어져 있다고 보면 정확하다.  간혹 주변 지도와 옆나라와의 역사비교 등 전과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한다.

역사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는 나에게는 친철한 안내서이다.  우선 삼국지의 요약 전 1부에서 중국의 역사를 브리핑해주고 있어 중국의 역사 속 삼국지의 위치를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3부에서는 삼국지 해설서 역할을 수행한다.  삼국지에서 설명하고 있지 않는 유비, 조조의 해석이나 뒷이야기나 궁금한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충실히 설명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어차피 삼국지 자습서나 해설서라면 이 3부를 시기적절하게 2부 내용편에 더 녹여내는 작업이 있었으면 한다.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해설서의 기능이 약하여 [하룻만에 읽는 삼국지]는 삼국지 요약본이 되어 버린 느낌이 훨씬 더 강하다.  해설서라기 보다는 미리 읽어 보는 예행연습이라는 저자의 판단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누가 삼국을 통일한 것인지 헷갈리나 이제는 여럼풋이 그 그림이 그려진다.  어쩌면 유비와 조조를 중심으로 삼국지를 해석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유비와 조조 이후 세대에 대해서는 소홀해질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삼국지가 헷갈리는 독자에게는 최고의 요약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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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 - 하루에 몇번씩 '변해야지'라고 생각만 하는 당신에게
팻 맥라건 지음, 윤희기 옮김 / 예문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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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일주일이 넘는 독서기간. 내 독서습관을 아는 지인들이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않다. 소위 지하철버젼이라고 명명하는 딱 내가 좋아할만한 두께와 분량이건만 무려 책상위에 일주일이 넘도록 방치되었던 도서라고 기억될 책이다.

많이 팔려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인지, 혹은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많이 팔리는 것인지 구분이 안되는 대표사례로 언급하고 싶을 정도이다. 변화관리라는 새로운 영역을 일반 대중에게 일깨워준 치즈 열풍을 타고 그 후속탄인듯한 표지글과 소개글에 많은 독자들이 현혹하였을 듯 싶다.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라는 원저의 제목과는 전혀 무관한 이 제목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 나 역시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라는 제목에 이끌려 책을 보게 되었으나 이 책을 추천한 수 많은 매체의 비평가들이 정작 이 책을 읽어나 보았을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면서 변화관리 컨설턴트가 너무 멋졌다는 모 컨설턴트의 달콤한 유혹이 없었다면 좀 더 일찍 이 책을 마저 읽는것을 포기하는 행운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혹은 내가 변화관리 컨설팅에는 별 관심도 없고 문외한이라서 변화관리의 대가인 저자가 저술한 이 책이 달갑지 않은 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저자는 변화관리에는 최고의 대가인 것은 분명하나 글쓰는 재주는 그 변화관리 컨설팅 능력을 조금도 뒤따르지 못하는 듯하다.

신념, 품성, 행동이라는 세 꼭지로 쪼개어 놓은 것은 적절하고 유용하나 글의 힘이 없고 늘어지니 최종 정리하는 단계에서야 "맞아! 그런 구성이었지..."라고 느껴야했고 신념, 품성, 행동이라는 세 키워드조차 책 한 권에서 간파하지 못한 내 저능한 해석력을 탓해야했다.

머리속에 남는 것은 없지만, 이 책에서 분명하게 배운것은 있다.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카피가 중요하다라는 점. [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라는 이 카피를 만든 사람은 정말 천재다. 저자보다는 출판기획사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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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
제프 콕스·하워드 스티븐스 지음, 김영한·김형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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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마케팅을 소설처럼 풀어 써 내려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우기 밑과 끝을 예측할 수 없는 마케팅이라는 주제를 소설로 써 내려간다는 것은 어림없는 수작이다. 마케팅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는 직업을 가진 나로서는 소설로 써 내려간 [마케팅 천재가 된 맥수]가 그리 달가울리 없는 저서이다. 우연한 기회, 할일없이 빈둥거리는 내 주변을 똑같이 빈둥거리는 이 책을 집어들고 책을 펴 들었다.

이 저서에서는 마케팅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으나 사실 냉혹하게 따진다면 마케팅 이론 중 PLC(Product Life Cycle)의 변화에 따른 마케팅 전략의 조정이라는 소재가 소설의 전부이다. 이 책의 맨 마지막에 마케팅 로드맵에라고 작성되어 있는 영역에서는 PLC에 따른 마케팅 정책의 조정에 대한 정리가 일목요연하게 펼쳐져 있다. 만약 이 결론이 이 책의 서두에 미리 언급되어 있었다면, 그래도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PLC곡선에 따른 마케팅 정책의 변화는 다들 들어 왔거나 아니면 다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론인 바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15년 전 쯤 S그룹에 입사하고서 신입사원 연수를 받을때 전략게임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하나의 가상 기업을 설정하고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리고 각 조의 의사결정에 따라 어떤 상황이 전개되는지를 묻는 꽤 재미있었던 과목으로 기억한다. 대학원 수업 중에도 마지막 학기는 이러한 전략게임을 한 학기 배우게 되는데...

마케팅 천재가 된 맥스는 그런 전략게임을 주인공 맥스와 함께 풀어가는 재미를 제공한다. 수업시간의 조교나 교수와 같은 역할을 이 책에서는 오라클이라는 선지자가 제시한다. 외부 환경변화에 따라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제품수명주기이론에 따라 시장에서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 지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아기자기함을 이 책은 선사한다.

소설로 전개되는 영업이나 마케팅 이론을 다룬 책 중 내 경험으로는 이 책이 2번째로 재미있는 책이다. 책의 경중이나 다루는 주제의 깊이나 모든 것을 떠나 이 책은 재미있게 마케팅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지혜를 제공한다. 간단히 정리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후회없는 저서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참 재미는 시장변화에 따른 마케팅 정책의 변화라기 보다는 시장변화에 따른 영업의 변화에 있지만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각각 다른 역량을 가진 뛰어난 세일즈맨들의 영엽활동상이 설명되나, 잘 설명되지 않은 딱 한 줄 한 문장으로 슬쩍 언급하고 넘어가는 날카로운 재미가 곳곳에 숨어있다. 이러한 참 재미는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은 놓치게 되는 재미이나 이 책의 또 다른 저자인 하워드가 세일즈 컨설턴트라는 것을 되새긴다면 그러한 재미를 훨씬 더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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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 17 - 부활하는 마교
전동조 지음 / 명상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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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서두에 [작가의 변]이 놓여 있다. 16권을 마치고 서점에 단지 묵향만을 찾을 목적으로 30여번을 방문했을 정도이니 이제 묵향 신간을 아예 포기하고 있을 무렵 묵향(17)을 발견하게 되었다. [작가의 변]에서 16권이 너무 형편없다는 독자의 항변이 많아 모든 스토리를 다 잊고 새로운 스토리를 작성하기 위해서 쉬었다는, 그러다보니 원래의 스토리도 다 잊어버려 더 늦어졌다는 용서하기 힘든 변명이 놓여있다. (17)권이 재미만 없었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았을 변명이다.

묵향은 나로 하여금 판타지소설에 발을 담그게 만든 의미있는 소설이다. 마교를 평정하던 1부는 많이 보아온 무협소설과 비슷하지만 재미가 담겨있는 수작이었고 장대한 2부는 마법세계에서 활약하는 묵향(2부에서는 마법세계 이름으로 다크)의 활약상을 보지만 2부는 너무 길어서 뒤로 갈수록 호흡이 느려지고 졸음이 오게 만들었다. 처음 대했던 판타지소설이라 나름대로의 의미부여와 신선한 줄거리에 한 권 한 권이 기다려졌던 2부였다.

3부에서 다시 송나라로 돌아와 1부의 화려함을 재건하게 되지만 지난 (16)권은 저자의 평소의 주장이었던 [재미]를 찾는데는 실패하였다. (17)권에서 화려한 저자의 필력이 다시 되살아난다. 재미와 함께 기대, 흥분, 안스러움이 모두 함께하는 훌륭한 수작이다.

다만 (16)권의 독자반응을 커버하기 위하여 재미를 추구하다보니 서둘러 일본에서 송나라로 훌쩍 떠나버리는 스토리의 비약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가자~ 라고 결정하고서는 아버지 드래곤을 타고 눈 깜작할 사이에 송나라에 도착해 버리니, 그럴거라면 묵향의 귀환이후 머하고 일본에서 스토리를 시작했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이런 스토리의 축지법을 죄외하고는 저자의 재미를 중심으로 쓰여지는 필력은 다시 부활하였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모든 잔소리와 투덜거림을 뒤로 한 채 독서에 몰두케 하는 힘이 담겨져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벌써부터 묵향 (18)편이 기다려진다. 2부의 지루함이 3부에서는 다 물러가고 다시 1부의 화려함으로 돌아간 듯 하다는 것이 이 (17)권의 요약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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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도인 1
이대성 지음 / 드림필드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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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편 판타지소설이 많아지면서 주말에 후딱 끝내버릴 수 있는 무협소설이 오히려 아쉬워진다. 예전에는 무협소설이 5권 정도가 표준이었으나 그도 이제는 10권이 넘어서는 장편이 되니 사악도인이라는 이 작품은 그런점에서 만족이다. 너무 가볍게 후다닥 마감되지도 않고 다음 편을 기약하다 목이 빠지는 (예:묵향) 그런 정도도 아닌 주말을 보내기에는 맛갈스러운 분량이다.

무협지에서 뭔가 엄청난 것을 기대하고 책을 읽지는 않는다. 상상력을 자극하라는 내 지론을 굳이 여기에서 더 설파하고 싶지는 않다. 무협지는 그져~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무협사전을 펴놓고 계파를 따지고 내공을 측정하고 계보를 그려보는 사람도 보았으나 무협지를 보는 사람치고 계보를 머리속에 넣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도 싶다. 하긴 무협지를 처음 접할 무렵에는 노트에 계보와 주특기를 낙서해 본 적이 있었던 것도 같다. 재미! 이 책은 84년생이 쓴 무협지이다. 예전 무협지의 재미는 뜯겨진 야한 스토리가 덕지덕지 묻어나는 책이었으나 지금의 무협지에서 그런 재미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제 무협지의 맛은 바뀌어간 Tone에서 느껴야 한다. 주인공의 21세기 버젼에 맞는 독특한 대화들, 21세기에 걸맞는 독특한 무대설정과 상황설정. 무협지의 고수가 쓴 머리아파지는 음모보다는 그져 편하게 누워서 볼 수 있는 가벼운 재미가 이 무협소설에는 담겨있다.

무협소설을 처음 써 보는 저자의 발전성향(?)을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다. 1권에서 2권, 3권, 갈수록 글을 읽어나가는 속도가 달라진다. 그만큼 저자는 이 무협소설을 써 내려가면서 스스로 익숙해져가고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글이 부실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고 글이 장황한 부분도 있고 글이 단숨에 써 내려간 부분도 있다. 이게 궁금하거든 그 궁금증을 마지막 기자의 원고독촉에 대처하는 저자의 처세에서 느껴보는 것도 재미다.

무협소설의 감상으로 뭔가 엄청난 것을 바라지말자. 무협소설은 무조건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사실 계보에 대한 설정이나 상황에 대한 설정이나, 무공의 강약을 다루는 설정에서 엉성함이 많다. 하지만 그런 엉성함보다 글의 Tone이 재미있으면 그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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