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 나랑 서로 피곤하게 지내던 직장동료가 있다.
함께 일할 땐 정말 원수가 따로 없었는데 회사 옮기고
눈에 안 보이니 그래도 기억이 스물스물 잊혀져서
메신저나 문자 주고받으며 무난하게 지내고 있었다.
내가 미쳤지.
사람이 변할 리가 없잖아.
오늘 별거 아닌 이야기를 하는 중에 또 내 허파를 히떡 디벼준다.(부산 사투리임;)
사람이 원래 자기 준 건 기억하고 받은 건 기억 못한다지만...후....

됐다.
앞으로 안 보면 그뿐이다.
친구한텐 이야기했다가 '바보' 소리만 실컷 들었다.
애초에 그렇게 당하고도 뭐가 모자라 말 섞었냐고;


2.
가입한 카페에 누가 죄악세 인상과 관련된 글을 올렸다.
약간 감정적이긴 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댓글에 '정치적인 성향이 강한 글은 다음 아고라에서'라는 말이 있어 놀랐다.
나 역시 카페 등에서 정치, 종교적으로 민감한 이야기는 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평균연령 25세를 넘는 카페에서 이런 이야기조차 못해서야,
그게 더 큰 문제 아닐까 싶다.
이런 생각을 댓글로 달았더니 나중에 아예 글이 없어졌다.
와..이 카페에 계속 있어야 하나 고민된다.
요즘 토론이나 논쟁에 과민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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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7-10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도 와인카페에 가입되어 있지만 온갖 얘기는 다하면서 정치얘기는 안된다더라구요. 성적 취향 커밍아웃 만큼이나 조심스러운듯..

오호 부산분이셨군요.. 저는 1시간 반 위에 있는 포항사람 ㅎㅎ

보석 2009-07-11 09:12   좋아요 0 | URL
정치 이야기가 커밍아웃만큼이나 조심스러운 얘기군요..;;
넵 전 부산^^

무스탕 2009-07-10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휴~ 뭐 무서워서 피하나요, 드러버서 피하지.. -_-
퉤퉤퉤. 침 세번 뱉고 아젠 상종마세요.


보석 2009-07-11 09:13   좋아요 0 | URL
ㅎㅎ 감사합니다. 이제 메신저에서도 아는 척 안 하려고요.

Koni 2009-07-10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좀 자극적이긴 하지만, 결국 세금 문제는 생활이고 경제의 문제이기도 할 텐데요... 우리 사회는 가끔 정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여 결국 정치가 곧 삶의 문제라는 걸 잊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죄악세는 물론 다른 민감한 지점들과도 연결되어 있는 듯하지만도 말이에요.^^

보석 2009-07-11 09:14   좋아요 0 | URL
그쵸..'죄악세'라는 이름이 너무 자극적이죠. 그거 가지고 한창 말이 많은 듯하더데,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닌데 너무 까칠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은데...힘든가봐요.^^;

마늘빵 2009-07-11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쟁이나 토론 자체를 심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죠. 그 카페는 운영자가 그럼 삭제한 듯 한데... 운영자의 월권 행위가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_-

보석 2009-07-11 09:16   좋아요 0 | URL
운영자가 삭제한 건지, 본글 올린 사람이 뭔가 문제가 되니 자삭한 건지, 거기까진 모르겠어요. 운영자가 임의 삭제한 거면 정말 문제 심각한 거죠.
불필요한 분쟁은 지양해야겠지만 서로 의견을 나누는 논쟁은 피할 것만은 아닌데 말이죠..

카스피 2009-07-11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담배가 개개인에게 좋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죄악세를 붙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술 담배하는 분들이 모두 죄인은 아닐진데... 기독교 대통령이라 그런 세를 매기는 것이 아닐까요(기독교에선 술 담배를 죄악시 한다고 하던가요)
암만 카페 운영자도 자의적으로 남의 글을 삭제할순 없지요.제대로 된 카페라면 글 삭제를 하기위한 제대로 된 규정이 있어야 되겠지요.
오호 부산분이셨군요.. 저는 1시간 반 위에 있는 포항사람 휘모리님 옆에 있는 경주 출신^^

보석 2009-07-13 12:10   좋아요 0 | URL
ㅋ_ㅋ 다들 출신이 나오는군요. 경주는 답사나 이런 걸로 여러 번 갔었느데.
글은 아마 문제가 생길 듯하니 자삭한 거려니..생각하려고요. 세금 문제는 여론이 안 좋으니 다시 조용해지긴 했는데 어떻게 될지...

네꼬 2009-07-12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허파를 히떡 디벼준다.'에서 어느 부분부터가 사투린가요?
'히떡 디벼준다'만 사투리인지, 아님 보통 이 문구가 '허파'와 함께 쓰이는 건지 궁금해요. 그리고 '히떡 디벼준다'는 무슨 뜻인가요?

사투리라면 사족을 못 쓰는 네꼬가 보석님의 이 자연스러운 사투리 구사에 넋을 잃고 눈은 하트 모양 입은 o자가 되어 묻습니다요.

보석 2009-07-13 12: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허파를 히떡 디벼준다'가 일종의 관용어구라고 할 수 있을 듯하네요. 표준어로 한다면 '속을 뒤집어놓다' 정도가 될까요? 사실 이런 사투리는 문자로 보는 것보다 오리지널 발음으로 직접 듣는 것이 더 와닿는데 말이죠.^^
네꼬님을 홀딱 반하게 하기 위해서는 언제 직접 모셔놓고 사투리 시연회라도 해얄 듯.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07-15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속이 좋아졌어요~~~
일요일날 미련하게 닭볶음탕을 꾸역꾸역 먹고 체해가지구서는..
아 왜 버리는건 그렇게 아까울까요?
그거 먹고 칼로리 소모하려면 지구를 한바퀴 돌아야 하는데~~~

보석 2009-07-15 17:17   좋아요 0 | URL
음식 버리는 건 죄라는 인식이 강해서..ㅠ_ㅠ 다른 거 몰라도 음식 버리는 건 웬지 더 아깝게 느껴져요. 속이 좋아졌다니 다행입니다.^^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문학과지성 시인선 346
심보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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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길

이 길은 어제도 지나갔던 길이다
이 길 위에서 사람들은
오직 한 사람과만 마주칠 수 있다
수치심 때문에
그는 양쪽 귀를 잡아당겨 얼굴을 덮어놓는다
그러나 이 길 위에서
말해질 수 없는 일이란 없다
그는 하루 종일 엎드려 있다
수치심을 지우기 위해
손바닥과 얼굴을 바꿔놓는다
그러나 왜 말해질 수 없는 일은
말해야 하는 일과 무관한가, 왜
규칙은 사건화되지 않는가
이 길은 쉽게 기억된다
가로수들은 단 한 번 만에
나뭇잎을 떨구는 데 성공한다
수치심을 잊기 위해
그는 가끔 노래도 하고
박수도 친다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아무도 그에게 인사를 건넬 수 없다-26쪽

그때, 그날, 산책

(중략)
그날 큰 눈이 그치고
쌓인 눈은 조금씩 얼음의 두께를 더했네
다음 번 내릴 눈에 대해
호수는 걱정을 덜었으나
그때 우리의 심약한 마음은
미래를 자주 떠올리며 쩡쩡 금이 갔네
그때 참 짦은 연애였는네
우리는 너무 많은 산책을 했네
그날 큰 눈이 내리다 그쳤네
그날 큰 개를 따라 집으로 돌아왔네
우리의 마지막 산책이었네
그때는 알지 못했네-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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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2009-07-09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받은 책. 리뷰 올려야 한다는 걸 잊고 있던 게 아닙니다.^^; 다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고민을 했습니다. 그럴싸한 말로 포장할 재주도 없고 시는 읽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부분만 발췌해봅니다.
 

6월쯤에 '새 옷 사고 싶어'란 충동에 휩싸여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과 구두를 덜컥 주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주문한 옷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3벌 중 2벌을 반품하겠다고 신청을 해놓은 상태였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는데 오늘 그 옷이 든 박스를 책상 구석에서 발견했다.
아마 반품하려고 박스에 넣어놓고는 발송을 하지 않고 잊고 있었나보다.
후...시간이 벌써 너무 지나서 그냥 입어야겠다.
이놈의 건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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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7-09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석님 말랑 말랑 두뇌 트레이닝을 하셔야 겠네요 ^^ (닌텐도를 갖고 계시면요)

보석 2009-07-09 16:36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저 닌텐도 하나 사주세요.ㅋㅋ 저 아무래도 닌텐도가 필요한 듯합니다.

마늘빵 2009-07-09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이나 구두, 가방은 반드시 실제로 입고, 신고, 들어보고 사야돼요. 인터넷으로는 믿을 수가 없어요.

보석 2009-07-09 23:46   좋아요 0 | URL
알면서도 가끔 인터넷 쇼핑을 하고..후회를 한다는..ㅎㅎ
 
내가 그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내가 그를 죽였다]는 일란성 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둘 다 가가 형사가 등장하고, 똑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책의 가장 큰 특이점은 결말에 뚜렷하게 범인이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범인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마지막에 가가는 "바로 범인은 당신이야!"라고 말한다.
다만 이름을 말하지 않을 뿐이다.....

이 부분이 [둘 중 누군가~]와 [내가~]에 있어서는 양날의 검이다.
이런 식의 작가의 도전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책 뒤에 밀봉된 팁을 참고로 다시 한번 텍스트를 분석하며 범인을 찾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독자라면 이 책들이 재미있을 것이고,
추리소설에 있어서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점에 배신감과 허탈감을 느끼는 독자라면
이 책을 던져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구입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려는 사람은
책을 읽을 사람의 성향을 신중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둘 중 누군가~]를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읽었기에 이 책에 대해서도 기대가 컸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호다카 마코토, 시인 간바야시 미와코의 결혼식 당일,
웨딩마치가 울려퍼지고 신랑이 입장해야 할 순서에 호다카는 나타나지 않는다.
독이 든 약을 먹고 죽었기 때문이다.

용의자는 3명이다.
호다카 마코토의 담당 편집자였고 3년 가까이 사귀었던 유키자사 가오리.
그녀는 호다카와 결혼할 거라 믿고 있었지만 배신당했다.
호다카에게 신세를 지고 그의 매니저가 되지만 이래저래 휘둘리는 스루가 나오유키.
그가 좋아하는 나미오카 준코가 호다카에게 배신당해 자살했다.
신부인 간바야시 미와코의 오빠 간바야시 다카히로.
이 두 남매는 남매를 넘어선 미묘한 애정관계이며 다카히로는 동생을 뺏어간 호다카를 싫어한다.

소설은 이 3명 각각의 시선에서 번갈아 진행되는데,
역시나 누가 범인인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뒤에 가면 계속 이야기가 엎치락뒤치락하는데...신경 써서 읽지 않으면 헷갈린다.
그리고 결말은 역시나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로 맺어진다.

솔직히 나도 아직 범인이 명확하게 누구인지 모르겠다.
해설은 읽었는데 꼼꼼하게 되짚어보지를 못했다.
아마 꼼꼼하게 재독하면 범인을 알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앞에 읽은 [둘 중 누군가~]를 워낙 쇼킹하게 읽어서인지
같은 형식의 [내가~]는 처음처럼 강렬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흥미진진했다.
작가와 한번 두뇌싸움을 해보고 싶은 추리소설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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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7-09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추리 소설은 김전일이나 코난처럼 "범인은 바로 너다"라고 외쳐야 제 맛이 아닐까요?

보석 2009-07-09 23:47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 순간이 추리소설의 가장 큰 재미죠.^^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붉은 손가락] [졸업] [잠자는 숲]에 이어 4번째로 읽은 가가 형사 시리즈이다.
앞의 책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강추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오래간만에 재미있게 읽은 추리소설이다.

책의 시작은 단순하다.
지방의 교통경찰로 근무하는 야스마사는 도쿄에 혼자 사는 여동생 소노코에게 전화를 받는다.
소노코는 '믿을 사람은 오빠뿐이다' '요즘 좀 힘들다'는 말과 함께 내일 찾아가겠다고 한다.
그러나 소노코는 주말이 다 가도록 오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
걱정이 된 야스마사가 시간이 비자 마자 도쿄에 올라가서 발견한 것은 동생의 시체였다.
야스마사는 그냥 경찰에 신고를 하려다가 마음을 바꿔 직접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고
현장에 있는 증거품을 자신이 수거하여 동생의 죽음을 자살로 위장한다.

처음에 책 뒷표지와 띠지에 설명된 문구만 봤을 때는 시시할 것 같았다.
요약하자면 피해자의 오빠가 진짜 범인을 찾는다는 내용이니 뭐 별다를 게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내가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거....
다른 건 몰라도 이야기 맛깔나게 쓰는 거 하나는 기막힌 작가가 아니던가.

큰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도대체 저 둘 중에 누가 진짜 범인인가 싶어서 엄청나게 집중했다.
여기에 야스마사의 은폐 공작에도 불구하고 소노코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
야스마사의 뒤를 바짝 뒤쫓는 가가의 활약도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정해진 틀 안에서 이만큼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서일까?
아무튼 오래간만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단, 약점이 하나 있다면 끝까지 범인의 이름을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책 속에 봉인된 해설을 보면 알 수 있으니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역시 마지막에 탐정(?)의 입에서 "바로 범인은 ***!"라는 말이 나오지 않으면
답답한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 울화가 치밀 수 있으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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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7-08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울화가 치밀 사람이라,,,,ㅎㅎ그나저나 전 양윤옥의 번역을 좋아해요~.ㅎㅎㅎ
보석님~ 고마와요~.^^

보석 2009-07-09 12:23   좋아요 0 | URL
고마우실 것까지야..^^; 저 약점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전이더라고요. 저 부분 때문에 특색 있지만 또 싫어하는 사람은 무지하게 싫어하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