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rain 2004-12-10
잡담. 일하면서 배운 거 하나. 차라리 욕하는 사람들은 훨씬 편하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 되니까. 그러면서 어르고 달래주면 또 사그라 드니까. 그냥 확 불내면서 욕하는 사람들은 그냥 잘 어르고 달래고 죄송합니다 사과하고 진짜로 미안한듯 진지하게 말하면 어느 순간 사그라 든다. 욕 세게 해대는 사람들, 아저씨들, 좀 거칠어서 그렇지 진짜 내가 계속 사과하고 죄송합니다 하면 어느순간 못 이기는척 져준다. 그런데...
진짜 짜증나는 진상들은, 지 빠져나갈 구멍은 다 마련해 놔. 무슨말을 해도 바보 만들고, 다른 직원한테 전화해서 또 능글맞게 나만 나쁜 사람 만들어, 그리고 목소리가 나직하고 욕을 안하니까 기분은 나쁜데 화도 못 내. 그러고 나서 꼭 마지막엔 제가 죄송합니다..하고 끊어. 그게 더 재수없어. 죄송할 말을 왜 하냐고.
그래서 그런 손님한테 그랬다. 15분 실랑이 하다 참다못해.
"...고객님, 제가 어떻게 하기를 원하십니까? 말씀 해보세요. 저희 기사분 오실 때까지...밖에서 떨고 계시면 제가 너무 죄송하고 그렇다고 또 다시 술자리를 가지실 수도 없는 것도 맞습니다. 고객님 정말 원하시는 것 말씀 해보세요. 아니 제가 죄송하죠, 고객님이 저한테 왜 죄송하세요. 제가 고객님을 이 추운데 길에서 떨게 해 드렸는데...저한테 죄송하다고 하지 마세요..제가 죄송하죠. 고객님 원하시는 거 한번 말씀해보세요. 해드릴 수 있는 데까지 해드릴테니까요. 아니, 왜 저한테 죄송하다는 말씀만 하세요? ..고객님, 그러시면요, 제가 기사님한테 전화 걸어서 고객님과 통화 하시라고 하겠습니다. 아니면...논현역이죠. 기다리세요. 가서 제가 고객님의 아픔을 느끼기 위해 같이 추위에 떨어드리겠습니다..."
...결국은 끊더라. 하여간, 지랄 염병을 해라. 고상한 척하는 작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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