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ilda (Paperback, 미국판) - 뮤지컬 <마틸다> 원서 Roald Dahl 대표작시리즈 4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 Puffin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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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기 시작해서 절반 읽고 멈췄다. 컴활 공부를 이유로 독서를 미루고 미루면서 책장에 꽂아만 뒀다가 올해 3월에 다시 읽기 시작했다. 워낙 영어 독해 실력이 구려서 한글 책처럼 장시간 붙잡고 있지는 못했다. 대신 한 챕터 혹은 반 챕터를 목표로 잡고 매일 읽는 쪽으로 진행했다. 드디어 오늘 1년여 간의 마주함에 마침표를 찍었다.

 

로알드 달의 소설들은 재밌고 쉬워서 영어 독학하는 사람에게 자주 추천되는 책들이다. 나는 그 덕을 여실히 보고 있다. 느려 터지고 모르는 단어 찾아가며 천천히 해석하는 게 여간 피로한 일이 아니지만, 다음 내용이 궁금해 독서를 지속하게 된다.

 

Matilda는 비범하고 선량한 '마틸다 웜우드'의 성장기다. 카센터에서 고객을 속이며 버는 돈을 자랑하는 'Mr. Wormwood'씨와 가사는 내팽겨둔 채 매일 저녁까지 사교 모임에 나가 빙고 게임을 하는 'Mrs. wormwood'씨 사이에서 남매가 태어났다. 첫째는 Mike로 평범하며 공부에 관심이 없는 남자아이다.

 

반면, 동생인 Matilda는 비범한 여자아이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눈을 떴고 말을 하며 걸어다녔다. 호기심이 너무나 왕성했지만 집에는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책 따위가 없었다. Matilda는 엄마의 잡지를 보면서 글자를 익혔고, 네 살에는 스스로 도서관까지 걸어가 책들을 섭렵했다. 사서가 소개해준 유아 도서를 모두 읽은 후에는 두꺼운 어른 도서로 눈을 돌렸다. 아이의 똑똑함에 놀란 사서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소개해주고 Matilda는 매일 도서관을 다니면서 독서에 흠뻑 빠졌다. 그러다 사서가 대여 방법을 알려주자 그녀는 집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빠는 딸의 그런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다. 남아선호사상에 찌든 아빠는 멍청한 아들에게 가업(차를 속여 파는 일)을 물려주려고 하면서 계산법을 알려주지만, 대답은 딸이 한다. 우연이라고 생각해 여러 복잡한 계산을 요구해도 우리의 Matilda는 척척 대답해냈다. 그는 딸의 방에서 도서관 책을 발견하고는 내다버리면서 두 번 다시 책을 못 보게 만들었다.

 

화가난 Matilda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잔꾀를 써서 아빠를 골렸다. 그가 아끼는 모자에 몰래 초강력 본드를 칠해둔 것이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아빠는 여느 때처럼 모자를 쓰고 나갔고, 하루종일 벗지 못해 애를 먹었다. 집에 와서 엄마의 도움으로 벗어보려 하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붙은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모자를 가위로 잘라냈다. 후에 친구의 앵무새를 빌려 유령인 듯 속여 가족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아빠의 샴푸에 염색약을 넣어두는 일화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Matilda는 학교에 입학했다. 그곳의 여교장은 Trunchbull이라는 사람으로, 덩치가 거대하고 녹색 반바지에 거대한 셔츠를 입고 그 위에 벨트를 차고 있었다. 학교의 위압적인 독재자였다. 그녀는 아이들을 혐오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Amanda의 양갈래로 땋은 머리는 Miss Trunchbull이 싫어하는 머리였다. 여교장은 Amanda의 양갈래 머리를 잡고 투포환 하듯 빙글빙글 돌려 공중에 날려보냈다. 다행이 부드러운 잔디 위에 착지하여 다치지는 않았지만, 무시무시한 행동이었다. Bruce라는 뚱뚱한 소년에게는 자기 케이크 조각을 훔쳐 먹었다는 혐의를 씌우면서 거대한 초콜릿 케이크를 혼자서 다 먹도록 강요했다. 이 역시 다행히도 아이들의 응원 덕에 Bruce가 모든 케이크를 모두 먹어치웠다. 이런 까닭에 모든 학생들은 그녀를 혐오했다.

 

반대로 Matilda의 담임 선생인 Miss Honey는 자상하고 아름다웠다. 아이들이 쉽게 읽힐 수 있도록 구구단과 단어를 가르쳤다. 한 명 한 명 이해하려고 했고, 특히 Matilda의 비범함을 알아채 여교장에게 상급 수업으로 옮기기를 희망했다. 물론 Trunchbull이 믿을 리는 없었다.

 

어느 날, 학교에는 Trunchbull이 참관해 학생들을 테스트하는 관례가 있었다. Matilda의 절친 Lavender는 도룡뇽을 몰래 여교장의 물주전자에 담궈 놀래키려 했다. 여교장이 학생들을 테스트하며 괴롭히다가 물을 따를 때 괴생명체가 주전자에서 튀어나와 물잔에 퐁당 빠졌다. 처음 보는 생물에 놀란 Trunchbull은 범임을 색출하기 시작했고, 사기꾼을 아빠로 둔 Matilda를 의심했다. 소녀가 격하게 항의하는 순간 초능력이 발현됐다. Matilda가 물잔을 노려보자 물잔이 스스로 쏟아지면서 도룡뇽이 Trunchbull에게 쏟아진 것이다. 교실 전체가 혼비백산했고 질린 여교장은 참관 수업을 그만 끝내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Matilda는 자신의 초능력에 놀랐다. 대체 무슨 힘이었을까? 소녀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상담하기로 결정했고, Miss Honey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둘은 함께 여선생의 집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어떤 느낌인지 대화를 나눴으나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

 

그들이 도착한 여선생의 집은 충격적이었다. 숲 속에 있는 오래된 작은 집이었고, 안에는 가구가 없었으며, 벽 마저 석회로 대충 바른 상태였다. 거기서 MatildaMiss Honey의 과거사를 듣게 된다. 그녀가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의사인 아버지는 바쁜 탓에 그녀를 제대로 돌볼 수 없어서 이모를 집에 들였다. 얼마 후 아버지는 의문사했다.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해 자살로 결론 났지만, Miss Honey는 이모가 집을 빼앗기 위해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했다. 결국 집은 이모에게 넘어갔고, 그 아래에서 Miss Honey는 노예처럼 살았다.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 공부한 끝에 교사가 되었지만, 이모는 그녀에게 조금의 돈을 제외한 채 모든 봉급을 자신에게 보낼 것을 강요했다. 그런 와중에 Honey는 지금의 집을 발견해 계약했고, 큰 용기를 내어 독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월급은 거의 이모에게 돌아갔으므로 Honey는 가난하게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이모는 충격적이게도…….

 

이후의 내용은 소설의 마무리 단계여서 반전도 나오고, Matilda의 획기적인 능력 사용도 나오므로 개별적으로 찾아보길 희망한다. 평소라면 오늘도 한 챕터만 읽고 넘겼을 테지만, Matilda의 계획이 재밌어서 끝까지 읽었다. 아마 모두에게 재밌는 내용이리라.

 

사실 줄거리를 쭈욱 읊었지만, 영어 독해 능력이 워낙 부족해서 제대로 읽었는지 모르겠다. 맥락은 이해한 거 같은데, 아마 세세한 문장은 잘못 해석한 부분이 많지 않을까 여겨진다. 그래도 가끔 아는 단어들과 구조로 나오는 문장은 두 번 읽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자동 해석된다. 몇 번을 겪어도 신기한 과정이다.

 

개인적으로 영어는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읽기'이다. 공부는 필요성을 느껴야 더욱 능동적으로 하게 되고, 읽기는 당장 나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대체로 필요한 정보는 영어로 된 글이 많으니까. 나머지 셋은 당장 사용할 일이 없다. 그러니 아무리 노력해봐도 금세 질리고 유지되질 않는다. 영어 읽기부터 연습하면서 문장 낭독과 친숙해진다면 다른 부분 공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원서 읽기가 가장 마음 편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지만.

 

아무튼, 이렇게 한 권을 읽었으니 자신감이 붙는다. 내일부터는 또 다른 원서를 읽어야지. 참으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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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통계학
찰스 윌런 지음, 김명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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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딩 시절 수학을 내버린 나는 확률과 통계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고 이해하지도 못했다. 데이터 분석 공부를 하면서 통계를 읽는 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더 늦기 전에 경각심을 가지고 책장을 살폈다. 마침 2년 전에 누군가의 추천으로 구매했던 찰스 윌런의 벌거벗은 통계학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 한 권으로 통계적 시선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기초 지식은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읽었다.

 

아니나 다를까, 읽을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교과서보다는 친절하지만, 지식이 조금도 없는 나에게는 그래도 어려운 내용이었다. 처음 몇 가지를 빼면 머릿속에 혼선이 빚어졌다.

 

정규분포나 중앙값과 평균값의 차이점, 독립시행을 패턴으로 인식하는 오류, 확률은 낮지만 일어나면 후폭풍이 큰 블랙스완, 쓰레기를 입력하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GIGO에 의거해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잘못되었다면 통계 역시 잘못된 결과를 불러온다는 내용까지는 다른 책 등에서 읽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학적 용어가 나오면 이해력이 급감했다. 모집단과 표본, 표준편차, 표준오차, 신뢰 구간, p-, 귀무가설, 대안가설 등등. 아무래도 한 번만 읽어서는 무리가 있었다. 이번 감상문은 책을 소개하거나 정리한다기보다 다음에 한 번 더 읽을 결의를 다지는 용으로 삼아야겠다.

 

곧 빅데이터 분석 교육을 받으니 그 전에 다시 읽어보도록 하자. 공부할 때는 아마도 읽을 시간이 부족할 테니, 미리미리 읽어둬야겠다. 아아, 쉬운데 이해를 못하다니. 이럴 때마다 수포자로 살았던 지난날이 너무나 후회된다.

 

여담으로 이것 때문에 확률과 통계참고서를 구매했다. 개념부터 다시 익힐 생각으로. 지금까지 공부할 생각이 1도 없었던 수학 공부를 다시 하게 만들었으니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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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머니 - 부의 거인들이 밝히는 7단계 비밀
토니 로빈스 지음, 조성숙 옮김, 정철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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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책 감상문 작성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문외한이기도 하거니와 너무 복잡해서 머릿속이 뒤죽박죽 어지러울 뿐,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니 로빈스의 머니는 쓰고 싶었다. 거의 900쪽에 달하는 육중한 책의 완독을 기념하기도 하면서 꼭 기록해두고픈 내용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강한 인상을 받은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벌써 기억이 흐릿하다. 챕터를 쪼개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읽었더니 앞부분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하다. 가물가물한 내용은 대충 건너뛸 생각이다.

 

이 책은 총 7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투자 공부에 뛰어들기 전 마음가짐, 2부는 일반 투자자가 속거나 당하는 통념들을 다룬다. 3부에서는 투자를 위한 사전 준비 단계이다. 저축을 늘리고 소득을 올리고 세금과 수수료를 줄여 그만큼 더 투자하라고 말한다. 4부부터는 본격적으로 투자 공부에 들어간다. 자산 배분을 위한 바구니 나누고 5부에서 그에 걸맞은 전략을 소개한다. 6부는 이 시대 부의 거인들을 만나 나눈 인터뷰를 요약하여 실었다. 마지막 7부는 부가 가야 할 방향으로 나눔을 제시한다.

 

본 내용을 적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전제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란 요새 핫한 파이어족이나 단타와는 거리가 멀다. 기본적으로 은퇴 자금혹은 노후 준비를 목적으로 하며 자산 배분을 통한 장기투자를 말한다. 그리고 미국 실정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이므로 국내 실정과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보험에 관한 부분이 그렇다. 고려는 하되 또 다른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다. 또한, 코로나 사태 한참 전에 출간된 책이니 역시 지금과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자산 배분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살아남는 차원을 넘어 순항하게 해줄 최적의 투자 배합을 찾기 위해서라도 분산 투자를 행해야 한다. - p.420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무사히 들고 가면 그만한 이득이 없지만, 혹시나 실수로 바구니를 떨어뜨린다면 모든 계란이 깨지기 마련이다. 그중 하나가 살아남았다손 쳐도 나머지 깨진 계란의 손해가 막심해 눈물이 줄줄 흐를 것이다. 투자계도 마찬가지여서 투자의 대가들은 한목소리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말한다. 수익률도 수익률이지만, 변동성 방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득보다는 손실에 더 큰 불행을 느낀다. 평소에는 10% 손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겪으면 뼛속까지 아파진다.

 

계란과 마찬가지로, 투자 역시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아야 한다. 책에서는 이 바구니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주식, 부동산 등 위험 자산을 담는 위험/성장 버킷’, 안전 자산을 담는 안전/마음의 평화 버킷’, 인생에 활력을 더하기 위한 드림 버킷이 그것이다.

 

위험/성장 버킷

 

위험/성장 버킷에 모든 돈을 다 집어넣는 것은 죽음을 부르는 키스이다. - p.473

 

위험/성장 버킷에 들어가는 종류는 이런 것들이 있다고 한다. 주식, 하이일드 채권(정크본드), 부동산, 원자재, 통화, 수집품, 구조화채권. 여기서 수집품은 아마도 접근 가능성이 매우 떨어질 것 같으니 빼도록 하자.

 

주식과 부동산은 장기적 우상향!’이라고 말하지만 하락했을 때의 변동을 메우려면 그것의 두 배 되는 수익을 올려야 본전을 찾는다.

 

정크본드는 신용도가 낮은 채권을 말하는데, 높은 위험성을 대가로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 재수 없으면 채권이 종이짝으로 변할 수도 있다.

 

원자재는 경제 동향에 따라 변동성이 심하기로 유명하다. 한 예로, 코로나 사태 직후 원유 차트를 보면 알 수 있다.

 

통화는 환율의 변동성 때문에 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제외하면 나머지 통화는 모두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

 

마지막 구조화채권은 종류가 다양해 안전 자산도 되고 위험 자산도 된다고 한다. 원금을 25%만 보호해주는 구조화채권의 경우 시장 하락 25%까지는 손해가 없지만 25%가 넘어가면 초과분만큼 원금 손실이 생긴다고. 독일 국채 파생 상품이었던 DLS인가가 이런 것인가? 그것도 금리 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이 보장되는데 마이너스 금리가 되어버려서 손실이 났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이건 잘 모르겠으니 패스.

 

안전/마음의 평화 버킷

 

안전/마음의 평화 버킷은 재무적 자유를 향한 경주에서 느리지만 꾸준히 걷는 거북이이다. 그리고 다 알다시피 대개 거북이가 이긴다! - p.422

 

안전 자산으로 취급되는 종류로는 현금/현금등가물, 채권, 양도성예금증서, , 공적연금, 연금보험, 생명보험, 구조화채권이 있다. 안전 자산은 비교적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금등가물은 MMF를 말하는데, CMA와 비슷하면서도 예치 기간이 있는 펀드 상품이다. 우량 채권에 투자해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오면서 원금 손실도 거의 없다고 한다.

 

양도성예금증서는 은행에 돈을 빌려주고 받는 증서이다. 은행에 빌려주는 만큼 안전하긴 할 것이다.

 

집은 부동산 아니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접근 개념이 다르다. 부동산은 차익이나 세를 받으면서 수익을 내는 자산을 말하고, 집은 최후의 보금자리가 되는 장소를 말한다. 집값은 오르면 좋고 폭락하더라도 지낼 곳은 있어야 재기가 가능하다.

 

공적연금은 국민연금이니 패스. 연금보험은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등에서 가입할 수 있다. 이 역시 변액보험인지, 사업비와 보장이율이 얼마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생명보험은 나뿐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드는 보험이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자산이라고 생각하자.

 

또 나온 구조화채권은 잘만 고르면 하방 위험을 덜고 상방 수익에 동참하는 훌륭한 투자 수단이라고 한다. 잘 고르면 안전 자산, 잘못 고르면 위험 자산인 셈이다.

 

드림 버킷

 

자신이 무엇을 위해 저축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일정 부분을 저축한다면 아무 꿈도 실현되지 못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그리고 왜 원하는지 알고서 그 꿈에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 비밀이다. - p.488

 

인간의 의지는 나약하다. 첫날 넘치는 열정으로 대단한 각오를 다져도 그것이 평생 지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물며 한참 먼 것처럼 보이는 노후를 위한 투자를 한다면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궁극적인 투자 목적을 위해서 우리는 삶의 윤활유가 필요한데 드림 버킷은 그것을 위한 바구니이다.

 

투자 전의 기본은 저축과 소득을 늘리고 세금과 수수료를 줄이는 것이다. 그 차액만큼 투자를 늘릴 때 일정 부분을 자신의 꿈을 위한 저축으로 전환한다. 여행이 될 수도, 새 차가 될 수도, 집이 될 수도 있다. 어떤 꿈이든 간에 드림 버킷의 돈은 목표한 금액이 달성될 때까지 꺼내면 안 된다. 목표 금액이 너무 크다면 꿈을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순서대로, 큰 꿈에서 작은 꿈 순으로, 단기적인 꿈에서 장기적인 꿈 순으로 목록을 작성하고 왜 이뤄야 하는지 이유를 적는다면 우선순위 정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드림 버킷의 지분은 꼭 할당하도록 하자.

 

올시즌스 포트폴리오

 

돈을 똑같이 나눌지라도 두 투자의 위험 수준이 동등하지 않으면 그것은 결코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아니다! - p.544

 

사실 여기를 적고 싶어서 위의 긴 글을 적었다. 버킷의 종류를 알았으니 이제 비율에 따른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아버지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의 비율을 7525로 하거나 반대로 하라고 말했다.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 존 보글은 더 나아가 연령에 맞춰 비율을 나눌 것을 제안했다. 가령, 26세라면 100%에서 자신의 나이만큼을 안전 자산으로, 나머지를 위험 자산으로 구성한다. 60세라면 안전 자산 60%, 위험 자산 40%처럼 말이다. 물론 개인마다 위험 감수 수준이 다르므로 비율에는 정답이 없다. 야수의 심장을 가졌다면 나이가 많든 적든 위험 자산 몰빵도 가능하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게 했다간 고점에 물리고, 저점에 손절할지 모른다. 저자는 이런 불행을 해결하기 위해 투자의 대가 중 하나인 레이 달리오에게 개략적인 포트폴리오를 요청했다. 그는 올웨더 포트폴리오로 거대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영하면서 폭락장에서는 최소한의 손실을, 상승장에서는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저자의 요청에 레이 달리오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의 축약형을 제시했다. 모든 날씨에 대응하진 못해도 모든 투자 계절에는 대응 가능한 올시즌스 포트폴리오였다.

비율은 변동성 위험에 따랐으며 저자의 팀이 백테스팅한 결과로는 손실은 최저였고 수익은 S&P 500 지수를 초과했다. 1938~2013년까지 S&P의 평균 손실은 11.40%였던 반면, 올시즌스는 1.63%였다. 최악의 폭락장에서도 올시즌스는 선방하거나 오히려 수익을 냈다. 닷컴 버블 이후부터 2013년까지는 수익만 났고 손실은 없었다.

이쯤 되니 코로나 이후에도 이게 먹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폭락장은 과거에는 없었던 경험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검색해본 결과 기사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20202월까지는 SPY가 올시즌스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3월에 폭락하면서 21%가량 빠졌다. 반면, 올시즌스는 2.8% 수익을 냈다고 한다. 상승폭이 주식만큼 가파르진 않지만 하방이 단단하며 수익률이 고른 것이 올시즌스 포트폴리오의 장점이다.

 

사계절 포트폴리오 참고 기사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0040165911

 

우리나라 주식에도 먹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못 찾은 건지, 없는 건지. 이머징 마켓으로 들어가는 코스피 시장은 아마도 안정성이 떨어져 저 포트폴리오가 안 먹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해보더라도 미국 시장에서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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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들의 인터뷰와 물질적 부를 넘어 정신적 부까지 챙기는 방법을 알려주는 뒷내용이 있지만, 자세한 내용은 개인이 찾아보는 게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앞뒤 자르고 내가 정리한 부분만 봐도 책값은 뽑는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출간된 지 꽤 된 책이라 중고로 구할 수 있으니 가성비가 엄청나다. 이 책 한 권으로 투자에 대한 개념뿐 아니라 실생활에서의 소비나 저축, 심리 상태까지 스스로 관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그에 대한 내용이 내가 다루지 않은 모든 부분이다.

 

저자의 열정이 대단한 만큼 책도 두껍다. 굉장히 좋은 책임에도 큰 단점으로 생각되는 부분이다. 내용이 자산 관리 초보자들을 향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과연 벽돌 책을 견딜 만큼 독서력이 상당할까? 보통 절실한 사람이 아니고야 두께 보고 도망갈 것 같다. 그래도 이 한 권으로 소비, 저축, 투자 개념이 잡힌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나처럼 11챕터로 접근하면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올시즌스 포트폴리오의 위력이 놀라워서 하찮은 필력과 이해력에도 불구하고 장황한 감상문을 적었다.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 내 미국 주식 계좌에 올시즌스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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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리커버 특별판)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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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이라 작년에 사놓고 지금까지 미루고 있었다. 원래는 모모를 읽으려고 했는데, 어디 갔는지 없어져서 끝없는 이야기로 손을 옮겼다. 아무래도 청소년 소설이니 유치할 것으로 여겼다. 후딱 읽어 치워버리자는 마음이 독서 동기의 90퍼센트는 차지했으리라. 그러나 내 생각은 역시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어린 시절 나는 도대체 무슨 책들을 읽었던 것일까. 왜 도서관을 뒤지지 않았을까. 어째서 상상을 몽상과 망상으로 구분해야 하는 지금의 나이에 이 책을 만난 것일까! 읽는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이었다. 왠지 어린 시절을 날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상상으로만 맛보던 내용이 이렇게 소설로 존재했었다니. 예전 나니아 연대기이후 다시 느끼는 안타까움이었다.

 

소설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눌 수 있다. 1부는 환상 세계의 아이 아트레유가 어린 여왕의 병환을 치유하기 위한 여행을 하는 이야기이고, 2부는 바스티안이 환상 세계에 들어가 자아를 찾는 여정을 다룬 이야기이다.

 

주인공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는 책과 이야기 짓기를 좋아했다. 현실이 싫기 때문이었다. 학교 아이들과 교사는 통통한 외모와 소심한 성격인 그를 괴롭혔고, 아빠는 엄마를 잃은 후 자신에게 별로 관심 없어 보였다. 비 오는 어느 날, 그는 학교를 가다 말고 고서점에 들러 책을 한 권 훔쳐 도망쳤다. 제목은 끝없는 이야기, 두 마리의 흰 뱀과 검은 뱀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문양이 그려진 책이었다. 바스티안이 선택했다기보다 책에 선택받은 느낌이었다. 서점으로부터 도망친 그는 자기도 모르게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이미 지각한 김에 바스티안은 교실 대신 인적이 드문 창고로 향했다. 그곳에서 바스티안은 학교 일과, 아빠를 잊은 채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환상 세계의 여왕이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그녀의 세계가 위협당하고 있었다. ‘()’가 퍼지면서 세계 곳곳을 존재하지 않았던 곳으로 만들었다. 온갖 종족의 의사들이 그녀를 치료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측근 카이론에게 명령했다, 풀의 바다에 사는 초록 피부 일족 아트레유가 병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을 것이니 아우린(여왕의 권한)’을 건네주라고. 아트레유는 바스티안과 비슷한 나이의 어린 소년이었다. 카이론은 어린 아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염려했다. “() 여왕은 아무도 모르는 어떤 것을 찾아오라고 미지의 세계로 널 보내는 거다. 누구도 너를 도와줄 수 없고, 누구도 너에게 충고해 줄 수 없으며 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넌 임무를 받아들일 건지 아닌지 당장 결정해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p.68)”

 

위대한 사냥꾼을 꿈꾸던 아트레유는 생각보다 큰 모험임을 깨닫고 용감하게 대탐험을 나섰다. 아끼는 말 아르탁스를 슬픔의 늪에서 잃었어도, 늙고도늙은 모를라를 마주했어도, 행운의 용 푸후르를 구하고 끔찍한 위그라물에게 물렸어도, ‘우유랄라를 만나는 과정이 험난했어도, 불량배의 마을에서 그를 죽이려는 그모르크가 다리를 물어 놓지 않았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푸후르와 함께 여정을 마쳤다. 여왕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여왕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줄 인물이 필요했다. 구원자는 환상 세계 사람이 아닌 현실 세계 사람이었고, 그가 환상 세계로 넘어와야만 이 세계를 구할 수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였다. 그가 여왕의 새 이름을 부르면 넘어올 수 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어린 여왕은 방랑산의 노인의 도움을 받아 바스티안이 부름에 응하도록 만들었다. 바스티안은 어린 여왕에게 달아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 이름을 외치자 바스티안은 환상 세계로 이동했다. 어린 여왕은 그에게 환상 세계 주인의 권한인 아우린을 넘겨주며 소원을 빌도록 했다. 그의 소원이 곧 환상 세계의 재탄생이었다. 달아이는 바스티안에게 환상 세계를 맡긴 후 종적을 감췄다. 그는 이제 혼자서 세계를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소원을 빌어 통통하던 외모는 매끈하고 잘생긴 모습으로 변했다. 용감하고 강한 힘을 원하자 그렇게 되었다. 대가로 현실 세계의 기억을 잃었지만, 그는 느끼지 못했다.

 

바스티안은 밤의 숲 페를린과 다채로운 죽음 그라오그라만이 있는 일곱 빛깔의 사막을 시작으로 모험을 떠났다. 그라오그라만의 존재 이유를 알려준 감사의 표시로 받은 마법의 검 지칸다를 받았다. 마법의 검은 스스로 뽑히면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그를 지켜주지만, 억지로 뽑으면 큰 재앙을 불러온다고 했다. 천 개의 문을 지나 아마르간트에 도착한 바스티안은 도시에서 아트레유를 만났다. 아트레유는 아마르간트에서 대회를 열어 구원자를 찾을 용사를 뽑는 중이었다. 신분을 숨긴 바스티안이 대회에서 우승을 거뒀고, 아트레유는 본능적으로 그가 구원자임을 알았다. 둘은 실제로 처음 봤지만 깊은 우정을 나누며 친구가 되었다.

 

훤칠한 외모와 강한 힘, 두려움 없는 용기를 가진 바스티안은 이제 환상 세계에 명예로운 자로 불리고 싶었다. 그는 소원을 사용하여 음유시인인 아마르간트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가득 담긴 도서관을 만들어주었고, 대회에서 바스티안에게 당해 좌절한 휜레크를 위해 용을 만들어 공주를 구하게 해주었으며, 못생긴 외모로 항상 흐느끼는 아하라이 족을 항상 웃는 슐라무펜으로 바꿔주었다. 모든 결과가 썩 좋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바스티안은 뿌듯함을 느꼈다. 그럴수록 그는 현실 세계의 기억을 잃어갔다. 그것을 눈치챈 이들은 아트레유와 푸후르뿐이었다.

 

바스티안의 소원은 마녀 크사이데를 만나면서 절정에 다다른다. 크사이데는 그에게 속삭여 환상 세계의 황제로 자리할 것을 유혹했다. 아트레유는 바스티안에게 진실된 말을 하며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바스티안은 아트레유를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생각하며 함부로 말했다. 결국 아트레유와 푸후르는 떠났고, 바스티안은 자신을 따르는 환상 세계 종족들을 이끌고 세계의 중심인 상아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황제가 되려는 대관식을 치르려는데, 아트레유가 여러 환상 세계 종족을 연합해 반란을 일으켰다. 한때 깊은 우정을 나눴던 둘은 서로에게 칼을 겨눴다. 억지로 빼든 지칸다는 아트레유를 찔러 부상을 입혔다. 푸후르가 재빨리 아트레유를 데리고 도망치자 분노에 휩싸인 바스티안은 그들을 추적했다.

 

추적하던 도중 맞닥뜨린 마을에서 바스티안은 진실을 깨달았다. 마을의 이름은 늙은 황제들의 도시, 과거 환상 세계에 왔으나 마구잡이로 소원을 빌다 자아를 잃어버린 존재들이 거주하는 곳이었다. 그들은 멍청한 행동을 하며 살아갔다. 아트레유는 이런 미래로부터 바스티안을 구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었다. 소원을 빌어 마을을 빠져나오긴 했으나 그는 또다시 기억을 대가로 지불했다.

 

바스티안은 여러 날을 걸었다. 조화롭긴 하지만 사랑이 없는 도시 위스칼을 지나 변화하는 집에 도착했다. 집에는 아이우올라 부인이 살았다. 그녀는 바스티안을 기쁘게 맞이하면서 조급하지 않도록 다독였다. 기억을 잊어버려 걱정하는 바스티안에게 아이우올라 부인은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은 그저 변하는 거(p.628)”라며 위로했다.

 

바스티안은 마지막 소원을 사용해 (대가로 자신이 누구였는지 잊었다.) 변화의 집을 벗어나 그림들의 광산에 도착했다. ‘요르라는 광부가 지키는 광산에서 바스티안은 생명의 물로 가는 길을 찾으려고 했다. ‘생명의 물은 현실 세계로 향하는 길이며 스스로 찾지 않는 이상 누구도 알려줄 수 없는 곳이다. 바스티안은 다양한 기억들이 묻혀 있는 광산에서 요르를 도와 자신이 찾는 그림을 캐냈다. 가운을 입은 남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얼음에 갇혀 있었다. 남자는 바스티안의 꿈속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바스티안은 그 그림이 자신을 생명의 물로 이끌어줄 열쇠임을 깨닫고 광산을 떠났다.

 

소중한 그림을 조심히 들고 이동했다. 그러나 자신이 존재를 바꿔주었던 슐라무펜이 등장해 장난치는 바람에 바스티안의 희망은 산산조각나버렸다. 절망에 사로잡힌 그때, 아트레유가 행운의 용 푸후르를 타고 나타났다. 바스티안은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아우린을 풀어 그들의 앞에 내려놓았다. 아우린의 빛이 너무 눈부셔 그들 모두 눈을 감았다. 다시 떴더니 그들은 이미 거대한 공간에 서 있었다. 서로의 꼬리를 문 흰 뱀과 검은 뱀이 지키는 생명의 물이었다. 바스티안은 아트레유와 푸후르의 도움으로 무사히 생명의 물을 통과했다.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온 바스티안은 사실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 역시 아빠를 사랑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코레안더 씨에게 훔친 책을 사과하러 갔을 때 그 책은 서점의 소유물이 아닌 바스티안에게만 주어진 이야기였음을 알게 되었다. 바스티안이라면 많은 사람들을 환상 세계로 이끌 수 있을 거라는 사실까지도.

 

줄이고 줄인 줄거리지만, 거의 700쪽에 달하는 소설이어서 굉장히 길어졌다. 긴 이야기인 만큼 미하엘 엔데가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는 무수히 많다. 가령, 환상 세계 여행자가 등장해 어린 여왕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어야만 환상 세계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현실 세계가 상상력을 거부한 채 정해진 답을 강요했기에 여행자는 나타나질 않았다. 동시에 환상 세계가 파괴의 제물이 되면 될수록 인간 세상으로 퍼지는 거짓의 물결은 점점 커지고 바로 그 때문에 사람이 환상 세계로 올 가능성은 매 순간 점점 희박해졌다(p.232).’ 상상력이 죽은 인간은 어떻게 사는가?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을 지루하게 여기며 절망에 휩싸인 채 우울하게 살아간다. 미하엘 엔데는 그런 인간들에게 자유로운 상상과 이야기의 즐거움을 선물했다. 환상 세계는 모든 것이 말이 안 되며 모든 것이 타당하다. 상상에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상상하기를 좋아했던 내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더 즐거웠을까. 지금의 나이에도 즐거운 독서였지만, 나도 모르게 논리와 합리성을 따지려고 들었다. 상상력에 늦은 나이는 없어도 이미 판단하는 기준이 분명하기 때문에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더 늦기 전에 좋은 소설을 접했으니 아직 어린 시절을 보내는 누군가에게 추천해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교육적인 상징성에서도 빛을 발한다. 바스티안은 평범한 것보다는 한 계단 아래에 있는 소년이다. 자기 앞가림에 의욕이 없고, 행동에 책임도 없다. 그가 환상 세계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교훈을 얻는데, 그중 가장 영향력 있는 몇몇 인물의 상징을 따져볼 수 있다. ‘아트레유책임감’, ‘푸후르행운’, ‘크사이데욕망’, ‘아이우올라 부인시간’, ‘요르무의식으로 볼 수 있다. 바스티안이 책임감과 행운을 만났을 때는 승승장구했으나 함부로 대했을 때는 쇠락했다. 쇠락의 길에는 한없이 커진 욕망이 자리했다. 다친 아트레유와 푸후르를 쫓으면서 욕망과 멀어지자 곧 바스티안은 공허해졌다. 공허한 마음은 변화의 집에서 시간이 치유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바스티안의 소중한 기억은 무의식의 광산에 묻혀 있었다. 그가 조심스레 무의식을 건들자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냈다.

 

물론 이러한 해석을 곁들이면 소설은 재미를 잃는다. 학교 다닐 때 많이 경험하지 않았는가. 어디까지나 감상문을 쓰는 입장에서 책의 장점을 어필하기 위한 해석일 따름이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 위의 요소 함양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이렇게 두꺼운 책을 완독한다면 독서에 대한 자신감도 뿜뿜 샘솟을 것이 분명하다. 일단 내 사촌 동생에게 추천해봐야겠다.

 

읽을 책이 넘쳐도 다음 읽을 책은 기약해야 한다. 언젠가 미하엘 엔데의 모모도 읽어볼 예정이다. 집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사라져버려서 중고로 구매했다. 과연 이 책만큼 임팩트가 있을지 궁금하다. 추천은 여기저기서 많이 받기는 했었는데 말이다.

 

마지막으로 끝없는 이야기의 구성은 C.S.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와 비슷하다. 하나를 재밌게 읽었다면 다른 하나도 취향에 맞으리라고 감히 확신한다. 후자는 1000쪽이 넘으니 독서 자신감을 위해서라면 도전해보자. 츄라이 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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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의 생각 - 문화에서 꿈을 찾다, 7가지 창조적 여정 creative journey
고성연 지음 / 열림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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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특정 기업이나 기업인에 대한 책은 읽지 않는 편이다. 내가 발을 담그고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고성연의 CJ의 생각은 두 가지 이유에서 구매해 읽었다. 첫째, 나는 서점에서 그냥 나오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 중고서점도 마찬가지다. 어떻게든 몇 권 구매하려는 심리 때문에 책장 곳곳을 여행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둘째, 구매 시점이 CJ ENM에 이력서를 넣은 지 얼마 안 됐던 때였다. 대기업이라 얼추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돌이켜 보니 나는 CJ란 기업을 거의 몰랐다. 이력서를 안 넣었다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이것도 인연이다 싶어 궁금증 해소 겸 참고 도서로 구매했다.

 

CJ는 설탕 제조 사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르신들에게 제일제당으로 친숙한 이 기업은 영화 제작·배급사 ‘CGV’, 케이블 채널의 강자 ‘tvN’, 홈쇼핑 채널 ‘CJ오쇼핑’, 한류를 이끈 시상식 ‘MAMA’, 냉동식품의 판도를 뒤집은 비비고등으로 전 연령층에 사랑받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제조업에서 문화산업으로 전환하는 길은 대기업이라도 쉽지 않았다. CJ는 어떻게 역경을 극복하고 대응했는가. 그 험난한 과정 중 나는 책에서 가장 지분을 많이 차지한 영화산업에서 배울 점 3가지를 꼽아봤다.

 

1. 배우는 자세

 

스필버그에게 손을 내민 결단에는 최고의 시스템을 배워 우리 것으로 체화하려는 의지가 짙게 깔려 있었다. - p.27

 

90년대 우리나라 영화 산업은 열악했다. 시스템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할리우드와 비교해 한국 영화는 경쟁력이 없었다. ‘배급과 극장 사업은 돈이 되지만 한국영화로는 이익을 낼 수 없다(p.32)’는 결론이 지배적이었다. CJ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힘겨우리라는 점을 시작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할리우드 최고의 영화 배급사인 드림웍스에게 영화산업 시스템의 A to Z를 배우는 데 집중했다.

 

한국영화계에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변했다. 이전에는 배급 과정에서 극장주에게 뒷돈을 주거나 영화사로 갈 수익을 가로채는 일이 잦았다. ‘확실한 전산 시스템을 갖춘 배급사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러한 비리가 근절됐다(p.35).’ 유통이 투명해지니 투자와 마케팅의 효율도 덩달아 상승했다. 관람객 취향에 맞는 영화를 제작·배급할 수 있게 되면서 영화산업 이익은 극대화되었다.

 

여기에 한몫 더한 시스템은 멀티플렉스라는 플랫폼이었다. CJ가 뛰어든 초기 영화산업 시기에 미국은 이미 멀티플렉스 체제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다. 스크린의 개수가 많으니 흥행하는 영화는 더욱 추진력을 얻었다. CJ는 이것이 정답이라고 확신했다. 다양한 투자처와 협업해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강변11’을 탄생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우려와 달리(IMF 직후였다.) 사람들은 줄줄이 ‘CGV강변11’을 찾았다. CJ가 멀티플렉스 사업에 성공하자 다른 대기업 영화관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영화산업이 크게 발전한 것이다.

 

2. 포기하지 않는 자세

 

사실, 20년의 세월 동안 CJ는 고전을 면치 못한 적이 더 많았다. 그렇지만 한 번도 처음의 목표를 놓지 않았다. - p.36

 

영화산업에 뛰어든 제조기업을 세상은 호의적으로 보지 않았다. 게다가 그 분야는 시스템마저 미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J가 결과를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단기적 결과에 실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배급 시스템과 영화관 플랫폼을 넘어 CJ는 블록버스터에도 힘을 쏟았다. 영화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블록버스터 영화는 꼭 필요했다. 그러나 시스템 도입 초기와 마찬가지로 아직 우리나라에는 블록버스터 내공이 부족했다. 내실을 다지는 데에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다. 엄청난 출혈이 예상됐지만 끊임없이 실전을 통한 실험에 나서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p.56).’

 

먼저 좋은 영화를 고르는 안목부터 키우기 위해 배급 업무와 단순 투자 업무 위주로 역량을 쌓았다. 1999년에 쉬리500만을 돌파하며 블록버스터의 포문을 열자 가능성을 확인하고 CJ는 투자의 범위를 늘렸다. 좋은 영화도 발굴했지만 미끄러진 경우도 허다했다. ‘이처럼 옥석을 가리는 눈이 부족해 애먼 데 투자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듣기도 했지만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우물을 파는 수밖에 없었다(p.57).’

 

노력하는 과정이 누적되자 결실이 나오기 시작했다. 730만의 화려한 휴가(2007), 668만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그리고 마침내 2009년 개봉한 재난 블록버스터 해운대1000만을 넘어섰다. 2013년부터는 여러 블록버스터 영화가 등장했다. 설국열차, 베테랑, 도둑들, 명량등등. CJ는 명실공히 한국영화계를 선도했다.

 

3. 실패를 인정하는 자세

 

실험도 좋지만 대작을 표방한 작품들의 잇단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체질 개선을 요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 p.60

 

블록버스터가 터지기 전까지의 공백 기간은 CJ 영화산업의 흑역사라고 불린 시기다. 투자 목록의 대부분이 할리우드 흥행작을 답습한 SF물들이었다. 당시 초딩이었던 나조차 개똥망 영화들의 이름을 대며 친구들과 하하호호했던 기억이 난다. 가장 많이 화제가 되었던 영화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었다. 놀릴 만하면 뭐든 ○○팔이를 붙였다.

 

흥행작의 아류를 만드는 이런 매너리즘이 비단 CJ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영화산업계가 커지면서 투자가 과도하게 들어오자 아무 영화에나 투자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된 셈이었다. 관객들은 신작이 나오면 일단 의심부터 했다. 영화산업계는 하강 곡선을 그렸다. 그런 와중에도 왕의 남자(2005), 괴물(2006)등 신기록을 세우는 영화가 등장했다. 의심하는 만큼 보는 관객들의 눈이 높아진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법 복제물까지 판을 쳐 영화 산업은 오랜 기간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CJ 내부에서 잘못된 판단과 투자를 반성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흑역사를 탈출하기 위해 체계를 바로 잡았다. ‘인하우스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고 제작투자 회의도 활성화했다. 보다 안정적인 영화 선구안 시스템이 마련되자 위에서 언급한 노력의 결실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실패를 인정하고 실패에서 배울 점을 이끌어냈다. 예를 들면, 중천(2006)에서 쌓은 경험은 전우치(2009)에서 빛을 발했다. 개똥망 중의 개똥망 영화인 7광구(2011)에서는 CG의 가능성을 찾았다. 이런 실패 경험의 사용처는 선택과 집중이었다. 어떤 부분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해야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기업마저 최고가 되는 과정은 개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3가지 배울 점은 우리가 목표를 향해 갈 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세다. 기본자세가 튼튼하기에 CJ는 영화산업뿐 아니라 TV와 한류 문화까지 꽉 잡은 게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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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부분의 책을 자기계발서처럼 읽어서 이 감상문도 자기계발 느낌이 물씬 풍긴다. 경영서이며 기업 이야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나는 CJ에 대한 궁금증에 이 책을 읽었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찾아서 읽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한 번이면 족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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