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수업 (양장) - 글 잘 쓰는 독창적인 작가가 되는 법
도러시아 브랜디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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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남아 있어서 글쓰기에 관한 책은 수집가의 마음으로 사 모은다. 읽는 책은 대부분 실용서나 자기계발서지만, 가끔 몸서리 처지게 과거의 내가 현재를 사로잡는다. 그럴 때마다 달래주기 위한 방편으로 작법서를 읽는다. 대부분 읽고 나면 두 가지 감정을 갖게 된다. 하나는 공허함이고 다른 하나는 절망감이다. 전자는 더 이상 과거의 나만큼 상상하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후자는 아무 글도 못 쓰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도러시아 브랜디의 작가 수업도 별반 다를 것 없는 선택이었다. 몇 달 전 중고서점에서 눈에 띄어 미련으로 구매했고, 무력하게 지내는 일상을 달래주려 구매한 지 한참 만에 읽었다. 평소라면 역시 공허함과 절망감에 자기비하를 중얼거려야겠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감정이 생겼다. 두 감정의 지분이 50:50에서 33:33으로 줄고 글쓰기를 시도해보고 싶은 감정이 남은 34를 차지했다.

 

인간에게 주어진 표현 방법 중 내게 주어진 방법은 말하기와 쓰기 두 가지뿐이다. 어찌 되었든 개발해야만 한다. 34 지분의 감정은 그것을 자극하면서 굳이 소설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글쓰기는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동기를 부여했다. 다행히 이 책은 작법서이면서 글쓰기 기술보다는 작가로서의 태도에 중점을 맞춘 터라 나의 동기를 이행하기에 적합했다.

 

글쓰기의 네 가지 어려움

 

그동안 아주 오만방자하게 살았다.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잘 쓰진 못해도 꾸준히 끄적거려왔으므로 기본은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쓰고 지우고 쓰고 버리고 쓰고 갈아 없앴기에 남아 있는 습작품이 거의 없지만(당시 작가는 이런 식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머저리 과거의 나 자식……).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돌아본 나는 아무런 기본도 없고, 준비도 안 되어 있었다. 아니, 방구석 여포처럼 그냥 머릿속 작가였다. 쓰는 연습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아 한 자리에서 오래 쓰는 게 좀이 쑤셨고, 그마저도 쓰는 시간이 극히 적었다. 감정 기복이 하단으로 수직하강한 시즌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실천은 하수구에 흘려보낸 멍청이였다!

 

나의 멍청함을 재확인하는 작업을 끝낸 후, 아주 초보적인 수준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글쓰기 무지렁이 상태로.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 처음부터 한 발짝씩 나아가는 게 더 이로울 것 같았다(약간 리셋 증후군 환자 같지만 기우겠지?). 기본적인 전제는 다른 분야와 똑같다. ‘단기간에 높은 진전을 이룰 수는 없다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글쓰기의 네 가지 어려움을 포함한다. ‘글쓰기 자체의 어려움’, ‘한 책 작가’, ‘가뭄에 콩 나듯 쓰는 작가’, ‘기복이 심한 작가’.

 

글쓰기 자체의 어려움은 작가는 일필휘지해야 한다는 오류에서 나온다. 물 흐르듯 쓰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쓰지 못하면 작가로서 자격이 없다고 단정 짓게 된다. 저자는 이 어려움에 여러 가지 요인이 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술적인 가르침은 소용없다고 말한다.

 

두 번째 어려움은 첫 책 성공 후 다른 책을 쓰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미 이야기를 풀어내는 기술은 있으나 처음만큼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조바심이 낙담으로 바뀌어 절망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길을 잃을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어려움이 뒤섞인 형태인 세 번째 어려움은 첫 작품 후 긴 휴지기를 보내고 나서 다음 글을 쓰는 경우이다. 쉬는 기간이지만 쉬는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다. 욕구는 넘쳐나나 단 하나의 문장도 떠오르지 않는 고통으로 기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이러한 어려움은 완벽이라는 거의 도달 불가능한 상태를 추구하는 데서 비롯된다. 또 더러는, 드물긴 하지만 일종의 과도한 허영심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p.33)’

 

마지막 어려움인 기복이 심한 작가는 기술적인 측면과 관련이 있다. 조금 쓰고 나면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면 도움될 수 있지만, 진짜 어려움은 작가의 자신감 부족, 경험 부족 등이 원인이 된다. 이런 경우에는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감을 신뢰하는 법과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p.34)’

 

전문성을 빼고 본다면 나는 네 가지 어려움에 다 해당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첫 번째 어려움인 듯하다. 전공으로 배웠어도 쓸 줄 모른다는 압박감에 글쓰기 자신감이 바닥을 기어 다닌다. 나는 글쟁이로서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워야 했다. 그래서 아주 초보적인 수준부터 다시 시작했다.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시작

 

작가에게는 두 가지 자아가 있다. 하나는 예술가 자아이고 다른 하나는 비평가 자아이다. 글을 쓸 때는 예술가 자아가 활개를 치도록 하고, 수정할 때는 비평가 자아가 나서도록 조절해야 한다. 실제로 글을 쓸 때는 비평가 자아가 곁에 오게 해선 안 된다.(p.62)’ 이런저런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잔소리하기 때문이다.

 

자아를 일단 분리해 두고 내가 먼저 손댄 행동은 눈 뜨자마자 글쓰기이다. 눈을 뜨는 즉시 머리맡에 둔 공책과 볼펜을 들고 생각나는 대로 쭉 쓰는 것이다. 의식이 차츰 각성해 더는 쓸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아무런 글이나 마구 쓴다. 그 후 읽지 않고 바로 덮어둔다. 비평가 자아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저자는 글쓰기가 익숙해졌을 때, 그때 돌아봐도 늦지 않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다음 단계로 제시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부담이 없어서 15분 글쓰기를 병행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15분 동안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글을 쓰는 것이다. 이때는 워드 프로그램으로 작성한다. 펜보다는 타자기에 익숙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역시 검토하거나 수정하지 않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작성한다.

 

현재 진행하는 마지막은 타자기에 익숙해지는 연장선으로 필사를 하고 있다. 전에는 노트에 펜을 들고 했었는데, 틀리면 지우고 고치는 것도 스트레스고 손가락 아픈 것도 스트레스라 그냥 워드로 옮겨 적고 있다. 기본적인 목적은 타자에 익숙해지는 일이니까 말이다.

 

여기까지가 도러시아 브랜디 선생의 말씀에 따라 내가 행동하고 있는 수준이다. 두고두고 읽으면서 차츰 반경을 넓혀야 함은 당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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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1930년대에 쓰인 작법서라는 사실에 놀랐다. 글쓰기에 대한 개념은 거의 한 세기가 흘러도 변하지 않는 듯하다. 게다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작법서이면서도 글쓰기 기술이 아닌 작가의 태도가 주제여서 마음을 다잡는 데도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글 쓰는 사람이고 싶다면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비록 꿈이 꿈으로써 저버려도, 꿈이 있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 위로가 된다. 공상의 여지를 남겨준 달까. 이마저도 없으면 아마 나는 소설이 무슨 소용이야? 책이 무슨 소용이야?’라는 무서운 생각에 침잠할 것만 같다. 단순히 삶의 연장으로라도 이 미련 맞은 꿈을 계속 꿀 예정이다. 여전히 작법서를 모아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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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
민경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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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나는 집에서 뒹굴고 있느니 책으로나마 직업 탐방을 시도했다. 그 첫 번째 책은 민경주의 가난한 회사의 마케터 매뉴얼이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이렇다. 아무것도 모른 채 구직 사이트 희망 직종란에 마케팅을 추가했다. 가장 많이 들어봤던 직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나는 마케팅을 내부에서 상품 파는 직종으로 이해했다. 외부에서 팔면 영업이고. 그러나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볼 때마다 두루뭉술하기 그지없었다. 도대체 마케터는 뭐 하는 직업이람? 이 질문이 책을 펼치게 만들었다.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저는 관계의 조율을 위해 마케터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 p.19

 

사전에서는 제품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이전하기 위한 기획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니까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중간 과정을 짜는 일이 마케팅인 듯하다. 너무 광범위한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저자 역시 마케팅의 정의는 명쾌하게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분야마다, 사람마다 마케팅의 관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내가 생각한 마케팅의 정의도 마냥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무튼 그런 모호한 일을 하는 게 마케터이고, 저자는 관계의 조율이 마케터의 역할이라고 한다. 회사와 고객 사이를 가깝게 만드는 것이다. A라는 회사가 있음을 고객에게 알리고, 고객이 A에는 뭐가 있는지 들여다보게 하며, 고객에게 A의 상품을 홍보한다. 그리고 고객의 요구 조건에 A의 상품을 맞춘다.

 

결국 마케터는 쉽게 말해서 고객과 기업을 이어주기 위해 고객에게 끝없이 추파를, 꽤 기술적이고 논리적으로 날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 p.21

 

여기서 더 나아가 상사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자본주의 노예라거나 순종하라는 뜻은 아니고,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서이다. 내 직급이 높다면 내 결정이 곧 회사의 결정이겠지만, 말단이라면 상상 속의 이야기일 뿐이다. 상사가 어떤 생각인지 알아야 방향성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 상사의 생각과 마케터의 생각이 따로 놀면 회사생활에 커다란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상사의 마음을 헤아리는 노력은 나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좋다고 한다. 그들에게 질문했을 때,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뭔 소린지 모를 대답을 하고 사라질 수도 있지만, 질문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의욕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된다. 나도 그렇듯 상사 역시 그냥저냥 일하는 직원보다는 의욕 있는 직원과 일하고 싶을 것이다. 다만, 저자는 이직을 고려해야 할 상사도 있음을 경고한다. 질문했을 때 무시하는 태도로 화를 내는 상사.

 

비단 상사에게 질문하는 행위는 좋은 관계 형성에서 그치지 않는다. ‘뒤탈 방지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때 xx(상사)이 이러이러하대서 저러저러했다.’라는 증거가 된다고. 잘 사용하면 강력한 카운터 펀치가 되지만, 남용하면 미운털이 박힌다고 하니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겠다.

 

대충 마케터는 이런 환경 속에서 콘텐츠 제작광고와 홍보를 한다. 전자에는 영상, 카드 뉴스, 정보 글 등 SNS 콘텐츠 제작이 있고 누가 접근했는지 유입 분석 등을 한다. 후자에는 다른 회사와 제휴를 맺거나 기획 기사를 의뢰하거나 고객사에 이메일을 뿌린다. 수월하게 진행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태반이다. 작은 회사의 마케터는 고객의 불만 전화에 시달리기도 하고, 다른 부서와 책임론으로 다투기도 하고, 기껏 열심히 해놓고 대우를 못 받기도 한다. 그래서 저자는 멘탈 관리 방법도 제시해준다. 마지막 마케터 일의 핵심은 정리에 있다. 콘텐츠와 광고, 홍보의 결과를 정리해두면 연봉 협상 등에서 자신의 입지를 넓힐 수 있고, 다음 작업에도 요긴하게 써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과 실제가 다르듯, 책과 현실은 다르다. 아니, 다를 수밖에 없다. 현실은 나의 경험이고 책은 저자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케팅 직종을 추가해놓고 하나도 모를 때보다 조금은 어떤 일인지 알게 되었기에 나에게 이로운 책이었다. 이제 구직 사이트에 접속에서 희망 직종란의 마케팅을 삭제해야겠다. 나랑 안 맞는 일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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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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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MBTI 성격 검사를 했더니 내향성에 쏠린 결과가 나왔다. 예상한 그대로였다. 검사 당시에는 성격 설명과 나의 실제 성격이 일치해서 즐거웠지만, 막상 사회에서는 그리 좋은 성격은 아닌 것 같았다. 구직 사이트 탐방이 취미가 된 요즘, 스크롤을 내리면 열정적인’, ‘적극적인등의 단어가 많이 보였다. 나와는 맞지 않는 조건이었다. 비단 구직 사이트뿐만이 아니었다. 학창 시절에도 먼저 나서서 행동하고 밝은 성격의 친구들이 교사들의 관심도 높게 샀다. 가끔 나는 내 성격에 결함이 있나하고 생각한다.

 

외향적인 성격이 부러워서 내 성격을 바꾸려는 시도도 나름 했었다. 낯선 곳으로의 무작정 여행도 가보고,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자보고, 낯선 사람과 선뜻 대화도 해보고, 모임도 찾아가 봤다.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쉽게 지쳤다. 한 시간 정도 지나면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여러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벗어나 혼자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심신이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곧 내가 사회부적응자라는 감각에 빠져들었다. 이래서야 사회생활이 가능하겠는가. 특히 구직에 쫓기게 되니 더 그렇게 느껴졌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는 순전히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읽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이 책은 내향성의 인간은 어떻게 생겨 먹은 건지, 어떻게 살아가고 사랑하는지, 어떻게 자녀를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한다. 저자 덕분에 나의 가족이 나를 키울 때 이런 책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과 내 성격이 결함 있는 게 아니구나, 라는 안심을 하게 되었다.

 

자극이 싫다

 

내향성은 자극이 과하지 않은 환경을 좋아하는 성향이다. - p.33

 

발달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 교수는 4개월 된 아기들을 여러 자극에 노출했다. 녹음한 목소리, 풍선 터지는 소리, 색색의 모빌, 알코올 묻힌 면봉 냄새 등. 이중 약 20퍼센트는 강하게 팔다리를 휘젓고 크게 울었다(고 반응성). 40퍼센트는 차분했고 때때로 팔다리를 휘저었지만 격하지 않았다(저 반응성). 나머지 약 40퍼센트는 두 반응의 중간이었다.

 

고 반응성으로 분류된 아이들은 내향적으로, ‘저 반응성은 외향적으로 성장할 확률이 높았다. 이유는 파충류 뇌라고 불리는 편도체에 있다. 인간의 뇌 중 가장 오래된 이 부분은 본능적으로 필요한 감정을 형성한다. , 위협적인 것들로부터 투쟁 도피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고 반응성아이들은 새로운 자극에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강하게 반응했다. 편도체의 반응이 강할수록 코르티솔 분비가 강화되고 심장이 빨리 뛰는 등 신체의 긴장이 심해진다. 미지의 것을 경험할 때마다 신경 거슬리는 느낌을 쉽게 받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의 자극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낯을 많이 가리거나 겁이 많은 것은 어딘가에 문제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할 뿐이다.(p.165)’

 

내향적인 기질을 가진 내가 그동안 낯선 환경에 준비도 없이 강제 노출하였으니 쉽게 지치는 것은 당연했다. 그동안 낯선 장소에 도착하면 쉽게 걸음 하지 못했다. 빙빙 돌다가 최후의 결심을 한 후에야 들어갔다. 일례로, 도서관에서 주관한 독서 모임에 처음 갔을 때도 15시 시작이면 1455분까지 도서관 내외부를 이유 없이 돌아다녔다. 머릿속에서는 내가 시간을 맞춰 온 거겠지? 설마 내일인데 오늘로 착각한 건 아니겠지? 내가 가도 괜찮은 자리겠지?’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난무했다. 두세 번의 모임을 가진 후에 나는 적응하고 긴장하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끝나고 나서 지쳐 있음은 당연했지만.

 

내향성으로 살아가기

 

자유의지는 우리를 상당히 멀리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유전적 한계를 넘어서까지 무한대로 멀리 데려가 주지는 못한다. - p.187

 

외부 자극에 민감하고 쉽게 지친다고 해서 피하고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때로는 외향적인 부분에 서야 할 때도 있고, 사회적 교류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성격을 완벽하게 내향성에서 외향성으로 바꾸기란 불가능하다. 우리는 성격을 개조할 수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다. 타고난 기질은, 우리가 어떻게 살았든 간에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p.186)’ 그러니 어떻게 하면 내향성을 유지하면서 외향적인 환경과 부딪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외향적인 환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적응할 수 있는 환경과 매번 새로운 환경. 전자의 예로는 직장이나 정기 모임 등이 있겠고, 후자는 비정기 강연이나 여행 등이겠다. 먼저 전자의 경우라면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적응이라고 생각한다. 낯선 환경이라도 자주 맞닥뜨리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내향성의 강점을 활용하면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 내향성은 대체로 심사숙고하며 관찰을 잘하고 들어주는 데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감정을 쉽게 드러내려 하지 않으며 잡담을 싫어하고 철학적인 면모도 있어 다른 사람들이 벽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부분만 살짝 조정한다면 적응에는 문제없을 것이다.

 

후자의 상황에서는 목표를 통해서 내향성을 극복할 수 있다. ‘자유특성이론이라는 심리학 분야가 있는데, 그에 따르면, 우리는 특정한 성격 특성(이를테면 내향성)을 타고나거나 문화적으로 함양되지만, “개인에게 핵심이 되는 프로젝트를 위해 거기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다.(p.319)’ , 자신에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내향성 특유의 민감함을 이겨내고 행동한다. 외향적인 아이가 영화관이나 도서관에서는 조용해지거나 내향적인 소설가가 대중 앞에서 능수능란하게 강연하는 것처럼. ‘자유특성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면 내향적인 성격은 유지하면서 외향적인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회복 환경을 만들어둘 필요가 있다. ‘회복 환경이란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장소를 뜻한다. 낯선 환경에서 내향적인 사람은 쉽게 지치기 때문에 자신만의 회복 공간이나 의식을 갖춰두면 좋다. 나는 사람 많은 곳이나 새로운 환경을 거친 후 혼자서 걷는 편이다. 오래는 아니어도 10~20분 정도 걸으면 정신과 마음이 안정을 찾는다. 또 집에서 혼자 있으면 자연스럽게 회복한다. 만약 걷는 것도, 집돌이로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혼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일단 뭐가 되었든 혼자있는 것이 나의 회복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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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으로 내향성은 이렇게, 외향성은 저렇게 나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향성을 가지고도 외향성을 드러내는 분야가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까 말이다. 어느 쪽 성향이 더 무게를 가지냐의 문제이다. 그중에서 나는 내향성이 더 무거운 사람이고.

 

외향성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서 그런지, 세상은 외향성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그러나 한쪽으로 쏠린 무게만으로는 균형을 잡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도 외향적인 사람의 업적만큼 내향적인 사람의 업적이 있었기에 이토록 발전할 수 있었다. 비록 이제까지 찾아본 직종은 외향성을 바랐지만, 잘 찾아보면 나의 내향성이 빛을 발할 직종이 있을 것이다. 다시 자신감을 충전하고 내 성격을 한껏 이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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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라밸 - 행복은 내가 정한다.
김은정 지음 / 담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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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네이버 블로그 서로이웃인 '낭만아빠 윤소장'님께서 서로이웃 4천 명 기념으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선물로 김은정 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책과 윤소장님의 정성스러운 편지를 받았다. 2차 추첨 덕분에 받은 책이어서 더욱 감사했다. 무릇 책 선물에 대한 예의는 읽던 책을 멈추고서라도 가장 먼저 읽는 것이므로,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이런 종류의 책에 익숙하지 못한 터라 집중하지 못해 시간이 꽤 걸렸다. 더 빨리 읽지 못한 부분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애용하는 알라딘에 들어가 검색해봤더니 분류가 '자기계발서'로 되어 있어 초반에 조금 혼란스러웠다. 사람마다 자기계발서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참고문헌과 계발에 대한 객관적 결과가 없으면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은 김은정 작가의 경험을 주로 이야기하다보니 내 기준과의 괴리가 상당히 컸다. 그 부분에서 혼란을 빚었다. '에세이'라고 생각하자 혼란은 점점 가라앉았다.

 

거북이 독서가

 

 

거북이 독서여도 나의 성장을 위해 쉬지 않고 계속 책과 함께한 결과이다. - p.181

 

아무튼, 에세이로 자체 분류하고 나니 눈에 들어오는 몇몇 부분이 있었다. 그중 '거북이 독서'라는 표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독서에 막 발을 담갔을 때는 '독서 불치병' 때문에 10분 내외로 졸음이 쏟아졌다고. 그래서 수면제로 활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리지만 꾸준히 읽은 결과,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지금은 행복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장르의 다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책과 떨어져 지낸 적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읽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오히려 지금은 엄청 느려졌다. 각 잡고 읽어야 사흘에 한 권 읽을까 말까. '독서 불치병' 때문은 아니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렇다. 특히 요즘은 비관 자아가 다시 뇌를 지배해서 독서 자체를 더욱 거부했다. 다행히 책에서 '거북이 독서'가 언급되었다. 참으로 시의적절했다. 덕분에 독서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아예 읽지 않느니 한 글자라도 읽는 게 도움 되는 것은 자명하다. 그것이 또 내가 지향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아니겠는가. 독서 부담을 좀 덜어두고 나도 회복할 때까지는 '거북이 독서가'가 되어야겠다. 쓸수록 마음에 드는 말이다. 거북이 독서가.

 

쓰고 또 쓰고

 

고민이 있거나 마음 정리가 필요할 때면 언제나 글쓰기를 통해 해결했다. - p.45

 

저자는 'Four-'를 삶의 기준으로 세운다. '걷고, 쓰고, 읽고, 나누고'가 그것이다. 여기서 시작점은 '쓰고'이다. 어릴 때부터 힘든 일이 생기면 일기를 쓰며 버텼다. 아이가 태어난 후 혼란을 겪었을 때도 글을 쓰며 상황을 정리했다. '내가 내 삶을 바라보는 자세'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p.45) 모든 것을 쏟아내어 쓰고 나서부터 나아갈 길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고비마다 글쓰기로 대안을 찾아낸다. 삶이 안정된 지금은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나누기 위해 글을 쓰고, 또 독서를 소화하기 위해 서평과 필사도 겸한다고 한다. 그런 결과들이 모여 저자의 손에서 두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엊그제 분노를 참지 못했을 때, 차라리 글을 썼어야 했나 싶다. 감정을 글로 토해냈다면 키보드가 부숴질 일도, 내 손이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 아니, 동생과 싸울 일도 없었을 것이다. 글쓰기의 힘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저자의 말을 읽고 보니 아쉬운 생각이 문득 든다.

 

어쨌든 내가 지향하는 삶 역시 언제나 글 쓰는 삶이다. 쓰고자 하는 분야는 달라도 태도는 동일할 테니, 저자의 쓰고 또 쓰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가끔 일기도, 자체 프로젝트인 '매일 쓰기', <긍정의 한 줄>도 귀찮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저자의 마인드를 떠올려야겠다.

 

하이라이트는 포기하지 않는 것

 

'도대체 내가 뭘 어떻게 했기에 10년 만에 내 삶이 이렇게 바뀌었지?' 내가 잘한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제일 잘한 것은 오늘 잠들면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내일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했던 그 시절조차 난 포기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p.51

 

앞서 요즘 내 뇌를 비관 자아가 독차지했다고 얘기했다. 뭐 주기적으로 그러니 다시 좋아질 거라 생각은 하지만, 당장의 비관은 어쩔 수 없다. 만사가 부정적이고, 가족마저 적으로 보이며, 다양한 자살 방법을 시뮬레이션 한다. 뼛속까지 쫄보여서 막상 실행은 못하니 상상으로 만족하고 현실로 돌아옴의 반복이다. 비관 자아 버전의 나는 내가 인지 능력을 막 가졌던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나아진 점이 없다고 여긴다. 그러나 낙관 자아가 회복하면 확실히 예전보다는 나아졌음을 여실히 느낀다. 그 중심에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가 굳건히 서 있다.

 

비관 자아에 휘둘려 죽어버렸다면, 또 내가 쫄보가 아니었다면 난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사실 비관 자아보다 쫄보의 영향이 더 크다.). 살아 있기 때문에 괴로움 속에서 꿈도 꾸고 욕심도 부리며 지내는 중이다.

 

저자가 'Four-'를 삶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이유도, 경제적·시간적 자유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도, 유명한 강연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도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한다. '포기하지 않는 것.'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저자는 지금의 자리에 도착했다.

 

물론 저자의 삶과 내 삶은 다르고, 성격도, 지향점도 다르니 데칼코마니처럼 적용할 수는 없다. 애초에 타인의 경험을 나와 일체화 시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행위니까. 하지만 인간이기에 보편적인 특성과 공통점이 있다. '포기하지 않는 자세', 이것이 모든 인간의 기본값이다. '거북이 독서', '쓰고 또 쓰고' 역시 '꾸준하게', '포기하지 않고'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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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심정으로, 읽을 때는 ', 나랑 안 맞는데……, 서평 쓸 수 있으려나.'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다 읽고 막상 서평을 쓰기 시작하니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이 떠오르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래서 자기계발서로 분류한 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저자가 책에서 경제적 자유를 강조하며 전작 부자는 내가 정한다를 수시로 언급했으니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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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의 모든 것 - 스탠퍼드 교수가 가르쳐 주는
니시노 세이지 지음, 김정환 옮김 / 브론스테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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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수억 년간 진화하면서 필요한 기능은 발달했고 불필요한 기능은 퇴화했다. 그러나 만물 공통점이 있으니, 잠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는 쪽으로 진화해왔다. 잠을 자지 않는 생물은 없으며 다만 그 행태가 다를 뿐이다. 잠을 자본 사람은 알겠지만(설마 평생 안 잔 사람이 있을까), 그 시간 동안 우리의 몸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깊이 잠든 비렘수면 구간에 누군가 위협을 가한다면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단 인간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생물이 그렇다. 그럼에도 잠을 잔다는 것은 그만큼 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전에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으며 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서평에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온갖 부정적인 증상을 나열했는데, 개인적으로 간과했던 위험이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경각심은 일깨워줬으나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잠에 대한 이론 중심의 책이어서 수면 방법이 부실하게 느껴졌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책이 니시노 세이지의 숙면의 모든 것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잘 자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수면도 파산 신청이 되나요?

 

인간에게는 일정한 시간의 잠이 필요하며, 그보다 짧으면 부족한 분량이 쌓인다. , 수면의 빚이 생긴다.” -p.47, 윌리엄 C. 디멘트 교수

 

수면 파산 신청을 하려면 할 수 있다. 죽으면 된다. . 당연히 이러고 싶은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계속 살기를 원한다면 수면은 파산 신청도, 개인회생도 되지 않는다. 그저 빚으로 남아 쌓이고 쌓일 뿐이다. 수면 부족이 장기간 쌓이게 되면 수면 부채로 일컬어질 정도가 된다. 내가 지난 서평에 나열했던 부정적인 증상들 역시 수면 부채가 가져오는 결과들이었다.

 

재정적으로 부족은 금세 회복할 수 있지만, 부채는 쉽지 않다. 수면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 이틀의 수면 부족은 하루 이틀 푹 자면 회복한다. 반면, 장기간의 결과로 쌓인 수면 부채는 주말에 온종일 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젊고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4주간 수면 시간을 측정한 실험에 따르면, 실험 전 평균 수면 시간 7.5시간이었던 피험자들이 생리적으로 필요해 보이는 평균 수면 시간 8.2시간이 되기까지 무려 3주나 걸렸다고 한다.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약 40분이라는 수면 빚이 있었던 셈이다. 40분을 청산하는데 3주나 걸리니 이보다 더한 수면 부채는 감당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수면 부채를 해결하라면 자는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인으로 살면서 위 피험자들처럼 내리 몇 주간 잘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아니, 저렇게 잔다고 해도 이미 쌓인 수면 부채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평상시에 숙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숙면의 3원칙

 

(시간)이 충분할 것 양질의 수면일 것 개운하게 깨어날 것 p.54

 

일단 기본적으로 수면 시간을 채워야 한다.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데, 이 책에서는 7시간을 추천한다. 매슈 워커의 책에서도 7~9시간 사이를 언급했으니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시간을 자면 되겠다.

 

사실 가장 어려운 게 번과 번이다. 미취업자인 나로선 번은 잘 채우고 있지만, 그 외의 것이 쉽지 않다. 워낙 그 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최초의 비렘수면을 강조한다. 수면의 주기는 대략 90분 간격으로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반복되는데, 우리가 막 잠들었을 때는 비렘수면으로 직행한다. 최초의 비렘수면 구간에서 성장호르몬 분비가 활성화 된다. 성장호르몬은 세포의 증식, 정상적인 대사의 촉진 등을 담당한다. 말하자면 노화 방지(안티에이징)에 매우 중요하다.(p.56)’ 또한 수면의 첫 90분에 깊은 수면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정상적인 패턴의 경우, 성장호르몬이 분비될 뿐만 아니라 부교감신경이 원활해져서 자율신경의 균형이 잡히고 뇌의 노폐물 청소와 면역 기능의 활성화도 활발해진다.(p.57)’ 그렇다고 해서 다른 수면 구간을 소홀히 대해서도 안 된다. 갓 잠들었을 때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지, 그것만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니까 말이다.

 

최초의 비렘수면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수면압 방출이다. 정상적인 패턴, 그러니까 해가 뜨고 지는 패턴에 하루 주기 리듬이 맞춰져 있다면 수면 초기에 수면압이 강하고 새벽녘부터 슬슬 약해져 날이 밝는 시간에는 몸이 깨어날 준비에 들어간다(참고로, 크로노타입에 따라 하루 주기 리듬은 다르다.). 그러나 수면 패턴이 흐트러져 있으면 최초의 비렘수면에서 수면압 방출이 원활하지 않아 일어나도 개운하지 못한 것이다. , 최초의 비렘수면이 보장되어야 후반부 수면 패턴이 안정되기 쉬워진다.

 

숙면의 방법

 

수면 시간만큼은 철저히 사수하고, 깨어 있는 시간 중에서 시간 낭비를 줄여야 한다. - p.129

 

충분히 자고, 잘 자고, 잘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알겠다. 아니, 그건 누구나 안다. 문제는 역시 방법이다. 어떻게 해야 3원칙을 지킬 수 있을까. 우리가 잠을 줄이는 이유는 대개 시간과의 싸움 탓이다. 할 일은 더럽게 많은데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엿 같은 세상……이라고 비난해 봤자 안 바뀌니까 최소한 잠만큼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자. ‘나는 수면 부족으로 큰 사고도 일으키고 사회적 물의도 빚고 병을 앓으면서 괴롭게 죽는 게 꿈이야라고 하는 사람은 패스, 아니라면 다른 어떤 시간보다 수면 시간을 먼저 챙겨야 한다. 자는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솔직히 무용지물 같다. 번을 기억하자.

 

수면 시간이 확보되었다면 이제부터 숙면을 준비해야 한다. 일단 햇빛을 보자. 체내 시계는 하루 주기 리듬을 가지고 있지만, 24시간보다 약 12분 더 길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차는 누적되어 점점 더 벌어진다. 이때 망막에서 햇빛을 감지하면 체내 시계는 밀려난 시간을 수정해 바로잡는다.

 

다음은 잠들기 전 인공적인 빛을 피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밤이 되면 멜라토닌을 분비해 체내 시계에 잘 시간임을 알린다. 이 신호를 받은 체내 시계는 수면압을 올려 졸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 호르몬은 빛을 느끼면 분비가 억제된다.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 TV, 컴퓨터 모니터, LED 전등의 빛이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는 것이다. 특히 이 빛은 블루라이트라고 불리며 푸른 계열의 단파장으로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망막까지 도달하기 쉽다고 한다. 그러므로 잠들기 전에는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고 마냥 나쁘진 않다. 이를 역이용하면 하루 주기 리듬을 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위에서 말한 햇빛에도 블루라이트가 포함되어 있어 체내 시계가 초기화되고 잠이 깨는 것이다. 낮에 햇빛을 받기 어렵다면 강한 블루라이트를 쐬어 체내 리듬을 유지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심부 체온을 내리는 방법이다. 낮에 활동할 때는 심부 체온이 높고, 잘 때는 심부 체온이 낮아진다. 뇌에는 굵은 동맥이 있어 심부 체온과 똑같이 온도가 변한다. , ‘심부 체온과 뇌의 온도가 내려가면 졸음이 온다. 반대로 심부 체온과 뇌의 온도가 높은 상태이면 졸음이 잘 오지 않는다.(p.87)’ 하지만 심부 체온은 잘 낮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격한 운동을 하거나 입욕을 하고 나오면 기분은 개운할지 몰라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운동은 낮에 하거나 잠들기 2~3시간 전에 끝내는 것이 좋고(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참고), 입욕은 90분 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족욕 또한 좋은 방법이다. 손발이 따뜻해지면 피부 온도를 높여 열 방출이 잘 되게 해서 심부 체온이 낮아진다.

 

만약 냉증이 있어 양말을 신고 잔다면 주의해야 한다. 안 그래도 열이 잘 방출되지 않는 체질인데 양말을 몇 겹씩 신으면 더욱 열이 방출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런 사람은 족욕으로 발을 데워서 혈관을 열어 잘 방출되는 상태로 만든 다음 양말을 신지 않고 자는 편이 좋다. 자기 전에 이불 속을 데워놓아도 좋을 것이다.(p.170)’ 나도 밤이 되면 발이 얼음장 같다. 그래서 요 며칠간 자기 전에 발바닥을 주물러 따뜻하게 만들었더니 평소보다 빨리 잠드는 느낌이었다. 기상 후 정신이 맑아지는 시간도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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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침구류, 수면제, 수면장애 등의 다양한 정보가 있다. 나에게 그다지 해당 사항이 없어서 소개하지 않았다. 잠의 메커니즘이나 이론이 더 궁금하면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시간은 없고 잠은 궁금하다 싶으면 이 책으로 대신해도 괜찮겠다.

 

우리 인생의 3분의 1은 잠이 차지한다. 너무 많이 차지하는 것 같은가? 여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라 밝혀진 사실이 많지 않지만, 이미 밝혀진 영역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를 거슬렀을 때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내일도, 모레도, 죽을 때까지 건강하려면 우선 숙면부터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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