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완전판)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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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추리소설은 대부분 전개가 이렇다. 사건이 발생한다. 형사나 탐정이 도착한다. 증거를 찾는다. 증거를 토대로 범인을 찾는다. 범인을 응징한다. 그래서 대개 추리소설을 볼 때면 누가 범인인지, 혹은 추리가 타당한지 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나로선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 읽고서 10분 동안 , 지린다……. , …….” 하고 감탄사만 내뱉었다.

 

병정 섬이라는 곳에 10명의 사람이 초대된다. 그들은 각자 기록되지 않은 범죄 이력을 가지고 있다. 심증은 확실하나 물증이 부족해 법의 처벌을 피해간 것이다. 살인자는 그들을 섬에 가둬두고 옛 동요에 맞춰 한 명씩 죽여나간다. 그렇게 모두가 죽었으나 살인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추리소설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장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다르다. 옛 동요인 병정 노래에는 10명의 병정이 하나씩 사라지는 과정이 적혀 있다. 그리고 살해는 가사대로 진행된다. 누가 어느 대목으로 죽을지 예상하면서 보는 맛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범인이 있음을 암시하지만 등장인물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처럼 보여 누가 범인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등장인물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한다. 인원이 줄어들수록, 의심이 깊어질수록 죄의식도 깊어져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에서 벗어난다.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책 후반부에 나오는 윌리엄 블로어의 생각으로 함축될 것이다.

 

보이는 것은 두렵지 않았다. 두려운 것이 있다면 막연하고 불가사의한 위험뿐이었다. - p.237

 

살인극이 끝난 후 에필로그에서 부국장에게 사건을 보고하는 런던 경찰이 나오는데, 아마 그들의 심정이 내 심정이었으리라. 나는 혼자서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경찰의 의견에 내 생각을 보탰다. 그들 중 범인이 없는 게 아닐까, 있다면 오페라의 유령처럼 집 구조를 개조해 비밀 공간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베라 클레이슨이 마지막에 지각한 것처럼 제 3의 인물이 범인일까 등등. “그렇다면 누가 그들을 죽였을까요?” 라는 부하 경찰의 마지막 질문에 그러니까 도대체 누가 죽인 건데!”를 연신 외쳐댔다.

 

다행히도 작가의 배려로 궁금증 병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되었다. 대미 장식으로 환상적인 릭트쇼를 풀어준 덕분에 어떤 광고처럼 속이 편안해졌다. 그러면서도 여운이 남을 정도니 사람들이 자주 추천한 이유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진작에 읽을 걸……하는 아쉬움도 함께 말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들도 이렇게 재밌을까. 입덕할는지는 모르겠으나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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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세종 더 그레이트 킹 세종 더 그레이트
조 메노스키 지음, 정윤희, 정다솜, Stella Cho 외 옮김 / 핏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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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개는 필요 없다. 이미 제목에서 이 책의 소개는 끝났다. Sㅔ종. 영문자 ‘S’와 섞어도 잘 어우러지는 멋진 제목이다.

 

세종대왕과 훈민정음이 주제인 역사판타지 소설이다. 작가가 나름의 상상력을 가미해 풀어낸 이야기이기에 판타지라는 부연 장르를 덧붙인 듯하다. 어쨌든 기반은 실제 역사이고 보는 데 전혀 지장 없으니 즐기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이 소설의 매력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두말할 필요 없이 한국사의 근본 중의 근본, 세종대왕이 주인공이라는 점. 둘째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유용하고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문자, 한글의 탄생을 다뤘다는 점. 마지막은 이 책을 쓴 분이 외국인 작가라는 점이다. 게다가 스타 트렉시리즈의 저자라고. 스타 트렉시리즈는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꽤 많은 매니아층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덕분에 세종대왕과 한글의 위대함이 세계 곳곳에 알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이 세 가지 이유만으로도 이 책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물론 뼛속까지 고증을 원하는 역사학도나 그런 부류라면 불편한 부분도 있겠지마는, 소설이니까 봐줄 수 있지 않으려나. 개인적으로는 세종대왕과 한글에 누가 되는 부분은 없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려거든 국뽕 한 사발 거하게 들이켜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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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2 - 박재범 대본집
박재범 지음 / 비단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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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같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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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1 - 박재범 대본집
박재범 지음 / 비단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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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덕포라는 깡패의 장부를 봐주며 조금씩 삥땅치던 우리의 주인공 김성룡은 덴마크로 이민하기 위한 더 큰 돈을 삥땅치기 위해 TQ그룹의 경리부 과장 자리에 지원한다. 그는 실력으로 뽑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흑막이 그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성룡이 지원한 경리부 과장 자리는 회사 내부고발자가 의문의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까닭에 생긴 공석이었고, 검찰에 신물을 느낀 서율TQ그룹 재무이사로 와 수족으로 부리기 위해서 가장 탈 없을 것 같은 성룡을 뽑은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성룡에게도 서율에게도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성룡은 우연히 의인(義人)이 되고, 서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했던 행동들은 강자에게 강한 사람으로 비춰졌다. 처음에는 우연으로 의인이 되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행동에 고마워하는 사람이 늘자 진심으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를 위로하는 사람이 되었다. 성룡이 TQ그룹의 썩은 부위를 하나씩 들추자 서율은 회장에게서 꼬리 자르기에 당하게 되는데, 이때 성룡이 나서 서율을 구하고 둘은 한 팀이 되어 TQ그룹 회장 무너뜨리기에 돌입한다. 그들의 협심에 TQ그룹은 결국 정상화되고 김성룡은 덕포의 부탁으로 나이트클럽 관리자로 돌아간다. 서율은 1년간 회계재무 국선변호사로 활동하다 윤하경(경리부 대리)의 제안으로 TQ그룹의 CFO자리에 정식으로 지원하면서 막을 내린다.

 

2017년 초 방영한 드라마 김과장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였다. 나 역시 열광한 사람 중 하나였다. 정주행은 3번 정도, 재방송은 채널 돌릴 때마다 나오면 봤다. 평소 드라마를 좋아하지도 않고, 보더라도 한 번만 보는 나였기에 채널을 돌리다 이 드라마가 나오면 멈추는 나 자신은 놀라움의 대상이었다. 그런 와중에 서점에서 대본집을 발견했으니 오죽 기뻤을까. 드라마는 잡아먹는 시간이 길어 딜레마였는데 그런 고민이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대본집을 사 온 2017년 어느 봄날 저녁. 나는 밤새서 1, 2권을 다 읽었다. 원래 의도는 몇 화만 보고 자야지였으나 일단 시작한 읽기는 갈등의 고조와 해소의 짜릿함으로 인해 멈출 수가 없었다. 또 드라마를 보고 또 봤으니 등장인물들의 목소리, 표정, 몸짓, 모습까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그려졌다. 분명 영상을 보는 느낌인데 현실은 책을 읽는 모양새가 너무나도 새로웠다. 20편을 몰아보기까지 이틀이면 된다는 사실도 새로웠다. 그야말로 대본집 읽기는 신세계였다!

 

그래도 당시에는 대본집을 처음 봤기에 밤을 지새웠다고 생각했다. 오산이었다. 3년이 지난 최근에 독서 의욕을 달래려 다시 편 대본집의 효과는 똑같았다. 드라마 특유의 중요한 장면에서 감질나게 끝내는 게 대본이라고 다르겠는가. 억지로 참거나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흐름이 끊기지 않는 이상 대본집을 손에서 놓기란 굉장히 힘들었다. 결국 2권을 읽을 때는 전과 다름없이 밤을 지새웠다.

 

내가 생각하는 김과장의 재미 요소는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성룡은 자신의 아버지가 정직하고 깨끗하게 살려고 했기에 어머니를 고생시키며 하늘로 떠나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본인은 절대 정직이니 의로움이니 등을 지키면서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덴마크로 떠나려는 이유도 세상은 바뀌지 않으니 그나마 부패지수가 가장 적은 나라로 이민하는 게 최선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행동(그것이 우연이었든 불순한 의도였든)이 주변을 더 좋게 만들자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가치 역시 돈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뀌었고.

 

서율은 어떻게든 이겨야 하고 군림해야 하는 강박을 지녔다. 쓰레기 밑에서 정의로운 척 일하느니 차라리 쓰레기가 되어 쓰레기 짓을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으로 검사를 때려치우고 TQ그룹 재무이사로 간 것이다. 그러나 때려도 때려도 부러지지 않는 김성룡과 호감이 있는 윤하경 대리로 인해 그는 기분 좋게 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경리부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기계처럼 일하면서 직원 대접도 제대로 못 받고, 높은 양반들의 지출을 회사돈으로 메꾸는 호구짓 담당으로 매너리즘에 빠졌던 그들은 김성룡의 행동에 감화되어 의지와 활력을 되찾는다.

 

반면, 반대편에 선 인물들은 일관적이다. 좋은 쪽으로의 일관성은 누구나 응원하는 바이지만, 나쁜 쪽으로의 일관성은 깊은 빡침을 불러온다. 게다가 그 나쁜 쪽이 약자를 억압한다? 아마도 주먹이 울지 않을까? 그런 사람이 무시했던 유형의 인물에 의해 박살난다. 실로 통쾌한 사이다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 요소는 시답잖은 연애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드라마를 비꼬는 밈으로 이런 말들이 있다.

 

의학 드라마 병원에서 사랑하는 내용

법정 스릴러 드라마 법원에서 사랑하는 내용

범죄 수사 드라마 범죄자 잡으면서 사랑하는 내용

스포츠 드라마 운동하면서 사랑하는 내용……

 

메인 주제는 사랑과 거리가 멀지만 커플을 꼭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듯하다. 그에 반해 김과장은 메인 주제인 대기업의 부정부패를 해결하는 약자 대표 김성룡 과장에서 한치도 멀어지지 않고, 연애가 끼어들지도 않는다. 은근슬쩍 광숙이라는 인물이 하경과 성룡을 엮는 시도는 하지만 하경의 단호한 거절로 끝. 눈에 띄는 연애는 주변 인물에게서 살짝씩, 마치 조미료처럼 일어난다. 경리부 막내 상태와 광숙의 만남, 하경과 서율의 호감 정도까지만. 내세운 주제를 지킨 드라마였기에 재미와 인기를 다 얻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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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드라마가 매우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본집은 얼마 안 되는 것 같다. 김과장말고 진짜 제일 사랑하는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의 신사의 품격인데 이건 각색 소설만 있고 대본집이 없다. 아마 이런 아쉬움을 달래느라 김과장을 더 사랑하는 것은 아닐는지. 드라마 대본집도 소설처럼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염원을 가지고 다음에는 스토브리그대본집을 읽을 것이다. 그것도 남궁민 주연인 것은 우연의 일치……겠지? 아무튼, 대본집은 드라마만큼 재밌으면서도 드라마보다 시간 활용에 있어 효율적이다. 앞으로도 쾌락을 누리고 싶을 때 게임이나 유튜브 대신 드라마 대본집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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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집중 - 집중력을 지배하고 원하는 인생을 사는 비결
니르 이얄 지음, 김고명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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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쓰는 서평이다. ‘독서를 게을리하지 말자라고 계속 다짐해도 한 번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란 어려웠다. 독서만 그랬으랴.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면서 하기 싫은 마음에 몸부림쳤다. 독서를 하든 공부를 하든, 집중을 요구하는 행동을 시작하면 그것을 제외한 세상 모든 일이 재미있었다. 공부하다 말고 갑자기 뉴스가 궁금해지거나 잠깐 보자는 마음으로 켠 유튜브로 반나절을 보내는 등 딴짓에 심취했다. 하루는 잠깐 켠 게임으로 밤을 새운 적도 있다. 그러다 보면 나머지 공부하는 아이처럼 시간에 쫓기듯 하루 분량의 공부를 억지로 끝내고 후회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마디로 공부도, 독서도 제대로 하지 않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런 와중에 초집중을 집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을 선택한 의도는 집중력을 다시 높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냥 집중력을 넘어 ()’라는 수식어가 붙다니! 나 같은 집중력 거지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제목인가. 그러나 이미 집중력 파산 상태였던 나였기에 들어가는 글에서 며칠을 보냈다. 독서 10, 유튜브 3시간 비율로 읽었으니……. 아무튼, 매우 더딘 초반을 지나고 어느 부분에서 감동한 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집중력도 점차 회복되었고, 행동도 한참 열심히 지내던 때로 되돌아갔다. 덕분에 시간 관리와 마음에 탄력이 생겼다.

 

초집중은 목표에서 멀어지게 하는 딴짓에 휘둘리지 않고 오롯이 본짓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계획한 시간에 계획한 행동만 한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 후 2시간 동안 공부를 계획했는데 유튜브를 잠깐 본다면 딴짓을 한 것이다. 계획한 공부를 마친 후 30분 유튜브 시청을 계획해서 보는 것이라면 본짓에 속한다. ‘초집중이 말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의 정신이란 참으로 나약해서 본짓이 내 마음을 괴롭힌다면 곧장 딴짓에 유혹 당하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초집중으로 가는 길을 4단계로 나누어 알려준다.

 

1단계: 내부 계기 정복

 

문제는 딴짓 그 자체가 아니라 딴짓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 p.41

 

요즘 흔한 딴짓은 스마트폰 사용이다. 공부나 일하기 싫을 때 가장 가까우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처럼 잠깐만 봐야지 하고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흥미로운 영상을 계속 연계하여 추천하고, 뉴스 제목은 궁금증을 유발하는 와중에 나의 뇌는 귀찮은 짓 그만하고 편하게 쉬기를 바란다. 그렇게 제 할 일을 마치지 못했거나 결과물이 나쁘면 우리는 스마트폰을 욕한다. 스마트폰만 없었다면 제대로 집중해서 제때 끝냈을 텐데, 하고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딴짓에는 별문제가 없다고 한다.

 

딴짓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딴짓을 안 하려면 스마트폰을 없애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에 손이 가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내부 계기이고, 대부분은 현실도피를 위해 딴짓을 하게 된다. 그럼 왜 현실도피를 하려는 걸까. 책에서는 네 가지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인간이 만족하지 못하게끔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첫째는 권태로 심심함을 견디지 못한다. 둘째는 부정 편향으로 좋은 사건보다 나쁜 사건을 더 잘 기억하고 강하게 관심을 갖는다. 셋째는 반추로 나쁜 경험을 자꾸 곱씹는다. 다음을 대비한 전략이 될 수도 있지만, 잦은 반추는 자기 책망으로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은 쾌락 적응이다. 간신히 얻은 값진 행복이어도 인간은 그것에 적응한다.

 

현실도피 하게 만드는 요인이지만, 위의 심리적 요인이 없었다면 인간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에게 저런 요인이 있기에 살아갈 욕구도 목표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불만이야말로 정상적인 상태다. - p.49

 

나는 여기서 감동했다. 불만을 터뜨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이상하지 않다는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나의 불만족스럽다는 감정에는 불안, 초조, 조급, 우울 등도 포함되었다. 이런 상태로 공부와 독서에 접근하니 당장 해결은 안 되면서 시간만 잡아먹는 느낌이 들어 자꾸 현실도피를 했다.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기비하를 엄청 많이 했다. 그러나 행복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 불만을 가진 상태가 정상이라니, 가뭄에 단비 같은 말이었다. 이 부분을 기점으로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한껏 가벼워진 마음이 더 가벼워지는 내용도 있었다. 어떻게든 공부를 끝내고 가진 쉴 때면 의지력을 다 썼다라는 핑계를 댔다. 유명한 무 실험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쉬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쉬는 경우가 잦았다. 남은 계획을 포기했다. 그러나 캐럴 드웩이 발표한 논문에서 자아고갈의 징후는 의지력이 유한한 자원이라고 믿는 참가자에게서만 나타났다고 결론을 내렸다.(p.68)’ 나는 곧장 스스로 세뇌하기 시작했다. 의지력에 한계란 없다고. 더불어서 이렇게 노력하는 나를 매일 위로하고 칭찬하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자기를 잘 위로하는 사람일수록 행복감을 많이 느낀다.(p.70)’ 행복이 정상적인 상태로 유지될 순 없지만, 깊어진 불만으로부터 생기는 우울을 방지할 수는 있다. 그러다 보니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와 행동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

 

2단계: 본짓을 위한 시간 확보

 

시간을 쓸 때는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산출물 때문에 걱정하지 말고 우리가 어쩔 수 있는 투입물에 신경을 쓰자는 것이다. - p.87

 

여기 단계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시간별로 할 일을 계획하자. 책에서는 타임 박스형 계획표에 시간대별로 할 일을 분배해 행동할 것을 권한다.

 

나는 매일 데일리 플랜을 적으면서 생활하고, 또 취준생이라 본짓에 쓸 시간은 충분해서 이 부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인간관계는 뭐 거의 없다시피 해서 나중에 궁해지면 다시 읽을 요량이다.

 

3단계: 외부 계기 역해킹

 

게임, 메신저, 끙끙거리는 개, 말 거는 가족……. 나를 자극하는 외부 계기를 꼽자면 이 정도려나. 앞서 얘기했던 스마트폰도 외부 계기에 속한다. ‘딴짓과의 싸움에서 상당 부분은 외부 계기와의 싸움이다.(p.111)’ 그렇다고 모든 외부 계기가 나쁜 것은 아니다. 금연을 예로 들어 짧은 응원 문자가 금연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결정적 질문에 대답해 좋은 외부 계기와 나쁜 외부 계기를 구분하라고 한다.

 

이 계기가 나를 지원하는가, 지배하는가? - p.113

 

지원한다면 외부 계기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지배한다면 악순환의 고리를 최대한 끊기로 한다.

 

여러 나쁜 외부 계기 중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SNS와 메신저였다. 친구가 많지 않아 연락이 오는 경우가 드물지만, 한 번 오면 꽤 오랜 시간 붙들고 있게 된다. SNS는 확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은근한 기대로 금세 확인하게 된다. 우리는 보통 금방 답하거나 확인하고 다시 집중해야지, 라고 생각하는데, ‘세계정보관리저널논문에는 사무직 노동자가 이메일을 확인한 수 다시 업무를 보기 위해 정신을 가다듬기까지 평균 64초가 걸린다고 나와 있다.(p.122)’ 수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아마 낭비되는 시간은 같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극단적으로 해결했다. SNS는 죄다 탈퇴하고 삭제했으며 메신저마저 삭제했다. 그랬더니 나를 방해할 은근한 기대도 연락도 없어졌다.

 

게임과는 최근에 결별했다. 과연 게임이 나에게 무슨 도움을 주는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게임을 하면 즐거움은 잠깐이고 곧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루 동안 게임에 대해 심사숙고한 결과 지우는 게 옳다는 결론을 내렸고, 현재 내 컴퓨터에는 설치한 게임이 없다. 스마트폰에는 단 하나의 게임만 남아 있다. 아직까지는 미련이 남았고, 종료해도 자동으로 성장되는 터라 놔두는 중인데, 지울 날이 머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외부 계기는 반려견과 가족이다. 반려견은 자꾸 무릎 위에 올려달라고 끙끙거린다. 요즘 같은 날씨에 개를 끌어안고 있기란 힘겹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현재는 그냥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끙끙거리는 소리보단 더운 게 낫다. 가족이 유발하는 외부 계기는 방해 금지 표시를 준비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눈에 띄는 형광색 조끼나 화려한 머리띠 등으로 자신이 지금 집중 상태임을 어필하라는 것이다. 나도 조만간 아주 화려한 무언가를 준비해 방해 금지 모드를 차릴 예정이다.

 

4단계: 계약으로 딴짓 방지

 

사전 조치를 도입하기 가장 좋은 시점은 초집중 모델의 앞선 세 단계를 모두 실행한 후다. - p.173

 

딴짓을 유발하는 계기를 정리했다면 최종적으로 집중하기 위한 사전 조치를 해야 한다. 충동을 이기기 위해 미래의 선택을 차단하는 것이다. 저자는 세 가지 사전 조치를 제시한다.

 

첫째는 노력 계약이다. 노력 계약은 원치 않는 행동을 하기 어렵게 해 딴짓을 방해하는 것이다. 공부할 때 가장 원치 않는 행동은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행동이다. 스마트폰의 딴짓 경로는 시간 확인버릇처럼 누른 포털 앱뉴스 서칭종료 후 다른 앱……순서로 진행된다. 아예 켜지 않으면 괜찮은데 일단 손이 가면 걷잡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래서 자주 이용하는 앱이 포커스. 정해진 시간이 끝나지 않으면 앱을 종료할 수 없고, 중간에 멈출 시 실패로 간주한다. 나는 그 실패 기록이 찝찝해서 앱을 실행하면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을 끊는다.

 

다음은 가격 계약이다. 목표의 성공 여부에 돈을 건다. 성공하면 돈을 잃지 않지만, 실패하면 돈을 잃는다. 손실 회피 편향을 이용한 전략이다. 저자는 운동을 가지 않으면 100달러를 태우게 되는 가격 계약을 했고, 그 결과 운동을 빼먹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가격 계약은 몇 가지 제약을 갖는다. 1) 외부 계기를 피할 수 없는 행동은 가격 계약으로 바꾸기 어렵다, 2) 가격 계약은 단기적인 일에만 사용해야 한다, 3) 가격 계약은 무섭다, 4) 가격 계약은 자책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나는 여기서 1, 2, 3, 4 전부 해당하기에 가격 계약을 사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럴 돈도 없고.

 

마지막은 정체성 계약이다. 인간은 동사를 강조한 것보다 명사를 강조했을 때 그 행동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예를 들면, ‘나는 공부한다보다는 나는 공부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체성은 장래에 우리 뇌가 어려워할 법한 선택을 미리 내리게 함으로써 의사결정의 효율을 높이는 인지적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p.190)’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는 인식이 내 행동을 바꾼다. - p.190

 

그러니까 우리가 계획한 일을 하기 전에 나는 초집중자이다혹은 나는 집중을 잘하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정체성으로 계획을 잘 지키면 선순환이 형성된다. ‘계획을 잘 지킬수록 정체성이 강화되는 것이다.(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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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초집중을 위한 4단계를 내 중심으로 요약한 내용이다. 나에게 아직 덜 중요한 직장이나 육아에 관한 내용은 생략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후가 확실히 다르다. 딴짓의 빈도는 물론 계획한 일을 마치는 시간도 줄었다. 독서가 더뎠던 이유가 공부할 때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너무 많이 해 늦은 시간까지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분량을 마치고 나면 지쳐서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의지력 한계도 믿었다.). 지금은 저녁 먹기 전에 끝마치고 나머지는 나의 자유시간으로 누린다. 지속적으로 이렇게 집중할 수 있다면 나의 공부 결과도 좋지 않을까. 그렇기를 바라며 나의 정체성으로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나는 초집중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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