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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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점: 4/5

평 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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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7일에 있을 도서관 독서회의 2번째 책이다. 아직 편독 습관을 버리지 못한 나는 대부분 비문학 위주로 읽고 문학은 세계문학을 조금씩 읽는다. 우리나라 문학은 읽기가 힘들다. 전해지는 정서가 불편하다고 할까, 답답하다고 할까. 아무것도 모르면서 뉴스만 보면 쓸데없이 분기탱천하던 대학생 시절에 생긴 버릇이 편견을 만들어 놓은 듯하다. 시작부터 자아성찰한 이유는 경애의 마음을 읽을 때 불편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공감도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딘 속도로 밑줄 그어가며 읽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은 매우 오랫동안 전해진 문구라 때로는 감흥이 안 생긴다. 하지만 돈의 지혜서평에도 썼듯이 인간의 마음은 홀씨와 같아서, 어느 때는 격하게 끄덕거리며 수긍한다. 관계에서 오만 감정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관계에서 상처받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한다. 상처도 위로도 받을 관계가 없을 때는 세상이라는 것에 책임을 물리거나 내면의 자아에게 잘못을 탓한다. 어느 면으로 보든 관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관계를 대함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기질과 성격, 성향이다. 기질은 날 때부터 가진 성질, 성격은 환경을 대하는 태도, 성향은 살아가는데 가지는 취향으로 나는 해석하고 있다. 진로를 정할 때 이런 요소를 잘 고려하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 좋은 말이다. 내 행복을 위해서는 응당 그래야지. 그러나 쉬운 말은 아니다. 괜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야. 맞춰 살아야지.” 같은 말을 할까. 상수와 경애 역시 마찬가지다.

  

상수는 초식동물 같은 남자다. 섬세하고 예민하며 폭력적인 것들을 싫어한다. 정치 활동으로 강자의 반열에 올랐던 아버지와 학우를 이틀 동안 옥상에 묶어 방치하는 폭력을 행사하고도 당당한 형을 보며 상수의 성격은 이들과 반대이기를 바란다. 아버지의 육식이 너무 강한 욕망 때문이었다면 형은 꿈도 목표도 소중한 것도 없었기에 파괴적으로 생긴 육식이었다. 상수는 그런 형을 생각하며 이렇게 적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 )이 되고 만다라고. 마침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이 되고 만다라고 문장을 완성했다. 상수는 아무것이 되지 않기 위해 움직이지만,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초식동물이 그렇듯이,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고등학생 친구 은총의 죽음, ‘언니는 죄가 없다(언죄다)’ 페이지의 해킹, 호찌민 지사 비리의 당연함. 상수와 세상은 맞물리지 않은 채로 돌아가는 톱니바퀴다.

  

경애는 사냥 능력을 잃은 육식동물처럼 살아간다. 그녀는 자신과 모종의 관계를 형성했던 사람들과 헤어지면서 의욕을 잠재운다. 영화 동호회 또래 친구 E를 죽인 화재는 경애의 학창시절을 잠재웠다. 대학 시절 연인이었던 산주의 갑작스러운 결혼 통보는 경애의 일상을 잠재웠다. 파업할 때는 성희롱을 노조 위원에 고발했지만, 대열을 분열시킨다며 오히려 회사의 프락치로 몰렸다. 결국 경애는 수긍하며 책잡히지 않기 위해 그냥 있는삶을 선택한다. 그러나 육식 성향은 어딜 가지 않았다. 눈치 안 보고 행동하며 필요한 말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했다. 덕분에 회사 내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상수가 팀원을 내달라고 부장에게 요청했고 상수와 경애는 한팀으로 만난다.

  

아무것이 되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초식동물과 사냥을 포기한 육식동물의 조합은 어떠할까. 상수는 경애를 이끌고 싶지만, 경애는 딱딱하게 대답할 뿐이다. 경애가 산주와 헤어졌을 때 언죄다 페이지에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경애의 회사 아이디와 편지의 아이디가 같음을 알아챈 상수는 더욱 경애에게 마음을 쓰고 싶었다. 경애는 모르는 상태지만. 그러다 둘의 관계가 확장되는 계기를 맞이한다. 영업실적이 안 나오는 상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 고위 간부들이 호찌민으로 발령을 냈다. 자르고는 싶지만 상수의 아버지 영향력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경애에게는 가느냐 안 가느냐 선택지 중에서 가는 쪽을 골랐다.

  

호찌민에서 팀으로 일하는 동안 둘은 활동의 시간과 대화가 늘어났다. 그러던 와중에 상수는 언죄다 페이지 해킹 사건으로 회원들의 분노와 경애 편지 유출에 대한 미안함으로 지쳤고, 상수의 은총과 경애의 E가 같은 인물임을 알게 되면서 둘의 유대감은 깊어졌다. 경애는 그런 상수를 도우면서 육식의 본능을 되찾아갔다. 호찌민 지사의 비리를 겨냥한 경애의 발언으로, 경애는 시흥 창고로 재발령된다. 그곳에서 자신을 구하려면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휴가를 낸 뒤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상수 역시 경애를 생각해 언죄다 사건을 피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호찌민 지사 비리 건을 사장에게 가져가는 것까지도. 상수가 회사를 그만뒀어도 은총이 남긴 영화 마음을 통해 관계는 계속 이어진다.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관계는 피할 수 없다. 좋게 작용하든 나쁘게 작용하든 언제나 관계 속에서 일이 벌어진다. 여기서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관계의 상태가 바뀐다. 경애는 친구 E의 죽음에서, 산주와 이별에서 상처를 받았다. 그녀는 쉽게 잊지 못하고, 회복될 것처럼 마음이 움직일 때면 더욱 웅크렸다. 나는 이런 관계의 상처는 아니지만, 대학 시절 내 진로에 대해 방황하면서 경애처럼 마음을 웅크렸던 기억이 있다. 한 학기 동안 학교를 가지 않았다. 정신건강의학과를 가보진 않아서 우울증이라고 단정은 짓지는 못하지만, 무기력하고 세상 모든 게 싫었다. 그냥 하루 종일 게임만 하면서 시간을 죽였다. 간혹 ,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라거나 그래도 학교는 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고개를 내밀면 뭔지 모를 두려움이 확 밀려오면서 그런 생각을 지웠다. 회복하게 된 계기는 경애에게 경애의 엄마가 불쑥 찾아왔던 것처럼 내 어머니께서 어느 날 불쑥 찾아와 오랜 대화를 한 덕분이었다. 나는 펑펑 울었고, 대학을 졸업하긴 했다.

  

우리는 관계에서 상처받고 관계로부터 위로받는다. 상수가 은총에게, 경애가 E에게, 경애가 언니(상수)에게, 상수가 경애에게 위로받았듯이. 그렇기에 경애의 마음은 경애 한 사람만의 마음이 아니다. 상수의 마음, 은총의 마음, 언죄다 회원들의 마음……. 둘을 위로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모든 관계는 우연으로 시작한다. 인연은 우연으로 시작해 필연으로 가는 과정이다. 우연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가 필연이라고 믿을 만한 사건들이 태어난다. 필연이 단단해지면 우리는 아무것이 아닌 존재가 된다. 최소한 누군가에게는 소중해진다. 여기서 나는 상수의 문장을 비틀어 제목을 지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만다라고. ‘아무것’, ‘아무것도 아닌 것’. 이 둘 중 어떤 것도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우연의 산물들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 가족, 친구, 직장동료, 반려동물 등. 그러면 우리는 그들을 위해 뭐라도 하게될 것이다.

  

P.S 우연이 너무 잘 맞아떨어지면 의심이 가기 마련이다. 평점 1점의 부족은 내 의심에서 비롯했다.

 

상수가 말이 빠르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단어를 씹거나 더듬으며 스윙의 리듬을 탔다면,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듣긴 했는데요, 생각해봐야겠는데요, 라고 하는 경애의 말은 정박에 가까웠다. 그 둘이 섞여들면 과연 혼돈의 재즈가 되어 뭔가 독특한 리듬이 흘러나올지도 몰랐다. p.49- P49

전혀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기 위해서는, 그렇게 안녕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행운이 작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p.62- P62

사람이 어떤 시기를 통과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궁금했다. 그때도 ‘나아간다’라는 느낌이 가능했던가. ‘견뎌낸다’라는 느낌만 있지 않았나.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듯 기척을 내니까. p.268- P268

하지만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오늘만 견디는 데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상수는 그런 사람이고 싶지 않고 오늘이 있으면 당연히 내일이 있고 내일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해결이 되든 되지 않든 마음을 쓰다가 하루를 닫는 사람이고 싶었다. p.330-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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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소셜 애니멀>
저자 : 데이비드 브룩스
발췌 :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많은 지식을 유산으로 물려받는다. 우리가 물려받는 정보는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의 깊은 흐름에서 나오는데, 우리는 이것을 유전자라고 부른다. 수천 년 전에 등장한 정보를 우리는 종교라고 부른다. 수백 년에 걸쳐 전승되는 정보를 문화라고 부른다. 수십 년 전부터 전해진 정보를 가족이라고 부른다. 몇 년, 몇 달, 며칠 혹은 몇 시간 전의 정보를 우리는 교육이나 충고라고 부른다.(p.61)

사족: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친다. 큰 파도가 밀려올 때 서퍼가 되느냐 익사자가 되느냐는 본인이 할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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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켜는 사람 나희덕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이 가방에는 두근거리는 심장들이 들어 있어요

 

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

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

 

두근거리는 것들은 다 노래가 되지요 

오늘도 강가에 앉아

심장을 퍼즐처럼 맞추고 있답니다

동맥과 동맥을 연결하면

피가 돌듯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지요

 

나는 심장을 켜는 사람

 

심장을 다해 부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통증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지만

 

심장이 펄떡일 때마다 달아나는 음들,

웅크린 조약돌들의 깨어남,

몸을 휘돌아나가는 피와 강물,

걸음을 멈추는 구두들,

짤랑거리며 떨어지는 동전들,

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지나가는 자전거 바퀴,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와 기적소리,

 

다리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얼굴은 점점 희미해지고

 

허공에는 어스름이 검은 소금처럼 녹아내리고

 

이제 심장들을 담아 돌아가야겠어요

오늘의 심장이 다 마르기 전에

 

나희덕, 『파일명 서정시』수록, 창비시선 426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인 나희덕 시인의 시집 파일명 서정시로 다시 시를 읽어보기로 했다. 심장을 켜는 사람이라는 시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부모는 모든 자녀의 스승이다.'

 

요즘 평생학습관에서 독서심리상담 수업을 듣는데, 나를 제외한 모두가 부모의 짐을 지고 계신다. 그분들께 매 수업시간마다 부모가 된다는 현실이 어떠한 일인지 배운다. 나는 책에서 배운 이상적인 내용을 알고 있을 뿐인데, 그분들이 여기에 현실감을 더해주신다. 덕분에 공부와 마음가짐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매 순간 되새긴다.

 

현재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은 모두 내게 스승이다. 물론 나의 부모님은 그 이상이시고. 사람들에게 주입이 아닌 '가르치는' 분들 역시 스승이다. 신영준 박사님, 고영성 작가님, 웅이사님이 바로 그런 분들이시다. 내가 배우는 태도를 잃는 교만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이 세상 사람들은 전부 '심장을 켜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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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지혜 - 삶을 관통하는 돈에 대한 사유와 통찰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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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점: 10/10

평 점: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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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시대는 돈의 시대다. 어떤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재정적 피해 얼마, 뒷돈 얼마, 기부금 얼마, 물가 상승 얼마, 재산 얼마, 세금 얼마, 보험금 얼마 등등. 돈 때문에 울고, 돈 덕분에 웃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시대의 구성원인 나지만, 최근까지 나는 돈 혐오론자였다. , , 돈 하는 게 너무 싫었다. 적당을 모르는 탐욕가로 보였다. 돈에 끌려다니며 꿈을 포기한 사람들 혹은 꿈이 없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도 탐욕에 찌들어 보였다. 매번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결심했지만, 돌아본 내 모습은 돈 예찬론자의 그것과 별다르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 브뤼크네르는 돈의 지혜에서 단단히 일러줬다. “돈은 죄가 없다.”

  

돈은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뭐든지 할 수는 없다. 돈은 언제나 우리 기분에 휘둘리지, 엄밀히 말해 그 자체가 출처는 아니다. 돈이 나르시시즘, 힘을 쥐려는 의지, 종교적정치적 선전, 계급불평등, 자존심의 원동력을 빚어내는 게 아니다. 명예, 재주, 온갖 위대한 감정의 순결한 땅을 돈이 침범할 거라고? 장난하나! 돈은 기껏해야 액셀러레이터 노릇을 할 뿐, 절대로 제1원인이 아니다. - p.112 

 

흔히 돈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며, 가치가 아닌 도구라고 한다. 이 위치가 전복될 때 우리는 돈에 끌려다니게 된다고. 맞는 말이다. ‘돈 혐오론자였던 당시 내 사족을 덧붙이자면,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돈을 멸시하고 멀리해야 한다. 돈은 초연한 자세로 최소 생계유지 정도만 소유하자.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서 힘든 거다. 나라가 돈에 미쳐서 안 굴러가는 거다. 언제나 돈이 문제다, 돈이! ……. , 아니야. 돌아가. 

 

모든 체제, 모든 시대, 그야말로 도처에 돈이 존재하지만 돈은 인간 정념의 일부만 차지하고 있을 뿐임을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지금 지구를 피로 물들이는 전쟁에서도 우리는 제국주의적 야심이나 종교적 광신을 먼저 보지, 오로지 금전적 동기만 따로 떼놓고 보는 경우는 드물다. 경제에 집착하는 우리 시대에나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믿는다. 우리 안의 믿음을 우리가 먼저 사물에 투입해놓고는 사물에서 그 믿음이 보인다고 놀라워하는 격이다. - p.129 

 

돈은 천박하면서도 고귀하고, 허구이자 현실이다. 돈이 사람을 갈라놓기도 하고 맺어주기도 한다. 돈은 너무 넘쳐나도 두렵고, 너무 모자라도 두렵다. 돈은 악을 행하는 선일 수도 있고, 선을 행하는 악일 수도 있다.(p.11) , 휘두르는 사람 마음이다. 돈이란 무엇인가. 눈에 보이는 신용이다. 발행한 자의 신용도가 굳건할 때에만 화폐는 가치를 지닌다. 우리는 어느 국가기관의 신용을 담보로 거래를 할 뿐이다. 상평통보 들고 시장에 가봤자 아무것도 살 수 없다. 박물관은 받아줄지도 모르겠다. 대신 화폐로서가 아니라 유물로서겠지만. 망국의 화폐로는 상거래를 할 수 없는 법이다. 요컨대, 돈은 사용자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투영할 때만 제 역할을 하는 물건인 것이다.

 

돈은 목적에도 가깝고 수단에도 가까운 것으로서, 불확실한 위치에 놓인다. 그냥 도구라고 보기엔 너무 중요하고 가치로서의 위엄을 지니기엔 하찮다. 돈은 인간관계를 원활히 할 임무가 있지만 제 역할을 박차고 완고한 주인 노릇을 하고 싶어 하기도 한다. 돈은 언제라도 우리를 몰지각하게 만들 수 있다. 돈이 우리의 욕구를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완전히 풀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97~98 

 

생각이야 돈은 돈일 뿐이다라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가. 인간의 마음은 홀씨와 같아서 적당한 바람만 불어주면 이리저리 휘휘 날리다가 불시착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싹 틔우고 자리 잡으면 다음 홀씨가 생길 때까지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간혹 메마른 땅이어서 시드는 경우도 있을 거고. 자본주의에서 돈바람은 제트기류다. 미풍에도 살랑이는 홀씨가 그 강도를 견딜 수 있을 리가.

 

화폐가 신용을 증명하듯이, 돈을 대하는 자세는 욕망을 증명한다. 돈은 이러저러한 정념과 얽히고설킬 때에만 소설적이기 때문이다. 돈은 단지 정념을 거울처럼 비추거나 확장시키는 역할만 한다. 돈을 말하는 것은 늘 돈이 아닌 다른 것을, 정절과 배신을, 벼락출세와 전격적인 몰락을 말하는 것이다.(p.106) 이 파급력은 인간의 본능, 생존 욕구를 건드린다. 살기 위해 물건의 역할이 바뀐다. 망치를 예로 들어볼까. 목수의 손에 잡힌 망치는 못 박는 도구지만, 살인마 손에서는……? 영화 <추격자>의 하정우 역할을 생각하면 되겠다.

 

돈의 거리는 우리와 매우 밀접해서, 관련하여 일어난 사건사고(좋든 안 좋든)는 생생하고 영향력 강하게 다가온다. 대다수의 공통된 생존 도구인 돈이 큰일을 치르면 자연스레 관심이 집중되고, 응집된 관심은 커다란 의미를 낳는다. 여기서 두 패로 갈린다. ‘돈 신봉자돈 혐오자’. 물론 중도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들은 돈 자체를 문제 삼지 않기에 빼놓도록 하자. 두 유형의 공통점은 자본에 크게 노출된 부류라는 점이다.

 

전자의 문제점은 가치 전복이다. 이들에게 돈은 내면성을 이익으로 대체함으로써 각 사람이 영적 소명에서 벗어나게끔 몰아간다. 돈은 사회생활을 변질시키고 단순한 손익 계산에 종속시키기 때문에 결국 개인생활마저도 이기적 계산의 힘에 변질되고 만다.(p.51) 돈 신봉자는 돈을 위해서 노동자에게 갑질하고 핍박한다. 범죄는 돈으로 무마하면 된다. 오오, 돈님이 짱이시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 정서를 무시한 대가는 돈이 아니라 신봉자가 받는다.

 

그들이 부자의 풍속을 상세히 검토하고 진단하는 이유는 그냥 욕을 하기 위해서다. 그것도 반쯤은 위선적으로, 반쯤은 매혹을 느끼면서 말이다. () 누구든 금송아지에 대한 멸시를 보란 듯이 떠드는 자는 내심 돈을 애지중지한다. 그러한 거짓 경멸은 부끄러운 열광의 또 다른 이름이다. 돈에 정말로 무심한 사람은 굳이 혐오를 과시할 필요도 없다. - p.68 

 

후자는 대책 없다는 게 문제다. 일단 까고 본다. 그들은 성공의 이면에 늘 수상한 합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금, 특히 재산에 부과하는 세금은 이런 시각에서 특권층이 자기네들의 성공에 양해를 구하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벌금인 셈이다.(p.63) 수상한 합의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세금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도 그들은 욕한다.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야 하고, 돈을 너무 많이 벌면 안 되고, 저들을 조사하라고 외친다. 돈은 부질없다! 금기는 실제로 완전히 금지된 것이 아니라 욕망과 쾌락을 재조직하는 것이다. 덕망 넘치는 이 모든 선언은 여우와 신포도식의 원통함을 드러낸다.(p.66) 나에게 없기 때문에 저들도 갖지 못하길 바란다.

 

돈에 시기심을 투영한 결과다. 부자들의 과정에 상관없이 현재의 나와 현재의 그들을 비교함으로써 자신의 처지를 완화하고 싶은 것이다. 위기의 시대에 금송아지를 실컷 욕하면 기분전환이 된다.(p.67) 책임 전가만큼 편한 게 어디 있을까. 자본주의에서는 늘 위기가 있고, 혐오자들은 위기의 당사자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매년 흑자를 기록 중인데 반해, 내수시장은 쪼그라들어있다고 한다. 있는 사람은 잘 살고, 없는 사람은 힘들다. 돈이 좌우한다고 느낄 만하다.

 

위기의 시대에만 욕하면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언제나 불만이다. 돈이 마구 넘쳐날 때에는 그 저열한 물질성을 주로 비난한다. 그러다 위기가 닥치고 돈에 쪼들리면 시스템 전체를 욕한다. 이러한 탄원은 이중적이다. 자본주의가 번영하면 더럽고 천박한 냄새가 진동한다고 코를 틀어막으면서 자본주의가 비틀거리면 불공평하다고 또 들고일어난다.(p95~96)

 

자선 없는 허영보다는 허영 때문에라도 자선을 베푸는 편이 낫다. 무감각하고 자족적인 이기심보다는 과시적인 선행 경쟁이 차라리 낫다. - p.274

 

가만, “돈은 죄가 없다라고 시작했는데 돈이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돈이 있어서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돈의 속성에 있다. 목적으로서의 돈과 수단으로서의 돈을 구분하는 선은 아무 미세해서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다. 이 선을 계속 흐릿하게 만드는 것이 소비지상주의와 광고가 하는 일이다. 필요할 때 이 선을 복원하는 것은 우리의 지성이다.(p.98) 공부하지 않고 성장하지 않으면 우리는 돈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 바로 정상적인 돈의 분배를 위한 공부이다.

 

저자는 돈은 기본적으로 중립이라는 전제를 고수하면서 돈을 통해서 인간 조건을 벗어나고 싶다는 소망은 돈의 아첨꾼들과 돈의 적들이 공유하는 신기루다. 돈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든 과대평가하든, 두 입장 모두 돈을 단단히 잘못 알기는 마찬가지(p.112)’라고 말한다. 돈 그 자체가 아니라 돈의 분배가 문제인 것이다.(p.109)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은 증가한다. 세금에 대한 인식도 그렇다. 내가 나라를 위해 세금을 냈지만, 낸 만큼의 혜택을 못 받는다고 느껴진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브뤼크네르는 도덕 혁명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잇는 리치 오블리주를 일깨워야 한다. 경제학 용어 중에 베블런 효과가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런(Thorstein Bunde Veblen)에게서 유래한 용어로, 부유한 자들이 과시를 위해 소비를 멈추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을 자선에 적용하는 것이다. 세금은 우리를 우리 몫을 떼였다는 불쾌감을 안고 사는 수동적 시민으로 만든다. 반면, 자선은 우리가 액수와 용도를 정할 수 있는 일종의 자발적 세금이다.(p.277)

 

미국의 빌 게이츠가 기부하듯이, 기업들의 과시가 소비나 소유에서 자선으로 돌아서면, 더 원활한 돈의 재분배가 나오지 않을까. 지금도 많은 기업이 기부는 하고 있지만, 그 방면이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기업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기부하면 당당하게 환호받는 시대야말로 자선의 플라이휠(Flywheel)이 속도를 늦출 수 없는 구간에 들어서는 길이다.

<내가 만든 '이기적 이타주의 플라이휠'>

 

 

이러한 도덕 혁명을 기업 선에서만, 혹은 부유한 자들 선에서만 보는 것도 잘못된 시각일 것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도덕 혁명을 다른 말로 풀면 이기적 이타주의라고 할 수 있다. 돈은 내가 남을 돕기 위해 있어야 하는 필수조건이다. 일단 먹고 살아야 남을 도울 수 있다. 생존부터 돈이 들기에 떼려야 뗄 수 없다. 이때 지성을 견고하게 다지지 않으면 위에서 말한 홀씨가 불모지에 불시착한다. 이기적 이타주의자가 아닌 이기주의자가 될지 모른다.

 

좋은 사회는 재능과 자질을 평준화하는 사회가 아니라 모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여 자기 역량을 더 잘 펼 수 있게 하는 사회다. - p.213 

먼 길 돌아온 내 결론은 이렇다. 돈 공부는 단순히 경제금융부동산 등의 벌기만 하는 공부가 아니다. 나 하나만을 위한 공부 역시 아니다. 더 나은 사회관계망을 만드는 일이고,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가는 일이다. ‘이라는 하나의 요소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기에, 이 없으면 이룰 수 없는 일이기에 돈 공부는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공부라고 생각한다.

 

추신 - 돈이란 개념이 만국공통이라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무래도 프랑스 철학가이다 보니 내용 대부분이 서양사고 중심이라 정서적으로 무심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읽혔다는 것은 세계화 덕분인가?ㅋㅋ

 

추신2 - 책의 띠지에 사람은 돈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철학자가 된다.”라고 써있길래 나도 나만의 견분철학(犬糞哲學)을 책 내용에 기대서 펼쳐보았다. 이불킥하고 싶을 때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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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이 한달 반쯤 남았다. 6월 19일 수요일부터 6월 23일 일요일까지.

작년에는 사전등록을 못 해서(까먹었...) 현장구매했는데 4천원인가 5천원인가 냈던 기억이 있다. 그 돈이 아깝지는 않았지만, 책 한 권 더 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었다.

올해 도서전은 잊지 않고 사전등록을 했다. 어머니와 함께 갈 예정이라 정말 책 한 권 더 살 생각으로 미리 찾아봤다. 현장구매는 1인당 6천원이니, 어머니와 내 입장료 합하면 책 한 권 값은 나오는 격이다. 크, 준비성은 밥, 아니 책 먹여준다!

사전등록기간은 5월 31일까지이다. 미리 사전등록해서 책 한 권 더 살 수 있기를.

올해 테마는 무엇인지 정보를 찾아봐야겠다.

서울국제도서전 사전등록은 공식 홈페이지 <관람>에서.
http://sib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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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07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매년 갔었는데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책 할인판매를 하지 않아서 발길을
끊게 되었네요.

Real_Bird 2019-05-07 11:13   좋아요 1 | URL
그 부분은 너무 아쉽습니다...예전에는 얼마 이상 사면 새책도 30퍼 할인해주고 그랬는데ㅜㅜ 지금은 책축제 보는 재미에 의의를 둡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