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 - 인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5단계 계획
마이클 하얏트 지음, 박미경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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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버러지를 닮았다. 하찮고 어디에도 쓸모없다. 날숨은 공기를 오염시키고, 들숨은 산소를 낭비한다. 할 줄 아는 게 1도 없다. 살고 싶어서가 아닌 죽기 무서워서 살아있다. 밥만 축내는 식충이이며, 백해무익한 존재다.


와 비슷한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도 넘게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가끔 그런다. 아니, 자주인가? 아무튼, 이런 엿 같은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들어보고자 마이클 하얏트의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을 펼쳤다. 이 책에서는 5단계로 나눠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요약하자면, ‘믿음-반성-계획-동기-실행’의 단계를 거친다.


1단계 – 믿음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마다 먼저 제시하는 것이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그리고 나는 항상 그것이 부족하다. 가령, 나는 현재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내심 그 직업을 가질 자격 따위가 없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이야 말로 백해무익하다. ‘우리의 기대는 우리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을 구현한다. … 더 나아가, 기대가 우리의 현실을 구현한다는 뜻이다(p.29).’ 저자는 내가 가진 믿음을 ‘제한적 믿음’이라고 칭한다. 이와 대척점에 있는 믿음은 ‘해방적 진실’이다.

전자는 세 가지 부분에서 우리의 관점을 왜곡한다.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 대해서. 이들의 출처는 뉴스와 SNS의 ‘편향’이나 부정적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신뢰 등이다.

제한적 믿음에서 벗어나 후자, 즉 해방적 진실로 향하기 위해, 저자는 6단계 과정을 제시한다.


1. 제한적 믿음을 인식하라: 어떤 믿음이 나를 방해하는지 인식한다.

2. 믿음을 기록하라: 객관적 관찰을 위해 한 쪽에 적는다.

3. 믿음을 검토하라: 해당 믿음이 내게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평가한다.

4. 믿음을 거부하거나 재구성하라: 제한적 믿음을 부정하거나 더 나은 각도에서 바라본다.

5. 믿음을 수정하라: 제한적 믿음 반대편에 해방적 진실을 적는다.

6. 새로운 믿음으로 무장하라: 해방적 진실이 현실인 양 믿고 살아간다.


나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취업할 자격이 없다는 제한적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해방적 진실을 쓰는 중이다. 아직 효과는 없지만, 쓸 때만큼은 용기가 생긴다.


2단계 – 반성

실패나 불운을 겪었을 때, 시간이 지나고 다시 살펴보지 않으면 다음에 같은 결과를 반복해 부정 편향을 나 자신에게 심을 수 있다. 그렇기에 반성적 사고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저자는 4단계의 ‘사후검토’를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자고 말한다. (1) 무슨 일이 벌어지길 원했는지 기술하고, (2) 실제로 벌어진 일을 인정하고, (3) 경험에서 배우고, (4) 행동을 수정한다.


여기에 유용한 우리의 내부 기능이 있다. 바로 ‘후회’이다. 보통 부정적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용도가 달라진다. 다시 나를 예로 들면, 나는 후회를 ‘자책’의 의미로 썼다. 실수하거나 하루를 날렸을 때 ‘나는 버러지야’라고 나를 평가했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배운 부분이기도 한데, 이는 상황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후회다. ‘나는 오늘 버러지 같은 하루를 보냈어’가 더 나은 평가이다.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전자는 초점을 ‘나 자신’에게 맞춘 상태이고, 후자는 ‘일의 성과’에 맞췄다. ‘일의 성과가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면, 다음에 더 잘할 방법을 고안해 내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과를 개선할 방법에 초점을 맞추지 않기 때문이다(p.93).’ 

‘일의 성과’에 초점을 맞춘 후회는 가능성이 다분한 상태다. 행동을 수정할 이정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후회를 느낀다는 사실은 아무리 끔찍한 상황에서라도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이 우리에게 이미 있다는 증거다. 희망이 없는 사람은 바로 후회가 없는 사람이다(p.98)’ 


반성에 힘을 실어주는 다른 행동은 ‘감사함’이다. 범사에 감사한다면 우리의 회복탄력성을 늘려줘 인생에서 부딪치는 장애물을 이겨내도록 해준다고 한다.


3단계 – 계획

목표 설정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목표가 없다면 굳이 ‘고민 페이즈’를 가질 필요가 없다. 책에서는 7가지 기준에 따른 ‘SMARTER‘ 시스템을 안내한다. (1) 명확성, (2) 측정 가능성, (3) 활동성, (4) 위험성, (5) 시간 기준, (6) 흥미진진함, (7) 적절성, 7가지 속성에 맞춰 ‘성취 목표’와 ‘습관 목표’를 적절히 배분한다. 성취 목표란, ‘오늘 안에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 서평을 작성한다`처럼 1회성 성과를 나타낸다. 습관 목표는 ‘6월 1일부터 매일 저녁 9시에 푸시업 30개를 한다’와 같이 습관화를 지향하는 활동이다. 두 가지 목표를 적절히 배분하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물론 너무 편해서는 안 된다. ‘컴포트 존’이라 불리는 우리만의 ‘안전 지대’에서 약간 벗어나 ‘불안 지대’에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해야 한다. 물론 이런 행동은 우리 본능의 반발을 산다. 때문에 저자는 4단계의 반발 완화 방법을 제시한다. (1) 불안 지대의 가치를 인정하고, (2) 부정적 경험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3) 안전 지대를 벗어났다는 두려움에 주목해 성취의 달콤함과 비교해 보고, (4) 분석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다.


4단계 – 동기

행동을 오래 유지하려면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외적 동기보다 내적 동기의 가중치가 더 높다. 전자는 한계가 명확하지만, 후자는 무한동력이 될 수 있다. 내적 동기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 동기’를 파악해야 한다. 내가 그 목표를 왜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록해 보는 것이다. 나는 아직 나의 ‘핵심 동기’를 찾지 못했다. 몇 번 적어봤는데, 아무리 봐도 표면적인 이유 뿐이다. 아마도 나의 불신은 여기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핵심 동기를 찾았다면 꾸준히 되새겨 유지하도록 하자.


유지에 힘을 더하는 4가지 방법이 더 있다. (1) 보상을 파악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고대하기, (2) 상황에 맞춰 목표 기대치 설정하기, (3) 목표 사슬 만들기 같은 게임 요소 가미하기, (4) 부족한 부분보다 개선된 부분 측정하기. ‘꾸준히 하면 결국 이긴다는 사실을 명심하라(p.215).’ 예전에 읽었던 책의 문구가 떠오른다. “꾸준히 안타만 쳐도 야구 경기에서 이긴다(『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톰 오브라이언, 브론스테인).”


5단계 – 실행

사실 이 부분이 없다면 위의 모든 단계는 망상에 불과하다. 단계의 요구사항이 불명확하더라도 일단 행동하는 것이 훠어어어어어얼씬 의미 있다. 예전의 나는 계획이 온전해지면 시작하려는 타입이었는데, ‘지나치게 꼼꼼한 계획은 흔히 일을 미루고 싶어서 질질 끄는 꼼수일 뿐이다(p.221).’ 아직 그 버릇을 완전히 고치지 못했지만, 꽤 나아진 상태다.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여타 실천에 관한 책과 일맥상통한다. 먼저 목표를 세분화해 쉬운 작업부터 진행한다. ‘목표는 불안 지대, 실행은 안전 지대’를 기억하자.


다음은 환경 설정이다. 우리의 뇌는 절차가 복잡해지면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니 생각하지 않고도 움직일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if-then 형태로 계획된 반응은 더 즉각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어나며, 의식적 노력의 필요성도 줄여준다(p.235)’고 하니 참고하자.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일별, 주별, 월별, 분기별 등의 검토를 통해 핵심 동기와 목표를 떠올려 꾸준함을 유지한다. 또한, 저자는 분기별 검토에서 5단계를 통해 목표에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조언한다.  (1) 목표를 달성하거나 중요한 성과를 거뒀을 때 기념한다. (2) 달성하지 못했다면 결의를 다시 다진다. (3) 결의를 다질 수 없다면 그 목표를 수정한다. (4) 수정할 수 없다면 그 목표를 제거한다. (5) 달성하고 싶은 다른 목표로 그 목표를 대체한다.


잊지 말자. 목표를 실행하며 인생을 나아지게 하는 것이 핵심이지, 목표에 치여 인생 포기하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님을.


나는 아직 1단계에 머문 상태지만, 마냥 손 놓고 믿음이 생기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다. 일단 고민 페이즈 없이 이전에 구매한 코딩 강의를 매일 1챕터씩 수강 중이다. 진행하다 보면 동기나 목표, 믿음이 생기기도 하니까.


내 인생도 버러지가 아닌 탁월해지길 바라면서 하던 공부를 이어 가련다. 내 인생,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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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의 힘 - 운동은 어떻게 행복과 희망, 친밀감과 용기를 찾도록 돕는가
켈리 맥고니걸 지음, 박미경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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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돌이다. 움직이는 것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한다. 해도 안 보고 컴퓨터 앞에만 있다 보니 절로 우울이 패시브로 달릴 지경이었다. 최근 여러 모로 몸이 안 좋아져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간단히 걷기부터 시작했다. 걷고 오면 지치긴 해도 기분이 나아졌다. 이러다 보니 예전에 사두었던 켈리 맥고니걸의 『움직임의 힘』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전작도 재밌게 읽었던 터라 기대감을 가지고 독서했다.


주변이나 인터넷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긍정적인 부류가 많다. 나로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푸시업만 몇 개해도 힘들기만 하지 전혀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게 그들은 왜 즐거워하는 걸까?


책에 따르면 우리가 운동을 할 때 ‘엔도르핀’과 더불어 ‘엔도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s)’라는 뇌 화학 물질이 분출된다고 한다. 엔도카나비노이드는 걱정이나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고, 통증이 가라앉고, 시간이 느리게 가고, 감각이 고조(p.33)되는 ‘대마초’의 효능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 화학 물질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유발하는데, 너무 가볍거나 너무 힘든 운동의 경우에는 변화가 없지만, 중간 강도로 움직일 경우에는 수치가 배로 늘어난다. 즉, 달려야만 ‘러너스 하이’를 느끼는 게 아니라 적당히 힘든 일을 20분 이상 꾸준히 수행하기만 하면(p.36) 되는 끈질긴 노력 끝에 맛보는 짜릿함이다.


또한, 근육에서 생성되어 신체 활동 중에 혈액으로 분비되는 단백질인 ‘마이오카인(myokines)’은 신체의 모든 조직에 영향일 미친다. 마이오카인의 종류는 여러 가지인데, 어떤 것은 뇌의 염증을 줄이고, 다른 것은 신경독성 화학 물질을 분해하기도 한다. 근육 수축과 관련된 움직임, 즉 모든 움직임이 유익한 마이오카인을 분비하며 희망은 바로 근육에서 시작될 수 있다(p.258).


그러나 운동을 습관화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매일 1만 보 걷기’를 계획했지만, 벌써 여러 번 빼먹었다. 날도 덥고, 다리고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습관이 되지 않으니 이러저러한 핑계를 잘 만들어낸다. 이것이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운동 습관을 들이는 데 필요한 최소 ‘노출’ 시간이 주 4회씩 6주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p.64). 게다가 습관 형성에는 작은 성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차근차근 걷는 일수를 늘려가고 있다.


앞서 운동을 하면 긍정적인 기분을 느낀다고 했는데,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우울해질까? 어느 한 실험에서는 활동적인 성인에게 일정 기간 행동에 제약을 걸었더니 불안해하고 짜증의 빈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하루 평균 5,649보만 걸으면 불안과 우울증이 생기고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p.30). 엔도카나비노이드를 강제로 차단한 실험에서는 러너스 하이의 혜택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다양한 연구에서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운동을 하루라도 거르면 불안과 짜증이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운동을 3일간 못 하면 우울 증상이 나타나고, 1주일간 못 하면 심각한 기분 장애와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다(p.59). 


개인적으로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걷기와 더불어 풀업을 매일 하고 있었는데, 어깨 통증이 심화되면서 그만두었다. 개수가 차차 늘어 재미를 느끼던 차에 이렇게 되니 급작스럽게 운동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연쇄작용으로 공부도 하기 싫고, 걷기도 귀찮아졌다. 물론 이유가 이것 뿐이진 않겠지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확신한다.


쓰다 보니 이럴수록 더욱 걷기를 빼먹지 말아야겠다. 우울함을 강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웬만하면 1만 보를 채워 걷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5,649보 이상은 걸어야 한다. (고백하건대, 사실 오늘 빼먹으려고 했다. 저녁에라도 걷고 와야지.)


켈리 맥고니걸의 다른 저서인 『스트레스의 힘』도 재밌게 읽었는데, 맥락이 이어진다. 해당 책에서 ‘적당한 스트레스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운동 역시 적당한 강도로 진행해야 엔도카니비노이드가 분출되면서 긍정적인 기분을 이어갈 수 있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어 허우적거렸는데, 그 목표가 생길 때까지는 매일매일 ‘1만 보 걷기’를 목표로 삼아야겠다. 기분이 저하될 때는 운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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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방구석 미술관 1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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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싫어하게 된 때를 떠올려 본다. 학창 시절,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그랬는데, 준비물을 안 가져오거나 수행평가 그림을 제때 완성하지 않으면 매를 맞았다. 주어진 시간도 짧았다. 나는 손도 느리고 예술 감각도 없어서 채색은 커녕 밑그림을 벗어난 적도 손에 꼽았다. 그러니 자주 맞았고, 재미는 잃었다. 그렇게 미술은 학창시절 내내 혐오스러운 주제로 남았다.


성인이 된 후 혐오감은 옅어졌지만, 주체적으로 찾지는 않았다. 가끔 회화가 취미인 친구의 전시회 구경 제안이 오면 보러 가는 정도? 최근 ‘초현실주의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다시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진 못해도 감상은 생각보다 즐거운 영역이었다. 흥미가 생긴 김에 책 쇼핑하면서 『방구석 미술관』을 구매해 읽었다.


14개의 챕터 중 들어본 예술가보다 모르는 예술가가 더 많았다. 또한, 들어봤거나 작품을 본 적이 있다 하더라도 깊이 생각해 본 작가는 하나도 없었다. 그냥 누구의 작품이구나, 하는 정도. 그러나 만물에는 존재의 이유가 있듯, 각 작품에도 작가가 왜 그러한 작품을 남겼는지 이유가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중에는 유독 노란색 계열이 많다. 이전에는 단순히 노란색을 좋아했다고 여겼다. 작가 중에는 무언가 하나에 꽂혀 그것만 주구장창 파고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것의 원인이 ‘압생트’라는 술일 줄은 몰랐다. 당시의 ‘압생트’는 매우 독한 술이며 과하게 마셨을 시 환각 증세를 유발했다고 한다. 고흐는 그 술의 중독자였다. 압생트에 취한 고흐에게 세상은 강렬한 노란색으로 보였으며, 더욱 강렬한 노란색을 찾기 위해 또다시 압생트를 찾았다. 그러한 악순환은 환청으로 발전해 자신의 귀까지 자르기에 이르렀다. 지독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덕분에 〈해바라기〉 같은 아름다운 작품을 볼 수 있으니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표현주의, 야수주의,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그리고 초현실주의로 넘어가는 길목을 훑으면서 미술사를 보는 내 눈이 새롭게 반짝였다. 예전에는 ‘뭐 이딴 그림을 그림이라고 그렸어?’라는 시선으로 감상했다. 내가 볼 때는 하나 같이 두루뭉술하고 제멋대로인 게 다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주의’는 전 시대에 대한 신인 예술가의 몸부림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서양 미술계는 사실적이고 경외감 넘치는 구도로만 회화를 대해야 했다. 원근감이 중요했고, 신화나 진리를 찬양하는 내용을 주된 주제로 삼았다. 하나의 이념이 고착화되어 다른 이념을 억누르기 시작하면, 그 속에서는 반항의 씨앗이 발아하기 마련이다. 점진적으로 회화 기법은 개인을 중심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에드가 드가의 경우, 아름다운 발레리나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돈을 벌기 위해 혹독한 연습 속으로 제 몸을 던지고, 부유층 남성의 후원을 받으려는 불쌍한 소녀들이다. 칸딘스키는 장면을 포착하기 보다 내면의 감정을 포착해 그리려고 애썼다. 뒤샹은 생활 물품을 통해 지식인의 아는 ‘척’을 비웃었다. 이들이 그러한 작품을 남긴 이유를 알게 되니 작품들이 다르게 보였다. 여전히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막말이 나오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작품은 관객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아무리 고심했어도 관객이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작가의 잘못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의 무감각이 무지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니 생각이 바뀌었다. 관객 또한 작품이 의미 없다 비판하기 전에 작가의 고심을 한 번 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것이 작품을 통한 작가와 관객의 소통이 아닌가. 아주 새까맣게 잊었던 사실을 상기한 기분이다.

미술 전문가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이 책처럼 흐름 정도만 알면 될 일이다. 관심이 생기고 구미가 당기면 알아서 깊이 파고 드는 게 사람이니까.


훗날 마음 끌리는 전시회가 열리면 적극적으로 관람해야겠다. 어쩌면 나도 그림 끄적거리는 날이 올지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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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로그 100일 완성 IT 지식 -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 데이터, 4가지 IT 근육으로 디지털 문해력 기르기
브라이언 W. 커니핸 지음, 하성창 옮김 / 인사이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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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길었던 독서였다. 52일 동안 이 책에 갇혀 지냈다. 제목이 ‘100일 완성’이니 절반 시간만에 완독한 내가 결코 느린 속도는 아니지만, 괴로움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다른 책들이 어찌나 재미있어 보이던지…….


물론 이 책도 처음에는 흥미로웠다. 순수 문과생에서 개발자로 전환하려고 하면서 내게 부족한 CS(Computer Science) 지식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기초적인 지식부터 시작해 아는 내용이 나오니 친근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대부분 아는 내용이다 보니 재미가 떨어졌다. 여기에는 그간 공부한 《정보처리산업기사》 탓이 컸다. 수험서로 본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좋게 생각하면 이런 공부하는 사람에게 보조 서적으로 도움이 될 것도 같다.


너무 오랜 기간 걸쳐 읽은 탓에 내용이 가물가물하지만, 기억에 남은 내용은 개인 보안과 프라이버시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가 SNS 등을 무료로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용의 대가로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SNS 기업에 제공된 개인 정보는 타깃 광고나 그런 류의 기업에 재판매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등은 지금의 시대에 주요한 화두 중 하나다. 내가 SNS를 최소한으로 이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엄청 뿌리고 다녔겠지만. 앞으로 좀 조심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IT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기본적은 교양을 쌓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가볍게 읽지는 못하겠지만, 제목대로 하루 1개의 소챕터씩 100일에 걸쳐 읽으면 부담스럽지는 않을 듯하다. 물론 나처럼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겠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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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생각보다 자소서를 잘 쓴다 - 자소서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모든 취준생들에게
인싸담당자 제이콥 지음 / 주식회사 디3(Mind3)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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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문창과 졸업생이면서 글을 더럽게 못 쓰는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나 자신이다. 그래서 ‘소설가’라는 꿈을 접었다. 이제 더는 내 인생에 글쓰기가 나를 옥죌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일종의 프리랜서 지망을 포기했으니 자연스럽게 취준생으로 위치가 바뀌었고, 다시금 글쓰기 능력을 열렬히 요구당했다.


다름 아닌 ‘자소서’다. ‘이런 글 하나 못 쓰겠냐’며 자신만만했던 처음의 기세는 작성 시작 5분만에 돌아가셨고, 곧장 ‘자소서’를 떠올리기만 하면 괴로운 단계에 이르렀다. 꽤 오래 괴로워하던 차에 ‘인싸담당자 제이콥’님의 무료 온라인 강의를 참여하게 되었다. 3일 간의 강의에 감명받아 그의 저서 『너는 생각보다 자소서를 잘 쓴다』까지 구매했다.


자소서는 ‘나를 소개하는 글’이지만, 단순히 ‘나 이런 사람이에요!’로 끝나서는 안 된다. 기업은 명확한 근거를 선호하기 때문에, 자소서도 ‘○○한 경험을 통해 키운 △△ 역량으로 기업에게 이익을 안기겠다’는 확실한 근거가 담겨야 한다. 그렇기에 자소서를 쓰기 전,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 책에서 소개하는 3가지, ‘경험분해’, ‘역량사전’, ‘직무분석’으로 내 경험을 직무에 맞게끔 근거화해야 한다.


3가지는 상호보완적이다. ‘경험분해’를 통해 상황과 행동을 구분한다. ‘역량사전’에서는 어떤 행동이 어떤 역량을 의미하는지 찾아 ‘경험분해’의 해당 행동에 매칭한다. ‘직무분석’을 통해 A직무에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역시 ‘역량사전’에서 찾아 매칭한다. 가령, A직무에 B역량이 필요하고, C경험이 B역량을 활용했다면, ‘C험을 통해 키운 B역량은 A직무와 잘 맞는다’는 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경험분해 테이블’이나 ‘직무분석 테이블’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띵-해진다. 매우 귀찮은 작업임을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자소서 하나 쓰는 데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저자가 위의 3가지를 핵심 도구로 삼은 이유는 자소서 쓰는 시간을 아끼기 위함이다. 미리 정리해 두었으니 자소서 쓸 일이 있을 때 해당 직무, 역량, 경험을 곧장 가져다 쓰면 된다. 미래의 시간 절약을 위해 한 번은 고생할 만한 것 같다.


‘경험분해’, ‘직무분석’의 기본 틀과 ‘역량사전’은 <OZIC>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작성 방법은 유튜브 채널 〈인싸담당자〉에 있다.


나머지 내용은 자소서 문항별 템플릿이다. 구직자의 유형별, 예를 들면, 유사 경험이 없을 때와 있을 때, 유사 경험은 없는데 시간은 있을 때 ‘지원동기’ 작성법 등 구체적인 작성 예시를 제공한다. 특정 문항을 작성할 때 흔히 하는 실수/착각(분명 내 걸 보여준 적이 없는데 들킨 기분)도 지적해줘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실은 팀워크였음을 새로 알았다.


이 책을 읽고 실천한다고 해서 내 자소서 합격률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 워낙 이력서가 개판이라 ㅋㅋㅋ 그래도 자소서에 대한 막막함은 사라졌다. 드럽게 글을 못 쓰는 나지만, 템플릿을 따라가면 얼추 쓸 수 있을지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혔다. 그런 점에서 꽤나 성공적인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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