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그려진 이야기 - 그리스인들의 별자리 신화
데이비드 W. 마셜 지음, 이종인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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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마음에 드는 책을 수십 번도 더 보는 유형이었다. 그중 한 축을 담당했던 책이 만화로 읽는 그리스·로마 신화였다. 타이탄과 올림포스 신의 싸움,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과업, 아르고호 원정대, 프로메테우스의 불, 판도라의 상자, 헤라·아테나·아프로디테 세 여신 간의 황금사과 신경전으로 촉발된 트로이 전쟁, 오디세우스의 여정 등등. 읽은 지 꽤 지난 지금에도 굵직굵직한 내용은 눈에 선하다.

 

또 다른 과거를 회상하자면, 해군 복무했을 때 별을 본 기억이다. 출항하면 일주일 동안 서해에 머무는데, 날이 맑으면 뭍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별들이 검푸른 하늘을 가득 메운다. 몇몇 별은 아주 밝게 빛나는데, 그것들은 나의 그리스·로마 신화를 복기하게 만드는 별자리였다. 확실히 구분했던 별자리를 꼽자면 오리온, 카시오페아, 작은 곰, 백조였다(어느 계절에 봤는지는 모른다. 형태만 기억난다.). 당시에는 담배를 피웠는데, 새벽 당직 끝나고 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담배 연기를 내뱉으면 그렇게 ㅈ 같을...이 아니고 기분 좋을 수 없었다.

 

데이비드 마셜의 하늘에 그려진 이야기는 이런 두 가지 추억을 적절히 버무려 행복한 독서를 선사했다. 아는 별자리 신화는 복습했고, 모르는 별자리 신화는 새로 배웠다. 동시에 서양철학의 근간이 그리스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이미 그들은 신화 단계에서부터 철학적이었다.

 

별자리: 신의 메시지 - 헌신

 

그리스인들은 대체로 별자리가 인간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한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별자리는 인간들이 따라야 할 윤리적 지침이 되었다. - p.4

 

우리 각자에게는 탄생 별자리가 주어진다. 나의 별자리는 사자자리다. 이를 가지고 운세를 보기도 하고, 관련된 물건을 사기도 한다. 동양의 십이간지처럼 정체성을 부여하는 다른 수단이 될 때도 있다. 그리스인들은 이런 별자리를 황도십이궁이라 불렀고, 지구를 둘러싼 천구에 자리 잡았다고 여겼다. 그 외에도 다양한 별자리가 천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신이 전하는 메시지로, 인간으로서 지향할 것과 지양할 것을 구분해주는 기준이었다.

 

별자리에 깃든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헌신에 대한 찬양과 그에 대한 보상배신에 대한 응징과 그에 대한 경고’. 전자에는 사랑, 용기, 희생, 겸손 등이 포함되었고, 후자에는 오만, 불신, 탐욕, 속임수 등이 대상이었다.

 

고대 그리스인의 최고 덕목은 아레테arete’였다. 아레테란 삶의 모든 면에서 균형 있는 태도를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를 취한다면 인간이라도 별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대표적인 자리가 마차부자리로, 에레크테우스라는 청년을 기념한다. 에레크테우스는 누구보다 빠르게 마차를 모는 걸출한 육체 능력을 지녔음에도 아테나에 대한 겸손하고 독실한 신앙심을 유지했다. 자신의 잘난 점을 부각하여 타인을 깔보는 오만함 대신, 타인을 이끌며 위대한 신앙심을 가질 수 있도록 헌신함으로써 아레테를 이뤘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그는 인간으로서 생을 마치고 별자리에 올라 귀감이 된 것이다.

 

인간이 아닌 별자리도 있다. 크로노스의 위협으로부터 제우스를 지키고자 어머니 레아가 아기를 보모 염소에게 맡긴다. 아말테아라는 보모 염소는 제우스 말고도 자식인 쌍둥이 염소, 고아인 아이고케로스라는 염소를 함께 보살핀다. 아말테아의 아래서 헌신과 사랑으로 성장한 제우스는 성인이 되자 신의 왕좌에 앉기 위해 형제를 구하고 아버지 종족인 타이탄과 전쟁을 하게 된다. 험난한 과정에서 제우스는 형제나 다름없는 용맹한 염소, 아이고케로스의 도움을 받으며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고 최고 신의 자리에 앉는다.

 

최고 신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보모 염소였던 아말테아는 아레테를 이룬 인물의 왼쪽 어깨에서 가장 밝은 별 중 하나가 되었고, 아이고케로스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염소자리가 되었다. 헌신은 이처럼 자신의 열과 성을 누군가에게 대가 없이 진심으로 전하는 것이다.

 

별자리: 신의 메시지 배신

 

아폴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밤하늘에 까마귀 별자리를 두어 신들보다 자신의 탐욕을 먼저 챙기려는 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 p.88

 

고대 그리스인이 추구했던 가치가 헌신이었다면, 경계했던 것은 배신이었다. 신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심리에는 앞서 얘기했던 오만, 탐욕, 불신, 속임수 등이다.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길들인 벨레로폰은 괴기한 키마이라(키메라)를 죽이고는 신과 동급이라는 오만불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곧장 올림포스로 올라갔다. 신들의 환호를 기대하면서. 그러나 제우스는 말파리를 보내 페가수스를 괴롭혔고, 벨레로폰은 괴로움에 날뛰는 말에서 추락했다. 다행히 덤불 덕에 목숨은 건졌으나 평생을 비참하게 떠돌다 죽었다. 벨레로폰에 대한 별자리는 없지만, 이후 제우스의 총애를 받고 하늘로 올려진 페가수스자리를 보면서 벨레로폰에 대한 교훈을 되새길 수 있다.

 

또 다른 경고의 별자리는 오리온자리이다. 사냥꾼의 수호자리라 불리는 신성한 별자리가 어째서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일까. 오리온은 훤칠한 외모와 뛰어난 사냥 실력으로 처녀의 신인 아르테미스마저 반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하지만 사랑보다 사냥을 더 좋아하는, 지금으로 따지자면 연애보다 헬스에 인생을 바친 헬창이었다. 단호박인 오리온이었지만, 그의 마음을 훔친 여인은 분명 있었다. 아틀라스의 딸들인 플라이아데스였는데,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녀들이 겁먹고 끝까지 오리온의 사랑을 거부했던 것이다.

 

사랑을 거절당한 오리온은 충격에 빠져 더욱 사냥에 몰두했다. 슬픔을 숨긴 몰두는 심화되면서 허세를 가져왔고, 곧 세상 어떤 짐승도 사냥할 수 있다고 외쳤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그런 허세를 견딜 수 없었고, 거대한 전갈을 불러 오리온을 공격하게 했다. 오리온은 용맹하게 전갈을 대적했으나 독침에 당할 수는 없었고,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처녀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는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최고 신에게 간청해 하늘의 별자리로 올려보냈다. 그러나 제우스가 괜히 최고 신이겠는가. 뒤이어 전갈도 하늘로 올려보내 오리온을 뒤쫓게 만들었다. ‘전갈자리는 지상에서 그 별을 쳐다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만하지 말아야 몰락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p.122)’

 

이외에도 신들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며 만든 별자리도 있고, 어떤 일을 기념하기 위한 별자리도 있다. 또 생물과 관련된 별자리뿐 아니라 무생물인 별자리도 각자의 사연을 지닌 채 천체에서 반짝인다.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일관되게 헌신과 배신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히 일부분의 이야기만을 꺼냈으니 누군가의 호기심 자극제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해가 안 되었던 현대의 별자리 형태

 

이 책에서 고대 별자리 신화도 재밌었지만, 고대의 별자리와 현대의 별자리 모양 차이도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나는 당최 현대 별자리를 보면서 저게 어떻게 사람이고, 동물이고, 어떻게 봐야 물건이야?’라는 생각을 매번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고대에는 별 무리를 그림으로 봤다면,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실용적 사고가 주류를 차지했고, 기록이 쉽게끔 묶음으로 치부한 것이 아닐까 싶다. 고대와 현대의 별자리 취급의 차이를 보여주면서 저자는 말한다. “천문학의 과학적 연구와 함께 고대의 별 이야기가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희망 때문(p.218)”이라고. 개인적으로도 고대의 상상력으로 그려진 별자리가 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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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고, 1부는 별자리 신화, 2부는 현대의 별자리 형태, 3부는 고대인들의 농사, 목축, 항해를 도운 자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앞의 두 부분은 잠깐이나마 언급했지만, 3부는 스킵했다. 노잼이라 간신히 읽었기 때문이다. 역사 덕후는 아니라서 고대인의 생활상까지는 관심 없었다. 내 흥미는 아직도 신화를 선호한다.

 

이 책을 읽으니 몇 년 전에 사두었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가 눈에 띈다. 서사시 형식이 어색해서 미뤄뒀는데 이참에 살살 읽어볼까. 신화적 상상력은 모든 상상력의 원형인 만큼 흥미가 고갈되지 않는다. 상상력이 궁할 때는 별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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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최고의 변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클리어 지음, 이한이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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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중요성은 워낙 많이 언급되어 이제는 모두가 중하게 여긴다. 이로운 습관은 형성하고 싶고, 해로운 습관은 고치고 싶어 한다. 이런 마음만은 누구나 적어도 한 번쯤 가져봤으리라. 큰마음 먹고 습관을 이뤄보자(혹은 고쳐보자)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경험도 있을 것이다. 실패한 시도가 쌓이면 아예 포기하게 된다. 스스로를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규정하면서 더 이상 변할 생각을 않는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여러 상황이 악화일로에 빠진다. 건강이 나빠지거나, 재정이 밑바닥을 보이거나, 무식해지거나 하는 등 말이다.

 

나는 성장과 발전 면에서 향상성(向上性)을 지니고 싶었다. 이 욕구를 위해서 다시 습관 재조정에 돌입했다. 제임스 클리어의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현재의 나에게 아주 큰 힘이 되었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이 습관에 관한 이론서 같았다면, 이 책은 실용서에 가까웠다. 세분화된 방법론은 나의 실천 중 장단점을 체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반성 겸해 내 행동을 중심으로 글을 쓰면서 앞으로의 각오를 다지려 한다.

 

습관은 복리다

 

수학적으로 생각해보자. 1년 동안 매일 1퍼센트씩 성장한다면 나중에는 처음 그 일을 했을 때보다 37배 더 나아져 있을 것이다. 반대로 1년 동안 매일 1퍼센트씩 퇴보한다면 그 능력은 거의 제로가 되어 있을 것이다. - p.34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자잘한 행동들이 모여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상관없이. 나는 이왕이면 좋은 쪽으로 변화를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무엇보다 1%라는 적은 수치는 부담이 적기에 왠지 매일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기로 결심했으니 다음은 습관을 파악하는 일이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처럼, 내가 평소에 하는 습관 목록을 나열하면 어떤 습관을 고쳐야 하는지, 어떤 습관을 늘려야 좋을지 판단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데일리 리포트포커스어플이 해결해주었다.

 

데일리 리포트1시간마다 내가 신경을 많이 쏟은 일을 적었다. 이것으로 어디에 시간을 낭비하는지 알 수 있었다. ‘포커스란 어플은 집중해야 하는 어떤 일을 할 때 스마트폰을 만지는 불상사(?)를 방지해주는 역할을 했다. 내가 정한 시간만큼 스마트폰의 다른 동작을 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어플이다. 매일 90분씩 설정해 온전히 독서에 매진한다. 간단한 실천으로 낭비하는 시간을 붙잡아서 활용하는 시간으로 바꾸는 중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그리고 보이게

 

가장 일반적인 두 가지 신호는 시간과 장소다. 실행 의도는 이 두 가지 신호에 반응한다. - p.100

 

내가 습관 형성에 실패한 이유를 돌이켜 보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매일 운동하기’, ‘매일 글쓰기같은 것들. 언제 할지도 모르고, 무엇을 할지도 모르고, 매일이 너무 부담스럽다. 나의 뇌는 이를 불쾌한 상황으로 인지하면서 도피를 권하고, 나는 안 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낀다. 나는 안 될 놈이었어……. 이를 반복하면서 자책하는 실력만 늘었다.

 

습관은 신호가 없다면 반응하지 않는다. 저자는 습관의 순서를 신호 열망 반응 보상으로 나열했는데, 보상은 다시 신호가 되어 습관을 반복하게끔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나는 신호로 활용할 데일리 플랜을 적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할 일로써만 적었지만, 지금은 구체화했다. 가령 매일 운동하기에서 오후 2시 알람 후 스쿼트·푸시업 20×3set’로 적는 것이다. 또 이렇게 적은 계획은 매일 아침 기상 후 바로 확인한다. 그러면 의식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어서 되도록 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행동한 직후에는 에 표시한다. 이는 보상이면서 곧 다른 습관의 신호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습관을 세우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이미 매일 하고 있는 현재의 습관이 무엇인지 파악한 다음 그 위에 새로운 행동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이것이 습관 쌓기. - p.105

 

데일리 플랜의 장점은 습관 쌓기에도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만약 독서를 하게 된다면 앞서 적은 습관에 쌓으면 되는 것이다. ‘운동 후 독서(feat. 포커스 앱 90)’ 이런 식으로. 또 스스로가 할 수 있으면서도 꼭 해야 할 일을 우선으로 적기 때문에 부담도 적다. 내 할 일을 다 하고 취하는 휴식은 전혀 낭비가 아니다. 재충전이다.

 

습관은 지속적인 반복이다

 

습관이 자동화되려면 얼마나 오래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자주 반복하느냐가 중요하다. - p.192

 

습관 형성의 목적은 습관을 통해서 변화된 결과를 얻고, 그 결과를 유지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 습관 만들기에서 끝나면 안 되고 계속하기가 필요한 셈이다. 어떤 습관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언젠가 도래하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어떤 일이든 한계는 온다.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임계점을 돌파하느냐 마느냐로 갈린다. 습관도 마찬가지다. 효율적인 습관을 형성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성과가 쉽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없는데 행동은 익숙해져서 지루함이 느껴진다. 신호는 있되 열망이 없어지고, 원하지 않으니 보상도 의미 없다. 그렇게 때려치운다.

 

내가 걱정하는 부분으로, 작년에 습관 형성을 포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뭘 해도 발전하지 않는 것 같았고, 해봤자 소용없다며 그만뒀다. 당시의 11서평은 나에게 버거웠다. 하나가 무너지니 다른 습관들도 무너졌고,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지속성반복이 부재했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려면 일단 쉬워야 한다. 쉬우면 의지력 소모가 적어 지속하기 수월해진다. 수월하게 하며 습관이 자리 잡아야 강도를 높이는 부담도 줄어든다.

 

저자는 시작을 최소한의 단위로 콧방귀가 나올 정도의 난이도를 제시한다. 목표한 습관이 달리기라면 운동화 끈 묶기부터, 책 쓰기라면 한 문장 쓰기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쉬운 행동에 성공하면 다음 행동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나는 다른 습관으로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책에 나온 대로 나에게 쉬운 수준인 ‘1000자 쓰기를 기준으로 삼았다. 느낌이 좋다면 1000자 이상 쓸 때도 있지만, 만약 부담스럽거나 질리면 중단한다.

 

하찮은 수준의 행동이 과연 도움이 될까 싶다. 나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그래서 그만뒀으니까. 아마 기대치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치도 행동에 맞게끔 줄여보자. 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적게라도 하는 것이 낫다. - p.215

 

나만의 보상 정책

 

클립이나 머리핀, 구슬을 옮기는 것 같은 시각적 측정 수단은 우리가 과정 하나를 해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징표가 된다. 이런 것들은 우리의 행동을 강화하고, 어떤 활동에 대한 즉시적 만족감을 높인다. - p.248

 

앞서 데일리 플랜을 하나 실천했을 때 즉시 를 표시한다고 했다. 이것은 나만의 보상 정책이다. 아주 작은 습관에 맞춰 아주 작은 보상을 선사하는 것이다. 사소하지만 여기서 나는 뿌듯함을 느낀다. 이번에도 내가 해냈구나!

 

습관은 결국 장기적 목표의 보상과 관련된다. 운동을 계속해야 탄탄한 몸을 만들 수 있다. 글을 계속 써야 좋은 책을 낼 수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은 장기적 목표의 과정이지만, 보상이 멀기 때문에 쉽게 흥미를 잃을 수 있다. 그러니 적합한 방식의 보상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아주 작은 보상 말이다.

 

데일리 플랜표시 말고도 나는 다른 보상 체계를 만들었다. 운동과 서평에 관한 보상으로, 눈앞에 보이는 캘린더에 그 일을 할 때마다 곧장 흔적을 남긴다. 하기 싫은 마음이 들더라도 흔적을 보면 다시 의욕이 샘솟는다. 아직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의욕빨(?)일 수도 있다. 의욕이 다 했을 때를 대비한 정책도 있다. ‘더 쉽게 만들기. 유연하게 대처하면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돌아올 것

 

이는 승자와 패자를 구별 짓는 특징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안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고, 운동을 대충 할 수도 있고, 직장에서 힘든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실패했을 때 빨리 되돌아온다. 빨리 회복한다면 습관이 무너진 것은 중요하지 않다. - p.255

 

세상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나에게 무슨 일이 언제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맥을 못 추릴 정도로 지치는 시기도 있고,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아플 수도 있다. 아니면 오지게 하기 싫거나 깜빡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시 하면 된다.

 

블로그를 다시 할까 말까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 다른 습관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방향을 바꿔서 시간을 떠올렸다. ‘고민하는 시간만큼 습관 형성 시간은 미뤄진다. 1시간 고민을 덜 하면 습관은 1시간 더 빨리 형성되고, 장기적 목표는 1시간 더 빨리 이뤄진다.’ 단순하지만(설득력도 없지만) 인신을 전환하니 행동이 더 편해졌다.

 

모든 능숙함의 중점에는 꾸준함이 자리한다. 예전에는, 꾸준함이란 잠시도 머무르는 때 없이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하고 다시 해서 결과적으로 해내는 능력으로 정의한다(지극히 개인적으로). 왠지 다시 시도할 때마다 저항이 줄어드는 느낌도 있다. 그러니 혹여나 또 포기하게 되더라도 되돌아오리라 믿자. 이것이 나의 졸꾸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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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밌게 읽히면서 동시에 설득력까지 갖춘 책이어서 아주 즐거운 독서를 했다. 작년에 이 책이 베스트 셀러였는데,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지속성은 삶의 맥락에 따라 강화될 수도 있고, 끊어질 수도 있다. 나는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하고 싶다. 나의 습관 재조정은 그것을 위함이다. 미래는 알 수 없기에 오늘도 아주 작은 습관을 실천한다.

 

계속하는 자가 레전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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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있는 아무 말 대잔치 - 이왕이면 뼈 있는 아무 말을 나눠야 한다
신영준.고영성 지음 / 로크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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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려와 조언이 필요한 요즘이다. 과거를 후회하고 현재를 불안해하며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내 꿈은 무엇인지, 내가 정말 놓고 싶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는 중이다. 여기에 도움을 얻기 위해 나의 정신적 지주인 신영준 박사와 고영성 작가의 에세이를 펼쳤다. 작년 이맘때 그들이 쓴 책 완벽한 공부법으로 삶을 가다듬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그때만큼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내가 원하는 격려와 조언을 얻기에는 충분했다. 짧은 에세이가 여러 편 수록된 책이기에 전부를 축약할 수는 없어 당장 나에게 힘이 된 부분을 추려봤다.

 

<30대가 된다고 하니 마냥 서글프다>_p.29

 

그런 의미에서 20대는 꿈을 이루는 시기가 아니라 개인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기본기를 축적하는 시간이다. - p.32

 

올해가 지나면 햇수로 30세가 된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초중고 생활을 자주 떠올리지 않았는데, 시간의 마술인지 날이 갈수록 지나온 흔적을 찾으려 자주 뒤돌아보곤 한다. 물론 노력의 ㄴ자도 없이 지내왔으니 흔적이 있을 리 없고, 답답함이 정량을 초과해 넘친다. 맥주처럼 넘치는 거품을 호로록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20대에 목표를 성취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30대는 혼자의 힘으로 먹고사니즘을 해결해야 하는 나이이고, 그 나이대를 서글퍼하는 것은 미완성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내가 이러한 상황이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량을 쌓는 게 최고지만 우리 모두에게 시간과 에너지는 유한자원이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이들은 모든 문제 해결의 공통 분모 능력으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꼽았다. 이것을 관통하는 주제가 바로 문해력으로, 문해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신박사와 고작가도 그렇게 본인의 부족함을 극복하여 나아가고 있다.

 

내가 남은 시간을 서글프게 보내지 않으려면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행동을 하면서 실력의 가지를 뻗어나가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리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일을 하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스스로 보기에도, 타인이 보기에도 누가 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하는 게 없어요>_p.77

 

개인의 장점이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장 잘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에 없을 수 없다. 그러므로 가장 잘 알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영역을 알아야 한다. - p.79

 

나에 대해 탐구할 때마다 매번 드는 생각. ‘나는 잘하는 게 없다.’ 혹은 나는 장점이 없다.’ 바꿔서 말하면 누군가 나에게 장점이나 특기를 물었을 때 당당하게 대답할 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장점의 기준에 대해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분야를 매우 객관적인 잣대로 평가했다.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이자 특기는 글쓰기이다. 하지만 여기에 객관적 잣대인 수상경력이나 조회수등을 들이미니 나의 장점은 초라해졌다. 또 읽는 책과 비교해보면 나의 글은 시간 낭비의 산물이었다. 자연스럽게 장점은 쪼그라들어 사라지고 나는 무능한 사람이 되었다.

 

내가 내 장점을 확실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장단점에 대한 메타인지가 낮음을 의미한다. 정말 내 장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다양한 시도를 하고, 그 경험에서 장점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그렇게 장점을 알게 되면 방향성이 잡히고, 확장·발전시키면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고 하니, 일단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시도도 모색해봐야겠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거부하는 9가지>_p.233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바로 자신이 한계짓는 선까지 성장한다. - p.236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에 매몰되면 안 된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 p.237

 

성공하는 사람들이 거부하는 9가지는 [남 탓 너무 완벽한 계획 자신만 이기는 거래 자신을 한계 짓기 나이와 경험 우선주의 공짜로 일하기 실패에 굴복하기 이나 에 의지하기 타인을 함부로 평가하기]이다. 모두 관심가지고 살펴야 하는 항목이지만 당장 나에게 와닿은 항목은 였다.

 

앞에서 쓴 부분을 보면 알겠지만 나는 나의 한계짓기를 참 잘한다. 여러 자기계발서에도 나오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탓이다. 믿음은 나를 믿자!’라고 외친다고 해서 단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듯이, 나를 믿자고 꾸준히 외치다 보면 정말로 내 자신을 믿게 되지 않을까? 더 수월하게 믿으라고 여기에 작은 성공을 더하는 중이다.

 

역시 설명 안 해도 앞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에서는 과거의 이력과 나이에 매몰되어 꼰대짓을 말하지만, 나는 그 반대로 텅 빈 수레를 열심히 살 걸, 하고 푸념 중이다.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이러고 있는 건 멍청함의 반증일 뿐! 새로운 시대를 살기 위해 지금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예전의 나는 반성용으로 두자. 시간과 함께 나아가는 일이 중요하니까.

 

<미라클 모닝이 있으면 미라클 나이트도 있다>_p.280

 

포기했다가 다시 하고 또 포기했다가 다시 했다. - p.282

 

이 장은 적절한 포기와 시간 활용, 그것을 위한 계획과 의지를 말한다. 내용과는 한참 멀게도, 나는 위의 문장에서 가장 큰 격려를 받았다. 작년에 나는 일주일에 서평 하나씩은 꾸준히 쓰겠다고 결심했다. 4월부터 시작해 8월까지는 해냈으나 그 후 포기했다. 며칠 전 다시 서평을 쓰기 시작했다. 포기했다가 다시 한 것이다. 내가 존경하는 인물들은 포기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시절을 가졌다는 말에서 위로를 받았다.

 

항상 포기에 중점을 두고 나는 이래서 안 돼라고 자책했다. 그러나 다시 했다에 초점을 맞추니 포기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중간중간 포기하더라도 놓지 않고 다시 시작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쌓인다면 결과는 긍정적으로 변하리라 생각한다. 다시 하는 게 중요하다. 이것만 잊지 말고 생활하자.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_p.358

 

앞으로의 오늘을 후회가 아니라 만족으로 채워진 삶으로 만드는 더 나은 선택을 지금하는 것이다. - p.361

 

현재의 나는 어디선가 뿅! 하고 나타나지 않았다. 과거의 선택 하나하나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미래의 나는 현재의 내가 하는 선택들로 이루어진다. 지금의 모습이 과거가 되었을 때,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이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게 싫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현재, 오늘, 이 시간, 지금을 더 나은 선택으로 채우는 것. 과거로 돌아갈 방법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타임머신을 생각한다면 지금개발하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똑같은 말은 반복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내게는 중요한 사항이다. 얼마나 갈지 모를 다짐을 해보자면, 이 글을 끝으로 과거를 후회하지 않으려고 한다. 텅 빈 이력서를 갑자기 가득 채울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 하나씩 채울 수는 있다. 할 말 없는 자소서를 온갖 경험으로 점철할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 쓸 말을 늘릴 수는 있다. 내가 포기할 부분은 예전에이다. 그리고 집중할 부분은 이제부터이다. 인생의 서막이 열리는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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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그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접하고 완벽한 공부법일취월장등의 저서를 읽어서인지 독서 내내 친근함을 느꼈다. 간혹 음성지원도 되고, 표정지원(?)도 되고. 신박사의 졸업선물과 마찬가지로 생각날 때마다 가볍게 읽으며 힘내기 좋은 책이다.

 

신영준 박사님과 고영성 작가님,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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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의 정답 - 스펙쌓기로 청춘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취업에 성공하는 비결
하정필 지음 / 지형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서평을 쓴다. 마지막 서평 날짜가 작년 830일이었으니 약 5개월 반만이다. 그동안 취업 준비로 ITQ와 토익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말이 취업 준비지, 사실 공부는 대충대충 하고 독서도 게을리하면서 서평은 아예 손을 놨었으니 핑곗거리를 찾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제대로 하는 일은 없으니 부푸는 것이라곤 죄책감뿐이었다.

 

아무튼, 어찌어찌 ITQ 자격증을 땄고, 난생처음 토익 시험을 치렀다. 쓸만한 점수는 아니었지만 당장 내세울 만한 것도 없었으므로 구직 사이트 이력서에 입력했다. 나름대로 영혼을 끌어모았는데 작성을 끝낸 이력서는 정말 대충 살아온 인생이었음을 제대로 느끼게 해줬다. 스펙은 바닥, 경력은 빈칸, 특기조차 적지 못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자기소개서는 더더욱 적을 게 없었다. 물론 적는 방법도 모르고.

 

그런 답답한 마음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을까, 하고 책장을 훑어보다가 몇 달 전에 구매한 취업의 정답을 꺼내 들었다. 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가장 중요한 취업의 열쇠는 슈퍼스펙이 아니다. 뽑는 사람은 알지만 뽑히는 사람은 몰랐던 취업의 진실!

 

이력서에 적을 내용이 많아야 자소서도 수월하게 적을 수 있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이 책은 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늘리지 않아도 괜찮아

 

저자는 취업에 있어서 스펙은 큰 의미가 없으며, 청춘들을 스펙 쌓기에 매몰되게 만든 세태를 비판한다. 취업에 무덤이 있다면 스펙 쌓기가 바로 그 무덤이라는 것이다. 토익 점수를 만점 가까이 올리고 자격증을 여러 개 늘리는 등의 일명 노오오오오력만 하는 행위는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저자가 말하는 취업의 정답은 인식의 전환이다. ‘스펙이 먼저라는 인식에서 인성이 먼저라는 인식으로의 전환.

 

회사는 스펙인성두 가지를 모두 갖춘 훌륭한 인재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 인물은 찾기 힘들다. 그래서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데, 여기서 회사는 스펙을 과감하게 버린다고 한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 능력을 발휘하는 데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객관적 스펙은 별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p.29) 가만 생각해보면 직장에 다니는 친구나 가족의 푸념에서 상사나 고객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는 많이 봤어도, 전공과 실제 업무가 달라 불평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지속적인 면에서도 인간관계 불평은 끊임없이 나왔지만 업무 불평은 오래가지 않았다.

 

회사 역시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실력은 출중하나 다른 직원과 갈등을 조성하는 사람보다는 실력은 미흡해도 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업무에 잘 맞춰가는 사람을 더 선호하는 게 아닐까. 인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은 이런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인성을 보여줄 것인가

 

중요한 것은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인 지원자만의 구체적인 경험과 에피소드이다. - p.53

 

스펙은 보여주기가 쉽다. 각종 증서, 성적표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인성은 가시적인 무언가가 아니다. 나 혼자 저 인성 좋아요!’라고 외쳐도 듣는 사람은 진짜?’하고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복잡한 인성보다는 단순한 스펙에 더 골몰하게 된다. 스펙 쌓기 대신에 어떻게 해야 인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저자는 말한다, 그것이 자기소개서가 있는 이유라고.

 

자기소개서는 이력서가 보여줄 수 없는 주관을 어필하는 부분이다. ‘자격증 있음이 이력서의 객관적 지표라면, ‘자격증 공부로 이러이러한 점을 느꼈음이 자기소개서의 주관적 지표이다.

 

저자에 따르면 면접관은 습관적으로 자기소개서를 본다. 이미 이력서에 기재되는 객관적 지표는 물리도록 많이 봤으므로 자기소개서에서 신선함을 찾는다. 그러나 요새는 자기소개서 컨설팅도 많고, 시중에 공개된 자료도 많아 짜깁기해 고친 진부한 남의 소개서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니 채용할 사람이 없고, 다 거기서 거기니까 이왕 채용하는 거 스펙 좋은 사람으로 채용하고, 당사자는 자기가 왜 채용됐는지 모르기에 그 이유로 스펙을 내세우고, 취준생들은 그것을 맹목적으로 믿고 스펙을 쌓고…… 그렇게 악순환이 형성된다.

 

이런 악순환에서 탈피하려면 질 좋은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 지원자의 경험과 자기만의 가치관이 녹아있는 그런 자기소개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부의 정보탐색을 하는 만큼 내면의 탐색도 심도 있게 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경험으로부터 내가 배운 점은 무엇인지, 이러한 깨달음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등을 진솔하게 적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 직무를 경험·가치와 연결한다면 금상첨화이다. 만약 직무를 잘 모르겠다면 경험과 가치에 더욱 집중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자기소개서가 끝은 아니다. 보통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 면접이야말로 취업의 꽃이라고 한다. 글로는 숨길 수 있었던 거짓이 면접에서는 대체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자세, 호흡, 시선, 말투 등 면접관은 오감과 직감으로 감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면접자로부터 끌어낸다. 면접을 잘 보려면 실생활에서부터 태도를 가다듬는 게 좋다. 평소 행실이 면접에서 무의식적으로 묻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활 태도는 단기간에 변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저자는 다시 용기를 심어준다. 가치 탐구를 열심히 하고 그것에서 깨달은 바를 거짓 없이 자기소개서에 적었다면 면접관 앞에서도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신에 관한 한 진솔하게 생활하면 된다.

 

나의 현상황은?

 

이 책이 나에게 큰 위로와 격려는 되었지만, 그렇다고 내게 자신감 뿜뿜을 심어준 것은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스펙이란 과도한 스펙을 말하는 것이지 메말라 갈라진 불모지 스펙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가치를 찾기 위해 나를 되돌아보니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첫째, 위에 적는 것처럼 나의 스펙은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불모지 수준이다. 둘째, 그동안 망상에 휩싸여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기에 경험도 불모지 수준이다. 셋째, 자만심은 있는데 자신감은 없다. 자존심은 있는데 자존감은 없다. 넷째, 쫄보라서 세상만사를 겁내고 있다. 다섯째, 기우가 취미를 넘어서 특기 급이라 별의별 걱정을 다 안고 산다.

 

결론은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다. 아주 부정적인 인간 그 자체이다. 내가 봐도 못 써먹을 인간인데 누가 나를 써주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물건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불량품으로 남지 않을 수 있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말을 떠오른다.

 

단점이 많아서 좋다. 하나만 고쳐도 더 나은 사람이 되니까.’

 

회사가 요구하는 인성이란 사람다움이리라. 사람다움에 대한 의미 중 하나는 스스로 반성하고 깨닫고 고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스펙이 아예 없다면 하나씩 필요한 부분을 쌓으면 된다. 그래서 시작한 ITQ였고 토익이었다. 경험은 늘려가면 된다. 생각해보니 독서와 서평도 경험이 아닌가. 독서를 게을리했어도 내려놓지는 않았으니 간접경험은 매번 늘어나고 있다.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어제보다 1% 더 나은 사람이 되느냐 마느냐인 것 같다. 쓰고보니 자신감이 뿜뿜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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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역경을 견디고 성공한 사람은 힘들지만 역경을 고맙게 생각하고 즐길 줄 알았던 사람들이다. 과정이 행복했던 사람들이다. 과정이 행복했던 사람은 결과에 상관없이 만족한 삶을 살아간다. - p.203

 

가치관이 단단하지 않기에 나는 항상 기복이 큰 삶을 지내는 것 같다. 조금만 고통스러워지면 조급해지고 우울해지고 절망한다. 그나마 과거에 비하면 기복의 폭이 줄어들고 있다. 저점을 유지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고.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취업의 정답은 무려 10년 전의 책이다. 그때의 정답이 지금도 정답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취업을 하려는 나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10년 동안 강산은 변했어도 나라는 인간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겉치레만 했는지도. 그래도 삶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니 지난 10년을 되돌아본 다음으로 이제는 다가올 10년을 준비하기로 한다. 10년 후 이 시간쯤에는 지금의 고민도 별일 아닌 추억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P.S 책에 답이나 길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히 이정표는 있다.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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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천일야화 합본 특별판 1~2 - 전2권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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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지는 책. 세상 고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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