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라밸 - 행복은 내가 정한다.
김은정 지음 / 담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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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네이버 블로그 서로이웃인 '낭만아빠 윤소장'님께서 서로이웃 4천 명 기념으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되었다. 선물로 김은정 작가의 친필 사인이 담긴 책과 윤소장님의 정성스러운 편지를 받았다. 2차 추첨 덕분에 받은 책이어서 더욱 감사했다. 무릇 책 선물에 대한 예의는 읽던 책을 멈추고서라도 가장 먼저 읽는 것이므로, 받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이런 종류의 책에 익숙하지 못한 터라 집중하지 못해 시간이 꽤 걸렸다. 더 빨리 읽지 못한 부분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애용하는 알라딘에 들어가 검색해봤더니 분류가 '자기계발서'로 되어 있어 초반에 조금 혼란스러웠다. 사람마다 자기계발서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참고문헌과 계발에 대한 객관적 결과가 없으면 자기계발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은 김은정 작가의 경험을 주로 이야기하다보니 내 기준과의 괴리가 상당히 컸다. 그 부분에서 혼란을 빚었다. '에세이'라고 생각하자 혼란은 점점 가라앉았다.

 

거북이 독서가

 

 

거북이 독서여도 나의 성장을 위해 쉬지 않고 계속 책과 함께한 결과이다. - p.181

 

아무튼, 에세이로 자체 분류하고 나니 눈에 들어오는 몇몇 부분이 있었다. 그중 '거북이 독서'라는 표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책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독서에 막 발을 담갔을 때는 '독서 불치병' 때문에 10분 내외로 졸음이 쏟아졌다고. 그래서 수면제로 활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리지만 꾸준히 읽은 결과,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지금은 행복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장르의 다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책과 떨어져 지낸 적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읽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다. 오히려 지금은 엄청 느려졌다. 각 잡고 읽어야 사흘에 한 권 읽을까 말까. '독서 불치병' 때문은 아니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렇다. 특히 요즘은 비관 자아가 다시 뇌를 지배해서 독서 자체를 더욱 거부했다. 다행히 책에서 '거북이 독서'가 언급되었다. 참으로 시의적절했다. 덕분에 독서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아예 읽지 않느니 한 글자라도 읽는 게 도움 되는 것은 자명하다. 그것이 또 내가 지향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아니겠는가. 독서 부담을 좀 덜어두고 나도 회복할 때까지는 '거북이 독서가'가 되어야겠다. 쓸수록 마음에 드는 말이다. 거북이 독서가.

 

쓰고 또 쓰고

 

고민이 있거나 마음 정리가 필요할 때면 언제나 글쓰기를 통해 해결했다. - p.45

 

저자는 'Four-'를 삶의 기준으로 세운다. '걷고, 쓰고, 읽고, 나누고'가 그것이다. 여기서 시작점은 '쓰고'이다. 어릴 때부터 힘든 일이 생기면 일기를 쓰며 버텼다. 아이가 태어난 후 혼란을 겪었을 때도 글을 쓰며 상황을 정리했다. '내가 내 삶을 바라보는 자세'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p.45) 모든 것을 쏟아내어 쓰고 나서부터 나아갈 길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고비마다 글쓰기로 대안을 찾아낸다. 삶이 안정된 지금은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나누기 위해 글을 쓰고, 또 독서를 소화하기 위해 서평과 필사도 겸한다고 한다. 그런 결과들이 모여 저자의 손에서 두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이다.

 

엊그제 분노를 참지 못했을 때, 차라리 글을 썼어야 했나 싶다. 감정을 글로 토해냈다면 키보드가 부숴질 일도, 내 손이 다칠 일도 없었을 텐데. 아니, 동생과 싸울 일도 없었을 것이다. 글쓰기의 힘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저자의 말을 읽고 보니 아쉬운 생각이 문득 든다.

 

어쨌든 내가 지향하는 삶 역시 언제나 글 쓰는 삶이다. 쓰고자 하는 분야는 달라도 태도는 동일할 테니, 저자의 쓰고 또 쓰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가끔 일기도, 자체 프로젝트인 '매일 쓰기', <긍정의 한 줄>도 귀찮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저자의 마인드를 떠올려야겠다.

 

하이라이트는 포기하지 않는 것

 

'도대체 내가 뭘 어떻게 했기에 10년 만에 내 삶이 이렇게 바뀌었지?' 내가 잘한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제일 잘한 것은 오늘 잠들면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내일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했던 그 시절조차 난 포기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 p.51

 

앞서 요즘 내 뇌를 비관 자아가 독차지했다고 얘기했다. 뭐 주기적으로 그러니 다시 좋아질 거라 생각은 하지만, 당장의 비관은 어쩔 수 없다. 만사가 부정적이고, 가족마저 적으로 보이며, 다양한 자살 방법을 시뮬레이션 한다. 뼛속까지 쫄보여서 막상 실행은 못하니 상상으로 만족하고 현실로 돌아옴의 반복이다. 비관 자아 버전의 나는 내가 인지 능력을 막 가졌던 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나아진 점이 없다고 여긴다. 그러나 낙관 자아가 회복하면 확실히 예전보다는 나아졌음을 여실히 느낀다. 그 중심에는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가 굳건히 서 있다.

 

비관 자아에 휘둘려 죽어버렸다면, 또 내가 쫄보가 아니었다면 난 이미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사실 비관 자아보다 쫄보의 영향이 더 크다.). 살아 있기 때문에 괴로움 속에서 꿈도 꾸고 욕심도 부리며 지내는 중이다.

 

저자가 'Four-'를 삶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이유도, 경제적·시간적 자유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도, 유명한 강연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도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한다. '포기하지 않는 것.'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저자는 지금의 자리에 도착했다.

 

물론 저자의 삶과 내 삶은 다르고, 성격도, 지향점도 다르니 데칼코마니처럼 적용할 수는 없다. 애초에 타인의 경험을 나와 일체화 시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행위니까. 하지만 인간이기에 보편적인 특성과 공통점이 있다. '포기하지 않는 자세', 이것이 모든 인간의 기본값이다. '거북이 독서', '쓰고 또 쓰고' 역시 '꾸준하게', '포기하지 않고'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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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심정으로, 읽을 때는 ', 나랑 안 맞는데……, 서평 쓸 수 있으려나.'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다 읽고 막상 서평을 쓰기 시작하니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이 떠오르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래서 자기계발서로 분류한 건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저자가 책에서 경제적 자유를 강조하며 전작 부자는 내가 정한다를 수시로 언급했으니 기회가 되면 한 번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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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면의 모든 것 - 스탠퍼드 교수가 가르쳐 주는
니시노 세이지 지음, 김정환 옮김 / 브론스테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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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수억 년간 진화하면서 필요한 기능은 발달했고 불필요한 기능은 퇴화했다. 그러나 만물 공통점이 있으니, 잠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는 쪽으로 진화해왔다. 잠을 자지 않는 생물은 없으며 다만 그 행태가 다를 뿐이다. 잠을 자본 사람은 알겠지만(설마 평생 안 잔 사람이 있을까), 그 시간 동안 우리의 몸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깊이 잠든 비렘수면 구간에 누군가 위협을 가한다면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단 인간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생물이 그렇다. 그럼에도 잠을 잔다는 것은 그만큼 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전에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으며 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서평에는 수면 부족으로 인한 온갖 부정적인 증상을 나열했는데, 개인적으로 간과했던 위험이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경각심은 일깨워줬으나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잠에 대한 이론 중심의 책이어서 수면 방법이 부실하게 느껴졌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는 책이 니시노 세이지의 숙면의 모든 것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잘 자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수면도 파산 신청이 되나요?

 

인간에게는 일정한 시간의 잠이 필요하며, 그보다 짧으면 부족한 분량이 쌓인다. , 수면의 빚이 생긴다.” -p.47, 윌리엄 C. 디멘트 교수

 

수면 파산 신청을 하려면 할 수 있다. 죽으면 된다. . 당연히 이러고 싶은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계속 살기를 원한다면 수면은 파산 신청도, 개인회생도 되지 않는다. 그저 빚으로 남아 쌓이고 쌓일 뿐이다. 수면 부족이 장기간 쌓이게 되면 수면 부채로 일컬어질 정도가 된다. 내가 지난 서평에 나열했던 부정적인 증상들 역시 수면 부채가 가져오는 결과들이었다.

 

재정적으로 부족은 금세 회복할 수 있지만, 부채는 쉽지 않다. 수면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 이틀의 수면 부족은 하루 이틀 푹 자면 회복한다. 반면, 장기간의 결과로 쌓인 수면 부채는 주말에 온종일 잔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젊고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4주간 수면 시간을 측정한 실험에 따르면, 실험 전 평균 수면 시간 7.5시간이었던 피험자들이 생리적으로 필요해 보이는 평균 수면 시간 8.2시간이 되기까지 무려 3주나 걸렸다고 한다.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약 40분이라는 수면 빚이 있었던 셈이다. 40분을 청산하는데 3주나 걸리니 이보다 더한 수면 부채는 감당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수면 부채를 해결하라면 자는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인으로 살면서 위 피험자들처럼 내리 몇 주간 잘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아니, 저렇게 잔다고 해도 이미 쌓인 수면 부채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평상시에 숙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숙면의 3원칙

 

(시간)이 충분할 것 양질의 수면일 것 개운하게 깨어날 것 p.54

 

일단 기본적으로 수면 시간을 채워야 한다.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데, 이 책에서는 7시간을 추천한다. 매슈 워커의 책에서도 7~9시간 사이를 언급했으니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시간을 자면 되겠다.

 

사실 가장 어려운 게 번과 번이다. 미취업자인 나로선 번은 잘 채우고 있지만, 그 외의 것이 쉽지 않다. 워낙 그 조건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저자는 최초의 비렘수면을 강조한다. 수면의 주기는 대략 90분 간격으로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반복되는데, 우리가 막 잠들었을 때는 비렘수면으로 직행한다. 최초의 비렘수면 구간에서 성장호르몬 분비가 활성화 된다. 성장호르몬은 세포의 증식, 정상적인 대사의 촉진 등을 담당한다. 말하자면 노화 방지(안티에이징)에 매우 중요하다.(p.56)’ 또한 수면의 첫 90분에 깊은 수면이 확실하게 나타나는 정상적인 패턴의 경우, 성장호르몬이 분비될 뿐만 아니라 부교감신경이 원활해져서 자율신경의 균형이 잡히고 뇌의 노폐물 청소와 면역 기능의 활성화도 활발해진다.(p.57)’ 그렇다고 해서 다른 수면 구간을 소홀히 대해서도 안 된다. 갓 잠들었을 때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지, 그것만 중요하다는 뜻은 아니니까 말이다.

 

최초의 비렘수면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수면압 방출이다. 정상적인 패턴, 그러니까 해가 뜨고 지는 패턴에 하루 주기 리듬이 맞춰져 있다면 수면 초기에 수면압이 강하고 새벽녘부터 슬슬 약해져 날이 밝는 시간에는 몸이 깨어날 준비에 들어간다(참고로, 크로노타입에 따라 하루 주기 리듬은 다르다.). 그러나 수면 패턴이 흐트러져 있으면 최초의 비렘수면에서 수면압 방출이 원활하지 않아 일어나도 개운하지 못한 것이다. , 최초의 비렘수면이 보장되어야 후반부 수면 패턴이 안정되기 쉬워진다.

 

숙면의 방법

 

수면 시간만큼은 철저히 사수하고, 깨어 있는 시간 중에서 시간 낭비를 줄여야 한다. - p.129

 

충분히 자고, 잘 자고, 잘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알겠다. 아니, 그건 누구나 안다. 문제는 역시 방법이다. 어떻게 해야 3원칙을 지킬 수 있을까. 우리가 잠을 줄이는 이유는 대개 시간과의 싸움 탓이다. 할 일은 더럽게 많은데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엿 같은 세상……이라고 비난해 봤자 안 바뀌니까 최소한 잠만큼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자. ‘나는 수면 부족으로 큰 사고도 일으키고 사회적 물의도 빚고 병을 앓으면서 괴롭게 죽는 게 꿈이야라고 하는 사람은 패스, 아니라면 다른 어떤 시간보다 수면 시간을 먼저 챙겨야 한다. 자는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솔직히 무용지물 같다. 번을 기억하자.

 

수면 시간이 확보되었다면 이제부터 숙면을 준비해야 한다. 일단 햇빛을 보자. 체내 시계는 하루 주기 리듬을 가지고 있지만, 24시간보다 약 12분 더 길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차는 누적되어 점점 더 벌어진다. 이때 망막에서 햇빛을 감지하면 체내 시계는 밀려난 시간을 수정해 바로잡는다.

 

다음은 잠들기 전 인공적인 빛을 피하는 것이다. 우리 몸은 밤이 되면 멜라토닌을 분비해 체내 시계에 잘 시간임을 알린다. 이 신호를 받은 체내 시계는 수면압을 올려 졸리게 만든다. 그러나 이 호르몬은 빛을 느끼면 분비가 억제된다.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 TV, 컴퓨터 모니터, LED 전등의 빛이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는 것이다. 특히 이 빛은 블루라이트라고 불리며 푸른 계열의 단파장으로 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망막까지 도달하기 쉽다고 한다. 그러므로 잠들기 전에는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고 마냥 나쁘진 않다. 이를 역이용하면 하루 주기 리듬을 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위에서 말한 햇빛에도 블루라이트가 포함되어 있어 체내 시계가 초기화되고 잠이 깨는 것이다. 낮에 햇빛을 받기 어렵다면 강한 블루라이트를 쐬어 체내 리듬을 유지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심부 체온을 내리는 방법이다. 낮에 활동할 때는 심부 체온이 높고, 잘 때는 심부 체온이 낮아진다. 뇌에는 굵은 동맥이 있어 심부 체온과 똑같이 온도가 변한다. , ‘심부 체온과 뇌의 온도가 내려가면 졸음이 온다. 반대로 심부 체온과 뇌의 온도가 높은 상태이면 졸음이 잘 오지 않는다.(p.87)’ 하지만 심부 체온은 잘 낮아지지 않는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격한 운동을 하거나 입욕을 하고 나오면 기분은 개운할지 몰라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운동은 낮에 하거나 잠들기 2~3시간 전에 끝내는 것이 좋고(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참고), 입욕은 90분 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족욕 또한 좋은 방법이다. 손발이 따뜻해지면 피부 온도를 높여 열 방출이 잘 되게 해서 심부 체온이 낮아진다.

 

만약 냉증이 있어 양말을 신고 잔다면 주의해야 한다. 안 그래도 열이 잘 방출되지 않는 체질인데 양말을 몇 겹씩 신으면 더욱 열이 방출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이런 사람은 족욕으로 발을 데워서 혈관을 열어 잘 방출되는 상태로 만든 다음 양말을 신지 않고 자는 편이 좋다. 자기 전에 이불 속을 데워놓아도 좋을 것이다.(p.170)’ 나도 밤이 되면 발이 얼음장 같다. 그래서 요 며칠간 자기 전에 발바닥을 주물러 따뜻하게 만들었더니 평소보다 빨리 잠드는 느낌이었다. 기상 후 정신이 맑아지는 시간도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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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침구류, 수면제, 수면장애 등의 다양한 정보가 있다. 나에게 그다지 해당 사항이 없어서 소개하지 않았다. 잠의 메커니즘이나 이론이 더 궁금하면 매슈 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시간은 없고 잠은 궁금하다 싶으면 이 책으로 대신해도 괜찮겠다.

 

우리 인생의 3분의 1은 잠이 차지한다. 너무 많이 차지하는 것 같은가? 여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라 밝혀진 사실이 많지 않지만, 이미 밝혀진 영역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를 거슬렀을 때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내일도, 모레도, 죽을 때까지 건강하려면 우선 숙면부터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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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rtkadbs 2021-10-04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슈워커 책을 인상깊게 보고 이 책도 눈여겨 보는 중에 도움이 되는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혼돈의 시대 리더의 탄생
도리스 키언스 굿윈 지음, 강주헌 옮김 / 커넥팅(Connecting)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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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여 쪽의 분량을 자랑하는 미국의 역사 속 4명의 대통령 이야기로, 혼란스러운 정국에 그들은 어떻게 리더로 자리매김했고, 어떻게 시대를 이끌었는가를 3부로 풀어낸 책이다. 익숙지 않은 이야기여서 쉽지 않은 독서가 되었으나, 시국이 시국인 만큼 보람차고 울림이 강했다. 저자 도리스 컨스 굿윈이 대표로 뽑은 미국 대통령 4, 즉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프랭클린 루스벨트, 그리고 린든 존슨을 주제로 다뤘다. 이들은 각자의 삶에서 주변의 영향을 받아 정계에 뛰어들었고, 역경을 극복하며 시대의 어려움에 때로는 정면으로, 때로는 우회해서라도 맞섰다. 종국에는 목표한 바를 이루었고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

 

처한 상황도, 해결한 방법도, 쌓은 업적도 달랐지만 한 권의 책으로 묶인다는 것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시도 자신의 역량 키우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링컨은 무언가가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다.(p.31)’ 어떻게서든 책을 빌려 읽었고, 잠깐의 쉬는 시간에도 책을 한두 쪽이라도 읽었다. 농부였던 링컨의 아버지는 아들의 공부가 못마땅해 책을 찢고 채찍질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링컨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장차 법학 지식이 정치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우치자 법 공부에 매진했다. 필요에 의한 독학자였던 링컨은 철저히 혼자 공부했다. 낮에는 측량사와 우체국 직원으로 일했고, 밤에는 판례와 사례를 읽고 또 읽었다.(p.42)’ 2년의 짧은 하원의원 생활이 끝난 정치 공백 동안 링컨은 변호사로 쉴 틈 없이 일하면서도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수학적 개념을 몰라 대화가 안 된다면 그 뜻을 파악할 때까지 그 말을 머릿속에서 굴리고 또 굴렸다. …… 마침내 유클리드 기하학을 거의 완전히 익혔다.”라고 자랑스레 주장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섰다.(p.197)’ 그뿐 아니라 모두가 잠든 뒤에도 촛불에 의지해 몇 시간 동안 독서하고 공부했다.

 

시어도어(구분을 위해 이름을 씀)는 천부적 능력으로 얻은 성공이 아닌 야망과 근면과 끈기로 평범한 자질을 특별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개개인의 능력에 의해 결정되는 성공(p.55)’을 믿었다. 천식으로 몸이 약했던 그는 아버지의 보살핌에 힘입어 육체 운동 대신 책과 글쓰기에 집중했다. 링컨과는 다르게 쉽게 책을 구할 수 있었지만, 독서 습관만큼은 그에 뒤지지 않았다. 병약한 어린 시절이 지나면서 그는 체력 키우기에 온 힘을 쏟았다. 천천히,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테디(시어도어 애칭)는 체력을 키우며 몸을 바꿔 나갔다.(p.62)’ 하버드 입학을 준비하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은 법이 없었고, 어떤 일을 미루는 습관을 죄악시했다. 한때의 오만함으로 정계의 공백을 겪는 동안 시어도어는 우울증에 빠졌다. 그러나 그 시기에도 무력하게 머무르지 않았다. 체력이 한계에 다다를 것만 같은 격한 활동에 도전했다. 목장 일과 카우보이들과 나누는 동료애, 지속적인 글쓰기로 그는 잡생각을 떨쳐냈고, 마침내 밤에도 그럭저럭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p.234)’ 우울증에서 회복되자 시어도어는 불굴의 용기를 지닌 사람이 되었다.

 

프랭클린은 링컨이나 시어도어와 다르게 스스로 할 일을 찾거나 하지 않았다. 부모의 적극적인 보살핌을 받으며 외면과 내면이 성장했다. 그는 어렸을 때 남다른 직관적 능력과 대인관계지능, 즉 상대의 의도와 동기를 이해하는 능력으로 부모의 의도와 바람을 읽어냈고, 금격히 변한 가족 분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 이 능력은 그가 그 후로도 꾸준히 개발하고 함양한 재능이었다.(p.95)’ 그렇다 보니 그는 독서보다 경청으로 배운 바가 더 많았다. 또한, 우표수집을 통해 관련된 이야기를 배웠고, 그 단편적 지식을 엮어 자신만의 그림으로 만들었다. 우표에 그려진 형상, 발행된 장소 등을 통해 프랭클린은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백과사전을 뒤적이며 프랭클린은 그 국가와 국민 및 역사까지 공부했다. 백과사전을 읽는 동안 이해되지 않는 단어가 눈에 띄면 웹스터 사전을 머리맡에 가져와 읽었고, 한때 어머니에게 거의 절반을 읽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p.97)’ 해군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하버드에 진학한 후에 해군사에 관련된 책을 수집해 읽었다. 그렇게 수집한 책이 무려 2,500권에 달했다.(p.118)’ 축적한 해군 지식은 훗날 해군성 차관보가 되었을 때 미국 해군을 세계 최고로 만드는데 크게 일조했다.

 

린든 존슨은 매우 영리했지만 집중력이 약했다. 그 탓에 폭넓은 독서가가 되지 못했고, 학업 성적이 좋지 않아 항상 열등감에 시달렸다. 대신 그는 활동적이었다. 진학한 대학교에서 정책으로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주었는데, 린든은 열정적으로 일하며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쓰레기를 치우는 게임을 하기도 했다.(p.141)’ 그 덕분에 학교 총장인 세실 에번스의 방이 있는 건물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린든 존슨은 성공하려면 선두권에 있는 사람들과 가까워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대상으로 에번스 총장을 노린(?) 것이다. 마침내 대화의 기회를 얻었고, 그는 총장의 심부름꾼 역할을 자처했다. 여기서 그의 영리함이 발휘되었다. 단순한 심부름꾼이 아닌 자신을 총장과 통하는 연결통로로 확장했다. 린든 존슨은 권력이 있는 자리에 앉자, 모든 일에는 해결책이 있다고 굳게 믿으며 해결을 위해 부하직원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부하직원들은 죽을 맛이었어도 그만두지 않았다. 존슨이 남달리 근면했다는 점과 직원들 사이에 중요한 능력을 학습하며 중대한 소명에 참여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는 점(p.162)’이 그 이유였다.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상사였던 것이다.

 

4인의 리더들은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개선해나갈 방법을 연구했다. 기회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가 찾아 나섰다. 당장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언젠가 마주하게 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부지런히 준비했다. 그 결과, 그들에게 작용한 운을 극대화시켰고,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해결책을 내릴 수 있었다. 또 그 과정에서 유연한 사고방식은 반대파와 국민을 설득했다. 그리고 항상 겸손했다. 자신과 적대관계라고 해서 비난하거나 업신여기지 않았다. 물러설 수 없는 선택에서는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때로는 실리적 거래도 하면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끌고 왔다. 솔선수범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에 중점을 두고 해결을 위해 발로 뛰었다. 핵심 인물은 본인이 직접 독대해 설득했고, 진행 과정을 꼼꼼이 확인했다. 그리고 횟수와 장소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국민에 대한 연설을 주저하지 않았다. 연설이 약점이었던 린든 존슨조차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구성해 훌륭한 연설을 남겼다. 어느 한 사람도 상황을 피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링컨은 남북전쟁에서 승리해 노예해방을 선언했다. 시어도어는 미국 전역에 영향을 끼친 탄광 파업을 해결했다. 프랭클린은 지금도 자주 회자 되는 대공황을 극복했다, 린든 존슨은 인종차별을 물리치고 시민권 정책을 이뤄냈다. 이들의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아 그 시공간과 한참 떨어진 나에게까지 닿았다. 그들의 실패 또한 존재했지만, 그마저도 그들은 인정했기 때문에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듯하다. 패인을 분석하고 점검하여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냈다.

 

존경해야 할 인물임은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그 이유를 잘 몰랐다. 그냥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하니까 그러려니 했었다. 과거의 나를 반성하게 된다. 4인의 리더들의 행보를 읽으면서 존경의 이유는 물론, 내가 어떤 리더를 따라야 좋을지도 알게 되었다. 혹은 내가 리더의 자리에 오른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한 가늠자 역할도 된 책이다. 비록 미국 역사 속 인물들 이야기였지만, 인간적으로 본받고 싶다.

 

판데믹이 선언되고 주가가 폭락했다. 각국의 정부는 입국 금지를 조처하며 빠른 진단과 치료에 힘쓴다. 주식과 채권으로 돌아가는 경제가 시작하고부터 전 세계를 하나의 질병이 뒤덮어 경제 마비를 불러일으킨 것은 역사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인 듯하다. 그야말로 전례 없는 혼란이 도래했다. 과연 이 혼란을 타개할 리더가 탄생할까. 마음 한편으로 간절한 바람을 빌어본다.

 

 

P.S 개인적으로 나는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가장 존경하게 되었다. 그 낙천적인 성격, 꼭 본받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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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양장)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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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르소설에 대한 편견이 있다. 중고딩 시절의 전부를 만화, 애니메이션, 판타지 소설로 가득 채웠으면서도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다. 단순히 취미와 쾌락을 채우는 장난감쯤으로 치부했다.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 요네스 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에서 내가 뭘 배우거나 깨달은 것 따윈 없었다. '그냥 심심함을 달래줘서 좋았고 재밌었다' 정도만 느꼈을 뿐이다. 사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라는 소설집도 그런 이유에서 구매한 책이었다. 작년인가, 이 출간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기대평을 남기는 것을 보고 혹한 것도 있었다. 얼마나 재밌길래? 그러나 중히 여기는 마음은 없었기에 남는 시간에 깔짝대며 읽기로 했다.

 

바빌론의 탑

 

첫 번째 소설인 바빌론의 탑까지만 해도 내 생각은 변함없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국이었던 바빌론에서 쌓았던 탑을 주제로, 신에 대한 도전이 아닌 신에 대한 만남으로 재해석한 소설이다. 하늘까지 닿은 탑은 천장 바닥을 뚫고 신의 세계로 도달하려 한다. 탑과 천장 사이의 공간을 뚫던 도중, 홍수와도 같은 물을 만나게 되고 탑이 문을 닫는 바람에 주인공 힐라룸은 탑과 천상 사이에 갇히고 만다. 캄캄한 어둠을 더듬거려 결국 그 공간을 탈출한 그의 눈에 밝은 빛이 비친다. 신의 세계인가. 아니, 돌아온 시각에는 그가 고대하던 것은 보이지 않았다. 지나가는 상인에게 힐라룸은 여기가 어딘지 묻고, 바빌론으로 향하는 길임을 듣게 되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는다. 반전 요소라 말해줄 순 없다.

 

아무튼, 발상이 새롭고 재밌긴 했지만 매력적이진 않았다. 이미 편견을 가지고 있으므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봤기 때문이다. 심심풀이로 읽기 부담 없겠다 싶어 다른 책 읽으면서 휴식용 책으로 빼놓았다. 시간이 남으면 읽기로. 예상했겠지만, 이 생각은 어김없이 박살 났다.

 

이해

 

적어도 책의 두 번째 소설인 이해는 읽고 판단했어야 했다. 나는 지적 욕심이 많고, 뇌과학도 좋아한다. 가끔 완전한 이성을 가지고 내 몸의 모든 부분을 조종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공상에 빠지기도 한다. 이해는 그런 나의 관심사를 한 번에 휘어잡았을뿐더러 최고의 몰입감까지 선사했다.

 

''는 뇌를 다쳐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였지만, 특수 호르몬제로 인해 손상된 뇌가 회복되면서 깨어난다. 어느 날, 통화와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뇌가 비상식적으로 발달했음을 안 것이다. 그 원인은 호르몬제에 있었다. ''는 병원의 실험에 응하는 척하면서 호르몬제를 추가로 맞는다. 뇌가 더 고효율을 보이자 ''는 병원을 따돌려 단독 행동에 돌입한다. FBI가 그를 추적하지만, 그는 그들을 훨씬 상회하는 지적 능력으로 떼어내는데 성공한다. 이제 오로지 자신의 지적 능력 강화에 힘을 쏟는다. 그러던 중 자신의 증권 계좌가 인위적으로 공격받는다. 자신처럼 뇌가 강화된 존재가 하나 더 있음을 인지하고, 차차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는 처지임을 알게 되어 ''는 그 녀석을 없애기 위해 그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는 ''보다 더 고차원적인 존재였다. 도리어 그에게 공격받고 ''의 정신이 붕괴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나의 글쓰기 능력이 한참 모자라 줄거리로는 내가 겪은 몰입감을 전달할 수 없다. 양해 바란다. 내가 이 책을 잘못 판단했음은 한밤중에 읽으며 깨달았다. 졸렸음에도 책을 덮기 싫어 조금만 더 참자, 되뇌며 읽었다. 다음 소설의 제목에 도착해서야 홀가분하게 책을 덮었다. 다음 날부터 이 책은 조심스럽게 읽어야 하는 책이 되었다. 한 번 펼치면 쉽게 덮을 수 없는 마력을 지녔다.

 

네 인생의 이야기

 

헵타포드라 명명한 외계인으로부터 언어학자인 ''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면서 자신의 딸을 위한 문장을 헵타포드 식으로 서술하는 이야기다. 언어를 배우는 현실과 딸을 위한 문장이 교차로 나오다, 마지막에는 현실 속에서 사고하는 과정으로 합쳐지며 헵타포드 식 문장이 현실과 별개로 떨어진 사건이 아니라 현실 속에 묻어있는 미래임을 암시한다.

 

네 번째 소설이자 표제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표제도 ''로 적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나라의 대접받고 싶은 심리를 반영해서 인지 '당신'으로 존칭해줬다.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닌데, '당신'을 보고 들어와 ''로 지칭되니 어색한 감이 있었다. 그렇다고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니까 넘어가자.

 

인간은 사용하는 언어문화에 따라 사고방식이 다르다. 같은 사진을 영어권과 한자권의 사람에게 보여줬을 때, 전자는 부분에 집중하고, 후자는 전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실험이 생각났다. ''가 딸을 위한 문장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헵타포드 식 언어를 익히면서 사고방식에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저자는 물리학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 역시 모든 학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진정한 SF 소설

 

이 외에도 5편의 소설이 있다. 전부 재밌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몰입해서 읽은 두 편을 가져왔다. (첫 번째는 나를 까기 위해서였다.)

 

SF라고 하면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뿌슝빠슝하는 종류의 액션 영화와 소설들이다. 간혹 인터스텔라마션같은 것도 있지만, 주로 액션 쪽이 자주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더욱 SF라는 장르에 편견이 있었는지도. 공상 과학(Science Fiction)은 말 그대로 과학적 상상력을 풀어낸 작품을 말한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가가 테드 창이 아닐까 한다. SF 끈이 짧아서 확신은 못하지만.

 

이 책 하나 읽었다고 모든 장르소설을 받아들일 만큼 나의 그릇은 크지 않다. 아니, SF마저도 팍팍 읽지 않을 것이다. 시간도 넘쳐나지 않고. 여전히 휴식의 용도로 읽을 테지. 다만, 무작정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대할 것 같다. 적어도 테드 창 소설은 가리지 않고 볼 예정이다. 조만간 도 사서 읽어야겠다. 올여름이 오기 전에 먼저 시원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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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 2020-03-30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단편 제목은 네(딸) 인생 이야기(Story of your life)이지만, 책 제목은 Stories of your life로 단편 제목과는 달라서, 딸이 아니라 ‘당신(독자)의 이야기들‘이라네요. 작품집에 실린 모든 단편들은 다름아닌 당신의 이야기라는 깊은 뜻...

찐새 2020-03-30 21:1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영어를 잘 몰라서 오해했네요, 제가 ㅎㅎ;;
올바른 정보 감사합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 혼돈의 해독제
조던 B. 피터슨 지음, 강주헌 옮김 / 메이븐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힘든 독서였다. ‘혼돈의 해독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만큼, 또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답게 인간 내면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선사하는 책이었다. 그러나 통찰의 근거로 성경을 언급하기에, 기독교 지식이 1도 없는 나로선 굉장히 버거웠다. 납득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되는 부분은 훑으며 지나가서 제대로 읽었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렇게 쓰는 글은 조던 피터슨 교수의 메시지를 일단 복기해보는 의미이다.

 

책의 전제는 삶은 고통이다. 세상은 질서와 혼돈의 알력으로 돌아간다. 질서가 지나치면 억압이 생기고, 혼돈이 강해지면 고난이 심화된다. 인간은 둘 사이에서 외줄 타며 살아간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려면 바른 의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외줄은 꾸준히 흔들리므로 항상 멀미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멀미가 강해지면 어느 쪽으로든 떨어진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그것을 방지하는 멀미약을 제공한다.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한 줄 요약: 쭈구리로 살면 타겟 되기 십상이다.

 

예전에 나는 내 몸에 무슨 자석이 있는 줄 알았다. ‘도를 아십니까라는 별칭을 가진 광신도가 꽤 자주 들러붙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는 어느 모임의 회장 누나가 소개한 광신도와 대화했고, 군대에서 잘 따랐던 선임도 광신도였고, 과제라며 접근한 대학생 두 명과 그들이 소개한 상담사와도 꽤 자주 만났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생 둘과 상담사는 지금 핫한 그 사이비가 아닌가 싶다. 당시의 내 모습을 상기하면 언제나 굽은 어깨에 우울한 표정으로 지냈다. 나 자신을 기만하던 속마음과 다르게 겉모습은 자신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니 사이비 종교 광신도들이 보기에 먹잇감으로 적합했던 것이다.

 

위축된 자세로 지내는 사람은 공격받기 쉽다. 세상에는 저 광신도들처럼 약한 자를 찾아 공격하려는 습성을 가진 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혼돈의 영향력을 더 거세게 만든다. 혼돈이 거셀수록 자신들이 공격성을 더 내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면 공격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이런 인식은 공격받는 것을 수긍하게 되고, 저항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며, 무분별한 공격을 일삼는 무리에게 빌미를 제공한다. 마냥 참거나 버티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무자비한 행동에는 상응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나를 보호하는 힘이 있다는 방어적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공격은 더 거세질 뿐이다. 이 태도의 기본은 당당한 자세를 갖추는 일이다. 당당한 자세를 하면 타인이 나를 먹잇감으로 보지 않는다. 대우가 달라진다.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몸을 똑바로 했다면 정신 역시 똑바로 해야 한다. 혼돈을 정면으로 상대하고 이기겠다는 마음가짐 말이다. 외줄을 잘 타려면 올바른 자세는 당연하지 않은가.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삶의 엄중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혼돈을 질서로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낭만이 끝났음을 인정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 p.56

 

법칙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한 줄 요약: 이타심 이전에 이기심부터.

 

다시 광신도 이야기를 끌고 와서, 쭈구리 자세의 원인 중 하나를 살펴보자. 나는 속으로 열등감을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을 기만했다. 기만적 자신감은 스스로를 무시하는 행위다. 내가 나를 무시하니 타인도 나를 무시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는 깨닫지 못했고, 광신도와의 대화는 그들을 돕는다는 멍청한 생각으로 행동했다. 나의 종교혐오 덕분에 결과적으로 사이비 종교를 피하긴 했지만, 과정이 엉망진창이었다. 어려서부터 양보를 미덕으로 배우고 이기심을 악덕으로 익혔다. 내가 손해 보더라도 남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 겉으로는 참 잘 지켰으나 속은 점점 곪았다. 이런 부당함이 또 어디 있겠는가. 내 것을 포기 못 하는 속마음을 숨기다 보니 내가 나를 기만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인간에게는 의식이 존재한다. 반성하는 능력이 있고, 이는 나를 제3 자로 놓고 관찰할 수 있다는 말이다. 3 자의 시선으로 나를 보자. 생각하는 가 행동하는 를 깔보고 하찮게 여긴다. 행동하는 는 생각하는 의 눈치를 보게 되고 주눅 든다.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데 완전한 타인이 나를 소중히 여길까? 무한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야 그럴 리 만무하다. 이기심이 나쁜 것인가. 이타심은 좋은 것인가. 판단은 맥락에 따라 다르다. 이기심이 혼란을 더 많이 가져온다면 부정적이고, 이타심이 질서를 더 견고히 유지시킨다면 긍정적이리라. 세상을 중심으로 질서와 혼돈이 공존한다면, 나를 중심으로도 질서와 혼돈이 공존한다. 이기심은 나를 챙기는 행위이고, 나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나의 질서가 유지되어야 세상의 질서도 지킬 수 있다. 이기심을 잃어버린 이타심은 나를 파괴하는 공격성이다. 무의미한 공격을 받으며 괴로울 필요가 있는가. 타인과 세상에 혼란을 가중치 않는 선에서 이타심 이전에 이기심이 먼저 필요하다. 내가 나부터 잘 챙기면 이기심과 이타심은 저절로 질서를 따르게 될 것이다.

 

당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노예 취급을 당할 때 자신을 지키는 것과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을 위해 나서는 것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 p.99

 

법칙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한 줄 요약: 나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자.

 

내가 맺은 관계의 인물들은 직간접적으로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 누군가는 이롭고 누군가는 해롭다. 이로운 관계라면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꾸리고, 해로운 관계라면 끊어내야 한다. 삶의 목표는 같잖은 의리로 인생 망치기가 아니다.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허울만 좋은 관계는 나를 좀 먹고, 유지한다면 필시 혼돈을 불러와 남 탓을 하거나 세상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려 들 것이다.

 

나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사람은 나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사람이거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들을 만나려는 행동은 이미 좀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알긴 알지만, 절교에는 미안한 감정이 든다. 특히 상대방이 화를 내거나 울면 감정의 동요가 심해진다. 이에 대해서는 미리 자가진단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인생을 장기적으로 보는가, 단기적으로 보는가. 지금의 미안함이 앞으로의 괴로움보다 중요한가. 혼돈에 시달리며 살 것인가, 질서를 유지하며 살 것인가. 그는 내게 선인가, 악인가.

 

높은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내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한다. 반면, 해로운 관계는 자신보다 낮은 모습을 기대한다. 의리는 관계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다. 이로운 관계를 형성하여 과도한 혼돈과 잘못된 질서를 상대할 힘을 기르는 것이 참된 의리이다.

 

우리에게 유익한 사람하고만 관계를 맺는 것은 이기적인 행위가 아니라 바람직한 행위다. - p.129

 

법칙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한 줄 요약: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면 된다. 그뿐이다.

 

예전에 사회적 기업 체인지 그라운드웅이사의 <서평 쓰는 법>에 대한 오프라인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우리가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이유는 마음속에 자기검열관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유로운 글쓰기여야 할 일기마저 숙제로써 담임 교사한테 검사를 맡고 지적당했다. 그런 이유로 스스로 검사하는 버릇이 들었고 결국, 글쓰기에 흥미와 실력 모두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타인의 기준과 나를 비교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어떤 일을 할 때, 목표는 좋은 결과이다. 좋은 결과는 해야 나온다. 그러므로 잘하는 것당연한 것이 되고, 미치지 못한 결과는 지적당할 것이 되고 만다. 지적당하면 기분이 나쁘므로 다음부터는 지적당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지적한다. 좋은 결과의 기준과 비교하며 부족한 부분부터 찾는다. 점점 내면의 비평가가 활기를 띤다. 부정적 피드백이 계속되면서 자신감을 상실하고, 덩달아 가지고 있던 능력마저 하락한다.

 

매사에 부정적인 내면의 목소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한 따뜻한 독려가 아니라, 합리성으로 위장한 비열한 속임수에 불과하다.(p.136) 우리는 내면의 비평가와 싸워야 한다. 나를 세상과 비교하며 끌어내리려는 것과 맞짱 뜰 필요가 있다. 거짓 겸손에 주의해야 한다. 내면의 비평가는 짐짓 겸손인 척 자기비하하기 때문이다. 진짜 겸손은 실력을 보여준 뒤 자만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철저한 점검과 뚜렷한 목표다. 어제의 나보다 나아졌는지, 세상과 비교하는 것은 아닌지, 목표의 방향이 확실한지 등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 또한 목표의 크기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크기인지도 점검해야 한다. 감당하지 못하면 내면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그러니 목표를 아주 작게 쪼개어 목표 달성을 누적시킨다. 아주 작은 목표까지 뚜렷해지면 보이는 것이 바뀐다. 생각과 행동이 더욱 구체적으로 변하고, 더 나아지려는 마음이 생긴다.

 

좋은 게임이란 내 소질과 능력에 맞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며,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조금씩 성장시키는 게임이다. - p.137

 

법칙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한 줄 요약: 자녀 훈육에 관한 내용이다. 대충 읽었으므로 패스

 

법칙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한 줄 요약: 내 방을 어지럽힌 범인은 나다.

 

견디기 어려운 혼돈을 겪으면 세상을 탓하게 된다. 복수심과 원망이 생기고 분노가 차오른다. 더 나은 삶을 지향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기어코 세상에 분노를 휘두른다. 그들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도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고통을 피할 망상에 빠진다. 망상에서 깨면 다시 고통에 몸부림치다 더 큰 혼돈을 불러오는 지경에 이른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나라는 개인이 거시적 요인을 해결하기엔 벽이 너무 높고 두껍다. 백날 주먹질해 봐야 내 손부터 아작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일단 미시적인 부분, 내 삶부터 둘러봐야 한다. 아니다 싶은 행동, 생각, 공간, 관계 등을 발견하면 당장 멈춘다. 그리고 관찰한다. 사소할지라도 어떤 변화가 분명 생길 것이다. 하나가 변하면 연달아 다른 변화를 이끌어 온다. 어지러운 내 방을 정리하면 적어도 방에 대한 분노는 사라진다. 깔끔한 방을 유지하기 위해 정리하는 습관이 생길지 모른다. 혹은 다음에 또 방이 어지럽혀졌어도 해결이 간단해질 것이다.

 

머릿속을 거짓으로 채우는 걸 중단하면 머릿속도 정돈되기 시작한다. - p.234

 

법칙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한 줄 요약: 쉽게 가면 쉽게 망한다.

 

앞서 세상 탓하는 이들은 항상 쉬운 길만 선택한 이들이다. 여기서 쉬운 길이란 고찰 없는 선택을 말한다. 예를 들면, 힘들다 흡연, 음주, 마약 등을 하는 행동이나 돈 쉽게 벌기 도박, 투기 같은 행동 말이다. 아슬아슬하게나마 질서와 혼돈의 균형이 유지되면 별문제가 안 생겨 쉬운 길을 고집한다. 이들은 질서로 틈입한 혼돈을 회피했기 때문에 혼돈에 대한 항체가 없다. 어쩌다 혼돈이 비대해지면 그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만다.

 

그에 비해 의미 있는 길을 걷는 자는 당장 괴로울지언정 혼돈을 극복할 힘이 길러진다. 깊은 고찰을 거친 선택은 수반되는 기회비용을 예상할 수 있다. 예상 가능한 혼돈은 대비도 가능하다. 그럼 어떤 길이 의미 있을까. 선을 행하는 행동이다. 인생의 필연적인 고통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고통과 아픔을 줄이는 모든 행위는 선한 것이다.(p.287) 내 삶이 나아짐을 넘어서 세상의 혼돈을 질서와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쪽으로 지향하자. 순간의 선택이 십 년을 좌우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삶의 모든 요소가 최적의 상태에 놓여 있을 때 의미가 생겨난다. - p.290

 

법칙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한 줄 요약: 나를 속이지 말자.

 

선의든 악의든 거짓말은 내게 닥친 곤란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방책일 뿐이다. 좋게 해결되면 좋겠지만, 대개 상황을 악화로 끌고 가 혼돈을 가중하고 질서를 무너뜨린다. 나는 충격에 빠지게 되고 인생은 더 고달파진다. 거짓말로 모면한 상황은 더 큰 딜레마를 가져온다. 그럼 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이런 대답도, 저런 대답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며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그래도 진실을 말하라고 한다.

 

물론 진실을 말하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직장에서 잘린다든지, 왕따를 당한다든지. 그렇다고 해서 거짓말하며 숨는다면 다시는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역설적으로 더 큰 괴로움을 불러들이는 꼴이 된다. 한번 피한 진실은 다시 마주하기 어려워져 계속 피할 수밖에 없다. 방어적 공격성과 같은 맥락이다. 드러내지 않으면 부당한 처지는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12가지 법칙 중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맥락에 따라 가장 어려운 법칙인 것도 같다. 이를 실행하려면 일단 강한 정신력을 길러야 한다. 또한 그에 상응하는 실력도 필요하다. 진실을 말할 힘 없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는 단서를 붙였다. 진실을 말하기 위한 초석은 적어도 내가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 초석이 단단하면 탑의 한계는 높아진다.

 

정직함은 삶과 관련된 고통을 견딜 만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 p.312

 

법칙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한 줄 요약: 경청하라.

 

경청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이 태도는 지성인이라면 모두가 강조한다. 듣기만 잘 들어도 호감을 살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경청은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공감과 존중의 표현으로, 상대방의 말을 요약하여 들려주면서 신뢰를 높이고 대화의 방향을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대화 내용 역시 화자의 관점에서 말해야 한다. 나는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가끔 남녀 간 말싸움하는 것을 보면 경청이 없는 대화라는 게 느껴진다. 저자는 남성과 여성이 대화할 때 두는 중점에서 그런 차이가 발생한다고 한다. 남자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여자는 문제 표현을 중요시한다고. 그러면서도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이 들어주기만을 바란다. 듣는 사람은 없고 말하는 사람만 있으니 대화가 성립될 수 없다. 인간관계의 기본인 존중이 없는 것이다.

 

존중 없이는 대화의 질이 높아질 수 없다. 비눗방울처럼 허공에 맴돌다 터지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말은 대화가 아니다. 단순한 떠들기다. 단순한 떠들기는 시간 낭비이고 무의미하다. 수다마저도 경청의 자세가 있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법이다. 경청은 고급 기술이 아니다. 대화의 기본이다.

 

경청은 한 번에 한 사람만 발언하고 상대방은 주의 깊게 듣는 것이다. 발언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사건에 대한 의견을 진지하게 개진할 기회가 주어진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하는 말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인다. - p.356

 

*법칙 10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한 줄 요약: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자.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이 맡은 조태오는 이런 말을 한다.

 

문제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로 삼으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문제는 어디에나 산재한다. 다만 나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기에 보지 못할 뿐이다. 아무 문제가 없을 때는 단순하게 보이는 세상이 무엇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한없이 복잡해 보인다.(p.371)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저지르던 조태오의 행동은 결국 중범죄가 되면서 법의 심판을 받는다. 갑자기 터진 혼돈, 그것만큼 복잡한 문제도 없다.

 

다시 광신도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데, ‘그 사이비로 추정되는 대학생 2(남녀 1)과 상담사와 몇 주라는 시간을 보내고, 상담사와 독대한 적이 있다. 대화 도중 생물이 진화한 거라면 화석과 화석 사이에 비는 시간대는 어찌 설명하고 최초의 생물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설명할 수 있냐고 물었다. 또 인간 존재의 의미가 있지 않겠냐며 그 근원을 알 수 있냐고도 물었다. 당시 지식도 짧고 개소리에 당황했던 나는 어쩔 줄 몰랐다. 내 당황함을 눈치챘는지 상담사는 갑자기 자기가 아는 종교 쪽으로 공부한 선생이 있다면서 의견을 들어봄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다행히 종교혐오 인간불신 레이더가 작동하면서 나는 혼돈이 커져감을 감지했다. 생각해보겠다며 그 자리를 일단 피했고, 나중에 직접 만나 거절 의사를 전했다. 더불어 실망의 감정까지. 그때 문제를 바로 보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코로나 전파자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혼돈은 대개 큰 덩어리로 오지 않는다. 이미 작은 덩어리들이 얼굴을 드러냈으나 인위적으로 피하고 숨고 속이면서 점차 비대해진다. 마주했을 때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은 덩어리가 보였을 때 정면으로 마주해, 그 문제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러면 해결책도 서서히 떠오른다. 문제가 명백하게 드러나면 힘든 시간이 찾아올 수 있다. 그럴 때는 기본 전제를 상기하자. 삶은 원래 고통이며 인생은 기본적으로 쓴맛이다. 희생 없이는 만족도 없다. 이 모든 고난은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길이다.

 

정확성이 비극 자체를 제거하지는 못하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 놓을 기회를 제공할 수는 있다. 그리고 상황을 최악으로 만들어 버리는 악마를 쫓아낼 수는 있다. - p.391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한 줄 요약: 감수한 위험은 나의 힘이 된다.

 

요즘 재밌게 보는 드라마가 있다. 박서준, 김다미 주연의 이태원 클라쓰.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위험을 감수한다. 박새로이는 장대희 회장의 위협을, 조이서는 섣부른 판단을, 마현이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을, 최승권은 깡패였던 시간을, 김토니는 인종차별을, 장근수는 이서에 대한 욕심을. 그중 누구 하나 자신의 위험을 피하거나 숨으려 하지 않는다. 아니, 피하거나 숨으려고도 하지만 박새로이를 중심으로 맞서 나간다. 그 후 그 위험들은 그들에게 위험이 아니게 된다.

 

위험을 숨기고 감추면 위험에 대한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위험에 잘 빠지지 않는 사람은 능숙한 사람이다. 그러나 능숙해지려면 다분한 위험을 겪어야 가능하다. 위험을 이겨내는 경험은 성장동력을 쌓는 일이다. 갑작스러운 자아비판을 해보자면 내가 취준생으로 지내는 것은 위험을 견뎌낸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 이 법칙은 겪는 게 먼저인 듯하다. 그래도 코로나 위험은 싫은데……. 아무튼 노력해야겠다.

 

성공하는 경험이 쌓이면 자신감이 생기고 혼돈에 맞설 만한 힘이 길러진다. 이렇게 성장하는 것이다. - p.400

 

*법칙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한 줄 요약: 작은 순간이 위로가 된다.

 

드디어 마지막 법칙에 도달했다. 12가지(11가지)를 다 언급하려니 쉽지 않다. 서평이 고통으로 치환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그만 쓰고 싶은 생각을 몇 번이나 했지만 어쨌든 법칙 하나씩 정리하니 끝이 보인다. 온종일 서평만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피자도 먹고 반려견을 쓰다듬으면서 중간중간 즐거움을 느꼈다. 혹은 내가 쓴 비유에 감탄하거나 이 서평의 대장정을 걷고 있다는 자신감에 희열을 느끼거나 하면서 버텼다.

 

서두에 삶은 질서와 혼돈 사이의 외줄타기라고 언급했다. 아슬아슬한 균형감각 유지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자칫 크게 흔들리면 혼돈이 충격에 빠뜨린다. 혼돈에 몰입하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심신이 지칠 정도로 힘든 상황에 처할수록 사소한 행복에 집중해야 한다. 고통의 시간은 잠시 미뤄두고 작은 행복에 감사하며 의지에 영양제를 공급해야 장기적으로 버틸 지구력이 생긴다. 녹초가 될 정도의 문제라면 몰두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체력과 정신력만 소모할 뿐이다. 저자는 이런 순간을 지나오면서 터득한 비결을 알려준다.

 

인생의 힘든 순간을 겨우 지나오면서 내가 터득한 비결 하나는 시간 단위를 아주 짧게 끊어서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 주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면 우선 내일만 생각하고, 내일도 너무 걱정된다면 1시간만 생각한다. 1시간도 생각할 수 없는 처지라면 10, 5, 아니 1분만 생각한다. - p.485

 

작은 목표를 떠올리자. 그것의 지향점은 높은 가치의 목표를 이루기이다. 마찬가지다. 저자의 방법은 시간 단위를 쪼개 큰 문제 해결을 위해 눈앞의 작은 문제부터 살피는 것이다. 작은 문제와 작은 행복을 볼 줄 알면 생각보다 많은 걸 견딜 수 있다. 사람은 그만큼 강한 존재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아주 사소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는 걸 막을 수 있다. - p.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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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칙이라는 단어에 어울리게, 이렇게 살면 평생 성장하고 고통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란 뜻이기도 하다. 일단 이렇게 기록은 해놨으니 혼돈이 찾아올 때 이 글을 읽어야겠다.

 

책은 좋은 내용이긴 하다만, 두 번 읽고 싶지는 않다. 너무 힘들었다, 독서도, 서평도. ㅠㅠ 일독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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