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섀퍼의 돈
보도 섀퍼 지음, 이병서 옮김 / 에포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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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어른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다. 나는 옛말을 행해서 덕도 많이 봤고, 지나고 보면 틀린 말이 거의 없어서 후회하거나 실망하는 일도 적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어른의 말 중 완전히 틀렸다고 확신하는 말이 생겼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다’, ‘돈이 사람 망친다’, ‘돈이 화를 부른다등등. 어렸을 때는 정말로 그런 줄 알았다. 만화나 소설, 드라마에서 대개 부자란 악역으로 그려졌으니까.

 

돈 공부를 하기 전, 그러니까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돈을 나쁘게 생각했다. 아니, 변명이었다. 경제적 활동을 미루고 싶고,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싫은 자의 변명. 따지고 보면 그런 생각이란 기본적으로 잘못되었다. 이 세상은 가만히 숨만 쉬어도 돈이 든다. 그만 살고 싶어 자살해도 누군가는 금전을 지불해야 한다. 세상과 연결하는 창구에는 돈이 걸쳐 있다. 선행도, 악행도 돈을 요구한다. 자본주의는 말할 것도 없고 공산주의도 돈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화폐가 발달한 이래 돈이 힘을 잃었던 적은 없었다. 그러므로 돈을 나쁘게 생각하면 안 되었다. 엄밀히 말해, 돈은 중립이고 나의 돈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였다.

 

보도 섀퍼의 돈은 돈에 대해 나의 마음가짐을 좋은 인간 방향으로 이끈다. 투자와 자기계발을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인 보도 섀퍼는 돈은 좋은 것이며 우리가 마음 먹기에 따라 벌 수 있는 액수가 달라진다라고 말한다. , 먼저 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자신의 경제적 가능성 그릇을 크게 키워야 하루빨리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1부와 2부로 나눠, 1부에서는 돈에 대한 가치관 변화를, 2부에서는 투자 마인드를 가르쳐준다. 나는 1부에 집중했다.

 

돈에 대한 믿음

 

돈은 좋은 것이라는 믿음이 내 마음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나 스스로 나의 성공을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 p.33

 

나는 돈을 소중히 다룰 줄 몰랐다. 받는 족족 쓰기 바빴다. 내게 돈의 소중함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애정과 관심은 과잣값으로 받았으며, 들리는 말이라곤 돈에 대한 불평불만 뿐이었다. 나는 돈을 저주하면서도 갈구했다. 그 결과, 할아버지 지갑에 손도 대보고, 학교에 낼 우윳값도 삥땅(?) 쳐보고, 삥을 뜯겨도 아까운 줄 몰랐고, 대학교 한 학기 등록금을 내놓고도 가지 않은 기염을 토했다. 그 외에도 말하기 부끄러운 여러 사건이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까워서 몸부림칠 사건들이다. 그런 와중에도 알바라고는 초딩 때 전단지 알바와 고딩 때 횟집 알바 한 달이 전부였다.

 

이런 행위들의 기저에는 돈은 나쁜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했다. 나쁘니 모아두면 안 되고 빨리 써버려야 했다. 또 나쁜 것이니 인위적으로 벌려는 노력도 나쁜 행동이었다. 또한 부모님이 용돈을 주시니 내가 굳이 벌 이유도 없었다. 나쁜 돈은 누군가가 벌고 나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될 일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것이 지금까지의 내 돈에 대한 개념이었다. 보도 섀퍼는 이런 관점을 낙관주의라고 말하며 멀리할 것을 권한다. 낙관주의는 모든 일을 긍정적인 면만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돈은 나쁘다라고 생각하면서 나에게 이로운 부분만 취했다. 쾌락을 채우며 안위를 누렸다. 그러니 지금까지 그 많은 용돈을 받았으면서도 텅장이고, 돈 버는 경험도 없는 것이다. 모든 일은 나에게 후회로 돌아왔다.

 

모든 일은 내 책임이다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대응했느냐에 대한 책임은 항상 우리에게 있다. - p.51

 

과거의 일들은 무책임에서 비롯되었다. 돈 들어가는 모든 일은 부모님이 해결해주셨다. 내 생에 처음으로 제대로 일한 횟집 알바에서는 손님과 싸우고 얼마 안 가 관두었다. 돈 버는 것에 대한 책임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책임 회피를 선택했고, 그 후로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책임지는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 잘못된 행동이었다. 저자는 책임지지 않는 행위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내가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의 크기를 의미한다.

 

부나 행복은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가 커지는 과정에서 생긴다. - p.60

 

그러기 위해선 안전지대를 벗어나야 한다.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성장의 기회가 오고, 해결 방안을 찾으면서 관리 영역이 확장된다. 책임의 크기만큼 나에게 되돌아오는 대가도 커진다. 또한, 책임지는 행위는 그것의 중요도를 정확히 인식하고 휘둘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돈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는 순간 변명의 피라냐 떼가 나를 물어뜯으러 달려든다. 변명뿐인 삶의 최후가 보이지 않는가? 그러므로 나에게 벌어진 모든 일은 내 책임이다.

 

부를 위한 4종 경기

 

저자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앉아서 기다린다고 기적은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는 기적을 불러들이기 위해 운동선수처럼 훈련을 해야 한다. 그는 이것을 4종 경기라고 부르는데, 1경기: 독서, 2경기: 성공일지, 3경기: 세미나, 4경기: 롤모델이 그것이다.

 

1경기: 독서 - 말해 뭐하겠는가. 문자가 생긴 이래 수천 년을 검증해온 방법이 바로 독서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다면 필시 독서가일 것이기에 굳이 첨언할 필요는 없겠다.

 

2경기: 성공일지 감사일기와 비슷한 맥락이다. 인간의 부정편향은 생각보다 강해서 긍정적인 경험을 기록해둔다면 힘들거나 괴로울 때 큰 도움이 된다. 실수나 실패로 자괴감에 휩싸였다면 성공일지를 열어 자신감을 되찾도록 하자. 그것을 비료 삼아 나의 관리 영역과 목표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3경기: 세미나 독서가 간접경험이라면 세미나는 직접경험이다. 당연히 영향력은 직접경험이 훨씬 우세하다. 현장에서 강사의 말을 보고 듣고 느끼면 습득에 더 큰 도움이 되고, 운이 좋으면 강사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추가로 일상에서 한발 물러나 자신을 관찰하여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

 

4경기: 롤모델 우리는 주변 환경을 모방하면서 성장한다. 나은 사람이 많으면 발전하고, 못한 사람이 많으면 정체되거나 도태된다. 그렇기에 나보다 나은 사람을 롤모델로 모방하면서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자.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 두려움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 일은 당신에게 왜소한 일이라는 뜻이다. - p.89

 

여기에 용기를 더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파이도 작기 마련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하지 않는가. 4종 경기로 단련하면서 위험을 감수한 도전을 한다면 행운(기회)이 왔을 때 확실히 거머쥐고 우리는 경제적 자유라는 기적을 일으킨다.

 

돈에 대한 신념

 

충고를 받을 때는 기본원칙이 있다. 당신이 도달하고 싶은 곳에 이미 도달해 있는 사람을 제외한 다른 사람의 충고를 절대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 p.139

 

앞서 어른들의 돈에 대한 부정적인 말은 나에게 안 좋은 신념을 심어주었다. 돈 공부를 시작하면서 바꿔가고 있는데 아직 흔적이 많이 남았다. 그러나 그것도 곧 떨쳐버릴 수 있을 듯하다. 곰곰이 떠올려보니 그 어른들 중 부자는 아무도 없었다! 본인이 가진 것이 없기에 편히 소비할 수 없는 현실을 돈 탓으로 돌리면서 책임 전가했던 것이다. 이제는 그들의 말을 믿지도 듣지도 않는다.

 

세상에는 돈에 대한 좋은 신념을 심어줄 부자와 그들이 쓴 책이 많다. 내가 따르고 기억할 충고는 모두 거기에 있다. ‘돈은 좋은 것이라는 신념을 가졌지만, 아직 미흡해 책에서 요구한 바와 같이 구체적이지는 않다. 앞으로의 내 숙제는 이 책을 비롯한 많은 투자서와 부자들의 말을 읽고 들으면서 확실한 신념을 새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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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굉장히 인상 깊게 읽어 나름 할 말이 많았다. 2부인 투자 방법과 가치관은 현재 나의 견해차가 있어 몇 번 더 들춰봐야 할 듯하다. 그러나 1부만으로도 이미 이 책은 평생 소장욕을 자극했다. 앞으로도 돈에 대한 가치관과 신념이 흔들릴 때마다 열어볼 듯하다. 돈 공부를 한다면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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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이기적 컴퓨터활용능력 1급 실기 기출문제집 - 동영상 강의 전강 + 채점 프로그램 제공 2021 이기적 컴퓨터활용능력
박윤정.영진정보연구소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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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부터 준비한 컴활 1급을 드디어 오늘로써 성불했다.

필기는 한 달 반 공부해서 한번에 합격했는데, 실기가 발목을 잡았다.

작년까지의 유형에서 2번, 올해 바뀐 유형에서 1번 미끄러지고

4번째 실기에서 최종 합격했다.

올해 유형 바뀌는 줄 알았으면 3번째에 합격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초반에 알았으니 시간을 덜 날렸다.

책 값을 합하니 약 10만 원…….

시험 접수 비용 합하니 약 10만 원…….

근처 시험장에 자리가 없어서 군산, 서울, 수원 돌아다녔으니 차비+밥값 약 5만 원…….

대략 25만 원을 쓴 자격증이다.

제발 쓸모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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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삐용
앙리 샤리에르 지음, 문신원 옮김 / 황소자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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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인생을 소설로 쓰면 열 권은 나온다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책을 내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아마 극히 드물 것이다. 시간, 의지, 기술적 문제는 물론, 무엇보다 막상 풀어보면 재미가 없을 게 분명하다. 평범한 사건이라면 극적 요소와 갈등을 집어넣어야 하고, 특별한 사건이라면 적당한 긴장감과 완급 조절이 필요한데, 웬만한 이야기꾼이 아니고서야 일대기를 그렇게 조성하기란 쉽지 않다. 말로 하기도 어려운데 글로 쓰는 것은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그 어려운 일을 저자 앙리 샤리에르는 해냈다. 31년 프랑스에서 살인 누명을 쓰고 무기징역을 받아 들어간 도형지에서 탈출해 자유인 신분이 되기까지 장장 13, 길고 지난한 과정을 한시도 지루할 틈 없이 풀어낸 소설이 빠삐용이다. 앙리 샤리에르는 웬만한 이야기꾼을 넘어 대단한 달변가였다. 게다가 책머리에 있는 초고 편집자의 글을 보면 구두점과 오탈자 빼곤 손댄 것이 거의 없었다고 하니 천부적인 작가이기도 했다.

 

그의 인생을 담은 소설은 다양한 탈출 시도를 담고 있다. 첫 번째 탈출은 생로랑 도형지의 병원에서, 두 번째는 리오 아샤, 세 번째부터 여섯 번째는 콜롬비아 감옥, 일곱 번째는 루아얄 섬에서, 여덟 번째는 생 조제프, 그리고 마지막 아홉 번째 디아블 섬에서 탈출에 성공했다. 영국령 기아나의 조지타운을 걸쳐 베네수엘라로 이동한 빠삐용은 얼마간의 수용소 생활을 거친 후 베네수엘라 시민증을 얻게 되었다. 마침내 자유인이 된 것이다.

 

자유인의 신분을 얻는 과정에서 빠삐용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첫 번째 탈출에서 미리 매수한 브로커 지저스라는 인물은 받은 돈에 비해 너무 낡은 배를 주어 빠삐용 일행을 곤경에 빠뜨릴 뻔했지만, 브르통과 나병 환자들 덕분에 멀쩡한 배를 구해 지장 없는 항해를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탈출 후에 만난 과지라 부족은 빠삐용에게 두 번 다시 없을 행복한 시간을 선사했다. 그들과 동화되어 지낸 몇 개월의 기억은 빠삐용이 독방에서 격리 수감 생활을 할 때 버팀목이 되었다. 특히 과지라 부족 아내인 랄리와 조라이마는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

 

콜롬비아에서는 드가의 형인 조제프의 도움을 받아 여러 번의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자신의 생계(그는 포주였다.)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조제프는 빠삐용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루아얄에서는 마튜 카르보니에리, 부르세, 나릭, 케니에의 도움을 받아 탈출용 땟목을 거의 완성할 뻔했다. 베베르 셀리에가 밀고하지만 않았다면. 빠삐용은 그를 죽일까 고민했지만, 스스로 그를 죽일 권리가 없다고 결론 내려 놔둔 것이 화근이었다. 생 조제프로 이송되기 전에 빠삐용은 셀리에를 죽였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인죄가 적용되지는 않았다.

 

생 조제프에서는 미친 사람인 척하여 요양원에 들어가 탈출을 꾀했다. 의무병으로 지원한 실뱅과 함께 기름통과 물통으로 만든 뗏을 이용했으나 파도를 계산하지 못해 실패하고 말았다. 뗏목은 바위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고 빠삐용은 푹 젖은 채 간신히 살아남았다. 실뱅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가 박살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빠삐용은 무기력에 빠져 미친 척을 관두고 다시 정상인 수용소로 돌아갔다. 그는 군의관에게 말해 디아블로 수용소를 옮겼다. 끝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디아블은 상대적으로 육지가 가까운 작은 섬이어서 탈출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곳에서 창이라는 중국인의 도움을 받아 실뱅과 함께 코코넛 부대로 만든 뗏목을 타고 탈출에 성공했다. 바다에서 갖은 고생을 하고 육지에 도착하지만, 실뱅은 유사를 조심하지 않아 빠져 죽고 말았다. 빠삐용은 그런 친구를 둔 채 살고자 떠나는 자신의 이기심을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루아얄의 육지에서는 흑인 장의 도움을 받아 창의 동생이 있는 이니니 수용소로 향했다. 그곳에서 창의 동생인 치치와 다른 중국인 반 위와 함께 배를 구해 조지타운으로 완전히 탈출했다. 평화롭긴 했지만 여전히 그의 신분은 탈주자여서 빠삐용은 다른 프랑스인 탈주자와 함께 조지타운을 벗어났다. 그리고 베네수엘라에 도착해 영원한 자유인의 신분을 획득했다.

 

벽 앞면은 문명사회가 허울 좋게 그려져 있고, 뒷면은 거칠거칠한 콘크리트의 질감 그대로다. 자유는 벽 너머에 있고, 그 벽을 넘기 위해서는 예쁘게 그려진 문명사회를 밟고 올라가 더렵혀야 한다. 그렇기에 제도는 넘어오지 못하게 막을 따름이다. 빠삐용의 탈출은 제도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서 스스로 자유를 쟁취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게다가 프랑스가 아닌 베네수엘라에 정착함으로써 열강이 곧 발전된 문명사회라는 허울을 벗겨버렸다.

 

빠삐용이라는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사전을 찾아보니 나비 외에 경박한 사람이라는 의미도 있었다. 또 그의 가슴팍에는 나비 문신이 자리하고 있다. 단순하게 보면 앙리의 별명일 따름이다. 하지만 나비가 자유로움의 상징임을 생각해보면 탈출하는 과정에서 애벌레에서 번데기까지의 위험을 느낄 수 있다. 번데기가 갈라지고 화려한 날개를 펼쳐 날아가는 나비의 모습과 드디어 자유인이 된 앙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빠삐용이 단순한 소설이었다면 감동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앙리 샤리에르의 실제 탈출 경험담이 바탕이어서 나에게 다가오는 감동도 커다랬다. 코로나와 취업 준비로 나는 나름대로 고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할 입장은 아니다. 물론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1:1로 비교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근성과 집념은 시대를 막론하는 역량이기에 나의 나비를 날리기 위해선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빠삐용은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할까. 나에게 당면한 과제다.

"그놈의 우리 아름다운 조국에는 아름다운 정의감은 없는 것 같아요, 드가. 우리나라보다 아름다운 나라는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을 더 인간적으로 다루는 나라는 많을걸요." - P77

과지라 부족은 백인들이나 다른 부족들이 몹시 두려워하는 부족이지만 내게만큼은 잠시 숨을 돌릴 정박항이었고, 문명세계 인간들의 사악함에 비교도 할 수 없는 피신처였다. - P260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만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나의 유일한 종교이다. - P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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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시나리오 - 계획이 있는 돈은 흔들리지 않는다
김종봉.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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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돈 공부는 처음이라를 재밌게 읽었다.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며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쳤다. 주식 계좌를 갖고 있었기에 김종봉 대표의 말은 더욱 와닿았다. 그러나 주식으로 돈을 벌지는 못했다. 책이 나온 시점은 19년이었으나 내가 읽기 시작한 시기는 20년 중반이었고, 코로나 전에 고점에서 들어간 나는 20%의 파란불을 견디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상태여서 저자의 말이 더 와닿았는지도 몰랐다. 그 후 코스피가 회복되면서 내 계좌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럼 이제 돈 좀 벌었나? 아니, 나는 같은 우를 범했고, 주식 계좌는 바람 앞의 등불 마냥 간신히 빨간색을 유지하고 있다.

 

잘못된 점은 알았지만,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이 책 저 책 읽어보자는 마음에 돈의 시나리오를 집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고 어렴풋이나마 내가 수정할 부분의 감을 잡았다.

 

문제점1 : 근거 빈약

 

투자 시기는 세상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코스피 수치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확신할 수 있는 근거가 얼마나 있는가로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p.25

 

2031400까지 떨어졌던 코스피가 211월에 들어서자 3150이라는 경이로운 고점을 찍었다. 삼성전자는 십만전자라는 별칭을 얻으며 50층을 벗어나 90층에 도달했다. 사나운 기세로 달리는 말이었다. 나는 두 가지 마음에서 갈등했다. 하나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자’, 다른 하나는 떡락하면 어쩌지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주식에 타이밍은 없다라며 자기합리화를 한 후 전자에 힘을 실었다. 어째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아마도 타오르는 열기에 나만 늦었다는 조급함이 생겼던 듯했다.

 

이성과 수치, 내 상황을 판단해서 매수했어야 했지만, 나는 감정에 휩쓸려 뛰어들었다. 근거라고는 지금까지 올랐으니까’, ‘삼성전자니까’, ‘물타기 하면 되니까등등이었다. 결과는 위에서 언급했듯 회복되었던 주식 계좌의 수익률이 연약해졌다.

 

문제점2 : 공부 부족

 

투자는 돈이 아닌 시간을 쏟는 행위이며

투자자는 자신을 위해 시간을 쏟는 사람이다. - p.37

 

강호동이 신서유기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많은 책을 읽은 사람도, 한 권도 안 읽은 사람도 아닌, 단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이다.” 또 이경규 옹은 이렇게 말했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답이 없다.”

 

딱 내가 그랬다. 몇 권의 어쭙잖은 독서와 쬐깐한 수익으로 기세등등해진 나는 한동안 투자 공부를 안 했다. 작년 하반기에는 게임에 미쳐서 지수고 책이고 전혀 가까이하질 않았다. 그러다 올해 새로 의욕 고취를 느끼며 다시 주식을 이리저리 만지기 시작했다. 뭐든 할 수 있을 듯한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말이다. 잘 될 리가 없었다.

 

문제점3 : 시나리오 없음

 

결국 반복되는 투자물의 사이클은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은 인간의 탐욕과

돈을 잃기 싫은 인간의 공포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 p.87

 

저자는 위기의 장에 사서 환희의 장에 파는 시나리오로 투자했다고 한다. 그가 그동안 공부해온 근거를 가지고 여러 관점(객관성, 논리성, 수익성, 지속성)에서 평가한 시나리오다. 이 외에도 언제든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성했다고 한다.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으면 돈을 벌 수 있고, 돈을 버는 투자자는 누구든 자신만의 시나리오가 있다고 했다.

 

나는 나름 시나리오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평가 요소로 되짚어 보니 그냥 뇌피셜 범벅이었다. 객관성보다는 주관성, 논리성보다는 감성, 수익성은 들쭉날쭉, 지속성은 없음. 아무런 시나리오가 없었던 것이다!

 

해결방안: 나만의 시나리오를 만들자

 

타인의 말과 행동은 결코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없애주지 못한다. - p.182

 

책을 덮은 순간부터 나는 나의 시나리오를 쓰려고 고심 중이다. 저자가 친절히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지만 내가 실행하지는 않을 듯하다. 만약 실행하더라도 끝까지 고수하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남의 의견을 듣고 행동했던 과거가 있기 때문에. 코스피 폭락 후 삼전을 38층에 매수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더블딥이 온다라든가 데드캣 바운스라든가 하는 비관론이 득세했고, 나는 10%만 먹고 빠졌다. 그리고 삼전은 두 배가 되었다. 하하하.

 

시나리오가 없을 때 생기는 안타까움을 경험했으면서 또다시 우를 범하고 싶지 않다. 미스터 마켓에 유연히 대응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이루고 말리라. 아니면 적어도 파란불은 덜 보는 시나리오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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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온전히 자신에게 시간을 쓰는 사람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수익에만 집착하는 투자자가 아닌 다방면으로 나를 성장시키는 투자자가 되기를 나는 희망한다.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고 하지 않는가. 속이 뻥 뚫리는 계좌뿐 아니라 더욱 성장한 나 자신이 되기를 바라본다. 좋은 투자 공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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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범한 밥상 - 박완서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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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독이 심한 나는 한국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초중고 국어 교육의 폐해로, 한국 소설만 접하면 그때의 버릇이 기어 나와 읽는 재미를 해친다. 최근 소설이 아니라 2000년대 초반, 90년대 이전 소설이라면? 오우, 치즈 크러스트! 읽기도 전에 머릿속에 노잼노잼노잼노잼…….’이 도배된다.

 

박완서 작가님의 대범한 밥상역시 그런 편견을 가지고 접했다. 처음에는 필사할 목적으로 구매했다. 필사 도중 귀찮기도 하거니와 어김없이 재미를 느끼지 못해 접어둔 채 책장에 오래 꽂혀 있었다. 그러나 한 번 펼치면 재미없어도 마지막 장을 덮어야 한이 풀리는 버릇 때문에 얼마 전에 다시 펼쳐 들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련다. 역시 노잼이었다. 다만 내가 노잼이라고 느끼는 한국 소설 종류에 대해서 조금 알 것 같았다.

 

대범한 밥상의 작품들은 전쟁의 흔적을 지우며 발전에 열 올리는 시기를 다루고 있다. 돈의 위상이 그 어떤 가치보다 우위를 점했다. 전쟁을 몸소 겪은 세대가 전흔을 안고 살아가지만, 다음 세대의 관심에 전쟁의 고난은 어디에도 없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큰돈을 만질지 고민하고, 누군가의 선행은 속물적 계산이 담긴 행동으로 매도된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진정성은 숨겨지지 않는 법이다. 독자인 우리는 물욕의 범람 속에서 버텨내는 인간성을 목도하고야 만다.

 

10편의 소설은 각각 다른 인생을 이야기하지만, 시간의 흐름대로 흘러가면서 하나의 큰 줄기를 만들었다. 부각 되던 전쟁은 점점 희미해지고 스쳐 지나가던 현대화는 더욱 뚜렷해졌다. 전흔이 사라질수록 상실되거나 꾸며진 인간성도 늘어났다. 그러나 그만큼 꿋꿋이 지켜낸 인간성은 더 크게 빛났다. 이런 메시지는 현재에도 적용이 되며, 앞으로도 안 변하지 않을까.

 

내가 노잼이라고 생각한 한국 소설의 공통점은 읽고 나면 불편하다는 점이다. 모를 때는 이해가 안 되었지만 알게 되니 씁쓸해지는 사실 같은. 전쟁의 아픔에 대해 모를 때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푸념이나 한탄으로 취급했지만, 이런 작품을 읽고 나면 그런 행동들이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특히 가족한테 그랬다면 강도가 심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느낌이 싫어 재미없다는 편견을 내세워 읽기를 거부한 것이다. , 원인을 알았으니 고쳐지려나. 아무래도 단박에 나의 편견이 깨질 것 같지는 않다.

 

문학의 기능은 다양하다. 그중 나의 독서 편력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으니 성공적인 독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감상문에 소설의 내용이 별로 없으니 실패라고도 할 수 있다. 아무렴 어때. 다음에 이와 같은 한국 소설을 읽을 때는 거부감이 덜하지 않겠는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스스로 위로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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