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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있는 동안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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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은 후, 조금씩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을 접하려는 시도 중이다. 지난 언젠가 중고서점을 들렀을 때 구매해 온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1권을 얼마 전에 읽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너무 감명 깊게 본 탓일까? 내가 기대한 느낌은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야!’라는 감탄이었다. 그러나 유작 소설집인 빛이 있는 동안은 약간 실망스럽게 다가왔다. 9편의 단편 소설 중 추리 장르는 3편밖에 되질 않았다. 그마저도 추리 냄새가 물씬 풍겼던 작품은 바그다드 궤짝의 수수께끼하나였다.

 

물론 개인적인 감상일 따름이다. 내가 워낙 단편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취향이고 기대를 너무 부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높은 점수를 주었다. 모순적이지만 원래 책이란 게 그렇지 않은가. 내 마음을 강렬하게 끈 문장 하나만 얻어도 인생 책이 되기 마련일진대, 마음에 드는 한 편의 소설이 있었다면 후해질 수밖에 없는 법이다. 한 번 더 모순적이게도 내가 선택한 소설은 기대와 다르게 추리 장르가 아니었다. 로맨스라고 해야 하나? 9편 중 사랑을 주제로 한 외로운 신이 가장 완벽한 소설이라고 느껴졌다.

 

외로움과 우연한 만남과 순애보

 

동양의 작은 신상(神像)은 오랜 시간 다른 중요한 신상에 떠밀려 외롭게 지냈다. ‘잿빛 돌로 거칠게 깎인 이목구비가 세월과 비바람에 거의 마모된 그는 무릎 위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얼굴을 두 손 안에 묻은 채 외롭게 앉아 있었다(p.116P.’ 아무도 그에게 관심이 없었고 숭배하지 않았다.

 

어느 날, 40대가 된 프랭크 올리버라는 남자가 강한 외로움을 느끼며 박물관을 찾았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고국을 오래 떠나있던 탓에 시대에 적응을 못 했다. 친구의 아내가 멋진 여자들을 소개해 줬어도 그는 할 말이 없었다. 한마디로 소심하고 지질한 남자였다. 그런 그가 외로운 신상을 봤으니 동질감이 드는 것도 이해된다. 그는 매일 박물관을 들르면서 독점하듯 신상을 숭배했다.

 

그러다 우연한 만남이 일어났다. 신상에게 두 번째 숭배자가 생긴 것이다. 20대 즈음의 앳된 여자로, 외모는 아름다웠지만 행색이 초라했다. 그는 그녀 역시 외로운 존재라고 단정 지었다. 한 동안 그녀를 관찰하던 프랭크는 외로운 신이 그에게 영감을 주었다는 느낌에 힘입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새 손수건을 하나 구해서 떨어뜨린 뒤 우연을 가장해 그녀의 것인지 물으면서 말꼬를 틔었다. 여자는 즉각 아니라며 떠날 궁리를 했으나 프랭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외로운 신을 주제로 말을 이었다. 서로를 이해하는 침묵이 둘 사이에 자리했다. 침묵을 먼저 깨뜨린 사람은 여자였다. 예의상 인사를 하고 그녀는 박물관을 떠났다.

 

한동안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프랭크는 꾸준히 박물관에 들러 그녀를 기다렸다. 전시실에 무엇이 있는지 훤히 알 정도로 말이다. 고된 인내 끝에 다시 그녀를 만났다. 그는 용기를 내어 친구가 되어달라고 고백했다. 일주일에 두 차례 만나 작은 외로운 신상에 대한 주제로 시작해 점점 서로를 알아갔다. 여자는 어느 집안의 보모 겸 가정교사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고아라고, 이 세상에서 혼자뿐이라고 그에게 말했다(p.125).’ 그도 용기를 내어 자신의 삶을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그림 그리는 게 취미지만, 아직 미숙하다고. 하지만 언젠가 근사한 뭔가를 그릴 수 있을 거라고.

 

둘은 서로를 알아가면서 이내 사랑이 싹텄다. 여자는 손수건 사건에 대해 프랭크에게 고마워하고, 그는 용기 내어 사랑을 고백했다. “언제나처럼 열 시에 만납시다. 그리고 서로의 이름과 지나온 얘기를 나눕시다. 아주 실제적이고 산문적이 되는 거요(p.131)” 그러나 둘이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 여자는 어린 소년을 시켜 편지 한 장만 전한 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러 날이 지났다. 프랭크는 취미가 아닌 업으로써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그림은 성공적으로 명성을 가져다줬고 예술원에 전시되기까지 했다. 어느 날, 우연히 잡지에서 어느 공주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받아 아름다운 그림 한 점을 그려냈다. 모두가 공주를 위하지만 그녀는 지독히도 외로운 자태였다. 그 그림은 영국을 떠들썩하게 했고 그는 완전히 성공한 인물이 되었다. 친구의 아내가 아가씨를 소개해준다고 했지만, 프랭크는 거절했다. 그에게는 오직 외로운 숙녀뿐이었다.

 

경마 대회 날, 박물관에 아름다운 여성 한 명이 외로운 신상 앞에 당도했다. 그녀는 신상에게 프랭크가 나타나길 빌었다. 그 순간 프랭크가 등장했고 그녀를 얼싸안았다. 알고 보니 공주 이야기는 그녀가 쓴 자신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부유했지만 외로운 여자였다. 진정한 사랑을 기다리며 애처로운 여자 연기를 했다. 프랭크의 고백을 들었을 때 그녀는 솔직하지 못한 자신에게 역겨움을 느꼈다. 그것이 도망친 이유였다. 그러나 그의 그림을 보자 자신을 완벽히 이해하는 남자가 바로 프랭크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둘은 진실한 사랑을 얻고 손을 잡은 뒤 박물관을 나섰다.

 

그로써 외로운 작은 신은 두 숭배자를 잃었지만, 그 역시 신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프랭크와 숙녀의 소망을 이뤄주었으니 말이다. 외로운 신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그는 낯선 땅에 표류한 외롭디외로운 작은 신이 아니겠는가?(p.137)’

 

참으로 아름다운 소설이다. 언뜻 보면 우연과 운명으로 점철된 단순한 러브 스토리 같지만, 내게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 소설로 보였다. 외로운 신으로 시작해 외로운 신으로 끝나는 수미쌍관 형식은 작은 신이 외로움의 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번개의 신에게 번개가 없다면 번개의 신이 아니듯이, 작은 신에게 외로움이 없다면 그는 신이 될 수 없다. 반면, 인간은 인연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외로움의 신에게 외로움을 달래려는 숭배자가 생긴다면, 인간이 외로운 신에 의지해 영원토록 외롭다면 서로를 부정하는 일이 된다. 그래서 신은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숭배자를 그들만의 천국으로 인도했다. 각자의 존재가 온전해진 것이다.

 

여운이 길게 남아 나의 사족을 덧붙였다. 9편의 작품 중 하나만 다뤄 수준 낮은 감상문이 되었지만, 어쩌겠는가? 내 마음을 울린 소설은 이것 하나뿐인 것을. 이 작품 하나만 봐도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오해하진 마시길. 대가의 작품집인 만큼 다른 소설도 훌륭하다. 아마 어느 독자에겐 이 소설이 별로고 다른 소설이 취향에 적합할 수도 있다. 그러니 책은 본인이 읽고 판단하는 게 옳다. 별로 두껍지도 않으니까 누구든 금방 읽을 것이다.

 

기대에 크게 미치지는 못했지만, 쓰면서 복기하니 딱히 실망할 이유도 없는 듯하다. 감상문을 쓰느라 다시 읽었는데 역시 울림이 상당했다. 그렇더라도 유작 소설집은 여기까지만 감탄하고, 다음에는 정말 추리 소설을 읽어야겠다. 함께 사 온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나를 기다리는 중이다. 대작이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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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림과 울림 - 물리학자 김상욱이 바라본 우주와 세계 그리고 우리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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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 지식은 문외한인 터라 내 의견을 개진하기 쑥스러워 철저한 감상문으로 대신한다. 이 글은 내 추억을 되짚는 잡설이다.

 

과학을 언제 포기했던가. 수학보다 늦게 포기했으니 아마 고등학교 1학년 때가 아닌가 싶다. 내 기억에 문이과로 분반하기 전이어서 한 과목짜리 과학 수업을 들었다. 수능과 연계하여 과학이란 과목은 크게 네 가지로 분할된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나의 인식은 이랬다.

 

생물 호르몬을 외우는 암기 과목

화학 주기율표와 화학식을 외우는 암기 과목

지구과학 다양한 돌을 외우는 암기 과목

물리 물건 미는 힘이 몇 줄인가를 왜 구해야 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계산 과목 like 수학

 

기억력에는 자신이 있어 생물, 화학, 지구과학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교과서의 목차는 물리가 제일 앞에, 나머지는 뒤에 있었다. 계산에 매우 약한 나는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고, 과감하게 과학을 포기했다.

 

분반을 정할 시기가 도래했을 때 이과를 살짝 고민하기도 했다. 초등학생 시절만 해도 과학을 사랑했고, 워낙 실험 등을 좋아했기에 배우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우리 학교에는 전설적인 물리 교사가 2학년에 존재했다. ‘제물포라는 별명을 가진 교사였다. 무슨 뜻이냐면, ‘() 때문에 물리 포기라는 뜻이다. 항상 당구 큐대를 들고 다녔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그걸로 허벅지를 때렸다. 가르치기도 더럽게 못 가르치는 전형적인 꼰대 교사였다. 계산에 약하고 교사는 거지 같으니 나의 포기는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10년 동안 내 인생에서 과학은 없는 존재였다.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년 전, 다시 독서에 열을 올리면서부터였다. 떨림과 울림도 그즈음에 구매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기계발이나 인문서에 관심이 더 커서 쉽게 펼쳐 보지 않았다. 2년을 묵힌 지금에야 마음에 여유가 생겨 살살 읽어 보았다.

 

김상욱 교수는 기초 물리학을 쉽게 풀어썼다. 과학과 인문학을 결합해 나 같은 과학 문외한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알았으면 하는 부분과 몰라도 되는 부분의 경계를 명확히 해주어서 괜히 이해가 가지도 않는 내용을 붙잡고 끙끙거릴 필요가 없었다.

 

물리는 사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 대상은 쿼크가 존재하는 극도로 작은 세상에서 은하와 우주라는 거대한 규모에 걸쳐져 있다. 지금 우리는 단지 몇 개의 법칙으로 이런 모든 규모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들을 이해할 수 있다. , 물리에 대한 흥미가 생겨나지 않는가? - p.34

 

학교에서는 모든 과목을 암기 취급했다. 자기 나름대로 설명하고 이해가 안 가면 외우라는 식이었다. 학생의 수준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똑똑한 놈들은 알아들을 것이고, 멍청한 놈들은 알아서 나가떨어질 것이라는 전제하에 수업은 진행되었다. 전형적인 매너리즘에 빠진 관료의 모습이었다. 이런 교사 아래에서 과연 어떤 흥미가 생겨나겠는가.

 

얼굴 보고 가르친 교사는 흥미를 떨궜지만, TV로만 봤던 저자는 과학 문외한의 흥미를 돋웠다. 단순히 물리란 ‘F=ma’거리=속력×시간따위만 계산하는 과목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모든 학문의 근간인 셈이었다.

 

물리학의 지향점은 실로 다양했다. 우주의 탄생, 시공간의 개념, 입자의 최소 단위, 생물 탄생의 근거, DNA 등등 모든 과학 분야는 물리에서 세분화했다. 어쭙잖은 지식으로 물리,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을 분리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양성자, 중성자 등 물질을 이루는 모든 기본입자뿐 아니라, 이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원자도 전자와 같은 이중성을 갖는다. 이중성은 자연의 본질인 것 같다. 여기서는 질문이 존재를 결정한다. 보어(닐스 보어, 1922년 노벨물리학상)는 이중성의 이런 특성을 상보성이라고 불렀다. - p.135

 

이 책은 폴리매스를 더욱 이해하게 만드는 교량 역할도 했다. 빛이 파동이자 입자이듯이 폴리매스도 한 사람이 다중성을 가지는 것이다. 어느 학문 하나 허투루 취급할 까닭이 없다. 문과생이라고 해서 이과적 계산을 멀리해서는 안 되고, 이과생이라고 해서 문과적 사고력이 없어선 안 된다. 예술 하는 과학자, 과학 하는 예술가가 더 나은 업적을 이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대는 스페셜리스트이면서 제너럴리스트인 사람만이 살아남는 사회로 흘러가고 있다. 정말이지, 나는 문송합니다를 벗어나 교양으로나마 과학 서적을 꾸준히 읽어야만 한다. 내 꿈이 폴리매스인 이상 말이다.

 

응축된 한 점이 터지면서 우주가 시작되었다. 빅뱅이 일어난 것이다. 셀 수도 없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가 탄생하고 인류가 진화했다. 지구에는 다양한 생물 종이 있고, 그중 인간은 70억 명에 이르렀다. 70억 명 중 나는 과학을 포기한 학생이었다. ‘제물포는 가르치기를 포기한 교사였다. 그러나 우주가 팽창하듯이 나의 가능성은 빅뱅 이래 팽창하고 있다. 사회는 문과와 이과를 나눴지만, 자연은 빛에 파동과 입자를 동시에 담았다.

 

우리는 예외 없이 자연에 속하고, 자연은 우주에 속한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이지도 않는 사회가 정한 분반 개념을 내가 평생 따를 필요가 있을까? 인간에게는 빛처럼 문과와 이과의 성질이 모두 담겨 있다. 사회의 강제를 벗어난 지금, 나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과학을 좀 더 가까이하고 싶다.

 

김상욱 교수의 떨림과 울림은 읽는 내내 과학적 흥미가 일깨워지며 떨리게만들고, 덮고 나서는 여운으로 감정이 울리게만들었다. 이 감정을 전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 하찮은 글쟁이라 전달하지 못해 아쉽다. 과학이 마냥 어렵게만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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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펭귄클래식 1
토머스 모어 지음, 류경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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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유토피아라는 단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파라다이스와 같은 맥락으로 이상향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된다.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의 유토피아는 토머스 모어가 그린 가상의 세계다. 공산주의 개념을 세상에 드러낸 까닭에, 이 책은 문학적, 역사적, 철학적, 정치적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가 깊다. ‘공상적 공산주의유토피아는 수 세기 후 마르크스에게 과학적 공산주의의 영감을 심어주었고, 그로 인해 핍박받는 자들의 마음에 코뮤니즘 불을 붙여 냉전의 서막을 열기도 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북쪽에 있는 공산국가의 위협을 주시해야 하니 유토피아의 의지는 이어지고 있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내가 잘 모르는 영역에서는 빛을 발하는 책일지 몰라도, 개인으로서, 한 명의 독자로서 나의 감상평은 핵노잼 작품이라는 것이다. 관련된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누군가 유토피아를 토머스 모어의 소설이라고 소개했다. 나는 순진하게 소설의 구성 요소를 떠올리고 공산주의를 어떻게 썼을까 하는 궁금함에 꺼내 읽었다. 그리고 실망했다. 소개는 지어낸 이야기라는 점에서 소설이라고 했을 뿐, 그저 가상의 국가 체제를 나열한 것에 불과했다.

 

1부에서는 여행객이자 화자인 라파엘이 유토피아빌드업을 위한 당시 체제의 불공정함을 이야기한다. 가령, 경중이 없는 형벌 제도로 인해 사소한 범죄를 벌일 사람이 중범죄자가 된다. 살인죄나 절도죄나 형벌의 정도가 같아 단순히 도둑질만 할 사람이 목격자를 살해한다는 것이다. 증인이 없어지면 자신이 잡힐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영국의 이러한 기울어진 체제를 비판한 후 2부에서 그는 모어에게 유토피아체제를 아주 상세하게 풀어낸다. 그의 말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공산주의 모습 그대로다. 각자 주어진 주거 환경에서 부여된 역할에 충실하고, 사유재산이 없어도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 아니, 아예 재물에 관심이 없다. 노예나 범죄자 등 가장 낮은 계급에게 금은을 치장함으로써 재물 = 노예라고 여긴다. 해외 어느 국가에서 유토피아 인의 기를 죽이려고 외교 대표가 화려한 치장을 하고 입국하지만, 유토피아 인이 존중한 사람은 조촐한 차림의 하급 수행원이었다.

 

유토피아 인들은 학구열과 신앙심이 엄청나다. 노동 시간이 아니면 학업에 정진하고, 그중에서 박학다식한 사람은 마을의 감독관이나 시장이 된다. 높은 수준의 학업 능력을 쌓으면 누구나 존경받는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그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 나라의 지도자가 되는 식이다. 신앙심 면에서는 종교로 싸울 일이 없다. 그들은 자신이 믿는 신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설득한다. 한쪽의 신이 더 설득력 있으면 자연스럽게 감화되고 통합된다.

 

전쟁은 국가나 국민에 직접적인 피해를 먼저 입었을 때만 나선다. 그것도 단계별로 나누어진다. 처음에는 용병을 보낸다. 유토피아는 돈이 차고 넘쳐도 쓸모없고, 용병은 돈만 받으면 목숨 걸고 싸우니 자국민을 내보내기 전에 용병부터 사용한다. 용병이 없으면 우방국에 도움을 요청한다. 우방국마저 쓰러졌을 때에야 비로소 자국민 부대가 출격한다. 그러나 승기를 붙잡으면 적을 쫓지 않는다. 괜한 함정에 걸려 피해를 늘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적이 불리해지면 유토피아의 사제들이 나서서 중재를 하고, 목숨을 구한 적들은 감화되어 유토피아의 우방국이 된다. 라파엘은 유토피아가 그 어떤 나라도 하지 못하는 체제로 굶는 사람 없고, 가난한 사람 없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라고 설명한다.

 

노잼은 노잼이고. 유토피아의 내용이 현대에는 허무맹랑할지 모르지만, 미래에는 당도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봤다. 1984에 나오는 빅브라더가 감시하는 멋진 신세계라면 어떨까. 인공지능의 관리감독하에, 인간의 뇌에는 유토피아의 체제가 새겨진 칩이 심겨 있는 것이다. 개인의 욕망이 컨트롤 되고 정해진 대로 살아가면 유토피아는 절대 가상의 공간이 아닐 수 있다. 아마 인간성 말살이라는 생각이 말살되어서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살아갈지도.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상상력의 여지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재미는 없으니 단순하게 내용이 궁금했던 사람들은 한 번 더 재고해보는 게 어떨지? 싫은 사람 있으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 그저 유토피아라는 나라에 대한 설명이 나열되었지만, 호기심이 일어 읽고 싶다면 말릴 사람은 없다. 나도 그렇게 읽었으니까. 읽고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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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식을 소유하라 - 시장과 시간이 검증한 투자의 원칙
존 보글 지음, 이은주 옮김 / 비즈니스맵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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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인덱스 펀드에 장기투자할 것을 권하는 내용이다. 액티브 펀드의 단점과 펀드 매니저에 대한 신빙성, TIF(Traditional Index Fund)의 장점을 다루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나도 야수의 심장을 따라해 액티브한 주식 매매를 꿈꿨지만, 성격상 쫄보여서 오래가지 않았다. 급등한 만큼 급락하는 것을 보면 가슴 아프고, 물려서 안 올라갈 때는 숨이 막혔다. 곧 청산하고 인덱스 ETF를 보유하는 쪽으로 옮겼다. 이런 성향 탓에 책의 내용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하고 읽어 넘겼다.

 

책 중간에 ETF에 대해 나왔을 때는 집중했다. 비판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기에 내가 어떤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도 금세 접었다. 인덱스 펀드의 회전율을 쉽게 올리기 위하여 고안된 상품이 ETF지만, 잦은 거래를 하지 않고 TIF처럼 장기 보유 전략으로 간다면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의 말에 힘입어 적립식으로 차분히 쌓아가려는 마음이다.

 

개인이 시장을 크게 이길 수 있는가 하면, 나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적극적으로 기업 공부를 하기에 시간이 없고, 그만한 지식과 정보 소화 능력 없이 잦은 매매를 하는 것도 손해다. 게다가 요새는 코스피가 다시 박스피에 갇혔고 변동성이 워낙 크다. 나 같은 초보 투자자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 같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저비용 인덱스 펀드나 싼 보수의 ETF를 보유해가는 전략이 속도 마음도 편하다.

 

책 전체가 인덱스 펀드를 주창하는 내용이어서 크게 적을 뭔가가 없다. 내가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아마 야수의 심장을 가졌거나 주식으로 한탕하기를 바라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책일 것이다. 반대의 성향이면서 초보 투자자라면 처음 투자에 발을 들일 때 주의할 점을 배울 수 있고, 펀드 상품 선택에 용이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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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의 유전자 - 회사 위에 존재하는 자들의 비밀
제갈현열.강대준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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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직장 생활을 싫어했던 계기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변에서 들은 말 때문이었다. 직장인과 만나면 거의 불만사항을 이야기한다. 임금은 항상 노동착취 수준이고, 부장은 꼰대를 넘어 인간쓰레기고, 회사는 카스트제도에 자신은 불가촉천민이란다. 옆자리 동료는 놀기만 하는데 월급은 따박따박 받아가고, 본인은 개같이 일했더니 개 취급이라고. 이런 불평과 불만을 듣고 있노라면 다니지 않았어도 혐오가 생기는 건 당연한 서순 아니었을까?

 

뒤늦게 현실을 인지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직장 혐오는 궁금증으로 치환됐다. 직장은 정말 혐오의 장인가? 직장의 목적은 먹고사니즘 뿐인가? 그렇다면 회사 고위직은 누가, 어떻게 되는가? 마지막으로 직장 생활은 꿈이 될 수 없는가? 까지.

 

코딩 진로를 읽고 자소서를 고치면서 위의 질문들이 머릿속을 헤집을 때 등장한 책이 C의 유전자였다(이래서 나는 우리의 몸은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찾는다라는 미신을 믿는다.). 제갈현열 작가가 돈 공부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선언한 이 책은, 대다수의 직장인과 취준생에게 직장 생활은 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당신이 ‘C레벨을 목표로 한다면 말이다.

 

‘C레벨무엇인가?

 

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C레벨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종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대표. - p.51

 

우리는 C레벨에 친숙하다.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CEO를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C레벨도 엄청 많다. 재무 담당은 CFO, 전략은 CSO, 마케팅은 CMO 등등.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한 분야의 C레벨은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C를 달고 있다고 해서 아무나 C레벨인 것은 아니다. 제왕적 오너가 지정한 C레벨이나 연공서열로 올라간 C레벨은 의사결정권이 없다시피 한다. 허울 좋으라고 C를 붙여 놨지만, 진행사항마다 오너에게 보고하고 결재받아야 하니 C를 달고 있어도 중간 관리자와 다름없는 역할이다.

 

책에서 말하는 진정한 C레벨은 팀원을 이끌면서 주체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최종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임원 위에는 누군가 존재하지만 C레벨은 이미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이다(p.51).’ 명령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C레벨의 몫이다. 이들의 의견은 곧 회사의 의견이며 이들의 생각이 곧 회사의 방향성인 것이다. 그들이 많은 급여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C레벨이 무엇인지 대충 맛을 봤다. 더 자세한 사항은 C의 유전자에서 확인하도록 하고, 이 책이 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려줬는지 적어 보려고 한다.

 

직장은 정말 혐오의 장인가?

 

충성해야 하는 건 이 일을 맡으면서 회사와 맺은 계약이다 - p.266

 

일에 대해서 토로하는 불평불만은 들은 적이 거의 없다. 어렵거나 막막하다는 말로 시작해도 곧 익숙해지겠지’, ‘그래도 해야지등으로 유야무야 결론이 난다. 직장이 혐오스러워지는 주된 이유는 사람이다. 나의 어머니도 자주 직장 스트레스를 토로하시는데, 8할은 사람이 문제였다. 내 친구 중 하나는 사장 욕을 그렇게 했었다. 내 동생은 전 일터에서 자기 부서 팀장을 혐오하다 못해 증오하는 지경이었다.

 

약간(?)의 인간혐오증이 있는 나로선 다니지도 않은 직장을 혐오의 장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취업과 맞지 않는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직장의 누군가는 C레벨로 올라선다. 창업으로 당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회사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해 올라서는 사람도 있다. 소위 말하는 라인을 타지 않고도 말이다.

 

어느 C레벨은 파벌 싸움에도 끼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만 주력했다. 질 낮은 질문으로 이 임원이 저 임원을 깎아내려도 그는 초지일관 업무적 태도를 유지했다. 누군가 그의 평정심 유지 비결이 궁금해 물었더니 그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일을 하기로 계약했으니까요. 계약은 지켜야 하니까요. 누가 뭐라고 하든 상황이 어떻든, 나는 일을 해야 합니다.” - p.266

 

물론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그게 가능했다면 사내정치라는 말은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C레벨은 자기 일을 하기 위해 사내정치에 대응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뒷담화만 안 해도 자신의 신뢰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는 누군가 뒷담화를 시작하면 네 마디만 반복한다. ‘그래요?’, ‘정말요?’, ‘몰랐어요’, ‘그렇군요’(p.269). 뒷담화꾼은 어느새 화가 풀리고 자신은 뒷담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있다고.

 

과정은 복잡해도 해결 방법은 단순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해결 방법이 있으니 직장이 마냥 혐오의 장은 아니라는 게 내 결론이다. 물론 상사가 철밥통이라 내 일만 하는 것으로 해결이 안 된다면…… 아무래도 C의 유전자를 포용할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게 나을 듯?

 

직장의 목적은 먹고사니즘 뿐인가?

 

오퍼레이터에서 디렉터로 진화하는 것이다. - p.97

 

이 질문에 라고 대답할 사람이 대다수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은 100%이리라. 그동안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직장 = 먹고사니즘 해결방정식은 취업 목적에 기인하는 듯하다. 하는 일에 흥미나 다른 목적이 있어서라기보다 일단 돈을 벌어야 해서 들어갔기 때문이다. ‘덕업일치는 그저 꿈이고, 현재 하는 일도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느낌이다. 목적이 없어 보인달까. 이런 사람들을 책에서는 수동형 오퍼레이터라고 말한다. 단순히 시키는 대로일한다. 그들에게 C레벨은 방구석 은둔자가 보는 에베레스트다. 오르지 못할 산이라는 말이다.

 

반대로 뒤집을 수는 없을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취업했지만, 이왕 취업한 김에, 일이 익숙해진 김에 그 분야 톱(TOP)이 될 수는 없을는지. 이들도 마찬가지로 오퍼레이터지만, ‘능동형 오퍼레이터. C레벨을 관찰하고 시키는 일은 물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결정 과정을 배우고 C레벨의 사고방식을 흡수하며 차츰 오퍼레이터의 면모를 벗는다. ‘디렉터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는 사원이 대리가 되는 진급이 아니다. 수행자에서 경영자가 되는 진화. C의 유전자를 갖춘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목적은 먹고사니즘을 포함한 C레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덕업일치의 가능성부터 희박하다. 차라리 내가 해야 하는 일에서 목적을 발전시키는 쪽이 낫다. 직장 생활의 목적을 뒤집을 수만 있다면 먹고사니즘을 초월하여 C레벨을 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C레벨은 어떻게 되는가?

 

첫째, 스스로 기업에 올바른 길을 제안할 수 있는 사람.

둘째, 만족하지 않는 사람.

셋째, 성공적 과업 달성을 위해 다른 이들을 운용할 수 있는 사람.

넷째, 평판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

다섯째, 협상을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사람. - p.161

 

기업이 운영에 있어 최대 리스크는 크게 다섯 가지라고 한다. ‘결정’, ‘자만’, ‘운용’, ‘평판’, ‘협상이다. 잘못된 결정은 손실을, 자만은 정체(停滯), 운용 부실은 실행력 감소를, 악담은 생산력 감소를, 협상력 부재는 빅딜의 실패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역으로 보면 인용문과 같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된다. 이러한 능력들이 C의 유전자를 C레벨로 만드는 요소들이다.

 

결정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의사결정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이를 키우는 방법으로 저자는 ‘T’, ‘O’, ‘Q’ 방법을 제시한다. ‘T(Training)’는 미리 하는 학습으로, ‘최종 의사결정이 어떠한 이유로 이루어졌는지 분석해보는 것이다(p.180). ’ ‘O(Opportunity)’의사결정을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라는 것(p.185)’, ‘Q(Quick decision)’는 빠른 결단력이다. ‘C레벨에게는 오랜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내리는 의사결정보다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의사결정이 더 요구된다는 뜻이다(p.191).’

 

자만 기업은 성장이 멈추는 것을 두려워한다. 정체는 곧 퇴보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C레벨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시대에 알맞게 변화하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질문하기란 말이 쉽지, 사고 과정까지 쉽지는 않다.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자칫하면 원인에 매몰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질문 이어 쓰기를 제시한다. 원인을 찾는 질문을 이어나가면 방법에 관한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메타인지를 높여야 한다. 메타인지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아는 능력이다. ,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어 변화의 두려움에 대응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운용 C레벨이 갖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역시 사람이다. 혼자서 하는 일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렇기에 C레벨은 팀을 운용하는 능력’, 전략을 실행해줄 오퍼레이터가 자신을 믿고 따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오퍼레이터가 바로 앞서 말한 능동형 오퍼레이터. C레벨과 팀원의 관계는 무엇이 정답인지 논의하는 관계가 아니라 결정한 것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관계(p.228)’이기 때문이다. 운용 능력이 없다면 팀원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에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평판 앞에서 사내 정치를 이야기할 때 했던 내용이다. C레벨은 적절한 선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적절한 선함이 뭘까? 저자는 주도성을 갖고 선하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가 해줄래?’할 때만 해주는 게 아니라, 거절 못 해서 해주는 게 아니라, 칼같이 거절하는 게 아니라, 내 능력과 규칙, 기준으로 선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선한 행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은, 책에서 인용한 기브 앤 테이크를 간단하게 요약해서, 받기만 하는 테이커는 멀리하고, 받은 만큼 돌려주는 매처는 적당히 대하고, 주기만 하는 기버는 적극적으로 대한다. 기버는 훗날 당신의 평판을 로켓 추친체처럼 끌어 올려줄 수 있다.

 

협상 C레벨은 거의 모든 것을 협상하는 존재다. 작게는 자기 팀원과 프로젝트 실행에 협상해야 하고, 크게는 거래 기업과 협상해야 한다. 다른 C레벨과 협업할 때도 협상은 기본 절차다. 협상 능력에는 이성적 협상감성적 협상이 있다고 한다. 전자는 규모와 힘의 논리로 진행하고, 후자는 사람의 성격과 환경에 따라 진행한다. 두 가지 협상 능력은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다. 좋은 협상가는 두 가지 모두를 적절하게 이용하는 사람이다. 중요한 점은 이 둘 모두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협상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p.277).’ 줏대 없는 사람은 협상 테이블에서 발언권을 갖지 못한다.

 

다섯 가지 항목이 C의 유전자가 성장하면서 갖추는 역량이다. ‘일반인이 할 수 있냐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긴 하지만, 세상만사 쉬운 일이 있나. 돈을 많이 받는 사람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힘들고 어려워도 C레벨을 꿈꾼다면 사고와 행동 방식을 C레벨화 시킬 필요가 있다.

 

직장 생활은 꿈이 될 수 없는가?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 의사결정을 수행할 것인가?’ - p.55

 

나의 최종 꿈은 소설가. 16살 처음 꿈꾼 이후로 변하지 않았다.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직장 생활은 글쓰기 위한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방법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완전히 전환했다. 전업 소설가가 아닌 이상 소설 쓰기는 취미로 삼아도 괜찮다. 대신 직장 생활이라는 꿈이 생겼다.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여도 경험을 쌓으면서 C레벨로 올라서는 상상을 했다.

 

내가 소설가를 꿈꾼 이유는 내 삶을 내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모든 행동의 의사결정권이 나에게 있었다. 같은 이유라면 방향을 튼다 한들 목적지는 같지 않은가.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삶 말이다.

 

직장 생활은 모두 같은 줄 알았다. 내게 하는 불평불만이 죄다 비슷했고 다들 한목소리로 탈출을 이야기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수동형 오퍼레이터였다. 시키는 일만 한다는 것은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한다는 의미다.

 

나는 능동형 오퍼레이터가 되고 싶다. 일을 해야 하면서 동시에 하고 싶은 것으로 여기고 싶다. 하기 싫은 일도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 싶다. C레벨로서 부를 쌓는다면 자부심은 물론 꿈까지 이루는 일이 될 것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도 있다. 겪어보면 다를 확률도 높다. 노오오오오오력으로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낭만을 꿈꾸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 당장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낭만적인 꿈을 꾸며 행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직장 생활은 나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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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나큰 감동을 받은 책이라 글이 길어졌다. 책을 통째로 옮기고픈 욕심이 있지만, 그것은 저작권법에 위반되므로 인용에 만족하는 중이다.

 

C의 유전자는 투자로 쌓는 부, 창업으로 쌓는 부에 이어서 직장 생활로 쌓는 부를 주제로 다뤘지만, 나는 자기계발서로 받아들였다. 내가 어떤 기회로 취업에 성공한다면, 아마도 나는 두고두고 이 책을 읽을 듯하다. 내 성격상 아래에 머무는 것은 못 견디니 C레벨로 올라서고 싶어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의사결정권자가 될 것이다.

 

헛된 꿈일지라도 나에게 용기를 줘서 이 책에 매우매우 감사하다. 덕분에 꿈이 늘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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