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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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를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그의 작품을 청소년 시절에 읽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쉽게 느껴진다. 라이트 노벨과 판타지 소설을 제외하고 옛날 소설은 모두 재미없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청소년 소설은 모두 유치하다고 여기기도 했고. 생각의 핀트만 조금 바꾸면 이렇게 재밌는 책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책의 연령고지는 사실상 성인 이후부터 모든 책이 동급인 듯하다.

 

게다가 모모에서 다루는 내용이 시간인 만큼 요즘 나의 생활과 맥락이 맞아떨어져 더 재밌게 읽기도 했다. 현재 나는 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살이를 하는 중이다. 아침과 저녁에 지옥철을 경험하고, 그 사이에서 읽은 이 책은 뼛속 깊이 와닿는 내용이었다. 수 을 백수로 지내면서 바쁜 걸음걸이가 몸에 배지 않은 나에게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 서울은 마치 시간을 도둑맞는 장면을 목격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나 역시 빠듯하게 시간을 아껴가면서 지내기에 당사자이기도 하고 말이다.

 

어느 날,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모모는 마음의 공간이 넓은 여자아이다. 모모를 만나는 사람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속내를 전부 드러내 보이며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문제들을 해결한 후 기쁜 마음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모모와 함께 할 때 장난감이 없어도 다양한 놀이를 했다. 그중 가장 절친한 도로 청소부 베포와 광장 안내인 기롤라모는 성향이 극과 극이지만 모모 옆에서 각자의 성향에 깊이 드러낼 수 있었다. 베포는 생각이 깊은 노인이었고, 깊은 생각을 하려면 여유로운 마음과 시간이 필수다. ‘기기라고도 불리는 기롤라모는 상상력이 뛰어난 젊은 남자로 다양한 이야기를 꾸며내는 재주가 있었다. 상상력 역시 마음 편히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제약없이 발현되는 법이다.

 

모모의 상징은 여유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여유로울 때 상상력과 사고력은 활기를 띠고, 시간은 약이 되며, 모든 활동에 즐거움이 더해진다.

 

그러나 시간 저축 은행사원으로 꾸며 마을 사람들에게 접근한 회색 인간들은 반대 선상에 있다. 그들은 마을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접근해 시간의 낭비를 설파한다. 단위를 초로 바꾸어 계산해 그들이 엄청난 시간을 낭비한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가령, 1분은 60, 1시간은 3,600, 24시간은 86,400……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조금씩 갉아먹는다. 생애에 남은 시간을 아끼는 방안으로 회색인간은 사적인 대화 시간, 타인을 위하는 시간, 생각에 잠기는 시간, 심지어 자는 시간 줄이기를 제시한다. 그렇게 아낀 시간은 추후에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는 여유가 사라지고 대신 한시라도 빨리 움직이려는 조급함으로 가득 찼다. 효율 중시의 사회로 변하면서 주택의 개성이 사라지고, 거대한 사각형의 콘크리트 아파트가 들어섰다. 식당에는 앉아서 먹는 자리가 없다. 서서 먹고 얼른 나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느끼는 조급함이 시간 도둑의 상징이다.

 

거대해지는 시간 도둑들에게 모모는 걸림돌이었다. 그녀를 처리하기 위해 회색 인간들이 손을 쓰지만, 다행히 시간 관리자인 호라 박사와 그의 거북 카시오페이아덕분에 모모는 무사히 회색 인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시간의 가장자리로 향했다. 호라 박사의 도움으로 시간과 시간 도둑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시간은 미래, 현재, 과거로 이루어져 있고, 현재가 없다면 미래도, 과거도 의미가 없었다. 시간은 각자의 마음에 한 떨기 꽃으로 피어 있다. 시간 도둑은 사람들에게서 그 꽃을 훔쳐 살아가는 존재였다. 시간이 흐르지 않게 꽃을 꽁꽁 얼려두고 그 잎을 담배로 만들어 피우면 시간은 죽지만 시간 도둑은 살아가는 것이다. 모모는 다시 마을로 돌아가 모두의 마음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모모의 이야기를 듣거나 해줄 사람이 없었다. 모모를 제외하고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기롤라모도 모모를 오래 볼 수 없었다. 모모가 시간의 가장자리에 가 있는 사이, 시간 도둑이 기롤라모를 위협했고 그마저 시간의 노예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베포 역시 생각에 잠길 시간도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결국 모모는 호라 박사에게 돌아가 해결 방법을 듣는다. 모든 시간을 멈추고 모모에게만 1시간이 주어질 것인즉, 그 안에 회색 인간의 시간 금고를 찾아 들어가 모두의 시간을 해방시켜야 했다. 모모는 회색 인간의 존재가 두려웠지만,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용기를 끌어 올렸다. 모든 시간이 멈추자 시간 도둑들은 혼비백산했다. 시간이 흐르지 않으면 자신들의 죽은 시간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를 밀치며 시간 금고로 달려갔다. 그러다 자신의 담배가 떨어져 가면 옆 사람의 것을 뺏어 연장하거나 그대로 사라졌다. 마침내 모든 시간 도둑들이 사라지고, 모모는 시간 금고를 열어 모두의 시간을 정상으로 만들어냈고, 예전처럼 모두가 즐거운 축제를 즐겼다.

 

나의 경험상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조급해질수록 삶의 즐거운 요소들이 사라지고 만사 효율이 떨어졌다. 심지어 게임마저 제대로 풀리지를 않았다. 효율이 떨어지니 바쁘게 지내도 시간이 낭비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마음의 여유를 다시 되찾으니 같은 시간을 써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즐거웠다. 대표적인 것이 요즘 공부하는 프로그래밍이다. 작년에 컴활을 공부할 때는 하루 1시간도 하기 싫어 몸서리를 쳤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시간을 코딩 공부에 쏟고 있다.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 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 p.217

 

끼워 맞추기인지는 모르겠으나, 모모를 읽기 전에는 살짝 여유를 잃어가고 있었다. 독학한 언어는 Python인데 배우는 과목은 JAVA, HTML, JSP, SQL 등등의 처음 보는 것들이고, 미리 공부하기에는 촉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저것 건드려 보다 서울에 상경해 지옥철에 몸을 실었다. 그러니 어찌 시간을 도둑 맞은 마을 사람에 나를 대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독서를 마치고 심호흡을 내뱉은 뒤 조급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것을 나 자신에게 다그친다고 해서 더 잘 알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시간에 배운 내용이나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이제 모모는 깨닫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으면,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파멸에 이르는 그런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 p.290

 

또한, 시간 도둑은 이기적으로 행동하다 파국을 맞이했다. 조급한 마음은 사람을 이기적으로 만든다. 배려 없이 나만을 위해 살고 행동하면 남는 게 무엇일까. 시간에 쫓기면서 마음 괴롭게 남긴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병을 만들 뿐이다.

 

마음 한 칸에 모모를 위한 방을 만들어 두고 지칠 때나 힘들 때 방문하는 상상은 어떨까. 이 책이 떠오르면서 잃어가던 마음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가짐으로 매일 살아가는 중이다. 더 나아가 누군가에게 모모 같은 존재까지 된다면 내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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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블록체인
윤진 지음, 이솔 그림 / 웨일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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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시장이 미쳐 날뛰고 있다. ‘너무 비싼 거 아니야?’라고 할 때 들어가거나 그래도 너무 비싼 거 아니야?’라고 할 때 들어가거나 언제까지 오르진 않겠지.’라고 할 때 들어갔어야 했다. 혹은 저번 폭락장 때 역시 거품이었군.’이라며 팔짱 끼고 안심할 때 들어갔어야 했다. 아무튼, 코인 시장은 마법의 콩나무 마냥 하늘을 뚫으러 가는 중이다.

 

쫄보인 나는 코인장이 그렇게 화려하더라도 투자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암호화폐의 핵심인 블록체인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코인의 가치가 무엇인지도 알 수가 없다. 투자의 척도가 없다 보니 섣불리 들어가는 것이 망설여진다. 주식마저 우량주와 인덱스 ETF로 구성하고, 위험 자산과 안전자산을 70:30으로 맞춘 내가 어찌 코인을 투자하겠는가. 그냥 허튼 욕심 접고 차근차근 블록체인을 알아가는 게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모르는 개념을 처음 접근한다면 내용이 쉬워야 공부를 지속할 동기가 유지된다. 내 수준에는 만화로 보는 블록체인이 가장 알맞았다. 개념과 과정을 웹툰으로 소개해주고, 어려운 용어나 특정 인물 등 컷으로 표현 불가능한 부분은 따로 글을 정리해두었다. 나 같은 초보자가 접근하기에 최적의 책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지만, 내 나름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블록체인

 

어떤 자료가 하나 있다면 조작이 매우 쉽다. 조작된 내용은 주인이 썼는지, 타인이 썼는지 알기도 어렵다. 하지만 원본을 가진 사람이 많이 늘어난다면 자료 하나의 조작으로는 누군가를 속일 수 없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원본을 블록으로 만들어 수많은 이용자에게 전한다. 새로운 자료가 블록으로 등장하면 둘 사이를 잇는 암호화된 체인이 걸리는데, 이 암호를 풀면 보상으로 코인을 받는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은 이런 식으로 거래장부 암호를 해독하면 얻게 되고, 이 과정을 채굴이라고 표현한다. 비트코인은 총 2,100만 개까지만 채굴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는 암호를 하나 풀 때마다 12.5개를 받았으나, 최근에는 너무 많이 풀려 반으로 줄어들었다.

 

블록체인의 또 다른 장점은 시스템 유지가 거의 영원불멸이라는 것이다. 블록체인 이용자들은 채굴하는 동안 컴퓨터를 켜놓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이용자의 컴퓨터가 동작하는 한 블록체인 시스템은 막을 내리지 않는다. 지구종말 급으로 전력이 끊겨 마지막 단 하나의 컴퓨터가 종료될 때까지 말이다.

 

용어

 

코인을 얻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위에서 언급한 암호 푸는 방식은 PoW라고 한다. Proof of work의 약자로, 작업 증명이라는 뜻이다. 모든 채굴 코인은 PoW 방식이다. 암호에는 해시라는 값이 할당된다. 해시는 무의미한 문자와 숫자 조합의 나열이어서 인간의 속도로는 풀 수가 없다. 그 때문에 채굴기라는 프로그램을 무한정 돌려 암호가 풀리기를 기다린다. 해시값을 맞추면 암호가 풀리면서 코인이 지급된다. 채굴된 양에 비례해서 난도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지사.

 

PoS(Proof of Stake, 지분 증명) 방식은 코인 보유량에 따라 블록 생산자가 될 확률을 조정한다는데, 사실 뭔 소린지 잘 모르겠다. 블록 생산자의 이점이 뭘까? 나중에 다른 책을 통해서 공부해야 할 내용인 듯하다. PoI(Proof of Importance, 중요도 증명)블록체인에 블록을 추가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시스템(p.153)’이며 코인 사용량, 보유량 등 여러 변수로 블록체인 기여도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것 역시 잘 모르겠다. PoSPoIPoW에 비해 직관적이지가 않아서 이 책으로는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냥 이런 게 있다는 내용만 알고 넘어가야겠다.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이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개념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관심도 없었고, 찾아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문외한인 내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개발자 교육 때문이었다(코인 투자에는 아직도 관심이 1도 없다.).

 

강사님이 말씀하시길, JAVA가 처음 나왔을 때 기존 개발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고 한다. 유용한 거 같긴 한데, 당시의 하드웨어로는 생산성이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내 기억으로 2002년에 구매한 삼성 컴퓨터 하드 용량은 약 40MB였다. 이런 상황이니 운영 체제 위에 설치한 가상 머신에서 돌아가는 JAVA가 힘을 내기란 힘들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하드웨어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JAVA는 국민 프로그래밍 언어가 되었다.

 

블록체인을 말하는데 JAVA가 왜 나오느냐.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은 아주 혁신적인 반면, 그것을 이용하는 하드웨어는 비실비실하다. 그래픽카드 대란 사태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concept가 확실하면 하드웨어는 언젠가 따라오게 되어 있다. JAVA처럼 말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흔해지기 전에 미리 공부하고 알아두면 블록체인 시대가 도래했을 때 도태되지 않을 수 있다.

 

단순히 코인 대박을 노리는 게 아니라, 그 코인에 확실한 가치를 부여하여 안정성을 찾기 위해서 블록체인을 공부해야 한다. 블록체인 개념을 모르면 코인 투자가 성립되질 않는다.

 

비록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블록체인 공부에 물꼬를 튼 셈이다. 대세가 되어가는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일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5점 만점에 5점을 줘도 되지 않을까? 몇 번 더 읽어 보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야지.

 

P.S. - 더 쉽게 읽으려고 Why 시리즈 『암호화폐와 블록체인도 구매했다. 그래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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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게 생존하기 - 거짓과 기만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헛소리 까발리기의 기술
칼 벅스트롬.제빈 웨스트 지음, 박선령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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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통계학 서적을 읽은 이유는 데이터 분석 공부를 하면서 해석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프란 우리가 정리된 데이터를 쉽게 보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그만큼 해석의 오류를 범하기도 쉽고, 잘못된 데이터 해석은 잘못된 결과를 가져온다. 차후 내가 관련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부하는 동안에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는 눈이 필요했다.

 

이어서 읽은 똑똑하게 생존하기역시 같은 맥락에서 집은 책이다. 데이터 해석 오류는 지금과 같은 데이터 홍수 시대에 만연해 있다. 인위적이든 실수이든 데이터 해석 오류는 헛소리를 생산하는 계기가 된다. 가령, 불과 얼마 전에 불가리스 사건이 벌어졌다. 다행히 코로나는 심각한 사안이라 질병청이 발 빠르게 반박하여 헛소리가 널리 퍼지지 않았다. 이는 작은 해프닝일 뿐이다. 웹서핑을 하다 보면 별의별 헛소리를 목격하며 머리가 띵-해진다. 저자들은 이런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제대로된 정보를 파악하여 대응하는 방식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에도 좋은 책이지만, 나는 혹여나 내가 데이터를 공부면서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실수 쪽에 좀 더 집중했다. 이 부분들은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실생활에서 헛소리를 구분하는 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헛소리의 세계

 

애매모호한 표현이라는 헛소리의 중요한 한 장르는 자기가 한 말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문자적 의미와 함의의 차이를 이용한다. -p.31

 

인터넷에는 양질의 정보가 가득하다. 그만큼 헛소리 또한 사방에 널려 있다. 헛소리의 문제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자극적이며, 수습할 시간도 없이 삽시간에 퍼져나간다는 점이다.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면 근거 없는 주장이나 악의적으로 편집한 글도 곧잘 목격한다. 소셜 미디어가 절정에 달한 지금은 전파의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공유하기 버튼은 우리를 친절한 헛소리 운반책으로 삼는다. 수습하려고 들 때는 이미 늦었다. 모두 진실 여부에는 관심이 없고, 다음 헛소리를 기다리거나 운반한다. 이를 두고 저자들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명문장을 인용한다. “거짓말은 날아가고 진실은 절뚝거리며 그 뒤를 따라간다.”

 

헛소리는 거짓말의 일종으로, 상대방을 호도해 진실로 믿게 만들면서 발언자는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는 언행이다. ‘내가 엄밀히 따졌을 때 사실이 아닌 말을 해서 상대방이 잘못된 결론을 내리도록 의도적으로 유도한다면 그게 바로 호도다(p.28)’ 여기에 함의를 차이를 이용해 책임 소재를 없앤다. ‘함의는 사람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한 뒤 나중에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대거 안겨준다(p.30).’

 

도대체 헛소리를 왜 하는 걸까? 기업이나 정치권에서는 대부분 의도가 명확하다. 그들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 역시 마찬가지지만, 그보다 친숙한 이유는 상대에게 눈에 띄는 자신의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가벼운 예로, ‘17 1의 전설이나 군대 무용담’, ‘여행 모험담같은 것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방에게 원하는 인상을 주고자 할 때는 그 얘기가 꼭 사실일 필요가 없다. 말하는 본인도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당신이 하는 얘기는 흥미롭거나 인상적이거나 매력적이어야 한다(p.33).’ 혹은 자극적이거나.

 

헛소리 세계인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 그 세계에 일조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헛소리를 파헤치고 까발리는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 헛소리

 

2가지가 서로 연관성이 있으면 그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유발한다고 추론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 p.98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는 자주 헷갈리는 개념이다. 우리의 뇌는 어떤 패턴을 발견하면 곧이곧대로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연관성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상관관계인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상관관계 역시 인과관계가 되려면 거칠 과정이 많다.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내포하지 않는 건 진리다. 전자를 보여주는 데이터에서 후자에 대한 가정으로 경솔하게 도약해서는 안 된다(p.104).’

 

미국의 한 조사에서 대학생들의 맥주 섭취량을 조사했다. 여성과 남성 모두 맥주가 제공되는 병의 크기가 커질수록 마시는 맥주의 양이 늘어났다. 연구원들은 병의 크기가 맥주 섭취량 증가의 원인이라고 발표했고, 이를 근거 삼아 학생들이 술을 적게 마시도록 피처를 금지해야 한다라는 규범적 주장도 등장했다. 그러나 맥주병의 크기와 섭취량은 상관관계였을 뿐, 인과관계가 아니었다. 단순히 맥주를 많이 마시고 싶은 사람이 큰 병에 든 맥주를 주문한 것이었다(p.116).

 

책에서 비판하는 또 다른 예는 나에게 조금 충격적이었다. 모두가 아는 유명한 실험인 마시멜로 이야기이다. 4살 아이에게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15분간 참으면 하나를 더 준다는 만족지연 실험이었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만족지연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 더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였다. 마시멜로 실험은 어릴 때의 만족지연 능력이 추후 학업 및 직업에서 높은 성취도를 이룬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저자들은 만족지연 능력이 이후 성공을 야기한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한 연구팀이 표본을 늘려 마시멜로 연구를 복제하려고 했으나 원본 연구의 결과는 일부만 발견되었고, 만족지연 능력과 학업 성취도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듯한 요인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였다(p.120).’

 

, 잘 사는 집 아이들은 안정감을 많이 느끼고 어른에 대해 높은 신뢰가 있으므로 지시하는 바를 잘 따랐고, 마시멜로 역시 자주 맛보았을 테니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을 터였다. 학업 성취를 알 수 있는 청소년기에는 특히 부모의 부가 큰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만족을 늦추는 능력과 학업 성취는 모두 부모가 가진 부의 결과물인 것이다(p.121).’ 유명한 실험이라고 해서 완벽한 것이 아니다. 다른 어떤 실험도 뒤늦게 헛소리로 판명될 수 있다.

 

위 두 가지 예는 해석의 실수에 기인한 것이지 악의는 없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상관관계를 허위로 속여 악용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타일러 비겐이라는 작가는 재밌는 사례로 증기에 의한 살인 사건미스 아메리카의 나이를 비교했다. 두 그래프는 아주 비슷한 흐름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이것은 인위적으로 편집한 결과물이다. 기간을 늘리면 둘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음이 증명된다. 이런 식으로 허위 상관관계를 만들어 우리를 농락할 수도 있다. 무섭지 않은가. 당하지 않으려면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눈과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데이터 시각화 헛소리

 

정확한 데이터를 사용하더라도 디자이너는 그 데이터가 주는 느낌을 조작할 수 있다. - p.233

 

나는 데이터 시각화에도 관심이 많다. 분석한 결과가 보기도 좋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헛소리가 들어올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았다. 데이터 시각화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어서 충분히 조작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속이지 않고서라도 말이다.

 

미학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그래픽은 눈길을 끄는 장식이 아니라 데이터가 중심이 돼야 한다. 이 원칙에 위배되는 그래프를 오리라고 한다(p.236).’ ‘오리는 우리의 시야를 빼앗아 데이터 해석을 대충하게 만든다. 데이터가 정확하더라도 그래프의 길이 차를 크게 만들면 유의미하지 않은 차이도 유의미하게 보일 수 있다. 아니면 의미 없이 디자인을 사용하여 명료성을 제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벤다이어그램을 차용했어도 겹치는 부위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왜 그런지 설명되지 않는다면 속 빈 강정인 시각화다. 보기에 예쁘다고 떡 모양 점토를 먹을 수는 없다.

 

혹은 축의 크기를 이용해 그래픽을 조작할 수 있다. 스티븐 헤이워드라는 사람이 지구 온난화 증거가 없다며 하나의 그래프를 게시했다. 지구의 평균 온도 변화 그래프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아주 미세한 온도 변화로, 지구 온난화는 음모론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지구의 평균 온도는 주식 차트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다. , Y축의 범위를 좁혀야 정상적인 지구의 평균 온도 변화를 알 수 있다.

 

X축을 조작해서 우리를 호도할 수도 있다. 간단한 방법으로, 누군가 주식 차트를 보여주면서 작년 3월만 보여줬다고 하자. 그러면 주식은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진입하기 꺼려진다. 그러나 10년 치를 본다면 아마 그런 걱정은 사그라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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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만 정리했다. 물론 이 정도로 헛소리에 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 헛소리하기는 쉽지만 반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헛소리하는 사람은 증거나 논리, 사실관계 따위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저지르면 그만이다. 반면, 반박하는 사람은 그에 반하는 증거들을 일일이 수집하고 분석하고 정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헛소리에 대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도 나에게 직접적으로 해가 되는 헛소리는 상대해야 하므로 헛소리 알아채기 연습은 꼭 필요하다. 책의 후반부에 헛소리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질의 절차를 소개한다. 헛소리 같은 것을 발견했을 때 참고하면 좋겠다.

 

아주 간단한 진단 방법으로 저자들은 이 원칙을 제시한다.

 

어떤 주장이 너무 좋거나 나빠서 도저히 사실일 것 같지 않다면 아마 그 생각이 맞을 것이다. - p.391

 

이 원칙을 기본으로 헛소리에 대응하자. 생각 없이 살다간 헛소리에 당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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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ilda (Paperback, 미국판) - 뮤지컬 <마틸다> 원서 Roald Dahl 대표작시리즈 4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 Puffin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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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기 시작해서 절반 읽고 멈췄다. 컴활 공부를 이유로 독서를 미루고 미루면서 책장에 꽂아만 뒀다가 올해 3월에 다시 읽기 시작했다. 워낙 영어 독해 실력이 구려서 한글 책처럼 장시간 붙잡고 있지는 못했다. 대신 한 챕터 혹은 반 챕터를 목표로 잡고 매일 읽는 쪽으로 진행했다. 드디어 오늘 1년여 간의 마주함에 마침표를 찍었다.

 

로알드 달의 소설들은 재밌고 쉬워서 영어 독학하는 사람에게 자주 추천되는 책들이다. 나는 그 덕을 여실히 보고 있다. 느려 터지고 모르는 단어 찾아가며 천천히 해석하는 게 여간 피로한 일이 아니지만, 다음 내용이 궁금해 독서를 지속하게 된다.

 

Matilda는 비범하고 선량한 '마틸다 웜우드'의 성장기다. 카센터에서 고객을 속이며 버는 돈을 자랑하는 'Mr. Wormwood'씨와 가사는 내팽겨둔 채 매일 저녁까지 사교 모임에 나가 빙고 게임을 하는 'Mrs. wormwood'씨 사이에서 남매가 태어났다. 첫째는 Mike로 평범하며 공부에 관심이 없는 남자아이다.

 

반면, 동생인 Matilda는 비범한 여자아이였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눈을 떴고 말을 하며 걸어다녔다. 호기심이 너무나 왕성했지만 집에는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책 따위가 없었다. Matilda는 엄마의 잡지를 보면서 글자를 익혔고, 네 살에는 스스로 도서관까지 걸어가 책들을 섭렵했다. 사서가 소개해준 유아 도서를 모두 읽은 후에는 두꺼운 어른 도서로 눈을 돌렸다. 아이의 똑똑함에 놀란 사서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소개해주고 Matilda는 매일 도서관을 다니면서 독서에 흠뻑 빠졌다. 그러다 사서가 대여 방법을 알려주자 그녀는 집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빠는 딸의 그런 행동이 마음에 안 들었다. 남아선호사상에 찌든 아빠는 멍청한 아들에게 가업(차를 속여 파는 일)을 물려주려고 하면서 계산법을 알려주지만, 대답은 딸이 한다. 우연이라고 생각해 여러 복잡한 계산을 요구해도 우리의 Matilda는 척척 대답해냈다. 그는 딸의 방에서 도서관 책을 발견하고는 내다버리면서 두 번 다시 책을 못 보게 만들었다.

 

화가난 Matilda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잔꾀를 써서 아빠를 골렸다. 그가 아끼는 모자에 몰래 초강력 본드를 칠해둔 것이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아빠는 여느 때처럼 모자를 쓰고 나갔고, 하루종일 벗지 못해 애를 먹었다. 집에 와서 엄마의 도움으로 벗어보려 하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붙은 부위를 제외한 나머지 모자를 가위로 잘라냈다. 후에 친구의 앵무새를 빌려 유령인 듯 속여 가족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아빠의 샴푸에 염색약을 넣어두는 일화도 있었다.

 

시간이 흘러 Matilda는 학교에 입학했다. 그곳의 여교장은 Trunchbull이라는 사람으로, 덩치가 거대하고 녹색 반바지에 거대한 셔츠를 입고 그 위에 벨트를 차고 있었다. 학교의 위압적인 독재자였다. 그녀는 아이들을 혐오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Amanda의 양갈래로 땋은 머리는 Miss Trunchbull이 싫어하는 머리였다. 여교장은 Amanda의 양갈래 머리를 잡고 투포환 하듯 빙글빙글 돌려 공중에 날려보냈다. 다행이 부드러운 잔디 위에 착지하여 다치지는 않았지만, 무시무시한 행동이었다. Bruce라는 뚱뚱한 소년에게는 자기 케이크 조각을 훔쳐 먹었다는 혐의를 씌우면서 거대한 초콜릿 케이크를 혼자서 다 먹도록 강요했다. 이 역시 다행히도 아이들의 응원 덕에 Bruce가 모든 케이크를 모두 먹어치웠다. 이런 까닭에 모든 학생들은 그녀를 혐오했다.

 

반대로 Matilda의 담임 선생인 Miss Honey는 자상하고 아름다웠다. 아이들이 쉽게 읽힐 수 있도록 구구단과 단어를 가르쳤다. 한 명 한 명 이해하려고 했고, 특히 Matilda의 비범함을 알아채 여교장에게 상급 수업으로 옮기기를 희망했다. 물론 Trunchbull이 믿을 리는 없었다.

 

어느 날, 학교에는 Trunchbull이 참관해 학생들을 테스트하는 관례가 있었다. Matilda의 절친 Lavender는 도룡뇽을 몰래 여교장의 물주전자에 담궈 놀래키려 했다. 여교장이 학생들을 테스트하며 괴롭히다가 물을 따를 때 괴생명체가 주전자에서 튀어나와 물잔에 퐁당 빠졌다. 처음 보는 생물에 놀란 Trunchbull은 범임을 색출하기 시작했고, 사기꾼을 아빠로 둔 Matilda를 의심했다. 소녀가 격하게 항의하는 순간 초능력이 발현됐다. Matilda가 물잔을 노려보자 물잔이 스스로 쏟아지면서 도룡뇽이 Trunchbull에게 쏟아진 것이다. 교실 전체가 혼비백산했고 질린 여교장은 참관 수업을 그만 끝내고 교실을 빠져나갔다.

 

Matilda는 자신의 초능력에 놀랐다. 대체 무슨 힘이었을까? 소녀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상담하기로 결정했고, Miss Honey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둘은 함께 여선생의 집으로 향했다. 가는 동안 어떤 느낌인지 대화를 나눴으나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

 

그들이 도착한 여선생의 집은 충격적이었다. 숲 속에 있는 오래된 작은 집이었고, 안에는 가구가 없었으며, 벽 마저 석회로 대충 바른 상태였다. 거기서 MatildaMiss Honey의 과거사를 듣게 된다. 그녀가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의사인 아버지는 바쁜 탓에 그녀를 제대로 돌볼 수 없어서 이모를 집에 들였다. 얼마 후 아버지는 의문사했다.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해 자살로 결론 났지만, Miss Honey는 이모가 집을 빼앗기 위해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했다. 결국 집은 이모에게 넘어갔고, 그 아래에서 Miss Honey는 노예처럼 살았다.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 공부한 끝에 교사가 되었지만, 이모는 그녀에게 조금의 돈을 제외한 채 모든 봉급을 자신에게 보낼 것을 강요했다. 그런 와중에 Honey는 지금의 집을 발견해 계약했고, 큰 용기를 내어 독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월급은 거의 이모에게 돌아갔으므로 Honey는 가난하게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이모는 충격적이게도…….

 

이후의 내용은 소설의 마무리 단계여서 반전도 나오고, Matilda의 획기적인 능력 사용도 나오므로 개별적으로 찾아보길 희망한다. 평소라면 오늘도 한 챕터만 읽고 넘겼을 테지만, Matilda의 계획이 재밌어서 끝까지 읽었다. 아마 모두에게 재밌는 내용이리라.

 

사실 줄거리를 쭈욱 읊었지만, 영어 독해 능력이 워낙 부족해서 제대로 읽었는지 모르겠다. 맥락은 이해한 거 같은데, 아마 세세한 문장은 잘못 해석한 부분이 많지 않을까 여겨진다. 그래도 가끔 아는 단어들과 구조로 나오는 문장은 두 번 읽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자동 해석된다. 몇 번을 겪어도 신기한 과정이다.

 

개인적으로 영어는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읽기'이다. 공부는 필요성을 느껴야 더욱 능동적으로 하게 되고, 읽기는 당장 나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대체로 필요한 정보는 영어로 된 글이 많으니까. 나머지 셋은 당장 사용할 일이 없다. 그러니 아무리 노력해봐도 금세 질리고 유지되질 않는다. 영어 읽기부터 연습하면서 문장 낭독과 친숙해진다면 다른 부분 공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원서 읽기가 가장 마음 편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지만.

 

아무튼, 이렇게 한 권을 읽었으니 자신감이 붙는다. 내일부터는 또 다른 원서를 읽어야지. 참으로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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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통계학
찰스 윌런 지음, 김명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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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딩 시절 수학을 내버린 나는 확률과 통계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고 이해하지도 못했다. 데이터 분석 공부를 하면서 통계를 읽는 눈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더 늦기 전에 경각심을 가지고 책장을 살폈다. 마침 2년 전에 누군가의 추천으로 구매했던 찰스 윌런의 벌거벗은 통계학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 한 권으로 통계적 시선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기초 지식은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읽었다.

 

아니나 다를까, 읽을수록 늪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교과서보다는 친절하지만, 지식이 조금도 없는 나에게는 그래도 어려운 내용이었다. 처음 몇 가지를 빼면 머릿속에 혼선이 빚어졌다.

 

정규분포나 중앙값과 평균값의 차이점, 독립시행을 패턴으로 인식하는 오류, 확률은 낮지만 일어나면 후폭풍이 큰 블랙스완, 쓰레기를 입력하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GIGO에 의거해 근거가 되는 데이터가 잘못되었다면 통계 역시 잘못된 결과를 불러온다는 내용까지는 다른 책 등에서 읽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학적 용어가 나오면 이해력이 급감했다. 모집단과 표본, 표준편차, 표준오차, 신뢰 구간, p-, 귀무가설, 대안가설 등등. 아무래도 한 번만 읽어서는 무리가 있었다. 이번 감상문은 책을 소개하거나 정리한다기보다 다음에 한 번 더 읽을 결의를 다지는 용으로 삼아야겠다.

 

곧 빅데이터 분석 교육을 받으니 그 전에 다시 읽어보도록 하자. 공부할 때는 아마도 읽을 시간이 부족할 테니, 미리미리 읽어둬야겠다. 아아, 쉬운데 이해를 못하다니. 이럴 때마다 수포자로 살았던 지난날이 너무나 후회된다.

 

여담으로 이것 때문에 확률과 통계참고서를 구매했다. 개념부터 다시 익힐 생각으로. 지금까지 공부할 생각이 1도 없었던 수학 공부를 다시 하게 만들었으니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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