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의 힘 - 운동은 어떻게 행복과 희망, 친밀감과 용기를 찾도록 돕는가
켈리 맥고니걸 지음, 박미경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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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돌이다. 움직이는 것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한다. 해도 안 보고 컴퓨터 앞에만 있다 보니 절로 우울이 패시브로 달릴 지경이었다. 최근 여러 모로 몸이 안 좋아져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간단히 걷기부터 시작했다. 걷고 오면 지치긴 해도 기분이 나아졌다. 이러다 보니 예전에 사두었던 켈리 맥고니걸의 『움직임의 힘』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전작도 재밌게 읽었던 터라 기대감을 가지고 독서했다.


주변이나 인터넷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긍정적인 부류가 많다. 나로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푸시업만 몇 개해도 힘들기만 하지 전혀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와 다르게 그들은 왜 즐거워하는 걸까?


책에 따르면 우리가 운동을 할 때 ‘엔도르핀’과 더불어 ‘엔도카나비노이드(endocannabinoids)’라는 뇌 화학 물질이 분출된다고 한다. 엔도카나비노이드는 걱정이나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고, 통증이 가라앉고, 시간이 느리게 가고, 감각이 고조(p.33)되는 ‘대마초’의 효능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이 화학 물질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유발하는데, 너무 가볍거나 너무 힘든 운동의 경우에는 변화가 없지만, 중간 강도로 움직일 경우에는 수치가 배로 늘어난다. 즉, 달려야만 ‘러너스 하이’를 느끼는 게 아니라 적당히 힘든 일을 20분 이상 꾸준히 수행하기만 하면(p.36) 되는 끈질긴 노력 끝에 맛보는 짜릿함이다.


또한, 근육에서 생성되어 신체 활동 중에 혈액으로 분비되는 단백질인 ‘마이오카인(myokines)’은 신체의 모든 조직에 영향일 미친다. 마이오카인의 종류는 여러 가지인데, 어떤 것은 뇌의 염증을 줄이고, 다른 것은 신경독성 화학 물질을 분해하기도 한다. 근육 수축과 관련된 움직임, 즉 모든 움직임이 유익한 마이오카인을 분비하며 희망은 바로 근육에서 시작될 수 있다(p.258).


그러나 운동을 습관화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매일 1만 보 걷기’를 계획했지만, 벌써 여러 번 빼먹었다. 날도 덥고, 다리고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습관이 되지 않으니 이러저러한 핑계를 잘 만들어낸다. 이것이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운동 습관을 들이는 데 필요한 최소 ‘노출’ 시간이 주 4회씩 6주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p.64). 게다가 습관 형성에는 작은 성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차근차근 걷는 일수를 늘려가고 있다.


앞서 운동을 하면 긍정적인 기분을 느낀다고 했는데,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우울해질까? 어느 한 실험에서는 활동적인 성인에게 일정 기간 행동에 제약을 걸었더니 불안해하고 짜증의 빈도가 높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하루 평균 5,649보만 걸으면 불안과 우울증이 생기고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p.30). 엔도카나비노이드를 강제로 차단한 실험에서는 러너스 하이의 혜택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다양한 연구에서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운동을 하루라도 거르면 불안과 짜증이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운동을 3일간 못 하면 우울 증상이 나타나고, 1주일간 못 하면 심각한 기분 장애와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다(p.59). 


개인적으로 나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걷기와 더불어 풀업을 매일 하고 있었는데, 어깨 통증이 심화되면서 그만두었다. 개수가 차차 늘어 재미를 느끼던 차에 이렇게 되니 급작스럽게 운동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연쇄작용으로 공부도 하기 싫고, 걷기도 귀찮아졌다. 물론 이유가 이것 뿐이진 않겠지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확신한다.


쓰다 보니 이럴수록 더욱 걷기를 빼먹지 말아야겠다. 우울함을 강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웬만하면 1만 보를 채워 걷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5,649보 이상은 걸어야 한다. (고백하건대, 사실 오늘 빼먹으려고 했다. 저녁에라도 걷고 와야지.)


켈리 맥고니걸의 다른 저서인 『스트레스의 힘』도 재밌게 읽었는데, 맥락이 이어진다. 해당 책에서 ‘적당한 스트레스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운동 역시 적당한 강도로 진행해야 엔도카니비노이드가 분출되면서 긍정적인 기분을 이어갈 수 있다.


구체적인 목표가 없어 허우적거렸는데, 그 목표가 생길 때까지는 매일매일 ‘1만 보 걷기’를 목표로 삼아야겠다. 기분이 저하될 때는 운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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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방구석 미술관 1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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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싫어하게 된 때를 떠올려 본다. 학창 시절,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그랬는데, 준비물을 안 가져오거나 수행평가 그림을 제때 완성하지 않으면 매를 맞았다. 주어진 시간도 짧았다. 나는 손도 느리고 예술 감각도 없어서 채색은 커녕 밑그림을 벗어난 적도 손에 꼽았다. 그러니 자주 맞았고, 재미는 잃었다. 그렇게 미술은 학창시절 내내 혐오스러운 주제로 남았다.


성인이 된 후 혐오감은 옅어졌지만, 주체적으로 찾지는 않았다. 가끔 회화가 취미인 친구의 전시회 구경 제안이 오면 보러 가는 정도? 최근 ‘초현실주의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다시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진 못해도 감상은 생각보다 즐거운 영역이었다. 흥미가 생긴 김에 책 쇼핑하면서 『방구석 미술관』을 구매해 읽었다.


14개의 챕터 중 들어본 예술가보다 모르는 예술가가 더 많았다. 또한, 들어봤거나 작품을 본 적이 있다 하더라도 깊이 생각해 본 작가는 하나도 없었다. 그냥 누구의 작품이구나, 하는 정도. 그러나 만물에는 존재의 이유가 있듯, 각 작품에도 작가가 왜 그러한 작품을 남겼는지 이유가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중에는 유독 노란색 계열이 많다. 이전에는 단순히 노란색을 좋아했다고 여겼다. 작가 중에는 무언가 하나에 꽂혀 그것만 주구장창 파고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것의 원인이 ‘압생트’라는 술일 줄은 몰랐다. 당시의 ‘압생트’는 매우 독한 술이며 과하게 마셨을 시 환각 증세를 유발했다고 한다. 고흐는 그 술의 중독자였다. 압생트에 취한 고흐에게 세상은 강렬한 노란색으로 보였으며, 더욱 강렬한 노란색을 찾기 위해 또다시 압생트를 찾았다. 그러한 악순환은 환청으로 발전해 자신의 귀까지 자르기에 이르렀다. 지독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덕분에 〈해바라기〉 같은 아름다운 작품을 볼 수 있으니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표현주의, 야수주의,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그리고 초현실주의로 넘어가는 길목을 훑으면서 미술사를 보는 내 눈이 새롭게 반짝였다. 예전에는 ‘뭐 이딴 그림을 그림이라고 그렸어?’라는 시선으로 감상했다. 내가 볼 때는 하나 같이 두루뭉술하고 제멋대로인 게 다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주의’는 전 시대에 대한 신인 예술가의 몸부림이었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전까지의 서양 미술계는 사실적이고 경외감 넘치는 구도로만 회화를 대해야 했다. 원근감이 중요했고, 신화나 진리를 찬양하는 내용을 주된 주제로 삼았다. 하나의 이념이 고착화되어 다른 이념을 억누르기 시작하면, 그 속에서는 반항의 씨앗이 발아하기 마련이다. 점진적으로 회화 기법은 개인을 중심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에드가 드가의 경우, 아름다운 발레리나 그림을 많이 그렸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돈을 벌기 위해 혹독한 연습 속으로 제 몸을 던지고, 부유층 남성의 후원을 받으려는 불쌍한 소녀들이다. 칸딘스키는 장면을 포착하기 보다 내면의 감정을 포착해 그리려고 애썼다. 뒤샹은 생활 물품을 통해 지식인의 아는 ‘척’을 비웃었다. 이들이 그러한 작품을 남긴 이유를 알게 되니 작품들이 다르게 보였다. 여전히 감탄사가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막말이 나오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작품은 관객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아무리 고심했어도 관객이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작가의 잘못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의 무감각이 무지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니 생각이 바뀌었다. 관객 또한 작품이 의미 없다 비판하기 전에 작가의 고심을 한 번 알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것이 작품을 통한 작가와 관객의 소통이 아닌가. 아주 새까맣게 잊었던 사실을 상기한 기분이다.

미술 전문가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이 책처럼 흐름 정도만 알면 될 일이다. 관심이 생기고 구미가 당기면 알아서 깊이 파고 드는 게 사람이니까.


훗날 마음 끌리는 전시회가 열리면 적극적으로 관람해야겠다. 어쩌면 나도 그림 끄적거리는 날이 올지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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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로그 100일 완성 IT 지식 -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통신, 데이터, 4가지 IT 근육으로 디지털 문해력 기르기
브라이언 W. 커니핸 지음, 하성창 옮김 / 인사이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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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길었던 독서였다. 52일 동안 이 책에 갇혀 지냈다. 제목이 ‘100일 완성’이니 절반 시간만에 완독한 내가 결코 느린 속도는 아니지만, 괴로움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다른 책들이 어찌나 재미있어 보이던지…….


물론 이 책도 처음에는 흥미로웠다. 순수 문과생에서 개발자로 전환하려고 하면서 내게 부족한 CS(Computer Science) 지식을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읽기 시작했다. 기초적인 지식부터 시작해 아는 내용이 나오니 친근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대부분 아는 내용이다 보니 재미가 떨어졌다. 여기에는 그간 공부한 《정보처리산업기사》 탓이 컸다. 수험서로 본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좋게 생각하면 이런 공부하는 사람에게 보조 서적으로 도움이 될 것도 같다.


너무 오랜 기간 걸쳐 읽은 탓에 내용이 가물가물하지만, 기억에 남은 내용은 개인 보안과 프라이버시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가 SNS 등을 무료로 이용한다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용의 대가로 개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SNS 기업에 제공된 개인 정보는 타깃 광고나 그런 류의 기업에 재판매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등은 지금의 시대에 주요한 화두 중 하나다. 내가 SNS를 최소한으로 이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도 엄청 뿌리고 다녔겠지만. 앞으로 좀 조심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IT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기본적은 교양을 쌓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가볍게 읽지는 못하겠지만, 제목대로 하루 1개의 소챕터씩 100일에 걸쳐 읽으면 부담스럽지는 않을 듯하다. 물론 나처럼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겠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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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생각보다 자소서를 잘 쓴다 - 자소서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모든 취준생들에게
인싸담당자 제이콥 지음 / 주식회사 디3(Mind3)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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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과 졸업생이면서 글을 더럽게 못 쓰는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나 자신이다. 그래서 ‘소설가’라는 꿈을 접었다. 이제 더는 내 인생에 글쓰기가 나를 옥죌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일종의 프리랜서 지망을 포기했으니 자연스럽게 취준생으로 위치가 바뀌었고, 다시금 글쓰기 능력을 열렬히 요구당했다.


다름 아닌 ‘자소서’다. ‘이런 글 하나 못 쓰겠냐’며 자신만만했던 처음의 기세는 작성 시작 5분만에 돌아가셨고, 곧장 ‘자소서’를 떠올리기만 하면 괴로운 단계에 이르렀다. 꽤 오래 괴로워하던 차에 ‘인싸담당자 제이콥’님의 무료 온라인 강의를 참여하게 되었다. 3일 간의 강의에 감명받아 그의 저서 『너는 생각보다 자소서를 잘 쓴다』까지 구매했다.


자소서는 ‘나를 소개하는 글’이지만, 단순히 ‘나 이런 사람이에요!’로 끝나서는 안 된다. 기업은 명확한 근거를 선호하기 때문에, 자소서도 ‘○○한 경험을 통해 키운 △△ 역량으로 기업에게 이익을 안기겠다’는 확실한 근거가 담겨야 한다. 그렇기에 자소서를 쓰기 전,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 책에서 소개하는 3가지, ‘경험분해’, ‘역량사전’, ‘직무분석’으로 내 경험을 직무에 맞게끔 근거화해야 한다.


3가지는 상호보완적이다. ‘경험분해’를 통해 상황과 행동을 구분한다. ‘역량사전’에서는 어떤 행동이 어떤 역량을 의미하는지 찾아 ‘경험분해’의 해당 행동에 매칭한다. ‘직무분석’을 통해 A직무에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역시 ‘역량사전’에서 찾아 매칭한다. 가령, A직무에 B역량이 필요하고, C경험이 B역량을 활용했다면, ‘C험을 통해 키운 B역량은 A직무와 잘 맞는다’는 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


‘경험분해 테이블’이나 ‘직무분석 테이블’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띵-해진다. 매우 귀찮은 작업임을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자소서 하나 쓰는 데 이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저자가 위의 3가지를 핵심 도구로 삼은 이유는 자소서 쓰는 시간을 아끼기 위함이다. 미리 정리해 두었으니 자소서 쓸 일이 있을 때 해당 직무, 역량, 경험을 곧장 가져다 쓰면 된다. 미래의 시간 절약을 위해 한 번은 고생할 만한 것 같다.


‘경험분해’, ‘직무분석’의 기본 틀과 ‘역량사전’은 <OZIC>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작성 방법은 유튜브 채널 〈인싸담당자〉에 있다.


나머지 내용은 자소서 문항별 템플릿이다. 구직자의 유형별, 예를 들면, 유사 경험이 없을 때와 있을 때, 유사 경험은 없는데 시간은 있을 때 ‘지원동기’ 작성법 등 구체적인 작성 예시를 제공한다. 특정 문항을 작성할 때 흔히 하는 실수/착각(분명 내 걸 보여준 적이 없는데 들킨 기분)도 지적해줘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역량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실은 팀워크였음을 새로 알았다.


이 책을 읽고 실천한다고 해서 내 자소서 합격률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 워낙 이력서가 개판이라 ㅋㅋㅋ 그래도 자소서에 대한 막막함은 사라졌다. 드럽게 글을 못 쓰는 나지만, 템플릿을 따라가면 얼추 쓸 수 있을지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혔다. 그런 점에서 꽤나 성공적인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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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함의 심리학 - 지루함이 주는 놀라운 삶의 변화
제임스 댄커트.존 D. 이스트우드 지음, 최이현 옮김 / 비잉(Being)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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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내게 괴로운 시간이었다. 충동을 이기지 못해 게임에 손댔던 날 이후로 스케쥴 관리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늘 하던 공부에 염증을 느끼고, 아무것도 안 하자니 마음 한 구석이 불안했다. 도피 차원에서 게임을 했지만, 종료하면 불쾌감이 몰려왔다. PDS를 정리하며 하루를 되돌아볼 때마다 우울함이 짙어 졌다. 어제는 27시간 동안 깨어 있다 잠들기까지 했다.


나는 예전처럼 그냥 우울한 시기의 도래로 치부했다. 내 감정기복이야 워낙 고점과 저점을 자주 왕복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오래 끌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27시간 깨어 있었던 것도 의욕을 되찾으려는 시도였다. 다행히 이번 주 독서 책으로 『지루함의 심리학』을 고른 덕분에 회복이 빨랐다. 책에 의하면 나는 ‘지루함’에 갇힌 상태였다.


지루함의 현대적 정의는 ‘뭔가를 원하지만 만족스러운 활동에 참여할 수 없어서 아쉽고 불편한 마음’으로, ‘우리가 정신 능력을 발휘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서 무엇에도 몰입하지 못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p.35).’ 지루함은 다양한 동기(단순반복,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난이도, 주체성 결여, 낮은 정서 인식력 등)로 유발될 수 있는데, 이 감정 자체는 우리에게 무익 · 무해하다.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다. 지루함이라는 감정 자체는 어떤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다만, ‘고통처럼 지루함도 잠재력을 발휘할 행동이 필요하다는 중요한 신호다(p.79).’ 이 신호가 이익일지 손해일지는 전적으로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렸다.


나는 이번 주 동안 지루함의 신호에 부정적, 긍정적 반응을 모두 실행했다. 부정적 반응은 앞서 이야기한 게임, 그리고 스트리밍 방송에 정신을 쏟았다. 물론 돌아온 감정은 해소되지 않은 지루함과 불안, 불쾌 등 부정적 감정이었다. 이러한 감정들은 하나의 행동으로 싹 씻겨 나갔다.


〈노마드 코더〉의 ‘트위터 클론 코딩’을 공부하면서 나는 프로필 사진 편집 기능과 피드 내 프사 노출 기능을 구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하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이라는 생각에 손도 대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마음과 할 수 없다는 마음 사이의 괴리가 지루함을 유발한 것이다. 밤낮이 바뀌어 새벽까지 깨어 있을 때, 시도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손을 댔다. 날이 밝도록 고민하고 코딩한 결과, 내가 원했던 기능을 구현해냈다. 얼마나 몰입해 있었는지 정신 차렸을 때는 거의 8시간이 흐른 후였다. 이 뿌듯함과 만족을 경험하고 나니 지루함이 가셨다.


지루함이 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모두 돌고 나니, 그제야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 상태를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지루함에 취약한 인간’이라는 점도 새삼 알게 되었다. 나 같은 부류는 지루함을 느끼는 빈도가 잦음은 물론, 더 자주 ‘꾸물거린다.’ 계획을 실행하기까지 오래 걸린다는 말이다. 이러한 원인은 ‘의미의 부재’에서 발생한다. 계획을 짜긴 했지만, 내 삶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은 행동이라 하기 싫어 지고 금세 지루함을 느낀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앞으로도 지루함의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채 우울모드에 빠져 무의미한 행동에서 허우적댔을 것이다. 이제는 약간이나마 대응할 수 있다. 내가 어느 부분에서 지루함을 자주 느끼는지, 어떤 행동을 해야 몰입하여 지루함을 해결하는지 알게 된 까닭이다. 이런 면에서 살짝 메타인지가 상승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감탄사가 나오거나 임팩트가 강한 책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얻는 게 큰 책이다. 두껍지도 않고 어려운 용어도 없었던 덕분에 지루함에 갇혀 허우적대면서도 완독할 수 있었으니까. 책이 전한 내용을 유념하면 자기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듯하다. 이제는 지루할 때마다 우울과 무기력으로 합리화하지 말아야지. ‘지루함은 바로 행동하라는 신호(p.69)’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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