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디자인, 이렇게 하면 되나요? - HTML & CSS로 깔끔하게 구현하는 93가지 웹 디자인 레시피 이렇게 하면 되나요?
고바야시 마사유키 지음, 김모세 옮김 / 제이펍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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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쪽 기술·전문 서적은 두 번 다시 안 사기로 다짐했는데, 표지 그림이 예쁘고 제목의 노림수가 나의 폐부를 찔러 세 번 다시 구매하고 말았다. 내 웹사이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데, CSS 쪽은 잼병이라 항상 고민이 많았다. 막 여러 속성을 결합하면 ‘오오, 이걸 포토샵이 아니라 CSS로 만들 수 있다고?’라는 생각이 드는 결과물이 나오지만, 내 머리는 그런 걸 생각할 줄 몰랐다.


이러한 사정이 있어 구매하긴 했어도 기대는 크지 않았다. 일찍이 일본 서적에 여러 번 데였으니. 그런 마음가짐으로 가볍게 펼쳤다. 결과는 기대 이상! 포토샵만 된다고 생각한 기술이 CSS 코드로 적혀 있어 너무 신기했다.


나는 매번 구글에 검색해서 마음에 드는 디자인 코드만 ctrl + c, v만 했다. 내 사이트는 CSS 코드 적기가 싫어서 PostCSS 라이브러리인 Tailwind CSS로 디자인했다. 혹은 mui 같은 라이브러리를 쓰거나. 거의 대부분 해결되지만, 가끔 없는 부분이 있어 스스로 만들어야 했다. 그럴 때마다 낮은 CSS 코드 이해도는 물론, 영 감이 없는 디자인이 문제였다.


만약 나와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이 있다면, 보조 도구로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미지, 텍스트, 버튼, 레이아웃, 폼, 마지막에는 SEO 조언까지.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는 점이 아주 큰 강점이다. 필요한 디자인 및 기능이 있을 때만 그 부분을 펼쳐 참고하면 된다.


웹 디자인 고수들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초보 개발자에게는 아주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을 참고해서 내 웹사이트 UI를 좀 더 예쁘게 꾸밀 수 있을 거 같아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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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중고상점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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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재미를 잊어버린 마당에 왜 연이은 독서로 소설을 선택했는지. 표지의 화려함에 홀라당 속아 『수상한 중고상점』을 구매했고……읽었다. 안 좋은 느낌은 구매 단계에서부터 이미 확정이었다. 속은 것도 속은거니와, 애초에 읽고 싶어서 산 책이 아니었다. 알라딘의 매력적인 굿즈(뭐였는지는 까먹었다)를 얻기 위해 장바구니에 끼워 넣었다. 그렇게 일단 삐딱선 탄 채로 출발했다.


감상평의 제목은 책에 대한 내 감상을 관통한다, 부정적인 의미로. 책 띠지나 후면의 문장보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비싸게 사서 싸게 팝니다. 아픈 마음까지도 매입합니다!’, ‘물건에게도 기회가 있는데, 인생이라고 다를 게 있나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잇는 따뜻한 감동(!!)’ 등등. 마지막에 언급된 책은 나도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더 설렐 수밖에 없었다. 잔잔하면서도 사건의 조각이 딱딱 들어맞는 퍼즐 같은 내용인가? 인생 철학을 중고 상품에 빗대어 풀어낸 서사가 있나? ……. ……. 설레발로 설렌 생각하면 지금도 킹받는다.


주인공인 ‘히라구시 마사오’는 동갑내기 사장인 ‘가가사기 조스케’의 중고상점에서 일한다. 그 가게에는 붙박이 객식구가 하나 있는데, ‘미나미 나미`라는 중학생 여자애다. 가사사기가 미나미 집안의 문제를 해결한 이유로 가게에 상주하고 있다.


이 셋은 중고품을 팔다 각종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 표면적으로는 가사사기가 추리하지만, 그의 추리는 맞는 게 없다. 전부 뒷편에서 히라구시가 풀어낸다.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가사사기의 엉터리 추리가 미나미의 웃음을 찾아주었고, 그녀가 강하게 믿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히라구시는 미나미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어한다.


이것이 내가 이 소설에 갖는 불만이다. 중고품에 얽힌 사연을 풀고 갈등이 해소되고, 구매한 중고품이 누군가에게 힐링이 되는 사연으로 다시 풀어지는 내용이 아니다. 이야기에 힘이 없다. 예를 들어, 1챕터의 청동상 사건은 해당 물건에 얽힌 인물이 중고상점에 물건을 처분한 게 아니다. ‘우연히’ 도둑이 청동상을 훔쳐냈고, ‘우연히’ 가사사기 중고상점에 처분했다. 우연이 거듭되니 설득력이 떨어졌다. 미나미 과거편에서는 미나미의 엄마가 이혼 후 아빠의 물건을 가사사기네에 팔면서 사건에 엮인다. 그 해결 역시 어처구니가 없다. 물건을 정리한 날 밤에 강도 사건이 발생하는데, 없어진 건 고양이 하나뿐, 그 역시 곧 돌아와 해프닝으로 끝난다. 그러나 가사사기는 엉뚱한 추리력으로 희안한 사건으로 재구성하고 미나미는 그 추리를 굳게 믿었다. 맞지도 않는 사건의 퍼즐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히라구시는 무단침입을 감행했고, 따로 진범인 미나미의 아빠를 만나 사건의 전말을 풀어낸다. 매 챕터마다 열받는데, 굵직한 것을 꼽자면 이 두 가지 예다.


인물의 재활용도 별로였다. 청동상 사건에서 소년은 뭐하러 등장했나. 2챕터의 우사미 역할은 무엇인가. 미나미 집의 집사는 진짜 집사 역할만 하고 사건에 관련이 없다. 마지막의 절도범은 그냥 엑스트라였다. 잔잔한 이야기에 추리를 억지로 끼워 넣으면 이야기가 망가진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다 읽고 난 나의 마음은 진부하지만,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었다. 책 날개를 보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본인 문체와 다르게 썼다는데, 그 부작용인가 싶기도 하다. 마음이 식으니 표지나 제목의 마케팅 요소도 킹받았다. 이 소설은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소설이 대성한 후 한국에 나왔다. 인기의 콩고물을 노린 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만든다. 물론 이 모든 비판은 삐딱해진 내 편견이 빚어낸 결과물일 수도 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이 말이다. 구석에 박아두고 두 번 다시 안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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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엔딩 크레딧 이판사판
안도 유스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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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 쓸 생각이 없던 책이었다. 읽은 지도 꽤 돼서 내용도 가물가물하다. 그럼에도 간만에 쓰는 글로 안도 유스케의 『책의 엔딩 크레딧』을 고른 이유는 얼마 전 파주 출판단지를 다녀온 까닭이었다. 노을 지는 저녁 즈음, 친구와 산책하다 인쇄소 근처를 지나게 되었다. 여기서 인쇄하나 보다, 용지 묶음인가 보다 등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이 책이 떠올랐다.


보통 출판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작가의 고뇌, 출판사 혹은 편집자와의 갈등이 주를 이룬다. 그런 이야기에서 전자는 세상에 대한 을, 후자는 작가에 대한 을로 표현되고는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은 훨씬 더 이면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앞의 두 존재 모두에게 을인 ‘인쇄 회사’이다.


‘도요즈미인쇄 주식회사’를 주 무대로, 영업맨 ‘우라모토 마나부’의 포부 실현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는 ‘인쇄 회사는 모노즈쿠리’라는 마인드를 가졌다. 모노즈쿠리는 물건을 뜻하는 '모노'와 만들기를 뜻하는 '즈쿠리'가 합성된 용어로,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뜻이다. 낭만 가득한 각오는 유능한 영업 2부의 ‘나카이도 고지’의 꿈과 배치된다. 나카이도의 꿈은 ‘하루하루 실수 없이 마치는’, 아주 현실적인 이유이기 때문이다. 우라모토는 그의 무미건조함에 반박하지만, 나카이도 역시 순수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라모토는 결과로 증명할 것을 다짐하며 대결 아닌 대결이 펼쳐진다.


총 5장에 걸쳐 책에 대한 다양한 군상이 등장한다. 우라모토와 동기이면서 ‘후지미노 공장 인쇄제조부’의 총괄자 ‘노지에 마사요시’는 책 인쇄를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작업쯤으로 여긴다. 그렇기에 자신의 낭만을 증명하려 무리한 일감을 물어오는 우라모토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아픈 처남의 병원비까지 그가 책임져야했다. 이런 스트레스가 쌓여 결국 그는 옳지 못한 방법으로 화풀이하게 된다. 아빠가 만들었다며 두 아들이 좋아하는 책을 눈앞에서 찢어버린 것이다. 죄책감까지 얹힌 그의 일상은 지속적으로 꼬인다.


반면, 함께 일하는 별색 제작 기술자 ‘요시자키 지로’는 일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그의 작업은 감각이 뛰어난 장인만 할 수 있는 일이며, 그의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속적으로 노지에의 멘토가 되어준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후쿠하라 에미’는 원고를 인쇄 레이아웃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한다. 워낙 독서를 좋아해서, 타자로 옮기며 사전에 글을 미리 읽을 수 있음을 최고의 직업 가치로 삼고 있다.


앞서 언급한 나카이도는 지향하는 바대로 안전을 중시한다. 을의 입장에서 출판사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지만, 무리인 일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성향은 우라모토를 자제하는 컨트롤러로 작용한다.


무리하게 일감을 물어오든, 안정적으로 대비하든 인쇄소의 하락세를 막기란 버거웠다. 바로 ‘전자책’ 때문이었다. 인쇄 회사 입장에서는 최악의 경쟁 상대인 셈이다. 유명 작가가 전자책을 옹호하면서 인쇄소에 비상이 걸렸다. 종이책과 전자책 중 무엇이 득인가라는 갑론을박이 펼쳐질 때, 우라모토의 건의로 두 종 동시 발행을 기획한다. 무엇이 나은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공공의 적과 공동의 목표가 생긴 덕분에 서로의 입장만 대변하던 인물들이 하나로 뭉쳐 갈등 해소의 계기를 얻었다.


그럼에도 경영진의 선택은 인쇄기를 한 대 줄이는 결정으로 이어졌다. 하락세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은 책 제작에 열과 성을 다했다. 노지에는 직업의 자부심을 얻었고, 나카이도는 현실적인 꿈(하루하루 실수 없이 마친다)과 이상적인 꿈(인쇄 회사는 모노즈쿠리이다)이 결국 이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라모토의 증명은 반쯤만 완성되었지만, 개개인에게 책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을 심어줬다.


줄거리를 엄청 축약한 부분은 내용이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감동만 남았달까. 책을 좋아하지만, 내 기준은 작과와 출판사에만 머물러 있었다. 인쇄소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밥 먹을 때 익명의 농부에게 감사한 적은 있지만, 독서할 때 익명의 인쇄소 직원에게 감사한 적은 없었다. 무엇이 되었든 이면에서 노고를 감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이다. (물론 값을 치르고 구매하는 입장이니 감사의 마음이 의무는 아니다.) 간과했던 부분을 깨닫게 해준 점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책 내용에 대한 느낌을 전하자면, 장을 구성한 소제목 흐름은 탁월했다. 각각의 소제목은 해당 에피소드에서 진행되는 책의 제목이다. 동시에 ‘인쇄 회사는 모노즈쿠리’라는 이상을 향한 흐름과 함께한다. 감안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늘 그렇듯이 순탄하게 풀리는 사건은 지루함을 유발했다. 내적 갈등에 중점을 두면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외적 갈등에 집중하면 읽는 속도가 더뎌졌다. 모노즈쿠리가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아닌, ‘인쇄 회사는 모노즈쿠리이다’라는 명제를 참으로 지정해두고 끼워 맞추는 식의 진행으로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인쇄 회사에서 책 제작에 진심인 사람만이 모노즈쿠리이다’로 귀결되면서 방향을 잃은 느낌이었다. ‘인쇄 회사’가 아닌 ‘인쇄 작업’이었다면 그 변화가 자연스러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책을 좋아한다면 즐거운 독서가 될 것이다. 아무래도 인쇄를 다룬 이야기는 많이 없으니까. 책을 쓰는 저자만큼, 그 책을 세상에 내보이는 출판사만큼 실체로 만드는 인쇄소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끝으로 이 책을 관통하는 우라모토의 말로 마무리한다.


“도요즈미인쇄라는 글자 너머에는 전체 직원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거야. 판권은 책의 엔딩 크레딧이니까.” - p.350, 우라모토 마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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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이솝 우화 전집
이솝 지음, 최인자 외 옮김, 로버트 올리비아 템플 외 주해 / 문학세계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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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과 디자인에 당했다. 서점을 배회하다가 두 가지 수식어에 끌려 구매했다. “어른을 위한”과 “무삭제”. 예전에 ‘문학 수첩’에서 출간한 『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을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어, 『이솝 우화』 역시 뭔가 숨겨진 내용이 있는 줄 알았다. 동화와 다르게 표현이 잔인하다거나 뭐 그런 식의. 그러나 나의 기대는 단어 하나로 귀결되었다. “노잼”. 물론, 불손한 마음가짐(?)으로 접근한 나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그래도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일단 “무삭제”는 틀린 말이 아니다. 대부분 우리가 ‘이솝 우화’는 동화의 경향이 강하고, 이야기의 양이 많지 않다. 이 책은 이솝이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까지 포함해서 358가지 우화로 구성되었다. 개중에는 “아, 이게 이솝 우화였어?”하는 작품도 몇몇 있었다. 어렸을 때 탈무드 동화 전집에서 본 내용이나 옛날 이야기 형식으로 들었던 이야기 등등. 또한, 여러 이야기의 기원이 되는 우화들도 많았다. 이런 부분에서 “무삭제 완역본”의 매력이 발산되었다.


“어른을 위한”은 확실히 마케팅적 요소다. 주해가 길어서 그런 건지 어쩐 건지. 세대를 구분할 이유가 하등 없는데, 그냥 “이솝 우화 전집”으로 내면 안 팔릴 게 뻔하니까 수식어를 덧댄 느낌이다. 나 같은 흑우가 있으니 이렇게 만들었겠지. 당한 내 잘못이다. 킹정하는 부분. 아무튼, 개인적으로 없는 수식어라고 봐도 무방하다.


주해도 별로였다. 우화 본편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는데, 주해는 원본에 맞춰 해설하고 있다. 그럴 거면 본편에도 원어를 추가해 놓던가. 우화와 주해가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해 읽을수록 짜증이 났다. 게다가 그 주해는 “이솝 우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내용이다. 흥미롭긴 했는데, 굳이 몰라도 우화를 읽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래도 좋은 말을 한마디 쓰고 싶으니까. 몇몇 부분만 따지면 읽기에 나쁘지 않다. 예를 들어, 그 유명한 「여우와 포도송이(a.k.a 여우와 신 포도)」의 주해는 전해들었던 것 보다 훨씬 설득력 있었다. ‘시다’는 단어의 원어인 ‘옴파케스(omphakes)’는 그리스인들이 ‘덜 익다’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했다. 때문에 여우는 ‘시다’고 변명한 게 아니라 ‘덜 익었다’고 변명했다. 물론 이 부분도 “덜 읽었다”는 문구에 원어를 같이 써줬다면 흐름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결국 좋은 말은 안 나오네. 머쓱코쓱;


마지막으로 장점이라면 장점이고, 단점이라면 단점인 부분은 우화마다 정리된 교훈이 있다는 점이다. 애매모호한 내용에 있는 교훈은 명확하게 해줘 도움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의 생각을 방해하기도 한다. 개인 취향의 차이로 갈리는 부분일 듯. 하루 몇 편 씩 간단하게 읽는다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종합적인 결론은 자극의 시대에 옛날 이야기는 지루하고 노잼이라는 점이다. 굳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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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 - 인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5단계 계획
마이클 하얏트 지음, 박미경 옮김 / 안드로메디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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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버러지를 닮았다. 하찮고 어디에도 쓸모없다. 날숨은 공기를 오염시키고, 들숨은 산소를 낭비한다. 할 줄 아는 게 1도 없다. 살고 싶어서가 아닌 죽기 무서워서 살아있다. 밥만 축내는 식충이이며, 백해무익한 존재다.


와 비슷한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도 넘게 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가끔 그런다. 아니, 자주인가? 아무튼, 이런 엿 같은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들어보고자 마이클 하얏트의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을 펼쳤다. 이 책에서는 5단계로 나눠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요약하자면, ‘믿음-반성-계획-동기-실행’의 단계를 거친다.


1단계 – 믿음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마다 먼저 제시하는 것이 ‘자기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그리고 나는 항상 그것이 부족하다. 가령, 나는 현재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내심 그 직업을 가질 자격 따위가 없다고 믿는다. 이러한 믿음이야 말로 백해무익하다. ‘우리의 기대는 우리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을 구현한다. … 더 나아가, 기대가 우리의 현실을 구현한다는 뜻이다(p.29).’ 저자는 내가 가진 믿음을 ‘제한적 믿음’이라고 칭한다. 이와 대척점에 있는 믿음은 ‘해방적 진실’이다.

전자는 세 가지 부분에서 우리의 관점을 왜곡한다.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 대해서. 이들의 출처는 뉴스와 SNS의 ‘편향’이나 부정적 인간관계에서 발생한 신뢰 등이다.

제한적 믿음에서 벗어나 후자, 즉 해방적 진실로 향하기 위해, 저자는 6단계 과정을 제시한다.


1. 제한적 믿음을 인식하라: 어떤 믿음이 나를 방해하는지 인식한다.

2. 믿음을 기록하라: 객관적 관찰을 위해 한 쪽에 적는다.

3. 믿음을 검토하라: 해당 믿음이 내게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평가한다.

4. 믿음을 거부하거나 재구성하라: 제한적 믿음을 부정하거나 더 나은 각도에서 바라본다.

5. 믿음을 수정하라: 제한적 믿음 반대편에 해방적 진실을 적는다.

6. 새로운 믿음으로 무장하라: 해방적 진실이 현실인 양 믿고 살아간다.


나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취업할 자격이 없다는 제한적 믿음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해방적 진실을 쓰는 중이다. 아직 효과는 없지만, 쓸 때만큼은 용기가 생긴다.


2단계 – 반성

실패나 불운을 겪었을 때, 시간이 지나고 다시 살펴보지 않으면 다음에 같은 결과를 반복해 부정 편향을 나 자신에게 심을 수 있다. 그렇기에 반성적 사고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저자는 4단계의 ‘사후검토’를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자고 말한다. (1) 무슨 일이 벌어지길 원했는지 기술하고, (2) 실제로 벌어진 일을 인정하고, (3) 경험에서 배우고, (4) 행동을 수정한다.


여기에 유용한 우리의 내부 기능이 있다. 바로 ‘후회’이다. 보통 부정적 의미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용도가 달라진다. 다시 나를 예로 들면, 나는 후회를 ‘자책’의 의미로 썼다. 실수하거나 하루를 날렸을 때 ‘나는 버러지야’라고 나를 평가했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배운 부분이기도 한데, 이는 상황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후회다. ‘나는 오늘 버러지 같은 하루를 보냈어’가 더 나은 평가이다.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전자는 초점을 ‘나 자신’에게 맞춘 상태이고, 후자는 ‘일의 성과’에 맞췄다. ‘일의 성과가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면, 다음에 더 잘할 방법을 고안해 내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과를 개선할 방법에 초점을 맞추지 않기 때문이다(p.93).’ 

‘일의 성과’에 초점을 맞춘 후회는 가능성이 다분한 상태다. 행동을 수정할 이정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후회를 느낀다는 사실은 아무리 끔찍한 상황에서라도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것이 우리에게 이미 있다는 증거다. 희망이 없는 사람은 바로 후회가 없는 사람이다(p.98)’ 


반성에 힘을 실어주는 다른 행동은 ‘감사함’이다. 범사에 감사한다면 우리의 회복탄력성을 늘려줘 인생에서 부딪치는 장애물을 이겨내도록 해준다고 한다.


3단계 – 계획

목표 설정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목표가 없다면 굳이 ‘고민 페이즈’를 가질 필요가 없다. 책에서는 7가지 기준에 따른 ‘SMARTER‘ 시스템을 안내한다. (1) 명확성, (2) 측정 가능성, (3) 활동성, (4) 위험성, (5) 시간 기준, (6) 흥미진진함, (7) 적절성, 7가지 속성에 맞춰 ‘성취 목표’와 ‘습관 목표’를 적절히 배분한다. 성취 목표란, ‘오늘 안에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 서평을 작성한다`처럼 1회성 성과를 나타낸다. 습관 목표는 ‘6월 1일부터 매일 저녁 9시에 푸시업 30개를 한다’와 같이 습관화를 지향하는 활동이다. 두 가지 목표를 적절히 배분하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물론 너무 편해서는 안 된다. ‘컴포트 존’이라 불리는 우리만의 ‘안전 지대’에서 약간 벗어나 ‘불안 지대’에서 목표를 세우고 도전해야 한다. 물론 이런 행동은 우리 본능의 반발을 산다. 때문에 저자는 4단계의 반발 완화 방법을 제시한다. (1) 불안 지대의 가치를 인정하고, (2) 부정적 경험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3) 안전 지대를 벗어났다는 두려움에 주목해 성취의 달콤함과 비교해 보고, (4) 분석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다.


4단계 – 동기

행동을 오래 유지하려면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외적 동기보다 내적 동기의 가중치가 더 높다. 전자는 한계가 명확하지만, 후자는 무한동력이 될 수 있다. 내적 동기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 동기’를 파악해야 한다. 내가 그 목표를 왜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해 기록해 보는 것이다. 나는 아직 나의 ‘핵심 동기’를 찾지 못했다. 몇 번 적어봤는데, 아무리 봐도 표면적인 이유 뿐이다. 아마도 나의 불신은 여기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핵심 동기를 찾았다면 꾸준히 되새겨 유지하도록 하자.


유지에 힘을 더하는 4가지 방법이 더 있다. (1) 보상을 파악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고대하기, (2) 상황에 맞춰 목표 기대치 설정하기, (3) 목표 사슬 만들기 같은 게임 요소 가미하기, (4) 부족한 부분보다 개선된 부분 측정하기. ‘꾸준히 하면 결국 이긴다는 사실을 명심하라(p.215).’ 예전에 읽었던 책의 문구가 떠오른다. “꾸준히 안타만 쳐도 야구 경기에서 이긴다(『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톰 오브라이언, 브론스테인).”


5단계 – 실행

사실 이 부분이 없다면 위의 모든 단계는 망상에 불과하다. 단계의 요구사항이 불명확하더라도 일단 행동하는 것이 훠어어어어어얼씬 의미 있다. 예전의 나는 계획이 온전해지면 시작하려는 타입이었는데, ‘지나치게 꼼꼼한 계획은 흔히 일을 미루고 싶어서 질질 끄는 꼼수일 뿐이다(p.221).’ 아직 그 버릇을 완전히 고치지 못했지만, 꽤 나아진 상태다.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여타 실천에 관한 책과 일맥상통한다. 먼저 목표를 세분화해 쉬운 작업부터 진행한다. ‘목표는 불안 지대, 실행은 안전 지대’를 기억하자.


다음은 환경 설정이다. 우리의 뇌는 절차가 복잡해지면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니 생각하지 않고도 움직일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if-then 형태로 계획된 반응은 더 즉각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어나며, 의식적 노력의 필요성도 줄여준다(p.235)’고 하니 참고하자.


마지막으로 정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일별, 주별, 월별, 분기별 등의 검토를 통해 핵심 동기와 목표를 떠올려 꾸준함을 유지한다. 또한, 저자는 분기별 검토에서 5단계를 통해 목표에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조언한다.  (1) 목표를 달성하거나 중요한 성과를 거뒀을 때 기념한다. (2) 달성하지 못했다면 결의를 다시 다진다. (3) 결의를 다질 수 없다면 그 목표를 수정한다. (4) 수정할 수 없다면 그 목표를 제거한다. (5) 달성하고 싶은 다른 목표로 그 목표를 대체한다.


잊지 말자. 목표를 실행하며 인생을 나아지게 하는 것이 핵심이지, 목표에 치여 인생 포기하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님을.


나는 아직 1단계에 머문 상태지만, 마냥 손 놓고 믿음이 생기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다. 일단 고민 페이즈 없이 이전에 구매한 코딩 강의를 매일 1챕터씩 수강 중이다. 진행하다 보면 동기나 목표, 믿음이 생기기도 하니까.


내 인생도 버러지가 아닌 탁월해지길 바라면서 하던 공부를 이어 가련다. 내 인생,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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